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99
아카데미 문화제가 개막했다.
노은하가 업계에 이름을 알리면서 매년 증가하던 방문객들은 금년에도 예년보다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증가폭을 보인 프로그램은 종합부문대회였다.
“작년에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게 웬일이라냐.”
“첫 날부터 좌석이 전부 매진되고, 경기 중계실을 추가로 증설한다니 무슨 결승전 날이냐?”
일반적으로 종합부문대회의 인기는 첫째 날에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만석이 되기는 했어도 대회가 개최되는 직전까지도 티켓을 구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대회 시작 전부터 사전예약이 폭주한 것은 물론이고, 문화제가 개막하는 시기에 맞춰서 아카데미를 방문한 사람들이 곧장 현장 판매 티켓까지 사간 것이다.
본선 1차전이 시작되려면 아직도 3시간이나 남아 있었으나 금세 동이 나고 만 것이다.
“작년에는 그나마 덜했었는데…. 올해는 정말 장난이 아니네요. 저도 겨우 표를 얻었다니까요.” “스카우터들만 죽어나가는 거지. 사전 예약을 하지 못한 놈들은 아마 현장에서 티켓을 사느라 죽어나가고 있을걸?”
“그만큼 노은하 사단의 인지도가 장난이 아닌 것 같네요.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걸 보면 말이에요.” “일반인들은 노은하 사단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 않아. 어디까지나 가 내년에 졸업하니까, 그 애가 마지막으로 학생일 때 보일 무위를 보려고 온 거지. 겸사겸사 노은하의 동기들이 주목받는 거고.”
“플레이어 데뷔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만한 인기가 있고, 진짜 난놈이네요.”
노은하 그리고 노은하 사단.
일반인과 업계 관계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사실상 예선전과 다름없는 본선 1일차를 보러 온 이유였다.
각 클랜의 스카우터들은 만석이 된 관람석을 보고 혀를 내둘렀더랬다.
“어디 보자, 그럼 소문만 무성했던 의 친구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봐볼까. 이봐, 오늘 대련 중에서 관심 있게 봐야 하는 대련은 뭐지?”
“031기 배수빈과 호시미야 카에데의 대련입니다. 둘 중 한 명이 아마 오늘 마지막 대련에서 노은하하고 맞붙게 될 겁니다.”
“볼만하겠네.”
종합부문대회 시작 30분 전.
자리에 앉은 스카우터들은 한 번씩 금일 대진표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배수빈과 호시미야 카에데.
캐스터와 레인저의 대련.
알 만한 사람은 재작년 대회에서 배수빈이 승리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둘 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볼까? 재작년처럼 우리들 예상을 깨고서 캐스터가 이길 것인지, 아니면….”
레인저가 이길 것인지.
노은하 사단의 실력을 확인하고자 첫날부터 대회를 보려고 온 고위급 클랜의 스카우터들의 생각은 모두 같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지금부터 종합부문대회 본선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종합부문대회가 개막했다.
☆
재작년에는 배수빈에게 졌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질 수 없었다.
“─순순히 패배를 인정해. 여기서 더 싸워봤자 변하는 건 없으니까.”
“호시미야 카에데….”
처음에는 배수빈이 우위였다.
그녀는 산신령의 눈을 사용해서는 호시미야 카에데를 궁지까지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것은 호시미야 카에데의 계책이기도 했다.
그녀는 배수빈에게 당하는 것처럼 모습을 연기하면서 그녀가 모르게 도처에 트랩을 설치한 것이다.
“흥, 나에 대해서 조사 좀 했나봐? 설마 지면 아래에다 술식을 깔아서 내 눈을 피해가려고 하다니….”
“한 번은 졌어도, 두 번은 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물론, 수빈이 지닌 산신령의 눈은 그녀가 몰래 설치한 트랩의 술식을 읽을 수 있었을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허를 찔러서 눈을 돌리지 않을 지면 속에 트랩을 설치했다.
그리하여 그녀가 설치한 트랩들이 경기장 전체를 아우르는 그물망을 형성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트랩을 작동시켜서 그대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래, 이건 인정할게. 지면 속까지 고려하지 못한 내가 실수한 거라고 말이야.”
“인정할 거면 어서 패배를….”
수빈은 트랩에 발이 묶여 있었고.
그녀가 마법을 발동하게 되면 곧장 트랩이 설치된 일대가 폭발을 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캐스터인 그녀에게 무척 치명적인 트랩이었다.
그럼에도 배수빈은 코웃음을 쳤다.
“근데 내가 졌다고 말할 때까지는 아직 끝난 게 아니거든? 벌써부터 승자처럼 말하지 말아줄래?”
“이제 와서 무엇을 할…!” “내가 이기지 못하면, 그러는 너도 이기지 못하는 거야. 어디 나 죽고, 너도 죽자.”
“너 설마…. 미친년!”
“그래, 나 미친년 맞아. 이기는데 미친년. 그러게 왜 나한테 이기려고 들어?”
딱 하고.
배수빈이 손가락을 튕겼다.
아무 타격도 주지 못하는 마법이 트랩의 도화선을 당긴 것은 순식간.
호시미야 카에데는 기함했고.
배수빈은 깔깔거렸다.
─콰콰콰콰콰콰쾅!!
지면 속에 깔아둔 트랩이 한꺼번에 터져나갔다.
수빈에게 패배를 종용하며 그녀와 같이 있었던 카에데도 폭발 속에서 무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카에데는 기지를 발휘해 최대한 데미지를 최소화하려 했다.
그녀가 활시위를 당긴 것이다.
─별 따기
시간 싸움이었다.
폭발에 먹혀들지.
아니면 하늘로 솟구친 궤적이 끝내 폭발에서 벗어날지.
“…큭…!”
카에데는 도박과도 같은 방법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다행히 도박은 성공했다.
그녀는 교복이 불에 그슬리는 대신 폭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반면에 배수빈의 도박은─.
“─젠장….”
한 사람이 도박에 성공했다면.
그녀는 도박에 실패했다.
카에데가 도망치는 즉시 배수빈도 황급히 마법을 써서 폭발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도박은 실패로 끝나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승자, 호시미야 카에데.]이윽고 스피커 소리가 들렸다.
호시미야 카에데는 서포터들에게 실려나가는 배수빈에게서 등을 돌려 대기실로 통하는 입구를 향했다.
한 사람이 있었다.
“”…….””
노은하.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그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아니, 그에게 다가갔다.
너와 한 번 붙어보고 싶었어.
1학년 때, 그녀는 온태양과 함께 수련을 하기도 했다.
딜러인 온태양을 상대로 노은하를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 한 것이다.
그만큼 그녀에게 노은하란 존재는 한 번쯤 싸워보고 싶은 상대였다.
아니, 입증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어디─.” “응?”
“─날 가질 수 있는지 입증해봐.”
“뭐?”
일전에 그녀는 은하에게 그가 만들 파티에 들어가겠다고 약조했다.
하지만 약조를 떠나서 그녀는 직접 은하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의 밑에는 결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은하를 지나치며 내뱉은 것이다.
“─이따 봐.”
“그래.”
노은하가 화답했다.
☆
본선이라서 그런지 예선전과 달리 대련 상대는 기권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은하도 대련 상대를 위해서 상대가 스카우터들에게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승자, 노은하.]그럼에도 은하가 이겼지만.
대련 상대와 악수를 나눈 은하는 다른 친구들의 상황을 확인했다.
수빈이를 빼고 다들 이기긴 했네. 수빈이는 상대가 나쁜 거였지만….
배수빈을 제외하고 친구들은 2일차 대회에도 출전하게 될 터였다.
아니, 한 명은 출전하지 못하리라.
호시미야 카에데.
은하가 오늘 남은 대련의 상대가 바로 그녀였다.
“─날 가질 수 있는지 어디 증명을 해보라고 했던가?”
“빠빠?”
“아까 보니 나를 쓰러뜨리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던데…. 어디 얼마나 강해졌을지 기대되네.”
은하는 어서 그녀와 대련하는 것을 고대했다.
자신이 파티에 영입하려는 유망주.
그녀가 어떠한 성장을 이뤄냈을지 몹시 궁금했다.
그래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갈 것만 같았더니─.
“─몸은 괜찮아? 아까 보니 꽤나 다친 것 같던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내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
훌쩍 시간이 지나갔다.
경기장으로 나온 은하는 카에데와 마주보는 상태로 서 있었다.
“그럼 다행이고. 괜히 부상을 입고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면 안 되잖아. 보여줄 건 전부 보여줘야지.”
“전부 보여줄 생각이니 그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기나 해.”
관객들의 시선을 한데 받으며.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이 검 하나로만 상대할게. 그래도 되지?”
“…그래, 좋아. 기분이 상하긴 해도 너와 내 실력 차이는 인정해야겠지. 하지만 그러다가 나중에 진 다음에 핑계나 대지 마라.”
“그럴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마.”
은하는 이내 시리게 피는 겨울을 가리켰다.
나름의 핸디캡이었다.
이번 대련에서는 다른 디바이스나 아티펙트를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불닭이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대련이 아니니까.
얘네들이 얼마나 성장을 했는지, 그걸 보기 위한 자리니까.
학생들이 종합부문대회를 기회로 업계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어필하듯.
카에데를 비롯한 은하의 친구들은 은하에게 자신의 실력을 어필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그에게 조금이라도 예상을 어긋나는 성장을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에게서 관심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따라서 은하 역시 친구들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핸디캡을 지려는 것이었다.
[─경기, 시작.]그리하여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고.
서로를 평가하기 위한 대련이 펼쳐졌다.
☆
무대는 도심지.
교관들이 마법으로 일으킨 건물이 경기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천보
엄폐하기 쉬운 지형이었다.
하지만 엄폐하기가 쉽다는 의미는 은하에게만 통용되는 게 아니었다.
혜성
카에데에게도 통용되는 이야기.
심지어 레인저인 그녀에게는 무척 좋은 환경이었다.
건물 위로 올라가 멀리에서 은하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대개 한 번 위를 점하게 된다면 계속 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봐주는 게 없네…!
은하는 딜러였고.
그녀는 레인저였다.
건물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공격에 은하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공격을 피하려 건물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가는 카에데가 결코 허용하려 하지 않았다.
족제비 손톱
더욱이 카에데는 은하를 포착하고 집요하게 그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는 계속 그녀에게 등을 내줄 수밖에 없었고.
떨어져 내리는 화살을 받아치는데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광무
아군으로서는 이만큼 도움이 되는 레인저가 없었는데.
적이 되니 정말 성가셨다.
은하는 그녀가 쏘아낸 화살 중에서 간간이 물리법칙을 위배하며 휘는 화살을 보고 혀를 찼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줄만 알았던 화살이 건물 주변을 한 바퀴 돌아서 날아든 것이다.
천보
은하가 힘을 가감하고 있다지만.
호시미야 카에데의 전략은 상당히 감탄할 만한 것이었다.
말이야 쉽지.
계속 위를 내주는 게 어디 쉽나?
그녀는 쉴 새 없이 화살을 쏴대며 은하에게 여유를 주지 않았고.
간신히 그가 틈새를 발견한 즉시 건물 외벽을 밟고 뛰어오르면 곧장 트랩을 발동하고는 했다.
은하는 그때 깨달았다.
카에데가 빈틈을 내주는 척하면서 교묘하게 함정으로 유인한다는 걸.
“그렇다면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날 압박할 수 있겠어?”
호시미야 카에데의 전략과 솜씨는 충분히 구경했다.
은하는 골목길까지 따라온 화살을 모조리 튕겨냈다.
그러고는 근처 건물로 피신했다.
그렇게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화살이 쇄도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 줄 알았는데─.
─폭풍의 시
그조차도 그녀의 범위 내였다.
은하는 창문으로 날아드는 화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런 마법은 대체 언제 만들었던 거야!?
은하가 본 것은 건너편 건물에서 카에데가 시위를 당겼다는 것.
그러자 시위를 떠난 화살이 거센 폭풍을 몰고서는 건물을 부수듯이 날아들었다는 것이다.
쿠쿠쿵!
교관들이 마법으로 만든 건물의 내구도는 당연히 낮았다.
건물 외벽이 크게 흔들렸고.
유리창이 깨졌으며.
건물 안으로 날아든 화살이 폭풍을 풀어헤쳤다.
원령
방 안에 폭풍이 몰아쳤다.
호시미야 카에데는 이런 상황 또한 대비해서 마법을 만든 것이리라.
은하는 그녀의 용의주도함에 내심 혀를 내두르며 폭풍을 제어하려고 했다.
하지만 폭풍의 시가 일으킨 폭풍은 마법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았고.
고등제어기술은 그렇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은하는 언제 그칠지도 모를 폭풍 속에서 탈출해야 했다.
그리고 그때를 노리듯─.
─혜성
하늘에서 화살비가 쏟아졌다.
푸르른 마나가 지면을 꿰뚫는다.
무지막지한 파괴력에 은하는 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일점돌파
피하
는 것은 무리다.
카에데가 자신이 나올 것을 알고 공을 들여 준비한 마법이었다.
그렇기에 은하는 피하는 게 아니라 공격을 막아내는데 집중했다.
칼끝에서 만들어진 마법이 은하의 전신을 감싸며 거대한 창이 되고.
그 창이 화살 비를 무효화했다.
동시에 은하는 근처에 있는 건물로 몸을 던졌다.
여기서 오래 있을 수는 없어.
보나마나 그 마법이…큭…!
제공권을 가지고 있는 카에데에게 은하가 할 수 있는 방안은 빠르게 그녀를 제압하는 것이었다.
속도가 살 길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입구로 나가서 다른 건물로 몸을 숨기고, 그러기를 계속 반복하며 카에데를 교란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배후에 접근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투콰아아앙!!
그녀는 그것조차 계산했다는 듯이.
은하가 세 번째로 들어간 건물에서 트랩이 터진 것이다.
카에데가 은하를 공격하는 사이에 틈틈이 건물 안에다 트랩을 설치한 것이다.
“진짜 용의주도하네…! 어차피 넌 건물을 사용하지 않을 거란 거지?”
처음에야 카에데에게 감탄했으나.
연이어 그녀의 함정에 걸려드니까 더는 감탄할 수가 없었다.
은하는 무너지는 건물에서 황급히 몸을 던졌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마법을 피해서는 계속 도망쳤다.
천보
그럼에도 은하는 점점 카에데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그녀가 설치해둔 트랩도 바닥나며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때를 노린 은하는 벽면을 보행해 카에데에게 달려들었다.
폭풍의 시
혜성
물론 그녀가 가만 두지 않았다.
폭풍이 달려들고.
혜성이 떨어졌다.
벽면을 보행하는 은하의 주변에는 엄폐물조차 없었다.
결국 선택해야 했다.
지면으로 내려가 피하느냐.
이대로 뚫고 가느냐.
천보
일점돌파
은하가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카에데 역시 은하가 그러한 선택을 내릴 것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화살을 날렸다.
천보
천보
천보
하지만 그녀는 속도로 밀어붙이는 은하를 막아낼 수 없었다.
결국 거대한 창은 벽면을 타고서는 하늘 높이 솟구쳤고.
은하는 그녀가 있던 건물 옥상으로 도달할 수 있었다.
물론─.
─별 따기
그녀는 재빨리 도망쳤다.
최대한 화살을 멀리 쏴서는 다른 건물 옥상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거리를 벌린 다음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려 했는데─.
─우보
은하는 즉각 발을 찼다.
마나의 흐름이라면 보였고.
그녀가 이동한 위치는 마침 그가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는 위치였다.
“─이왕이면 그 마법도 사용하지 말지 그랬어. 정말이지 그 마법은 사기나 다름없구나.” “원래는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고. 근데 사용하지 않으면 도무지 끝이 나지 않겠더라고.”
순식간이었다.
카에데의 등 뒤에서 나타난 은하가 칼을 겨눴다.
그의 존재를 깨닫고 흠칫한 그녀가 탄식을 내뱉었다.
“잘했어. 지형지물을 활용해서는 내가 제대로 머리를 굴릴 시간조차 주지 않으려던 작전은 좋았어.”
“노은하.”
“왜?”
“이대로 끝난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크나큰 오산이야.”
“……!”
그때 9시 방향에서 날아든 화살.
그는 뒤늦게 화살의 존재를 느끼고 아차 했다.
그녀가 그의 존재를 느낀 그 즉시.
카에데가 빠르게 시위를 튕겨서는 화살을 날려 보낸 것이다.
쉬익!
화살의 방향을 조종할 수도 있는 카에데는 직전에 쏜 화살을 일부러 멀리 날려보냈고.
은하가 방심한 틈에 돌아와서 그를 노리게 한 것이다.
물론 별 거 아닌 방심에 불과했다.
그녀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쏘아낸 화살은 무척이나 작았다.
하지만 무척이나 작은 화살이어도 그녀가 움직일 수 있는 틈을 만들기 충분했고─.
“─내가 활만 사용할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라도 깨닫도록 해.”
“……!”
은하에게서 벗어난 카에데가 돌연 치마를 펼쳐, 허벅지에 찬 가터링에서 톤파를 꺼낸 것이다.
재빠르게 두 개의 톤파를 손에 쥔 그녀가 은하에게 달려들었다.
“─마지막까지 발악해주마.”
총검술을 배운 것은 물론.
근접 격투기술도 배웠다.
그녀가 톤파를 휘둘렀다.
워낙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은하는 당황하고 말았다.
☆
근접전에 대비한 격투기술.
카에데가 온태양과 대련을 하면서 집중적으로 연습한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그녀는 톤파란 무기에 재능을 보였었다.
팔 하나로 막아야 해.
두 팔로 막았다가는 내가 당해.
평상시에는 허벅지에 찬 가터링에 차고 다니면서.
마나를 불어넣으면 톤파로 변하는 벽해수의 디바이스.
톤파를 쥔 그녀는 측면에서 날아든 검을 막아냈다.
“…큭…!”
한쪽 팔로 검을 막은 그녀는 이를 질끈 악물었다.
그러면서 오른손에 쥔 톤파를 즉각 은하의 배를 향해 내질렀다.
타격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한 자루만 사용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칼집에서는 안 뽑았잖아.”
“네 인성은 정말 못 됐구나.”
“지금까지 톤파를 숨기고 있었던 네 인성은 어떻고.”
눈발을 기는 겨울로 막아낸 은하.
그가 칼집 채로 막아낸 것이다.
상황을 뒤집을 기회를 노리고 있던 그녀로서는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근접전이 계속되면서─.
“─너하고 정말 잘 어울리는 무기야. 그거, 계속 익히도록 해.” “…윽…!”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수없이 연습했다고 하지만.
상대가 노은하인 이상 그녀가 그간 연습한 결과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은하의 검을 막는데 급급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한 걸음이나 물러날 필요 없어. 딱 반 걸음만 물러나도 돼.
카에데는 본능에 몸을 맡겼다.
은하가 검을 휘두르자 주변 공기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카에데는 흔들리는 공기를 감지하는 것으로 궤적이 날아드는 방향과 세기를 예측할 수 있었다.
“……!”
신기한 기분이었다.
눈에 바짝 힘을 주어서야 은하의 검을 피할 수 있었는데.
바로 조금 전 그녀는 아주 가볍게 그의 공격을 흘려보낸 것이다.
그로부터 그녀는 본능에 집중하여 은하의 공격을 피하는데 노력했다.
이번 건 페이크야.
다음 게 진짜야.
이미 승부는 났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싶었다.
마침 은하도 그것을 느꼈는지─.
“─계속할게.”
“계속해줘.”
은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내 은하가 키득거리며 검을 더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종횡난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궤적.
수직, 수평, 사선, 지그재그 등.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검을 보고도 그녀는 겨우 반 걸음 차이로 공격을 피해냈다.
종국에는─.
─눈으로 볼 필요도 없어.
어차피 내 모든 감각이 느끼고 있으니까.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자칫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건만.
그녀는 본능이, 기프트가 고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마나의 흐름이.
공기의 움직임이.
모두 피부로 느껴졌다.
☆
기프트 .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데 능하고,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회피를 하는데 최적화된 기프트.
호시미야 카에데의 기프트였다.
회귀 전에 기프트를 자각한 그녀는 레인저로서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며 최종적으로 으로 불렸다.
그리고 은 어떠한 공격도 피해낼 수 있는 회피능력을 보이며 상대를 농락하고는 했었다.
진짜 대단하네.
톤파를 사용했을 때도 놀랐는데, 기프트까지 자각할 줄이야.
카에데를 상대하면서.
은하는 감탄만 나왔다.
이전 삶에서도 호시미야 카에데가 톤파를 무기로 사용하기는 했다.
하지만 먼 훗날의 일이었다.
애초 선후관계가 잘못되었다.
그녀는 기프트를 자각하고 난 후에 근접 격투술을 배웠다.
그리하여 근접전에서도 완전무결한 으로 거듭났던 것이다.
성장이 너무 빨라.
이대로면 으로 거듭나는 건 그냥 시간문제겠어.
은하는 카에데의 성장세를 보고는 흡족해했다.
기대 이상의 실력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몇 년 안에 이라 불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그는 만면의 미소를 띠며 그녀가 기프트를 이해하는 과정을 도와주었다.
애초 카에데는 지금까지 기프트를 사용하고 있었어.
단지 그 기프트를 주변을 탐사하는 역할로만 이해하고 있었을 뿐이지. 기프트를 활용해서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 뿐이야.
그녀가 혼자 깨달아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은하는 다른 친구들에게 기프트를 자각시켜준 것과 다르게 그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승자, 노은하.]그녀의 기프트가 개화했다.
대련에서 지기는 했지만.
그녀는 어딘가 상기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시 하라 그러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애매해.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 할 수 없을 것 같아.”
“감각은 기억하고?” “감각은 기억하는데….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럼 기억할 때까지 연습해.”
“그럴 생각이야.”
땀을 한 바가지나 흘린 카에데.
머리칼이 뺨에 달라붙은 카에데가 바닥에 떨어진 활을 주웠다.
그러고는 은하를 홱 돌아보았다.
“─고마워….”
“네가 웬일이야. 고맙다고 다하게.”
“고마우니까 고맙다고 하는 거지. 지금까지는 너한테 고마워할 일이 하나도 없었던 것뿐이야.” “어이구….”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경기장을 중계하던 대형 모니터에 조금 전에 그녀가 눈을 감고 그의 검을 피해내는 모습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도 감탄이 절로 나온 것이다.
물론 카에데의 반응은 달랐다.
그녀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믄 즘 틀으르….”
그만 좀 틀어라.
격한 전투로 상기된 것인지.
아니면 부끄럽기 때문인 것인지.
카에데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은하는 그녀를 보고 피식 웃었다.
“아, 맞아. 기억하지?”
“뭐가.”
“네가 말했잖아. 어디 한 번 나를 가질 수 있는지 증명해 보라고.”
“그런데.”
“이제 넌 내가 가지는 거다? 나중에 딴소리나 하지 마.”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그러면 네가 내 파티에 들어오면 정산비는 9:1로 해도 되지? 당연히 9가 나고, 1이 너인 거다.”
“나는 네 파티원이 된다고 했지, 노예가 된다고 한 적은 없거든.”
카에데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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