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03
종합부문대회 본선 3일차.
오전 경기를 관람한 사람들이 슬슬 오후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하나둘 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3일이나 이어진 대회인 만큼 지칠 만도 하련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눈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그만큼 금년 대회는 볼거리가 꽤나 많기도 했고, 결승전이 다가올수록 쟁쟁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 올라와 감탄이 이는 무위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노은하의 경기는 마지막인가?” “제기랄, 왜 의 대련은 마지막에 배치해놓는 거냐고.” “어쩔 수 없지. 사실 그것만 보면 대회 하나는 다 본 거잖아. 그러니 아카데미에서 의 순서를 마지막에 배치한 거겠지.”
“오후 경기 상대는 누구지?” “목민호. 작년 대회 우승자.”
“오늘은 꽤나 볼만하겠군.”
“어디 오늘만 볼만했던가? 어제도 그저께도 볼만했구만.”
오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무대에 오르는 학생들을 열심히 응원하는 한편으로 오늘밤 마지막 대회의 대련자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은하의 이름이 현재 일반인에게도 익히 알려진 만큼.
목민호의 이름 또한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허, 그놈 참 잘생겼구만.”
“꼭 부잣집 도련님처럼 생겼네.”
3일차 마지막 대련의 막이 올랐다.
사람들은 무대 위로 올라온 목민호 그리고 노은하에게 주목했다.
두 사람을 환호하는 소리는 아주 잠시에 불과했고.
“”””…….””””
그들은 경기가 시작하길 기다리는 두 사람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마치 기백을 겨루는 듯한 분위기에 압도당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노은하의 대적자가 이번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다.
1일차 그리고 2일차.
노은하의 상대가 됐던 대적자들은 저마다 놀랄 만한 무위를 선보이며 그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시미야 카에데는 눈을 감고서는 은하의 공격을 피하는 신위와 함께 사람들에게 원거리와 근거리에 능한 레인저라는 모습을 드러냈고.
진파랑은 열혈적으로 공격을 하며, 은하가 아티펙트를 사용할 정도로 밀어붙이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거지?
목민호는 노은하를 상대로 하면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사람들이 모두 기대를 품는 가운데 경기가 시작이었다.
이에 노은하는─.
“”””─다른 검을 사용한다고?””””
목민호에게 주목하던 사람들은 곧 은하가 칼집에서 뽑아 든 검을 보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노은하는 왼쪽에 차고 있던 검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른쪽에 찬 검, 힐트와 검이 산(山)자로 되어 있는 맹고슈를 꺼내든 것이다.
“”””노은하가 다른 검을 꺼냈다.””””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했으나.
곧이어 스카우터들이 수군거리면서 그들의 의문이 퍼져 나갔다.
이에 사람들은 노은하가 어찌하여 맹고슈를 꺼냈는가 고민에 빠졌다.
“저 검은 대체 무슨 의미인 거지?” “목민호는 이전에 만난 애들하고 전혀 다른 상대라는 뜻인가?”
“그만큼 는 저 학생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건지도 모르지.”
“아니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고.”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의견을 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사이, 두 사람이 검을 부딪쳤다.
☆
굳이 목민호가 말하지 않았어도.
은하는 자신이 만들 파티, 어쩌면 클랜에서 목민호에게 하위 파티를 이끌 수 있는 권한을 주려고 했다.
전투가 가능하고, 책임감이 있고, 냉정하며, 리더십이 있는 적임자로 목민호가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민호가 자신의 실력으로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증명한다고 선언했다.
내가 임명하는 거랑, 자신이 직접 쟁취하는 거랑 다르기는 하지.
은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그의 성장을 확인해야 했고 그러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다른 적격자를 찾으면 될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은하는 오히려 그가 직접 자신의 실력을 평가해달라면서 제안해온 것이 반갑기도 했다.
“”…….””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검을 쥐고 서로를 계속 응시하기만 했다.
대치 상태가 길어졌다.
나부터 움직이라는 건가?
은하는 피식 웃었다.
그동안 그와 대련을 했던 사람들은 죄다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것처럼 선공을 취하고는 했다.
그렇기에 은하는 지금껏 도전자를 상대한다는 심정으로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고는 했다.
그런데 민호가 지금 입을 꾹 다문 얼굴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노은하 네가, 먼저 들어오라고.
─그래, 좋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까짓 것 그렇게 해줄게.
은하는 흔쾌히 응해주기로 했다.
그가 지면을 밟았다.
천보
어디 첫 수를 어떻게 대처하는지 확인해보겠다는 요량으로.
은하는 무작정 뛰었다.
그제야 목민호가 움직임을 보였다.
그가 보폭을 좁히고 은하의 검에 집중한 것이다.
마나 크래셔
마나 크래셔
두 자루의 검이 마나를 머금은 채 금속음을 내며 충돌했다.
대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민호가 냉큼 검과 검이 맞붙는 흐름을 끊어내고, 단숨에 은하의 검을 쳐낸 것이다.
광무
목민호의 행동이 소극적이다.
첫 합에서 그의 움직임을 파악한 은하는 입술을 씰룩이고는 단숨에 다음 공격을 이어갔다.
목민호가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서 경기에 임했는지 몰라도.
안 됐지만 은하는 그의 생각대로 순순히 따라줄 의향이 없었다.
전략만 짠다고 다가 아니지.
내가 네 전략에 걸려들 수 있도록 만들 줄도 알아야지.
나는 선뜻 당해주지 않을 테다.
은하는 그러한 마음가짐을 전하듯 민호에게 연속적인 공격을 가했다.
그럼에도 목민호는 한순간 눈살을 찌푸리기만 했을 뿐, 날아드는 검을 쳐내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은하는 깨달았다.
…뭐지? 왜 내가 끌려가는 느낌이지?
마치 합을 맞추는 듯한 대련.
은하는 몇 번 합을 맞추는 사이에 자신이 목민호에게 유도당하고 있는 상황을 알아차렸다.
자신은 순간순간 검을 휘두르는데 지나지 않았으나.
목민호에게는 그가 휘두르는 검이 하나하나 계산이 된 듯했다.
이게 날 유도하려고 하네?
목민호의 목적인 무엇인지 모르나.
모르는 사이에 그의 수법에 넘어간 은하는 이죽거렸다.
이내 은하는 정면으로 달려들었고.
우보
목민호의 예상을 깨뜨리듯.
은하는 그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단번에 그의 뒤로 이동한 은하는 검을 휘둘렀다.
휘두르려고 했다.
─블레이드 후프(Blade Hoop)
은하가 뒤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텐데도.
목민호는 상단으로 쥐고 있던 검을 지면에 내리쳤다.
그 즉시, 목민호를 중심으로 하여 마나가 파장처럼 퍼져나갔다.
은하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우보를 사용해서 목민호의 배후로 이동하는 것까지 모두 그의 예상 안에 있었던 것이다.
스타일이 바뀌었어.
얘가 이렇게 방어적인 사람이었나?
검격과 검격이 충돌했다.
은하는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몸을 돌리는 민호를 보며 키득 웃었다.
아무래도 전투가 길어질 듯했다.
☆
지용현.
1학기에 제니스클랜에 실습을 나간 목민호는 그의 검술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때 가까이에서 그의 검술을 본 목민호는 깜짝 놀랐더랬다.
이 사람의 검은 방어적이야.
굉장히 방어적이다.
그는 검술에 있어 최고라고 불리는 이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방어에 치중해 있는 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검술은 지극히 단순했다.
무의미하게 검을 휘두르지 않고,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휘두른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뒤로 물러나 상대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도록 유도한다.
정(靜)을 기본으로 때를 기다려, 한순간에 행태를 동(動)으로 바꾸어 끝을 낸다.
정을 바탕으로 한 동적인 검술.
목민호는 지용현의 검술을 통하여 그러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하여 목민호는 자신의 검술에 깨달음을 접목시켰다.
그가 이전과 달리 은하에게 먼저 달려들지 않고, 은하가 먼저 오기를 기다린 이유였다.
좀 더…, 안으로 들어와라.
목민호는 은하의 검을 막았다.
그는 막는 것뿐만 아니라 노은하가 자신의 진영 안으로 조금 더 발을 뻗도록 유도했다.
물론, 노은하는 당해주지 않았다.
노은하가 민호가 자신을 중심으로 전방위를 공격할 수 있다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경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민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포인트 그래비테이션
(Point Gravitation)
지용현에게 배운 마법.
고등제어기술에 해당하는 마법은 자신이 마나를 흘려낸 무기에 닿은 물체를 닿은 지점으로 끌어당기는 마법이었다.
“……!?”
노은하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목민호는 차근차근 노은하의 검에 표식을 새겨놓았었다.
그러고는 그가 쾌(快)를 위주로 한 검술로 자신을 밀어붙이는 순간에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민호는 그가 인력에 이끌려 한 걸음 나아가서는, 더불어 그가 의도한 방향과 다르게 검이 움직이도록 했다.
아주 약간의 진로변경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주 약간의 차이가 가져온 힘이 노은하의 자세를 무너뜨리게 만들었다.
목민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술로 술식을 발동했다.
바인딩 위스프
(Binding Wisp)
속박마법.
목민호가 방출한 마나가 줄기가 돼 노은하의 팔과 발을 속박했다.
물론, 노은하의 실력이라면 필시 마법을 파훼해버리리라.
그래도 상관없었다.
몇 초라도 좋아.
몇 초라도 잡아끌 수 있다면.
목민호는 그것으로 족했다.
그는 검을 꽉 쥐며 나머지 술식을 전개해나갔다.
푸르른 마나가 전류를 일으켰다.
버티컬 스파크(Vertical Spark)
몇 줄기의 전류에 지나지 않았으나 몇 줄기의 전류가 가져오는 효과는 아주 컸다.
목민호는 전류를 연성하는 것으로 지독한 두통을 느꼈으나.
그는 이를 악물고 두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속박마법을 파훼하려는 노은하는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잘 봐라.
푸르른 전류를 휘감은 검.
목민호는 검을 수직으로 내리쳤다.
칼날을 둘러싼 전류가 길게 뻗어 노은하에게 날아갔다.
물론, 목민호는 노은하가 이렇게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눈발을 기는 겨울
이때를 기다렸다.
목민호는 돌연 은하의 칼날에 모인 전류를 보며 입가를 끌어올렸다.
마치 포효하는 듯이 노은하의 검이 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윽고 새하얀 칼날 속에서 검은 뱀의 형상이 떠올랐다.
그 뱀이 새하얀 칼날을 완전하게 물들였을 때─.
─쿠오오오오오!
속박마법을 파훼한 은하가 마법을 풀어헤쳤다.
마치 굶주려 있던 맹수가 풀려나듯 푸른 전류를 휘감은, 뱀인지 용인지 알 수 없는 존재가 달려들었다.
그러자 목민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검을 휘둘렀다.
아이언 크래셔
자신은 노은하에게 증명할 것이다.
그것을 위한 포석이었다.
목민호는 코앞까지 다가온 마법을 두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그러나─.
“─큭…!!”
그는 분명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의 검은 마법에 어떠한 상처도 내지 못했고.
마법의 질량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
몸이 저릿할 정도의 전류였지만.
은하는 목민호가 번개 속성을 지닌 마법을 구사한 사실에 감탄했다.
번개 속성 마법은 컨트롤이 극도로 까다로운 마법이었다.
과장을 하자면 전류의 꿈틀거림도 일일이 계산을 해야 하는 정도였다.
불꽃과 얼음과 달리 번개는 명확한 이미지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 그 경지에는 간신히 발을 들였을 뿐인 건가.
하지만 깜짝 놀랐다고 하나.
아직 완전한 마법이 아니었다.
은하는 그의 성장에 감탄하는 한편 눈발을 기는 겨울의 마법을 사용해 공격을 막아냈다.
애초 민호의 다음 행동으로 보아, 그가 노리고 있던 것은 은하 자신이 눈발을 기는 겨울의 마법을 사용해 반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그는 은하의 마법을 꺾는 것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잠깐 버티는 게 고작인가.
하지만 목민호는 뒤로 날아갔고.
은하는 아쉬움에 혀를 찼다.
목민호의 기프트라면…, 내 마법을 충분히 파훼하고도 남아.
목민호의 기프트는 .
이론상, 사용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베지 못하는 게 없는 걸로 알려진, 검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기프트였다.
그런데도 베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내 마법을 파훼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는 뜻이야.
은하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목민호의 기프트는 그의 확신으로 효과가 좌우되는 기프트였다.
따라서 목민호가 은하 자신의 검을 꺾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의 각오를 증명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즉, 목민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검을 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었다는 것이다.
“왜 베지 못했는지는…, 내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되지?”
“…….”
이대로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은하는 목민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기다렸다.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닦아낸 목민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자세를 취했다.
“…와라.”
한 번 꺾였으면 좌절도 하련만.
오히려 민호는 개운한 얼굴을 하고 은하를 도발했다.
이에 은하는 키득거렸다.
그래, 이래야 내가 리더로 점찍은 인재라고 할 수 있지.
어디 너의 각오를 보여봐라.
은하는 목민호에게 달려들었다.
☆
친구들 누구나 그렇지 않겠느냐만.
목민호에게 있어 노은하란 존재는 거대한 벽이었다.
너는, 언제나 나보다 앞에 있지.
친구들에게 노은하는 이정표였고, 곧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기대치는 높았고,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가까이에서 은하의 실력을 체감한 그들은 항시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자신을 단련시키려고 했다.
그때마다 노은하라는 벽은 너무나 높고, 또 크게 다가왔더랬다.
‘나한테도 알려줘, 그거.’ ‘마나 크래셔?’
노은하는 천외천(天外天)이라고.
결국 목민호는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민호는 자존심을 굽히면서 은하에게 가르침을 청했고.
노은하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으로, 그는 더욱 노은하란 존재가 자신과 얼마나 다른 위치에 서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어차피 노력해도 은하한테 절대 이기지 못할 텐데 뭐 하러 노력해?’
‘나는 십이좌가 되고 싶었어. 근데 여기 와서 노은하를 보고…,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꿈을 꾸고 있었는지 깨달았어.’
‘너희는 참 대단하다. 같이 있으면 좌절 같은 거 안 해? 난 처음에는 너희가 부러웠는데, 잘 생각해보면 너희가 불쌍한 것 같기도 해.’
‘노은하랑 기수가 같은 우리들은 평생 노은하에게 비교만 당할 거야. 그런데 너희들은 은하 옆에 있으니 더 비교를 당하지 않을까?’
‘힘들겠다. 너희는 주변 사람들한테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하잖아.’
목민호는 좌절하기도 했다.
자신이 아무리 성장한다고 해도, 자신은 평생 노은하에게 비교당하며 살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노은하에게 두려워하다, 끝내 노은하가 범접할 수가 없다는 존재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다시는 노은하에게 거역하지 않기로 결심한 학생들.
은하와 거리가 먼 학생들과 달리.
목민호는 가장 빨리 그런 좌절감을 알아차렸다.
비단 그만이 아니라 친구들 모두가 그러했다.
그들 모두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 맞아.
노은하 네 옆에 있으면 우리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려.
평생 노은하에게 비교당해야 하는, 비운의 운명을 지닌 동기들.
그중에서 특히나 기대를 받으면서 동시에 실망을 받을 노은하 사단.
노은하 사단이라는 존재는 사실은 경외 받을 계급이 아닌 부담 가득한 계급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포기할까 보냐.
목민호 그와 친구들은 마지막까지 절망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을 채찍질을 해가면서 노은하의 인정을 받으려 했고, 또한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다.
어찌 보면 은하와 가까운 사람들과 노은하 사단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의 차이는 노은하라는 벽에 좌절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일 수 있었다.
버티컬 스파크
목민호는 이를 악물었다.
좌절은 몇 번이고 경험했고.
그만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물러나서는 노은하의 들러리로 전락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친구들은, 노은하에게 대적하기로 했다.
“…큭…!”
세 번째 실패.
목민호는 실망하지 않았다.
뒤로 날아가려던 몸에 힘을 주어서 땅바닥에 붙어있도록 했다.
그러고는 다시 마법을 시전했다.
버티컬 스파크
이곳은 각오를 증명하는 자리.
이대로 노은하에게 잡아먹히느냐, 아니면 ‘나’란 정체성을 드러내느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자리였다.
목민호는 검을 쥐었다.
눈발을 기는 겨울
그래, 와라.
목민호는 눈에 힘을 주었다.
노은하의 검을 떠난 용이 다시금 아가리를 벌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쿠오오오오!!
노은하란 벽이 포효한다.
그 벽은 너무나 높고, 튼튼했다.
아무리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을 듯 자신이 나아가는 길에 서 있었다.
이대로 굴복하느냐.
아니면 나아가느냐.
목민호는 결단해야 했다.
아이언….
목민호는 검에 마나를 실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마나였다.
필시, 다음은 없을 것이다.
안 돼.
이 마법으로는 벨 수 없어.
용이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목민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술식을 풀어헤쳤다.
마법이란 ‘염원’이 담긴 것이었고.
아이언 크래셔라는 마법의 근원도 어떠한 ‘염원’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것은 제4위계 몬스터 각군봉의 수하를 쓰러뜨리겠다는 염원으로부터 기인한 마법.
다시 말해, 담을 수 있는 ‘마음’에 한계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고작 각군봉의 수하를 이기겠다는 염원으로 노은하를 쓰러뜨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진정, 노은하의 검을 꺾고 싶다는 각오를 보이고자 한다면─.
─새로운 틀에 담아내야 해.
풀어헤친 술식을 그러모은다.
술식의 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체계적이지 못하고 조악한 술식에 각오를 쑤셔넣는다.
노은하란 벽을 부수겠다는 각오.
오로지 확신에 찬 감정에 의지하며 마법을 만들어나간다.
쿠오오오오!!
남은 거리는 세 보.
확신을 구현화한다.
“……!!”
남은 거리는 두 보.
구현화한 확신으로 검을 벼린다.
쿠오오오오!!
남은 거리는 한 보.
칼날에 깃든 확신을 방출한다.
─더 월 브레이커
(The Wall breaker)
이것은, 자신의 세계를 깨부수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마법.
목민호는 모든 각오를 해방했다.
콰콰콰콰콰쾅!!
조악한 술식.
마법의 형태는 들쭉날쭉했다.
하지만 은색으로 번쩍이는 섬광은 날카로운 창이 되어 날아갔다.
창과 용의 격돌.
용이 창을 먹어치우려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키이이이이익!!
은색의 창은 부서지지 않았고.
마침내, 용의 아가리를 찢어냈다.
☆
승부는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목민호의 흐름에 휘말리던 은하는 차츰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갔다.
이후로 목민호는 노은하의 마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눈발을 기는 겨울
마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계속 용에게 잡아먹히는 목민호를 보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리를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노은하.
무언가를 극복하려는 목민호.
그것은 의지와 의지의 싸움이었다.
그들은 어느새 주먹을 쥐었다.
저도 몰래 바닥을 구르고, 때로는 바닥에 떨어지는 민호를 응원했다.
그리고─.
─더 월 브레이커
칠전팔기(七顚八起).
몇 번이고 쓰러져도 일어난 목민호 그가 마지막에 남은 마나를 쥐어짜 검을 내리그었다.
그 순간, 귀를 멀게 하는 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우며 은색의 섬광이 터졌다.
거대한 창처럼 보이기도 한 마법.
날카로운 빛줄기가 용과 충돌하고, 끝내는 그 용의 아가리를 찢어냈다.
쿠오오…오오….
용이 구슬프게 울었다.
이내 아가리가 위아래로 찢긴 용이 마나의 파편이 돼 사라졌다.
“”””……!!!!””””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흥분을 느꼈고.
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함성을 내질렀다.
비록 목민호가 체내 마나가 다해 쓰러지고 말았으나.
이것은 명백히 목민호의 승리와도 다름없었다.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람들은 노은하의 이름이 아닌, 의식을 잃은 목민호의 이름을 크게 부르짖었다.
☆
“”””목민호! 목민호! 목민…!!””””
경기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목민호를 부르짖고 있다.
“나, 원….”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목민호의 마지막 마법.
그때 은하는 그의 각오를 보았다.
그가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그래서 은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만감을 느꼈는데─.
“─이렇게 쓰러지면 어떡해? 다들 내가 아니라 네 이름을 부르고 있는데 이러면 안 되지.”
체내 마나를 모두 소진한 목민호가 하필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그래서 은하는 이겼으나 이겼다고 말하기 찝찝한 승리를 했다.
그럼에도 기분이 좋았다.
“─잘했어.”
목민호를 칭찬하며.
은하는 곧 바닥에 쓰러진 목민호를 들쳐업었다.
“그래도 아직은 멀었네. 내 마법은 파훼했을지 몰라도, 내 검은 아직 멀쩡하거든.”
목민호를 부르짖는 사람들.
은하는 그들에게 목민호를 대신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설마 자신을 보려고 온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목민호를 부르짖을 줄 몰랐다고 자조하며.
어쩌다 은하는 목민호의 들러리가 되고 말았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