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08
종합부문대회 4일차 결승전.
오전에 3, 4위 경기를 본 사람들은 점심을 먹고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는 아직 경기가 시작하지 않은 벌써부터 만석이었고.
아카데미 부지 곳곳에 마련돼 있는 중계실도 만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중계실에도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운동장 한가운데에 설치된 모니터 앞에 몰려들기까지 했다.
“이게 다 웬 돈이야? 올해는 아주 그냥 대박인데? 뭘 팔아도 사람들이 다 사간다, 야.”
“다들 노은하 선배랑 은혁 선배의 경기를 보려고 온 거지. 어제 내가 문화제 관리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올해 매출은 역대급이라더라.” “얼마나 나왔는데 그래?”
“아카데미가 개교한 이래 매출이 가장 높은 건 둘째 치고, 글쎄 그게 이미 둘째 날에 달성했다는 거야.” “뭐!? 아무리 그래도 좀 과장된 거 아니야? 어떻게 둘째 날에….”
“내가 더 놀라운 소리를 들었는데 그게 뭔지 알아?” “뭔데, 말해봐.”
“어제 기록한 매출이 첫째 날이랑 둘째 날 매출을 합한 거하고 거의 맞먹는다고 하더라.” “미친…. 대박이네.” “그냥 대박이 아닌 완전 대박이지. 그래서 학생회 애들이 걱정하더라.”
“무슨 걱정?” “내년에 선배들 다 졸업하시잖아. 그러면 문화제 매출이 떨어질 텐데 내년 문화제를 준비해야 할 애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
학생들은 신이 났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는 학생들은 역대급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상당한 돈을 벌어들이자 입이 귀에 걸릴 정도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종합부문대회 결승전을 보기 위해 어디에서든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근처를 돌아다니며 먹을거리를 파는 학생들의 매출을 갱신시켜주고 있던 것이다.
한편, 문화제를 구경하는 사람들도 신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야, 이런 게 대련이지. 애들끼리 칼부림하는 게 무슨 대련이야? 그게 뭐가 재미있다고….”
“눈을 즐겁게 하는 애들이 올해는 장난 아니게 많네. 특히 노은하가 보여주는 경기는 스케일이 달라요! 걔하고 싸우는 애들이 경기 도중에 휙휙 강해진다니까?”
“최은혁이라고 했나? 재작년 대회 우승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건지 기대되는걸.”
전날, 노은하와 목민호의 대련은 사람들을 흥분케 했더랬다.
워낙 흥분한 나머지 그들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경기 내용을 전했으며, 문화제를 촬영하러 온 방송국에서도 두 사람의 대련이 방송을 타게 되며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불과 하룻밤에 불과했으나.
하룻밤이 가져온 파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아카데미 문화제에는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다음 날에 대거 유입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관들은 진을 빼며 문화제를 통제하기 바빴으며, 또한 추가로 경기 중계 모니터를 세워야 했다.
그리하여─.
“─아! 둘 다 올라왔다!”
“이제 시작하려나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마침내 노은하와 최은혁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
아카데미 문화제 4일차.
이날은 종합부문대회의 결승전이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은하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그래야 했는데─.
“─잔 건지, 안 잔 건지 모르겠네.”
은하는 찌뿌둥한 얼굴로 일어났다.
잠을 통 자지 못했더랬다.
한서현 때문이었다.
이 누나하고 침대에서 같이 자느라 편히 자지도 못하고, 신경을 쓰느라 죽는지 알았네.
몇 시간 전.
취기가 돈 한서현이 그의 침대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그녀가 너무 곤히 잠들었던 나머지 은하는 새벽 3시가 지나도 그녀를 깨우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하룻밤 재우기로 했고─.
‘─내 침대인데 내가 맨바닥에서 자야 한다는 게 말이 돼?’
은하는 이불도 펴지 않은 바닥에서 불편하게 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서현을 안쪽으로 밀고, 그 역시 침대에서 잠을 잤다.
친구들과 야영을 한 경험이 많은 그로서는 이성과 같이 잔다는 것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은하는 그런 줄 알고 있었다.
…밖에서 자는 거랑 내 침대에서 자는 거랑 느낌이 달라서 그런가.
은하는 바로 옆에 있는 한서현이 신경이 쓰였더랬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그녀의 몸에 닿는 것은 물론, 붙어 있지 않아도 바로 옆에서 그녀의 온기가 전해져 왔더랬다.
하물며─.
─이 누나는 왜 옆으로 누워 자고 그러는 거야?
한서현이 은하가 누운 방향으로, 베개를 베고 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은하는 조금이라도 고개를 돌리면 한서현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결국 그는 천장을 보는 채로 누워 자신의 두 손을 꼭 깍지를 끼고서 잠을 청해야 했다.
그런 식으로 자니까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을 리가 없지.
여하튼 은하는 거의 몇 시간 동안 눈만 감고 있다 눈을 뜬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반면 한서현은 개운한 모양이었다.
‘─잘 잤니?’
‘못 잤어. 누구 때문에….’
‘왜. 혹시 긴장이라도 했니?’
‘긴장은 무슨.’
은하가 뒤척거리는 소리에 일어난 서현은 자신이 그의 방에서 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그에게 인사를 건넸을 정도였다.
“에휴….”
이후 두 사람은 기숙사를 빠져나와 간단히 아침을 먹고 헤어졌다.
은하는 밤새도록 바깥에서 기다린 경호원들에게 그녀를 바래다주고는 대회 준비를 해야 했다.
“그냥 마저 잘까….”
사실 준비랄 것도 없었다.
디바이스의 상태는 멀쩡했다.
그래서 방으로 돌아온 은하는 대뜸 침대에 드러누웠다.
대회가 시작될 때까지 그대로 잠시 눈을 붙이려고 했다.
붙이려고 했는데─.
“─웬 전화지? 하양이네?”
정하양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은 그는 이후 큰 봉변을 당해야 했다.
[─서현 언니는 돌아간 것 같네? 사감님한테는 안 들켰나봐?]“…어? 하양이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은하는 그때 위기감을 느꼈더랬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극저온의 노기가 깃들어 있었다.
[나는 문화제를 관리하느라고 편히 놀지도 못하고 있는데….]“하양아….”
[그런데 누구는 약혼자하고 같이 밤이 새도록 놀았나 보네. 그런데 그 누구가 내 남자친구네?]“…….”
[은아 언니한테 이를 거야.]“하양아, 내 얘기 좀 들어봐. 네가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유정이한테 이를 거야.]“……!!”
노은아 그리고 이유정.
그때 두 사람의 이름을 들은 그는 잠이 달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은하는 냉큼 정하양에게 용서를 구해야 했다.
다행히 극적인 타협을 맺었다.
[─나도 다음에 네 방에서 잘래. 나도 네 침대에서 잘 거야.]“…그래, 그러자. 난 그럼 바닥에서 잘게.”
“그래, 내 손 잡아….”
은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더랬다.
한서현하고 같은 침대에서 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은하가 정하양과 극적인 타협을 맺었을 때는 어느덧 대회 시간이 다가오고 있을 때였다.
얼마나 전화한 거지….
하양이 기프트가 알고 보니 이렇게 무서운 거였구나.
정하양의 기프트 .
연산처리능력이 뛰어난 정하양은 은하와 전화를 하면서 행정업무를 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일을 하는 동시에 은하와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진정으로 의 위험을 알게 된 은하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경기장으로 향해야 했다.
“─대장….”
“은혁이 너하고 대련을 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네.”
그리하여 종합부문대회 4일차.
마지막 경기에 임하게 된 은하는 무대 위에서 최은혁을 만났다.
은혁은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은하는 즐거운 기색을 보였다.
즐겁지 않을 리가 없지.
은혁이 얘는 내가 제일 먼저 굴린 인재인걸.
최은혁의 성장이 기대된다.
은하는 시리게 피는 겨울에 손을 얹었다.
이윽고─.
[─경기 시작.]종합부문대회의 마지막 경기를 알리는 신호가 울렸다.
☆
자신이 대장이라며 부르고 따르는 노은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최은혁은 결승전을 치르기 전부터 하염없이 고민했고, 지금도 계속해 고민하고 있었다.
─유속
아주 먼 옛날에는 알 것 같았다.
자신은 노은하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은혁은 어릴 적 자신이 품은 마음을 완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현월참
은하에게 초승달을 떠오르게 하는 검격을 날리며.
은혁은 점점 과거로 파고들었다.
이제는 잘 모르겠어.
대장이 내가 꿈꾸는 영웅과 거리가 멀다는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그래도─.
─노은하는 자신이 꿈꾸는 영웅 중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사람이었다.
최은혁에게 있어 노은하란 존재는 자신이 따라야 할 대상이기 이전에 자신이 선망하고 그리고 되고 싶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로, 최은혁은 자신이 품은 마음이 점점 빛을 바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은하의 여러 얼굴을 목격했다.
그리고 최은혁은 현실과 타협하고 순수하게 정의로운 영웅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있어서 노은하는 정의의 사도였다.
노은하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데─.
‘─노은하가 우리 엄마를 죽였어!’
온태양이 그날 부르짖은 말이.
최은혁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에 파문을 일으켰다.
자신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굳게 확신하던 생각이 흔들렸다.
정녕─.
─대장은 내가 선망하는 영웅이 맞는 걸까.
마음속에서 의문이 싹텄다.
의문의 싹은 그의 고민을 양분으로 서서히 피어올랐다.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 최은혁은 노은하와 검을 섞으며 의문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큭…!!”
강하다.
과연 대장이다.
뒤로 물러난 최은혁은 노은하의 실력에 혀를 찼다.
황진희의 가르침을 받으며 몇 년 사이 몰라보게 성장했다지만 자신의 실력은 노은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듯했다.
실력 차이가 압도적이다.
과연, 자신이 선망하는 대상이다.
검령 제1유형
하지만 그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최은혁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시계방향으로 경기장을 돌아 노은하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세 자루로는 날 상대할 수 없어. 적어도 한 자루는 더 만들어낼 줄 알아야지.”
모든 공격이 읽히고 있었고.
모든 공격이 막히고 있었다.
최은혁은 노은하와 검을 섞으면서 생각의 바다 속으로 빠졌다.
자신이 그에게 선망하게 된 점을 찾는 것에 몰두했다.
내가 처음 대장을 동경하게 된 건 유치원 때 날 구해준 대장의 등이 멋졌기 때문이야.
이윽고 그는 현재 자신이 만들어진 원점으로 돌아갔다.
유치원 시절, 자신을 구하기 위해 고블린과 사투를 벌였던 노은하의 뒷모습.
최은혁은 그를 용사로 비추어서는 그에게 이끌렸더랬다.
그로부터 노은하의 뒤를 쫓으면서 지금까지 계속 검을 연마했다.
끝내 그는─.
─대장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대장은 내가 꿈꾸는 사람이 맞아!
애써 자신의 의심을 모른 척하며 자신의 마음을 결정하려 했다.
아니, 매몰시키려 했다.
어렸을 적 자신이 만들어낸 틀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도대체 나한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뭐야? 다른 애들이랑 달리 나아진 게 하나도 없는데?”
“……!!”
“오히려 더 퇴보한 느낌이야.”
그가 검을 휘두르는 대로 응해주던 노은하가 그런 말을 꺼낸 것이다.
그 순간, 최은혁은 은하의 눈에서 자신에 대한 실망이 담기는 것을 느꼈다.
유속
현월참
자신이 지금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최은혁은 그만 울컥했다.
그가 무식하게 달려들었다.
당연히 그의 공격은 무의미했다.
노은하가 무심한 얼굴을 하고서는 그의 검을 막아낸 것이다.
그러고는 대뜸 말했다.
“─언제까지 내 등을 쫓기만 하고 있을 거야?”
“……!!”
“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나야? 그건 아닐 거 아니야.”
대장의 물음.
최은혁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
최은혁은 검을 세게 쥐었다.
그동안 최은혁은 대장의 뒷모습에 심취해 있었다.
대장과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의 등만을 보며 쫓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어떠한가.
…대장이 내 앞에 있어.
자신이 영웅처럼 등을 쫓던 사람이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최은혁은 노은하의 뒷모습이 아닌 그의 앞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대장을 상대하고 있어.
그제야 그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사실로 눈을 돌렸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19세에 접어든 그는 이제 자신이 동경했던 상대와 검을 섞고 있었다.
어렸을 적에는 대등하지 않았을지 모르는 일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 그는 노은하와 같은 선상에 서 있었다.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아….
자신이 쫓던 사람의 뒷모습은 진즉 어렸을 적에 지나친 뒤였건만.
그동안 자신은 대체 누구의 뒤를 쫓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자신은 그를 쫓고 있었던 게 아닌, 그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영웅상을 쫓고 있었을 뿐이다.
그것도 모르고 바보 같이 노은하가 자신의 영웅상이라고 투영했더랬다.
그래서 그는 노은하로부터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모습을 발견하고서는 괜히 자신이 잘못된 것인지 알고서 회의했던 것이다.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사실 노은하가 아니라─.
“─내가 되려고 하지 마. 난 네가 아니니까.”
자신이 꿈꾸는 영웅, ‘나’였다.
최은혁은 노은하의 말을 듣고서는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사실 어느 곳에도 아닌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다.
─쩌적
그러한 깨달음이.
그의 세계관에 균열을 일으키고.
그리하여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09(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