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11
문화제 5일차 오전.
오전에만 진행되는 5일차 문화제는 사실상 학생들이 부스를 정리하기 위해 있는 날이었다.
실제로 이날에도 운영하는 부스는 얼마 존재하지 않았다.
호수 주변에 설치된 부스를 제외한 부스들이 곳곳에서 철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거 들었어? 얼마 전에 여기에 가 강연을 하러 왔다더라.” “아, 하긴 그러겠네. 아카데미에서 매년 이 시기마다 십이좌를 초청해 강연을 하잖아. 근데 그게 뭐가?”
“강의장이 난장판이었다더라. 글쎄, 그놈이 팔이 떨어져나가도 고통을 느끼지 않고 싸우는 마법과 어떤 상황에서도 두 눈을 감지 않는 방법을 알려줬다잖아.” “…답네. 욕을 먹었겠구만.” “근데 그게 또 욕을 먹기도 했지만 의외로 호응이 좋았다더라. 근성론? 의 철학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던 모양이더라고.”
“끙…. 그놈은 역병의 근원이구만. 자기 클랜만 그렇게 만들면 되지, 아카데미 학생들까지 그렇게 바보로 만들려고 하다니….”
문화제 5일차에도 사람들의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아카데미 역사상 문화제 5일차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은 처음이었다.
“허…, 아주 이름 있는 사람들은 다 여기에 왔다고 생각하면 되겠네. 쟤네들이 왜 여기에 온 거지?” “그만큼 오늘 대련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는 뜻이겠지.”
십이좌 강현철.
그리고 노은하.
2세대 플레이어를 대표하는 사람과 3세대 플레이어를 대표하는 사람의 대련이었다.
두 사람의 대련은 마나관리기구와 아카데미의 주관 아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가장 큰 경기장에는 만석을 이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S급 플레이어들이 몇 명이냐….”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이 힘을 합치면 의정부 탈환하는 것도 꿈은 아니지 않냐?”
“S급 클랜들의 클랜로드들도 대거 참가한 모양이구만.”
이날, 경기장에 잇달아 내로라하는 플레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VVIP 관람석을 주시하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를 채워 앉는 사람들을 보고 절로 입을 벌렸다.
“저쪽에 앉아 있는 사람은 레귤러스클랜의 클랜로드 구연수이고….”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신라클랜의 클랜로드 김유진이구만.”
“템페스트클랜에서도 나왔군.”
그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 정확히 4시 방향.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와 함께 칠사자 3명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8시 방향에서 신라클랜의 클랜로드 김유진이 여섯별 중 4명과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같은 시각, 12시 방향에서는 템페스트 클랜로드 강예희와 함께 오맹금(五猛禽) 3명이 나타났다.
더불어─.
“─KK클랜의 행차구만.”
“기세가 아주 대단하군. 저것들이 길을 막으면서 등장을 하네?”
2시 방향.
KK클랜의 서브로드 중 한 명과 칠대호(七大虎) 3명이 위풍당당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등장했다.
“저기는 클랜로드가 보이지 않네.”
“십이좌잖아. 바빠서 안 왔겠지. 가 어디 한가한 사람도 아니고….”
“그럼 다른 십이좌는?” “웬 다른 십이좌?”
“저기 봐봐.”
명망 있는 플레이어들의 등장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10시 방향의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남자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제니스클랜에서는 이 직접 올 줄이야….”
제니스 클랜로드이자, 십이좌인 지용현의 등장.
이내 그의 뒤를 따라 오검 2명과 몇몇 플레이어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를 시작으로─.
“─허…. 뭐냐. 바쁘신 분들이 대체 여기에 볼 게 뭐가 있다고 이렇게 우루루 나타나는 거야?”
3시 방향.
명왕 클랜로드를 맡고 있는 동시에 십이좌를 역임하고 있는 도완준과 오령 2명의 출현.
11시 방향.
블레이즈클랜의 서브로드와 행정관 그리고 팔옥 전원의 등장.
마지막으로─.
“─까지 납셨구만.”
십이좌 박혜림이 노은아를 대동하고 얼굴을 비췄다.
그녀는 휴가를 받고 나온 것인지 레귤러스 클랜원들이 자리해 있는 VVIP석이 아닌 VIP석으로 향했다.
“대체 십이좌가 몇 명이야….”
오늘 대련에 나서게 되는 십이좌 강현철을 더하여.
이날, 경기장에는 4명의 십이좌가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
이날을 위해 휴가를 받은 은아는 자리에 앉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언니, 클랜로드가 저기 계시는데 저기서 보는 게 낫지 않아요?”
이제 곧 은하의 대련이 시작된다.
상대가 플레이어 업계에서는 거의 슬레이어처럼 여겨지는 였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은하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은하가 강하다고 하다지만 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혹시라도 은하가 다치는 것을 대비해서 언제든 바로 경기장에 뛰어들 수가 있는 자리에 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바로 아래에 있는 레귤러스클랜의 VVIP석 같은.
그런데 박혜림 왈─.
“─저기에 앉았다가 괜히 높으신 분들 상대할 일 있니?”
“아….”
“클랜로드 주변을 바라보렴. 다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인데, 은아 네가 저분들을 상대하면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혜림 언니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전 여기서 은하를 응원해야겠어요.”
박혜림의 말에 틀린 게 없었다.
노은아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이 자리도 만약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언제든 뛰어내릴 수 있는 자리였다.
“그리고 은아 네가 걱정하는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 거야. 듣자하니 아카데미에서도 오늘 대련을 위해서 여러 조치를 취해놨다고 하니까.”
“정말로 그럴까요? 이전에 언니가 말해준 대로라면 선배님한테는 ‘아마’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이 그래도 정신머리가 있다면 아마 자제하지 않을까? 아마….”
노은아의 질문.
박혜림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피하려고 했다.
사실, 그녀도 확답할 수 없었다.
그녀가 일부러 휴가를 쓰면서까지 이 자리를 찾은 이유가 있었다.
제발 부디 아무런 일도 없기만을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무슨 일이 터질 거야.
이 인간이 하는 짓인데 마음 편히 끝날 리 없어.
은아에게는 말할 수 없었지만.
박혜림은 사실, 강현철이 미연에 저지를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이 인간 때문에 십이좌의 위상이 얼마나 떨어지고 있는 거야.
이 이상 떨어지지 못하게 어떻게든 막아야 해.
경기는 시작하지도 않았건만.
박혜림은 벌써부터 긴장이 되었다.
그녀가 은아 몰래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때였다.
“─어머. 은아 아니니?”
“…네? 어? 여름 언니!”
가만히 경기를 기다리려고 했더니.
별안간 누군가 옆자리에 앉아서는 은아에게 말을 건 것이다.
박혜림은 은아의 반응을 살피고는 바로 자신의 옆에 앉은 여성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언니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몸은 이제 아프지 않은 거죠? 이게 얼마만이에요?” “그러게, 이게 얼마만이니? 너도 오늘 경기 보려고 온 거니?” “네! 오늘 대련에 나가는 사람이 제 남동생이거든요. 언니도 아시죠? 노은하.”
“그럼 당연히 알지. 그래서 나도 그 애가 십이좌랑 어떻게 싸우는지 궁금해서 보러온 거야.”
자신을 봄여름이라고 소개한 여성.
박혜림은 은아와 재잘재잘 떠드는, 모자와 안경을 쓰고 있는 여성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정체를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쉿.”
“……!!”
눈을 마주친 그녀가 돌연 손가락을 입술에 댄 것이다.
선녀 임가을.
그녀가 종종 하던 행동이었다.
박혜림은 너무 깜짝 놀라서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혜림 언니? 왜 그러세요?”
“그러게요. 꼭 보면 안 되는 사람이라도 본 것처럼….”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노은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봄여름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러고는 그녀가 짧게 혀를 찼다.
박혜림은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이내 그녀가 황급히 자리에 앉으며 봄여름, 아니, 임가을에게 사과했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속닥거렸다.
“선녀님, 대체 여기는 왜….”
“가끔은 이렇게라도 쉬어야지.” “아무리 그러셔도 그렇지 호위사도 대동하지 않고 오시면….”
“호위사는 없지만 나를 호위해줄 사람은 여기 있는데?”
“네?”
임가을의 태도는 태연했다.
반대로 박혜림은 안절부절 못했다.
그때, 임가을이 자신의 옆에 앉은 여성을 그녀에게 소개시켜주었다.
“─안녕하세요.” “은아야, 인사해. 나하고 같이 온 친구야. 이름은…, 김겨울이라고 해. 나하고 동갑이야.” “안녕하세요! 겨울 언니!”
“설마….”
박혜림의 눈이 크게 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녀를 떠올리는, 고깔모자를 쓴 여성은 생긋 웃었다.
그녀가 길고 긴 흑발을 넘겼다.
그럼에도 박혜림은 그녀가 누군지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머리칼을 흑발로 물들였다고 하나, 마녀를 떠올리게 하는 고깔모자와 몸매가 드러나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한 명밖에 없었다.
설마 십이좌를 데려오다니….
십이좌 프리시스 메모리.
넋이 나간 박혜림은 프리시스 메모리와 임가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자 임가을이 생긋 웃었다.
“어떠니? 이 정도면 호위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리고 마침, 내 옆에 너도 있네?” “아….”
일부러 대하기 껄끄러운 사람들을 피했다고 생각했더니.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선 사람과 경기를 관전하게 된 박혜림은 입을 다물지 못했더랬다.
☆
결국 그날이 찾아왔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경기장에 올라오게 된 은하는 대뜸 한숨부터 쉬었다.
“안녕! 몸은 많이 풀어뒀지? 오늘 재밌게 싸워보자!”
“하….”
“빠빠….”
은하를 보고 반기는 미친 오징어.
은하는 머리가 아팠다.
마음 같아서는 경기를 기권하고서 병원 침대에 누워 있고 싶을 따름이었다.
내가 그런다고 미친 오징어 놈이 그렇게 놔줄 리도 없고….
싸울 때까지 계속 싸우자고 나한테 매달리겠지.
의 성격이라면 잘 안다.
한 번 에게 찍힌 이상, 그가 만족할 때까지 그의 눈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은하가 끝내 어쩔 수 없이 경기장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뭐 이렇게 많아?
그러는 한편 은하는 주변을 보며 탄성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화제 마지막 날인데도 경기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무엇보다도─.
─십이좌가 몇 명이야.
S급 클랜의 클랜로드와 간부들은 물론이고, 십이좌들까지.
은하는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거의 필연적으로 갈라지는 인파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야, 노은하. 지금 어디 보는 거냐? 이게 경기 중에 한눈을 파네?”
“…아직 경기 시작도 안 했거든요.”
“시끄러. 경기장 위에 섰으면 바로 그 순간부터 전장에 선 거다. 이거 꼭 명심해라. 네가 준비되는 때까지 기다리지 않….”
강현철의 조언.
은하는 흘려들었다.
길고 긴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결국 관람객들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해달라는 뜻이었다.
“현철이 너, 그만 입 좀 다물래?”
그러던 그때였다.
은하와 강현철과 함께.
심판으로서 경기장에 올라와 있던 신서영이 입을 열었다.
제아무리 미친 오징어라 하더라도 신서영에게는 굽히고 들어갔다.
그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닫았다.
“그럼 지금부터 이번 경기 규칙을 설명하도록 할게. 다들 바닥을 봐.”
“”…….””
경기장에는 여러 방향에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모니터에 두 사람이 서 있는 바닥이 나왔다.
은하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미친 오징어를 중심으로 바닥에 웬 빨간 동그라미가 생겨났네.
강현철을 중심으로 생겨난 원.
붉은색으로 칠해진 원의 반경은 강현철의 보폭을 기준으로 2~3걸음 정도였다.
“대련을 시작하게 되면 네가 처음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야. 현철이 네가 이 영역 밖으로 몸을 움직이면 그 즉시 대련이 종료될 거야.”
신서영이 설명을 시작했다.
사전에 대충 설명을 들은 은하와 강현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현철이 네가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은 점점 늘어나게 될 거야. 마지막에는 아마 경기장의 80%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될 거야. 아, 단계는 다섯 단계로 나뉠 거야. 지금이 1단계지.”
요컨대 강현철의 움직임은 5단계로 봉인이 된다는 것.
봉인이 풀리게 되더라도 강현철이 경기장 전체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철이 너는 데미지를 측정하는 아티펙트를 차게 될 거야.”
이내 신서영이 강현철에게 상자를 건넸다.
상자 안에는 목걸이, 팔찌, 발찌, 벨트 등이 들어 있었다.
각 장신구에는 가운데에 수정구가 박혀 있었다.
“데미지를 받을 때마다 수정구에 푸른색이 차오를 거야. 은하 네가 이 대련에서 승리하려면 수정구가 전부 푸른색으로 빛나게 만들든가, 현철이가 지정된 영역에서 벗어나게 만들면 되는 거야.”
수정구의 크기는 주먹 하나 정도.
하지만 신서영은 수정구가 작아도, 데미지를 측정하는 기준이 까다로워 수정구의 색이 빨리 차오를 것이란 착각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교관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한 데미지 측정 장치니까 너희가 원 없이 싸울 수 있을 거야. 아마….”
“진짜 재미있겠는데?” “진짜 재미없겠네요.”
내가 왜 심판을 맡아야 하는데.
신서영은 강현철과 노은하를 보고 푸념하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사전에 몇 번 들었겠지만 현철이 네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어깨에 짊어진 디바이스 하나뿐이야. 아티펙트나 포션 같은 것은 절대로 사용하지 못해.”
신서영이 대뜸 강현철이 어깨에 진 대검을 가리켰다.
그녀가 누누이 주의를 주었다.
그러고는 사람을 죽일 수가 있는 마법은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근데 누님, 살상용 마법의 기준은 어떻게 판단하는데요?”
“기준이 되게 애매하기는 하지만 날 포함해서 교관들이 판단했을 때 이건 너무했다고 생각하는 마법은 살상용 마법이야.” “기준이 참….”
“그리고 대기하고 있는 서포터의 마법으로 치료할 수 없는 독이나, 그에 준하는 피해를 입히는 마법도 살상용 마법이야.”
너희 양심에 맡기겠다면서.
신서영이 손뼉
을 짝 쳤다.
“그럼 다치지 말고 싸우고. 제발, 제발 부탁인데 우리 사고 일으켜서 서로 힘들게 하지 말자?”
“저도 그러고 싶네요.” “하하, 누님. 너무 걱정하는 것 같은데요? 여기 뭐 태울 게 있다고 그래?”
신서영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윽고 그녀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은하와 강현철은 검을 쥐었다.
“은하야, 이날을 기다렸다.”
“이날이 오지 않기만을 빌었는데.”
강현철은 웃었고.
은하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대련 시작.]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
“자, 와라와라!”
강현철은 입가를 끌어올렸다.
대련 규칙이 너무 어렵긴 했지만 요는 붉은 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었다.
그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자신의 발밑에 생겨난 마법진에 구속됐다.
그럼에도 히죽 웃어서는 은하에게 검을 겨누었다.
“선공은 너한테 양보하마.”
“그러려고 했거든요?”
선배 된 사람으로서.
강현철은 은하에게 선공을 양보하기로 했다.
애초 그는 반경 2~3걸음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은하가 먼저 공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 먼저 공격하겠습니다.”
“그래, 와라!”
어디 올 테면 와봐라!
네가 하는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또 피하면서 봉인이 모두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겠다.
강현철이 송곳니를 내보였다.
그러고는 은하의 공격을 기대했다.
그런데 은하는 야비하게도 그에게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너랑 싸울 수 있다면 아무렴 어때. 어차피 봉인이 풀리기만 하면 그때 제대로 싸울 수 있을 텐데….
봉인이란 여흥에 불과하다.
자신이 은하의 성장을 파악하는, 그런 여흥.
그래서 강현철은 조급해하지 않고 은하의 공격을 기다렸다.
그런데─.
─어라…?
은하가 검을 두 손에 쥐었다.
그의 검이 백금색의 빛을 발했다.
처음에는 은하의 마법을 구경하던 강현철은 마법의 기세가 심상치 않게 커지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플래티나 크로스
선수필승.
백금색의 섬광이 번뜩였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12(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