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12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서현은 부모의 허락도 받지 않고 외박을 했다.
그리고 외박을 하고 집으로 돌아간 한서현은 초췌한 몰골로 기다리던 아버지를 만나야 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더랬다.
‘─앞으로 늦더라도 밤 10시까지는 집에 들어오도록 해라. 안 그러면, 내가 준 카드 다 끊어버릴 줄 알아.’
사실상의 외박 금지 명령.
카드를 끊어버리겠다는 협박.
그녀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군말을 하지 않고 수긍했었다.
속마음을 조금 보태자면─.
─아빠가 그 정도로 걱정한 것은 일본에서 있었던 일 이후로는 거의 처음인가.
아버지의 등 뒤에서 피어오른 색이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었더랬다.
오랜만에 아버지의 걱정을 사게 된 한서현은 즐거운 기분으로 방에서 마저 잠을 청했다.
사실 그녀는 은하의 방에서 자느라 묘하게 긴장이 되어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때 그녀는 반쯤 깨어 있었고.
다만 그녀가 긴장하고 있던 일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 억울하기는 하네.
결국 그날에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아버지의 입김이 들어간 경호원들과 같이 다녀야 한다니….
여하튼 한서현은 집안의 감시를 받게 되었다.
평소에 그녀를 경호하던 사람들도 일부 바뀌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녀의 명령보다도 아버지의 명령을 더 우선시했고─.
“─너희 집이 좀 엄한가 보구나? 아니면 회장님 포스가 강력하신가? 저분들이 네 말보다 회장님 말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보면.”
“마음대로 생각해.”
그녀가 재학하는 대학 인근 식당.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삼라그룹의 직계 오해인과 점심 약속을 하게 된 한서현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아버지의 명령을 받은 경호원들이 그녀가 밖에서 대기하라고 있으라는 명령을 내렸는데도 기어코 그녀와 같이 있겠노라고 말한 것이다.
오해인은 그 광경을 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 내가 자주 찾는 맛집이야. 룸으로 돼 있어서 사람들 시선에도 잘 띄지 않고, 음식도 참 맛있거든. 서현이 너도 마음에 들 거야.”
“나도 여기 알아. 언니랑 이전에 같이 온 적이 있거든.” “아, 참. 서연 언니도 여기 다니고 있었지. 그러네. 어떻게 보면 나보다 네가 더 근처 맛집에 대해 잘 알겠다.”
왼쪽은 노랑, 오른쪽은 파랑.
제각기 다른 색의 눈동자를 지닌 오해인이 살가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한서현은 그저 그녀가 말하는 말에 짤막하게 대답을 해줄 뿐이었다.
곧이어 음식이 나왔다.
슬슬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식기를 배부 받고.
오해인은 마치 과장된 소리를 내며 음식을 음미했다.
반면 한서현은 식기에 손을 뻗다가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하고 곧장 뒤에 서 있던 경호원을 불렀다.
“네, 아가씨.”
“가게 주인에게 부탁해 저기 있는 TV 좀 틀어달라고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벽면에 TV가 걸려 있었다.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진즉 파악한 한서현은 시간이 되자 경호원에게 TV를 켜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리모컨을 가지고 돌아온 경호원이 그녀가 원하는 방송채널을 틀어주었다.
주로 플레이어 업계에 대해 다루는 방송채널이었다.
때마침 노은하와 강현철의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
경기는 시작되지 않은 듯했다.
다행이네.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조금 전, 음식을 맛보았을 때에도 평상시와 다름없는 표정을 유지하던 한서현.
그녀가 화면에 나오는 은하를 보고 얼굴을 풀었다.
오해인은 그녀의 변화를 발견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은하를 좋아하는가 보구나? 나는 네가 정
략적인 목적으로 걔랑 약혼했는가 했는데…. 지금 보니까 그건 꼭 아닌 것 같네?”
“그래, 네 마음대로 생각하도록 해. 그런데 나랑 밥을 먹자고 한 이유는 뭐니? 이제는 말해줬으면 하는데.”
“동기끼리 밥을 먹을 수도 있지. 이렇게 말한다면 네가 싫어하려나? 솔직히 말하면 서현이 너랑 친분을 쌓고 싶어서.” “친분이라면 지금도 충분할 텐데. 아니면 나한테 뭔가 얻을 것이라도 있어서 그런 거니?” “글쎄…, 어떨까?”
“…보아하니 내가 아니라 우리한테 얻을 게 있는 모양이로구나.”
TV 화면에서 눈을 떼고.
이내 한서현은 시선을 향하고 있는 오해인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녀가 미소를 짓는 얼굴을 하며 자신의 환심을 사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서현은 상대의 눈을 통해 상대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한서현은 오해인의 의중이 자신이 아닌 시리우스그룹에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오해인의 미소가 굳어졌다.
“서연 언니는 어느 정도 알겠는데, 서현이 넌 가만 보면 참 모르겠어.”
“…….”
“주변에 관심이 없어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눈치는 참 빠르단 말이야. 너 혹시나 사람의 마음이라도 읽는 기프트라도 있는 거 아니지?”
“그런 게 있을 리 없잖니.”
그러고는 깔깔깔.
그녀가 마치 눈가를 닦는 척하면서 큰소리로 웃었다.
한서현은 그녀가 애써 들킨 감정을 추스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서현은 오해인의 분위기에 휘말려들지 않겠다는 듯이 묵묵히 식기를 움직였다.
그녀가 음식을 음미했을 때쯤─.
“─맞아. 우리가 시리우스그룹에 얻고 싶은 게 있거든. 그래서 네가 말이라도 전해주면 안 될까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
“그런 일이라면 내가 아닌 언니나, 아예 아버지한테 말을 전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미안하지만 나한테는 네가 원하는 말을 전할 수가 있는 자격도, 힘도 없거든.” “아니, 서현이 너한테는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만나자고 했지.”
오해인이 턱을 괸다.
서현은 포크에 파스타를 돌돌 말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네 인맥.” “……?”
“서현이 네가 일본에서 쌓은 인맥, 네가 우리한테 그들 좀 소개해주지 않겠니?”
오해인의 예상치 못한 제안에.
한서현은 손에서 식기를 놓았다.
테이블 너머에 있는 오해인은 여전히 생긋 웃고 있었다.
반면 한서현은 그녀를 따라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너희가 왜 그걸 필요로 하니?”
한서현은 얼굴을 굳혔다.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오해인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도 일본에 진출하고 싶어서. 겨우겨우 후쿠오카까지는 뚫었지만, 너희처럼 요코하마까지 들어갈 만큼 일본 전체를 시장으로 삼을 정도로 성공한 건 아니거든.” “…….”
“솔직히 너희 혼자서는 힘들잖아. 우리도 한 발 걸칠 수 있게 해주면 안 되겠니?”
오해인의 부탁.
한서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곧 머릿속으로 삼라그룹의 현재 상황을 떠올렸다.
얼마 전에 삼라 통운이 전국 곳곳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던가.
단군그룹이 몰락한 이상.
또한 시리우스그룹과 앨리스그룹의 용인을 받은 이상.
현재 삼라그룹의 유통망은 전국에 뻗어나가 있는 상황이었다.
독점이라 할 수 있지는 않았으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삼라그룹의 이름이 차츰 박히고 있는 중이었다.
필시 삼라그룹의 성장세를 본다면, 언젠가 육상 유통의 패자가 될 거라 가늠할 수 있었다.
아니, 지금 당장 시리우스그룹과 앨리스그룹에서 삼라그룹을 속박한 족쇄를 풀기만 한다면─.
─나한테 이 말을 꺼내는 걸 보면 안정적으로 진출한 것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토대를 다져놓은 것이라 생각해야 하나.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단군그룹의 사람들을 빼온 건가?
어떻든지 우리 예상보다 빠르네. 육지로 올라올 수 있는 발판을 아주 조금 열어준 것뿐인데 말이야.
삼라그룹은 지금보다 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다.
그것은 시리우스그룹에게는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시리우스그룹이 원하는 것은─.
─시리우스그룹에게 필요한 것은 갤럭시그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장기말이야.
지금처럼 우리 통제에서 벗어나, 오히려 우리의 입지를 위협하려는 역할이 아니라.
한서현은 오해인의 부탁을 상당히 불쾌하게 여겼다.
시리우스, 루미너스, 앨리스, YH.
갤럭시그룹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암묵적 동맹은 YH그룹이 빠지면서 영향력이 약화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YH그룹이 갤럭시그룹과 동맹을 맺으려 하는 움직임도 계속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에 시리우스그룹은 견제축으로 삼라그룹을 끌어들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동맹으로 끌어들였다 해도 기존 그룹들과 삼라그룹의 관계는 결코 대등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삼라그룹은 동맹의 사냥개나 다름이 없었다.
“삼라 통운에 집중하지 그래. 지금 통운에 힘을 실어주느라 가용가능한 자금도 인력도 많이 없을 텐데 굳이 해운에도 신경을 쓰려 하니.”
그런데 사냥개가 주인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시리우스그룹은 이미 삼라그룹에게 지상의 유통을 양보한 뒤였다.
하지만 삼라그룹은 지상뿐만 아닌 시리우스그룹의 해운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해운으로는 삼라를 이길 수 없어. 지금도 국내로 통하는 해운은 거의 삼라가 장악하고 있는 마당이고….
한서현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녀는 에둘러 말하는 척, 적당히 가지고 있는 것에나 집중하란 말을 돌려주었다.
그러자 오해인은─.
“─그럼 갤럭시그룹을 찾아가볼까. 거기가 간간이 중국이랑 교류하는데 그쪽 시장도 나쁘지 않지.”
“…….”
키득거리며.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이에 한서현은 눈에 힘을 주었다.
“너희랑 한 약조가 있기는 해도, 딱히 약조를 어긴 것은 아니잖아? 애초 사업하는데 영원한 적은 없는 법이고.”
“…….”
“우리야 너희랑 갤럭시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얻을 것만 얻으면 되는 일이니까. 안 그래?”
오해인이 포크로 버섯을 찍었다.
그녀가 한서현의 시선을 무시하며 크림에 버무린 버섯을 먹었다.
이내 오해인이 살갑게 말했다.
“솔직히 너희에게도 손해는 없지. 둘이 힘을 합치면 일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지 않을까?”
“…….”
“물론, 그건 너희가 원하는 일이 아니겠지. 너희가 원하는 건 우리가 고분고분 너희 말에 따르는 것뿐일 테니까.”
오해인이 천천히 접시를 비운다.
정작 한서현은 어느 음식도 입에 대지 않고 있었다.
그녀에게 오해인의 부탁은 너무나 무례하게 여겨지기만 했다.
이래서 이 애가 싫은 거야.
우리 언니 같으니까.
꼭 한서연을 상대하는 듯한 기분.
한서현은 계속해 쌓이는 불쾌감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그때였다.
“아니면 내 부탁을 들어주는 걸로, 우리 내기할까?”
한서현의 기분을 파악했는지.
오해인이 화제를 돌렸다.
그녀가 포크로 TV를 가리켰다.
“마침 적당한 내기거리가 있네.” “…….”
“은하랑 의 대결. 둘 중에서 누가 이기는지 내기하자. 만약 내가 내기에서 이긴다면 네가 일본에서 만든 인맥을 소개시켜주면 좋겠어. 반대로 네가 이긴다면, 내 부탁은 없었던 걸로 해도 좋아. 안타깝지만 갤럭시그룹하고도 안 붙어먹을 것을 약속할게.”
화면에는 은하가 비치고 있었다.
한서현은 오해인의 포크가 은하를 향하고 있는 게 거슬렸다.
급기야 그녀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내가 해야 할 이유라도 있니? 갤럭시하고 붙어먹을 거면 그러렴. 과연, 그때는 우리 쪽에서 어떻게 보복할지 알 수 없지만. 알지 않니? 우리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너희를 다시 바다로 쫓아낼 수 있다는 것.” “…….”
“그런 협박은 우리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 말하지 그러니.” “아이구, 무서워라.”
한서현이 싸늘하게 경고했다.
하지만 그녀의 위협은 오해인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해인이 일부러 밉살맞은 것처럼 그녀의 말을 흘러 넘긴 것이다.
그러고는 말을 꺼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이긴다면 한 가지 이익을 더 챙겨줄게.”
오해인의 구슬림.
한서현은 콧방귀를 끼었다.
보나마나 오해인은 처음부터 그리 말할 속셈이었으리라.
한서연이 자주 써먹은 수법이었다.
한서현은 무심히 흘려듣기로 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루미너스그룹에서 요새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지? 외부에서 자꾸, 이제 건강을 되찾은 보옥 좀 보게 해달라고 말이야.”
“…….”
“하지만 루미너스그룹 입장에서는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꺼려지겠지. 세상에 보이는 순간, 그 애는 평생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게 될 테니까.”
예상치 못한 화제였다.
시리우스그룹과 관련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던 한서현은 뭐라고 답하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해인이 말을 이었다.
“─그거, 어쩌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오해인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한서현은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 아이가 손가락질을 받지 않게 완전히 막아줄 수 없겠지만 그나마 덜 받게 해줄 수 있을 거야.”
“말해봐, 어디.”
“욕받이가 둘일 필요는 없는 거지. 이유정이 등장하는 시기에 맞춰서 내가 사람들의 욕받이가 될게. 아주 거하게 패악을 부리는 거지.” “……!” “나도 눈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상황이야. 그런 내가 패악을 부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 것 같니? 아마 내 평판은 엄청나게 떨어지겠지? 그럼 반대로 이유정은 어떨까?” “…….”
“앞이 보이지 않아 가엾어. 그런데 얘는 앞이 보이지 않는데 눈 색깔도 이상한 오해인과 다르게 참 착하네? 가엾고 착하다는 이미지를 내세우면 그렇게 욕먹을 일도 없을걸?”
“네가 그렇게까지 해서 욕을 먹고 얻는 건 없을 텐데?”
“없기는 왜 없니? 오해인 저 애는 성격이 개차반이니까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족속이야. 그리고 또 내가 무슨 미친 짓을 저질러도 그러려니 받아들여지겠지.”
“…….”
“그게 너와 내 차이야. 처음부터 개썅 마이웨이로 살았던 나는 거의 잃을 게 없어. 서현이 너나 하양이, 루미너스그룹의 이유정처럼 남들이 떠받들어주는 삶을 살았던 너희랑 다르게.”
이유정이 여름에 은하의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정재계에서는 이유정이 공식행사에 참여해도 되지 않느냐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여론은 점점 세를 부풀려갔고.
이제는 루미너스그룹도 이전처럼 거절하기 애매해진 상황이 됐다.
결국 이유정의 사교계 입문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한서현은 오해인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그 애가 걱정을 덜하겠지.
노은하.
자신의 약혼자.
어쩐 일인지 그는 이유정에게 아주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는 아닌 척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아주 잘 보였다.
그래서 그녀는 친한 친구이기도 한 이유정을 더 각별히 챙기고 있었다.
“─그래, 좋아. 그렇게 하자.”
“아주 좋은 대답이야.”
따라서 한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해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한서현은 그녀의 감정을 살폈다.
오해인의 감정은─.
─걸려들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자신을 깔보고 있다.
하지만 한서현은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내기를 하는 데 있어서 지는 것은 언제나 상대방을 깔보는 상대였다.
한서현의 경험상, 그들은 언제나 그녀의 앞에서 자멸하고는 했다.
“자, 그러면 누가 이길지 정하자. 서현이 넌 당연히 은하가 이기는데 내기할 생각이지?” “그래, 맞아.”
“하지만 잘 생각해보는 게 좋아. 은하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상대는 십이좌거든. 특히 저 사람은 국내에서 최강으로 거론되는 셋 중 한 사람이야.”
“말이 많구나. 은하한테 걸게.”
“나하고 같이 한테 걸어서 무승부를 노리는 방법도 있는데…. 그래, 뭐 어쩌겠니.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아줘.”
어깨를 으스대는 오해인.
한서현은 거만을 떠는 오해인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TV로 시선을 보냈다.
이제 막 경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플래티나 크로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된 직후 돌연 요란하게 빛이 나는 TV 화면.
갑작스런 상황에 오해인이 얼빠진 소리를 냈다.
하지만 한서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빛이 서서히 꺼지는 화면을 계속 주시하기만 했다.
오해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은하가 지는 일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
한서현은 지는 승부는 하지 않았고 또 노은하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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