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14
강현철이 불꽃을 먹었다.
그리고 마나를 회복했다.
은하는 눈앞에서 일어난 광경에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봤냐?” “빠빠….”
혹시나 꿈을 꾸는 것은 아닐까.
은하는 어깨 위에 앉은 불닭이에게 물었다.
불닭이도 두 눈을 끔뻑끔뻑하면서 황당하다는 감정을 흘리고 있었다.
저건 진짜 인간도 아니야.
이내 은하는 끙 소리를 앓았다.
이전 삶에는 없던 일이었다.
설마 불꽃을 체내 마나로 환원하여 사실상 불꽃을 다루는 공격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릴 줄 몰랐다.
나아가 공격을 흡수하기도 했으니.
강현철에게 불꽃을 다루는 공격이 더는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아예 상극이 되어버렸다고 할 수가 있는 상황이었다.
“야.”
“삐삐.”
“우리도 저렇게 못하냐?”
3번째 봉인이 풀렸다.
이제 남은 봉인은 2개.
붉은 동그라미에서 최대한 벗어난 은하는 체내 마나를 회복했다.
그러고는 불닭이에게 물었다.
저놈도 했는데 우리가 못하겠어?
불꽃을 마나로 환원하는 것 따위, 분명 불닭이도….
은하는 불닭이를 믿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배신당했다.
“빠빠빠 뿌뿌뿌 삐삐삐.”
“젠장….”
나는 가능하다.
하지만 아빠는 불가능하다.
불꽃을 마나로 환원하는 과정에서 마나를 받아들이는 심장이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자칫 잘못했다가는 심장이 불길에 타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대충 감정선으로 전해들은 은하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빠삐뿌삐 빠빠 뿌뿌뿌.”
그러니까 아빠 포기해.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이윽고 불닭이가 날개를 펼쳐서는 은하의 얼굴을 톡톡 쳤다.
제 나름대로의 위로인 듯했다.
결국 저놈만 할 수 있다는 건가?
기프트가 진짜 사기야….
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런 감정은─.
─회귀 전에 몇 번이고 느껴봤어. 고작 그런 걸로 내가 좌절이나 하고 있을 것 같아?
진즉에 느낀 감정이었더랬다.
자신이 가지지 못하는 게 있다면, 가지지 못하는 것에 눈길을 돌리지 않겠다.
대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더더욱 주력하겠다.
환수변환
피닉스의 망토
체내 마나를 상당히 소모했다.
그럼에도 은하는 불닭이를 다시금 망토의 형태로 되돌렸다.
강현철의 마법에 대항하기 위해서 불에 내성을 지니는 불닭이의 힘은 반드시 필요했다.
보아하니 자신이 만든 불꽃까지는 환원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그렇다면 더는 강현철의 힘이 되는 공격을 가하지 않으면 될 뿐.
은하는 눈발을 기는 겨울에 마나를 담았다.
검신이 푸르른 빛을 뿜었다.
“─또 그따위 짓이나 할 작정이냐? 사나이가 돼가지고 그렇게 야비하게 살면 어쩌자는 거야! 이제는 제발 정정당당하게 좀 붙자!!”
뭐라는 거야.
은하는 자신의 공격을 피하려 하는 강현철을 보고 나직이 뇌까렸다.
봉인이 3번째까지 해제된 이상에 빠르게 움직이는 강현철에게 더는 플래티나 크로스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은하는─.
─마나 크래셔
과감히 플래티나 크로스를 버리고 다른 마법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순간적으로 마나를 모은 검을 휘둘러서 검격을 쏘아내는 마법.
일반적인 마나 크래셔라면 궤도는 일직선으로 정해져 있었고, 단발에 그치고 만다.
“──!!”
하지만 눈발을 기는 겨울을 사용한 마나 크래셔는 궤를 달리했다.
마나 크래셔라는 마법이 칼끝에서 떨어지는 순간까지.
은하는 길고 가늘게 늘어난 마법을 채찍처럼 휘두를 수 있었다.
“야이씨!”
“뭐이씨.”
강현철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설마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마법이 중간에 크게 휘어서는 그의 허리를 찰싹 때릴 것이라고는.
순간적으로 보호마법을 펼치면서 공격을 막아냈을지는 몰라도─.
─데미지는 측정했겠지.
은하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왼쪽 허리를 보호하는 자세를 취한 강현철이 채찍질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밀려났다.
그와 동시에 그간 데미지가 쌓인, 허리에 착용한 아티펙트의 수정구가 파직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마나 크래셔
이제 남은 것은 목과 두 발목뿐.
은하는 채찍질을 계속했다.
“아아아아아!! 인간도 아닌 놈아!! 네가 사람이냐!? 제대로 좀 붙자!”
“제가 왜요?”
미친 오징어가 사람인지 묻는다.
은하는 어이가 없어서 실소했다.
들을 가치도 없었다.
딱딱딱!
그가 공격을 피하며 은하를 향해 마법을 발동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이이이!!
강현철에게 화염이 통하지 않듯.
은하에게도 통하지 않았다.
작은 타격만 주었을 뿐이다.
질긴 자식.
나한테 맞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장치는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건가?
한편 은하는 혀를 내둘렀다.
강현철이 공격을 피하고 맞으면서, 어떻게든 데미지를 측정하는 장치에 공격이 닿지 않게 하고 있었다.
하필 남아 있는 장치는 은하에게는 공격하기가 힘든 위치에 있었다.
은하는 슬슬 조바심이 들었다.
이러다 4번째 봉인이 풀릴 텐데….
강현철은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노림수를 간파한 은하는 내심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뭐, 좋아.
봉인이 풀리면 풀려버리라지.
그 안에 하나는 더 부숴주마.
그러다 은하는 생각을 바꿨다.
생각해보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강현철의 봉인이 풀리게 되면 자신은 기권하면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길 필요가 뭐 있어? 이기든 지든 내 평가가 달라지는 건 별로 없는데.
이미 종합부문대회에서 우승했고, 강현철과 대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번외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이 진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아무런 손해도 없을 것이다.
“…나쁘지 않네.”
이내 은하는 키득거렸다.
나쁘지 않았다.
강현철이 바짝 약이 오르게 하고, 승부에서 기권을 한다면 강현철이 얼마나 배알이 곯려할 것인가.
무엇보다─.
─이것도 중독될 것 같은데?
은하는 지금 너무나 즐거웠다.
이전 삶에서 자신을 귀찮게 만든 미친 오징어가 자신의 채찍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어했다.
찰싹! 찰싹!
또한 강현철을 때리는 감각이란.
은근히 중독적이었다.
자신에게 이리도 가학적인 성격이 있었는가 싶었다.
“씨바아알!! 엉덩이 좀 그만 때려!”
“아, 그래서 소리가 찰졌구나.”
강현철이 쌍욕을 퍼붓는다.
은하는 채찍을 휘두른다.
그리하여, 4번째 봉인이 풀린다.
☆
황진희.
검의 길을 걷는 그녀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정신이 반쯤 날아가 있는 상태였다.
“미친놈들….”
그녀가 가까스로 내뱉었다.
자웅을 겨루는 대결은 둘째 치고, 아주 검을 모욕하고 있다.
저것이 어디 검을 다루는 사람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마음에 안 들어.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했는데 쟤는 진짜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황진희는 혀를 끌끌 찼다.
4번째 봉인이 풀린 후로도 대련의 양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강현철은 입에 담지도 못하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는 상황에서 지껄이고 있었고.
노은하는 연신 채찍을 휘두르면서 야비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강현철을 공격하고 있었다.
[여, 여러분은 지금 미래를 책임질 플레이어들의 숨 막히는 결투를…. 아마 보고 계실 겁니다. 아마도요.]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황진희는 결국 해설도 난감해하며 어색하게 웃는 소리를 듣고는 대뜸 한숨을 쉬었다.
그녀를 비롯해 근처에 자리해 있는 플레이어들도 황당하다는 얼굴만을 하고 있었다.
이게 애들 장난도 아니고….
감히 대련을 모욕하다니….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난입해 두 사람을 때려눕히고 싶다.
황진희는 충동적인 마음을 참으며, 그나마 볼 수 있는 부분이나 보기로 했다.
라고 했나.
처음에 봤을 때는 웬 불량한 놈이 십이좌의 자리를 떡하니 차지했기에 준이랑 성운이가 미쳤나 했더니….
확실히 난놈은 난놈이야. 기프트에 너무 의존하는 게 흠이기는 하지만 기프트를 응용하는 능력은 뛰어나. 경험…, 아니 동물적인 감각인가?
황진희는 강현철에게 집중했다.
눈, 코, 입, 귀 등등.
구멍이란 구멍에서 불을 뿜으면서 전장을 화염으로 뒤덮고 있는 그는 이명 그대로 라고 불릴 만도 했다.
이성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듯이 악마처럼 날뛰고 있는 그에게 어찌 말고 다른 이명이 있겠는가.
황진희는 그런 생각을 하는 한편, 조금 전 강현철이 보인 모습에 대해 생각했다.
이미 충분히 완성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설마 거기에서 더 나아갈 줄이야. 저 경지에서 스스로 벽을 깨다니, 이 나라에 큰 흥복이겠군.
황진희는 적잖이 놀랐다.
이미 강현철은 높은 경지에 있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완성되어 있는 존재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를 부정하듯, 자신을 규정하던 틀을 깨버리고서 새로운 경지에 올라섰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겠지만….
저놈은 지금보다 더 강해지겠구나.
틀을 깨는 사고방식.
필시 그것은 강현철의 힘을 새로이 다지는 계기가 될 터였다.
애초 그녀의 눈에, 지금도 그는─.
─이미 용현이는 뛰어넘은 건가. 용현이도 그만큼 노력을 했을 텐데, 운과 자질은 무시할 수가 없구나.
십이좌 지용현.
남궁성운에게 가르침을 받은 그는 현재 국내에서는 검으로는 적수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황진희가 보기에 지용현은 강현철에게 이기지 못할 듯싶었다.
진정으로 검의 길을 걷는 사람은 지용현일 테지만─.
─분명 최강은 저놈이겠지.
아니, 저놈을 거론할 때면 반드시 거론된다던 놈이 한 명 더 있었지. 였던가.
황진희는 확신했다.
어쩌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남궁성운의 뒤를 잇게 될, 새로운 최강자의 탄생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아니─.
이내 그녀는 부정했다.
그녀의 시선은 노은하에게 향했다.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
판단이 섣불렀다.
아직은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기어코 강현철이 발목에 찬 데미지 측정 장치 하나를 파괴해낸 은하를 바라보았다.
노은하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과감히 영역 안으로 들어가 강현철과 검을 섞었다.
바로 그 사이, 그가 강현철의 뒤를 스쳐지나가며 발목에 착용한 장치를 하나 더 부쉈다.
“지금 봤어!!?”
“뭐야?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노은하가 하나를 더 부쉈대!”
“뭐? 나는 못 봤는데…. 언제!?”
순식간에 일어난 공격.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모니터 화면은 조금 전에 은하가 자신을 미끼로 하여 선보인 공격을 몇 번이고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황진희는 노은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저 아이는…. 진짜 모르겠군.”
황진희는 작게 읊조렸다.
아니, 어쩌면 탄식이었다.
야비하고, 비겁한 전략이구나.
하지만 를 상대로 하면서도 이런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요하는 일이지.
그녀는 노은하의 전략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노은하의 실력은 순수하게 인정해야 했다.
어지간한 실력이 없어서야 저렇게 강현철을 궁지로 몰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첫 번째 봉인이 풀렸을 때까지는 운이 따라준다면 누구에게도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봉인이 풀려 있는 상태에서도 계속 이런 상황을 이끌어 갈 수 있다면, 그것은 실력일 수밖에 없어.
저 정도면 핸디캡을 주지 않았어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을 텐데….
황진희는 혀를 찼다.
동시에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아직 플레이어도 되지 않은 사람이 가장 최강이라 불릴 가능성이 있는 남자와 비슷한 선상에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다른 사람의 자질을 볼 수 있는 내 눈으로도 저 아이의 자질만큼은 제대로 가늠할 수가 없구나.
그저 가늠하는 것만으로도 기가 찰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저 아이가 모든 힘을 보여주게 된다면 그때도 과연 같은 판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군.
플래티나 크로스라는 마법.
환수를 이용한 전투방식.
이도류.
황진희는 이외에도 노은하가 지금 몇 가지 힘을 더 숨기고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세를 읽을 줄 아는 듯한 노은하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필시 숨기고 있는 힘은 지금보다 더 대단하
겠지.
이 자리에서 보여주는 힘은 아마도 일부에 지나지 않을 거야.
그녀는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마치 우롱하는 듯한 노은하의 대련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윽고─.
─콰콰콰쾅!!
모든 봉인이 풀린 강현철이 거칠게 날뛰었다.
☆
마지막 봉인이 풀렸다.
4번째 봉인이 풀리면서 강현철에게 살금살금 치고 빠지기 전략을 펼친 은하는 낭패감에 혀를 찼다.
─우보
그는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우보를 사용했다.
그러나 그동안 우보를 사용하면서 치고 빠지던 은하에게 열이 나 있던 강현철은 놓치지 않았다.
“─어디를 가려고? 나랑 싸워야지.” “……!!”
거의 동물적인 감각의 영역.
강현철은 찰나에 은하가 지정해둔 장소를 곁눈질한 것을 간파해서는 곧장 발을 움직인 것이다.
움직일 수가 있는 영역이 넓어진 그에게 더는 제약이란 무의미했다.
은하는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검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깡!!
강현철의 대검.
은하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딱딱딱딱!!
강현철이 손가락을 연달아 튕겼다.
주변을 가득 메운 불길이 치솟으며 은하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
은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강현철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봉인이 풀린 그는 지금 서슴없이 죽여 버리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 이상 싸우는 것은 곤란해.
저놈이 화를 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야.
반면 은하는 평정심을 유지했다.
강현철의 살기를 정면으로 받아도 위축되거나 하지 않았다.
은하는 불꽃의 우리 속에서 조용히 손을 들었다.
“─기권…!!” “내가 그렇게 놔둘 줄 알았냐?”
은하는 기권을 하려고 했다.
이 이상 싸우면 위험하기만 했다.
그래서 기권을 선언하려고 했더니, 불길을 뚫고 달려든 강현철이 곧장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은하는 황급히 몸을 굴렸다.
그 즉시─.
“─어디 기권을 할 거면 해보든가. 과연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큭…!!”
강현철이 육탄전을 감행했다.
자세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은하는 그의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그는 불길 속에 떨어졌다.
“죽은 척 하지 말고 나와라, 얼른. 죽지 않은 거 알고 있으니까.”
위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터졌다.
그러자 강현철은 불길을 조작하며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불길이 치솟게 만들었다.
그렇게 불꽃의 바다가 만들어졌고.
불길을 몸에 두른 강현철은 은하가 사라진 방향을 주시했다.
이윽고─.
─눈발을 기는 겨울
화륵 하고.
불길이 거칠게 흔들렸다.
불씨가 휘날렸다.
이내 세상을 가득 메우던 불길이 한 곳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아니, 소용돌이쳤다.
쿠오오오오!!
불꽃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그곳에 노은하가 있었다.
불꽃은 마치 용의 몸을 형성하며 노은하를 지키듯 그의 주변을 연신 맴돌고 있었다.
“이건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
“하긴, 이래서는 주변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으려나.”
탁 하고.
노은하가 입에 고인 피를 뱉었다.
불꽃의 망토를 걸치고.
붉게 물든 맹고슈를 손에 쥐고.
불꽃의 용의 수호를 받는 채로.
그가 체내 마나를 끌어올렸다.
─기프트
이거다, 라고.
그 순간 강현철은 느낄 수 있었다.
직접 상대하지 않아도 그는 지금 노은하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강현철은 웃었다.
피가 끓어올랐다.
그가 검을 세게 쥐었다.
이렇게 나와야, 자신이 지금까지 개고생을 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는 끓어오르는 흥분을 어찌하지 못했다.
“그래, 이거지!!” “미친놈.”
강현철은 호쾌하게 소리쳤다.
점점 싸움의 열기에 몸을 맡긴다.
이윽고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용을 향해 검을 쥐었다.
쿠오오오오오!!
이까짓 마법 따위.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마나로 환원해버리면 될 뿐이다.
그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시리게 피는 겨울
일순 꽃잎이 휘날렸다.
꽃잎은 불씨를 이기지 못하고 쉽게 불에 타 사라졌다.
한 순간에 지나지 않았던 광경.
하지만 한 순간이 만들어낸 시간은 강현철의 정신을 흐트러뜨리기 충분했다.
그사이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용이 아가리를 벌렸다.
쿠오오오오!!
이까짓 용 따위.
근성으로 막아내겠다.
그가 이를 악물고 대검에 마나를 실었다.
바로 그때─.
─블래스트 크로스
용은 블러핑에 지나지 않았다.
용의 머리를 가르자마자 강현철은 불의 바다에서 새로이 퍼져나가는, 십자형태의 불꽃을 직면했다.
환원할 새도 없었다.
성난 불길이 그를 덮쳐들었다.
끝내 불길은─.
─쩌적
그의 대검에 금이 가게 했다.
아주 작은 균열은, 그대로 열기를 버티지 못하고 균열을 벌려갔다.
그리하여─.
“─……!!”
자신의 애검이.
디바이스가 부서졌다.
강현철은 경악과 함께 불길 속으로 집어삼켜졌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