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19
S급 클랜들의 지지 성명 덕분에.
은하의 행보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어느덧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난 여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대놓고 비난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입을 모아서 수군거리고는 했다.
또한─.
“─노은하가 클랜을 만든다면서? 너희는 그게 잘 될 거라 생각하냐? 클랜로드의 평균 나이가 대체적으로 30대 초반이라고 하던데, 노은하가 그 사람들 속에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검을 잘 휘두르는 것하고 클랜을 잘 이끄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지. 클랜을 만든다는 의미는 클랜 간의 영역싸움, 정치싸움에 끼어들겠다는 뜻이야. 걔가 산전수전을 겪었어도, 아예 결이 다른 일이라고.”
” 님도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바로 클랜을 만들었던 건 아니었어. 먼저 파티를 만든 다음에야 클랜을 만들었다고. 그리고 그때랑 지금은 전혀 다르지!”
“맞아. 그때는 클랜도 많이 없어서 비집고 들어갈 수야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얼마나 많은 클랜들이 있고, 서울 이 조그마한 땅 안에서 얼마나 영역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들은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클랜을 만드는 것은 그래, 좋다.
하지만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업계의 생리를 모르는 은하는 결국 클랜들의 이권다툼을 버티지 못하고 말 것이다.
그러한 의견은 업계뿐만이 아니라 아카데미에서도 퍼져 있었다.
아니, 아카데미는 더했다.
“미친놈…. 그냥 S급 클랜에 가지, 왜 지가 클랜을 만들겠다고 설치고 다니는 거지?”
“클랜을 만들어봤자 C급까지밖에 만들지 못할 텐데 말이야. 거기에서 어느 세월에 A급을 만들고, S급을 만들어?” “만들고 나서 올라가면 다행이게? 떨어지는 것은 생각도 안 해봤나? 덩치 큰 클랜들의 이권싸움에 밀려 의뢰를 제대로 받지도 못해서 D급, E급으로 전락할 건 생각 안 하나?”
“쯧…. 걔네들은 정말로 안타깝다. S급 클랜에서 시작할 수가 있는데도 그 기회를 뻥 차다니 말이야.” “그래도 걔네들이 안 가는 덕분에 우리가 S급 클랜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거 아니야?” “그거 하나는 좋네.”
학생들은 그동안 노은하 사단에게 경외심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과 전혀 다른 영역에 살고 있는 존재였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
6년 그리고 3년, 또 1년.
학생들은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면서 그들에게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천외천(天外天)으로 계속 군림할 것 같은 존재들이 느닷없이 클랜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다시 말해, 진흙탕에 발을 디뎠다.
“하여튼 불쌍한 놈들이야. 어떻게 굴러 들어온 복을 찰 수 있지?”
“아카데미 역사상 최고의 유망주? 이제는 그런 소리도 안 나오겠네.”
그들이 올려다봐야 했던 존재.
그런데 이제는 내려다봐도 되는, 그런 존재가 되고 말았다.
C급 이상의 클랜에게 제의를 받은 학생들은 노은하와 그의 사단원들의 몰락을 유쾌하게 여겼다.
특히─.
“─아, 얼른 졸업하고 싶네. 이제 사회로 진출하면 나는 A급 클랜의 플레이어가 되는 거고, 노은하하고 그 자식들은 고작해야 C급 클랜의 플레이어가 되는 거 아니야?” “이명이 있으면 뭐해. 이제 앞으로 C급 클랜의 노은하라고 불릴 게 뻔한 일인데!”
“시리우스그룹의 후원을 받는다고? 그걸 받으면 뭐하냐? 다른 클랜들이 그걸 달갑게 볼 것 같아?”
“그리고 노은하만 있으면 뭐하냐? 아카데미를 갓 졸업한 애들이 모인 클랜에 누가 의뢰를 준다는 거야? 클랜을 대표하는 플레이어가 있어야 클랜의 기가 살고, 의뢰도 들어오고 그러지!”
“이명이 있는 플레이어가 노은하 한 사람밖에 없으니…. 그런 클랜이 참 잘도 돌아가겠다.”
고등아카데미 3학년 편입생들.
노은하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던 그들은 낄낄거리며 좋아했다.
그리고 그들 뒤로 31기 학생들이 노은하 사단원을 비웃고는 했다.
물론, 031기 학생들은─.
“”””─…….””””
그룹과 긴밀히 연관돼 있는 그들은 대부분 침묵을 지켰다.
더군다나 그들은 노은하의 공포를 오랫동안 체감한 중등아카데미의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300명에 불과한 학생들이 침묵을 지킨다고 한들, 아카데미의 여론을 바꿀 수는 없었다.
초기에야 여론을 휘어잡던 그들도 31기 학생들과 편입생들이 두각을 드러내며 밀려난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제 아카데미는 그들의 세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요새 왜 이렇게 어수선해? 다들 내년부터 플레이어가 된다고 아주 정신머리가 빠져가지고….”
“”””…….””””
그들이 떵떵거릴 수가 있는 것은 노은하가 없을 때뿐이었다.
플레이어들의 영입 제안이 활발한 카페테리아에 발을 들인 노은하는 혀를 끌끌 찼다.
그러고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거의 몸에 기억된 것처럼 재빠르게 고개를 돌리는 학생들을 일별했다.
“플레이어가 된 사람이 5년 안에도 플레이어로 생존하고 있을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했더라?”
“40%가 안 된다고 하더라.”
“그럼 10명 중에 6명은 죽는다는 소리네? 절반 이상이 죽는 거냐?”
노은하가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진서나가 냉큼 그에게 대답했고.
진파랑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
학생들은 무언가 불만을 품었어도, 그들에게 뭐라 말하지 못했다.
아직 그들은 학생이었다.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 은하가 마음만 먹으면 그들의 생사여탈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생사여탈을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과언이 아니었다.
은하가 그동안 대련을 빌미로 하여 편입생들이 병원 침대를 지게 만든 일화는 워낙에 유명했다.
“”””제기랄….””””
어디 두고 보자.
내년에도 이럴 수 있을지.
쭈그리들은 내년을 기약했다.
물론, 그들의 생각을 모를 리 없던 은하는 코웃음을 쳤다.
“─내년에는 얼마나 죽어나가려나.”
굳이 자신이 손을 쓰지 않아도.
필시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 중의 태반은 살아남지도 못하리라.
아니, 살아남으면 뭐하겠는가.
다음에 올 재앙은 어떻게 버티고.
은하는 키득거렸다.
☆
아카데미 카페테리아.
플레이어들은 고등아카데미 3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고등제어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학생을 우선 선발합니다!”
“바람, 화염, 얼음과 같은 자연계 마법을 쓸 수 있는 캐스터 손!”
“버프말고 치유마법에 능한 서포터 한 명 구합니다!”
“마로니에 기사단
, 다음 설명회는 1시간 뒤에 있을 예정입니다! 일단 팸플릿부터 받아가세요!”
도떼기시장 같은 분위기.
그나마 카페테리아에서 진행되는 홍보활동은 세련된 편이었다.
다른 장소에서는 이보다 심할 만큼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은하가 등장하자─.
“”””─…….””””
“다들 우리를 쳐다보네.”
“마음에 안 드는데 뭐라고 할까?”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닫고, 그에게 시선을 향했다.
어째서 그가 이곳에 등장한 것인지 의문을 품은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양 옆에 진서나와 진파랑을 거느린 은하는 태연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여기에는 왜 왔겠어.
나도 영입 좀 하려고 왔지.
마침 시간대가 맞아서 따라오게 된 진파랑의 투덜거림을 무시한 채.
은하는 자신과 눈을 마주친 사람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야, 우리가 이런 데도 와야 하냐? 그냥 파인톡으로 연락해도 되는 거 아니야?”
“우리 같은 학생을 영입하는 거면 당연히 그렇게 했겠지.”
진파랑은 마주치는 사람들과 연신 눈싸움을 벌였다.
은하는 진파랑이 따라오든 말든, 사람들을 지나치며 계속 걸었다.
사람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야.
나야 괜찮지만, 애들은 실전에서 적응하는 게 힘들 수도 있어.
은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들게 될 클랜에 회의적인 것을 알고 있었고.
그들이 어째서 회의적인 것인지도 이해하고 있었다.
업계 사정에 둔하고, 경험이 없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클랜이었다.
클랜원들을 이끌어줘야 할 사람이 노은하 한 사람밖에 없었다.
심지어 사람들의 시선에는 그 역시 사회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학생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애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플레이어를 영입할 필요가 있어.
게다가 은하가 만들게 될 클랜에는 서포터나 네비게이터, 헌터와 같은 특기를 가진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기도 했다.
은하가 이 장소를 찾은 이유였다.
다른 장소와 달리 카페테리아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는 플레이어들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가 가장 영입하고 싶은 부문은 뭔데?”
“서포터랑 네비게이터.”
그때 서나가 물었다.
은하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답했다.
그나마 네비게이터는 괜찮아.
하양이가 있고, 서나랑 카에데가 도와주고 있는 상황이니까.
민지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고.
문제는 서포터야.
현재 그의 클랜에 서포터는 차은우 한 사람밖에 없었다.
네비게이터와 달리 서포터는 대체 불가능한 인재였다.
사람을 치유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의학을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워낙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다.
“서포터는 많을수록 좋아.” “한두 명만 들여도 괜찮지 않아? 얼마나 많이 들이려는 거야?”
“가능한 많이. 능력과 경험 있고, 인성까지 좋은 서포터.” “인성 좋은 서포터가 아니라 그냥 네 말을 잘 듣는 서포터를 원하는 거겠지.”
은하는 자신이 찾는 서포터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진서나가 반박했다.
은하는 끙 소리를 내며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고 해도─.
─서포터는 많을수록 좋아.
은하의 생각에는 변화가 없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들이닥칠 재앙들.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서포터는 많을수록 좋았다.
하지만 높은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서포터는 찾기가 힘들었다.
치유마법에 능한 서포터를 찾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현역 플레이어들 중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서포터들은 대부분 보호마법이나 버프에 능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역시 고급인력이기는 했으나, 은하가 바라는 인재상에는 영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미래를 보고서 아직까지 치유마법에 서투른 학생들을 영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현재 친구들을 제외하고.
대다수 학생들은 은하가 만들게 될 클랜에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모험을 꺼려했다.
그리고 학생들 중에서 차은우만큼 치유마법에 능한 사람들이 없기도 했다.
그때였다.
“─응? 쟤 은하 아니야? 맞네맞네! 은하야!”
“어? 은하?”
은하가 나아가던 방향에서.
별안간 인파 너머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은하는 그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저 사람들이 여기 왜 있대….”
미래에 으로 거듭나는 유남훈.
그리고 그의 파트너 여우비.
두 사람이 은하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
“─여기는 어떻게 온 거예요? 혹시 파티원을 모집하러 온 거예요?”
유남훈과 여우비.
오랜만에 두 사람을 만난 은하가 반가워하는 그들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 동기들과 파티를 꾸렸었다.
그런데 두 사람을 이곳에 만나니, 은하는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여우비가 말하기를─.
“─서로 의견이 잘 맞지 않았거든. 그래서 얼마 전에 갈라섰어.”
여우비가 어색하게 웃었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는, 뜻이 맞지 않게 되면 쉽게 해체하는 모임.
파티란 그런 것이었다.
“이번에 갈라서면서 잘 알겠더라. 나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자질이 없더라고.”
그때, 유남훈이 씁쓸한 얼굴로 내뱉었다.
은하는 눈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그가 침울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에 그런 자질이 어디에 있니? 우리가 끌어주는 만큼, 그 애들도 우리한테 맞춰줬어야지. 그냥 서로 성격이 맞지 않는 사람끼리 만나서 그런 거라니까?”
“…고마워.”
이에 여우비가 모질게 혼냈다.
유남훈은 짧게 대답했다.
그녀가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솔직히 나도 좀 지치기도 해서…. 파티는 만들지 않고 남훈이랑 같이 들어갈 파티가 있나 찾으려 왔어.”
여우비의 설명.
그녀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러더니 너무 우울한 말만 했다며 그녀가 목소리 톤을 밝게 띄웠다.
“그나저나 은하 네가 클랜을 만든다는 소식 들었어. 선배로서 너한테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소속원들 관리하느라 힘들 거야. 아, 서나랑 파랑이도 들어간다고 했나? 친한 애들이면 괜찮을지 모르겠다.”
“힘내, 응원할게.”
“…네, 고마워요.”
여우비가 조언하고.
유남훈이 격려했다.
은하는 그들의 걱정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누나는 서포터 아니에요? 치유마법도 사용할 수 있고.”
“응, 맞아. 그렇지.”
“파티를 찾는 건 힘들지 않겠네요. 금방 구하겠네!” “그렇기는 한데….”
그때 진파랑이 말을 꺼냈다.
그가 쾌활하게 말했다.
반대로 여우비는 난처해했다.
그녀가 눈동자를 굴려 옆에 있던 유남훈을 눈짓했다.
“남훈이랑 같이 들어가고 싶거든. 근데 딜러를 구하는 파티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유남훈이 다시 침울해지고.
여우비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하긴, 그렇기는 하겠네.
딜러는 구하기 어렵지 않으니까. 그러다 보니 실력이 검증된 딜러를 선호하는 추세지.
은하는 두 사람의 상황을 파악하고 눈을 빛냈다.
어쩌면 운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은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으로 거듭나기 전까지, 유남훈은 그리 명망이 있는 딜러는 아니었어.
그러다 보니 지금 파티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
유남훈도 아카데미에 재학할 때는 유망주로 통했었다.
하지만 그는 플레이어가 되고 나서 제대로 된 실적을 세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유남훈의 가치는 현재 아카데미를 졸업했을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그는 이제 어중이떠중이 딜러들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은하는 알고 있었다.
─의 실력은 진짜야.
지금이야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뿐이지.
미래에 유남훈은 이란 이명을 지닌 플레이어로 거듭난다.
솔로 플레이를 지향하는 그는 꽤나 강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또한 그의 기프트는 여러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니면 제 클랜에 들어올래요?” “”뭐?””
은하는 두 사람에게 제의했다.
여우비는 서포터였고.
유남훈은 미래가 보장된 딜러였다.
보석 같은 인재가 누구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로 있는데 지나칠 수는 없었다.
“마침 서포터가 필요하기도 했고, 남훈 형 실력은 잘 알고 있거든요.”
“”…….””
“업계에 대해 잘 알기도 할 테고, 애들이랑 잘 지낼 수 있을 테고요. 딱 그런 사람들이 필요했거든요.”
두 사람이 은하를 쳐다보았다.
은하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들 외에도 장내에 있던 사람들이 말을 중단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그러던 중, 침묵 끝에.
유남훈이 말문을 열었다.
자신의 실력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그가 걱정 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은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
“형이랑 누나 같은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었거든요. 아, 들어올 거라면 이제부터 반말 해도 되죠?”
“”어어….””
멍해 있는 두 사람.
그러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은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할게.” “나도, 앞으로 잘 부탁해.”
“환영할게.”
그리하여.
은하는 두 사람을 맞이했다.
진서나도, 진파랑도 반대하지 않고 흔쾌히 두 사람을 반겼다.
☆
“킥…. 야, 방금 봤냐?”
“봤다. 그냥 지하고 친한 사람들로 클랜을 만들려는 건가? 그럴 거면 집에 가서 소꿉장난이나 하지.”
경력 있는 플레이어들을 찾으려고 이 자리를 찾아왔다더니.
노은하가 고작 여우비와 유남훈을 영입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만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여우비나 유남훈은 현재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여우비는 서포터인 데다가 란, 신체 회복속도를 높이는 기프트를 가지고 있기라도 했다.
하지만 유남훈은 어땠던가.
“쟤 누구냐? 검 쓰는 놈.”
“몰라.” “쟤 저번에 보니까 싸우는 폼이 영 글렀던데. 움직임이 둔하더라고.”
“이것도 좋다, 저것도 좋다 해서 우유부단하다는 말이 많더라. 얼마 전에 파티원들이 죄다 나가버렸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별다른 진가도 드러내지 못한 놈.
그것이 유남훈에 대한 평가였다.
그런데 노은하가 여우비를 비롯해 그를 클랜에 영입한 것이다.
사람들은 노은하의 판단을 보고는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또 클랜을 이끌어줄 수 있는 경력 있는 플레이어들을 구한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설마 저런 애들을 영입할 줄은 몰랐지.”
“쟤네 몇 년차냐? 어려 보이는데, 쟤네들이랑 아카데미 갓 졸업하는 애들이랑 차이가 있겠어?”
“클랜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는 결국 노은하밖에 없는 거군. 그런 클랜이 어디 오래 갈 수 있겠어?”
“클랜의 가치는 바로 소속돼 있는 플레이어에게서 비롯하는 법이야. 근데 노은하를 빼면 저 클랜에 무슨 가치가 있겠어?”
업계 관계자들이 수군거렸다.
그러자 노은하에게 기가 죽어 있던 학생들도 하나둘 말을 보탰다.
그들의 수군거림은 곧 파도가 되어 장내를 휩쓸었다.
“”””…….””””
노은하, 진서나, 진파랑.
그리고 유남훈, 여우비.
다섯 사람도 낌새를 눈치 채고는 얼굴을 굳혔다.
노은하는 입가를 끌어올렸고.
진서나는 입술을 깨물었으며.
진파랑은 아예 으르렁거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익명을 이용해, 또한 다수라는 이점을 살리며 깔깔 웃음을 터뜨렸더랬다.
바로 그때─.
“─아, 여기 있었네! 은하야!”
사람들이 이죽거리는 가운데.
카페테리아에 누군가가 들어섰다.
사람들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
이내 그들의 얼굴에 서린 감정은 경악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거의 자동적으로 비켜준 길을 걸어오는 세 사람은 업계에서 제법 알아주는 존재였으니까.
“민지한테 물어보니까 네가 여기에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
“안녕, 잘 지냈어?”
“은하야, 안녕. 근데 네가 여기에는 왜 있는 거야? 구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노은아.
류연화.
한창진.
세 사람이 은하에게 다가왔다.
사람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그들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
왜, 어째서.
레귤러스클랜의 황금기를 이끌어갈 플레이어들로 주목받는 세 사람이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세 사람의 등장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은하도 마찬가지였는지─.
“─누나가 왜 여기에….”
“왜 여기에 왔냐니? 당연히 은하 널 보러 왔지.”
그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은아에게 물은 것이다.
그러자 은아가 당연하다는 것처럼 그에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 말은─.
“─나랑 연화하고 창진이. 이렇게 셋이서 네 클랜에 입단하기로 했어. 괜찮지, 클랜로드?” “”””……!!””””
그 말은, 사람들을 경악시키는데 충분했다.
다시금 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2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