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2
경기도에서도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는 야산.
산 속 어중간한 위치에는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은 듯한 오두막이 한 채 있었다.
그곳에는 두 명의 남자가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시키는 대로 다 했잖아. 더 이상 뭘 바라는 거야.”
창해클랜의 서브로드 김경원은 체내 마나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그는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등 뒤로 돌린 손으로 흉기를 쥐고 있었다.
김경원은 치가 떨렸다.
창해클랜에서는 북한산 사태에 대하여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겼다.
버젓이 의정부 파견을 담당했던 서브로드가 있었음에도, 클랜로드는 모든 것을 안고 가라며 넌지시 말했다.
그는 클랜로드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이후 정신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부양해야 할 가족 그리고 그가 클랜으로부터 빌린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클랜로드 길성준은 말했었다.
그가 서브로드에서 물러나고, 클랜을 탈퇴한다면 그와 가족들의 여생을 책임지겠다고.
조용히 숨만 쉬고 있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른 일을 알선해주겠노라고.
그런데, 그런데…!
“나보고 뭘 더 하라고!”
김경원은 억지로 이곳까지 데려온 남자에게 소리쳤다.
그가 에 대한 소문을 모를 리 없었다.
클랜로드는 에게 자신의 살인을 청부한 것이다.
“…내가, 여기서 죽을 줄 알아…!”
죽으라는데 죽을 사람은 없다.
이딴 개죽음은 사양이었다.
김경원은 등 뒤에 숨기고 있던 흉기를 꺼내들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남자는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어디 해볼 수 있으면 해보라는 듯이.
“으랴아아아아아──!!”
괜히 창해클랜의 서브로드가 되었던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자신하고 있었다. 을 상대로도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렸다.
이 체내 마나를 흘린 것만으로, 김경원은 가만히 서 있는 그를 인지하지도 못했다.
“─어라?”
분명 찔렀는데.
눈을 돌리니 남자는 그 자리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바닥에 쓰러지고 나서야 김경원은 자신이 칼에 찔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언이다.”
은 김경원의 복부에 박힌 칼을 뽑아들고는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가족들은 내가 보살피마. 특히 아내 걱정은 하지 말도록.”
“뭐….”
피를 토한 김경원이 손을 뻗었다.
손은 허공만 휘저었다.
칼에 묻은 피를 닦아낸 은 어느새 다른 위치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동안 수고했다. 잘 가라.”
“무…슨….”
김경원은 말을 채 잇지 못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천장에 목을 매달려 있었다.
숨을 꽥꽥 내쉬던 그는, 눈물을 흘린 채로 생을 마감했다.
그것이 북한산 사태의 알려지지 않은 결말이었다.
☆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은 혼란 속에서도 유유히 걸어 나갔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쉬운 일이군.
의뢰를 받은 백화점 테러는 그에게 아무 일도 아니었다.
기프트 .
무언가에 대한 인지능력을 저해시키는 기프트는 군중이 많을수록 효력을 발휘했다.
아무도 자신을 주시하지 않는 것이 그 반증이었다.
층마다 대기한 부하들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녀석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면서도 ‘하는 김에 방해가 되는 신라클랜의 플레이어들을 없애도록’이라는 의뢰를 수행하고 있었다.
…너무 즐겨도 곤란하지만.
새벽백화점 1호점에는 신라클랜에서도 유망주라 불리는 플레이어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래서 은 자신이 거느린 정예를 비롯해, 의정부에서 청소부로 물러난 떨거지들을 데리고 테러를 가하고 있었다.
문제는 떨거지들이었다. 의정부에서 내려온 녀석들은 임무를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여기는 정예들과는 다르게, 마치 고삐가 풀린 것처럼 날뛰고 있었다.
“…너희밖에 없는 건가.”
은 집합장소에 모인 부하들을 둘러보고는 무기질적인 어조로 읊조렸다.
떨거지 대다수가 보이지 않았다. 정예 몇몇도 보이지 않았지만, 녀석들은 기다리지 않아도 알아서 탈출할 것이다.
문제는 떨거지들이었다.
은 이들을 데려온 것을 후회했다. 준비기간이 길었더라면 정예만을 이끌고 테러를 가했을 것이다.
“신라클랜이 돌입했다고 합니다.”
“…흠.”
눈치를 살피던 플레이어가 조심히 말을 걸었다.
예상보다 빠르다.
그는 원래 계획으로는 신라클랜이 도착하기 전에 백화점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다행히 1층에서는 제6위계 몬스터가 출몰했다고 한다.
점액질로 이루어진 몬스터는 핵을 터뜨려야 소멸했기 때문에 토벌하기 쉬운 몬스터가 아니었다.
제법 시간은 벌 수 있겠지만, 신속히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그런데 데리고 온 꼬마는 누구입니까?”
“…무슨 소리지?”
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플레이어가 언급하는 꼬마가 누구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허 참, 그럼 혼자 여기로 들어왔다는 겁니까?”
플레이어가 이상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의 뒤를 가리켰다.
“무슨─.”
─소리지.
은 플레이어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그마한 꼬마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야 알아차렸네.”
꼬마가 입 꼬리를 씩 하고 끌어올렸다.
“너는…대체….”
누구냐.
그가 말을 꺼내려던 때였다.
남자아이의 뒤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
은 본능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죽음을 예고하는 바람.
살기가 가득한 기류가 어느새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눈앞에 있는 남자아이는 괴물이었다.
찰나의 방심이 모든 것을 뒤엎을 수 있었다.
“…여기에 들어오면 안 돼.”
이 경계하는 사이, 아직도 죽음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플레이어가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등 뒤로 쥐고 있던 검으로 남자아이가 소리도 지르기 전에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어?”
플레이어의 머리가 바닥으
로 뚝 떨어졌다. 머리가 달아난 몸은 앞으로 기우뚱하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아, 죽이면 안 되는데.”
목을 따버린 남자아이는 받아쓰기에서 문제를 하나 틀린 것처럼 혀를 내밀었다.
“이 새끼가….”
“방심하지 마.”
“상대는 꼬마가 아니야.”
뒤늦게야 정예들은 남자아이를 어린아이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살기를 드러낸 이들은 눈앞에서 죽은 동료를 위해서라도 손을 가감할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아이도 마찬가지였지만.
“내 인생에 하등 도움도 되지 않는 새끼들.”
남자아이는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혀를 끌끌 차서는 그들을 도발하기까지 했다.
“넌 죽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던 플레이어는 말도 끝맺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들이 뛰쳐나가기 전에, 아이가 남자들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은 아이를 플레이어로서 경계했음에도, 아이가 바로 가까이에 접근할 때까지 자각하지 못했다.
“떨거지들이….”
아이는 바닥에 쓰러져 몸을 부들부들 떠는 플레이어들을 한심하다는 투로 내려다보았다.
“야. 너는 안 오고 뭐해?”
말도 안 돼.
이 거느린 정예들은 모두 B급 이상에 해당하는 플레이어였다. 개개인이 소규모의 파티를 이끌고, 제6위계의 몬스터는 거뜬히 상대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순식간에 당하다니.
은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믿기지 않았다.
“안 오면 내가 간다?”
큭!
아이의 살기를 정면으로 마주한 은 침음했다.
정면으로 상대해서는 안 된다.
뒤로 물러난 그는 기프트를 발현했다.
.
그가 기프트를 발현하면 상대하지 못할 사람이 없었다.
십이좌나 그에 준하는 플레이어는 무리일지 몰라도, 라 불리는 플레이어들은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을 거라 생각했다.
그것은 한 번도 의뢰를 실패하지 못한 것에서 나오는 자부심이었다.
그리고 그 자부심은 너무도 허무하게 으스러졌다.
“─어째서.”
나를 인지하고 있는 것이냐!
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남자아이에게 당황했다.
기프트 는 무언가에 대한 인지능력을 저해시키는 능력.
아이는 분명 그것을 몸에 휘감은 자신을 인지하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남자아이는 그를 인지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은 경악했다. 지금까지 자신을 이토록 명확하게 인지하는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이 아이는 도대체 나를 뭐라고 인지하고 있는 거지!
그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가능성은 남자아이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
등허리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남자아이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피아가 구별되지 않는 세상이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죽이겠다는 마음.
그것이 인간이든 몬스터든 관계없이.
보이면 죽인다.
단지 그뿐이었다.
무슨 놈의 어린애가….
대체 어떤 삶을 살았으면 저 나이에 이런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큭!?”
“…생각보다 약하네. 원래 이렇게 약했던가?”
남자아이는 간을 보는 것처럼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뒤로 밀려난 은 이를 악물며 남자아이를 노려보았다.
“도 별 거 아니네. 이제 보니, 사람들이 이름을 모르는 이유는 그냥 네가 쩌리라서 그랬던 모양이네.”
남자아이가 재미없다는 투로 투덜거렸다.
그 동안 침착함을 유지하던 이 발끈했다.
발끈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미 그는 자신과 남자아이의 실력차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어디 할 수 있는 데까지 발버둥 쳐봐. 그냥 죽기에는 아쉽잖아.”
노은하.
그가 압도적인 강자의 위치에서 건들거렸다.
“그래야 나도 여기까지 따라온 보람이 있지. 네 놈 때문에 중요한 일도 팽개치고 달려왔는데 말이야.”
은하가 손을 까닥였다.
얼른 들어오라는 의미였다.
…큭!
별 수 없었다. 살아남으려면 그를 쓰러뜨려야만 했다.
설령 그게 불가능할 일이더라고 하더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발버둥을 쳐야 했다.
지금까지 그에게 죽음을 당했던 사람들처럼, 처절하게 꿈틀거려야 했다.
은 이를 악물고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은하는 다가오는 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어디 얼마나 꿈틀거리나 보자는 식으로.
“쉽게 죽을 생각하지 마라. 살아있는 것 자체가 죽는 것보다 괴롭다는 걸 알게 해줄 테니까.”
한낱 벌레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입을 열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