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27
학생들이 한창 사진을 찍고 있다.
평소에는 친하게 지내지 않았어도, 그들은 이 순간을 추억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었다.
“아라야! 우리 같이 사진 찍자!”
“너어! 나중에 출세했다고 우리들 모른 척하고 그러는 거 아니지?”
“다음에 우리 같이 밥 먹자!”
조아라도 그러했다.
그녀는 주변 학생들에게 정신없이 불려다녀야 했다.
하지만 피곤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충만감이 차올랐다.
그래도 내가 잘하기는 했나 보네. 날 불러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물론 그녀도 눈이 있었다.
정말 친한 친구들도 있었나 하면, 무언가 의도를 품고 다가온 이들도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이들이 대충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에게 접근하는지 꿰뚫어보았다.
그렇기에 그녀 역시 똑같은 태도로 그들을 대해주었다.
휴…. 나도 많이 변했어.
이제는 자연스럽게 웃기도 하고. 옛날이라면 어색하게 웃었을 텐데.
노은하 사단에 합류하게 되면서.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들이 마냥 순수한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러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제는 익숙해졌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태양이 쟤는 왜 모르는 거지….”
조아라는 온태양을 발견했다.
이번에 단군클랜에 입단하기로 한 학생들과 부대끼고 있는 온태양.
그는 그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한껏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 그를 순수하게 동료로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걸 눈치 채고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면 그들이 겉으로는 온태양을 띄워주면서 은연중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소문도 안 좋지….”
추가로 노은하 사단에 들어가 있는 그녀는 아카데미의 소문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 저들이 평소에 어떤 짓을 하고 다녔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말해도 듣지 않으니….
지금도 그랬지만 이전에도 그랬다.
그녀는 온태양에게 다른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좋지 않냐며 에둘러서 간청했었다.
그러자 온태양은 버럭 화를 내면서 고집을 꺾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온태양을 이용하지 않게 감시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들 집단에서 그녀의 평가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 챙겨주면서, 왜 나는 안 챙겨주냐는 말이야….”
그러다 그녀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고 처량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온태양의 옆에 있으면 자신이 마치 못난 사람처럼 보였다.
그와 보내는 시간이 더는 즐겁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온태양이 단군일보의 직계 홍예화와 가까워지게 되면서─.
─아, 나는 태양이한테 여자로서는 보이지 않는 거구나.
조아라는 환상에서 깨어났다.
그때 그녀는 온태양에게 품고 있던 마음을 접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온태양의 곁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그가 친구로서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어느덧 사라졌다.
온태양에게서 보지 못한 부분이, 아니, 지금까지 보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진심이야. 절교해. 더 이상 너하고 엮이고 싶지도 않으니까.’
온태양이 은하를 죽이려 했다.
그때, 그녀가 알고 있는 온태양은,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온태양은 더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그녀는 온태양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놓게 되었다.
‘아라야, 그게 아니라….’
물론, 그녀도 나중에 온태양에게 진의를 듣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온태양이 자신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그녀가 절교를 선언한 이유였다.
은하도 잘못한 건 맞지만….
내가 은하한테 기대하고 있는 건 그거랑 다른 거니까.
은하는 온태양과 다르다.
그는 자신을 생각해준다.
그리고 같이 있으면 즐겁다.
무엇보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신을 챙겨줄 것 같았다.
그에게 그러한 확신을 품었기에, 그녀는 은하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없었다.
자신은, 나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그가 아무리 악인이라 해도 자신에게만 잘해주면 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아주머니에게 죄송하지만, 그랬다.
“아….”
“…….”
그때였다.
온태양을 한참 쳐다보았더랬다.
그러다 보니 그도 시선을 느끼고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조아라는 나직이 신음을 흘렸다.
“”…….””
이대로 모른 척할까, 말까.
조아라는 한참 고민했다.
그러다 그나마 남아 있는 정으로, 온태양과 같이 사진을 찍기로 했다.
고민을 마친 그녀가 움직였다.
“졸업 축하해. 우리 사진 찍을래?” “…너도 축하해. 그러자.”
유종의 미라고 할 수 있을까.
조아라는 일부러 활짝 웃었다.
그러자 온태양의 친구들이 웬일로 자신이 찾아왔느냐며 신기해했다.
그녀는 그들의 말을 무시했다.
그러며 그들에게 스마트폰을 맡겨, 온태양과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하나, 둘 하면 찍는다?”
남학생이 신호를 준다.
조아라는 스마트폰 렌즈로 시선을 향했다.
“아….”
향하려 했다.
은하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그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친구들, 이제는 클랜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나.”
남학생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멍하니 은하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노은하가 고개를 돌렸다.
그가 자신을 발견하고는 손을 높이 흔들어주었다.
풋, 클랜로드가 위엄이 없게 대체 그게 뭐야?
만약 사진을 찍고 있지 않았으면.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대신 그녀는 은하를 보고 웃으며, 자신도 어서 그에게 가기로 했다.
“둘.”
“쟤가 그렇게 좋아?”
“어?”
“아니…. 계속 바라보고 있길래.”
이윽고 사진을 찍었다.
시선을 은하에게 향하고 있었으니 사진이 잘 나왔을 리 없었다.
그녀가 뒤늦게 생각이 들었을 때, 옆에 서 있던 온태양이 퉁명스럽게 말을 걸었다.
“…….”
조아라는 온태양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와서 질투하는 건가 싶었다.
안타깝게도 아무 감정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키득거리며 답했다.
“아마도 태양이 너는 모를 거야, 은하가 얼마나 멋진지.” “…….”
“쟤가 너보다 더 잘해.”
“……!”
그럼, 나한테 아주 잘하지.
조아라는 의기양양해했다.
이내 그녀는 스마트폰을 받아서는 은하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아, 배고파. 이따 회식한다 했지? 얼른 했으면 좋겠다. 먹고 싶어.”
오늘따라 고기가 당긴다.
고기가 먹고 싶다.
그녀는 룰루랄라 뛰었다.
☆
후배들을 상대하는 게 끝났더니.
이번에는 가족들, 친구들과 연신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우리 다 같이 사진 찍자!!”
“”””좋지!!””””
누가 외친 것인지는 모르나.
학생들은 누군가 외친 소리를 듣고 우르르 모여들었다.
졸지에 단체사진을 찍게 되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이러다 호떡이 되겠다.
학생들의 인파에 휘말리다 졸지에 친구들과 헤어지게 된 은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하필이면─.
“”─…….””
줄을 맞추는 과정에서.
은하는 온태양과 같이 서게 됐다.
두 사람은 심히 당황했다.
이내 온태양의 얼굴이 불쾌한 듯 굳어지기 시작할 때쯤─.
“─여긴 왜 이렇게 칙칙해? 에이, 내가 들어가서 꽃이 돼줘야겠네!”
“꽃은 무슨….” “우이씨! 그냥 빈말로라도 나한테 꽃이라고 해주는 것도 안 돼?”
“그래, 너 참 예쁘다.”
“그래, 너 내가 한 번 봐줄게.”
불쑥, 조아라가 끼어들었다.
은하와 온태양의 팔을 잡은 그녀가 두 사람이 다투지 않도록 말리려 한 것이다.
은하는 그녀의 배려에 고마워했다.
“자, 그럼 하나둘 하면 찍을게요. 아, 다 같이 파이팅 포즈 할까요?”
사진사를 포함하여.
학생들을 찍으러 다가온 기자들이 신호를 주기로 했다.
파이팅 포즈를 취하란 말에 은하는 시큰둥한 얼굴을 했다.
그래도 하라는 대로 했다.
바로 그때─.
─얘가 지금 뭐하는 짓이지?
은하는 순간 움찔했다.
그가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조아라가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하지 마.
알았어.
은하가 입을 뻥긋거렸다.
그녀도 똑같이 따라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한 것과 다르게, 그녀의 장난은 계속 되었다.
얘가 내 등에다 뭐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게끔.
조아라가 파이팅 포즈를 하지 않은 손으로 은하의 등을 간지럽혔다.
“하나.”
이내 그녀가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그의 등에 뭔가를 써내려갔다.
장난을 치지 말라고 하던 은하는 그녀가 등에 적는 글씨를 파악하려 감각을 곤두세웠다.
고기
사진사가 둘이라고 말했을 때.
은하는 그녀가 등에다 적은 말을 알아맞힐 수 있었다.
이에 은하는 카메라를 향한 채로 나직이 투덜거렸다.
“고기는 왜?”
옆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아라가 웃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촬영이 끝나자마자 은하에게 속삭였다.
“─고기 먹고 싶다고. 끝나고 빨리 먹으러 가자. 나 지금 너무 배고파.”
“그럼 장난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어지간히 심심한 모양이었다.
은하는 어린아이를 달래듯 그녀를 타일렀다.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 은하의 등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놀았다.
“그러면 이번에는 손가락 하트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야, 이제 그만 좀 하지 그래.”
“왜? 재미있잖아.” “하나도 재미없거든?” “나는 재미있거든?”
사진사가 다른 포즈를 요구했다.
은하는 손가락 하트를 내보이면서 조아라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결국 그녀는 장난을 멈추지 않고 은하의 등을 간지럽혔다.
“하나.”
얘가 진짜.
은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간지럽지는 않았지만 거슬렸다.
“아, 거기 머리 노란 학생! 눈은 옆이 아니라 카메라를 쳐다보세요!”
“…죄, 죄송합니다!”
그래서 그는 왼손으로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설마 손을 잡을 줄은 몰랐는지.
조아라가 눈에 띄게 놀라했다.
덕분에 그녀는 사진사에게 혼이 나고 말았다.
“우이씨….”
“그러게 하지 말랬지.”
사진사가 다시 신호하기로 했다.
조아라는 투덜거렸다.
반면 은하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서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조아라의 손을 붙잡아놓고 있으니, 그녀가 더는 장난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래, 내가 졌다.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손이 잡혀 있는 마당에도.
그녀는 손가락으로 은하의 손등에 장난을 쳤다고 한다.
은하는 체념했다.
☆
단체사진을 찍고.
학생들이 해산하기 시작했다.
노은하에게 꿀밤을 먹은 조아라도 친구들과 마저 인사하고 노은하를 쫓아가기로 했다.
“아라야.” “…왜?”
그러던 그때.
온태양이 그녀를 불렀다.
조아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알기로 더는 그와 자신은 볼일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 “왜, 말해봐.”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살짝,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을 붙잡고 머뭇거리는 온태양의 말을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 다시….”
“…….”
말도 끝맺지 못하는 온태양.
하지만 그녀는 그가 지금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
보나마나 다시 잘해보자는…. 그런 이야기나 하려는 거겠지.
그녀의 흥미는 금세 식었다.
기다릴 필요도 없는 말이었다.
그래서 조아라는 선수를 쳤다
.
“─태양아.”
“어?”
“그동안 즐거웠어.”
“…….”
“앞으로 잘 지내기를 바랄게.”
솔직히 지금에 이르러서 조아라는 온태양에게 실망감이 들지 않았다.
이제 그녀에게 온태양이란 존재는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온태양을 보고 털털해질 수 있었다.
진심으로 그가 잘 되기를 빌어줄 수가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이제 얘랑 정말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거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더는 온태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는, 또한 자신이 만들어나갈 미래에 온태양은 없었다.
“잘 지내.”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기분.
후련했다.
그녀는 온태양에게서 돌아섰다.
대강당을 나선다.
“이제부터 판도라클랜의 조아라가 되는 거구나. 내가 말하고도 뭔가 어색하네.”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긴 것 같으면서도 짧은 것 같았던 3년 교육과정.
그것이 끝이 났다.
그 길의 끝자락에 선 그녀는 이제 새로운 길을 걷기로 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터.
그녀는 그러한 마음으로 은하에게, 클랜원들에게 걸음을 옮겼다.
☆
졸업식은 끝이 났음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카데미에 남아 있었다.
졸업식 대련 때문이다.
노은하와 온태양의 졸업식 대련.
“─끌끌, 어디 얼마나 하는 놈인지 구경 좀 해보자꾸나.”
플레이어로 보이는 젊은 남성.
하지만 그는 노인을 떠올리게 하듯 낄낄 웃음을 흘렸다.
남자는 사람들의 행렬에 끼어서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