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28
졸업식 대련은 사회로 나가게 되는 플레이어들이 아카데미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주로 당해 졸업하는 학생들 중에서 실기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선발돼, 상대를 지목하고는 했다.
대개 선발될 학생은 후기지수에게 한 수를 가르쳐주겠다는 명목으로 대련 상대로 지목하고는 했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그러면 올해 실기성적 우수자는 인 건가?” “그건 아니야. 졸업식에서 보니까 실기성적 우수자는 목민호더구만.” “그럼 왜 노은하가 졸업식 대련에 나가게 된 거야?”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노은하가 졸업식 대련에는 나가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과연 이 정도로 많이 남아 있었을까.”
우선, 올해 졸업식 대련에 선발될 학생 노은하는 실기성적 우수자가 아니었다.
아카데미의 전통에 어긋났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리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당연하게 생각했다.
플레이어가 아닌데도 이명을 얻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노은하.
누가 그가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를 거부하겠는가 말이다.
하물며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졸업식 대련에 선발될 학생은 노은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명실상부 그는 졸업하는 학생들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노은하 나왔다.” “”””…….””””
그래서 사람들은 노은하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나타나고.
사람들은 반대편에서 나오고 있는 학생에게 시선을 향했다.
“─쟤가 걔인가?” “노은하가 지목한 상대 맞지?” “같은 학년으로 지목했다는데…. 저 애한테 볼 거라도 있는 건가?” “볼 게 있었으면 진즉 자기 클랜에 영입하려 했겠지.”
“그러면 왜 저 학생을 대련 상대로 지목한 거지?” “쟤 단군클랜에 입단한 애 아냐? 마스크가 제법 괜찮아서 클랜들이 눈여겨보고 있던 애네?”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온태양.
사람들은 그에게 주목했다.
졸업식 대련이 예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두 번째 이유.
노은하가 후기지수가 아닌 동기를 대련 상대로 지목한 것이다.
규정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흔한 일도 아니었다.
하여, 사람들은 무언가 의도가 숨겨져 있지 않은가 저희들끼리 수군거렸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노은하의 눈에 띄었다는 거니 뭔가 있다는 거겠지.””””
사람들은 라는 이름에 강한 신뢰감을 보였다.
노은하라면 무언가를 보여주리라.
그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고.
따라서 그들은 온태양이 대련에서 놀랄 만한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단군클랜에 입단하는 유망주가 얼마나 버틸 거라고 생각하냐?”
“나는 20분은 버틴다고 본다.” “20분은 무슨? 나는 10분!”
“가 이길 건 뻔하고…. 그렇다면 저 학생이 어떻게 버티고, 또 어떻게 대항할 건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겠군.”
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 중.
노은하의 패배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생이라는 선상 끝에서 어엿하게 플레이어로 나아가는 자들의 대련.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대련을 감상하기로 했다.
그랬는데─.
“─지금 끝난 거냐?”
“”””…….””””
누군가가 툭 던진 말에.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야 그럴 만도 했다.
대련이 시작되고 1분 만에.
아니, 1분도 채 되지 않은 사이.
노은하에게 달려든 온태양이 그만 나가떨어지고 말았으니까.
☆
실망이다.
은하는 대련이 시작되고 온태양이 자신에게 달려든 순간 그런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
나를 싫어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렇다고 해도 자기감정도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하면 안 되지.
처음 검을 섞는 순간.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전략도 짜지 않은 것처럼 오로지 힘에 의지한 밀어붙이기.
이에 은하는 검을 맞부딪치고 있는 온태양을 바라보았다.
“노은하….”
“…….”
온태양이 이를 갈았다.
다분히 감정이 섞인 어조였다.
반면 은하는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커헉…!”
그가 뒷걸음질을 치든 말든.
이어서 은하는 대뜸 온태양의 검을 세게 쳐냈다.
자세가 흐트러져 있던 그는 그대로 검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
챙그랑 하고.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온태양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은하를 쳐다보았다.
은하는 덤덤하게 말했다.
“─주워, 어서.” “…….”
“주우라고.”
고작 이런 공격에 당하기나 하고.
교과서를 보고 검을 배웠느냐고.
은하는 차마 말하고 싶은 말들을 꺼내려다 말았다.
대신 그는 온태양이 정신을 차리고 검을 줍기를 기다렸다.
“고작 이딴 실력으로 그동안 나랑 싸우자고 한 거라고?”
웃기지도 않다.
은하는 코웃음을 쳤다.
온태양이 자세를 취했고.
이번에는 은하가 움직였다.
눈발을 기는 겨울을 뽑아들었다.
“……!!”
이도류를 상대한 경험은 없으리라.
그래, 이해한다.
하지만 은하는 자신의 검을 막으며 급격히 자세를 잃어가는 그를 보고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월무
이 정도 속도도 따라오지 못해서는 정말 곤란하다.
의정부에 있는 제2위계 몬스터는 이것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 “주워, 얼른.”
두 번째, 세 번째.
온태양이 번번이 검을 떨어뜨렸다.
은하는 그때마다 그에게 말했다.
온태양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하지만 털끝도 스치지 않는 살기가 무서울 리 없었다.
은하는 온태양의 적의를 마주하며 검을 쥐었다.
탁탁탁
온태양이 움직였다.
몇 번의 대련 끝에.
온태양은 은하가 휘두르는 검들에 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성장하는 속도는 빨라.
재능도 충분히 있어.
하지만 이 녀석은 자신이 가진 걸 어떻게 활용하는지 모르고 있어.
아쉬움이 가득하기만 했다.
온태양과 검을 섞으면서.
은하는 온태양이 가진 잠재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자질을 십분 끌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큭…, 젠장!!”
“네가 가진 장점은 힘만이 아니야. 그렇게 뛰어난 동체시력은 놔두고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닥쳐!”
3년이라는 시간은 학생들의 능력을 개화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온태양의 개화는 반쪽짜리, 아니, 그것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망주들 중에서 훌륭할지 모르나, 은하의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았다.
별로 발전한 게 없어.
실전 경험이 많이 부족해.
마법에 대한 이해도 깊지가 않아. 겉핥기로 익혔을 뿐이야.
자신의 친구들은 성장했는데.
어째서 온태양은 이 모양인가.
은하는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온태양에게는 가르치고 이끌어줄 스승이 부재했다는 사실을.
또한 같은 길을 나아가며 성장하는 동료들이 부재했다는 사실을.
“─너한테는 아무것도 없었구나.”
“…….”
검에 지탱해 일어나는 그를 보며.
은하는 당연한 사실을 자각했다.
그에게는 아무런 기연도 없었다.
자신이, 온태양이 가져가야 했을 기연을 모두 가져갔다.
“그래서 이렇게 약했던 거야.” “입 조심해. 아직 안 끝났어.” “아니, 이걸로 끝났어. 더 이상은 널 상대해주지 않을 거니까.”
은하는 생각하는 바를 중얼거렸다.
사람들의 선망을 받았던 영웅은, 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그의 곁에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온태양은 로 정의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그는 특별할 것이 없는 유망주에 지나지 않았다.
너는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거구나. 혼자 살 수 없는 사람인 거야.
그래도 나는…, 살았는데. 나하고 정말 다르구나.
은하는 회귀 전을 떠올렸다.
자신과 그는 다른 삶을 살았다.
온태양과 달리 자신은 동료가 아닌 자신의 힘에 의지했었다.
그리하여 그가 파티원들의 힘으로 라고 불렸는가 하면.
은하는 자신의 힘으로 란 이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홀로 정의할 수 없는 온태양.
홀로 정의할 수 있는 노은하.
그들은 그렇게 다른 삶을 살았고, 그것이 지금 회귀한 세상에서 바뀐 결과였다.
자신은 강해졌고, 그는 약해졌다.
“너한테는 미안한 게 많아.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 “노은하…. 내가 그딴 눈으로 나를 쳐다보지 말랬지. 날 평가하는 듯한 눈은 집어치우라고.”
“이걸로 마지막이야. 그러니 이제 전력을 다하는 게 좋을 거야. 제발, 마지막까지 날 실망시키지 말아줘.”
“……!”
평행선을 긋는 대화였다.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했다.
하지만 은하가 마지막에 꺼낸 말이 온태양에게 전해진 모양이었다.
그가 동요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그가 이죽거렸다.
“그래, 좋아. 어디 한 번 받아봐.”
단군그룹에서 후원한 디바이스.
그가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검이 마나를 세차게 빨아들이고, 검신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화륵 하고.
검신 주변에 불길이 일었다.
소용돌이치는 불길이 검을 감싸고, 불꽃이 격분한 듯한 소리를 냈다.
투콰아앙!!
이윽고 온태양이 검을 내리쳤다.
검신에 압축돼 있던 마나가 순간 빠른 속도로 은하에게 날아들었다.
불길이 그를 집어삼키려 했다.
하지만 불길은─.
─눈발을 기는 겨울
조금 전 소리에 비교하지 못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은하를 덮쳐든 불길이 흔적도 없이 그의 검에 빨려들어가고.
새하얀 도신 속에 잠들어 있었던 검은 용이 잠을 깼다.
그리고 은하는─.
─쿠오오오!!
잠에서 깨어난 용을 풀어헤쳤다.
불길을 머금고 세상에 나온 용이 오금이 저리는 소리를 내지르면서 온태양에게 날아갔다.
“……!!”
온태양에게는 막을 방도가 없었다.
자신의 공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는 공격이 무의로 돌아가리란 건 생각도 못한 모양이었다.
막대한 마나를 쏟아부은 온태양이 검은 용에게 잡아먹혔다.
“─졸업 축하한다.”
잠시 후, 검은 용이 사라지고.
온태양은 검에 몸을 지탱한 채로, 바닥에 반쯤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지만 미동도 없었다.
움직일 힘을 다한 것이다.
그의 상태를 파악한 은하는 이제 미련도 보이지 않고 등을 돌렸다.
저래서는 온태양을 쓸 수 없겠어.
결국 온태양을 대신할 다른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건데….
온태양은 이용가치가 없다.
은하는 온태양에 대한 기대를 아예 버렸다.
의정부를 탈환하기까지 아직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온태양을 성장시키는 전략은 너무 불확실할 것 같았다.
결국 새로운 방책을 찾아야 했다.
일단 4월에 일어나게 될 재앙에 대비하는 것부터 생각해야겠네.
앞으로 준비할 일을 생각하며.
은하는 경기장을 나서기로 했다.
심판이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굳이 종료를 선언하지 않는다 해도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사람들도 모두 동의하리라.
그래서 은하는 거리낌 없이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아직도 더 할 생각인가?
그때 온태양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가 움직였다.
접근하고 있다.
속으로 혀를 찬 은하는 이번에는 온태양을 기절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시리게 피는 겨울을 뽑아 지척까지 다가온 온태양에게 검을 휘두르려고 했는데─.
“─노으으으은하아아아아!!”
“……!!”
난데없이 굉음이 터졌다.
그가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속도로 그리고 힘으로 달려들었다.
손에 실리는 감각이 묵직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힘싸움에서 진다.
은하는 황급히 눈발을 기는 겨울로 그의 검을 봉쇄하려고 했다.
“크아아아아!!”
하지만 그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온태양이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마치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그가 은하의 영역에서 물러나서는 짐승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직후 그가 무서운 속도로 은하에게 뛰어들었다.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갑작스러운 변화.
신체능력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전투 스타일이 확연하게 바뀌었다.
굉장히 저돌적이다.
그러나 짐승처럼 저돌적이면서도 상황판단에 굉장히 기민하다.
치고 빠지는 전술.
별 거 아닌 것 같은 전술도 점점 고차원적으로 발전한다.
학습한다.
같은 방식에 두 번 당하지 않는다.
역으로 그것을 따라하기까지 한다.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아니, 학습능력이 발달하면서 점점 자신이 가진 자질을 발휘하고 있어.
과히 경이로운 성장속도였다.
온태양의 공격을 막아내는 은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더욱 경악한 것은─.
─기프트를 사용하고 있어.
하지만 이건 가 아니야.
그가 기프트를 발동했다는 것.
문제는 온태양이 발동한 기프트가 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랑 흡사해.
아니, 가 틀림없어.
기프트 .
은하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
노은하를 쓰러뜨리겠다.
그러한 일념으로 훈련에 매진했던 온태양은 목민호라는 벽을 만났다.
왜, 어째서….
이길 수가 없는 거지?
그토록 열심히 훈련했다.
하지만 그는 목민호에게 패배하며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다.
노력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현실을 깨달았다.
그것이 그의 마음을 좀먹었다.
자괴감이 들었다.
그리고─.
─노은하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해. 내 힘으로는…, 이길 수 없어.
노은하가 를 상대로 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노은하의 실력을 확인한 온태양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패배의식에 빠지고 말았다.
더군다나 연달아─.
‘왜? 아니면 네가 데려가게?’
‘그동안 즐거웠어.’
이날, 온태양은 자신의 여동생과 조아라가 은하에게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속에서 화가 들끓었다.
동시에 그는 체념했다.
마치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지고 만 동물처럼 노은하의 곁에 선 그들을 보내주기나 했다.
그러한 마음으로 대련에 나왔으니 검을 잘 휘두를 수 있을 리 없었다.
나는 노은하를 이길 수 없구나.
좌절, 절망, 체념, 포기, 패배의식.
온갖 감정이 그를 똘똘 싸매어서는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그는 아무짝에나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저 이 순간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런데 노은하는 자신을 조롱하듯 그가 패배할 때마다 계속 검을 들라 종용했더랬다.
개자식….
날 그렇게 꼴사납게 만들고 싶냐.
온태양은 울분을 참았다.
적어도 노은하에게 자신의 감정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너한테는 아무것도 없었구나.”
“……”
그가 불쑥 그런 말을 꺼낸 것이다.
온태양은 멈칫했다.
마치 실망스럽다는 듯한 어조.
그리고 자신을 비웃는 듯한 어조.
나한테, 아무것도 없다고?
그게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그래!
순간 화가 치솟았다.
패배의식 밑에 잠들어 있던 분노가 그의 심장이 펄떡펄떡 뛰게 했다.
전부 다…, 너 때문이잖아.
어머니를 잃었다.
여동생을 잃었다.
친구를 잃었다.
그밖에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런데 노은하가 마치 그가 아닌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꾸짖는 것 같았다.
웃기지도 않은 소리였다.
“그래서 이렇게 약했던 거야.”
너만 아니었으면.
나는 행복했을 거야.
온태양은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감각을 느꼈다.
노은하가 모두 가져가지 않았다면, 자신의 아카데미 생활은 만족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노은하가 망쳤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노은하에 대한 감정이 끓어올랐다.
그것이 패배의식을 짓눌렀다.
“너한테는 미안한 게 많아.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 “노은하…. 내가 그딴 눈으로 나를 쳐다보지 말랬지. 날 평가하는 듯한 눈은 집어치우라고.”
멋대로 사과하지 마.
그리고 그딴 식으로 보지 마.
노은하는 늘 그런 식이었다.
마치 나는 무언가를 안다는 듯이.
노은하 그는 그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는 했다.
그의 시선이 너무 불편했다.
아니, 불쾌했다.
네가 뭘 안다고 그러는데….
마치 품평하는 듯한 시선.
마치 재단하는 듯한 시선.
온태양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듯한 노은하의 시선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리고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뭔가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않는지 실망스럽다는 눈을 하는 것도.
지금도 그러했다.
날 그딴 눈으로 보지 마.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온태양에게는 노은하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만한 실력이 없었다.
어디 실력뿐인가.
권력도, 재력도.
모든 것이 부족했다.
노은하와 다르게 자신의 주변에는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다.
아니, 그나마 있던 사람들도 모두 그에게 빼앗기거나 잃고 말았다.
“─졸업 축하한다.”
너만 아니었으면, 내 인생은 분명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온태양은 마지막으로 발악한 끝에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무너지고 말았다.
노은하가 자신에게 남기는 말이, 너무나 치욕스럽게 느껴졌다.
너만 없었으면….
나는 좌절하지 않았겠지.
빼앗기지 않았겠지.
아무것도 잃지 않았겠지.
끊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온태양은 아카데미에 입학한 날을 떠올렸다.
쿵쿵
그때가 좋았다.
노력한 결과 플레이어 아카데미의 입학 허가를 받고서는 자신감으로 철철 흘러넘쳤던 그때가.
온태양은 과거에 젖어들었다.
쿵쿵
과거에 매몰된다.
밑도 끝도 없이 가라앉는다.
과거의 영광에 취한다.
쿵쿵
자신의 의지는 어디에 있는가.
또한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과거에 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없다.
마치 그 자리를 메우듯 미칠 듯한 충동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심장이 쿵쿵 뛴다.
쿵쿵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는 것 같은 감각이 느껴지고.
온태양의 의식은 멀어졌다.
그저 본능이 앞선다.
피가 들끓는다.
힘이 솟구친다.
신체는 신기하게도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자각하고 있었다.
이에 온태양은 충동감에 몸을 맡겨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노으으으은하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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