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31
선력 15년 3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초등학교.
입학식을 맞이한 학생들은 교장이 뭐라고 연설하든 말든 저희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반 별로 이동해 체내 마나 측정 검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모두 담임선생님 말 잘 듣고….]교사 중 한 명이 스피커를 이용해 강당에 있던 사람들에게 전파했다.
이제 갓 유치원을 졸업한 학생들이 제대로 들을 리는 없었다.
“체내 마나가 뭐야?” “선생님! 체내 마나가 뭐예요?”
“그거 먹는 거예요?”
“맛있어요?”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
화제를 하나 던지면.
학생들은 전혀 생뚱맞은 이야기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했다.
그러다 보니 방송을 듣는 주체는 그들이 아니라 학생들의 부모였다.
교사들이 쩔쩔매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은 한숨을 쉬며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자식들을 잡느라 애를 써야 했다.
그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도 햄버거 야채 안 빼고 먹을 수 있어!” “우와, 대단하다! 그럼 넌 햄버거 몇 개나 먹을 수 있어? 난 2개!” “으음…, 나는 3…!” “2개도 못 먹는 애가 무슨 소리를 하고 그러는 거니? 엄마가 거짓말 하지 말랬지?”
“아, 엄마!”
하백련.
옆자리에 있던 아이와 한창 떠들던 그녀는 어머니를 보고 활짝 웃었다.
그녀의 어머니, 하지은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무릎을 굽혀 백련과 눈을 맞췄다.
“엄마 이제 일하러 갈 거야. 우리 딸,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말썽도 안 피울 수 있지?”
“응!” “정말이야?”
“정말이야!” “그러면 엄마가 모르는 아저씨가 사탕 준다 하면 어떻게 하랬지?”
“경찰아저씨!”
“좋아, 우리 딸, 잘했어!”
하백련의 머리를 쓰다듬는 하지은.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담임에게 딸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했다.
이윽고 어머니와 헤어진 하백련은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담임의 뒤를 따랐다.
“자, 여러분. 주목하세요. 이제부터 체내 마나를 측정할 거예요. 이제 한 명씩 나와서 이름을 말한 다음에 수정구에 손을 대면 되는 거예요.”
“”””네─!!!!””””
담임이 설명했다.
학생들은 제대로 듣지 못했으면서 이구동성으로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체내 마나를 검사하는 때가 됐다.
줄을 선 학생들이 차례로 수정구에 손을 얹었다.
처음에는 수정구가 빛을 뿜자 그만 깜짝 놀라던 학생들도 익숙해져서는 척척 손을 댔다.
“─다음.”
“네!”
어느덧 하백련의 차례가 되었다.
하백련이 씩씩하게 걸어나갔다.
“이름이 뭐니?”
“하백련입니다!” “그래…, 1학년 5반 하백련. 이제 손을 얹어보렴.”
사람은 숨을 쉬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체내 마나를 흘린다.
수정구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마나의 잔재를 유추해서는 대략적인 체내 마나량을 검사하는 아티펙트였다.
기프트를 검사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하튼 그녀는 용감한 얼굴을 하고 수정구에 손을 턱 하고 얹었다.
“와….”
“…….”
수정구가 반응했다.
투명한 구체 안에서 푸르른 빛이 꽃봉오리를 트듯 피어올랐다.
하백련은 수정구 바닥에 일렁이는 마나를 보고 감탄했다.
“─평균보다 좀 적구나. 아주 적은 수치는 아니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딱 적당한 수준이네. 참 신기하네…. 오차 범위 없이 딱 평균치야.”
그때 직원이 중얼거렸다.
하염없이 수정구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직원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불안이 서렸다.
“저 안 좋은 거예요?” “어? 아니, 그게 아니고….”
“저 죽는 거예요?”
“아니, 얘야, 내 말은 있지….”
울먹울먹.
하백련이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
직원은 당황했다.
그리고 그녀가 울기 시작하면서, 뒤에 있던 학생들도 덩달아 울음을 터뜨렸다.
☆
판도라 클랜회관.
일반 클랜원들을 제외한 간부들은 모두 2층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클랜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정식으로 클랜 발족을 선언하고 이제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지만, 일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일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니야. 우리한테 후원하는 그룹들이 일을 주고는 있으니까.” “문제는 후원하는 그룹을 제외하고 일거리를 주는 곳이 없다는 거지. 사람들이 우리가 있는 걸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지 클랜을 찾아오지 않고 있잖아.”
김민지 그리고 진서나.
두 사람이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며 클랜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클랜원들은 부정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말이 맞았다.
판도라클랜이 그렇게 대대적으로 클랜 창설을 선언했는데도 사람들은 마치 그들을 없는 사람처럼 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활동지역은 용산구인데, 거점은 사당역에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용산구에 사는 사람들이 강을 넘어 여기까지 의뢰하러 오겠어?”
“그래서 내가 반대했었는데….”
배수빈의 지적.
목민호의 한숨.
두 사람의 의견처럼 판도라클랜은 현재 애매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의뢰가 들어오지 않을 만도 했다.
결국 클랜원들의 눈초리가 자연히 클랜회관과 활동지역을 달리 지정한 은하에게 돌아갈 만도 했다.
그런데 정작 은하는─.
“─괜찮아. 기다리다 보면 싫어도 일거리가 쏟아진다는 소리가 나오게 될 거야.”
클랜원들이 걱정하는 반면.
은하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클랜원들은 이제는 은하를 추궁하려고 하지 않았다.
추궁해봤자 은하가 말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의뢰가 들어오지 않는 건 겨우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그러던 그때.
한서현이 입을 열었다.
좌중의 시선이 모였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기존에 용산구에서 활동하고 있던 클랜들이 자기네들 파이를 먹으려고 불쑥 들어오는 우리를 달가워할 리 없잖니.” “”””…….””””
“더군다나 우리는 재계 그룹들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는 중인데, 까딱 잘못하면 우리에게 영향력을 뺏길 수 있는 상황인 거지. 그러니 그들 입장에서는 입지를 보전하러 우리에게 일거리를 넘기지 못하게 지역주민들을 통제하고 있을 거야.”
한서현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진파랑을 비롯한 몇몇이 클랜들의 작태가 더럽다며 혀를 찼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의 법칙이었다.
선발주자는 지역의 터줏대감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면 후발주자는 그들의 견제를 받으면서 꾸역꾸역 입지를 만들어나가야 했다.
문제는 용산구의 클랜들은 판도라클랜이 입지를 만들어나갈 기회를 조금도 주려 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만큼 그들이 판도라클랜을 아예 반기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으며─.
“─그러게 클랜을 창설하기 전에 미리 용산구에 위치한 클랜들에게 떡이라도 돌리라고 그랬는데.” “맞아. 서로 인사도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잘 지내자고 말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클랜을 창설하니까 안 좋게 보일 수밖에 없잖아.”
현재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노은하 때문이었다.
노은하의 대처가 잘못됐다.
클랜회관과 활동지역 선정은 물론, 은하가 용산구에 위치한 클랜들에게 호의적이지 못한 스탠스를 취했던 것이다.
이에 한서현과 노은아가 타박했다.
“우리가 왜 그 사람들한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데?”
“”””끙….””””
“그 사람들이 우리한테 숙여야지.”
반면 은하의 태도는 당당했다.
그가 별 거 아니란 듯이 내뱉자, 클랜원들은 단체로 끙 소리를 냈다.
하고 싶은 말은 무척이나 많았지만 그렇다고 이전처럼 클랜로드를 막 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서브로드들도 뭐라고 말하지 않는 상황이기까지 했으니까.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자.
은하가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지금껏 침묵을 고수하던 정하양이 조심스럽게 발언했다.
“은하 말처럼 이미 엎질러진 물을 신경써봤자 소용없어. 문제는 이제 4월이 되면 각 지역구마다 클랜들이 지역총회를 개최한다는 거야.”
지역총회.
같은 지역구를 거점으로 두고 있는 클랜들의 회의기구였다.
각 클랜들은 지역의 발전과 함께 상생 공존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는 했다.
다시 말해, 판도라클랜도 4월경에 예정되어 있는 용산구 지역총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아무 전달도 받지 못한 상태야. 이때쯤이면 이제 지역총회에 참석하라는 통보가 와도 이상하지 않은데 말이야.” “”””…….””””
하양의 말에 클랜원들의 분위기가 일제히 숙연해졌다.
지역총회에 초대받지 않았다는 건 판도라클랜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그만큼 용산구의 클랜들은 판도라클랜의 피를 말리려고 하고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클랜원들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이제라도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게 맞을 거라고 생각해.”
“맞아, 자존심이 상하긴 하겠지만 굽히고 들어가면 용산구의 클랜으로 인정해줄 거야.”
호시미야 카에데, 조아라.
두 사람이 은하에게 권했다.
몇몇 클랜원들도 은하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에 노은하는─.
“─굳이 우리가 초대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나?” “”””……!!””””
“저쪽에서 부르지 않는다면 우리가 부르면 되는 일이지. 안 그래?”
무덤덤하게.
그가 지나가는 투로 내뱉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내뱉은 의견이 썩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클랜원들이 전혀 생각지 못한 말에 경악해 있는 가운데, 은하의 눈이 반짝였다.
“─서현아, 용산구의 클랜들에게 연락 좀 넣어줘. 우리 클랜회관에서 지역총회를 열겠다고.”
“너…, 정말 진심이니?”
“”””…….””””
지역총회를 주최할 수 있는 클랜은 원칙적으로 지역구를 관할하고 있는 클랜이었다.
그런데 은하는 원칙을 무시하고서 지역총회를 주최하겠다고 말했다.
즉, 그가 지역총회를 주최함으로써 자신이 용산구의 패권을 차지하는 맹주임을 자처하겠다는 뜻이었다.
너무나 무모한 발언이었다.
한서현을 비롯한 클랜원들은 모두 은하가 꺼낸 말을 도무지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다가 회의에 참석한 클랜이 우리밖에 없으면 어쩌려고….”
“그랬다가는 망신이 따로 없겠네.”
“”””…….””””
할 말은 하자는 주의인 강시형이 클랜원들을 대표해 우려를 표했다.
벽해수 역시 말을 보탰다.
다른 클랜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지역총회를 주최했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망신살이 따로 없는 짓이었다.
“─그럼 좋은 거 아니야?”
그럼에도 은하는 웃었다.
그가 쏟아지는 시선들을 받아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누가 우리한테 호의적인 것인지 그리고 우리한테 호의적이지 않은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될 테니까.”
확신에 찬 어조.
클랜원들과 대조되는 반응을 보인 은하가 두 눈을 번뜩였다.
“걱정 마. 너희들의 생각하고 달리, 우리한테 올 수밖에 없을 테니까.”
머지않아 강북이 붕괴되고 나면.
용산구의 클랜들은 고개를 숙이고 판도라클랜의 밑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부터 충성 경쟁이 시작되리라.
은하는 그때가 오는 것을 기다리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으면 될 뿐이었다.
“그러니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말고 몇몇 사람은 나하고 어디 좀 가자. 어디 보자…. 파랑이 형이랑 서나, 카에데는 조만간에 일정을 비워놔
.”
회의랄 것도 별로 없었다.
대충 결정지어야 할 안건을 끝낸 은하는 몇몇 클랜원들을 호명했다.
호명된 클랜원들이 귀를 쫑긋했고.
“야, 어디 가는데?”
진파랑이 불쑥 물었다.
이에 은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에게 대꾸했다.
“이태원.” “이태원은 왜? 거기 뭐가 있다고?”
“뭐가 있기는. 외국인들이 있지. 아, 한국인이지만 아직까지 외국인 취급을 받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왜 보러 가는데?”
“전력으로 끌어들이러.”
“엥?”
용산구는 패권이 정리돼 있지 않은 지역이었다.
클랜들은 엎치락뒤치락 싸우면서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려고 했고.
외국계 한국인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패권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따라서 용산구를 완전히 얻으려면 클랜들만 아니라 이태원에 거주하는 외국계 한국인들까지 끌어들어야만 했다.
용산구의 클랜들을 복속시키는 건 나중에 가서 하더라도 늦지 않아.
가장 중요한 건 이태원에서 사는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는 일이야.
판도라클랜의 인원으로는 추후에 붕괴하는 지역을 관리하기 벅차다.
판도라클랜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세력이 독자적으로 있어야 했다.
그러니 이태원에 있는 세력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클랜들과 달리 그들은 자신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을 테니까.
☆
판도라클랜이 창설됐다.
용산구를 거점으로 두고 활동하는 클랜들에게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그것들은 왜 남의 영역에 들어와 클랜을 창설하고 그러는 거야?”
“그러면서 우리한테 인사도 하러 오지 않아? 뭐, 재계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뻗대고 있는 건가?” “우리 보고 인사하러 오라는 거지. 신인 주제에 아주 건방지네. 지가 인사하러 와도 유분수인데, 우리가 인사를 하러 가겠냐?”
“잘 지내보자고 말이나 했었다면 우리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어. 그나마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도록 일거리가 들어오게 해줬을 텐데….”
용산구의 클랜들은 판도라클랜이 창설 초기부터 해온 작태를 보고는 비웃었다.
클랜회관은 사당역에 설정해놓고, 강을 건너 용산구에서 활동하겠다는 이야기에는 박장대소했다.
그러다 그들이 영업을 개시하고도 자신들에게 인사하러 오지 않은 걸 심히 불쾌하게 여겼다.
안 그래도 밉던 녀석이 그날부로 더 밉게 보였다.
아주 상생을 걷어찼다.
그렇다면 그들 입장에서도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었다.
“판도라클랜인지 뭔지 내쫓읍시다. 재계그룹의 후원을 받는다고 우리가 쫄 필요가 있습니까? 우리가 모두 힘을 합치면 그놈들도 용산구에서 활동하지도 못할 텐데.” “시리우스그룹도 너무하네. 지금껏 우리한테 후원을 해주더니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판도라클랜에게 퍼주고 있고 말이야.”
“이러다 우리한테 떨어지는 일들도 판도라클랜에게 가게 될지도 몰라. 그 전에 놈들을 쫓아내야 해.”
“아니지. 쫓아낼 필요까지는 없지. 그래도 재계그룹의 후원을 받았는데 그렇게 쫓아냈다가 나중에 어떻게 될 줄 알고? 뒷감당 할 수 있어?”
“그럼 뭐 어떻게 하자는 건가?” “계속 일이 들어오지 않게 되면, 놈이 알아서 우리한테 찾아오겠지. 잘못했다고 싹싹 빈다면 우리한테 거역하지 못하게 길들이면 돼.” “흠….”
“그놈들을 구슬리기만 해봐. 그럼 그놈들이 후원 받는 그룹으로부터 콩고물이 떨어질지 어찌 알고? 지금 그놈들은 규모도 크지 않아서 외부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일 텐데….”
“그거 나쁘지 않는 생각이네. 그럼 적당히 압박을 해서 지들이 알아서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구만.”
용산구의 클랜들은 패권을 다투며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클랜들은 새로운, 심지어 용산구를 그대로 집어삼킬 여지를 가진 적이 출현하자 똘똘 뭉쳤다.
용산구의 클랜로드들은 한데 모여 판도라클랜에 대해 어떠한 행동을 취할지 논의했다.
나아가 그들은 판도라클랜이 현재 용산구를 관할하는 DM클랜에게로 신고 인사를 하러 오지 않은 것을 빌미로 삼아, 판도라클랜에게 일절 지역총회에 관련된 정보를 전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하여 용산구의 클랜들은 이제 판도라클랜이 알아서 숙이고 들어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것들이 지금 미친 건가?”
“뭐? 지들이 지역총회를 주최하니 꼭 참석해달라고?”
“미친놈들…. 이것들이 지금 뭐하자는 짓이야?”
판도라클랜이 용산구의 클랜들에게 지역총회 초대장을 보냈다.
클랜로드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역총회를 주최하는 권한은 본디 지역을 관할하는 클랜에게 있었다.
그런데 지역도 관할하지 않는 클랜이 초대장을 보냈다니.
자신이 관할 클랜을 자처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상식에도 어긋나는 짓이었으며.
너무나 무례했다.
클랜로드들은 길길이 화를 냈다.
그러고는 코웃음을 쳤다.
“하, 그래. 어디 너희끼리 해봐라. 우리가 회의에 가줄 것 같냐?”
“지역총회를 열 거면 용산구에서 열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뭐? 사당역에서 열겠다고?” “지역총회는 반드시 클랜회관에서 열어야 하는 게 맞으니 그런다지만 그래도 사당역이라니…. 어휴, 내가 다 부끄럽네.”
클랜로드들은 깔깔 웃었다.
노은하가 제 무덤을 팠다.
그렇게밖에 볼 수 없었다.
아무런 권위도 가지고 있지 않은 클랜이 회의를 주최하겠다는데 과연 누가 가겠는가.
필시 노은하는 홀로 회의장에 앉아 굴욕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거 가 너무 머리가 없는 것 같구만! 검만 휘두를 줄만 알지, 상식이란 게 없나봐!”
“미친놈…. 누가 강남으로 가겠냐! 용산구에 클랜회관이 얼마나 있는데 너희한테 가겠냐고!”
“어이구, 이것들은 뭐하자는 거지? 4월경에 개최해야 하는 지역총회를 왜 5월경에 개최한다고 하지?”
“그래, 어디 너 혼자 잘 살아봐라! 우리는 너 없이 회의나 할 테니까!”
클랜로드들이 구상하던 그림하고는 전혀 달랐으나.
그들은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때 그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고, 결국 골든 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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