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32
앞으로 한 달 뒤, 강북이 붕괴하며 사람들은 미증유의 재앙을 맞는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게 된다.
그날을 잊을 수 있을 리 없지.
사흘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몬스터들이랑 싸워야 했으니까.
은하는 그날을 선명히 기억했다.
회귀 전, 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는 현장 경험도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몬스터들과 싸워야 했다.
잠도 자지 못하고 처절히 싸웠다.
오죽했으면 강북이 무너지는 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였다.
전력은 이미 충분히 모았어.
이제 남은 것은 그날에 대비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는 거야.
강북이 완전히 멸망하면 곤란하다.
그랬다가는 판도라클랜이 추후에 용산구에서 활동하는데 잡음이 생길 것이다.
게다가 한 달 뒤에 있을 재앙으로 선녀정부에 상당한 질타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피해는 최소한으로 하면서 선녀 임가을이 받을 비난을 줄이고, 판도라클랜이 많은 이익을 얻게 될 기준을 만들어야 했다.
애초 강북이 무너지는 건 예정된 일이야. 도 회귀 전에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는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십이좌였던 송윤서는 은하에게 자신의 예언은 절대로 바꿀 수 없다고 고했다.
크라켄의 출몰도, 강북의 붕괴도 모두 예정된 일이었노라고.
은하는 숙명을 믿기가 싫었지만, 그녀의 기프트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강북은 반드시 붕괴해.
그러니 붕괴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대비하는 게 상책이야.
코쿤이 붕괴하는 것을 기점으로, 몬스터들이 강북을 침공하는 재앙.
은하는 최대한 예정된 재앙 속에서 발버둥치기로 했다.
이에 은하는 생각을 마쳤다.
[네, 판도라클랜 행정관 한서현입니다.]“응, 서현아. 나야.”
[그래, 무슨 일이니?]클랜로드의 집무실.
아직 익숙지 않은 집무실에서 홀로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사내 전화로 한서현에게 연락했다.
이윽고 바로 옆방에 있을 한서현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나관리기구에 연락할 수 있어? 고위급 관료들 중에서 실무진에게 연락을 넣고 싶은데….”
[아버지한테 물어보면 되는데…. 고위급 관료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 연락을 하려 그러니?]“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말해봐. 나도 일단 알아야지.]“음…. 내가 알기로 종묘에 설치된 코쿤의 수명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일에 대비해 점검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흠….]한서현이 퉁명스레 따졌고.
은하는 에둘러 설명했다.
그녀에게는 뜬금없는 설명이었으리라.
그러다 보니 은하는 그녀가 전화 너머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그래도 알았어, 아버지한테 한 번 말해볼게.]“응, 고마워.”
[하지만 말을 전한다고 하더라도, 코쿤을 점검하려 하지는 않을 거야. 나도 듣고 나서 황당하기만 한데, 높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니?]“그래도 일단 해보는 거지.”
한서현의 입장은 회의적이었다.
은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은하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안 된다고 하면 선녀한테 직접 코쿤을 점검해달라고 청하면 되지.
예상치 않은 일이기는 했으나.
은하는 본의 아니게 선녀 임가을과 친분을 맺고 있었다.
고위급 관료들이 안전불감증으로 코쿤에 대한 점검을 게을리한다면, 그때는 그보다도 더 높은 관료에게 말하면 될 뿐이었다.
선녀 임가을, 바로 그녀에게.
그리고 그것은 그녀에게 관료들을 압박할 수 있는 빌미가 될 것이다.
선녀에게 쪼이고 싶은 게 아니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이 일하겠지.
한서현과 전화를 마치고.
은하는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루미너스그룹에서 마련해준 의자는 무척이나 푹신했다.
그건 그렇고─.
이내 은하는 생각에 잠겼다.
마나관리기구에 알려야 하는 일은 이것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십이좌 필두가 사망하게 되는데 이건 어떻게 막아야 하는 거지….”
몬스터들이 강북을 침공하는 그날, 십이좌 필두 문준은 강북에 거대한 방벽을 만들어내는 와중에 사망하고 만다.
그것이 시발점이었다.
임가을의 든든한 방패가 사라지며, 선녀정부에 대한 규탄이 쏟아진다.
“가능한 플레이어가 몸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돕는 것밖에는 답이 없겠네.”
고민해도 어쩔 수 없다.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
이후.
국가 간의 교류는 오랜 기간 동안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당시 타국에 남겨진 외국인들에게는 한 가지 선택지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잔류하게 된 국가의 국민으로서, 타국을 고국으로 삼아 일생을 사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육지에도, 바다에도, 하늘
에도…. 곳곳에서 몬스터가 나타나 원거리 이동을 원천봉쇄했으니까.
멸망으로 혼란스럽던 세상.
법이 사라지고, 힘이 정의가 됐던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국민의 안전을 제일 먼저 부르짖었다.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국민의 안전을 외쳤던 사람들은 귀화를 결심한 외국인들을 압박했다.
아니, 그들은 스스로 선택했다.
“─카에데, 너희 할아버지도 그때 플레이어들과 함께 싸웠다고 했지?”
“어. 이태원 일대에서 사람들하고 힘을 모아 분전했다고 말해주셨어. 아마 위치가…, 여기쯤일 거야.”
자국민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
외국인들은 자처해서 몬스터들하고 싸우기로 결심했다.
많은 이들이 죽었다.
그들의 죽음을 대가로 외국인들은 멸망 속에서 자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인정받기만 했을 뿐이다.
초기에는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거주 이전의 자유도 없었다고 했나.
멸망 속에서 살아남게 된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앓게 되었다.
그들은 몬스터에 대한 공포로 인해 이후에 태어난 아인에게 혐오감을 품게 되었고.
또한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이들은 그들을 대신해 살아남은 것만 같은 외국인들을 보고 상실감을 느꼈다.
무엇보다 한국어도 잘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의사소통에 문제를 겪고 사람들에게 착취당해야 했다.
사람이 살려면…, 희망이 필요해.
내 삶은 지금 이렇게 불행할지라도 내일은 행복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어야 해.
차별, 착취, 배척 등.
정신적으로 몰려 있었던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그들 외국인들을 멸시했다.
‘그래도 난 저 사람들만큼 불행한 상황에 놓여 있지 않잖아.’
‘저 사람들은 나보다도 못하잖아. 저 사람들도 살아가는데, 나라고 뭐 못 살 것 같아?’
‘저 사람들은 나보다 못 살 거야. 못 살 수밖에 없어. 못 살아야 해. 안 그러면 너무 억울하잖아.’
‘앞으로 저놈들이랑 같이 살라고? 내가 왜 저놈들이랑 살아야 하지?’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이라는 것에 안심하는 법이다.
자신이 바닥이 아니기를 희망한다.
멸망은 그들의 기저에 깔려 있었던 추악한 마음을 극대화시켰고, 끝내 보이지 않는 계급을 탄생시켰다.
귀화한 외국인들은 그렇게 계속, 그들에게 멸시의 대상이 되었다.
아니, 그들만이 아니었다.
그들 밑으로 태어나서, 한국어가 모국어가 된 사람들도.
그들도 여전히 차별의 대상이었다.
시간이 흘러 고착화된 차별은 계속 그들을 이태원의 어둠 속에 내몰고 있었다.
“야! 거기로 가지 말고 이리로 와. 여기가 지름길이야.” “파랑이 오빠가 길을 잘 알 거야. 틈만 나면 여기로 와서는 애들한테 먹을 걸 돌린다고 했거든.” “야, 진서나! 내가 그 얘기는 하지 말랬잖아! 우리들끼리 얘기한 건데 왜 쟤네한테….”
“랑이랑 담비는 우리고, 은하하고 카에데는 우리가 아닌 거야? 이제는 클랜 사람들도 알아야지.” “그러지 않아도 진즉 알고 있었어. 바보 형이 그럼 그렇지.”
“어? 뭐야, 네가 어떻게 알았어? 근데 그거 칭찬이야, 악담이야?”
“됐고, 길이나 안내해줘.”
이태원 골목길.
언뜻 화려한 것처럼 보이던 동네도 골목길로 접어들면 어둠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태원은 더욱 그러했다.
은하는 진파랑의 안내를 받으면서 깊은 어둠 속으로 발을 옮겼다.
“…경계하고 있나 보네.”
“그렇겠지. 번드르르한 옷을 입고 골목길에 들어온 우리를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몇 명인 것 같아?”
“7명. 그리고 우리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고 있는 사람 한 명. 지금 막 한 사람이 떠났네. 보아하니 보고를 하러 간 것 같은데….” “잘했어. 맞았어.” “날 시험하지 마.” “시험한 거 아닌데.”
“시험한 게 아니면 뭔데.”
“사실 시험한 거 맞아.” “믈증는 흐즈 므르….”
말장난 하지 마라….
비좁은 골목길이었다.
한 명이 지나갈 법한 골목길.
은하는 자신들을 탐색하는 것 같은 기척을 느끼며 호시미야 카에데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머지않아─.
“─온다.”
카에데의 목소리가 변했다.
은하 역시 감지했다.
직선으로 이어지기만 하던 길목이 세 갈래로 나뉘는 지점.
각 방향에서 적의를 풀풀 흘리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여기는 너희가 올 때가 아니다.”
“좋은 말로 할 때 그만 가라.”
“Shit! 야, 꺼져.”
“”””…….””””
허리에 칼을 찬 외국인들.
은하는 그들 중에서 왼쪽 길목에서 걸어 나온 외국인을 바라보았다.
까무잡잡한 피부.
영어를 섞어 말하는 흑인은 레게 머리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보게 될 줄이야. 분명 …, 라고 했던가. 이름은 도미니크(Dominic)였나?
회귀 전에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이태원의 청소부를 자처했던 남자.
은하는 남자가 손가락에 검을 끼고 돌리는 모습을 보고 기억을 떠올렸다.
“말했다, 꺼지라고. 여기서 더 오면 나도 실력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 “실력행사라….”
회귀 전, 마나관리기구 기준으로 A급으로 평가되었던 플레이어.
은하는 남자가 검을 한 자루 더 꺼내는 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얌전히 만나러 가겠다는데 이렇게 나오겠다면 나도 별 수 없지.”
적의는 저들이 먼저 보였다.
무기도 저들이 먼저 꺼냈고.
은하는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파랑 형.” “오냐.”
그러고는 진파랑을 불렀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진파랑은 체내 마나를 발현하고 있었다.
“형이 혼자서 정리해봐. 못하는 건 아니지?”
“날 뭘로 보고? 10분이면 치운다.” “5분. 10분은 길어.” “쪼잔하게시리! 알았다!”
“””……!!!”””
“너희는 이제 다 죽었어!”
휘리릭 하고.
은하의 뒤에 있던 진파랑이 별안간 서로 마주보고 있는 벽을 밟고서는 은하를 뛰어넘었다.
착지 그리고 돌격.
세 사람은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진파랑을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길목은 여럿이서 싸우기에 너무나 좁았고.
진파랑은 그 점을 이용해 그들을 일일이 상대했다.
바로 그때─.
“─카에데.”
“알고 있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공격.
지붕 위에서 지켜보던 외국인들이 전투가 발생하자 가세한 것이다.
은하는 카에데에게 명령했다.
그의 명령을 받기도 전에 카에데는 활시위를 당긴 상태였다.
떨어지는 공격을 상쇄한 카에데가 곧장 위에 있던 사람들을 저격했다.
그리고 뒤에서 또 한 명─.
“─진서나.”
“너만 제일 편하고, 이게 뭐야?”
은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서 불평불만을 하는 여우 한 마리.
하지만 진서나는 달려드는 사람의 공격을 피해서는 안으로 파고들어 급소를 가격했다.
남자의 표정이 아찔하게 변하면서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그리고 그때가 되었을 때에는─.
“─P, Please! 그만, 제발 그만…!” “…커헉…!”
“쿨럭!”
진파랑이 상대하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쓰러져 있던 뒤였다.
은하는 쓰러져 있는 사람들 중에서 도미니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멱살을 붙잡아 올렸다.
“말해, 네 두목이 어디에 있는지.” “차라리 날 죽여라!”
“그래?”
도미니크가 소리쳤다.
은하는 떨어져 있던 칼을 주워서는 그의 목에 들이밀었다.
“…….”
“말해.”
이 시기에는 플레이어가 되지 않은 도미니크.
아직은 풋내기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은하는 힘을 들이지 않고 그를 협박했다.
“날…, 죽여라.”
“그냥 한 대 맞아라.”
“…컥…!”
하지만 도미니크의 의지는 협박에 물러서지 않았다.
흔들리던 시선이 평정심을 찾고는 은하를 올려다보았다.
이에 은하는 혀를 찼다.
이태원의 세력을 끌어들어야 하는 은하가 정말 그를 죽일 수 있을 리 없었다.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친 은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너한테 묻지 않아도…, 저쪽에서 마중을 나온 모양이네.”
“…Fuck…!! 배, 배, 아악…!”
은하가 도미니크를 친 이유.
은하는 도미니크의 배를 밟고서는 조금 전 그가 나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
뚜벅뚜벅하고.
물웅덩이를 지나는 여성.
땋은머리.
볕에 그을린 듯한 피부의 여성은 입가에 반투명한 베일을 둘렀으며,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아라비아의 무희를 연상케 하는 듯한 행색을 한 여인이었다.
“─아버지께서 부르십니다. 이제 그만하시고 저를 따라오시죠.”
흘깃 도미니크를 일별하고는.
여인은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아버지께서 판도라클랜 여러분을 손님으로 초대하셨습니다.”
“”””…….””””
여인의 말은 단서가 되었다.
이 골목 깊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판도라클랜에서 온 것을 알고 있다는 것.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동네 깡패도 아니고 말이야.
이태원의 외국인들이 믿고 따르는, 과거 이라 불렸던 남자, 더글라스 김(Douglas KIM).
은하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
여성이 앞장섰다.
은하와 클랜원들은 그녀를 따라서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뒤에서는 몇 대 얻어맞은 외국인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여기에요.”
“”””…….””””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하는 작은 공터로 나왔다.
이내 은하와 클랜원들은 사방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압도되었다.
여차하면 죽일 수 있다는 것처럼.
그들이 살기를 드러내며 위협했다.
그들의 태도가 너무나 살벌해서, 클랜원들도 자연히 긴장했다.
“초대한 것 치고는 너무 살벌한데. 우리가 잘못 왔나?”
“”””……!!””””
스티지안 아이
하지만 은하는 달랐다.
그의 두 눈이 번뜩인 것은 한순간.
순간적으로 눈을 마주친 사람들이 돌연 헛구역질을 하며 쓰러졌다.
담장 위에 올라가 있던 사람들이 픽픽 떨어지며 발작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약하네. 눈 마주쳤다고 이렇게 쓰러지는 걸 보면.”
클랜원들이 얼어붙은 가운데.
은하는 외국인들의 실력을 살피며 작게 한탄했다.
그러자 외국인들의 기세가 더더욱 살벌해졌다.
그들이 이제는 마나를 발현하면서 은하를 압박하려고 했다.
바로 그때─.
“─그만.”
저 높은 단에 앉아.
그동안 오시하고만 있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더글라스 김.
그의 발언을 기점으로 외국인들이 체내 마나를 거두어들였다.
은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듣던 것보다 많이 건방지구나.”
“건방진 짓은 저쪽이 먼저 했죠.”
의 발언.
그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더글라스 김의 기세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내리눌렀다.
그럼에도 은하는 태연했다.
아마겟돈이 발했던 기운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구나.
날카로운 기세 속에서도 당당히.
은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흠.”
의 눈빛이 변했다.
그가 은하에게 흥미를 보였다.
기세를 거두어들인 더글라스 김은 조금 전과 다른 분위기로 은하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판도라 클랜로드. 무슨 일로 날 만나러 온 거지.”
“동업 좀 하자고요.”
“동업?”
“아니, 동업이 아닌가.”
은하는 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외쳤다.
“─간략하게 말할게요. 제 밑으로 들어오세요.” “”””……!!””””
그 말이 다시금 파문을 던졌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