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35
회귀 전.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얼마 안 되어 강북의 멸망이라는 재앙을 맞이한 은하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전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몰려드는 군세를 상대해야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결국 은하는 죽기 직전에 가까운 상황에 처하기까지 했다.
그때, 그는 내심 안심했었다.
─이제, 나는 죽는 건가.
삶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삶이 너무나 고달팠다.
그렇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짓은 할 수 없었다.
그때 그는 이유정의 치료를 받으며 그런 생각에 빠져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포기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겪는 고통은 전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제3위계 오버랭크 몬스터 예경.
녀석이 중구를 덮쳤을 그 무렵.
명동 대성당에서 사람들을 달래고, 그들을 치료하고 있었던 이리야가 을 발동한 것이다.
부디, 여러분에게 마나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신서영 이후로.
대한민국에서 공식적으로 발동된, 두 번째 .
명동 대성당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빛의 기둥은 기둥 안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의 상처를 모두 회복시켰다.
그로 인해 이리야는 그들이 겪을 고통과 상처를 모두 감당하고서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며 사망했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근처에 있던 은하는 부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그는─.
─제기랄.
몹시 분노해 있었다.
자신한테 잔혹하기밖에 더한 삶을 계속 살아가라는 것이냐며.
그는 오갈 데 없는 분을 풀고자 몬스터들의 군세에게 뛰어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살아남았고.
그리하여 그는 가 되었다.
이리야란 사람은 이타적인 나머지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었지. 남들에게 퍼주기만 하다 죽은 사람.
마나교의, 이리야.
그녀는 그렇게 순교했고.
그녀가 몸을 담고 있던 마나교는 그녀의 순교를 빌미로 빠르게 세를 불려갔다.
그렇게 마나교에 입교한 사람들은 하나 같이 광신도가 되었다.
덕분에 선녀정부에게는 골칫거리나 다름없는 존재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보니 은하는 마나교에게, 이리야에게 좋은 감정을 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제 와서 생각하면 고맙지.
그때 가 아니었으면 나는 그대로 죽고 말았을 테니까.
그렇게 죽었다면 유정이하고 그런 사이가 되지 못했을 테고, 백련이도 만나지 못했겠지.
이전 삶과 달리.
은하는 이리야에게 악감정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그녀에게 안타까운 마음만 들 뿐이었다.
그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그녀는 죽을 때까지 그리고 죽고 나서조차 이용당한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이렇게 외출하니까 좋다.” “다음부터는 우리 밖에서 만날까? 아, 조심해. 거기 바닥이 패였어.”
“웃차. 응, 고마워. 될 수 있으면 나도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지만 가족들이 걱정해서….”
“하긴 그렇지.”
명동 대성당 인근.
가까스로 이정인에게 허락을 받은 은하는 이유정의 손을 잡고 길가를 걷고 있던 중이었다.
물론, 두 사람 주변에는 열이 넘는 경호원들이 따라붙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들을 모른 척하면서 언덕길을 올랐다.
“대성당까지는 얼마나 남았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한 5분? 왜? 혹시 힘들어? 업어줄까?” “아니야. 나 혼자서 걸을 수 있어. 대신 손 좀 잡아줄래? 처음 오는 장소는 좀 무섭거든.” “알았어. 이 손 절대 안 놓을게.”
두 사람은 명동 대성당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리야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는 치유마법에 능해 고치지 못하는 상처가 없을 거라고 불릴 정도야.
어쩌면 라면 유정이의 눈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라.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천사.
그녀는 그렇게도 불렸다.
실제로 그녀는 대성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대가 없이 치유마법을 사용해주고는 했다.
그러다 몬스터들이 침공하게 되며 겁을 먹을 사람들이 모두 그녀에게 달려왔던 것이고.
그녀는 그들을 치료해주고 싶다는 바람에 을 발동했던 것이다.
여하튼 그녀의 능력을 알고 있던 은하는 혹시나 이유정의 눈에 걸린 마법을 풀 수 있을까 싶어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근데 음…. 너무 기대하지 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던 중.
명동 대성당에 가까워지자, 돌연 이유정이 운을 뗐다.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전에 몇 번 플레이어들한테서 비밀리에 검사를 받은 적이 있거든. 그때 그분들이 고치기는 힘들 거라 얘기해줬어.” “…….”
“그러니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아도, 은하 네가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왜 내 걱정을 하고 그래?”
“음, 그런가?”
“오히려 그렇게 되면 내가 너한테 미안해해야 하지.” “아니야. 나는 이렇게 너하고 같이 밖에 나온 것만으로도 좋은걸?”
부드러이 미소 짓는 이유정.
은하는 그녀가 덤덤히 하는 말에 감정을 추스르느라 애썼다.
“그러고 보니까 루미너스그룹에서 4월말쯤에 교류회를 열기로 했어. 가족들이 이제는 나도 대외활동을 해야 할 거라고 하더라.” “이야기 들었어. 그때 꼭 갈게.”
“응, 꼭 와줘.”
이내 이유정이 화제를 바꿨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 은하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때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유정은 정재계의 사람들로부터 대외활동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권유라고 하기 보다는 압박이었다.
더는 대외활동을 미룰 수 없게 된 그녀는 결국 올해부터 대외활동에 참여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불안하지는 않아?”
“조금 불안하기는 해. 그래도 나도 루미너스그룹의 사람인걸. 이제라도 내 역할을 다해야지.” “뭐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해. 그때는 내가 아주….” “내가 아주?” “…잘 타일러줄게.” “응! 고마워.”
은하는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
괜히 그녀가 사람들이 하는 말에 상처를 받는 것은 아닐까.
그는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유정에게 험한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상하게 요즘 오해인이 깽판을 치고 다닌 덕분에, 유정이 여론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거라고 해야 하나?
한편으로 은하는 안도했다.
이유정은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한서현, 정하양, 유도준 등.
재계그룹과 연결돼 있는 친구들이 종종 소식을 가져오고는 했다.
그리고 얼마 전, 은하는 그들에게 오해인이 망나니짓을 하고 다니며 욕을 먹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눈 짝짝이가 요즘 들어 미쳤다며, 그에 비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정은 차원이 다를 거라며.
최근 들어 정재계에는 그런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오해인이 욕을 다 먹어주는 만큼, 유정이가 크게 고생하지는 않겠지.
오해인이 약을 잘못 먹었나 싶다.
물론, 은하는 환영했다.
이유정이 욕을 먹지만 않는다면야 아무렴 좋을 따름이었다.
더군다나─.
“─걱정 말고 천천히 준비해도 돼.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는데?” “걱정 마.”
4월말에 예정된 대외활동이 과연 일정대로 진행될 것인가.
은하는 아니라 단언할 수 있었다.
이유정의 대외활동은 아주 멀리, 뒤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은하가 그런 뉘앙스로 말할 때쯤, 두 사람은 명동 대성당에 도착했다.
“다 왔다.”
“여기야?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 성당이라서 그런가?”
명동 대성당.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모두 이리야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것이다.
은하는 이유정을 데리고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줄을 오래 서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지?” “응, 나는 괜찮아.”
줄이 길었다.
은하는 줄이 끝나는 지점에 서며 이유정에게 말했다.
이유정이 고개를 끄덕이고.
은하는 자신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행색을 살폈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정상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었다.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지.
아니, 세상을 사는 것이 버겁지만 죽는 것은 무서워서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
그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가 대신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사람들이야.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와 다르지 않았다.
은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회귀 전의 기억에 잠겼다.
몬스터들이 강북을 침공하게 되고, 플레이어들이 목숨을 바쳐 싸우면서 녀석들을 막아내던 가운데.
저들은 무엇을 했던가.
무섭다며, 도와달라며, 살려달라며 이리야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으며 울기만 하지 않았던가.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하기만 하면 어쩌겠다는 거야.
저들마다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은하는 저들을 순수하게
좋아할 수 없었다.
그런 은하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이유정이 은하의 손을 꼭 쥐었다.
“왜 그래? 갑자기 말이 없고….”
“아, 미안. 다른 생각 좀 하느라고. 이따 저녁은 뭘 먹을지 생각했지.”
“킥, 그게 뭐야. 너 이상해. 은하 너는 맨날 먹는 것만 생각하니?”
“왜? 그러면 안 돼? 이거 끝나고,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음…. 나는 아무거나 좋아.”
“그게 제일 어려운 질문이라는 거, 알아? 몰라?”
“난 진짜 아무거나 좋은데…. 너랑 같이 먹는 거면 아무거나 좋아.”
이유정의 얼굴에 걱정이 서렸다.
은하는 그녀를 달래주면서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다.
이윽고 머지않아, 줄이 줄어들면서 두 사람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성녀님, 저는 다리가 아파요. 이것 보세요, 시퍼렇게 멍이 들었잖아요. 며칠 전부터 이렇게 되었는데 제발 고쳐주세요.”
“많이 아프셨겠어요. 제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그때쯤 이리야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 수도복을 입은 여성.
검은 머리칼, 초록색 눈의 여성은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측은지심을 느끼는 듯했다.
그러다 그녀가 환자의 상처부위에 두 손을 가져다대자, 그녀의 손이 은은한 녹색 빛에 휩싸였다.
“어때요? 이제는 괜찮으신가요?”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이제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성녀님.”
상처부위가 사라졌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감탄 어린 기색을 보였다.
환자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리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모두 마나신의 은총 덕분인걸요. 저는 여러분들과 같은 보잘 것 없는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저 마나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분의 뜻을 대행할 뿐인걸요.”
마나신.
이후 태어난, 만물의 근원이 되는 마나가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에서 파생된 신.
그럴 리가 없지.
이 세상에 신이 어디 있어.
마나는 신의 의지다.
그러니 마나로 이루어진 우리들은 신의 피조물이고, 마나로 가득 찬 세상에는 어디에든 신이 존재한다.
그 신이 굽어살피고 있다.
모든 신들이 사라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마나신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마나신을 섬겨라.
이전 삶에서 질리도록 들어보았던 은하는 마나교의 교리를 믿지 않았다.
마나에 깃드는 것은 신이 아니라 내 의지야.
신의 의지 같은 것은 없어.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필시 매력적인 소리로 들릴지 모르나.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고 있는 그는 현혹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리야의 능력은 진짜였다.
“그럼 다음 분….”
그래서 그녀를 만나러 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자마자 곧장 이리야에게 향했다.
“”…….””
의자에 앉아 있던 이리야.
그녀는 다른 사람과 달리 멀쩡한, 나아가 부유한 것 같은 차림을 한 은하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은하 또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내 그녀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죄송하지만 저희 진료소는….”
“제가 아니라 이 애를 봐주세요.”
“아, 은하야….”
“부탁할게요.”
진료 거부.
그녀가 그리 말하려 했을 때였다.
은하는 대뜸 등 뒤로 감추고 있던 이유정을 앞으로 내보냈다.
“…….”
이유정이 앞으로 나오고.
이리야는 말을 멈췄다.
그녀의 시선이 그대로 이유정에게 고정되었다.
이윽고 이리야의 초록 눈이 크게 떠졌다.
☆
기묘한 분위기의 남자였다.
무언가 확신에 찬 듯한 남자.
좋은 뜻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다.
적당한 자신감은 좋은 것이지만, 과도한 자신감은 오만에 불과했다.
더욱이 남자의 행색을 보면 필시 근처에 사는 사람도 아닐 것이며, 부유한 집의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이런 사람들은 거부를 해도 자꾸 찾아오는구나.
이리야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은 빈민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선의의 마음으로 진료소를 열었다.
그런데 이따금 자신의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오늘 이 남자처럼 갑자기 찾아오고는 했다.
그러고 자연스레 명령하는 것이다.
마나신은 사람을 평등하게 여기고 사랑하라는 말씀을 하셨다지만.
그녀는 그들을 몇 번 대하고 나니 인류애적인 마음으로 그들을 사랑할 수가 없었다.
“죄송하지만 저희 진료소는….”
“제가 아니라 이 애를 봐주세요.”
“아, 은하야….”
“부탁할게요.”
그래서 남자를 쫓아내려고 했더니.
별안간 남자가 뒤에 감추고 있던 여성을 앞으로 내보낸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뜻을 꺾을 생각이 없었다.
없었는데─.
“─…….”
이리야는 당황해하는 여성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와…, 예쁘다.
순수한 의미에서 감탄하고.
이리야는 여성이 풍기는 분위기에 푹 빠지고 말았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남자가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은 보듬어줄 것 같지 않은 분위기라면, 여성은 모든 사람들을 보듬어줄 것 같았다.
무척 자애로워 보이는 사람.
나아가─.
─이 사람은 대체 누구지?
대체 누구길래…. 왜 성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그녀는 마나교를 찾는 사람들에게 라 불리고 있었으나.
여성을 본 이리야의 감상은 정작 성녀라고 불려야 하는 사람은 바로 눈앞에 서 있는 여성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 빠졌기 때문일까.
“은하야, 불편해하시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만 돌아가자. 저…, 정말 죄송해요. 진료소에 제한이 있는 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잘 오셨어요!”
여성이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이리야는 재빨리 여성의 옷깃을 붙잡았다.
여성이 돌아섰다.
“마나신은 사람을 가리지 않아요. 먼 곳에서 오신 것 같은데 상처를 저한테 보여주시겠어요?”
붙잡아야 한다.
이 여성과 대화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든 이리야는 그녀에게 상냥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감사를 표했다.
그때,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얘 눈을 봐줬으면 해요.” “…네, 알겠습니다.”
눈이라.
그녀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그녀의 분위기에 심취한 나머지, 그녀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그럼 눈을 떠주시겠어요?”
“네….”
자리에 바로 앉으며.
이리야는 여성에게 부탁했다.
여성이 주저하며 눈을 떴다.
그리고─.
“─아….”
알 수 없는 술식으로 뒤덮인 눈.
자연계에서나 볼 수 있는 술식.
술식은 관측한 그 순간에 재빨리 구조를 바꾸며 뒤이어 오는 술식에 밀려났다.
이건, 대체….
이리야의 눈에는 여성의 눈이 마치 세상의 섭리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대로 압도되었다.
술식에 빨려들었다.
아….
정신을 차려 보니 그녀는 백색의 세상에 서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술식이 지나가며, 백색으로 이루어진 세계.
그녀는 이 세계를 잘 알고 있었다.
이곳은 바로─.
─오, 마나신이시여.
마나신의 세계였다.
종종 신의 목소리를 듣기만 하며, 이곳으로 발을 들이는 일은 적었던 그녀는 곧장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마나신에게 기도했다.
이 아이의 대가는 절대적이다.
그러니 돌아가라.
여성인지 남성인지 알 수가 없는 목소리.
틀림없었다.
마나신이었다.
이리야는 마나신의 목소리를 듣고 감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
“저…, 괜찮으세요?”
백색의 세계가 산산이 깨지고.
그녀가 다음에 정신을 차렸을 때는 원래 세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눈을 깜빡깜빡.
이리야는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눈앞에 있는 여성이 걱정스럽다는 어조로 물었다.
이내 그녀는 의자가 쓰러지든 말든 자리에서 일어나 덥석 여성의 손을 잡았다.
“─당신은 마나신의 사도셨군요! 사도님이시여! 제가 몰라 뵈어 정말 죄송합니다!” “네?”
“”””……!!””””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났다.
이리야가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
사람들이 술렁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여성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바로 그때─.
“─마나신의 사도는 무슨…. 신이 죽은 지 언제인데 아직까지도 계속 신 타령이나 하고 있는 거야?”
“”””……!!””””
짜증이 난다는 투로.
남자가 그녀로부터 여성을 채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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