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38
재앙은 예고도 없이 들이닥쳤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잠을 청하던 그때─.
─쩌저적
코쿤이 부서졌다.
그 소리는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소리였다.
거의 반사적으로 잠을 깬 사람들은 밤이 한창인 세상을 내다보았다.
“이, 이건 꿈이야….”
“아니야. 이러면 안 돼…. 이러면 안 되는 거라고!”
“십이좌! 십이좌는 지금 어디에서 뭐하고 있는 거야!!”
코쿤의 파편이 떨어진 세상 너머.
사람들은 그곳을 통해서 침입하는 몬스터들을 보고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아직 일렀다.
그보다 더 심한 공포가 아직 남아 있었으니까.
코쿤이 격렬하게 흔들린 것이다.
뒤이어─.
“”””─아….””””
코쿤이 완전히 붕괴했다.
사람들은 하얗게 빛나는 조각들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마나의 편린이 돼 사라지는 코쿤.
몬스터들은 그동안 그들을 부정하던 벽이 사라지자 크게 포효했다.
──!!
소리는 어디에서든 들렸다.
형용할 수 없는 소리가 서로 섞여, 사람들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Whiiiiiieeeeeeaaoooo
그리고 고동을 울리는 듯한 소리가 서울 전역에 울려 퍼졌다.
소리는 한강을 기점으로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아직 잠들어 있었던 사람들을 모두 깨워냈다.
끄르륵 깨르륵
키이이이잉!!
이윽고 한강에서.
그리고 공중에서.
또 강북 곳곳에서.
편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동시에.
군세를 몰고 오는 몬스터들이 즉각 강북을 침공하기 시작했다.
☆
결국 몬스터들이 침공했다.
연회장에서 시간을 보내던 은하는 이변을 깨달은 즉시 창가로 향했다.
그때는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라 창가로 향해 있었다.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
조금 전만 해도 야경이 예쁘다며 감상을 늘어놓았던 전경은 이제는 전장이 되어 있었다.
몬스터들이 강북으로 몰려들면서, 점점 수를 부풀리고 있었다.
“이건, 대체….”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모두 같은 심정이었다.
어느 누구도, 코쿤의 보호를 받는 서울이 몬스터들의 침공을 받을 걸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리라.
하물며 선녀정부가 자리하고 있는 강북이 침공당할 것이라고는.
쿠구구구
그러던 그때.
강 너머에서 폭발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였다.
밤은 깊었으나, 도심은 밝았다.
그들은 강 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처참히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내 강 너머가 어둠에 잠겼다.
그리고─.
“─불이 나간 것 같아!”
“어딘가에 비상전원이 있을 거야! 다들 얼른 찾아봐!”
강남에서도 전원이 나갔다.
강북이 어둠에 잠기는 것과 함께, 강남도 어둠에 잠기고 말았다.
장내에 갑자기 불이 꺼지게 되자,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에 반해서 클랜원들은 침착하게 불이 나간 상황에 대응하려 했다.
강시형이 좌중에 문제를 알렸고, 김민지가 목청껏 소리쳤다.
[다들 진정하세요! 불이 나간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그럼에도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에 진서나가 텔레파시로 그들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치지직
돌연 그런 소리가 들렸을 때.
발코니로 나와 있던 은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불이 나간 도심은 너무 어두웠고, 대조적으로 코쿤이 반발하는 빛은 너무나 밝았다.
젠장, 저놈들이 진짜….
몬스터들은 강북에 만족하지 않고, 강남의 코쿤까지 파괴하려 했다.
놈들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코쿤 안으로 연신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코쿤은 처음에는 버텨주었다.
하지만 놈들이 수로 밀어붙이자, 몇몇 몬스터들이 기어이 코쿤 안에 들어오고 말았다.
그렇다는 것은─.
“─찾았어! 지금 전원 올릴게!”
“불 켜지 마!!”
“…뭐?”
놈들이 가장 먼저 노릴 것은 바로 어둠 속에서 환히 빛나는 것일 터.
은하는 이천서가 전원을 켜려 하자 재빨리 소리쳤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위이잉
건물에 불이 들어왔다.
이천서가 비상전원을 다시 내려, 건물은 다시 어둠에 휩싸였으나─.
─키르르르르!!
몬스터들은 한순간에 반짝인 빛도 놓치지 않았다.
코쿤을 뚫고 온 몬스터들이 곧장 클랜회관에 침입한 것이다.
그제야 자신들의 실책을 알아차린 클랜원들이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
젤리 큐브
하트여왕의 선언
산들바람의 손길
홀리 실
드(Holly Shield)
노은아, 정하양, 차은우, 여우비.
네 사람이 재빨리 보호마법을 펼쳐 건물 외벽으로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막아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몬스터들의 공격만 막을 게 아니라 녀석들이 도망을 쳐, 다른 곳에서 피해를 주지 못하게 토벌해야 했다.
─거미줄 장악
보호마법에 부딪친 몬스터들.
돌연 녀석들의 주변을 넘실거리던 마나가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실이 되었다.
수십 가닥으로 이루어진 실들.
한창진은 손가락에 얽힌 실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마나로 이루어진 실에 묶인 몬스터들이 한창진에게 끌려왔고.
그때를 맞춰서 보호마법을 전개한 클랜원들이 마법을 풀어헤쳤다.
동시에─.
─아이언 크래셔
블러드 클로우
현월참
마나 크래셔
목민호, 진파랑, 최은혁, 유남훈.
네 사람이 속박된 상태로 들어온 몬스터들의 숨통을 끊어냈다.
그제야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야.
강북에 비할 바는 되지 않겠지만, 조만간 사당역도 몬스터들의 표적이 되고 말 거야.
어느덧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다.
사람들도 몬스터들이 토벌이 되자 두려워하면서도 다소 진정이 된 것 같았다.
은하는 어둠 속에서 그들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창진이 형, 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주변에 장막을 치는 마법 같은 걸 사용할 수 있지?”
“응, 은하야. 오랫동안은 힘들지만, 잠시 동안이라면 괜찮을 거야.”
“잠시 동안만이라도 좋아. 마법을 전개해줘. 그렇게 되면 수빈이 네가 마법으로 주변을 밝혀줘.”
“알았어. 그렇게 할게.”
“서포터들은 주변이 밝아지면 혹시 다친 사람이 없는지 살펴봐주고.”
클랜원들이 은하의 말을 기다렸다.
은하는 차분히 지시했다.
그러자 클랜원들도 평정심을 찾아 은하의 말을 따르기 시작했다.
“하양아.”
“응.”
마지막으로 그는 정하양을 불렀다.
정하양이 대답했다.
“─지금 당장 강북으로 가는 길을 알아봐줘.”
“…알았어, 그렇게 할게. 잠깐만 기다려줘.”
“”””…….””””
은하의 지시를 받고.
정하양이 굳은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비롯한 클랜원들의 얼굴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강에서 올라오는 놈들 때문에 길이 완전히 봉쇄되기 전에, 얼른 강북으로 넘어가야 해.
다들 은하의 생각을 읽은 것이다.
강북으로 구원을 갈 거라는 것을.
☆
“─자동차를 타고 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지금 도로 사정이 어떻게 돼 있는 건지 모르니까. 괜히 자동차를 이용했다 길이 막히거나 봉쇄돼서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있어.”
통신 장애가 일어나고 있었다.
다행히 정하양은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받아놓은 덕분에 별다른 문제를 겪지 않았다.
그녀는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니 강북으로 넘어가려면 우리가 직접 뛰어서 가는 수밖에 없어. 당연히 몬스터들이 득실거리고 있을 한강 다리를 지나야 하고.”
마녀의 모형정원.
그녀가 아티펙트를 가동했다.
그러자 수정구슬이 반짝 빛을 내며 클랜원들이 볼 수 있게 입체지도를 구현했다.
그녀가 손으로 지도를 조작하고, 대략적인 형상이 떠오른 지도 위에 몇 가지 표식을 남겼다.
“현재 위치에서 강북으로 가는데 가장 빠른 길은 4호선 방향을 따라 이수, 동작역을 지나는 거야. 이후에 동작역에서 용산동으로 연결돼 있는 동작대교를 지나야 해.” “다행히 역 두 개 길이라면 우리가 마나를 써서 뛰어가면 동작역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가 있겠네.”
“아니, 그건 장담할 수 없어.”
차은우가 도보로 동작역까지 걸릴 시간을 계산하며 말했다.
그때, 그동안 입을 다물고만 있던 호시미야 카에데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금 전에 녀석들은 코쿤을 뚫고 우리가 있는 곳까지 도달했어. 그건 적어도 우리가 있는 위치에서부터 한강으로 이어지는 거리까지는 이미 몬스터들이 도사리고 있을 거란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야.”
“흠….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를 몬스터들을 경계하면서 동작역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거겠네.”
거리는 대략 3km.
짧은 것 같으면서도 먼 거리였다.
도중에 몬스터들을 마주칠 경우를 고려하게 된다면 시간이 지체될 게 자명한 일이었다.
봉구래를 비롯한 클랜원들은 모두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하나 회관이나 지키자는 말을 꺼내는 사람들은 없었다.
나아가─.
“─그래도 우리는 강을 건너야 해. 아마 지금 강북은 갑작스런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을 거야. 최대한으로 빨리 강북으로 달려가, 지역 병력을 소집해 대응하고 있을 플레이어들을 도와야 해.”
“”””응.””””
은하의 의지가 굳건했다.
클랜원들은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방침을 내리는 은하에게 동의했다.
이후 클랜원들은 서둘러 강북으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포션은 아끼지 말고 챙기도록 해. 식량은 사흘 동안 잠도 자지 못하고 싸울 수 있을 걸 대비해서 넉넉히 챙기고. 내가 준 아티펙트는 반드시 챙기도록 해.”
이미 이때를 대비해서.
은하는 클랜회관에 식량과 포션을 잔뜩 구비해놓은 상태였다.
클랜원들은 순간 흠칫한 듯했으나, 별 말 없이 물건들을 챙겨나갔다.
“그런데 은하야, 이 아티펙트들은 대체 어디에 쓰는 거야?”
그때 짐을 간소하게 꾸린 최은혁이 은하에게 말을 걸었다.
최은혁이 목걸이에 꿰인 반지들을 옷 밖으로 꺼내보였다.
“아무 장식 없는 반지에는 상대의 고등제어기술에 대항할 수가 있는 레지스턴스라는 마법이 들어 있어. 그리고 장식 있는 반지에는 능력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키는 앰플리피케이션이란 마법이 들어 있어. 둘 다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니 아껴서 사용하도록 해.”
은하가 클랜원들에게 설명했다.
레지스턴스와 앰플리피케이션.
전자는 제3위계 오버랭크 몬스터 예경에게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직 예경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클랜원들은 자신이 찬 아티펙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는 눈치였다.
아마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레지스턴스 아티펙트는 많지 않아. 그래서 전위에서 싸우는 애들한테 더 챙겨주기는 했는데, 부족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앰플리피케이션은 부족하진 않지만 남용했다가는 부작용이 있으니….
어느 쪽이든 아티펙트들을 아껴서, 적절한 타이밍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해.
앰플리피케이션은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할 것.
은하는 클랜원들에게 주의했다.
“아마도 강북으로 들어가게 되면 마나가 짙게 잔재해 있는 영향으로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을 거야. 그러니 통신은 전화로 할 게 아니라 텔레파시스트들에게 해줘!”
이윽고 준비가 갖추어졌을 때.
정하양이 소리쳤다.
그녀가 진서나, 진파랑, 아리엘은 서로 가까이에 있지 말고 일정 간격 떨어져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브루노 아저씨.” “흠.”
그러는 사이 은하는 지하로 내려와 한곳에 몰려 있던 사람들에게 발을 옮겼다.
그가 브루노를 찾았다.
“강남은 코쿤이 부서지지 않아서 몬스터들이 침공해오는 것을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만약 놈들이 이곳을 쳐들어온다고 해도, 지하로 피신해서 버티고 있다 보면 플레이어들이 처리해줄 테고요.”
“그래, 알고 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혹시 또 모르는 일이잖아요. 만약 그런 일이 생기게 되면 그때는 아저씨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좀 지켜줬으면 해요.”
“그래, 알았다.”
클랜회관 지하 5층.
필시 몬스터들이 이곳까지 오지는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비축식량과 몇몇 시설도 마련해놓았겠다, 아마 사람들이 생활하는데 곤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코쿤이 사라진 이상, 이제 판도라 클랜회관이 제일로 안전한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은하는 혹시나 있을 위험을 대비해 브루노에게 말했다.
“─나도 도와주마.”
“…네, 고맙습니다. 선생님.”
한때 그의 초등학교 담임이었던, 지금은 민준식의 호위를 맡고 있는 임도훈도 있었다.
은하는 그가 건네는 말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서 그는 사람들 사이에 있던 한서현을 발견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단지 잘 다녀오라고.
그리고 잘 다녀오겠다고.
시선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또한─.
“─은하야….”
“너무 걱정 말고 기다리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다치지 마.”
“알았어.”
이유정이 인파 속에서 나왔다.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
은하는 자신을 걱정하는 이유정을 다독여주었다.
이내 그녀를 이유천에게 보내고, 은하는 가족들에게 다가갔다.
“─다녀올게요.”
“””…….”””
가족들의 복잡해하는 듯한 시선.
자신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 시선이었다.
그들의 감정을 읽은 은하는 최대한 밝은 어조로 답했다.
결국 가족들은 백기를 들었다.
아버지가 한숨을 쉬었다.
“─어디 다치기만 해봐. 그리고…, 은하 네가 은아 좀 잘 챙겨주고.”
“어디 다치지 말고 돌아와야 해. 너 잘못되면 엄마는 진짜….”
“걱정 마, 오빠. 엄마 아빠는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
아버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어머니가 그를 와락 껴안았다.
그러자 은애도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그를 꼭 끌어안았다.
“─다녀올게요. 걱정 말아요.”
가족들의 걱정을 받는다.
은하는 그들의 온기를 느꼈다.
☆
[판도라클랜 텔레파시스트 진서나. 정하양 네비게이터의 전언을 전합니다. 전방 100m, 경문고 사거리에서 몬스터 여덟 마리의 존재를 확인. 좌우로 나뉘어 각각 4마리. 위계는 평균 제6위계로 추정 중.]은하는 클랜회관을 나왔다.
아직 강북으로 넘어가지 않았건만 벌써부터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몬스터들이 길가를 활보하고 있는 중이었다.
“…연화 누나.”
“응.”
“난 오른쪽.”
“그럼 내가 왼쪽 할게.”
그들이 뛰고 있는 동작대로만 해도 곳곳에서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찾던 놈들이 그들이 흘린 마나를 느끼고 달려들었다.
대로변만 해도 이러할진대, 그러면 다른 곳은 어떠하겠는가.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곳곳에서 사람들의 비명과 몬스터들의 포효가 들려오고 있었다.
─우보
한매류, 빙판길
비명이 끊이지 않는 밤.
은하와 류연화는 불빛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대로를 달려, 동시에 박차를 가했다.
경문고 사거리.
클랜원들보다도 제일 먼저 도착한 두 사람이 교차로에서 찢어지면서 무기를 휘둘렀다.
마나 크래셔
한매류, 폭포
왼쪽 그리고 오른쪽.
각 도로를 맡은 두 사람이 빠르게 몬스터들을 정리했다.
그럼에도 몬스터는 끊이지 않고서 출몰하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몬스터들만 상대해. 나머지 놈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맡겨도 되니까.”
쓰러뜨리자마자 또 나타나다니.
은하는 혀를 차며 전파했다.
2인 1조를 구성하여 싸우고 있던 클랜원들이 그의 말을 따랐다.
그렇게 그들은 용산동으로 향하는 동작대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
거칠게 일렁이는 강물을 내다보며.
다리 앞에 선 클랜원들은 일제히 움찔하고 말았다.
주위가 너무 어두워 다리 너머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다리 위에 자동차들이 있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는 무언가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돌연─.
─질질
열 걸음 안에 보이던 무언가.
다리 위에 있던 그것이 갑작스레 다리 아래로 질질 끌려갔다.
어둠 속에서 형체를 알아본 그들은 끌려가는 무언가가 사람의 시체임을 깨달았다.
끼르륵 끼르륵
꾸륵 꾸륵
개구리 혹은 두꺼비인 듯한 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클랜원들은 감지망을 전개했다.
하지만 마나가 진하게 녹아 있는 한강이 그들의 감지를 방해했다.
어둠 속에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은하는─.
“─조아라, 배수빈.”
“어? 어어….” “…왜. 무슨 일이야.”
“주변 좀 밝혀봐.” “”””……!!””””
“이래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싸울 수 없을 테니까.”
“으, 은하야! 잘 생각해봐. 여기서 빛을 밝혀버렸다가는 강 속에 있는 몬스터들이 죄다….”
“그래, 맞아. 그래서는 녀석들한테 우리 여기에 있다고 알리는 꼴밖에 안 될 거야.”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내다보며.
은하가 다리로 향했다.
조아라와 배수빈이 깜짝 놀라서는 그를 말리려고 했다.
“너희가 못하겠다면─.”
그럼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팔을 수평으로 펼쳤다.
불닭이가 내려앉았다.
“─그럼 내가 하지.”
피이이익 하고.
불닭이가 어둠을 꿰뚫듯이 울었다.
그러자 화륵 하고, 불길이 있었다.
불닭이의 몸이 불길로 뒤덮였다.
환수변환
피닉스의 망토
불꽃의 망토를 어깨에 걸친 은하.
이내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불꽃이 타오르며 어둠을 밝혔다.
“”””…….””””
이제 보니 강뿐만이 아니었다.
놈들은 다리 위에도 있었다.
강물 위로 고개를 빼꼼 내민 놈들, 다리 위에서 플레이어들과 싸우거나 기회를 엿보고 있던 녀석들이 죄다 판도라클랜을 쳐다보았다.
불꽃이 연소하는 현상을 보게 된 녀석들의 눈이 환해진 어둠 속에서 빛을 뿜고 있었다.
그 수는, 셀 수 없이 많았다.
“포션은 미리미리 먹어두도록 해. 마나가 바닥이 나면 마실 게 아니라 바닥이 날 걸 감안하고 마시라고. 저놈들은 마나가 회복되는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을 테니까.”
오른손에는 시리게 피는 겨울.
왼손에는 눈발을 기는 겨울.
은하는 검을 휘둘렀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