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4
“…오늘 왜 모였는지는 알고 있겠지?”
회의실.
상석에 앉은 여성이 다리를 꼬며 물었다. 이마를 훤히 드러낸 그녀는 어깨까지 흘러내리는 단발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겼다.
탁.
여자가 꼬고 있던 다리를 풀었다. 구둣발로 바닥을 찍는 소리가 회의석상에 울려 퍼졌다.
자리에 모인 서브로드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들 중에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 모두 섣불리 입을 놀렸다가는 클랜로드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말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새벽백화점 테러는 단순한 테러가 아니다.”
강렬한 눈빛과 등허리를 바짝 펴게 만드는 엄중한 목소리.
신라클랜의 클랜로드 김유진이 입을 열었다.
새벽백화점 1호점 테러. 신라클랜은 신속한 대처로 시민들을 구출, 백화점에 출몰한 몬스터를 섬멸하고 테러를 진압했다. 언론에서는 신라클랜의 이름을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입에 담는 것조차 짜증과 불쾌함이 일었다. 신라클랜이 테러범들을 잡았기에망정이지, 조금이라도 잘못 대응했다가는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테러로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었다.
“…끔찍하군.”
서브로드 중 한 명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렇다. 실로 끔찍한 일이다.
만약에 신라클랜이 테러범을 제압하지 못하고, 마나의 편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자연재해 때문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신라클랜의 명성이 추락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새벽그룹의 후원마저 없어질 수 있었다.
“이건 내부싸움이야.”
이를 빠득 깨문 유진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본디 테러란 목적성을 지니는 법이다.
그런데 이들이 아무 목적도 없이 목이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일을 저질렀다고?
아니, 그럴 리 없다. 그녀는 이들이 누군가로부터 고용되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클랜로드. 내부싸움이라는 말씀은?”
다른 서브로드가 눈치를 살피던 끝에 물었다. 그는 그녀가 내부싸움을 언급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몇몇 서브로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들은 회의석상에 감도는 분위기를 흩뜨리고 싶지 않았다.
평소라면 몰라도, 심기가 불편한 그녀의 앞에서 분위기를 흩뜨리는 짓을 했다가는─.
“이선호. 너는 아직도 그 자리가 익숙지 않은가 보지?”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은 뻔했다.
이선호라 불린 플레이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자세를 취했다.
“앉아. 신라클랜의 서브로드라면 플레이어로서의 실력만이 아니라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도 길렀으면 해.”
김유진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그제야 몇몇 서브로드가 이번 사태에 숨겨진 전말을 읽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참에 확 갈아엎어버릴까.
턱에 손을 얹은 그녀는 시선을 피하는 서브로드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신라클랜은 대한민국에서 S등급으로 판정받은 7개의 클랜 중 하나. 그 중에서도 신라클랜은 S+등급을 받은, 클랜서열 3위에 해당하는 대형클랜이었다.
그만큼 서브로드의 자리는 중한 자리였다. 과거에는 플레이어로서의 능력과 단원들을 이끄는 능력만으로 서브로드를 선출했다면, 지금에 이르러서는 상황을 들여다볼 줄 아는 능력을 지닌 플레이어가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신라클랜은 도태한다.
대한민국은 선녀의 취임을 계기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포션시장에 기존의 포션에 대한 개념을 깨뜨리는 신종포션이 발매되지 않았던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신라클랜의 부선장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은 시류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예를 들어,
“서정훈. 너는 파악하고 있겠지?”
“예.”
그녀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서정훈처럼.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차분한 눈길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서류가방에서 꺼낸 자료를 나누어주었다.
“이건?”
김유진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새벽그룹의 현 권력분포도입니다.”
서정훈이 담담한 얼굴로 설명했다.
그가 나누어준 자료에는 최상단에 새벽그룹이, 밑으로 세 개의 그룹이 연결되어 있었다.
세 개의 그룹은 새벽그룹의 회장을 계승하려는 후계자들이 거느린 파벌이었다.
“…간략하군.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가.”
가장 연장자에 해당하는 서브로드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새벽그룹의 회장 이윤희는 여성이다. 이후, 새로이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일부일처제라는 사회적 통념을 어기고 몇이나 되는 첩을 거느리기 시작했다. 한 번 멸망한 세계에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는 모토 아래, 일부다처제 현상은 조금도 주춤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러니 새벽그룹은 갤럭시나 영원그룹처럼 승계서열이 복잡하게 얽혀있지 않았다.
“장남 이병인은 포악한 성정으로 유명한 망나니입니다. 하지만 그가 장남이라는 이유로 새벽그룹을 계승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요.”
서브로드 몇몇이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이들은 될 수 있으면 차남인 이정인이 되었으면 했다. 그는 재벌 2세들 사이에서도 성격이 좋기로 유명한 데다, 이병인과 비교되는 경영수완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장 이윤희는 세 명의 자식들 중 그를 가장 어여삐 여긴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 그는 현재 경영에서 물러난 이윤희의 직무를 대신하고 있었다.
“막내는─. 뭐,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서브클랜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그룹의 막내는 둘째보다는 못하지만 첫째보다는 나은 사람이었다. 세 개의 파벌 중 가장 약했으며, 그는 그룹 승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그런가.”
그제야 서브로드들은 김유진이 내부에서 기인한 테러라고 언급한 이유를 깨달았다.
“네, 맞습니다. 새벽백화점 테러는 누군가가 새벽그룹을 승계하기 위해 저지른 짓입니다.”
서정훈은 들고 있던 자료를 내려놓았다.
구차한 설명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클랜로드의 눈치를 살핀 그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너희들이 그래도 머리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 여기서 말하는 멍청이가 누군지는 알겠지?”
멍청이. 실로 적절한 표현이었다.
아무리 새벽그룹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지만, 새벽백화점의 시초나 다름 없는 곳에 테러를 가하다니.
망나니나 하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망나니는 새벽그룹의 장남 이병인밖에 없었다.
“…이건 완전 멍청이야. 머리에 든 게 없는 거지.”
현재 새벽백화점 1호점을 경영하는 사람은 차남 이정인.
이병인의 계획은 새벽백화점에 자연재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테러를 가한 뒤, 이정인의 미흡한 대처를 물고 늘어지며 그룹 내에서의 발언권을 높일 생각이었으리라.
하지만 그의 계획은 테러범들이 진압되면서 탄로나고 말았다.
그곳에 있던 테러범들을 진압하지 못했더라면, 신라클랜은 다 알면서도 뻔한 수작에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은… 알고 계십니까?”
서브클랜 중 한 명이 질타를 각오하며 질문했다.
“모르는 사람이 있겠니?”
이번에는 김유진의 질타가 없었다.
현재 언론에서는 새벽백화점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해서만 보도하고 있었다.
테러범들의 목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없었다. 언론의 초점은 오로지 신라클랜의 테러 진압과정과 신속한 대처, 새벽그룹의 희생자에 대한 조치와 피해자에 대한 지원만을 조명하고 있었다.
“회장님께서 손을 쓰신 게야.”
노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새벽그룹 회장 이윤희는 오랜 칩거 끝에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각계 인사를 만나러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물론 선녀정부가 가만히 들어줄 리는 없었다.
“새벽그룹은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선녀정부에서 추진하던 강남구 개발 정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새벽그룹의 승계다툼을 눈치 챈 다른 그룹의 조롱은 물론이고.”
김유진은 이를 빠득 깨물었다.
그녀는 새벽그룹과 신라클랜은 잃어버린 무형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잃어버린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서정훈이 새로운 화제를 던졌다.
“이번에 이병인이 끌어들인 세력은 이라는 용병이 아니라, 창해클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정훈은 새로 꺼낸 자료를 사람들에게 돌렸다.
“이 데리고 있던 플레이어 중에는 의정부에서 퇴출당한 창해클랜의 플레이어들도 있었습니다.”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이번 사태가 테러였음을 밝히고, 테러에 가담한 플레이어들로부터 창해클랜과의 연관성을 추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들을 제압하지 못했더라면 신라클랜은 사건의 내막을 파악하기는커녕,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허, 참.”
노인이 혀를 끌끌 찼다. 자료를 넘겨본 그는 “말세야, 말세….”라며 고개를 저었다.
“억측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때 서정훈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클랜 내에서 손꼽히는 가디언이었다.
“창해클랜은 해당 클랜원들을 모두 퇴출시켰습니다. 이 거느리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창해클랜 출신이었다고 하더라도, 클랜에서 퇴출당한 떨거지들과 연관을 짓는 건 너무 억측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몇몇 서브로드가 눈치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고작 이 명단만을 준비하지는 않았겠지?”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노인이 굵은 눈썹으로 가려진 눈을 뜨며 물었다.
서정훈이 미소로 답했다.
“다음 자료를 나눠드리겠습니다.”
“…진작 얘기할 것이지.”
이의를 제기했던 서브로드가 궁시렁거렸다.
“북한산 사태에서 토벌된 하운드는 헬 하운드를 포함해 92마리. 창해클랜은 선녀정부가 차지해야 할 3할과 헬 하운드의 마석을 제외하고 7할을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창해클랜이 올해 시장에 내놓은 하운드의 마석은 전체의 3할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마석이 필요 없는 클랜이 이제 한 해가 끝나는 데에도 4할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은 마석을 이용해 몬스터 테러를 가했다.
당시 새벽백화점에 출몰한 몬스터는 모두 하운드.
그 많은 하운드의 마석은 과연 어디에서 나왔을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노인은 창해클랜의 그림자를 확신하면서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려 했다.
“창해클랜이 시세가 올라갈 때를 노리고 있다면?”
“제7위계의 마석은 흔히 구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더군다나 해당 기간 동안 창해클랜은 제8위계와 제9위계의 마석은 모두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그럼 창해클랜이 시장에 푼 마석이 테러에 쓰였을 가능성은?”
“신라클랜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해 시장에 풀린 마석의 출처를 조사했습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습니다.”
“하지만 심증뿐이군. 정확한 증거가 없어.”
“네, 심증뿐이지요. 하지만 여기에 계신 분들은 모두 알고 계실 텐데요?”
서정훈의 말이 맞았다.
회의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모두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도 올해 4월이었나.”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유진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얼음장처럼 싸늘하면서도, 격찬 감정이 휘몰아치는 분위기 속에서도 담담했다.
“신서영이 길성준이 단군그룹의 후계자와 바람을 핀 걸 알고는 노발대발한 일이 있었지.”
신서영이 이 일을 감추려 했어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길성준이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일은 업계에 알려진 사실이었고, 상대는 단군그룹을 이어받을 후계자였기 때문이다.
“…녀석이 무엇을 생각했을지는 뻔해.”
길성준은 시리우스그룹의 지원을 받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단군그룹의 후원까지 받을 생각이었으리라.
하지만 신서영에게 바람을 들킨 길성준은 단군그룹의 후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는 새벽그룹의 망나니 후계자 이병인에게 접근했을지도 모른다.
단군그룹이 플레이어의 세계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재계서열 4위에 해당하는 새벽그룹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길성준의 눈이 돌아갔을 가능성이 지극히 높았다.
“오늘 너희를 부른 건 이 때문이야.”
눈을 뜬 김유진이 투기를 드러냈다.
“전쟁입니까?”
클랜 내에서 제일가는 딜러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전쟁이라….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
김유진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녀는 마음 같아서는 창해클랜이 밥상머리에 숟가락을 올리려는 행보와 테러에 희생된 신라클랜의 플레이어들 때문이라도 전쟁을 선포하고 싶었다.
하지만 두 클랜은 대한민국에서 2, 3위를 다투는 클랜이었다. 선녀 임가을이 두 클랜의 전쟁을 용인할 리도 없거니와, 신라클랜이 전쟁을 선포할 명분이 약했다. 명분이 약해서는 이길 수 있는 싸움도 질 수밖에 없었다.
“창해클랜에는 이 있습니다.”
서정훈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십이좌 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됐다. 그녀는 끝을 모르는 마나의 소유자였으며, 현 세대에서 최강이라 거론되는 캐스터였다.
“창해에만 십이좌가 있나? 우리도 가 있어.”
딜러가 반박했다. 호전적인 그는 서정훈이 을 거론하며 전쟁에 회의적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라….”
노인은 얼마 전에 클랜에 입단한 청년을 떠올렸다. 강현철, 박혜림과 함께 거론되는 20대 초반의 플레이어였다.
“아직 어려.”
노인은 그가 제왕의 칭호를 받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의 실력이 십이좌로 불리기에 충분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도, 그래봤자 애송이였다. 더 많은 경험을 쌓지 않고서는 라고 불리기에 걸맞지 않았다.
“전쟁은 안 해.”
김유진은 의견이 갈린 서브로드들을 둘러보며 클랜의 방향을 내렸다.
선장은 그녀였다. 전쟁을 원했던 서브로드들은 불만을 품으면서도, 그녀의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창해클랜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지. 모든 수를 동원해서라도 녀석들에게 제재를 가하고, 녀석들이 허점을 드러내는 순간, 신라는 그때를 기다린다.”
그녀는 굽을 밟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녀석들이 신라의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겠다면, 얼굴도 들지 못하도록 내쫓아줘야지. 지금 이 시간부터 우리는 새벽그룹의 후계자 이정인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신라클랜은 지금까지 새벽그룹의 차기회장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새벽그룹의 검으로서, 새벽그룹의 주인의 의향을 따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창해클랜이 새벽그룹의 후계자 싸움에 끼어들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창해클랜이 망나니를 회장으로 만들려 한다면, 신라클랜은 이정인을 회장으로 만들 것이다.
“1시간 뒤에 창해클랜을 제재하는 방안에 대한 회의를 시작하겠어. 그때까지 머리 좀 제대로 굴리고 있기를 바라.”
곳곳에서 한숨이 쏟아졌다.
김유진은 그 소리를 못들은 척 회의실을 나섰다.
“흠….”
사실 그녀는 회의에서는 꺼내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의 감이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클랜로드의 입장에서 함부로 말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신서영은 테러범들의 검거를 도왔을까.
그녀가 돕지 않았더라면 신라클랜은 창해클랜의 암약을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둘 사이에 불화라도 있었나.”
불화가 없는 게 이상했다. 길성준은 신서영을 연인으로 두면서도, 그녀의 눈을 피해 다른 여자를 품고 다니지 않았는가.
김유진은 어째서 신서영이 그런 남자를 사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번 흔들까.
운이 좋으면 을 영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야.
이내 그녀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부정했다. 신라와 은 맞지 않았다. 괜히 영입했다가는 클랜 내에서 불화가 생길 수 있었다.
더군다나 길성준이 을 가만히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두 사람 사이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다시 회복될 것이다.
…아니면 은 모르는 이야기인가.
김유진은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다.
☆
[12월 17일. 오늘 오후 3시, 새벽백화점 1호점에서 용병 플레이어에 의한 몬스터 테러가 있었습니다. 세간에 이라 알려진 플레이어는 조직원들을 이끌고 40마리에 이르는 몬스터를 출몰시켰습니다.─십이좌 신서영은 신라클랜과 함께 테러를 일으킨 플레이어들을 진압하였습니다──사망자는 총 23명이며────선녀정부에서는 희생자들에 대하여 조의를 표하며, 테러를 일으킨 플레이어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선녀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사형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새벽그룹의 회장 이윤희는 경영 일선에서 복귀하여, 지원을 아끼지 않고───.]
딸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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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어두운 방.
남자는 인터넷 뉴스를 보고 있었다.
영상에서는 테러로부터 구조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딸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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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영상을 어느 지점으로 되감았다.
그것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호오….”
그러던 남자가 정지 버튼을 눌렀다.
담요를 덮고 있는 여성. 에메랄드처럼 푸른 눈과 긴 금발이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여성을 끌어안고, 반대쪽 어깨로 여자아이를 받치고 있는 남성. 곰처럼 큰 덩치에, 얼굴이 흉악한 남자의 팔뚝에는 저화질로도 감출 수 없는 상처가 듬성듬성 나 있었다.
딸칵
딸칵 딸칵
남자는 캡처한 영상을 확대했다.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금발머리의 여성과 덩치 큰 남성을 이리저리 살폈다.
“─찾았다.”
좁고 어두운 방.
모니터가 발하는 빛에 비친 입가가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