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43
강북 남부, 한남동.
인근에서 날개를 접은 은하는 곧장 길을 나아갔다.
발걸음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회귀 전에 한남동 일대를 질리도록 돌아다녀야 했으니까.
몬스터의 침공으로 무너진 건물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길을 나누는 구획은 기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빠빠, 삐삐 뿌삐 빠빠 뿌뿌?”
“그런 데가 있어.”
아빠, 우리 어디 가는 거야?
불닭이가 그렇게 물어보는 듯했다.
이태원에서 클랜원들이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을 텐데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냐고 타박하는 투였다.
그는 불닭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동네는 조용하네.
시체는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고, 몬스터들이 막 돌아다니는 걸 보면 다들 피난을 갔나 보네.
본래 한남동은 조용한 분위기로서 정평이 나 있는 동네였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간간이 몬스터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만 할 뿐, 분위기가 굉장히 적막했다.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필시 한남동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이태원 위로 올라가거나, 템페스트클랜의 비호를 받고자 금호동으로 피난을 떠났으리라.
하지만 최윤한은 여기에 있겠지.
이 난리통에 피난을 가버렸다가는 오히려 상태가 더 심각해지는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은하는 망설이지 않고서 갤럭시그룹의 본가로 향했다.
갤럭시그룹의 초대 회장 최윤한.
그는 언젠가부터 병상에서 지내며 그룹 경영을 반쯤 장남에게 맡기고 속세로부터 물러나 있었다.
제 몸도 가누기 힘들어하는 노인. 그는 하루하루를 생과 사가 오가는 전투를 치르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은하는 확신했다.
갤럭시그룹의 사람들은 피난길에 올랐을지 몰라도, 최윤한은 이곳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여기도 사람이 없네. 보안장치는 작동하지 않는 건가. 하긴 주변에 마나가 짙게 깔려 있으니 전자기기가 작동할 리 없지.”
그는 머지않아 갤럭시그룹 본가에 도착했다.
저택 안은 황폐하기 그지없었다.
대문이 그대로 열려 있었다.
문 앞에 선 은하는 감시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그가 저택 안으로 발을 들였다.
─우보
저택 구조라면 알고 있다.
이십오에게 갤럭시그룹의 본가를 조사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은하는 길을 헤매지 않고 저택 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십오가 말한 정보에 따르면….
최하층에 테러 상황이 발생했을 시 대피할 수 있는 장소가 있댔어.
최윤한은 필시 그곳에 있으리라.
은하는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 5층.
대외적으로 저택은 지하 5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십오가 구해온 정보에는 지하 6층 대피소가 숨겨져 있었다.
“밑에 있다는 것은 아는데 문제는 가는 길을 모른다는 건데….” “삐삐 빠빠.” “그럼 바닥을 부수면 되지, 뭘.”
어차피 아래층에 있다.
비밀로 여겨지는 지하 6층을 찾을 수고를 들일 필요도 없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바닥을 부수면 된다.
리볼버 쏜
시리게 피는 겨울을 꺼내.
은하는 무작정 바닥을 공격했다.
몇 번 마법을 써서 바닥을 부수니 중간에 다른 재질로 돼 있는 바닥을 만날 수 있었다.
대피소를 이루는 재질이리라.
이것을 뚫기만 한다면─.
─극침격자
비밀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
은하는 온힘을 다해 검을 찍었다.
마나로 이루어진 칼날은 너무 쉽게 바닥을 도려냈다.
됐다.
구멍이 생겼다.
은하는 구멍 속으로 뛰어들었다.
“누구냐!!” “몬스터가 아니야!?”
역시나.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이 바닥을 부수는 소리를 듣고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그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우보
물론 은하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 길로 은하는 자신을 포위하던 사람들에게 벗어날 수 있었다.
아니, 이제는 그가 포위했다.
화르륵
불길이 일었다.
불길이 플레이어들을 둘러쌌다.
“이대로 도망치게 둘 수는 없지. 가서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월무
그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막고.
은하는 선두에 있던 플레이어부터 한 명씩 쓰러뜨렸다.
거리를 좁히니 총기를 쓰던 그들은 단숨에 무력화되고 말았다.
그는 쓰러진 이들을 내려다보았다.
“크윽…. 너, 넌 누구…!”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은 너희들을 전부 죽이는 건데….”
“”””……!!””””
은하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서렸다.
그가 그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제 그들의 목숨은 은하의 손에 놓여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그는─.
“─됐다. 그냥 꿈이나 꾸고 있어라. 운이 나쁘면 평생 꿈을 꾸는 거고, 운이 좋으면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기억만 지워지겠지.”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 저어됐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죽이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스티지안 아이
공포로 그들의 기억을 제거한다.
잘못하면 페인으로 만들 수도 있는 마법이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
이후로도 그는 마주치는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했다.
“여기인가. 너구리도 아니고, 아주 깊숙이도 숨어 있었네.” “빠삐뿌.”
그리하여 그는 최윤한이 숨어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
그가 문을 열려고 했다.
그때─.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 모르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오게.”
문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멸망 이후의 세상을 재건하는 것에 앞장을 섰던 10개의 그룹.
그들의 행적과 성격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랐다.
그러나 멸망 속에서 그룹을 일궈낸 회장들을 한마디로 표현을 하자면, 여하튼 그들은 위인으로 손꼽힌다는 점이었다.
무너진 경제를 되살려낸 위인들.
최윤한은 그들 10명 중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사람이었다.
“내 평생 많은 사람들에게 원한을 짓기는 했지만, 설마 이렇게 젊은 사람한테까지 원한을 지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군.” “…….” “그게 아니라면 내게 원한을 품은 사람의 자손이라거나.”
갤럭시그룹의 초대 회장 최윤한.
이제는 회장이 아니었으나.
병상에 누워 온갖 장치를 착용한 그의 눈은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자신을 죽이러 찾아온 사람을 두고 두려워하지 않고 맞이했을 정도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 은하는 한참 입을 다물었다.
“─아닙니다.”
“아닌가? 그럼 나한테 직접적으로 원한을 지었다는 건가? 미안하네만 자네에 대한 기억은 없네만.”
“어느 쪽도 아닙니다.” “그래? 그럼 난 왜 죽이러 왔나?”
은하는 정중히 답했다.
최윤한은 대수롭지 않다는 것처럼 물었다.
“회장님께서 죽어야, 승계 분쟁이 일어나게 될 테니까요.”
“…이제 보니 나한테 원한을 진 게 아니었군. 내가 아니라 내 그룹에 원한을 지었던 거구만.”
은하는 방 안으로 들어올 때부터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들었다.
조금 전, 플레이어를 쓰러뜨리면서 빼앗은 무기였다.
최윤한은 자신을 겨누는 방아쇠를 보고도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찾아도 잘못 찾아왔구나. 나는 이제 뒷방으로 물러난 노인에 지나지 않지. 네가 나를 죽이더라도, 네가 원하는 일이 일어날 일은 결코 없을 거다.”
“…….”
“승계 분쟁을 일으킬 생각이었다면 내가 아니라 내 자식들을 죽이려고 찾아갔어야지. 번지수를 찾아도 잘못 찾았구나.”
그저 담담히.
최윤한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이제는 아무런 힘도 없는 노인에 지나지 않았다.
갤럭시그룹의 현 회장은 훨씬 전에 굳건한 지지기반을 다져놓았다.
그러니 최윤한의 말대로, 은하가 그를 죽인다고 한들 별다른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 원래라면 그랬겠지.
그럼에도 은하는 그를 찾았다.
최윤한의 가정은, 세상이 평화로운 시기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말해, 블러핑에 불과했다.
“몬스터들이 강북에 침공했습니다. 이 사태가 수습이 되고 나면, 아마 많은 게 달라질 테죠.”
“이놈 이거…. 머리를 굴리는 게 참 빠르구나. 몬스터들이 침공하자 대뜸 날 죽이러 온 이유가 있었군.”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잃게 되리라.
멸망이 그렇게 만들리라.
그렇다면 멸망이 지나가고 나면,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다시금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전 삶에서도 그러했다.
“이번 사태를 빌미로, 그동안 계속 욕망을 억눌러야만 했던 사람들이 위기를 기회로 보고 세상에 나오게 될 겁니다.” “…….”
최윤한과 같은 위인들이 그랬듯이.
사람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고, 그로 인해 부차적으로 세상을 부흥시켰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몬스터들이 쓸고 지나간 강북에는 개척 붐이 일어나게 될 거야.
새로운 던전이 생겨나고.
새로운 건물이 세워지며.
새로운 회사가 나타난다.
강북에 개척 붐이 불게 되리라.
그런 낌새를 가장 민감하게 감지할 사람들은 정재계의 사람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들은 강북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득권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많은 그룹들이 승계분쟁 때문에 진통을 앓게 되겠지.
승계를 포기하고 있던 사람들.
어쩔 수 없이 욕망을 억눌러왔던 그들이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룹 전체를 가질 필요가 있을까.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사업체와 개척지에서 만들어나갈 사업체들로 자신만의 그룹을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게 되리라.
분열이다.
그룹에서 분열된 그룹이 생겨나며 그룹의 수는 전체적으로 늘어나나, 그룹 하나가 가지게 되는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건 지나친 이상론이다. 그들이 정말 생각이 없을 것 같으냐.”
그때 은하의 생각을 읽은 최윤한이 입을 열었다.
이에 은하가 대꾸했다.
“생각이 있겠죠. 생각이 있을 테니 저희들끼리 싸우는 거겠죠.” “…….”
“적들을 물리치고 나면 남는 것은 누가 더 많은 공로를 받아갈 것인지 정하는 거예요. 그러니 싸움이 나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최윤한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눈치였으나.
그는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세상은 최윤한의 예상과 달리 그룹들이 분열하며 마치 전국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양상을 보였었다.
“안타깝지만 네 생각대로 세상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일군 그룹은 그리되지 않아. 이미 내 자식들은 태봉이를 회장으로 추대하….”
“정말 그럴 거라고 생각하세요?”
“…….”
최태봉, 갤럭시그룹의 현 회장.
은하는 최윤한의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을 지었다.
승계분쟁이 늦게 일어나기는 하지. 의정부 탈환전이 끝나고 난 후에야 뒤늦게 일으켰다가 최정훈 그놈한테 잡아먹혔지.
과연 최태봉의 형제자매들이 어떤 욕망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인가.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고.
은하는 단언할 수 있었다.
비록 그들의 승계분쟁은 너무나도 작은 불씨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니, 필시 최정훈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겠으나.
결국 그들은 욕망에 따라 움직여 승계분쟁을 일으켰다.
“─지금이야 회장님이 살아계시니 회장님 눈치만 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돌아가시면….”
“…….”
“그 사람들 고삐가 안 풀릴까요?”
이전 삶에서도 그러했다.
제2차 의정부 탈환전 이후, 그때쯤 최윤한이 타계했다.
그리고 갤럭시그룹은 뜻하지 않게 승계분쟁을 벌이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최정훈이 자신의 자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숙청했다.
지금이 딱 절묘해.
최정훈은 제주도에 칩거한 상태로 대외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그러니 지금 승계분쟁을 일으켜, 최정훈이 회장이 되기 전에 그룹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해.
이전 삶에서는 숙청이었겠지만.
이번 삶에는 승계분쟁이 되리라.
몬스터들에게 멸망한 강북이.
최윤한의 죽음이.
그동안 눈치만 보고 있던 사람들이 폭주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아들을 얕보면 안 된다. 그 애가 과연 지 자리가 위협이 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것 같으냐.” “…….”
“그리고 정훈이 그놈도 있고. 그래, 이제 보니 정훈이의 또래인 것처럼 보이는구나.”
그럼에도 최윤한은 웃었다.
그의 시선이 은하를 향했다.
흔들리지 않는 시선이었다.
“그놈은 괴물이다. 너는 그 아이를 어찌하지 못할 거다. 갤럭시그룹을 망하게 만들 거라면 내가 아니라, 그 아이를 죽이러 갔어야지! 껄껄.” “그건 잘 알고 있어요.”
갤럭시그룹의 직계 최정훈.
은하는 그의 수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적이었고, 위험했다.
그럼에도 그를 죽일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건 갤럭시그룹이 아예 없어지는 게 아니야. 선녀정부에게 넙죽 고개를 숙이게 될 정도로 힘을 약화시키는 거지.
최정훈의 경영 수완은 뛰어났다.
최정훈, 한서연, 유도준.
이외 재계그룹의 몇몇 직계들.
그들은 멸망한 세상을 지금보다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게 된다.
그러니만큼 무작정 죽일 게 아니라 그룹들을 회유하거나, 약화시키는 전략을 취해야 했다.
은하가 최정훈을 적으로 여기면서 죽이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렇기에─.
─최윤한을 죽인다.
은하는 방아쇠를 얹은 손에 조금씩 힘을 실었다.
“오늘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 하지만 몬스터들에게 잡아먹혀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죽게 될 거라고는 몰랐군.”
“…….”
“그나마 다행이야. 몬스터들에게 먹히는 것보다 총에 맞아 죽는 게 훨씬 덜 아플 테니까 말이다.”
힘들게 호흡을 하며.
최윤한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죽기 전에 누군지도 모를 너한테 조언 하나 해주마.”
그가 입을 열었다.
은하는 그가 마지막으로 하는 말을 듣기로 했다.
“이 자리에 올라올 때까지 그리고 이 자리에 올라오고 나서도.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 왔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그들하고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구나.”
“…….”
“그러니 내 이렇게 조언하마.”
권력은 십 년을 가지 못하는구나.
권불십년이로다.
최윤한이 끌끌 웃으며 말했다.
“너는, 나와 같은 눈을 하고 있어. 정훈이랑 같은 눈을 하고 있어.”
“…….”
“아마도 너 역시 아주 높은 곳을 목표로 하고 있는 걸 테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 내게 하는 것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테고.”
“…….”
“그래…, 어디 마음껏 올라가봐라. 올라가고 올라가서, 더 이상 네가 올라갈 곳이 없을 때까지 올라가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으냐.”
하나뿐이다.
그러니 새겨들어라.
최윤한이 즐거워하듯 내뱉었다.
“그때 너는 이제 밑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것밖에 하지 못하겠지. 그리고 그자들이 마침내 네가 있는 곳까지 올라오게 되면!”
쿨럭 하고.
최윤한이 피를 토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너 역시 나처럼 될 것이다. 네가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것처럼, 너도 언제가 나와 같은 처지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딴 건…, 이미 각오했어요.”
최윤한이 저주를 퍼붓듯 말했고.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미래를 바꾸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각오한 바였다.
자신은 편히 죽지 못하리라.
진즉에 포기했다.
그 대신─.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살아 있는 순간순간이 행복이니까 죽기 전에 마음껏 즐겨라!”
─살아 있는 동안 행복해지겠다.
은하는 그렇게 마음을 잡았었다.
최윤한의 조언과 다르지 않았다.
“─네, 조언 감사합니다.”
탕 하고.
은하는 방아쇠를 당겼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