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56
강북 북부, 강북구 수유역 인근.
신고를 받고서 출동한 지용현은 상공을 올려다보았다.
“꽤나 높은 곳에 있는데…. 이만큼 거리가 떨어져 있으면 공격하기도 힘들겠네요.”
뒤늦게 도착한 구연수가 말했다.
가느다란 눈을 뜬 그가 놈이 있는 높이를 가늠하려고 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공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투콰아아아아앙!!
굉음이 울렸다.
어딘가에서 자리를 잡은 유수진이 탄환을 쏜 것이다.
지상에서 솟구쳐 오른 은빛 기둥이 그대로 놈에게 직격했다.
아니, 직격하려는 찰나였다.
놈이 재밍을 발동했다.
Whiiiiiieeeeeooooooo
은빛 기둥의 세가 줄어들었다.
녀석에게 닿지 못한 은빛 기둥이 예경에게 아무 타격도 주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지용현과 구연수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똑같은 수에는 당하지 않을 모양이군요.” “수진이의 공격도 통하지 않으면, 저 높이 있는 놈을 어떻게 공격하면 되는 거야?”
“일단 제가 떨어뜨려보겠습니다. 지금 낌새를 봐서는 녀석이 우리가 여기 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듯한 기색이지만 해봐야죠.”
지용현이 상황을 파악했다.
조금 전 공격을 기점으로 한동안 잠잠해 있던 몬스터들이 성이 나서 날뛰기 시작했다.
그런 데다 고위계 몬스터들이 공격 방향을 예측해 유수진에게 몰려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예경의 군세는 이 기회에 유수진을 죽이려는 듯했다.
“레귤러스 클랜로드는 다른 이들과 수진이를 구하러 가주십시오. 일단 여기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러죠. 수진이를 구하는 대로 다시 놈을 저격할 장소를 물색해서 텔레파시로 전하겠습니다.”
“네, 부탁합니다.”
구연수가 자리를 떠났다.
지용현은 근처에 있는 건물 중에서 제일 높은 건물의 벽면을 밟았다.
몇 걸음 만에 건물 옥상을 올라온 그가 검신에 담아두고 있던 마법을 풀어헤쳤다.
제왕검 10식….
Whiiiieeeeeeaaaaaooooooo!!
예경보다 더 높은 곳에서 형체를 드러내는 검들.
거대한 검들이 놈을 내리꽂아 끝내 땅으로 떨어뜨리려던 마법이 완성을 앞둔 순간.
놈이 머리 위에 나타난 검을 보고 재밍을 발동했다.
지용현의 마법이 무효화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일대 전체에 재밍을 퍼뜨린 건가.
이래서는 사람들이 싸울 수 없어.
지용현은 상황을 이해하고는 이를 악물었다.
역류하는 마나회로를 억누른 그가 몬스터들을 공격하던 플레이어들이 재밍 마법에 당하는 것을 발견했다.
곧장 건물에서 뛰어내린 지용현은 마법을 발동하지 못하는 상태가 돼 몬스터들에게 포위당한 플레이어들을 구출했다.
이윽고 재밍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놈에게 대항하려고 했더니─.
“─…….”
“예경이…, 후퇴한다.”
돌연 놈이 방향을 틀었다.
한 차례 일대 전체에 포격을 가한 녀석이 더는 볼 일이 없다는 것처럼 강북구를 떠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별안간 후퇴하는 군세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건지?”
놈이 밤하늘 너머로 사라졌다.
지용현은 이제는 자신도 쫓지 못할 거리로 후퇴하는 놈들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이대로 후퇴할 놈들이 아닌데.
뭐 때문에 후퇴하는 거지?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마치 자신들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시간을 끈 듯한 수법.
지용현은 몬스터들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 한참이나 서 있었다.
☆
강북 중부, 중구 을지로 인근.
근처에 아리엘을 내려놓은 은하는 도심 상공을 가득 메운 군세를 보며 혀를 찼다.
“끙…. 장난이 아니네.”
은하는 짧은 신음을 토했다.
예상 이상이었다.
그는 밤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수에 압도되었다.
이런 녀석들이 빠르게 날아다니니 사람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거겠지.
은하는 불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가 일으킨 불꽃은 고작 몇 마리를 태운 것이 전부였다.
놈들은 빠르게 불길을 피해내거나, 그가 마법을 발동할 기미가 보이면 자리를 피하기 일쑤였다.
바일런트 베놈을 사용하면 놈들을 꽤나 많이 줄일 것 같은데…. 제길, 저것들이 그 상태로 돌아다니면서 전역에 독을 퍼뜨릴 수도 있으니….
바일런트 베놈으로는 안 된다.
역시 화염마법밖에 없다.
하지만 놈들은 무리를 지어 날면서 흩어지고 모이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화염마법으로 효과를 보려 한다면 놈들을 밀집시킨 다음에 불태워야 하건만, 놈들은 그럴 기미가 보이면 재빨리 흩어져버렸다.
결국 놈들을 모을 방법이 없으니 군단장을 쓰러뜨릴 수밖에 없어.
한창 불꽃을 일으킨 끝에.
은하는 군단장을 쓰러뜨려 군세를 와해시키기로 결정했다.
“판도라 클랜로드! 치사하게, 아니, 우리를 버리고 가면 어떡하란 거야! 군단장 쓰러뜨렸냐!?”
“마침 잘 오셨네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부터 만나러 가려 했는데.”
그때쯤 블레이즈클랜의 팔옥들과 플레이어들이 도착했다.
이에 은하는 숨을 헐떡이며 뛰어온 그들과 군단장을 찾기로 했다.
[판도라클랜 텔레파시스트 아리엘! 한성클랜의 정보에 따르면 군단장은 퇴계로 5가 교차로 방면에 있다는 모양이야!]아리엘의 텔레파시가 도착했다.
임채성도 텔레파시를 받은 듯했다.
시선을 마주친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있네요.” “메뚜기들은 요란히 날아다니는데 저놈은 그래도 군단장이라 그런가? 위엄 있게도 서 있네.”
퇴계로 5가 교차로.
놈은 퇴계로와 도호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었다.
인간형의 모습을 취한 군단장.
곤충의 갑옷을 입고서, 가느다란 두 다리로 아스팔트 도로에 서 있던 놈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
놈의 주변을 날고 있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그들에게 날아들고.
놈이 칼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팔을 X자로 교차하며 달려들었다.
일순 놈의 신형이 사라졌다.
아니, 놈이 날개를 움직인 것이다.
“판도라 클랜로드!” “…큭…!”
메뚜기 떼들에 의해 가려져 있던 놈의 존재감이 불쑥 사라지자.
플레이어들이 뒤늦게 반응했다.
은하는 거의 본능적으로 검을 쥐고 측면을 가격했다.
그곳에 놈이 있었다.
엄청 빠르네…!
어디 빠른 것뿐인가.
어깨넓이가 작은 체구에 비해서, 힘이 무지막지하게 셌다.
마나를 발현하지 않고 맞섰다가는 그대로 밀려날 뻔했다.
은하는 곧장 눈발을 기는 겨울로 녀석을 공격하려고 했다.
쉬이이익!
그때, 놈이 한쪽 팔을 휘둘렀다.
한순간 시퍼런 날을 빛낸 칼날.
은하는 제 눈을 의심했다.
말도 안 되는 절삭력이네.
칼질 한 번 했다고 건물이 저렇게 잘려나간다고?
은하가 놈을 붙잡아 두는 사이에 뒤에서 접근하던 플레이어들.
그들이 시져 호퍼가 날린 검격에 두 갈래로 잘라져 나간 것은 물론, 건물 하나가 폭삭 주저앉았다.
우보
놈이 이번에는 은하를 향해 검격을 쏘아내려고 했다.
은하는 재빨리 자리를 이동했다.
그사이, 시져 호퍼가 날린 검격이 그가 서 있던 곳을 찢어버렸다.
“누가 제3위계 아니라고 할까봐, 방심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네. 얘들아! 방어 똑바로 잘해라!”
“오우!”
황석하는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건물 한 채를 두부 썰 듯이 써는 몬스터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놈의 공격에 동료들이 죽어 나간 블레이즈 클랜원들이 전의를 불태워 사방에서 놈에게 달려들었다.
부부부부부
그 순간, 놈이 날개를 움직였다.
사방으로 진동파가 퍼졌다.
은하는 눈을 부릅떴다.
큭…!! 미친 오징어는 저런 놈을 어떻게 쓰러뜨린 거야?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조금 전, 건물 한 채를 베어버린 일격이 사방에서 치솟았다.
놈이 뿜어대는 진동파에 닿는 순간 너무나 쉽게 썰려나갔다.
은하는 가까이에 있던 플레이어를 잡아챘다.
그가 머리가 잘려나가지 않게 대뜸 고개를 숙이게 만든 은하가 검으로 검격을 막아냈다.
눈발을 기는 겨울
그나마 검에 마나를 두르고 있어야 충격을 경감시킬 수 있는 듯했다.
은하는 이를 악물며 검격에 밀리는 눈발을 기는 겨울을 꽉 쥐었다.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그럼에도 은하는 놈의 힘을 소화해 반격을 가했다.
쿠오오오오!!
검게 물든 검신에서 나타난 용.
거대한 용이 사방을 휘저어댔다.
마법으로 이루어진 용이 제 몸으로 검격을 막아내고, 종국에는 놈에게 돌진했다.
쉬이이익!!
그때쯤 놈도 날갯짓을 중단했다.
녀석이 아가리를 벌리고 다가오는 용을 보고 뒤로 물러났다.
쏴아아악
그렇게 대뜸 뒤로 물러나서는.
어느새 은하와 플레이어들 주변을 원형으로 포위한 메뚜기떼 속으로 모습을 감춘 시져 호퍼.
녀석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사라진 게 아니라 포위망을 형성한 몬스터들의 수가 워낙 많아 기척을 감지할 수 없게 된 것뿐이다.
“이거…. 우리가 갇혔는데? 이놈들, 머리 좀 썼네? 이래서는 저것들이 공격하는 대로 맞아줘야 하잖아.”
“그런 말을 할 시간이 있으면 얼른 저놈들이나 태워버리죠.”
탁 트인 공간이라 방심했더니만.
설마 놈들이 포위망을 형성해서는 자신들을 가둘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은하는 초조해하지 않고,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화르륵!
불길이 일었다.
조금 전만 해도 놈들이 흩어져서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불이 자신들을 포위하느라 거리를 좁힌 놈들에게 빠르게 옮겨붙었다.
메뚜기들의 포위망은 이제 불꽃의 소용돌이가 되었다.
결국 화마를 이기지 못한 놈들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화르르륵!!
다시금 불길이 치솟았다.
임채성을 비롯하여 팔옥들 그리고 블레이즈클랜의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불길을 일으킨 것이다.
…나와라.
이래도 안 나올래?
은하는 검을 쥐었다.
아무리 군단장이라고 해도 이만한 불길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몬스터들이 다만 주변을 배회하다 후두둑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놈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은하는 그때를 기다렸다.
놈이 불길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와 자신을 공격하는 그때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쉬이이익!
불길의 소용돌이가 힘을 잃으면서 사라져갈 때쯤이었다.
마침내 녀석이 나왔다.
온몸이 불길에 휩싸인 놈이 대뜸 근처에 있던 플레이어를 공격하고, 은하에게 검을 휘둘렀다.
블레이즈 크래셔
불길을 머금은 칼날.
놈이 자신의 팔을 내리쳤다.
놈이 불길의 고통에 몸부림을 치듯 격한 소리를 내질렀다.
그럼에도 놈은 밀어붙이려 했고─.
“─그대로 막고 있어!”
임채성.
그리고 황석하.
두 명의 팔옥이 무기를 들고서는 시져 호퍼에게 달려들었다.
─쉬이이익!!
쿵 하고.
임채성이 대검을 바닥에 처박았다.
“젠장, 뭐 이리 장갑이 두꺼워?”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한 녀석이 황석하의 주먹을 연달아 맞았다.
그렇게 뒤로 물러난 놈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복부를 몇 방이나 얻어맞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지 놈이 비틀거렸다.
은하는 그때를 기다리지 않고 당장 검을 휘둘렀다.
부부부부부
그때 불기둥을 뚫고 날아온 놈들.
놈들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그들이 따르는 군단장을 보호했다.
그리고─.
“─커헉…!”
“황석하!!”
오른쪽으로 달려가던 녀석이 돌연 날개를 부르르 떨었더니 거짓말처럼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푹 하고.
놈이 복수라는 듯이 황석하의 배를 꿰뚫었다.
그러고는 불길 속으로 사라졌고.
다시금 불길을 뚫고 온 몬스터들이 그들을 덮쳤다.
“젠장! 황석하! 정신 차려!!” “어…. 잡았냐? 배에 구멍 난 걸로 놈을…, 잡은 거라면 아주 나….”
“아직 안 잡았으니 정신 차려!” “제길…. 그러면 의미가 없는데…. 그 자식이 내 배에 구멍을 뚫었다 이거지?”
“일단 포션부터 마셔두세요. 얼른 상처도 치료하고.”
몬스터들의 상태가 준수하다.
소용돌이 속에 있던 놈이 아니라 외부에서 날아든 놈이란 뜻이었다.
은하는 달려드는 놈들을 상대하며 감지망을 펼쳤다.
…감지망은 사용하지 못하는 건가. 주변에 기운이 워낙 혼재해 있어서 구분하지 못하겠어.
은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다만 시져 호퍼는 소용돌이 밖에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아무리 놈이라도 오랫동안 불속에 있으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이제 곧 불길이 꺼질 테니까, 다들 준비하고 있으세요.”
필시 놈은 기다리고 있으리라.
소용돌이 밖에서 군세를 재정립해 다시금 총공격을 가해올 것이다.
은하는 포션을 마시며 체내 마나의 회복속도를 높였다.
마나가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소용돌이의 높이가 서서히 낮아져갔다.
바로 그때─.
[─노은하 조심해!]웬 뜬금없는 텔레파시.
은하는 머릿속에서 울린 아리엘의 목소리를 듣고는 의아해했다.
소용돌이가 점점 낮아져가는 중─.
[─지금 마나관리기구에서 들어온 정보야!]다급함이 묻어나오는 어조였다.
은하는 체내 마나를 발현하면서도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조금 전, 성북구와 강북구에서 전투를 치르던 예경이 돌연 하늘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대!]“…뭐?”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은하는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어째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예경의 군세를 추적해본 결과, 예경은 퇴각하는 게 아닌 어딘가로 이동 중인 것으로 추정!]“”””…….””””
[예경과 군세의 예상 위치는 현재 중구로 추정 중! 이에 현장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응원군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고 있을 것! 노은하! 예경이 그쪽으로 갔대!! 조심해!]은하는 상공을 주시했다.
소용돌이가 거쳤다.
불씨가 흩날렸다.
메뚜기 떼들로 메워진 밤하늘.
별안간 하늘에 구멍이 뻥 뚫리며, 녀석이 고개를 내밀었다.
Whiiiieeaaaaaooooooo
부부부부
쉬이이익
고동을 부는 듯한 소리.
일대를 흔드는 소리가 울렸다.
“아니, 왜….”
은하는 마저 말을 맺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Whhhhhiiiiieeeaaaaaooo
퇴계로 5가 교차로.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밀려들면서 그들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콰콰콰콰쾅!!
예경이 몬스터들이 사라지든 말든 포격을 가했다.
세상이 번쩍였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57(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