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60
강북 남부, 용산구.
한강에서 올라온 녀석들의 진형은 전과 달리 체계적이지 못했다.
진형이 흐트러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지금까지 놈들을 이끈 군단장들이 전날에 토벌당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용산구의 전선은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쏴라!!
질서 있게 전선에 대기한 사람들.
전선 각 지역마다 분대장을 맡은 사람들이 지시를 내리며 놈들에게 포격을 퍼부었다.
꾸륵…! 꾸르륵!
놈들은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선에 닿기도 전에 곳곳에 설치돼 있던 트랩을 밟고는 폭발에 휘말려버렸다.
멀리까지 독액을 뿜어댈 수 있는 놈들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곧장 마법을 펼쳤으나.
보호마법 준비!
상대는 제5위계 분즙두터비다!
놈들의 희생은 무의미했다.
이미 용산구의 플레이어들은 놈들의 독에 대항할 수 있는 보호마법을 갖추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선두로 나온 놈들은 그대로 캐스터들의 마법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런 상황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준비됐어, 자기?]“응, 난 준비됐어.” [너무 멀리까지 가지는 마. 통신이 언제, 어디까지 계속될지 알 수가 없으니까.]
“응, 숙지할게. 고마워.”
[무운을 빌어.]용산구 삼각지 인근.
용산구 주요 전선으로 흩어져 있던 판도라 클랜원들도 다가올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중 삼각지 전선은 이태원에 비해 전선 간격이 촘촘하지 않았다.
몬스터들이 제 몸을 방패 삼아서, 전선을 뚫어내는 일이 상대적으로 빠를 수밖에 없었다.
꾸르륵 꾸륵!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놈들이 기어이 전선을 넘어왔다.
강시형은 전선의 빈틈을 파고들어 올라오는 놈들을 내려다보았다.
“─기동.”
강남에서 보급물자가 오게 되면서.
그는 벽해수로부터 일찍이 부탁한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그가 손목에 찬 팔찌에 말했다.
동해그룹의 문장이 적힌 드론들.
강시형의 목소리 반응한 드론들이 가동하기 시작했다.
부우웅
1년 전, 동해클랜으로 실습을 나간 그는 선기준을 만났다.
그때 선기준은 그를 단련시켜주며 자신의 신체가 가지는 한계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말을 하기는 미안하지만…, 넌 가디언을 하기 힘들 거야. 암만 깡이 있다고 해도 신체적인 문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알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계속 하고 싶어요.’
‘흠….’
강시형도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그는 선기준에게 자신은 가디언이 될 거라는 각오를 보였다.
그러자 선기준은─.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떨까. 신체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도구를 써서 커버하는 거지.’
‘도구요?’
동해그룹의 사업체 중에는 드론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도 있었다.
강시형은 선기준의 도움을 받아서 동해 드론과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벽해수가 호기심을 보이며 동해 드론의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동해 드론은 기동성이 있는 드론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면, 벽해수는 전투에 적합한 재질을 지닌 드론을 연구했다.
그렇게, 그들 연구의 정수가 지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우우웅
강시형은 드론을 조작했다.
미리 전선이 빈약한 지점에 설치한 드론은 느리기는 했지만 그의 말을 충실히 이행했다.
몬스터들이 닿지 못할 높이로 날아오른 드론이 호버링을 하는 사이.
강시형은 팔찌에 대고 소리쳤다.
[─야, 이 두꺼비 같은 것들아!!!]기프트 .
다섯 대의 드론에서 나온 목소리가 전선 곳곳에 울려퍼졌다.
꾸르륵! 꾸륵!
몬스터들이 반응했다.
구멍이 난 전선을 통해서 침입한 놈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봉구래로부터 상황을 자세히 들은 강시형은 드론을 움직여 자신에게 돌아오게 만들었다.
자동 귀환 버튼을 누르면 될 뿐.
물론, 마나가 짙은 환경에 놓인 드론이 오작동을 일으키고는 했다.
혹은 놈들이 어떻게든 뛰어올라서 드론을 파괴하기도 했다.
부우웅
그럼에도 어찌어찌 버틴 드론들이 기동하지 않은 드론의 뒤를 이어서 몬스터들을 유인했다.
도중까지 목소리에 이끌린 놈들은 자신들을 이끈 드론이 파괴당해도 근처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듣고는 따라온 것이다.
그리하여 몬스터들이 한데 모여서 강시형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섬멸 개시!
놈들이 걸려들었다!
막다른 길.
강시형의 등 뒤는 서포터들이 만든 토벽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양 옆으로도 빈틈없이 토벽이 세워져 있었다.
다시 말해, 놈들은 함정에 걸렸다.
토벽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은 즉각 마법을 퍼붓고, 총을 쐈다.
꾸에에에엑!!
바로 그때.
포격을 헤쳐 제5위계 분즙두터비가 강시형에게 달려들었다.
강시형은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놈이 가까이 다가옴에도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의 뒤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직!
판도라클랜 스나이퍼 봉구래.
강렬한 전격이 놈에게 내리꽂혔다.
분즙두터비가 주춤했다.
하지만 놈은 한 발을 내딛어서는 강시형에게 손을 뻗으려 했다.
파직!
파직!
놈이 손을 뻗으려 한 그때.
한 번 목표물을 잡은 총구는 연이어 놈을 꿰뚫었다.
토벽 위에서 누워 있던 봉구래는 침착하게 탄환을 교체하며 놈에게 전격을 쏘아냈다.
“─지금 누구한테 손대는 거야?”
정말 별꼴이야 하고.
봉구래는 계속해 방아쇠를 당겼다.
기프트
그리고 그의 기프트가 발동했다.
놈의 움직임이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기프트에 연속적으로 노출된 놈은 끝내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파직! 파지직!
움직이지 않는 상대만큼 쏘기 쉬운 상대는 없다.
이윽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합세해 놈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
강북 중부, 종로구.
제3위계 프리크 스핑크스의 잔존 세력이 종로구에 침입했다.
마나관리기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류연화는 진파랑과 놈들을 토벌하려 나섰다.
“─저 녀석들의 눈을 보지 않도록 조심해라. 연화 네 실력이라면 아마 놈들의 마법에 저항할 수 있겠지만, 마법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자연히 저항력이 떨어지는 법이니까.” “네, 아저씨. 주의할게요.”
노은하가 예경에 당하고 나서.
판도라 클랜원들 중 일부는 자청해 예경을 상대하는 부대에 들어갔다.
류연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서진의 허락을 얻은 그녀가 현재 종로구에 있는 이유였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문파의 선배, 지용현과 나란히 서서는 군세를 노려다보았다.
“─진파랑 나가신다!!”
그리고 그때.
놈들을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한 진파랑이 클로의 칼날을 길게 뻗어 뛰어갔다.
10개의 칼날이 붉게 물들고─.
─블러드 클로우
진파랑은 자리에서 즉각 뛰어올라, 놈들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날개를 갈기갈기 찢고, 공중제비를 하며 떨어졌다.
“요는 정면이 아니라 그냥 뒤에서 공격해버리면 되는 거잖아?”
“진파랑, 방심하지 마.”
“걱정 마! 나도 무모하게 저놈들을 상대할 생각은 없으니까!”
종로구로 파견된 판도라클랜의 텔레파시스트 역할을 맡은 진파랑.
류연화는 본진으로 돌아온 그에게 말했다.
진파랑은 군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투쟁의식을 불태웠다.
바로 그때─.
─Whiiiieeeaaaaoooooo!!
기프트 부여 아티펙트
제3위계 오버랭크 몬스터 예경.
놈이 종로구 상공에 출몰했다.
하늘에서 몬스터들이 떨어졌고.
세뇌마법을 사용하는 몬스터들이 예경이 재밍을 사용하자마자 재빨리 마법을 사용했다.
다음 공격을 준비하려던 류연화와 진파랑은 아티펙트를 발동시켰다.
“─기다렸어.”
“안 그래도 보고 싶었다.”
류연화.
그리고 진파랑.
두 사람이 이죽거렸다.
류연화가 체내 마나를 발하고.
진파랑의 몸이 순식간에 변모하며 거대한 늑대가 되었다.
진파랑이 곧장 몬스터들을 밟아서 하늘로 뛰어올랐다.
기프트
모드: 블레이드 울프
블레이드 로어(Blade Roar)
늑대의 포효.
몇몇 몬스터들이 몸을 떨었다.
그들이 위축됐고.
예경의 시선이 늑대에게 향했다.
늑대는 털을 곤두세웠다.
기프트
모드: 블레이드 울프
블레이드 쓰러스트(Blade Thrust)
이내 늑대의 주변에 있는 공간이 파문을 그리듯 일렁였다.
공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손잡이가 없는 칼날이었다.
송곳처럼 보이기도 하는 칼날.
수십 개의 칼날이 솟구쳤다.
칼날이 예경의 배에 푹푹 박혔다.
Whiiiieeeeeaaaaaoooooo
하지만 가소롭다는 듯이.
예경의 배에 박힌 칼날은 마나의 입자로 변해 사라졌다.
그러고는 늑대와 지상을 요격하러 수십 개의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바로 그때─.
─제왕검(帝王劍) 10식
도검광중(刀劍壙中)
마치 거인이 휘두를 것 같은 검.
허공에서 거대한 검이 여러 자루 생겨났다.
쉬리리릭!!
Whiiieeeeaaaaaooo!!!!
거대한 검들이 예경을 찔렀다.
그동안 여유를 부리는 것만 같던 놈이 괴성을 질러댔다.
놈이 몸부림을 쳤다.
재밍 마법을 사용한 녀석이 등에 꽂혀 있던 검들을 없애버렸다.
하지만 칼에 찔린 상처에서 검붉은 피가 철퍼덕 떨어졌다.
그것과 동시에─.
한매류 극의, 설룡
─기프트 부여 아티펙트
한매류 극의, 역린
류연화.
예경이 빈틈을 보인 순간을 노린 그녀가 하늘 높이 치솟아서는 창을 휘둘렀다.
쿠오오오오오!!
눈의 용이 아가리를 벌렸다.
눈폭풍이 예경을 덮쳤다.
칼에 찔린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거대한 용이 예경과 격돌했다.
놈이 마법을 흐트러뜨렸다.
류연화는 즉각 아티펙트를 발동해 충격을 이기지 못한 설룡의 신체가 사라지는 것을 저지했다.
눈꽃이 흩날렸다.
이내 눈꽃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예경의 등에 난 상처를 공격했다.
Whiiiieeeeaaaaaoooooo!!
다시금 예경이 포효하고.
류연화는 지상으로 추락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그 시각, 마나관리기구 본부.
용산구의 전황을 지시하는 역할을 목민호와 노은아에게 맡긴 정하양은 마나관리국의 업무를 돕고 있었다.
“─성북구 동선동 방면. 현재 시각 오전 1시 7분, 아리랑로에서 다수의 몬스터가 출몰했습니다. 개체 수는 대략 20여체. 무리의 평균 위계는 제5위계로 추정됩니다.”
기프트 .
그녀는 관리국으로 들어온 정보와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파악한 정보를 빠르게 정리해나갔다.
일처리의 막힘이 없었다.
신종 몬스터가 출현하는 경우에도 오래 고민하지 않고 임의로 빠르게 이름을 짓고서는, 몇 가지를 요청해 정보를 모아갔다.
그러고는 다시 몬스터를 상대하는 파티에게 대처 방안을 제공했다.
어디 그뿐인가.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에 접속해 해당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찾았습니다. 현재 동대문구에서 활개를 치는 몬스터는 제5위계 오버랭크….”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에 접속하여 정보를 알아내는 속도는 누구보다도 빨랐다.
오죽하면 옆자리에서 통계를 내는 십이좌 모라율까지도 입을 쩍 벌릴 정도였다.
…얘 뭐야? 어떻게 나보다 이렇게 빠를 수가 있는 거지? 쟤가 가진 라이브러리 접속 단말기는 나하고 같은 건데….
그리고 뭐야. 지금 동시에 보고 있는 정보가 몇 개나 되는 거야?
고작 20세밖에 안 됐으면서.
자신의 연산처리능력을 따라오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능가하고 있는 정하양을 보고 경악했다.
하지만 정하양은 모라율의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계속해서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지도는 빠르게 현장에 있는 네비게이터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동대문구 방면에서 대형 화재가 확인되었습니다! 아울러 동쪽에서 알 수 없는 마나가 감지됐습니다! 현재 화재는 동쪽에서 8시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 중!”
정하양이 테이블을 탁 쳤다.
그녀의 전언을 들은 직원들이 곧장 동대문구의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새로운 군세의 출현인 것인가.
그녀를 비롯한 직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대문구에서 전선을 지키고 있던 네비게이터에게 연락이 전해졌다.
연락을 받은 정하양은─.
“─네?”
제 귀를 의심했다.
이내 그녀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강북 동부 방면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분들께 알립니다! 현재 시각으로 오전 3시 17분, 십이좌 강현철 플레이어와 박혜림 플레이어가 30여명의 플레이어들을 이끌고 종로구로 향하는 중! 그러니 전선을 지키는 플레이어들은 그들이 종로구로 향할 수가 있도록 전선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
낭보가 전해졌다.
직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은 평소 골칫거리로만 여기던 방화범의 귀환을 크게 반겼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처음 의식을 잃었을 때부터 은하는 몇 번이고 의식을 잃었다 찾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기프트
기프트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의식을 잃을 때면 기프트는 불현듯 각성해서는 정신을 차리라고 일깨웠다.
덕분에 은하는 신체가 무너지면서 새로이 재구성되는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젠장….”
다시금 의식을 찾았다.
이번에는 눈이 절로 떠졌다.
은하는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
신체는 아직도 재구성되고 있었다.
이전보다 고통이 줄어든 걸로 보아 엘릭서의 치료는 막바지에 이른 것 같았다.
은하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손을 여러 번 쥐었다 폈다 했다.
그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꼴이 말이 아니네.”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
꼭 시체가 썩는 듯한 냄새가 그가 입고 있는 옷에서부터 올라왔다.
이불을 걷어보니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며 침대, 나아가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의식을 잃으면서까지 껴안은 알도 표면에 무언가 검은 것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엘릭서가 이상적인 신체를 만들며 체내에 쌓여 있던 불순물질을 모두 배출한 것이다.
엘릭서의 영향인가.
주변에 마나가 자욱해.
이내 은하는 방 안을 둘러보고는 주변에 마나가 자욱이 깔려 있는 걸 알아차렸다.
체내 마나를 발현하지 않았더라도 눈에 보일 정도로 상당한 양이었다.
아니야.
이건 내 마나야.
이내 은하는 고개를 저었다.
주변을 자욱이 떠돌고 있는 마나는 자신의 체내에 스며들어 있던 마나였다.
엘릭서는 자신의 마나회로를 돌던 체내 마나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찌꺼기를 밖으로 배출한 것이다.
예경에게 당해 마나회로가 손상돼, 체내를 순환하지 못하고 고이고 만 마나의 잔재였다.
“만약에─.”
그리고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은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체내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외부, 여기에 있는 마나만 사용할 수는 없는 걸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의 체내 마나를 쓰지 않고서 어떻게 마법을 사용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마냥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하나─.
─미친 오징어는 불을 다시 마나로 환원하는 모습을 선보였어. 그런 게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미친 오징어는 의심조차 하지 않고 그게 정말 가능할 거라고 믿었고, 그걸 뒷받침할 만한 고등제어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어.
타인의 마나를 제 것으로 만들어, 자신의 체내 마나로 치환한 거야.
둘─.
─내가 지금까지 바일런트 베놈과 플래티나 크로스를 어떻게 써왔지?
나도 강현철처럼 고등제어기술로 대기 중에 녹아든 마나를 내 것으로 만든 거잖아.
그 마나랑 내 본연의 마나를 섞어 마나 소모를 최대한 절약한 거지.
그럼 내 본연의 마나를 섞지 않고 온전히 대기 중에 녹아든 마나만을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자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신의 마나를 섞지 않은 이상에야 대기 중에 녹아든 마나는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셋─.
─마나 드레인을 사용한다면?
마나 드레인도 결국 자연에 있는 마나를 내 것으로 환원하는 거야.
그렇다면 마나 드레인을 사용해서, 그걸로 회복한 마나를 매개로 해서 자연에 있는 마나를 사용한다면?
결과적으로 나는 마나 소모 없이 마법을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넷─.
─버스트 카운터. 소량의 마나로 다량의 마나를 자극해서 폭발하게 만드는 것이 이 마법의 핵심이야. 만약 파괴력을 증폭시키려고 한다면 일단 고등제어기술로 다량의 마나를 내 컨트롤 아래에 놓고, 그걸 뱅뱅 꼬은 다음에 해방시키면 됐어.
그럼 반대로, 해방시키지 않고서 내 컨트롤 아래에 계속 압축해두면 그만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마나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대기 중에 녹아 있는 마나는 단지 마나 소모를 줄이는 역할만 한다면, 마법을 사용한 결과 잔존하게 되는 마나는 마나 소모를 줄이는 동시에 파괴력까지 증폭시키지 않을까?
다섯─.
─잔존 마나보다 더 파괴력이 높은 마나는 상대의 마법 그 자체야.
그리고 그 마법을 순간적으로나마 자신의 컨트롤 아래에 두고 방향을 반전시키는 게 오만의 반격이고.
그만한 연산처리능력을 자랑하니까 과부하가 걸릴 수가 있으니 하루에 딱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한 거고.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마나가 지닌 위력은 다음과 같다.
마법 그 자체 > 마법이 발동되고 대기 중에 남는 잔존 마나 > 그저 대기 중에 녹아 있기만 한 마나 = 자신의 체내 마나.
“그렇다면 오만의 반격처럼 아예 상대의 마법 자체를 매개로 삼아서 마법을 전개한다면….”
물론 아티펙트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그만한 연산처리능력이 가능한 건 재능의 영역이리라.
그에게는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부는 불가능하지만 일부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버스트 카운터.
오만의 반격을 응용한 마법.
그는 처음 그 마법을 만들었을 때, 자신의 한계가 여기까지라는 것을 규정했었다.
하지만 그 후로 그는 자신이 정한 한계를 뛰어넘어 플래티나 크로스를 만들어냈다.
버스트 카운터를 만들었을 때하고 플래티나 크로스를 만들었을 때.
두 시점의 자신은 달랐다.
그리고 그 후로도 계속 깨달음을 갈무리하게 된 자신은 더 강해졌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마나 드레인으로 상대의 마법을 조금이라도 흡수해 내 걸로 만들고, 고등제어기술로 그것을 매개로 해서 잔존하고 있는 마나를 긁어모은다. 그리고 그걸 방출 혹은 압축한다.”
위력은 일정하지 않겠지만.
긁어모으는 마나의 질과 양에 따라 마법의 위력이 결정되리라.
상대의 마법을 통해 마나를 모으면 그만한 위력을 기대할 수 있을 터.
그리고 그것을 단순하게 방출하면 플래티나 크로스와 같은 격이요.
반대로 갈무리해 압축한다면─.
“─직접 타격을 주는 블레이드가 되는 건가.”
은하는 손을 뻗었다.
벽 모서리에 검이 놓여 있었다.
은하는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
마나회로에 불순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체내 마나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흘러나왔다.
마나의 색도 무척이나 맑았다.
휘익
이기어검.
은하는 시리게 피는 겨울을 자신의 손으로 불러들였다.
마나 드레인
자신의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다.
마나가 검에 깃드는 상상을 하며.
은하는 마나를 일부 흡수했다.
그걸 매개로 삼아 고등제어기술로 주위를 떠도는 마나, 흡수하지 않은 마나를 자극했다.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
공간이 좁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나는 편재하는 성질 때문일까.
자극을 받은 마나가 저항하지 않고 푸르른 빛을 뿜는 검신에 모여들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은하는 자신의 마나를 소모하지 않고 마법을 만들어냈다.
“…되네, 이게.”
검신에 불균형하게 맺히는 마나를 깨끗이 쳐내고, 마나를 갈무리한다.
그러자 잘 정돈된 빛무리가 칼날을 환하게 감쌌다.
은하는 자신이 행한 일을 보고는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
“─젠장…”
이내 은하는 픽 쓰러졌다.
고등제어기술에 혼신을 다했더니, 몸속이 다시 고통을 호소해왔다.
신체가 완전히 재구성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듯싶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