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61
인간이란 끈질겼다.
이제 그만 포기할 것 같으면서도 그들은 이내 무언가가 계기가 되어 다시 일어서고는 했다.
Whiiieeeaaaaooooo
예경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찌하여 포기하지 않는가.
어찌하여 체념하지 않는가.
어찌하여 물러서지 않는가.
코쿤만 부숴버리면 얌전히 자신의 먹이가 될 것 같았던 인간들은 계속 끊임없이 저항했다.
힘을, 회복해야 한다.
나흘.
그동안 강북 상공을 날아다니면서 플레이어들의 요격을 받은 예경은 갖은 상처를 몸에 달고 있었다.
하루가 지날수록 상처는 늘어났고, 이제 슬슬 예경에게도 힘이 부쳐만 갔다.
한매류 극의, 설룡
제왕검 7식, 지면붕괴
지금 자신을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지치지도 않고 공격을 해대는 놈들.
푸른 머리칼을 휘날리는 여자.
그리고 짧은 머리의 남자.
두 사람의 공격은 예경에게 상당히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었다.
하지만 놈은 이들과 싸우기 전부터 체력이 다소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그놈 때문이다.
그 인간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
바로 전날에 자신의 공격을 막고, 사흘에 걸쳐 자신을 괴롭힌 남자.
그 남자가 원인이었다.
다행히 군세를 이용해 그 남자를 죽였다고 하나, 예경의 몸에 새겨진 상처는 치료되지 않았다.
결국 지칠 대로 지친 예경은 한창 종로구 상공에서 떠 있다가 방향을 전환해야 했다.
힘이 부족하다.
힘을 회복해야 한다.
서둘러 체력을 회복해야 했다.
예경은 자신을 쫓아오는 두 사람이 자신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 더는 쫓아오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놈은 수직으로 상승하여, 강북이 한 없이 작게 보이는 곳까지 올라갔다.
Whiiieeeeaaaaooooo
그러고는 급강하.
예경이 노리는 곳은 방어가 약하고 자신을 막아낼 플레이어들이 없는 곳이었다.
어제 자신과 그 남자가 싸우느라, 반파될 지경으로까지 치달은 중구.
Whiiiieeeeeeaaaaaooooo
몬스터는 마나를 탐하고.
마나를 지닌 인간이란 너무나도 매력적인 먹이였다.
예경은 한가득 공기를 빨아들이듯, 주변 일대에서 싸우던 플레이어들과 그들을 돕던 사람들을 빨아들였다.
“”””──!!!””””
갑작스런 예경의 등장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Whiiiiiieeeeeeaaaaaaoooo
역시나.
자신을 막아설 자가 없다.
예경은 도망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을 먹기 위해 아가리를 벌렸다.
☆
노은하.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은 널리 퍼져 강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은 널리 퍼지지 않았다.
전날, 그가 홀로 예경을 상대하다 무방비하게 지상으로 추락한 모습이 사람들의 인상에 강렬히 남아버렸기 때문이다.
“놈이 오고 있어! 놈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꺄아아아악!!” “살려줘! 누가 어떻게 좀 해보란 말이야! 난 이대로 죽기 싫어!!”
“온다, 온다, 올 거야…. 왜 하필 여기에 오냐는 말이야….”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하라는대로다할테니까제발살려주세요살려달란말이에요!!!”
노은하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
지금까지 노은하 이외에 제3위계의 군단장을 쓰러뜨린 사람이 있던가.
그러니 자신들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더는 없는 것이다.
대체 예경은 얼마나 강한 것인가.
과연 토벌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 의문을 지울 수가 없게 된 사람들은 지독한 절망과 헤어날 수 없는 패닉에 빠져야 했다.
특히 전날 예경을 가까이서 목격한 중구의 사람들이 느낀 공포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도망쳐! 이곳을 벗어나야 해!”
“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야! 우리가 어디를 가야 안전할 수 있는데!”
그런데 예경이 중구에 출몰했다.
굳이 마나관리기구가 전하는 소식을 들을 필요도 없이.
중구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디에서든 확인할 수 있는 예경을 보고 절망했다.
그리고 놈이 한 번 급강하를 하며 사람들을 삼켜버리는 것을 보면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고개를 쳐들고 치솟은 놈의 입에서 사람처럼 생긴 무언가가 떨어지거나 입에 걸린 다리가 콰직 뜯겨지면서 사람이 추락하는 모습.
그것을 보고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도망쳐! 이쪽으로 온다!!” “플레이어!! 얼른 막으란 말이야!!”
예경이 중구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사람들은 무작정 도망쳤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놈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고자, 그들은 앞서 가던 사람들을 제치며 뛰어갔다.
진정으로 생명의 위기를 느끼게 된 그들은 바리바리 싸들고 있던 짐도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무겁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공중에 흩뿌렸다.
보석이, 지폐 다발이 흩날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아아아!! 엄마아아아!!”
“잠깐만요! 아이가 저기 있어요! 저기로 가게 비켜주세요! 제발 좀 비켜 달라고요!!!”
사람들이 무작정 뛰기 시작하면서 뒤처지는 것은 걸음이 느린 아이나 노인이었다.
그들을 데리고 뛰던 사람들은 그만 인파에 휩쓸려 헤어지고 말았다.
많은 어린아이들이 울었다.
많은 부모가 그들을 찾았다.
허나 그들 대다수는 만나지 못하고 인파에 휩쓸려가야 했다.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들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
“마나신! 마나신은 이럴 때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억…. 팔! 팔이 부러졌어!!!”
“대체 어디로 가면 되는 거야!?”
재앙 앞에서 인권은 무의미해졌다.
사람들은 쓰러지는 사람들을 밟고 나아가면서까지 살려고 했다.
그럼에도 돌아가야 할 곳을 잃은 사람들은 어찌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패닉에 빠진 그들의 의식 속에는 어찌하지 못하는 혼돈이 들어섰고.
사람들은 무질서한 의식을 안고서, 자신에게 질서와 안정을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맸다.
무엇보다 그들은 확신을 원했다.
“누가 제발 도와주세요!!”
“살려줘…! 난 이대로 죽고 싶지 않단 말이야!” “누구, 누가 저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는 건데!? 그게 누구냐고!!” “몬스터에게 죽고 싶지 않아. 나는 놈들에게 잡아먹히고 싶지 않다고!”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천국에 갈 수 있는 걸까?” “누가 저놈을 막을 수 있는데….”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존재.
자신을 살려줄 수 있는 존재.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
자신의 사후를 보장해주는 존재.
사람들은 도망을 치면서 수도 없이 외치고 또 외쳤다.
그만큼 절망밖에 없는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신이시여. 저를 구해주세요.”
“신이 있다면…, 제발 저 몬스터를 없애주세요.”
자신이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
그들은 결국 신을 찾았다.
평화에 찌들어 있을 때는 한 번도 찾지 않던 신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이 세상에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으며, 신은 죽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신에게 빌면서, 자신들이 누구에게 빌고 있는 건지, 자신이 정말 제대로 빌고 있는 건지 의문을 가졌다.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세상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신은 마나신밖에 없어!” “오, 마나신이시여! 청컨대 저희를 사악한 몬스터들로부터 구해주시고, 저희에게 은총을 내려주십시오.”
“마나신에게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디 이 땅에 강림하시여 저 괴물을 척결해주시옵소서.” “”””…….””””
마나신.
도망치는 와중에 누군가 중얼거린 신의 이름은 사람들의 머리에 아주 강렬히 박히게 되었다.
“신은 존재한다. 바로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는 것이 신의 흔적이다.” “저희가 마나신을 믿는다면 필시 구원을 받을 겁니다.”
“마나신을 믿으십시오. 마나신을 믿게 되면 몬스터에게 죽는다 한들, 행복한 사후를 보장받을 겁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의 마나신은 너희를 따스하게 보듬어 진정한 행복을 선사할 것이다!”
마나교의 신도들.
마나교의 교리를 알고 있던 이들은 중구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그들이 사람들의 불안을 다독이고,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마나교에서 기도를 드립시다.”
“성녀님께 기도를 드리는 겁니다.”
“”””…….””””
혼돈 속을 방황하던 끝에.
사람들은 명확한 어조로 말을 하는 마나교 신도들의 말에 이끌렸다.
그들은 예경을 피해 달아다닌 끝에 마나교의 신도들을 따라 명동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나신을 믿으라.””””
“”””그러면 구원 받을 것이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공포에 질려서 망가져가던 의식은 무의식적으로 자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에게 귀의했다.
☆
사람들이 물 밀 듯이 밀려왔다.
예경이 중구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끝이 없어.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마나교의 이리야.
그녀는 며칠째 잠도 자지 못하며 마나교를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설파하고, 치료해야 했다.
하루가 갈수록 마나교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숫자는 증가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등…! 등이 아파요, 성녀님!”
“아이구, 나 죽네! 아까 어떤 놈이 나를 밟고 지나가가지고…. 성녀님 제발 저 좀 치료해주세요!”
“성녀님은 마나신의 사도잖아요. 중구에 나타난 그놈을 물리칠 수가 있는 거죠?”
“여러분 진정하세요…! 줄을 서서 한 명씩…!”
“성녀님! 몬스터에게 다친 이들을 이송해왔습니다! 상태가 위독하니 치료를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찾았다.
이리야는 사방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정신이 없었다.
일단 다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리로 오세요! 부상자들을 얼른 이쪽으로 눕혀주세요!”
명동 대성당 정문 부근에 마련한 진료소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리야는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자신의 앞으로 오는 사람들을 치료했다.
하지만─.
“─으윽….” “쿨럭! 쿨럭!”
“…….”
끝이 없었다.
한 사람을 치료하는 사이에 금세 열 사람이 들어온다.
그녀 혼자서는 어찌하지 못했다.
부상자가 너무 많아.
일단 가벼운 부상을 입은 사람들은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야 해.
예경의 군세가 중구를 습격하고.
중구의 클랜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던지라.
부상자들이 속출한 것이다.
이리야는 입술을 깨물었다.
“악…아악…!!”
“괜찮아요…. 조금만 참으세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지쳤다.
그녀의 앞으로 실려오는 사람들은 고통을 참지 못할 만큼이나 상태가 위독했다.
그녀는 건장한 사람들을 시켜서는 부상자들이 자신의 치료를 받다가 난동을 부리지 않게도 막아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성녀님! 제발 답을 주십시오!”
“마나신께서 우릴 구해주는 거죠?”
“얼른 말해주세요! 성녀님!” “…….”
이리야는 절박하게 확신을 원하는 사람들도 상대해야 했다.
자연히 치료하는 시간은 더뎌졌다.
애초 그녀도 인간이었다.
체내 마나가 아무리 많다고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마나를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내가 나가떨어질 거야.
이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한 마나가 턱없이 부족해.
이리야는 이를 악물었다.
설상가상으로 몬스터들이 명동 대성당으로 오고 있단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이리도 많이 모여 있으니 몬스터들이 이곳을 가만 내버려두겠는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명동 대성당에 잇달아 모여들고 있었다.
“마나신이시여 제발 우리를 구해주십시오!” “성녀님!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성녀님, 제발 살려주세요!” “성녀님, 아이가 많이 아파요. 제발 이 아이부터 먼저 봐주세요!”
“성녀님, 오다 몬스터와 스쳤는데 혹시 저는 독에 걸린 건가요? 한 번 봐주세요! 불안해서, 원….” “성녀님!”
“성녀님!”
성녀님. 마나신. 구해줘, 살려줘. 나 먼저. 나도 해줘. 말을 해보라고. 죽으면. 우리. 어디. 행복. 성녀님….
제발 그만…!!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에.
이리야는 머리가 아파왔다.
마나신을 믿는 사람으로서 자신은 저들에게 화를 내면 안 되건만.
저들을 미워해서는 안 되건만.
지금 이 순간 이리야는 자신에게 계속 의지해오는 사람들이 하염없이 밉기만 했다.
“”””성녀님!!!””””
제발, 그만, 그만해주세요.
이리야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저들이 너무나 미웠다.
왜, 어째서─.
─다 나한테 뭐라 하는 건데.
왜 자신에게 무엇이든 의지하려고 하는 것인가.
어찌하여 자신을 이리도 힘이 들게 만드는 것이란 말인가.
나도 몰라! 나도 모른다고!
근데 왜 나한테 그러는 거야!?
자신 역시 저들과 같았다.
그녀 또한 마나신을 믿으며 놈들을 없애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마나신의 교리에 따라 다친 사람이 있으니 그들을 도우며 교리를 설파할 뿐이었다.
부디 신이시여.
정녕 저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부디 말씀해주십시오.
이리야는 간절히 빌었다.
자신이 있는 곳은 지옥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지옥이 이제 찾아오게 될 것이다.
자신과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음과 절망으로 몰아넣으리라.
하지만 마나신의 목소리는 도무지 들리지 않았고─.
─Whiiiiiieeeeeeeaaaaaaoooooo
제3위계 오버랭크 예경.
놈이 대성당 상공에 나타났다.
“”””…….””””
사람들은 모두 굳어버렸다.
그녀 또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예경의 존재감에 얼어붙고 말았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존재감.
숨이 턱턱 막히는 위압감.
Whiiiieeeeeaaaaaoooooo!!
녀석이 환호하듯 포효했다.
사람들이 그제야 비명을 질렀다.
“”””살려줘!!”””” “”””성녀님!!””””
“”””오, 마나신이시여!!””””
혼비백산.
사람들이 도망쳤다.
좁은 공간에서 그들이 도망치려니 서로를 넘어뜨리거나 밟는 광경이 일어났다.
혹은 그들은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성녀님!! 제발 살려주세요!!””””
“…….”
그들이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들이 그녀의 몸에 손을 댔다.
그녀는 그들에게 붙잡혀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
이제 끝났다.
자신은 여기에서 죽는다.
이들도 여기에서 죽는다.
이리야의 의지는 빛을 잃어갔다.
그럼에도─.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구해주세요!!””””
“”””제발 치료해주세요!!””””
사람들이 자신에게 바라는 소리가 그녀의 의식을 비집고 들어왔다.
지독하게 들은 소리였다.
더는 듣기 싫은 소리였다.
그러니, 그래, 좋다.
─마나신이시여.
제발 이들을 살려주십시오.
너희가 바라는 대로 해주마.
너희가 바라는 대로 살려주마.
이리야는 체념하듯 바랐다.
자포자기하듯 염원했다.
그리하여 그녀의 기도는 곧─.
─힘이 필요한가.
마나신을 영접하게 만들었다.
마나신이 물었다.
힘이 필요하냐고.
“아….”
백색의 세계.
그녀는 그곳에 홀로 주저앉아 있었다.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붙잡힌 결과 머리칼이 헝클어지고, 옷이 뜯겨진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힘이…, 필요합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엉엉 울었다.
그러면서 몇 번이고 빌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입했던 대로 사람들을 모두 치료시켜줄 수 있는 힘을 원한다고.
후회하지 않을 건가.
마나신이 물었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가 자포자기하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후회가 샘솟았다.
만약에 자신이 마나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이렇게 고통 받으며 살지 않았을 텐데 하고.
하지만 너무 멀리 왔다.
돌이킬 수 없다.
그녀는 로서 책임을 다해야 했다.
그러니─.
“─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 부디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구해주세요….”
모두, 치료해주세요.
제가 그들의 고통을 받겠습니다.
그럼에도 모자란다면 저의 영혼이 끝없이 고통을 받겠습니다.
이리야는 빌었다.
─좋다.
그대의 바람을 들어주마.
마침내 마나신은 수락했다.
백색의 세계가 환하게 빛났다.
이리야는 넋을 놓은 채로 환하게 빛나는 세상을 바라보았다.
잘 된…, 일이야.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대로 눈을 감으려고 했다.
그때였다.
─쩌적
돌연 그런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쩌저적
하지만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무언가가 깨져나가는 소리.
소리를 들은 이리야는 눈을 떴다.
“아….”
백색의 세계가.
유리창이 깨지듯 조각조각 깨져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부서지는 세계를 바라보며, 깨진 세상 저 너머로 보이는 현실을 직시했다.
“─내가 무리하지 말랬지.”
“아….” “네가 왜 다 짊어지려고 하는데?”
노은하.
그가 그곳에 서 있었다.
☆
강북 중부, 용산구 남산서울타워.
아직 완공이 되지 않은 탑 위에는 지팡이를 쥔 노인이 서 있었다.
“호오….”
노인은 낄낄 웃음을 흘렸다.
난데없이 노인이 바라보는 곳에서 빛의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빛에 닿은 예경이 깜짝 놀라선 허겁지겁 거리를 벌렸다.
이외 빛의 기둥에 닿은 몬스터들은 그대로 소멸해버렸다.
“─이제야 발동했나 보구나.”
기프트 .
노인은 빛의 기둥이 무엇이지 알고 있었다.
그야,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래, 드디어 발동했어. 어리석은 군중은 이것을 목도하고 마나신의 이라며 갖은 착각을 떨겠지.”
노인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마나가 자욱이 깔려 있는 대기.
노인에게는 불완전한 자신의 몸을 완전한 것으로 만드는데 일조하는 공기라고 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공기가 아니라─.
“─믿어라, 그럼 이루어질 것이다. 절망하고, 그 끝에 신에게 매달려, 너희의 신앙을 굳건히 하라.”
절망은 아주 강한 감정이다.
따라서 절망을 원천으로 한 마나는 강한 힘을 품고 있다.
하지만 절망의 대척점에 놓여 있는 희망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보잘 것 없는 빛은 어둠 속에서도 아주 밝게 빛나는 법이다.
“그렇게 나는 너희가 바라는 대로 마나신이 될 것이다.”
절망은 인간의 믿음을 무너뜨리고, 희망은 그들의 믿음을 굳건히 한다.
그러니 절망으로 인간을 무너뜨려 부정적인 감정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들이 희망을 품게 하여, 의심할 여지없이 마나신에 의지하게 만든다.
신앙이다.
아주 굳건한 믿음.
“좋구나. 힘이 차오르는 구나. 다들 나에게 기도를 하는구나.”
세계란 상호간의 작용이다.
그들의 굳건한 믿음은 마법이 되어 알게 모르게 섭리에 간섭하게 된다.
마나신은 정말로 존재한다.
저 은 그것의 증명이다.
‘마나신의 기적’을 목도한 그들의 믿음이 세계에 작용해서는 진정으로 신을 현실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메커니즘은─.
“─그래, 어서 내게로 오라.”
마도학의 궁극에 있는 존재.
마나신이 되려 하는 바로 자신에게 흘러들게 될 터.
노인은 자신의 존재를 충족시키는 신앙심을 느끼며 환희에 잠겼다.
지상으로부터 하늘을 꿰뚫는 듯이 솟구치고 있는 빛의 기둥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런데─.
“─……!!”
이내 노인은 경악했다.
빛의 기둥이 점점 힘을 잃어갔다.
밤하늘을 환히 밝히려던 빛줄기가 별안간 뚝 꺼져버렸다.
“어째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노인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