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62
엘릭서의 힘을 완전히 소화하려면 시간에 여유를 두어야 했다.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밖이 엄청 소란스러워.
군세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문 밖에서 계속 들려오는 소리.
굳이 감지망을 전개하지 않더라도 절로 감각을 곤두서게 만들게 하는 군세의 존재.
엘릭서의 힘이 스며들게 하려 해도 신경에 거슬리는 게 워낙에 많아서 그럴 수가 없었다.
어차피 치료는 다 끝났어.
안정 같은 건 취하지 않아도 돼.
은하는 결국 몸을 일으켰다.
병실 한구석에는 진서나가 가져온, 새 제복이 걸려 있었다.
은하는 옷을 갈아입었다.
“어깨가 좀…, 넓어진 건가.”
제복의 사이즈는 전과 같았건만.
어째 몸이 끼는 기분이 들었다.
엘릭서의 효과인가 보네.
키가 조금 커진 것 같아.
은하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옷이 살짝 끼는 것으로 보아서는 신체가 크게 성장한 것은 아니리라.
다만 좀 더 검을 휘두르기 용이한 신체로 진화한 듯했다.
…마나 순환도 빨라졌어.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체내에서 마나가 흘러나오는 속도가 빨라.
놀라운 변화는 마나회로에 있었다.
회로 속에 있던 불순물이 제거됐기 때문일까.
마나를 체외로 흘려보내는 과정이 이전보다 매끄럽고 깔끔했다.
그 상태에서 검에 손을 얹었더니, 푸르른 마나가 빠른 속도로 검신을 둘러쌌다.
고작 영점 몇 초 빨라진 거겠지만 나쁘지 않네.
피지컬이 상승했다.
은하는 흡족해했다.
그러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체내 마나량은 변한 게 없네….”
마나회로가 개선된 결과 이전보다 순도 높은 마나를 모을 수가 있게 되었다고 하나.
심장에 담을 수 있는 체내 마나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마치 신체는 새로이 만들어졌지만 심장은 바뀌지 않은 것 같았다.
이게 내 재능의 한계인가.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엘릭서를 마신다고 자신에게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라 할 수 있던 체내 마나량에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몸이 더 단단해지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자신의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이내 은하는 검은 것이 묻어 있던 알을 들었다.
“너도 가자.”
검게 물들지 않은 이불 부분에다 대충 알을 닦았다.
알이 새하얗게 돌아오고.
은하는 문을 열었다.
문 앞에 멈춰선 그가 뇌까렸다.
“─예경….”
예경, 놈이 상공에 출몰했다.
어쩐지 몰려드는 군세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싶었다.
은하는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이 뭐 이렇게 많아?”
명동 대성당 정문.
공터에 가득 모인 사람들을 발견한 은하는 황당하기만 했다.
예경이 상공에 출몰해 있건만.
군세가 거리를 좁혀오고 있건만.
사람들은 정작 바닥에 무릎을 꿇고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들이 이리야에게 매달려 있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구해주세요!!””””
“”””제발 치료해주세요!!””””
죽음이라는 재앙 앞에서.
사람들이 미치광이처럼 외쳤다.
빠득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두려우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하는 저들의 심정에 전혀 동조할 수 없었다.
그런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너희는 싸우지 않고 뭐하는 건데?
왜 구원받기만을 기다리는 거지?
왜 저들은 싸우지 않는가.
어째서 저항하려 하지 않는가.
이전 삶에서도 줄곧 들었던 의문.
어쩌면 그들에 대한 원망.
그리고─.
─왜 쟤한테만 매달리는 건데?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울분.
하백련의 기억이 떠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사람들에게 떠밀려서 자신하고 조금도 맞지 않는 권좌에 올라야 했던 아이를.
“…….”
은하는 이를 빠득 갈았다.
지금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붙잡힌 이리야와 하백련이 어디가 다르다는 말인가.
은하는 두 사람을 겹쳐보았다.
바로 그때─.
─기프트
그녀의 눈이 빛을 잃는가 싶더니.
그녀를 중심으로 거대한 섬광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은하는 그 즉시 내달렸다.
☆
“─내가 무리하지 말랬지.”
화가 났다.
사람들에게 떠밀려서는 의 기프트를 발동한 이리야뿐 아니라, 사람들이 하는 말에 고개를 숙이며 잠자코 따라야 했던 하백련이.
아니, 그게 아니다.
은하는 부정했다.
그가 진정으로 화가 났던 이유는 그때 하백련을 지켜보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던 자신 때문이었다.
너무나 무력한 자신이 싫었다.
“네가 왜 다 짊어지려고 하는데?”
그 말은, 이리야에게 하는 게 아닌 기억 속의 하백련에게 하는 거였다.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말.
하지만 끝내 말하지 못했던 말.
이 일으키는 섬광 속으로 주저 없이 뛰어든 은하는 백련에게 말하지 못한 말을 하듯, 이리야에게 그 말을 전했다.
“다, 당신….”
“왜, 사람들이 저렇게 부탁하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을 모두 구해 달라 비려고 했나 보지?” “…….”
은하는 이죽였다.
이리야는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은하는 코웃음을 치며, 그녀에게 살며시 고개를 젖혔다.
“미안한데 그렇게는 못 해주겠다. 그쪽이 자기만족감이든 그게 아니든 모두 떠안고 다른 사람들의 말대로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을 더 이상은 못 봐주겠다고.”
조금 전에 생긴 빛의 기둥 때문에 예경과 몬스터들이 물러나 있었다.
이리야의 몸을 붙잡고 흔들어대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지키는 형태로 앞으로 나선 은하는 자신을 빙 둘러싼 사람들을 비웃었다.
싸우지도 않고 뭐만 해달라고 하는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네가 그 힘을 발동했다면 아마 나까지 네 마법에 영향을 받았겠지. 안 됐지만, 나는 너한테 빚 같은 건 두 번 다시 지고 싶지 않아.”
“그게, 무슨….”
“나는 너를 떠민 사람들이랑 같은 취급받고 싶지 않다고. 이유 없는 선의만큼 찜찜한 건 없거든.”
은하는 빚을 지고 싶지 않았고.
하물며 이리야가 사망하는 것으로 갚지 못할 빚을 지고 싶지 않았다.
또한 자신이 질색하는 사람들하고 동급으로 여겨지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은하는 나선 것이다.
시리게 피는 겨울
몬스터들이 다시금 움직인다.
놈들이 거리를 좁혀오는 걸 보고, 은하는 곧장 시리게 피는 겨울의 마법을 사용했다.
사라락
꽃잎이 흩날린다.
붉은 꽃잎이 일대를 가득 메운다.
다가오려던 몬스터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꽃잎이 그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꽃잎의 폭풍 속에 들어간 사람들은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싸워.”
“”””…….””””
싸우라고.
은하는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이 세상을 꽃잎으로 뒤덮어낸 은하를 쳐다보았다.
은하는 다시금 말했다.
아니, 명령했다.
“나가 싸우라고. 남한테 살려 달라 빌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그냥 뭐라도 쥐고 나가서 싸우란 말이야.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다들 마나를 꺼내는 법쯤은 배웠을 거 아니야.”
“”””…….””””
“플레이어들이 지원을 와줄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보란 말이야.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신 따위에게 빌고 있지나 말고. 바보같이, 멍청하게.”
너희가 아직도 신이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그렇다면 자신은 죽은 신이 누운 관짝이라도 꺼내어, 자신이 그 신을 죽여 버리겠노라고.
은하는 그러한 어조로 말했다.
바로 그때─.
“─하, 하지만 저희가 저 괴물을 어떻게 이길 수 있는데요.”
그동안 넋을 놓고 주저앉아 있던 이리야가 물었다.
추궁하는 듯한 어조는 아니었다.
진심으로 답을 알고 싶어 하는 어조였다.
“─그걸 왜 네가 신경 쓰는데?” “네?”
“네가 쓰러뜨릴 거야? 그게 아니면 저놈은 신경도 쓰지 마.”
이에 은하는 피식 웃었다.
그녀의 질문은 답할 가치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야─.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할 테니까. 그러니 너희는 응원군이나 기다리며 잔챙이 몬스터들하고 싸우라고.”
“”””…….”””” “내가 언제 저놈과 싸우라 했어?”
꽃잎의 폭풍이 차츰 걷혀간다.
꽃잎이 완전히 사라지는 때가 되면 놈들은 침공을 재개할 것이다.
은하는 그때를 기다리는 놈들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러면서 한 손으로 받치고 있는 알에다가 마나를 불어넣었다.
“이제 너도 그만 일어나. 언제까지 자고 있는 척하고 있을 생각이야? 내가 널 고생시키게 한 건 미안한데 그래도 이제 화 좀 풀어.”
점점 알이 뜨거워진다.
곧이어─.
─쩌적
알이 꿈틀거리고.
알 표면에 금이 가면서.
화륵
내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은하는 자신을 요란스럽게 휘감는 불길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내 알이 깨져나갔다.
그러자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던 불길이 거세게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알 속에서 나온 놈은 냉큼 은하의 머리에 착지해서는─.
“─삐삐삐 빠빠빠 뿌뿌뿌!”
“아, 이 녀석 알 조각 좀 모아줘. 이따 돌아와서 얘가 먹을 거니까.”
“삐삐삐 빠빠빠 뿌뿌뿌!!”
이전보다 더욱 뜨거운 불씨를 두른 불닭이가 날개를 활짝 펼쳤다.
은하는 불닭이와 패스가 연결되는 감각을 느끼며 입가를 끌어올렸다.
환수변환
피닉스의 날개
뜨거운 불길이 몸을 감싼다.
등에서 솟아난 불꽃의 날개가 이내 세 갈래로 나뉜다.
은하는 세 쌍의 날개를 움직여서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
백색의 세계를 부수며.
갑자기 마나신의 품에 빠져들려던 자신을 강제로 현실로 끄집어내버린 남자.
이리야는 처음에는 심히 불쾌했다.
드디어 자신의 사명을 이루어내어, 이 지긋지긋한 지옥으로부터 벗어나 마나신의 품속에서 안식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녀에게 자지도 못하며 사람들을 치료하고 설파하는 지난 며칠이란, 너무나 고단한 나날이었다.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삶으로부터 해방되려고 했건만 남자가 방해한 것이다.
그런데 남자는─.
“─내가 무리하지 말랬지.”
“…….”
자신이 화를 내기 전에.
남자가 먼저 버럭 화낸 것이다.
“네가 왜 다 짊어지려고 하는데?”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왈칵 눈물이 솟아올랐더랬다.
그녀가 내내 의문을 품고 있었지만 아무도 동조해주지 않은 말이었다.
마나신에게도 듣지 못한 말이었다.
오히려 마나신은 자신에게 순교나 다름없는 짓을 강요하기나 했다.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사람들의 등살에 떠밀리고.
마나신의 사도로서 책무를 다하려 자신을 희생하려고 하였으나.
이리야는 사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등살에 떠밀리고 싶지도 않았고, 책무를 다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말려주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순교를 해야 했다.
“미안한데 그렇게는 못 해주겠다. 그쪽이 자기만족감이든 그게 아니든 모두 떠안고 다른 사람들의 말대로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을 더 이상은 못 봐주겠다고.”
그런데 남자가 확신의 찬 어조로 말한 것이다.
그가 자신을 막아주었다.
그리고 크게 꾸짖어주었다.
마나신조차, 마나교의 어느 누구도 자신을 꾸짖지 않았건만.
신이란 존재를 믿지 않은 무신론자 남자가 자신을 꾸짖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가 꾸짖는 것이 싫지 않았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랑 달라.
그에게 혼나고 있자니 이상하게도 그에게 종속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 어쩐지 안정되었다.
그런데 그때 그가 말한 것이다.
“─싸워.”
나가 싸우라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어조로 그가 자신과 사람들에게 말했다.
마나신에게 도움을 구하기만 했던 자신과 사람들에게는 남자의 말은 너무나 생소한 것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말은 명확했다.
마나신은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며 명확한 답을 내주지 않았다.
그녀가 이따금 듣는 마나신의 말은 몇 번의 해석을 통해서 어찌어찌, 주관적으로 해석해야 할 정도였다.
그에 비해 남자의 말은─.
‘─싸워.’
단순명료하고 알기 쉬웠다.
마나신과 달리 남자는 자신들에게 상황을 현실적으로 타파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았다.
그녀도 마음이 동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현실을 알았다.
“─하, 하지만 저희가 저 괴물을 어떻게 이길 수 있는데요.”
저 괴물, 예경.
그녀는 저 괴물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며, 무지막지하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도 듣는 귀가 있었다.
보는 눈이 있었다.
어찌하지도 못하는 재앙 앞에서, 자신들이 싸워봤자 무엇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말인가.
그녀는 주변에 있는 이들을 대변해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가 피식 웃었다.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할 테니까. 그러니 너희는 응원군이나 기다리며 잔챙이 몬스터들하고 싸우라고.”
남자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돌아섰다.
불가능해.
어떻게 상대하겠다는 건데?
체급 차이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지면에 두 다리를 딱 붙이고 있는 남자는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예경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더군다나 남자는 저 몬스터 때문에 죽음에 가까운 부상을 당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떻게 상대하겠다는 건가.
이리야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을 비웃듯─.
─환수변환
피닉스의 날개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
불길의 날개를 펄럭이는 남자.
날개가 세 갈래로 나뉘었다.
주황색으로만 보이던 불꽃은 점점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이윽고 맹렬한 열기가 느껴졌다.
남자에게 달려들려던 몬스터들은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날개가 녹아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윽고 예경의 눈높이까지 올라간 남자는─.
─블래스트 크로스
사람들의 불안을 종식시키듯.
예경의 주변에 몰려 있던 군세에게 검격을 날렸다.
진홍빛의 검격.
십자가로 퍼진 불길이 폭발하면서 몬스터들을 소멸시켰다.
자신들이 두려워하던 몬스터들이 너무나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블래스트 크로스
하지만 꿈이 아니란 듯이.
남자가 또다시 검을 그었다.
밤하늘에 피어오른 거대한 불꽃이 몬스터들을 집어삼켰다.
자신과 사람들의 불안을 비웃듯이 진홍색으로 타오르는 불길이 놈들을 일소시켰다.
바로 그때─.
“─다….” “뭐?”
“라고! 군단장을 죽인 노은하라고!!”
“판도라 클랜로드야! 확실해! 내가 본 적이 있어! 그때도 이런 식으로 하늘에서 불길을 일으켰다고!”
누군가가 읊조린 말을 시작으로.
반쯤 삶을 포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불꽃의 날개를 알아차리고 남자의 이름을 외쳐댔다.
이리야에게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절망했던 사람들이 빠르게 태세를 전환해서는 노은하의 출현에 이리 열광하는 것이.
그러던 그때, 사람들이 당황해하며 수군거렸다.
“그런데 판도라 클랜로드는 어제 사망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봤어…! 판도라 클랜로드는 어제 분명 예경에게 공격을 당해서 죽었단 말이야!” “하지만 저 사람은 판도라 클랜로드잖아? 멀쩡히 살아 있는데?”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우리가 저놈이 작정하고 공격하는 걸 어제 봤단 말이야…. 그런데도 살아 있을 리가 없어.”
“그럼 저 사람은 누구지?”
“가 맞아!”
“하지만 는 죽었는데? 대체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설마, 부활한 건가?” “”””……!!””””
사람들이 갈팡질팡했다.
이리야는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화륵
불꽃의 날개가 더욱 거대해졌다.
마치 밤하늘을 뒤덮어버릴 정도로 커다랗고 붉은 날개였다.
불길이 몬스터들을 태우고 있다.
“아….”
그녀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어찌하지도 못할 것만 같던 재앙.
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절대로 구원을 바랄 수 없을 것 같았건만, 남자가 저렇게 재앙을 몰아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 남자가 신이 아니고 과연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저 날개를 봐.
세 쌍, 여섯 장의 날개….
마나신의 날개 수와 비슷해.
이리야는 마나교의 교리서에 적힌 내용을 떠올렸다.
마나신은 세 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마나교를 상징하는 문장은 세 쌍의 날개였다.
비록 남자의 날개는 하얀색이 아닌 진홍색이기는 했으나 그녀에게 이제 그런 사소한 것은 중요치 않았다.
이리야는 감격에 겨워 외쳤다.
“─죽음을 극복해 부활한 거예요.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을 극복하고서 신으로 부활한 것처럼, 저분 역시 신으로 부활한 겁니다!”
“”””……!!””””
“그래요, 저분이시야말로 진정한 마나신입니다! 마나신께서 가엾은 저희를 구원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강림한 거예요!”
저분이 바로 나의 신이다.
이리야는 모호했던 신앙의 삶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따르고 모셔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바로 저분이다.
자신에게 명확한 길을 제시해주며,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함께 싸우란 교시를 내려주는 사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리야는 곧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희도 싸워야 합니다!!” “”””……!!””””
“마나신은 저희에게 함께 싸우자고 말씀하셨습니다! 함께 싸워, 사악한 몬스터들을 마나로 환원시켜 세상을 정화하자고 말씀하신 거예요!!”
“”””……!!””””
“이제 여러분에게 마나신의 가호가 함께할 겁니다! 마지막까지 싸워, 저희가 나고 자란 땅을 지킵시다!”
이리야는 열의에 차서 말했다.
동요한 사람들이 굳은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자신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예경과 대적하는 마나신을 보면서 무언가 깨달은 것이다.
“싸우자! 마나신이 함께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는 마나신의 가호를 받고 있다!”
사람들의 가슴에 불이 붙었다.
조악하기는 하지만.
마나를 다루는
법을 배운 사람들이 체내 마나를 발현하며 몬스터들과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이리야는 최선봉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힘을 십분 발휘해 사람들에게 보호마법을 걸어주었다.
“─이건 성전입니다! 저희 힘으로 몬스터들을 물리치고 마나신과 함께 이 땅에 평화를 되찾는 겁니다!!”
그렇게 명동 대성당을 시작으로.
저항의 불씨가 거세게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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