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64
회귀 전, 예경의 강북 침공 당시.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독자적으로 파티를 창설한 목민호는 몰려드는 군세와 사투를 벌였다.
“민, 호야….”
“…어.”
“내 홀스터에…, 포션이 있어…. 그, 그거…. 엄청 좋은 거다. 네가, 먹어. 난 이제, 틀렸으니까.”
“…….”
한 사람, 또 한 사람.
동료들이 나날이 죽어나갔다.
아카데미의 민심이 자신이 아니라 온태양에게 향하게 되면서 최가인은 그를 곧장 팽해버렸다.
그리고 최가인에게 거역하지 못한 차은우는 그와 갈라서버렸다.
이후로 그는 아카데미에서 입지가 크게 줄어들고 말았다.
“넌…, 꼭 살아라.”
“…나중에 보자.”
최가인을 위해 모두 짊어졌던 것이 도리어 그를 악인으로 몰아갔다.
그럼에도 목민호의 품성을 알고, 그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들은 결코 그를 떠나지 않았다.
지금 죽어나간 남자를 포함해.
그와 함께 파티를 만든 사람들은 모두 그런 사람들이었다.
바보 같이 정에 이끌려서 미래를 자신에게 맡겨버린 녀석들.
“…….”
몬스터들이 그들을 죽였다.
목민호는 아카데미에서 6년 동안 자신의 곁을 보좌한 친우의 죽음에 이를 빠득 깨물었다.
마음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직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들을 두고 정신줄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만 가자.”
그들의 장례를 간단히 치르고.
민호는 다시 몬스터들을 상대하러 자리를 떠났다.
그러던 그때였다.
─Whiiiieeeeeaaaaooooo!!
예경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목민호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
예경이 추락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가 있는 곳으로.
갑작스런 상황에 정신이 아찔해진 목민호는 떨어지는 예경을 멍하니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콰콰쾅!
대체, 어떻게 막으라는 말인가.
결국 여기에서 죽게 되는 건가.
건물이 무너지고, 지면이 붕괴한다.
무너진 건물이 머리 위를 덮친다.
목민호는 눈을 감았다.
그때─.
“─민호야…, 괜찮냐?”
“너…!”
가디언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가 재빨리 보호마법을 전개하여 떨어져 내리는 건물 잔해를 막아낸 것이다.
하지만 가디언은 그를 지켜냈어도 자신의 몸은 지키지 못했다.
방벽을 꿰뚫고 들어온 철근이 끝내 그의 가슴까지 꿰뚫었기 때문이다.
목민호는 눈을 크게 떴고.
가디언은 피를 토하며 웃었다.
“너만이라도…, 살아서 다행이다. 아씨, X같이 아프네.”
“너, 너….”
“너, 너만 하지 말고 얼른 밖으로 나가. 이것도 얼마 못 버틴다.”
“…….” “나가라고 새끼야!!”
“…미안하다.”
제기랄 하고.
목민호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자신을 구해준 가디언에게서 몸을 돌렸다.
쿠쿵
그가 잔해 속에서 빠져나왔을 때.
공중에 부유해 있던 잔해가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아슬아슬하게 밖으로 나온 민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다.
파티원들이 모두 죽었다.
목민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
목소리가 채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아악….”
다만 갈라진 목소리가 나오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을 뿐이다.
뒤늦게 잔해를 파헤쳐 파티원들의 죽음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민호는 소리 없이 울었다.
세상이 너무나 야속했다.
예경이 너무나 증오스러웠다.
아니─.
“─좋았어! 진우 형의 도움 덕분에 예경을 떨어뜨릴 수 있었어!” “여윽시 태양이라니까!? 대체 저걸 어떻게 떨어뜨릴 생각을 한 거냐?” “하하, 나는 별로 한 게 없는걸? 카에데랑 구래가 이목을 끈 다음에 공격한 게 전부였으니까.”
목민호는 온태양이 증오스러웠다.
지반이 무너진 저 위에서.
온태양과 이천서가 모습을 드러내 그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 아….”
목민호는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온태양이다.
온태양이 예경을 상대하는 여파로 자신의 동료들이 죽고 말았다.
“…….”
몬스터들이 강북을 침공하게 되고.
온태양은 사람들에게 영웅으로서 떠받들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그를 라 불렀다.
뭐가…, 영웅이냐.
하지만 목민호는 부정했다.
이것이 어찌 영웅이란 말인가.
영웅이라면,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소수의 희생을 무시해도 되는 건가.
저 영웅이 업적을 세우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인가.
정녕 그것이 영웅이란 말인
가.
만약 그것이 영웅이라 한다면─.
─내가, 죽인다.
자신은 이딴 세상은 원치 않는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민호의 마음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떨어졌다.
터벅터벅
결국 온태양은 십이좌들과 함께해 예경을 쓰러뜨렸다.
그들이 자축하고 있었다.
웃기지 마.
목민호는 빠득 이를 갈았다.
그가 지반이 무너진 곳에서 올라, 서로 축하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꺄아아아악!!”
“목민호!!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닥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목민호는 검을 쥐고서 온태양에게 달려들었다.
온태양이 급히 그의 검을 막았다.
죽인다. 너만은 반드시 죽인다.
십이좌들이 진정하라고 외친다.
온태양이 왜 이러냐고 소리친다.
차은우가 눈물을 흘리며 말린다.
하지만 목민호는 그들을 무시하고, 단지 감정이 이끄는 대로 검을 휘둘렀다.
결국 목민호의 검을 막던 온태양이 큭 소리를 내며 태세를 전환했다.
온태양 역시 살의를 보였다.
그리고─.
─푹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목민호에게.
온태양이 검을 찔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목민호는 무릎을 꿇었다.
“꺄아아아악!! 민호야!! 목민호!!”
“안 돼, 가지 마! 은우야! 위험해! 누가 은우 좀 말려봐!” “민호야! 목민호!!”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온태양이 검을 빼냈다.
목민호는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시야가 점점 흐릿해졌다.
“아….”
온태양의 뒤편에서.
차은우가 눈에 들어왔다.
조아라와 온태양의 파티원들에게 붙잡혀 있는 차은우.
그녀가 고래고래 비명을 질러대며 자신에게 달려오려 하고 있었다.
“비켜! 살려야 해! 살려야 한다고! 아직 살아 있어!”
차은우가 눈물을 펑펑 흘린다.
그러자 파티원들이 위험하다면서 그녀를 막았다.
차은우가 제발 보내달라고 계속해 소리쳤다.
…은우야.
소용없다고.
목민호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상태가 지금 어떤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며칠간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인 몸은 이제 한계에 몰려 있었다.
애초 목민호는 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지키다 죽은 동료들을 두고 뻔뻔하게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죽고 싶었다.
“걱정 마라. 은우는 내가 보살펴줄 테니까.”
“아….”
“네가 날 왜 죽이려 한지 모르지만 그래도 잘 가라.” “…….”
“명복은 빌어줄게.”
다만 은우가 걱정이 되었다.
최가인의 말에 거역하지 못한 채로 지금까지 끌려오기만 한 차은우가.
목민호는 온태양의 말 따위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자신을 향해 계속 손을 뻗는, 목에 빨간 초커를 찬 차은우가 연신 걱정이 되었다.
그녀가 혹시 자신이 죽게 된다면 완전히 무너지고 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제발, 괜한 걱정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괜찮아, 은우야. 울지 마. 나는 다친 데 없으니까.” “미, 민호가….”
“아마도 민호는…. 내가 싫었나봐. 몬스터들이 강북을 침공한 틈을 타 날 죽이려고 한 걸 보면.”
“미, 민호야….”
“안 돼, 가지 마. 내 옆에 있어줘.”
목민호는 세상을 떠났다.
☆
온태양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서 단군클랜에 입단했다.
단군클랜의 신예로서 입단한 그는 파격적이게도 파티에 자신이 원하는 인재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과 함께 파티 서브리더의 자격을 얻었다.
“젠장….”
하지만 파티 생활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고되고 힘들었다.
군세가 강북을 침공한 상황에서, 현장 경험이 부족한 온태양은 연신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경험이 있는 파티 리더가 지금까지 파티를 이끌었지만─.
“─태양아, 뒤를 부탁한다.” “리더….”
“네가…, 애들을 이끌고 어떻게든 단군클랜으로 복귀해다오.” “…….”
“젠장, 클랜로드 자식…. 그러게 왜 종로구에 응원을 보내주겠다는…, 그런 말이나 해가지고….”
파티 리더가 끝내 숨지고 말았다.
자연스레 리더의 권한을 이양 받은 온태양은 파티원들을 돌아보았다.
“”””…….””””
파티원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몬스터들이 강북을 침공하고부터 벌써 몇 명이나 죽어나가고 말았다.
이제 파티에는 남은 사람이 얼마 있지도 않았으며.
계속되는 전투로 인해 파티원들은 모두 지쳐 있는 상태였다.
무언가 계기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바로 좌절해버릴 것 같았다.
바로 그때─.
─Whiiiiieeeeaaaaaoooooo!!
난데없이 예경이 추락했다.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 온태양은 거구를 자랑하는 녀석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콰콰콰쾅!!
건물이 붕괴했다.
놈이 떨어진 충격으로 돌연 지반이 무너지고 말았다.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낸 온태양은 지면이 무너지자 어찌하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
파티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모래먼지가 자욱이 끼어서 시야를 확보할 수가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건물 잔해더미가 끝없이 떨어져 내렸다.
“큭…. 얘들아! 너희 어디 있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충격이 가셨다고 생각한 온태양은 운이 좋게 머리 위를 보호하고 있던 콘크리트를 밀어냈다.
그가 꾸역꾸역 잔해더미를 밟고서 밖으로 나왔다.
“…어억….”
“쿨럭!” “아파아파아파…아아악!!”
“…….”
온태양은 제 눈을 의심했다.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멀쩡한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다.
어떤 파티원은 철골에 가슴이 찔려 숨을 쉴 때마다 피를 토해냈다.
어떤 파티원은 잔해더미에 깔려, 얼굴을 뺀 몸이 으스러진 듯했다.
어떤 파티원은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잘려나간 발만 눈에 들어왔다.
온태양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왜, 이렇게 된 것인가.
온태양은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머니를 잃고.
여동생과 소원해지고.
소꿉친구와 절교를 하고.
악에 받쳐 검을 훈련하며, 끝까지 자신의 곁에 남은 친구들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것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온태양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의식을 붙잡기 힘들었다.
왜, 어째서.
자신은 이리도 불행한 것인가.
누가 자신을 방해한다는 말인가.
의문은 오래지 않아 해결되었다.
화르륵!!
온태양은 상공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 상공에 퍼지고 있는 불길.
진홍의 날개를 두른 노은하가 바로 그곳에 서 있었다.
온태양은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노은하….”
노은하다.
노은하가 예경을 상대한 과정에서 자신의 동료들이 죽고 만 것이다.
빠득
밉다. 네가 정말 밉다.
넌 날 왜 이리 못살게 구는 거냐.
온태양은 이를 악물었다.
살의가 피어올랐다.
증오심이 솟구쳤다.
그러한 마음이 온태양의 몸을 차츰 잠식해갔다.
너만 아니었으면─.
─어머니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태희하고 서먹해지지 않았을 텐데.
아라하고 절교하지 않았을 텐데.
온태양은 과거에 잠겼다.
울분과 증오와 살의가 섞인 과거에 의식을 집중시켰다.
너만 아니었으면─.
─내 동료들이 죽지 않았을 텐데.
온태양은 현재를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현실은 강제로 그가 목도하도록 들이밀었고.
온태양의 의식은 점점 과거 속으로 빠져들었다.
무의미한 생각을 했다.
만약 자신이 과거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하고─.
─이렇게 불행해지지 않았을 텐데.
이루어질 리 없는 일.
그럼에도 그는 몇 번이고 과거를 회상하고, 복기하고, 되새겼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리하여 그는 살의에 몸을 맡기며 검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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