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69
준 십이좌 대우.
십이좌의 권한은 위기상황에 따라 클랜이나 플레이어들을 차출하거나, 몬스터를 토벌하는데 지역을 통제할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십이좌의 권한은 때로는 플레이어가 아닌 다른 영역으로도 선을 넘는 것이 아니냐 할 정도로 강력하고 어마어마했다.
그렇다고 십이좌라는 직함에 혹해 권력의 칼을 휘둘렀다가는 잘못해서 자신이 베일 수도 있는 거지.
사람들이 십이좌에게 복종하는 건 그만큼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나오는 거니까.
하지만 십이좌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남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절제와 중용을 알았으며, 막대한 권한이 도리어 자신들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은하가 자신의 예상과 달리 준 십이좌 대우를 받고 놀란 것도 아주 잠시에 지나지 않았다.
임시적으로 받은 직함일 뿐인데다, 이 상황에서 내가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은 얼마 없지.
새로운 십이좌를 선출하는데 있어 인사권을 발휘할 수 있다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발휘하겠어.
작전 발의 권한.
그리고 작전 지휘 권한.
현재 그가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은 겨우 그것밖에 없었다.
임시적으로 부여받은 지위인 만큼 국가 비상상태가 종료되면 지위를 반납해야 할 것이다.
결국 임가을은 자신의 위엄 유지와 은하의 체면을 고려해서 절충안을 내놓은 것에 불과했다.
또한─.
─, , , ….
네 사람은 이제 막 귀환을 해서 강북의 상황이 어떤지 자세히 몰라.
그러니 강북의 상황을 알고 있는 나를 회의석상에 앉혀서 균형점을 만들겠다는 거겠지.
은하는 임가을의 의도를 간파했다.
그렇기에 그는 준 십이좌가 돼도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명예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만 단순한 명예직이 아니란 것은 날이 밝자마자 마나관리기구 회의에 참석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
회의실에 들어가자.
이전에도 몇 번 보았던 사람들이 은하를 보고 멈칫했다.
그들의 시선에 경외감이 담겼다.
“크흠. 판도라 클랜로드.”
“네? 왜요?”
그동안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황산군이 갑자기 부르기까지 했다.
그가 껄끄러운 얼굴로 신음하더니,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입을 열었다.
“어제 전투는 훌륭했습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몸이 나아서 다행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황산군의 마지못한 듯한 칭찬.
그럼에도 은하는 그의 인사를 받고 기묘한 감상에 휩싸였다.
마냥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 황산군은 겸연쩍은 것인지 고개를 홱 돌렸다.
이외에도─.
“─일시적이지만 십이좌가 된 거 축하드립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오늘은 3명이서 참석했군요. 그리고 동해클랜은 앞으로도 판도라클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네요.”
은평구를 관할하는 동해클랜.
그동안 마주치면 고개만 까닥이던 동해 클랜로드가 호의적인 얼굴로 은하에게 다가왔다.
이외에도 사람들이 은하를 대하는 태도는 좀 더 조심스러워지고, 더욱 호의적으로 변했다.
그러던 중─.
“─판도라 클랜로드.”
“아, 장관대리님.” “이제는 장관대리가 아니라 그냥 감시국장이라고 불러주면 좋겠네. 선녀님이 귀환하신 이상, 나는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니까.”
백서진.
그가 은하에게 다가왔다.
백서진은 은하를 한참 바라보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은하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했다. 네가 아니었으면 지금도 예경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고심하고 있었겠지.” “저뿐만 아니라 다 같이….” “어찌됐든 예경을 그리 몰아붙이고 숨통을 끊은 것은 너잖냐. 앞으로 십이좌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게 열심히 해라.”
“”””……!!””””
“십이좌 일을 하면서 누가 네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면 바로 보고하고. 선녀님의 명령을 무시한 녀석들로 간주해버릴 테니까. 그러니 잘해.”
“…감사합니다.”
사망한 문준을 대신해.
현재 십이좌 필두대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기도 한 백서진.
그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단순히 명예 십이좌라고 취급되던 은하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다져놓았다.
여차하면 은하가 십이좌의 권한을 사용하게 되더라도 반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기까지 했다.
이내 할 말을 마친 백서진이 턱 은하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나직이 말했다.
“사람 일이란 참 모르는 법이구나. 아카데미에서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나한테 그렇게 말했던 은하 네가, 불과 몇 년도 되지 않아서 이렇게 실행해보일 줄이야.”
백서진의 말을 듣고.
은하는 고등아카데미 1학년 시기에 백서진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에게 가르침을 받고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도 정확히 기억이 났다.
‘네 검은 무엇을 위해 있는 거냐.’
‘─선녀를 지키기 위한 검입니다.’
백서진은 그때를 말하는 것이리라.
은하는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백서진이 말을 이었다.
“그때는 말뿐인 줄로만 알았더니, 정말 네 말대로 그렇게 되었구나. 그것도, 내 생각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식으로 말이야.”
“…….”
“앞으로도 지켜보고 있으마.”
“감사합니다.”
백서진이 격려했다.
은하는 고개를 숙이며 자리로 가는 그에게 인사했다.
“우리도 그만 자리에 앉자.”
“그러면서 너는 왜 여기에 있냐. 너는 저쪽으로 가야지.” “맞아, 은하야. 이제 넌 십이좌니까 저기로 가야지.”
“아, 맞다. 그렇지 참.”
“빠빠 빠뿌!”
이제 곧 회의가 시작된다.
용산구를 관할하는 클랜의 자리에 앉으려고 했던 은하는 몸을 돌렸다.
자신이 준 십이좌가 되면서.
판도라클랜에는 회의에 참석하는데 세 개의 자리를 확보했다.
이제 용산구 대표의 자리에 앉는 사람은 목민호였으며, 중구 대표의 자리에 앉는 사람은 정하양이었다.
그리고 은하는 십이좌들이 위치한 자리에 앉아야 했다.
근데 저기에 가서 앉아야 한다고?
이내 은하는 멈칫했다.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유수진의 맞은편.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비어 있는 자리의 옆 사람이 강현철이었다는 것.
“야! 판도라 클랜로드! 내가 여기 자리 맡아놨다!”
“…제발, 제발 체통을 지키라고요. 은하도 이제 십이좌가 됐는데 자꾸 애처럼 그럴 거예요? 아, 내가 왜 이 사람을 챙기고 있는 거지….”
“강현철 개객끼야…. 클랜로드면 좀 체통을 지키라고….”
“…….”
강현철이 비어 있는 자리를 탁탁 쳐댔다.
그러고는 은하에게 손을 흔들었다.
과 를 제외하고.
모든 십이좌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강현철이 체통 없는 모습을 보이니 사람들은 한숨을 쉬었다.
특히나 블레이즈 클랜로드 대리로 회의에 참석한 행정관은 아주 입에 거품을 물었다.
“야! 얼른 와!”
그러거나 말거나.
강현철은 계속 은하를 불렀다.
은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옆에 앉아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각또각
선녀 임가을이 들어왔다.
회의실의 상석 자리.
백서진의 옆에 선 그녀가 좌중을 한 번 훑어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회의를 시작해볼까요. 오늘부로 회의는 제가 주관하도록 하겠습니다. 상황도 상황이니 만큼, 구차한 인사 같은 것은 하지 말고 바로 회의를 시작하죠.”
☆
회의가 시작되었다.
예경이 토벌됨으로써,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논의해야 할 주제는 이제 하나밖에 없었다.
마지막 군단장, 시져 호퍼에 대한 주제였다.
“─그러면 시져 호퍼를 토벌하는 작전을 세워보기로 할까요. 모라율 통제관? 시져 호퍼가 지금 어디에 숨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제가 대략적인 자료를 살펴봤는데, 밤사이에 강북을 공격하고 빠지는 이놈들이 먼 곳에 숨어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네, 그게…. 호퍼 계열의 몬스터는 먹이를 찾아서 떠나는 습성 때문에 먼 거리를 이동할 수가 있어서요. 실제로 중국에서 관측된 바로는….”
“그 정보는 저도 자료를 확인해서 알고 있어요. 하지만 놈들이 치고 빠지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이동시간을 고려해서 먼 거리까지 움직이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저는 그놈들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하지만 선녀님, 예경이 토벌되며 군세가 와해됐을 가능성도 큽니다. 시져 호퍼가 이미 강북을 이탈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모라율 통제관. 몬스터의 본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마나를 지닌 생물체를 죽이고, 생물체의 마나를 탐하는 겁니다.”
“그러면 코쿤이 작동을 하지 않는 강북에 사람들이 이리 많이 있는데, 놈들이 이대로 포기하고 달아나리라 생각하는 건가요?”
“선녀님의 말씀이 틀리지는 않지만 군단장인 만큼 이성이 있을 거라고 가정하면….”
“눈에 보이는 걸 아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호퍼 계열 몬스터들이 이성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요?”
“선녀님, 그건….”
“”””…….””””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생긋 웃는 얼굴을 거둔 임가을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미리 강북의 상황을 숙지해뒀는지 그녀는 말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상황을 브리핑하는 모라율은 그녀의 말에 대답해줘야 했다.
자리에 있던 이들은 모라율이 탈탈 털리는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선녀의 시선에 닿지 않게끔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모라율 통제관.” “네! 선녀님!” “전 시져 호퍼가 도망쳤을 경우를 고려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시져 호퍼가 오늘 밤에도 쳐들어와 강북을 쑥대밭으로 만들게 될 것을 확정하고, 그에 맞는 대처 방안을 논의하자는 거예요.” “”””…….””””
“지금 국민들은 공포에 떨며 어서 이 상황이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길 바라고 있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설령 시져 호퍼가 나타나지 않아도 우리가 직접 그놈들을 찾아내서라도 토벌하자는 말이라고요. 지금 제가 뭐라고 말하는지 알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임가을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모라율을 비롯하여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외쳤다.
임가을이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그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오늘밤 어디에 나타날 것인지, 또 어떻게 토벌할 것인지 등등.”
“”””…….””””
“이 자리는 그걸 위한 자리라는 걸 알아두세요. 됐어요. 모라율 통제관, 브리핑은 하나마나 소용없는 듯하니 그만 자리로 돌아가세요.”
“네, 네! 선녀님!”
“그럼 이놈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발언할 사람이 있으면 해주세요.”
“”””…….””””
쏜살같이 자리로 돌아간 모라율.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은 그녀의 심기가 지금 심히 뒤틀려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도 그럴 게 선녀가 귀환한 이상, 이후로 벌어질 모든 상황과 책임은 그녀가 지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언사에 짜증이 묻어 있을 만도 했다.
바로 그때, 강현철이 손을 들었다.
“선녀님, 저하고 블레이즈클랜에게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그딴 메뚜기들 확 불로 조져버리겠습니다.”
“군세가 어디에서 나타날 줄 알고 하는 말인가요?”
“어어…. 저희가 여기에 대기했다 출몰 소식이 들리는 대로 뛰어가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블레이즈 클랜로드. 여기에 놓인 자료는 안 읽어봤어요?”
“네? 뭐라고 적혀 있는데요?”
“그간 화염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플레이어들이 신고를 받자마자 곧장 현장으로 출동하면, 놈들이 그길로 하늘로 날아올라서 다른 지역으로 날아갔다는 내용이요.” “아, 그런 게 있었나 보네요. 그럼 도시 전체를 불태우면 될까요? 제가 요령껏 조절하면 피해도 최소화….”
“내가 믿은 게 바보지….”
임가을은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고개를 숙인 그녀가 손을 휘저어서 강현철의 입을 다물게 했다.
십이좌들은 이제는 익숙한 얼굴로 혀를 쯧쯧 찰 뿐이었다.
그러던 그때─.
“─선녀님.”
“아, 판도라 클랜로드.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 보죠?”
“네, 있다면 있죠.”
그동안 입을 다물고만 있던 은하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임가을의 표정이 단숨에 바뀌었다.
이내 그녀가 다정한 어조를 하고서 은하에게 발언을 허락했다.
“”””…….””””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은하는 주머니를 뒤적여서는 대뜸 테이블 위로 과자를 척 올려놓았다.
초코파이였다.
이에 의문의 시선을 보낸 사람들.
은하는 그들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입을 열었다.
“이걸로 시져 호퍼와 놈의 군세를 유인해 일망타진하는 겁니다.” “네?”
“마침 강북에 물자가 보급됐으니까 시중에서 초콜릿이 들어간 음식을 모으는 건 어렵지도 않겠네요.” “판도라 클랜로드. 무슨 소리를….”
“시중에 푼 초콜릿들을 모두 모아, 한 곳에다 산처럼 쌓아놓은 다음에 놈들을 유인하자고요.”
“”””…….””””
뜬금없는 소리.
사람들은 은하가 하는 소리를 듣고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
이전 삶에서 강현철은 우연치 않게 호퍼 계열 몬스터들이 초코파이를 우선적으로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에 그는 즉시 그 사실을 알렸고, 당시 십이좌로 있던 송윤서가 라이브러리에 확인한 결과 그럴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퍼 계열 몬스터가 초콜릿 성분에 매료되는 건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결론에서 나온 작전은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미친 오징어도 쓸 데가 있던 거지.
내가 이걸 왜 모르고 있었나 몰라. 너무 황당해서 한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이야기였는데.
은하는 이전 삶에서 일어난 기억을 뒤늦게 떠올렸었다.
이리야의 치료를 받고 있던 그가 과자를 먹다가 불현듯 떠올리게 된 것이다.
여하튼 이전 삶의 기억을 떠올린 그는 마침 이 자리에서 놈을 해치울 방안을 알리기로 한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그의 말을 올곧이 믿을 리가 없었다.
“판도라 클랜로드. 그걸 말하려면 우선 호퍼 계열 몬스터들이 초코파이에 환장할 거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확실한 근거라면 있죠.”
임가을이 대표로 물었다.
은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양아.” “응.”
은하는 정하양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판도라클랜 서브로드 정하양입니다. 저희 클랜로드의 발언에 대한 근거는 제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선녀님, 그래도 될까요?” “네, 한 번 해보세요.”
“처음 의문은 중구 사람들로부터 시져 호퍼의 군세가 초콜릿 성분의 음식을 강하게 선호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했습니다.”
요는 전후관계를 뒤집으면 될 뿐.
은하는 중구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정하양의 관심이 향하도록 했다.
물론 은하가 위조한 일화였다.
하지만 정하양은 일화에서 무언가 단서를 발견하고서는 라이브러리에 접속해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별다른 힌트를 주지 않았는데도 몇 시간 만에 뚝딱 은하가 원하던 정보를 찾아냈다.
“라이브러리에 접속해 찾아본 결과 실제로 호퍼 계열 몬스터들이 유독 초콜릿 성분이 들어간 음식에 강한 반응을 보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나눠드린 자료로 알 수 있다시피, 필리핀 마닐라에서 출몰한 몬스터가 초콜릿을 우선적으로 먹어치우면서 한동안 마닐라 일대에 초콜릿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다음 장을 넘겨보시면 2년 전에 중국 쓰촨성에서 출몰한….” “됐어요. 여기 있는 자료들을 보니 그럴듯한 근거는 되겠네요. 그래서 판도라 클랜로드는 이 자료를 통해 놈들이 초콜릿을 선호한다는 추론을 했다는 거죠?”
“맞아요.”
정하양이 유창하게 브리핑한다.
임가을은 더는 들을 것도 없다는 것처럼 손사래를 쳤다.
그녀가 혀를 내둘렀다.
마치 이해 불가능한 걸 보는 듯한 시선이 은하에게 꽂혔다.
그녀의 눈에 이채가 깃들었다.
“나름 업계에서 굴렀다는 사람들도 가만히 입만 다물고 있는 중인데…. 판도라 클랜로드는 참 부지런하고 똑똑하네요.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부지런하고 똑똑하면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네요.” “”””……!!””””
“”””크흠…!!””””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임가을이 눈웃음을 지었다.
한편 그녀에게 알게 모르게 욕먹은 사람들은 침음을 흘렸다.
사실 그들로서도 은하를 볼 면목이 없기도 했다.
예경과 군단장들을 토벌한 클랜은 판도라클랜밖에 없었으니까.
몬스터들이 강북을 침공하게 되며 제대로 된 실적도 쌓지 못한 이들은 클랜을 창설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실적을 척척 쌓은 은하를 난감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침묵한 이유였다.
그런데 임가을은 은하를 칭찬하며 다른 사람들이 뻘쭘하게 만든 것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험해볼 만한 작전이겠네요. 좋아요, 판도라 클랜로드.”
“네, 선녀님.”
“작전을 입안한 판도라 클랜로드가 자유롭게 지휘하도록 하세요. 제가 판도라 클랜로드에게 전적인 권한을 보장할게요. 지역 클랜들을 차출해 작전에 참가시켜도 되고, 뭣 하면 십이좌들을 작전에 참가시키더라도 좋아요.” “”””……!!””””
“어디 마음대로 해보세요.”
임가을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그녀가 작전을 지휘하는데 있어서 전적인 권한을 주었다.
사람들은 눈을 크게 떴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그들이라 대놓고 놀란 것을 보이지 않았지만, 표정변화가 사뭇 달랐다.
반면 은하는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명예직이라지만 나를 준 십이좌로 임명했어.
그만큼 나한테 여러 가지 권한을 내줄 의향도 있다는 거겠지.
은하는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짓고,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렇다면 십이좌 와 함께 화염마법을 전문적으로 쓸 수 있는 블레이즈 클랜원들을 차출한 권리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렇게 하세요.”
“아싸!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리고 만약에 대비해서 십이좌 와 ,
화염마법으로 정평이 난 플레이어들을 차출할 권리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을 대로 하세요.”
강현철이 신나서 소리치든 말든.
은하는 필요한 병력을 읊어나가며 임가을의 허락을 받았다.
☆
회의는 은하의 독무대였다.
임가을은 그가 뭐라고 말하든 간에 알아서 하라고 부추겼다.
은하는 이참에 십이좌의 권한으로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을 뽑아내서 중구를 방어하게 했다.
용산구야 외국인들이 있는 덕분에 어느 정도 방어할 수가 있지만….
문제는 중구야. 한성 클랜로드인 도 부상을 당했다고 하고, 피해가 워낙 막심해서 플레이어들의 지원이 필요해.
나중에 무너진 도시도 복구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은하는 조만간에 십이좌의 권리로 플레이어들을 차출해서는 용산구와 중구를 우선으로 복구하기로 했다.
여하튼 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러던 그때─.
“─그래서 판도라 클랜로드. 대체 놈들을 어디로 모을 생각이죠?”
회의를 종료하기 직전.
임가을이 물었다.
생각해보니까 은하가 시져 호퍼의 군세를 어디로 모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다.
“장소는 어디든 상관이 없지만…. 현재 코쿤이 설치되어 있는 종묘에 모으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조금 전.
선녀는 회의 도중에 귀환을 하면서 광주에서 코쿤을 가져왔노라는 말을 알렸다.
군세를 격퇴하는 즉시 그녀는 곧장 광주의 코쿤을 가동하여 사람들의 불안을 가라앉힐 거라고 했다.
회귀 전과 비슷한 전개야.
이전 삶에서도 임가을은 광주에서 코쿤을 가져와서 강북에 설치했어.
그로 인해 코쿤을 반환하고 나서도 광주에서 선녀정부에 대한 불만은 팽배했지.
그때 은하는 내심 안타까워했다.
그녀가 광주의 코쿤을 탈취해서는 강북에 설치했다는 사실은 이제부터 그녀의 정치적 결함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은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야─.
─괜찮아. 아직 방법이 하나 있어. 광주의 코쿤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다행히 남아 있을 테니까.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이 기회를 이용해야지.
임가을은 모르지만.
코쿤이 하나 더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은하는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기로 했다.
“시져 호퍼의 군세가 모이는 즉시, 코쿤을 가동해 놈들을 안에 가두고, 약화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흠…. 위험할 것 같기는 한데…. 효과적인 작전이긴 하네요. 그래요, 판도라 클랜로드를 믿을게요.”
“아, 그리고 선녀님.” “네, 뭐죠?”
은하는 임가을을 안심시켰다.
이미 임가을은 회의에서 눈에 띄게 은하를 챙겨주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디 더 말해보란 듯 보챘다.
이에 은하는 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모라율과 눈이 마주쳤다.
“히익!”
무언가를 느낀 듯이.
모라율이 어깨를 움츠렸다.
이내 임가을의 눈도 잔뜩 움츠러든 모라율에게 향했다.
“참 신기한 일이네요. 제가 알기로 코쿤을 점검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갑자기 코쿤이 부서지다니 말이죠.” “흠…. 그러네요.”
“근데 그때 코쿤에 이상이 생기면 누군가 자기가 전부 책임을 진다고 그러지 않았던가요?”
“아, 그러네요. 그때 저랑 동석한 사람이 그랬는데 아마….”
“아아….”
“모라율 통제관이었죠?” “아….”
책임을 진 사람들이 모인 자리.
은하는 이제 선녀도 귀환했겠다, 이 자리를 빌어 모라율이 한 말을 공표하기로 했다.
은하의 의도를 알아차린 임가을도 금방이라도 개구리를 잡아먹을 듯한 뱀의 눈을 취했다.
모라율이 벌벌 떨었다.
“서, 선녀님!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누가 잘했니 못했니 잘잘못을 따질 수 있겠습니까!? 모라율 통제관이 점검을 했다고 하지만….”
“전 변명을 들으려는 게 아니에요. 단군 클랜로드.”
“…큭…!”
그때, 단군 클랜로드 장봉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장봉전이 자신의 클랜원이기도 한 모라율을 두둔했다.
하지만 임가을의 시선은 변함없이 모라율에게 향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직 상황이 아니지만, 상황이 일단락이 되는 대로 반드시 모라율 통제관에게 책임을 물을 겁니다. 그런 줄 아세요.”
“저, 저는….”
임가을의 따끔한 선언.
모라율의 얼굴이 울상이 됐다.
그녀가 입술을 우물거렸다.
이내 그녀가 있는 힘껏 소리쳤다.
“─저는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에요! 모른다고요!”
빼애애액 하고.
모라율은 몰라요 라고 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