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70
밤이 되었다.
시져 호퍼는 다른 군세까지 자신의 군세로 만들어 강북을 침공했다.
먹는다.
예경이 토벌되고.
이제 남은 군단장은 자신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지만.
시져 호퍼는 강북을 이탈해 다시금 굶주림에 허덕이는 삶을 영위하고 싶지 않았다.
호퍼 계열 몬스터들의 숙명.
그들은 아귀처럼 무언가를 끝없이 먹어치우며 살아가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코쿤이 무너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먹을 수 있게 된 강북은 그들에게 매력적이었다.
먹어라, 끝없이 먹어치워라.
두려워하지 마라.
시져 호퍼는 군세를 격려했다.
그래봤자 호퍼 계열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머지 군세 또한 그러했다.
군세는 다만 몬스터의 습성에 따라 자신들과는 격이 다른 시져 호퍼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할 뿐이었다.
그리하여─.
─부부부부
키이이익
크르르르
강북 상공에 나타난 시져 호퍼의 군세가 오늘밤에도 탐식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상하다.
그때 시져 호퍼는 의문을 표했다.
이전에 비해 유독 조용했다.
살아남기 위해 저항하던 인간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플레이어들이 전선을 지켜 군세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누비는 그들에게 전선이란 무의미했다.
시가지를 습격해 먹을 것을 탐하고 나아가 인간들을 잡아먹기만 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그러던 그때─.
─이건….
군세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시져 호퍼도 냄새를 맡았다.
고도를 점점 낮추자 바람을 타고 미약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부부부부!!
달콤한 냄새.
후각은 기억을 저장하는 법.
시져 호퍼의 군세는 냄새를 통해 어떤 강렬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들은 기억에 이끌리듯 무심결에 냄새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군세를 강북 각지로 보내서 인간들을 교란시키려던 몬스터들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부부부부!!
달콤한 냄새를 맡은 놈들은 본능에 더 강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시져 호퍼의 명령을 무시하려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내 놈들은 안개로 둘러싸여 있는 장소에 도달했다.
그딴 건 아무렴 좋았다.
침투하라.
먹어치워라.
그사이 시져 호퍼의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강북을 습격하러 떠나는 몬스터들도 있었지만.
시져 호퍼는 기존 자신들의 군세를 거느린 채로 명령했다.
호퍼 계열 몬스터들이 환호했다.
놈들이 안개 속으로 뛰어가 음식을 찾으려고 했다.
이윽고 그들이 본 것은─.
─부부부부부!!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이 마치 산을 이루며 쌓여 있었다.
그들은 격렬하게 날갯짓을 했다.
순간 놈들의 아주 작은 이성조차 마비되고 말았다.
시져 호퍼 역시 마찬가지였다.
먹어라, 먹어치워라!!
남김없이 먹어치워라!
시져 호퍼도 이성을 잃었다.
군단장이 그렇게 명령했고.
고삐가 풀린 몬스터들이 날뛰었다.
바로 그때였으니─.
─코쿤 가동!!
어디선가 그런 소리가 들렸다.
시져 호퍼는 흠칫했다.
주변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존재감.
무언가 자신들을 내리누르는 기분.
아니, 격하시키는 감각이었다.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
이것은 함정이다.
자신의 격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본능 속에서 헤어 나온 시져 호퍼는 다급히 군세를 조종하려 했다.
하지만 초콜릿을 맛본 몬스터들은 군단장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
나아가─.
─다 태워버려!!
기름을 아끼지 말고 들이부어라!
화륵 하고.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은하는 바람마법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에게 시져 호퍼가 나타나면 초콜릿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달라 부탁했다.
몬스터가 군단장을 따르는 이유는 자신보다 격이 높은 상대를 만나면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 프로세스화 되어 있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놈들의 욕구를 자극해서, 우선순위를 욕구로 바꿔버리면 되는 일이지.
놈들이 아무리 군단장을 따라도, 과연 욕구와 본능을 이길 수가 있을 것인가.
보고에 따르면 호퍼 계열이 아닌 몬스터들은 각지로 흩어져 침공을 시작했다는 듯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였다.
잔여세력에 불과한 놈들은 각지에 주둔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상대할 것이다.
도깨비 램프
한편 은하는 호퍼 계열 몬스터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받고, 정하양에게 도깨비 램프를 발동하란 지시를 내렸다.
정하양의 체내 마나는 상당했다.
그녀가 도깨비 램프를 문지르자, 램프 주둥이에서 종로구 일대를 감쌀 만큼 방대한 안개가 새어나왔다.
안개는 겉으로 보기에는 마법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들고, 한 번 갇히면 탈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결계.
시져 호퍼의 군세가 함정을 깨닫고 도망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기를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은아, 박혜림, 프리시스 메모리의 힘으로 안개 밖에서 기척을 감추던 플레이어들이 긴장했다.
부부부부!!
놈들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곧장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은하를 비롯한 플레이어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한편 스나이퍼와 레인저들은 연신 밤하늘을 헤집듯 올려다보았다.
네비게이터들도 집중했다.
이내 은하에게 텔레파시가 들렸다.
[봉구래 스나이퍼의 전언을 전해. 확인 결과, 호퍼 계열 몬스터들은 죄다 안개 속으로 들어갔어, 자기. …자기는 두뇌도 참 섹시하다니까? 완전 뇌섹남이야. …이상…, 진서나 텔레파시스트였습니다.]어째 자괴감이 드는 듯한 진서나의 텔레파시를 듣고.
은하는 키득 웃었다.
이내 아리엘을 통해 카에데한테서 비슷한 내용의 텔레파시가 도착했다.
정하양도 재차 확인해주었다.
이에 은하는 가까이에서 대기하던 마나관리기구 통제국 텔레파시스트에게 전언을 부탁했다.
“선녀님께 이제 코쿤을 가동해달라 해주세요.” “네, 잠시만요.”
이윽고 코쿤이 가동했다.
안개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은 종묘 정전에서 시작된 새하얀 빛이 밤하늘을 밝히는 걸 볼 수 있었다.
“”””…….””””
플레이어들은 절로 경계를 풀고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에 녹아드는 코쿤의 장벽.
코쿤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안심이 그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일상에서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코쿤이 이제는 얼마나 소중한 건지 깨달은 듯싶었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양아, 사람들한테 전하도록 해. 캐스터, 서포터들은 불이 잘 붙는 마법을 안개 속에 들이부으라고.”
“응, 알았어.”
연배가 높든 낮든.
경험이 많든 적든.
자리에 위치한 모든 플레이어들은 은하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그들이 은하의 명령을 수행했다.
노은아를 시작으로 준비하고 있던 캐스터와 서포터들이 마법을 전개해 안개 속에 기름을 투하했다.
“헌터, 레인저, 스나이퍼, 캐스터. 화염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모두 공격.”
놈들은 코쿤의 영향에 놓이게 되며 위계가 격하되고 말았을 것이다.
물론, 은하는 놈들의 위계 격하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코쿤의 장벽을 뚫고 침투한 경우야 존재가 불확실해질 확률이 높았지만 코쿤 안에서 자연 발생한 것과 같은 존재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다만 도깨비 램프에 이어 코쿤으로 놈들을 가두고, 놈들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었다.
여하튼 은하가 의도했던 것처럼, 이제 안개 속은 불바다가 되었다.
“에이…, 판도라 클랜로드. 이러면 무슨 재미야. 나는 놈들이랑 직접 싸울 줄 알았는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죠. 그렇게 싸우고 싶으면 안개 속으로 뛰어들어서 싸우시든가요.”
“쳇.”
불길이 화륵 이는 소리.
놈들이 불에 타며 지르는 소리.
갖은 소리가 들려왔다.
정하양이 도깨비 램프를 조정해서 외부와 내부의 연결을 느슨하게 한 덕분이었다.
덕분에 외부에서 내부로 공격할 수 있기까지 했다.
은하는 안개 너머로 보이는 불길을 가만히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반면 강현철은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가 은하의 신호에 따라 손가락을 딱딱 튕기기만 했다.
“이럴 거면 나를 왜 데려온 거냐. 가둬놓고 불을 지를 거면 나 말고 다른 놈들이나 데려올 것이지….”
“가둬놓고 불을 제일 잘 지를 사람으로 블레이즈 클랜로드가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그거 칭찬이냐, 욕이냐?”
“욕이요.”
“이게 진짜….”
“욕할 시간에 손가락 좀 더 튕겨서 불이나 질러요. 선녀님이 무서워서 종로구에 불을 지르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을 텐데 이 기회에 아주 잘 됐네요.” “어? 그건 그러네. 선녀님 앞마당에 불을 지를 수 있다니…!”
강현철은 단순 무식했다.
은하는 그가 마음껏 불을 지르게 내버려두면서 안개 속을 살폈다.
방심해서는 안 돼.
상대는 제3위계였다.
자신의 작전은 사실 놈이 이끄는 군세를 격멸하는 방법이지, 실질적으로 군단장을 죽이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은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꺄아아야악!! 군단장! 군단장이 나오려 하고 있습니다!” “”””……!!””””
안개 한편에 구멍이 뚫렸다.
놈들이 제 몸을 무릅쓰며 빈틈을 찾아낸 것이다.
생각해보면 빈틈을 찾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었다.
외부에서 공격이 들어오는 방향이 따지고 보면 탈출구인 셈이었다.
그러니 적지 않은 군세를 희생해, 놈들의 뒤에서 바짝 따라붙다 보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부부부부!!
기어코 불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제3위계 시져 호퍼와 놈의 군세.
그럼에도 은하는 당황하지 않았다.
군단장을 제외하면 어차피 놈들은 화염마법에 계속 노출됐어.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아.
은하는 시리게 피는 겨울을 쥐며 앞으로 나섰다.
강현철도 턱 하고 따라나섰다.
“하양아, 도깨비 램프의 마법 풀어. 놈들이 밖에 나온 이상, 안개 속에 가둘 필요는 없잖아. 되레 우리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을 수 있고.”
“응, 알았어.”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나도 좀 싸워보자고. 며칠 동안 뛰기만 해서 검을 휘두르고 싶었는데.”
“잘 됐네요. 해치우세요.”
“너는 안 싸우냐?”
“지휘관은 남아 있어야죠. 하양아, 클랜원들도 전투에 참여시켜.”
은하는 상황을 관망하기로 했다.
마침 잘 됐다.
웬만해서는 보기 힘든 제3위계.
놈도 상당히 타격을 받고 있었고, 군세는 무력화된 상태였다.
이 많은 사람들이 덤벼들면 놈을 죽이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 공을 세울 수가 있는 기회였다.
또한 평소에는 만나지 못할 고위계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은하는 즉각 같이 온 클랜원들을 투입했다.
“어우씨! 갑자기 나타나서 뭐하는 짓이야! 이건 내 사냥감이라니까!?”
“십이좌하고 같이 싸울 수 있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게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비켜! 내 사냥감이라고!!”
은하의 지시를 받자마자 제일 먼저 기뻐한 사람은 최은혁이었다.
시져 호퍼의 근처에 있던 최은혁이 기꺼이 뛰어들었다.
당연히 최은혁의 검은 시져 호퍼의 장갑에 상처를 내지 못했다.
완력 싸움에 밀려 뒤로 날아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젤리 큐브
정령의 부적
그때, 노은아가 마법을 발동했다.
푸른 젤리처럼 생긴 보호마법으로 최은혁을 잡아냈다.
이내 그녀가 석장을 휙휙 휘둘러 시져 호퍼에게 뛰어드는 클랜원들에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흥, 꼴이 우습군. 그렇게 흥분해서 뛰어나가다 공격당하니 쪽팔리지?”
“…너도 이제 그렇게 될 거야.” “나는 그렇게는 안 될 거거든.”
젤리 속에서 나온 최은혁.
목민호가 다가와 비웃었다.
최은혁이 뚱한 얼굴로 다시 검을 쥐었다.
“혼자서 저놈을 쓰러뜨릴 수 없어. 둘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해.”
“네가 먼저 공격해. 나는 네가 낸 상처에 상처를 주는 식으로 싸울게. 분하지만 내 힘으로는 놈의 장갑을 부수지 못할 것 같으니까.”
“내 힘으로 장갑을 부수는 것까진 가능하겠지. 다만 결정적인 한 방은 네 기프트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어. 내가 놈의 장갑에 상처를 내가면서 주의를 끌도록 할게.”
“…알았어. 그럼 내가 그 사이에 약점을 찾아보도록 할게.”
두 사람이 히죽 웃었다.
이내 신호도 주고받지 않은 그들이 동시에 좌우로 나뉘어 뛰었다.
더 월 브레이커
강현철이 상대하고 있는 틈을 타.
목민호가 시져 호퍼를 공격했다.
목민호의 기척에 흠칫 놀란 놈이 몸을 돌려 팔목으로 방어해냈다.
─쩌적
놈의 장갑에 금이 갔다.
격렬한 전투로 인해 놈의 장갑은 한계에 직면해 있던 상태였고.
목민호의 공격이 계기가 되고 만 것이다.
녀석이 크게 당황해 물러난 반면, 목민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 즉시─.
─검령환위
현월참
돌연 모습을 드러낸 최은혁이 놈의 금이 간 팔을 부숴버렸다.
“야! 내꺼 건드리지 말라니까!?”
시져 호퍼의 팔이 떨어졌다.
놈의 팔을 벤 플레이어는 두 명, 최은혁과 목민호다.
소식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강현철은 씩씩 화를 냈다.
☆
강현철을 비롯하여.
판도라 클랜원들은 신이 났다.
어디 그뿐인가.
작전에 참가한 모든 플레이어들의 얼굴에는 싱글벙글 웃음이 걸렸다.
제3위계 몬스터를 토벌하기가 몹시 쉬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제3위계를 쓰러뜨린다면 추후에 공적을 평가받을 때 적어도 인헌등급의 훈장은 보장된 것이다.
당연히 인헌등급의 아티펙트 또한.
은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제3위계를 상대하면서 경험도 쌓고 클랜원들 몸값도 노릴 수 있으니까 일석이조지.
은하는 정하양에게도 지시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서 전투에 참여하라고.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그를 제외하고 작전에 참가한 판도라 클랜원들은 전부 참가하게 되었다.
“그런다지만 생명력 하나 질기네. 아무리 화력을 퍼부어도 휘청일 뿐, 쓰러질 기세는 보이지 않으니….”
가만히 전투를 지켜보던 중.
은하는 중얼거렸다.
군세는 거의 다 토벌했다.
각지에 있는 텔레파시스트들로부터 조금씩 군세를 모두 토벌해냈다는 정보가 들어오기도 했다.
문제는 마지막 군단장이 죽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는 것.
제3위계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은하는 생각에 잠겼다.
시져 호퍼의 무서운 점은 재빠르게 날아다니며 검을 휘두른다는 것과 강력한 방어력이었다.
또한 각력 하나도 대단했다.
조금 전에 화가 난 녀석이 발로 바닥을 탁 하고 치자, 지진이 나며 지면이 갈라졌다.
그렇다고 해도─.
─이만한 수로 저놈만 때려잡는데 어떻게 하겠어.
노은아, 박혜림, 프리시스 메모리.
세 사람을 시작으로 서포터들이 시져 호퍼의 움직임을 저하시켰다.
이외 각종 디버프를 추가해 놈의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캐스터들은 멀리서 준비되는 대로 화력을 퍼붓고 있기도 했고.
코쿤으로 가둬놓은 상태이니 놈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이만한 규모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끝내─.
─쪽수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지.
시져 호퍼가 무릎을 꿇었다.
놈의 날개는 불에 전부 탄 나머지 비행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목민호와 최은혁이 합을 맞춰서는 시져 호퍼의 체력을 떨어뜨린 결과, 놈이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은하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쯤─.
─푸드득
바닥에 엎드린 녀석의 등이 크게 갈라졌다.
괴상한 소리.
“”””…….””””
그리고 갈라진 등을 벌리고 나오려 하는 존재.
사람들은 흠칫했다.
그들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뒤로 물러났다.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변태(變態)네.
이것도 놈의 특성 중 하나였지.
곤충이 변태를 해 성충이 되듯.
시져 호퍼도 변태를 하여 완전한 성충에 이르게 된다.
놈이 제3위계로 불리는 근본적인 이유였다.
저 안에서 나오는 놈은─.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어.
날갯짓으로 사방에 역병을 퍼뜨려 감염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인간형 시져 호퍼와 비교되지 않을 무력, 속력, 마법과 같은 위험성을 지녔을 몬스터.
따지고 보면 시져 호퍼의 본체.
위기를 감지한 사람들이 경계했다.
그런데 유독 한 사람만은 녀석의 변태를 보고는 크게 웃었다.
“그래, 이거지! 어디 더 강해져봐! 전투가 이리 따분해서야 되겠어?”
“”””…….””””
강현철.
사람들이 긴장한 가운데.
오직 그만이 흥분해서 시져 호퍼의 변태를 독려했다.
그야말로 싸움에 미친놈이었다.
미친놈.
은하는 혀를 찼다.
그러고는 어이가 없어서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전 삶에서도 그랬다.
“…시져 호퍼가 완전체가 되도록 내버려둔 나머지 피해가 더 커졌지. 쓰러뜨리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후에 전염병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워낙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어.”
미친 오징어의 투쟁심 때문이었다.
그를 비롯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어째서인지 시져 호퍼의 성장을 기다렸기도 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듣게 된 은하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어째서─.
─블래스트 크로스
적이 강해지는 것을 기다리는지.
은하는 놈이 변태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기다리게 만드는, 정신체를 건드리는 방법을 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멀리서 관망하고 있던 그는 놈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어쩌면 전투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객관적인 판단을 잃은 건지도 모를 일이지.
블래스트 크로스
한 번, 또 한 번.
사람들이 시져 호퍼의 몸에 붙은 불길에 넋을 잃은 가운데.
은하는 놈이 변태를 마치기 전에 블래스트 크로스를 몇 번이고 날려 숨통을 끊었다.
끝내 녀석이 소멸했다.
강현철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넌 로망이란 것도 없냐!” “로망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좋고요?”
“”””…….””””
은하에게 소리치는 강현철.
은하는 아예 무시했다.
사람들은 어딘가 벙찐 얼굴을 하고 은하를 쳐다보았다.
그들 중에 판도라 클랜원들도 섞여 있었다.
“아니, 왜 변태를 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거야?”
“어…. 그게,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아서…?”
“지금 말한 사람 나와.” “”””……!!””””
“내가 정신머리를 고쳐줄 테니까.”
클랜원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
은하는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눈을 번뜩였다.
클랜원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플레이어들은 슬그머니 눈을 피해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럼 강북을 침공한 군단장들은 모두 판도라 클랜로드와 클랜원들이 쓰러뜨린 셈이 되는 건가?”
“허, 참…. 저 사람은 시져 호퍼까지 쓰러뜨렸구만.”
그리하여 마지막 악몽이 끝나고, 날이 밝아왔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