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75
마나관리기구의 공문이 하달됐다.
공문은 선녀정부가 강북을 지켜낸 플레이어, 클랜, 사람들에게 어떠한 보상을 줄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공적을 세운 플레이어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장하는 일정도 나와 있었다.
가장 먼저 입장할 수 있는 클랜은 판도라클랜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보물고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울러 대한민국을 지켜주신 것에 대하여 마음 깊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
그리하여 국립중앙박물관.
판도라클랜은 해당 날짜가 되자, 곧장 국립중앙
박물관으로 향했다.
강북 재건 작업에 참여하면서 최근 클랜원들 대다수가 이태원에 임시로 마련된 판도라 클랜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혹은 집에서 출퇴근하거나.
그런데 어느 쪽을 더하든 이날에는 지각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바보 형도 늦잠을 안 잤지.
그만큼 클랜원들이 오늘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이리라.
사실 은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클랜원들을 인솔해 보물고 앞에 선 은하는 마나관리기구 사무국 직원의 설명을 들었다.
“우선, 보물고에 입장하기에 앞서 여러분들은 게이트 앞에서 신분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신분 확인 후, 플레이어 자격증을 저희에게 제출하고 보물고에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사무국 직원이 안내했다.
보물고 입구 앞에 있는 게이트.
한쪽에서 사무국 직원들이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신분 확인은 금세 끝이 났고.
은하와 클랜원들은 게이트를 넘어 보물고로 진입할 수 있었다.
“”””우와….””””
보물고가 개방되고.
클랜원들은 유리관에 진열돼 있는 유물을 보고 감탄사를 흘렸다.
사무국 직원이 그들의 반응에 작게 웃었다.
“인헌 등급 보물고입니다. 유물을 받는 분들은 반드시 이곳을 지나서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여러분이 가야 할 보물고는 2층 밑에 있는 충무 등급 보물고입니다. 절 따라서 엘리베이터로 내려가시죠.”
이내 사무국 직원이 안으로 몇 명 더 들어왔다.
판도라클랜은 그들의 안내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도착했습니다. 충무 등급 보물고입니다.”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클랜원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충무 등급 보물고에 내렸다.
그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게, 꼭 어떤 유물을 가지고 갈 것인지 스캔하고 있는 듯했다.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판도라 클랜로드와 님을 제외하고 판도라 클랜원들은 모두 이곳에 있는 유물 중 하나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유물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으니, 직원의 안내를 받아 유물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네!!””””
“유리 케이스 근처에 해당 유물이 어떠한 특성을 내포하고 있는 건지 설명문을 찾을 수가 있을 겁니다. 다만 모든 유물에 설명문이 있지는 않습니다. 유물의 역사적인 가치는 인정할 만하고, 유물에 깃든 마나로 추정컨대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효과를 확인하지 못한 유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유물은 하나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유리 케이스에서 꺼낸 유물은 도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유물은 오랜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스러져가고 있었다.
유리 케이스에 내장돼 있는 마법이 유물의 상태를 보호해주고 있어도, 어디까지나 시간적인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유리 케이스에서 꺼낸 유물은 자동적으로 꺼낸 사람에게 귀속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렇게 설명을 다 들은 클랜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러분은 직원들을 따라서 유물을 확인해보러 가시면 됩니다. 그럼 판도라 클랜로드, 님. 을지 등급 보물고를 보러 갈까요?” “아니요. 클랜원들이 어떤 유물을 고르는지 보고 가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연화 누나도 괜찮지?” “응, 난 괜찮아.”
“원칙적으로 다른 등급의 보물고에 입장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만…. 선녀님께서도 잘 봐달라고 하셨으니 다른 분들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괜찮습니다. 다만 유물에 손을 대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네, 그럴게요.” “그리고 원칙을 넘어갔다고 해도, 을지 등급 보물고에는 두 분밖에는 입장할 수 없다는 걸 알아주시고요. 몇 십 년 만에 개방하는 보물고라서 각별히 조심해야 하거든요.”
사무국 직원의 당부를 듣고 나서.
은하는 발걸음을 옮겼다.
류연화도 뒤를 따랐다.
그러던 그녀가 물었다.
“클랜원들이 어떤 유물을 고르든,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클랜원들이 고르고 싶은 걸 골라야지. 내가 괜히 추천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은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클랜원들이 이번에 얻게 될 유물은 모두 클랜이 아닌 클랜원들 손으로 들어가는 것들이었다.
은하가 왈가왈부하기가 애매했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굳이 조언을 해주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잘하겠지.
클랜원들도 자신을 계발하기 위해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충무 등급의 유물은 무엇을 골라도 어느 정도 보장된 퀄리티와 마법을 간직하고 있었다.
은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은하는 유리관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진파랑을 찾았다.
“와, 씨…. 진짜 멋있다….”
거대한 허물이 전시돼 있었다.
꼭 매미의 유충 같은 허물.
진파랑은 자신의 머리보다도 더 큰 매미 허물을 보고 거의 넋을 놓고 있었다.
저 형은 진짜 한결같네.
꼬리를 붕붕 흔드는 파랑을 보며.
은하는 조용히 어깨를 들썩였다.
이전 삶에서도 있던 일이었다.
제2차 의정부 탈환전에서 활약한 진파랑은 충무 등급 보물고에 들려, 괴상하기 짝이 없는 허물을 보고서 단번에 매료됐었다.
“형한테는 딱이기는 하겠네.” “어, 은하야. 언제 왔냐.”
“형이 저 허물을 보고 빠져 있는 사이에 왔다.” “야야, 진짜 멋지지 않냐? 어떻게 세상에 저렇게 거대한 생물이 있을 수 있는 걸까?” “글쎄다. 옛날에도 마나는 있었을 테니까, 환수처럼 커다란 생물들도 있던 게 아닐까?”
“500년 전에 나온 걸로 추정되는, 환수의 허물이라는 것 같은데. 그게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다니….” “지금까지 남아 있는 덕에, 다량의 마나를 함유하게 된 거지.” “아무튼 대박인 거 인정?” “그래, 대박이다.”
완전 애다.
진파랑이 희희낙락거렸다.
은하는 다른 유물은 보지도 않고 곧장 어느 환수의 허물을 선택하는 진파랑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하긴, 형한테 필요한 거기는 하지.
저 환수의 허물을 가공해서.
진파랑은 자신의 상상에 의거하여 자유로이 변형할 수 있는 옷 형태의 아티펙트를 제작한다.
기프트 에 의해서 이따금 옷을 찢어먹는 것이 일인 그에게는 제격인 아티펙트였다.
물론 그것 때문에─.
“─이 허물로 만든 옷을 입으면, 그러면 옷은 그거 한 벌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
“미리 말해두겠는데, 제발 씻어라.” “엉? 뭔 소리야?”
“맨날 그거만 입고 다닌다고 몸을 씻는 걸 게을리하지 말란 말이야.”
이전 삶에서 은하는 진파랑 때문에 여러모로 고생했다.
진파랑이 입고 있을 옷을 바꾸려면 일시적으로 알몸을 노출해야 해서 시각 테러를 당했다.
또한 진파랑이 ‘한 벌론’을 주장해, 그걸 핑계로 다른 옷을 입지 않거나 제대로 씻지 않아서 후각 테러를 당해야 했다.
해수 형한테 냄새를 제거하는 아티펙트랑 세척마법이 부여된 아티펙트를 구해달라고 해야겠네.
이런 은하의 마음을 모르는지.
진파랑은 환수의 허물이 들어 있는 유리 상자를 받고 좋아했다.
그러던 중이었다.
“─아, 찾았다. 야, 노은하!” “어? 왜 불러?”
모퉁이에서 나타난 김민지가 대뜸 은하를 불렀다.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골라놓은 게 있는데 나한테 이게 맞을지 확인해줬으면 해서.”
“네 꺼니까 네가 고르면 되지 굳이 내 허락은 뭐 하러….”
“네가 나한테 추구하는 스타일에 내가 부합해야 할 거 아니야.” “…그건 그렇네.”
김민지는 자신의 실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자신의 장점을 계발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의 고민을 알고 있던 은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봐둔 건 이거야. 어때?”
“흠….”
이내 그녀가 고른 유물을 보고.
은하는 내심 깜짝 놀랐다.
청자 사자 장식 뚜껑 향로.
앞발을 하나 든, 사자 같은 동물이 청자 뚜껑 위에 앉아 있었다.
“꼭 너 같은 걸 골랐네.”
“그러는 너 같은 건 저기에 있는 오리모양의 청자 연적이게?”
“먹민지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시작은 네가 먼저 했다? 아, 됐고 얼른 확인이나 해달라고.”
“너 같은 걸 골랐다고. 잘했어.”
은하는 뚜껑 향로가 어떤 역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몰랐다.
다만 유물에 대한 설명을 읽고서, 이 유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베베가 사용한 아티펙트야.
은 이걸 골랐던 거구나.
밤눈이 밝아지고, 지면 속에 숨은 트랩이나 투명한 형체를 꿰뚫어보는 마법 효과.
이전 삶에서 베베가 이와 비슷한 아티펙트를 가지고 있었다.
베베가 말하기를─.
“─라이온즈 아이였나. 저걸 녹여 목걸이나 반지를 만드는데 사용하면 괜찮겠네.” “미안한데 나는 이게 나랑 맞는지 효과를 봐달라고 했지, 아티펙트의 이름이랑 형태를 묻지 않았거든?”
“이게 조언을 해줘도 탈이네.” “그리고 유치하게 라이온즈 아이는 대체 뭐야? 그럴 바엔 캣츠 아이가 훨배 낫겠다. 아, 이름 괜찮네. 이따 해수 오빠한테 목걸이로 만들어달라 해야겠다. 한밤의 속삭임은 반지니, 또 반지를 끼기는 그렇잖아?”
“지 혼자 다 해결할 거였으면 굳이 나는 왜 부른 거야? 그리고 저게 사자지, 고양이야?”
“멋이 없잖아, 멋이. 일단 알았어. 이게 나하고 맞는다는 그 말이지?”
“너 알아서 해라.”
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조언을 해줘도 탈이다.
그러면서도 은하는 김민지가 결국 해당 유물을 고르는 것을 보고서야 등을 돌렸다.
겉으로는 톡톡대기는 했지만 내심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지한테는 딱 맞는 유물이지.
은 한밤의 속삭임도 사용해, 소환수들을 트랩이 설치된 지대에 보내고는 했으니까.
숙련도만 늘어나면 쥐들을 이용해 트랩을 해제할 수도 있게 되리라.
김민지가 쥐를 워낙에 싫어해서, 과연 그때가 올지는 모르겠으나.
이외에도 은하는 다른 클랜원들이 유물을 고르는 것을 보았다.
참 신기하게도.
이전 삶에서 충무 등급 보물고에 들어온 전적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똑같은 유물을 선택했다.
가령 봉구래의 경우─.
“─어머, 이거 정말 예쁘다. 옛날에 만들어졌는데도 상태가 참 좋네.”
꽃 동물 무늬 붙인 옻칠 거울.
통일 신라 시대 때 만들어진 거울에 꽂혀 있었다.
“거울처럼 빛이 반사되는 반지로 만들면 딱이겠네.”
“그치? 자기도 그렇게 생각하지? 이것만 있으면 적을 교란시키는데 편할 것 같아. 근데 자기는 어떻게 내 취향을 그리 잘 아는 거야?”
“그냥 느낌이 그러네.”
“자기…. 혹시 운명이라고 믿어?” “나는 운명 같은 건 안 믿어. 아니, 정말 싫어해.” “단칼에 거절하는 것도 멋져.”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거지.” “흠…. 그렇구나. 꼭 기억할게.” “응?”
사용 조건이 까다롭기는 했지만, 거울에 비친 대상과 똑같은 분신을 빛이 닿는 곳에 만들어내는 유물.
이전 삶에서 봉구래는 그걸 사용해 자신과 똑같은 분신체를 만들었고, 적들을 교란했다.
기본적으로 저격하고 바로 자리를 떠야 하는 스나이퍼의 특성상, 꽤나 유용한 아티펙트였다.
은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봉구래의 의미심장한 시선을 뒤로 하고, 이내 자리를 벗어났다.
“아, 은하야.”
“은우 너도 골랐어?” “음, 너무 많아서 뭘 고르면 될지 망설이고 있기는 한데…. 일단 이걸 생각하고 있어. 어때?”
한편 근처에 있던 차은우가 가리킨 유물은 때가 탄 붕대였다.
군데군데 피가 얼룩져 있었다.
그것 역시 이전 삶에서 란 이명으로 불린 차은우가 사용하던 아티펙트의 재료였다.
분명 치유의 붕대였나.
붕대에 마나를 불어넣으면 무한정 붕대를 만들어내는 아티펙트.
또한 붕대는 미약하더라도 상처를 치료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치유마법의 효과를 연장시키거나, 증폭시키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고.
“너하고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렇지? 이것만 있으면 너희들이 얼마나 다치든 붕대가 모자라지도 않을 테고, 가지고 다니는데 부담도 덜 될 것 같아. 대상을 지정만 하면 붕대가 자동적으로 감긴다고 하고.”
“그건 그렇지.”
“붕대의 특성을 응용하면 상대를 속박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 같고, 말도 들어먹지 않고 싸우러 나가는 애들을 미이라로 만들어서….”
“…뭐?”
“파랑 오빠나 너 같은 애들도 그럼 반항을 하지 않고 얌전히 내 치료를 받지 않을까?”
차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눈물점이 보이는 옆얼굴을 본 은하는 무언가 떨떠름함을 느꼈다.
어째 우리를 골칫덩이로 여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과연 차은우는 이번 삶에서도 라 불릴 수 있을 것인가.
은하는 무언가 음모를 꾸미는 듯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차은우를 보고 멀리 떨어졌다.
그러고는 툴툴거렸다.
“민호랑 애들이 은우를 망쳤구나. 쟤가 어쩌다 저런 생각을 하게 된 거지?”
그러는 사이에도 다른 클랜원들이 잇달아 유물을 고르고 있었다.
은하는 그들이 고른 유물을 보고서 흡족해했다.
모두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유물로 고른 것이다.
물론, 예외도 존재했다.
“노은하! 이것 봐! 대단하지 않아? 분청사기 조화 연꽃 물고기 무늬 병이란 유물인데, 아 이름 짱 길어! 어쨌든 여기에다 물을 넣고 마나를 불어넣으면 소주를 만들 수 있대!”
“…넌 가서 다른 거나 찾아봐.” “왜!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과연 충무 등급이야!”
“됐고, 다시 골라와.” “쳇.”
아리엘 같은 예외도 있었다.
은하는 골머리를 앓았다.
별 수 없이 은하는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릴 만한 유물을 골라주었다.
아리엘은 툴툴거리면서도 결국에는 은하의 추천을 따랐다고 한다.
한편 노은아도 고른 모양이었다.
“은하야, 이건 어때?”
“…경주 부부총 금귀걸이?”
은아가 어느 금귀걸이를 가리켰다.
5세기 신라시대의 정점을 보여주는 금귀걸이라고 한다.
은하는 설명문에서 유물에 내장된 마법을 찾았다.
부부 정령을 소환해 주인의 마법을 보조하게 한다고?
아무래도 마법을 보조하는 유형의 마법인 듯했다.
충무 등급의 인가를 받은 것이니, 필시 복잡하고 어려운 마법도 보조가 가능하리라.
“음, 누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근데 누나는 귀걸이를 끼고 있는데, 이것도 낄 수 있겠어?”
“이 바보야. 녹여서 다른 걸로 만들면 되는 거지. 반지로 생각 중인데 어떨까?”
현재 은아는 이전 삶에서 윤이별이 즐겨 사용한, 나비의 가호라 불리는 아티펙트를 귀에 걸고 있었다.
이에 은하가 지적하자, 노은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반지라…. 나쁘지 않네. 아니다. 엄청 좋아.” “그렇지? 해수한테 예쁘게 만들어달라고 해야겠다.” “해수 형이 누나 반지를 만드느라 고생하겠네. 약 좀 챙겨줘야겠다.”
반지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창진이 형처럼 누나한테 접근하는 해충들도 쫓아낼 수가 있을 테니까 나쁘지 않네.
유물의 효과도 좋고, 외형도 좋다.
은하는 은아에게 적극 추천했다.
“그러고 보니 카에데 얘는 어디에 있는 거지? 통 보이지 않네.”
“삐삐?”
유물을 고른 클랜원들이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퇴장한다.
은하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카에데의 행방을 궁금해했다.
만약 그녀도 회귀 전과 같은 것을 골랐다고 한다면─.
─허공답보가 가능한 거였는데.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
카에데가 이전 삶에서 고른 것은 공중에 발판이 있는 듯이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유물이었으리라.
해당 아티펙트를 얻은 이후 그녀는 보다 다채로운 전투 플레이를 보일 수 있었다.
뭐, 어딘가에 잘 있겠지.
자기 일에는 똑 부러지는 애니까 내가 없어도 알아서 고르겠지.
클랜원들도 거의 골랐겠다.
은하와 연화는 은아를 따라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
호시미야 카에데는 가장 마지막에 보물고를 나왔다.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클랜원들은 모두 그녀에게로 모여들었다.
“카에데 너는 뭘 골랐니?”
카에데가 보물고에서 가지고 나온 유리 상자는 빛을 차단하기 위해서 암막이 쳐져 있었다.
다른 클랜원들의 경우도 그랬다.
클랜원들에게 한창 자신이 선택한 밀화신선도노리개를 자랑하고 있던 진서나가 물었다.
“활이랑 신발 중에 고민을 했는데 활은 지금 있는 걸로도 충분하고, 나한테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서 신발로 했어.”
“”””…….””””
카에데가 살며시 암막을 제거했다.
클랜원들은 유리 상자 속에 있는 가죽 신발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조선 시대에 문무관이 관복에 맞춰 입는 목화란 모양이었다.
“그래서 효과가 뭔데?”
“하늘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모양이야. 추후에 이걸 재료로 써서 만들어봐야 알겠지만.” “잘 골랐네.” “나름 고심해서 골랐지.”
회귀 전에 카에데가 고른 유물과 비슷한 마법을 지닌 유물.
아마 그녀 역시 이전 삶과 같은 물건을 고른 것이리라.
은하는 그녀의 선택을 칭찬했다.
본인도 고심해서 골랐기 때문인지 웬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다 그녀가 퍼뜩 깨닫고는 대뜸 흥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부끄러워하기는.
지금 얼굴에 다 보인다.
은하는 피식 웃었다.
다른 클랜원들과 다르게 보물고에 들어갈 거란 소리를 듣고도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는 것 같았건만.
결국 그녀도 다른 클랜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진파랑이랑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은하의 표정을 읽은 것일까.
“으승흔 승극 흐즈 므르….”
이상한 생각 하지 마라….
카에데가 으름장을 놓았다.
그녀가 동요한 게 딱 보였다.
카에데의 반응이 재미있던 은하는 이대로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으면 어떨까 싶었다.
필시 노발대발할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겠다.
그러던 그때였으니─.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노은하 응답 바람.]진서나의 텔레파시가 전해졌다.
은하는 고개를 홱 돌렸다.
여우가 은하를 보고 씩 웃고서는 분홍색 노리개에 마나를 불어넣고 있었다.
유물의 상태가 클랜원들이 선택한 유물 중에서 가장 나았기 때문에, 이참에 유물의 마법을 확인하려고 텔레파시를 건 것이다.
[들리니? 들려?] [그래, 들린다. 그거 아직 쓰지 마. 상태가 멀쩡해도 잘못 사용하다가는 내구력이 좋지 않아 망가지는 수가 있으니까.] [이것만 하고 그만할 거야. 그냥 심심해서 한 번 써보고 싶었을 뿐이거든?] [근데 신기하긴 하네. 텔레파시는 일방향으로만 가능했는데 이 유물로 이방향도 가능하게 된다니….] [그치? 내가 잘 골랐지?]불닭이의 패스를 더듬듯.
은하는 자신의 의식 속에서 생겨난 패스에 집중했다.
그러자 그녀와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해졌다.
유물의 효과였다.
[대상을 하루에 한 사람만 지정할 수밖에 없지만, 텔레파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니까 좋네.] [너 혼잣말하는 거 다 들려.] […아티펙트 꺼라. 패스를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 모르겠으니까.] [흠, 이걸 사용하면 상대가 흘리는 생각도 읽을 수 있는 거구나. 정말 좋군?] [그만 끄라니까.]앞으로 심심해질 때마다 마법으로 클랜원들에게 장난 칠 수 있겠다며.
댕댕이는 희희낙락했다.
[지금 댕댕이라고 생각했지?] [시끄러, 댕댕아.] [^$$@%@!!%!!!]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진서나가 선택한 유물은 여러모로 장점도 있을 듯했지만, 단점도 그에 못지않을 듯싶었다.
다행히 그가 마나 저항을 올리자, 진서나와 연결된 패스가 뚝 끊겼다.
어쨌든 다들 좋은 것을 골랐으니 클랜의 전력 향상에 도움이 되겠네.
은하는 흡족했다.
클랜원들이 저리 좋아하는 표정을 보고 있으니 자신도 기분이 좋았다.
벽해수도 틀림없이 좋아하리라.
조만간 벽해수에게 몸에 좋은 약을 지어주기로 했다.
이내 은하는 류연화를 곁눈질했다.
마침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을 읽은 것인지 류연화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랑 연화 누나는 이제부터 을지 등급 보물고에 들어갈 테니까, 다들 근처 카페에서라도 기다리고 있어.”
사실 기다리느라 지쳤다.
클랜원들이 유물을 고르는 걸 보며 속으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은하는 입꼬리가 귀에 걸린 채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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