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76
은하와 연화는 사무국 직원을 따라 을지 등급 보물고로 내려갔다.
“─을지 등급 보물고를 여는 것은 선녀정부가 출범하고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아마 판도라 클랜로드와 님께서는 먼 미래에 이곳에 최초로 출입한 사람으로서 역사서에 기록되게 될 겁니다.”
두 사람을 안내하는 사무국 직원은 고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반면에 은하는 역사에 기록된다는 소리에도 무덤덤했다.
역사에 기록되면 뭐해.
내가 죽은 이후에 뭐라고 적히든, 나는 보지도 못하는데.
은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자신에 대한 평가가 어찌 기록되든 아무렴 상관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직원이 계속해서 설명했다.
“을지 등급 보물고에는 설화 속에 등장하는 신비들도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저도 들어간 적이 없어서 소문의 진의를 모르겠지만요.”
을지 등급 보물고.
은하는 보물고 앞에 세워진 거대한 철문을 올려다보았다.
철문은 몇 개에 걸쳐 잠금마법이 걸려 있었다.
이내 직원이 몇 가지 아티펙트로 잠금마법을 해제했다.
거대한 철문이 열렸다.
“”…….””
아무것도 없는 긴 복도가 나왔다.
은하와 연화는 긴 복도를 보고는 나지막이 감탄했다.
복도에도 잠금마법이 걸려 있었다.
“제 안내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 제가 나눠드리는 물건은 보물고에 입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표식입니다. 절대 잃어버리지 않길 바랍니다.”
직원이 표식을 나눠주었다.
가운데가 뻥 뚫린, 손바닥 크기의 금화였다.
이에 은하는 구멍에 연결된 줄을 목에 걸었다.
그가 복도로 한 걸음 내딛자, 순간 표식이 반짝 빛나더니, 잠금마법의 영향을 떨쳐냈다.
“─그러면 부디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직원이 고개를 숙였다.
은하와 연화는 직원을 뒤로 하며 을지 등급 보물고로 나아갔다.
☆
충무 등급 보물고와 비교했을 때, 을지 등급 보물고는 굉장히 넓었다.
반면에 보물고에 전시된 유물 수는 훨씬 적었다.
그럼에도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드러나는 존재감은 차원이 달랐다.
눈에 마나를 싣지 않고서도 상당한 마나를 내뿜고 있는 유물들을 쉬이 찾아볼 수 있었다.
“여기서 따로 둘러보기로 할까?”
“응, 그러자. 은하 너는 어떤 것을 고를지 생각해둔 거 있어?”
“방어구 중에 괜찮은 게 하나 있나 볼 생각이야. 누나는?”
“음…. 특별히 생각한 건 없는데 기프트를 보완하거나, 창을 강화할 재료를 찾고 싶어.”
“그렇구나. 그럼 고르면 이 앞에서 만나는 걸로 하자. 아니면 먼저 고른 사람이 만나러 가기.”
“좋아.”
복도를 빠져나와 보이는 보물고를 한 차례 훑어보고.
은하는 걸음을 멈췄다.
둘이서 유물을 보러 다니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기에서 찢어지기로 했다.
은하는 연화와 손뼉을 치고는 이내 오른쪽 길로 향했다.
을지 등급 보물고는 나도 처음이라 많이 기대되기는 하네.
충무 등급 보물고.
회귀 전, 은하가 들어간 보물고 중 가장 높은 등급이었다.
제2차 의정부 토벌전에서 제3위계 오버랭크 괴시니를 토벌한 공로를 인정받고 들어갈 수 있었다.
이외 벨제뷔트와 릴리스를 토벌한 공로로 각각 1번씩 보물고에 입장할 자격을 얻은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을지 등급 보물고는 은하에게 굉장히 낯설기만 했다.
“분명 어딘가에 있을 텐데….” “빠빠?”
그럼에도 은하는 보물고 어딘가에 자신이 찾는 유물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모를 리가 없었다.
그야 이전 삶에서─.
─온태양이 사용했으니까.
온태양이 어떤 유물을 손에 넣고, 그래서 어떤 아티펙트를 제작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야기였지.
은하가 을지 등급 보물고에서 고를 유물로 회귀 전에 온태양이 선택한 유물로 정해두고 있었다.
그가 굳이 그것을 고르려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었다.
하나는 을지 등급쯤 되는 유물은 내장된 마법을 검증하기가 어려워서 베일에 싸여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안정적으로 검증된 유물을 고르는 편이 나았다.
다른 하나는─.
─지금 내게 부족한 건 방어구야. 오만의 반격이 파괴된 이상, 이제는 그것을 대신할 만한 방어구가 하나 필요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그동안 은하는 공격과 속도 위주의 전법을 구사하느라 제 몸을 돌보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예경과 같은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하는 이상, 필연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아티펙트가 필요했다.
실제로 자신은 얼마 전에 방어를 거의 등한시한 결과, 예경에게 크게 당하기도 했다.
보호마법은 서포터들에게 의존하면 될 일이기는 해.
하지만 서포터들의 보호마법으로는 가까이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공격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그러니 돌발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호마법이 내장된 아티펙트를 가지기를 원했고.
생각 끝에 은하는 온태양의 아티펙트를 떠올리게 되었다.
“아, 저기 있네.”
불쥐의 털옷, 나무꾼의 도끼, 고조선 시대의 마늘과 쑥 화석, 백제 시대의 금동대향로, 도깨비 감투 등등.
은하는 유리 케이스에 진열돼 있는 유물에 잠깐 발걸음을 멈추면서도, 결국에는 자신이 찾고 있던 유물을 찾아냈다.
“빠빠?”
“그래, 이거야.” “삐삐삐 빠빠빠 뿌뿌뿌!”
상원사 동종.
한국에서 현존하는 종 중에서 가장 오래된 종이었다.
은하는 거대한 종 앞에서 서서는 그대로 매료되었다.
가만히 있어도 흘러나오는 마나가 눈에 보일 지경이었으며, 마나 색이 상당히 맑았다.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다만 상원사 동종의 설명문 앞에는 내장된 마법이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을지 등급 보물이니 허투루 검증할 수는 없는 법이겠지.
그럼에도 상관없었다.
은하는 어차피 눈앞에 있는 종이 어떤 마법을 품고 있는지 숙지하고 있었다.
하루에 한 번, 어떠한 마법이든지 발동 자체를 무효로 돌리고 그대로 마나로 환원시키는 마법이었지.
온태양은 환원의 갑주라고 불렀다.
갑주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종을 녹이고 갑주로 만들어서 사용한 것이다.
“이것만 있으면…. 예경 같은 놈의 마법에도 대항할 수 있을 거야.”
은하는 나직이 읊조렸다.
아마겟돈, 사마엘, 마스테마.
구마 셋을 토벌한 공로를 인정받은 온태양이 보물고에서 꺼낸 유물의 가치는 과히 어마어마했다.
은하가 이것을 가지고 있었다면, 예경의 광범위 포격도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었으리라.
“그런데 이걸 어떻게 옮기지…. 아, 저쪽에 물자를 옮기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모양이네. 그래도 이걸 혼자서 가지고 가야 하겠네.” “빠빠 삐삐.”
“그래, 고맙다. 힘낼게.”
유리 상자에 마나를 불어넣자.
상원사 동종이 담긴 유리 상자가 바닥에서 떠올랐다.
은하는 마나를 컨트롤하며 상자를 엘리베이터 앞으로 이동시켰다.
“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다른 상자에 부딪치지 않기 위해, 상자를 움직이는데 난이도가 높은 컨트롤이 필요했다.
은하는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온태양이 이 보물고에서 가져간 건 이것만이 아니야.
류연화는 아직 고르는 모양이다.
은하는 그녀를 찾아나서는 한편, 이전 삶에서 온태양이 달리 선택한 유물을 찾아보기로 했다.
온태양은 제2차 의정부 탈환전에서 매구를 쓰러뜨린 공로를 인정받고 해당 유물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것이─.
─구국의 성검의 핵심이 되었지.
이전에 아카데미에서 은하가 얻은 석가여래좌상, 척사다뉴조문경.
그것들과 더불어서 구국의 성검의 중심 재료로 쓰인 유물이었다.
“…찾았다.”
머지않아 은하는 검을 발견했다.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조금 전 상원사 동종에서 흘러나온 마나보다도 더욱 순도 높은 마나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
마치 삿된 기운을 몰아내려는 듯이 성스러운 기운을 풍기는 검.
칠성참요검(七星斬妖劍).
설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검을 보고 은하는 그대로 매료되었다.
“정말…, 대단하기는 하네.”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을지 등급 중에서도 최상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당연하지만 칠성참요검에도 부여된 마법에 대한 설명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도 검을 쓰는 사람이라면 아마 무조건 저 검을 고르게 될 거야.
저건, 그만한 마력을 품고 있어.
이끌림, 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은하는 지금 당장에라도, 저 검을 손에 넣고 싶었다.
자신이 세운 계획을 그냥 폐기하고 상원
사 동종대신 저 검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은하는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을 수 있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엄청 아쉽네.
그래도 검은 쓰던 걸로 충분해.
보안을 위해 두 자루의 검은 위에 반납을 하고 왔지만.
은하는 습관적으로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허리가 비어 있으니 저 검이 괜히 더 탐이 났다.
은하는 끙끙 앓았다.
구국의 성검의 마법은 대단했지. 마법을 발동하는 즉시 조각이 되어 공중에 별빛처럼 나부끼며, 일대를 휩쓸어버리는 효과가 있었는데….
디버프와 버프를 모두 캔슬시키고, 상대의 방어력을 무시하기도 했고.
석가여래좌상, 척사다뉴조문경, 칠성참요검 등.
재료가 되는 것들이 어마어마해서 구국의 성검에 담기는 마법 하나도 정말 어마어마했었다.
그에 비해 충무 등급 유물을 써서 벽해수가 만들어낸 노 원 크라이는 내구력이 뛰어나고, 마나를 다루는데 탁월하기만 했었다.
“그러고 보니 충무 등급의 유물은 이번 삶에서는 은혁이가 가져가게 돼버렸네.”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노 원 크라이를 만드는 재료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충무 등급 유물을 제외하고 전부 변변찮은 것들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그에게 최선이었던 재료로 만들어진 검이었으나.
이번 삶에는 조금 노력만 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재료들을 모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은하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은하야.” “아, 누나.”
“응. 너는…, 저 검을 고르게?”
“아니…. 그냥 구경하는 중이었지. 나는 이미 다 골랐어. 누나는 그걸 고른 거야?”
“응.”
류연화가 다가왔다.
그녀는 두 손에 조그마한 상자를 들고 있었다.
상자 안에는 금으로 된 허리띠가 들어 있었다.
“천사옥대라고 하나봐.”
“어떤 마법이 내장되어 있어?”
“음…. 하루 횟수가 제한돼 있지만 소유자의 신체를 일시적으로 마나로 환원시킨다는 것 같아.” “…….” “내 기프트는 니까…. 혹시 이걸 사용하면 내 몸이 마나가 아닌 눈이나 얼음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싶어서.”
아마도 류연화는 회귀 전과 같은 유물을 고른 것이리라.
그녀의 생각과 은하의 기억이 다소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 누나의 전법 중 하나가 세상을 눈밭으로 만들어놓고, 자신의 몸을 눈으로 환원시켜서 상대가 공격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였지.
횟수 제한이 있다지만.
그는 그녀가 기프트와 아티펙트를 동시에 사용하게 되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절로 떠올랐다.
그야말로 최강이 따로 없다.
“좋네, 누나한테 딱 어울려.” “너는 뭘 골랐어?”
“가서 보여줄게. 너무 커서 여기선 보여줄 수가 없거든.” “…커? 얼마나 큰데?”
“아마 보면 깜짝 놀랄걸?”
이내 은하는 발을 뗐다.
연화가 은하와 걸음을 나란히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하는 그녀가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 정말 크네?”
그녀가 입을 쩍 벌리는 모습에.
은하는 키득거렸다.
☆
선녀정부에서 적잖은 공로를 세운 사람들에게 빠짐없이 보상해줬듯.
판도라클랜도 슬슬 지난 재앙에서 얻게 된 이익을 분배해야 했다.
“모두 다 모인 거 맞지?”
“강북에서 일어난 재앙에 참전한 사람들은 모두 모였어.”
은하는 클랜원들을 소집했다.
사당역 판도라 클랜회관 7층.
가장 큰 회의실에 모인 클랜원들은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 참석한 것을 파악한 한서현은 은하에게 알려주었다.
“그동안 재건 작업을 하느라 막상 전리품을 나눌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나누려고 해.”
“솔직히 말해. 너 사실은 지금까지 까먹고 있었던 거지?”
“김민지 클랜원. 공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모습은 보이지 말아주겠니.”
“…미안해, 그만 실수했어. 앞으로 조심하도록 할게.”
판도라 클랜도 어느덧 클랜으로서 틀을 잡아가고 있었다.
평상시처럼 은하에게 톡톡거렸던 김민지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얼른 사과했다.
은하는 어깨를 으쓱였고.
한서현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회의를 시작했다.
“한꺼번에 정산할 수 있는 것들은 지난번에 모두 처리했고, 이번 달이 지나가기 전에 급여통장으로 모두 입금될 예정이야. 샤키라.”
“네, 행정관님.”
“클랜원들한테 나눠주도록 하세요. 지금 나눠주는 프린트에 전리품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적혀 있어. 혹시 현금이 아닌 전리품으로 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회의가 끝나고 나서 샤키라한테 말해줬으면 해.”
샤키라가 분배한 프린트에는 많은 내역이 기록되어 있었다.
운이 좋게 사라지지 않고 남게 된 몬스터의 사체, 마석, 스킬석 등등.
서현의 말에 의하면 용산구, 중구 사람들이 지난 재앙에서 판도라클랜이 몬스터를 쓰러뜨려 얻은 거라고 가져와줬다고 한다.
쓸 만한 것들은 전에 클랜원들한테 나눠줘서, 여기에 있는 것들은 그냥 플레이어 마켓에 팔기 위한 용도지.
그건 그렇고 0이 몇 개냐….
은하도 내역서를 확인했다.
내역서 맨 아래에는 기재된 것들을 정산한 가격이 적혀 있었다.
일, 십, 백, 천, 만….
은하는 세다가 포기했다.
돈에 궁한 것도 아니었으니 그다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단지 클랜원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많은 돈을 벌었으면 될 뿐이었다.
은하처럼 몇몇 클랜원들도 액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이걸로 마법서가 몇 권이냐….”
“스, 스테이크 해먹어야겠다.” “히히, 이따 가서 과자랑 이슬을 왕창 사야지!”
눈을 빛내는 배수빈.
군침을 흘리는 조아라.
미친 게 확실한 아리엘.
물론 세 사람처럼 극단적으로 예외 또한 존재했다.
은하는 희희낙락거리는 세 사람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이건 오늘 여기서 분배할 전리품 리스트야.”
“”””…….””””
잠시 후, 한서현이 입을 열었다.
클랜원들이 표정을 고쳤다.
오늘 그들이 회의에 참석한 이유는 샤키라가 추가로 나누어주는 내역서에 있었다.
우리가 얻은 게 참 많기는 하네. 예경의 스킬석 2개, 프리크 스핑크스의 스킬석 1개, 삼각지 대장두터비의 스킬석 2개 등등이라.
제5위계 이상 몬스터들의 스킬석은 모두 적혀 있었다.
시져 호퍼의 스킬석은 아쉽게도, 전투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참여해서 주인을 정하기가 애매했다.
그래서 플레이어 마켓 경매에 팔아 낙찰금을 공로에 따라서 일정분을 플레이어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이외에도 예경, 프리크 스핑크스, 삼각지 대장두터비의 마석도 있어. 제5위계 이상의 마석도 모아놨고. 뒤 페이지에 목록이 나와 있을 텐데 정산 금액은 적혀 있지 않을 거야.”
은하는 페이지를 넘겼다.
서현의 말대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마석 현황을 찾을 수 있었다.
“일단 예경의 마석은 선녀정부에서 코쿤을 제작하는 재료로 아주 높은 가격에 사기로 했어. 정확한 가격은 협의가 완전히 이루어지는 대로 알려주도록 할게. 기대해도 좋다는 걸 보장할게.”
클랜원들의 입이 귀에 걸렸다.
한서현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프리크 스핑크스, 삼각지 대장두터비들의 마석들은 클랜에서 사용할 생각이야. 해수 아주버니가 이번에 클랜원들이 받아온 유물을 아티펙트로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고 싶다고 했거든. 만약에 불만 있는 사람은 지금 얼른 말해줘.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간….” “”””없어!!””””
“좋아. 이외 마석들은 모두 마켓에 팔아치울 예정이야. 제5위계 마석은 희소성이 높기도 하고, 마석 상태가 제각기 달라서 감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이 마석들을 처분한 가격은 나중에 공지할게.”
이제 남은 것은 스킬석을 누구에게 나누어줄지 하는 것이었다.
샤키라가 테이블 한가운데에 예경, 프리크 스핑크스, 삼각지 대장두터비의 스킬석을 올려놓았다.
클랜원들이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럼 이제부터 군단장의 스킬석을 분배하도록 할게. 분배하는 방식은 간단해. 해당 스킬석의 몬스터하고 전투를 치른 플레이어에게 우선권이 존재하고, 그중 스킬석이 반응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야.”
“”””…….””””
“우선 대장두터비를 쓰러뜨리는데 참여한 사람들을 호명할게.”
류연화, 배수빈, 한창진, 진서나, 목민호, 유남훈 등등.
한서현이 클랜원들을 호명했다.
“이름이 불린 사람들은 한 명씩, 스킬석에 마나를 붙어넣어서 적합성 검사를 실시해줘.”
대장두터비의 스킬석은 2개.
정하양이 라이브러리에서 조사한 정보에 따르면, 모두 같은 마법이 내재되어 있다는 듯했다.
또한 독과 연관된 마법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나하고는 안 맞는 것 같아.”
“그럼 다음에는 수빈이.”
스킬석에 마나를 불어넣던 류연화.
그녀는 한참이 지나도 스킬석에서 빛이 반짝이지 않는 것을 보고 곧장 다음 사람에게 넘겼다.
다음으로 배수빈, 진서나, 목민호가 마나를 불어넣었다.
목민호는 해당 사항이 없었으며, 진서나하고 배수빈은 미약하게나마 스킬석이 반짝이게 했다.
“다음. 창진 오빠.”
“…빛나네.”
그런데 한창진이 스킬석을 쥐자.
두 사람의 마나에 미약하게 반응한 스킬석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불을 끄고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스킬석이 노란 빛을 뿜었다.
“하나는 정해진 것 같네.”
은하는 스킬석이 발하는 빛을 보고 말했다.
한창진은 클랜원들에게 미안해하는 기색이었지만, 스킬석이 저렇게나 발광하는 것을 보니 주인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 나도 조금 빛난다.”
이외에 유남훈이 스킬석을 만지자, 스킬석이 미약한 빛을 발했다.
하지만 한창진처럼 격렬하게 빛을 뿜어내지는 않았다.
그래도 진서나와 배수빈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서나, 수빈이, 남훈이 셋 중에서 고르면 될 것 같은데…. 가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해줘. 만약에 없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의 적성 검사를 시작할 거야.”
“나는 패스할게. 나하고는 그다지 맞지 않을 것 같아.” “독 마법에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나하고는 적성이 맞지 않는 놈이라 포기할게.”
한창진은 스킬석을 하나 얻어놓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두건을 두르고 있어도 보일 정도로 기쁜 모양이었다.
창진의 옆에 앉아 있던 노은아는 그리도 좋냐며 킥킥거렸다.
그러는 사이에 진서나와 배수빈이 스킬석의 소유권을 포기했다.
남은 사람은 유남훈이었다.
유남훈은─.
“─나는 이번에 변변찮은 모습밖에 보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너희가 괜찮다면 이 스킬석은 내가 가지고 싶어.” “”””…….””””
“나한테는 독을 중화시킬 수 있는 기프트가 있어. 만약 내가 기프트와 이 스킬석을 적절히 쓸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
“이번에는 클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이걸 써서 클랜에 도움이 되고 싶어. 부탁할게.”
굳은 표정을 하고.
유남훈이 고개를 숙였다.
클랜원들은 잠시간 말이 없었다.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최은혁이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형이 클랜에 도움이 안 됐으면, 대체 도움이 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 거야?”
“맞아. 나는 아예 병상에 누워서 서류처리밖에 못했다니까? 남훈이 너, 나 쪽 주는 건 아니지?”
“아니, 그건 아니고….”
“나는 남훈이 형이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
최은혁, 여우비.
두 사람이 여론을 주도했다.
이윽고 클랜원들도 따라 웃어서는 유남훈에게 스킬석을 양보하기로 했다.
“다음은 프리크 스핑크스의 스킬석을 분배하도록 할게. 하양이 말로는 사람들을 환각에 빠뜨리는 섭리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 그럼 우선적으로 스킬석 적합성 검사를 실시할 사람들을 호명할게.”
“”””…….””””
유남훈에게 스킬석이 넘어가고.
한서현은 다음 스킬석을 언급했다.
클랜원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제3위계 몬스터의 스킬석이었다.
가지고 싶지 않을 리 없었다.
특히 프리크 스핑크스를 쓰러뜨린 사람들은 훨씬 긴장이 됐다.
“─스킬석과 적합성이 있는 사람은 은하, 아라, 카에데네.”
“나는 포기할게. 멀리서 몬스터를 공격하는 입장상, 저 마법을 사용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으니까.”
은하, 조아라, 카에데, 최은혁, 진파랑, 강시형 등등.
호명된 사람 중에서 적성을 보인 사람은 세 명이었다.
그때 카에데는 손을 들어 스킬석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은하 역시 손을 들었다.
“나한테도 그다지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이런 부류의 섭리는 아라처럼 캐스터가 쓰기 적절할 것 같아.”
“…은하야, 카에데. 둘 다 고마워. 너희한테 꼭 도움이 되도록 할게.”
은하는 진즉에 세뇌계열의 마법을 2개나 가지고 있었다.
프리크 스핑크스의 섭리가 그다지 끌리지 않은 이유였다.
결국 스킬석은 조아라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스킬석은─.
“─예경의 스킬석을 분배하기 위해 전투에 참여한 사람들을 호명할게.”
“라이브러리로 조사해봤는데, 이건 어떤 섭리가 들어있는지 추측할 수 없었어. 직접 시험해보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아.”
“”””…….””””
제3위계 오버랭크 예경의 스킬석.
회의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클랜원들은 예경의 스킬석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예경의 스킬석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었다.
예경을 쓰러뜨리는데 일조한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은하, 류연화. 이상 두 사람인데 이견 있는 사람 있니?”
“”””…….””””
“없으면 이대로 진행할게.”
류연화가 스킬석을 손에 쥐었다.
스킬석 두 개가 번쩍 빛을 발했다.
“은하야, 자.” “고마워.”
이내 은하의 손에 들어온 스킬석들.
그는 예경의 스킬석에 어떤 섭리가 담겨 있는지 예상하고 있었다.
이전 삶에서는 재밍 마법과 광범위 포격을 가할 수 있는 마법이 들어 있었어. 아마도 별 일이 없다면…, 이번 삶에서도 같을 거야.
스킬석에 마나를 불어넣는다.
순간 노란 스킬석 안에서 빛줄기가 새어나왔다.
“”””…….””””
단면을 투과하는 빛줄기.
스킬석의 빛은 옅었다.
류연화가 발휘한 빛에 비해 훨씬 미치지 못했다.
적성이 맞지 않는 것이다.
은하는 곧장 다른 하나의 스킬석에 손을 대었다.
이번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 같았을 때─.
─화아아악!!
“”””……!!””””
이때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느닷없이 스킬석이 내부에서부터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한창진의 스킬석이 뿜었던 빛하고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으로 찬란한 빛을 발했다.
빛이 회의실을 노랗게 물들였다.
“─결정 났네. 그건 은하가 가지고, 나머지 하나는 연화 언니가 가지면 되겠네.”
클랜원들이 빛에 심취해 있는 중.
한서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은하의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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