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95
만약 김유하라는 사람에게 이명을 붙일 수 있다면.
은하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당장 란 이명을 붙일 것이다.
그만큼 김유하란 인물은 회귀 전에 노은하를 취재하기 위해 집요하게 따라다닌 기자였다.
그런데 설마 그런 녀석이랑 내가 같은 초등학교를 나올 줄 몰랐지.
그런데 회귀를 하고 나서도 은하는 종종 김유하에게 쫓겨 다녀야 했다.
하필이면 이전 삶과 달리 은하가 인천에 위치한 초등학교가 아니라 도안초등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기구한 인연이었다.
덕분에 이십오를 만나기 전까지, 초등학교에서 유하한테 많이 도움을 받기는 했었지.
물론 은하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이십오를 휘하에 두게 되면서.
김유하라는 이름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은하가 그의 이름을 듣고 선뜻 기억하지 못한 것이다.
여하튼 은하는 초등학교를 졸업해 오랜만에 김유하를 만나게 됐다.
“은하 형,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아카데미에 들어간 이후부터 연락이 안 될 수가 있어요? 저한테 연락한다고 했었잖아요!”
“미안, 까먹었나 보다.”
“와, 진짜 너무해.”
“네가 먼저 연락해도 됐잖아.”
“은하 형이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잖아요. 아직 스마트폰이 없어 번호를 주기 힘들다고. 그래서 제가 제 번호를 드렸는데….”
“아, 그러고 보니까 그때는 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지. 뭐, 이제 와서 그때 일을 가지고서 얘기해봤자 어쩌겠어. 지금에 와서 다시 만났으면 된 거지.”
“아, 이게 노은하 인성이란 거네요. 아까 1층 라운지에서 민지 누나랑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김민지 걔는 진짜….”
판도라 클랜회관, 은하의 집무실.
은하는 한서현, 정하양을 대동하고 김유하와 인사를 나눴다.
김유하는 집무실에 들어올 때부터 대뜸 서운함부터 토로했다.
정하양도 이것은 아니다 싶었는지 조용히 은하를 흘겨보았다.
“사담은 여기까지만 하고.” “”””…….”””
그때 한서현이 대화를 끊었다.
샤키라가 은하의 집무실까지 타온 커피를 한 잔 마신 그녀가 말했다.
“사담이나 하기 위해 새나라일보 수습기자라는 직함을 내세운 것은 아니겠지. 그래요, 저희 클랜로드의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요?”
“네! 최근 으로 불리는 판도라 클랜로드 노은하 플레이어를 인터뷰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시간이 되면 인터뷰를 허락해줄 수 있을까요?”
김유하가 재빨리 자세를 바꿨다.
허리를 곧게 편 그가 눈을 빛내며 세 사람에게 사정했다.
이에 한서현은 흠 소리를 냈다.
“고등학생이 10대 중앙종합일간지 중 하나인 새나라일보의 수습기자가 됐다니 참 신기하네요.” “사실, 대학교에 진학하고 학업과 기자 생활을 병행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은하 형이 예경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에게 좀 떼를 써서, 수습으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고등학생이라고 기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아버지께서 뭐하는 분이신데 아직 식견도 넓히지 못했을 고등학생에게 대형 언론사에 자리를 만들어줬는지 궁금하네요. 물론, 이러한 세상에서 고등학생이 기자가 되지 말란 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요. 식견이 넓고, 실력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버지는 새나라일보 부사장으로 계십니다. 현재 주필을 맡고 있기도 하고요.”
“새나라일보의 주필이라….”
“”…….””
낙하산을 탔다고 고백하는 김유하.
그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서현.
은하와 정하양은 두 사람의 대화에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은하가 정하양에게 슬쩍 물었다.
“원래 정재계에 사는 애들은 저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거야?”
“서현 언니니까 그런 거 아닐까?”
“하긴….”
속닥속닥.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는 중에도 한서현과 김유하는 업무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은하와 친분이 있다고 하니 나도 말을 놔도 되겠지?”
“당연하죠! 은하 형과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형수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하양 형수님도요!”
“형수님이라, 듣기 좋은 표현이네. 그래, 어쨌든 네가 은하를 인터뷰해 의 명성을 널리 알리고, 그걸 완전히 이명으로 정착시키려는 생각은 잘 알겠어.” “네, 형수님 말이 맞아요! 사람들이 , 등등…. 여러 이명을 사용하고 있는데 저는 이라는 이명으로 확고히 정착시키고 싶어요!” “라는 이명은 이제 슬슬 물릴 때가 되기도 했지. 무엇보다도 란 이명 때문에 은하가 아직도 아카데미 학생이라는 인식을 받고 있기도 하고. 그러니 이명을 새로이 고치는 것은 찬성이야. 다만 의문이 하나 있는데….” “네, 말씀해주세요!”
“고등학생이란 나이와 수습기자란 직위로, 영웅으로서 추앙받고 있는 은하를 널릴 알릴 수 있는 신뢰성과 타당성이 있을 거라고 보니?”
“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 아버지께서 제가 정말로 만약 은하 형의 인터뷰를 따내게 된다면 이름을 빌려주겠다고 했으니까요. 기사는 새나라일보 1면 전면부에서 아버지 김공정 주필이 보도한 걸로 나갈 거예요. 아쉽지만…. 전 일단 기사를 작성하는데 참여한 것만으로 만족해야죠.”
“흠, 그거라면 괜찮지. 안 그래도 단군일보나 KK그룹의 건국일보 등, 판도라클랜을 비판하는 입장을 보인 10대 중앙종합일간지를 제외하고서 독점으로 은하 기사를 쓰게 하려는 생각이었으니까. 새나라일보라면…, 나름 중립적인 이미지니 나쁠 것도 없기는 하지.”
한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않아도 그녀는 일을 하면서 판도라클랜을 본격적으로 홍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인터뷰하기를 싫어하는 은하에게 인터뷰를 시킬 생각도 하고 있었고.
“은하도 너한테 빚을 진 게 있으니 인터뷰를 거절하지는 못하겠지.”
“유하한테 도움이 받은 게 있으니 거절하지는 않겠는데, 하나만 묻자. 대체 이란 이명은 뭐야? 나는 처음 듣는데.”
은하도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의문이 샘솟았다.
조금 전부터 대화에서 종종 언급된 이라는 이명.
진홍의 날개라는 뜻인가? 아마도 예경을 쓰러뜨리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불리고 있던 모양인데….
언제부터 그렇게 불리게 된 거야?
한서현과 정하양을 보니 알고 있던 기색이었다.
오히려 두 사람은 은하에게 그걸 왜 모르느냐는 눈빛을 보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예경을 쓰러뜨리고 얼마 안 되어서 의정부까지 간 데다, 일반인들에게 얼굴을 비춘 적도 없었는데.
은하는 무언의 시선으로 항의했다.
그제야 김유하가 설명해주었다.
“은하 형이 한 번 죽고 부활해서 예경을 상대할 때, 등에서 세 쌍의 날개가 돋아났잖아요. 그때 날개가 진홍색으로 불타올라 그런 이명으로 불리게 된 거예요.”
“난 안 죽었는데….”
“사람들한테는 그리 알려져 있어. 굳이 부정해야 하는 이유도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두는 중이었고. 그게 더 네 위엄을 높여주기도 하고.” “그렇기는 한데…. 어쨌든 이명을 그걸로 정착시키겠다는 거지?”
“네! 그걸 제가 하게 해주세요! 꼭 은하 형의 이명을 정착시킬 수 있는 영예를 얻고 싶어요!” “영예라니 표현이 거창하네.” “그야 저한테 은하 형은 신인걸요! 이미 은하신교에도 가입해서 어서 활동하기만을….”
“은하신교? 그건 또 뭐야?”
“이야기는 이쯤하자.”
김유하가 뭐라고 나불거린다.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한서현이 대화를 중재했다.
“은하 너도 불만은 없는 것 같으니 새나라일보에 은하 인터뷰를 싣자는 이야기는 좋아. 하지만 이왕 전면에 대대적으로 나오게 되는 기사라면, 은하 인터뷰 말고, 다른 내용까지 넣어줄 수 있을까?”
“다른 내용이요?”
“지금 이명이 정착되지 않은 것은 은하뿐만 아니라 판도라 클랜원들 전원이니까. 어떤 이명이 좋을 건지, 많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기회에 한꺼번에 정착시키는 게 낫겠지.”
“그, 그거라면 기사 전면을 모조리 판도라클랜으로 도배할 수가 있을 거예요!”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아. 그러다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으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은하와 클랜원들의 이명을 홍보하고 싶을 뿐이야.”
“당장 아버지한테 전화해볼게요!”
우당탕 소리를 내며.
김유하가 잔뜩 흥분하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한서현은 생각에 잠긴 눈치였고.
그녀에게 행정 업무를 맡긴 은하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긴, 언론사랑 작당하고 이명을 대놓고 홍보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고 나서 홍보하는 편이 좋기는 하지.”
“빠빠! 삐삐! 삐뿌!” “네가 이명이 왜 필요해? 그냥 넌 얌전히 불닭이나 해.”
“뿌뿌.”
☆
은하의 인터뷰가 끝이 났다.
또한 클랜원들의 이명은 한서현이 가급적 그들의 선호도를 반영해서 정했다.
그러자 김유하는 불쑥 클랜회관을 구경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클랜회관을 구경하는 건 핑계고, 사실은 구경하면서 만나는 클랜원들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요!”
“그래, 알아서 해라.”
정하양은 일을 하러 돌아가고.
은하는 안내해주기로 했다.
김유하는 모든 층을 돌아보고서는 일일이 사진으로 남겼다.
“오, 지하 1층에는 사진이 많네요? 그림도 있네…. 아, 저 그림 알아요. 저도 은하 형이 하고 싸우는 영상을 봤거든요.” “…친구가 만들어줘서 걸은 거야. 난 반대했지만, 클랜 홍보 차원으로 걸자고 해서.”
“저 옆에다가 이제 으로 거듭나는 그림도 같이 걸려 있으면 딱이겠는데요?”
“필요 없어.”
지하 1층 홍보관.
입구 근처에는 클랜 홍보 자료가 배치되어 있었다.
한서현이 만든 것이다.
은하는 김유하가 차은우의 사진을 둘러보는 사이, 홍보 자료를 집었다.
판도라클랜은 아카데미 학생들이 기존 클랜들과 궤를 달리하기 위해 창설한 클랜이라….
홍보 자료는 아직 얇았다.
기껏해야 자신이나 서브 로드들의 프로필이 전부였다.
하긴, 여기에 있는 자료도 아직은 많지 않지.
은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은 자신이나 공을 세운 클랜원 프로필밖에 없었다.
빈 공간은 사진으로 채웠을 뿐.
하지만 앞으로 이 공간은 여백이 남아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때가 기다려진다.
그러던 중─.
“─차은우 플레이어! 만나서 정말 영광입니다!”
“응?”
김유하가 차은우를 찾아냈다.
은하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가니 홍보관 안쪽에 차은우가 있었다.
“아, 은하야.”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이 공간은 어떤 사진으로 채울까 고민하고 있었지. 재건 작업 사진은 저쪽에다 채웠으니까, 이 공간에는 던전 공략 사진을 채울까…. 어때?”
“나쁘지 않네. 서현이랑 협의해서 네 마음대로 해.”
김유하를 보고 눈을 말똥말똥 뜬 차은우, 그녀가 은하를 보고 긴장을 풀었다.
“그런데 이분은…. 그 기자님?”
“네! 안녕하세요! 차은우 플레이어의 홍보를 하게 된 김유하라고 합니다!”
“음, 꽤 어려 보이는데….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은우가 눈을 가늘게 모았다.
그녀가 김유하와 대화를 하는 한편 은하에게 시선으로 물었다.
은하는 어깨를 으쓱였고.
차은우는 개의치 않기로 했다.
“그럼 차은우 플레이어. 사람들이 최근 차은우 플레이어가 제4위계인 삼각지 대장두터비의 독을 해독하는 마법을 만들고, 구호 활동을 다니며 사람들을 치료하는 모습을 보고는 라 부르게 됐는데요. 해당 이명을 들으면 어떠신가요?”
“라니, 저한테는 과분하죠.”
“아, 라는 이명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따로 있고, <전장…."
"라니, 저한테는 과분하죠.”
“”…….””
라니.
어지간히 싫은 모양이었다.
차은우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암묵적으로 경고했다.
그렇게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전 그냥 저에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인걸요. 구해야 할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구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래도 라고 불리게 된 거, 앞으로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답게 살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제대로 준비를 하지도 않았거만.
차은우는 아주 자연스럽게 사진이 잘 나오는 포즈를 취하거나,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질문에 답했다.
아카데미에서 다년간 배운 경험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하나─.
─그건 그렇고 라.
…은우다운 별명이기는 하네.
차은우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썩 어울리는 이명이었다.
김유하의 이야기를 들으니, 현재 그녀를 가리켜 부르는 이명 중에는 란 것도 있는 듯했다.
안타깝게도 차은우는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지만.
그렇지만 이명이란 직관적일수록 좋은 법이었다.
이명은 플레이어의 지명도였고.
단순하고 직관적이면 이명과 함께 플레이어의 이름을 금세 떠올릴 수 있었다.
부끄러운 건 알겠지만 그냥 나처럼 신경을 쓰지 마.
은하는 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며 키득거렸다.
물론, 차은우는 은하의 마음을 1도 알아주지 않았다.
“─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판도라클랜에 얼마 전쯤에 님도 입단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이리야 언니요? 리야 언니는 바로 아래층에 있을 거예요. 거기서 클랜원들이랑 작업하고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은하 형, 가요!”
어느덧 김유하가 인터뷰를 마쳤다.
차은우와 악수한 것을 영광이라며 호들갑을 떨던 김유하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은하도 그 뒤를 따랐다.
“와…. 여기는 뭘 하는 건가요?”
“성당을…. 만든다고 하더라고.”
“성당이요?” “어.”
지하 2층.
그동안 해당 층은 어떠한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얼마 전, 이리야가 이곳을 미사를 볼 수 있는 성당으로 만들어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마나교를 탈퇴하고 와서 여기에다 종교를 새로 만들겠다고 하니 정말 어이가 없기는 했었지.
당연히 은하는 반대했었다.
은하는 신을 믿지 않았으니까.
그러자 이리야가 그것을 간파하고 말한 것이다.
‘마나신을 위한 종교를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에요. 이번 재앙으로 인해 사람들의 가슴에는 지우지도 못하는 상처가 생기고 말았어요. 그래서 전 그들을 달래기 위해, 그들이 의지할 장소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종교를 만들고 싶은 거예요.’
종교는 단순히 신을 믿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심적으로 의지할 대상이 없다거나,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기능이 있기도 하다.
은하 역시 인정하는 바였다.
그렇다고 하나 진실로 신이 없는 종교란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조차 이리야는 답했다.
‘신은 저희들 마음 안에 있답니다. 그리고 제가 만들려는 종교는 신을 숭상하고, 숭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숭상하고, 숭배하는 거예요.’
‘인간? 무슨 인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 그들 모두를 존중하는 종교인 거죠. 그리고 개인의 성찰을 통해 마침내 신이라 불릴 만큼 성인으로 거듭난 사람을 숭상하고, 숭배하는 거고요.’
그때 은하는 이리야가 하는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청사진이 워낙에 방대했고.
애초 은하는 이리야의 청사진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은하가 관심을 보인 것은 마나교를 탈퇴했는데에도 이리야가 아직도 많은 신도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재앙이 일어나면서 민심이 흔들리게 될 거야. 그러니 민심을 달래기 위해 종교의 역할이 필요하기는 해.’
마나교의 교주가 사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마나교는 아직도 건재해, 여전히 세를 불려나가고 있었다.
따라서 은하는 마나교에 대항하고, 선녀정부에게 도움이 되는 종교를 만드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서현을 비롯한 서브로드들은 다른 측면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기도하기 위해서 반드시 판도라 클랜회관을 찾아오게 된다면 그만큼 판도라클랜의 이름을 알릴 기회가 되는 거겠지.’
‘나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길게 본다면, 그들이 판도라클랜을 친숙하게 느끼게 되고, 간혹 의뢰가 생길 때면 다른 클랜보다 우리한테 의뢰를 맡기려고 할 거 아니야.’
‘기도하러 오는 길에 의뢰도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 나도 나쁘지 않다 생각해. 찬성이야.’
클랜을 홍보하는 기능.
나아가 종교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판도라클랜을 선호하게 되는 기능.
목민호, 노은아, 정하양.
서브로드 삼인방도 크게 찬성했다.
그렇게 하여 이리야가 클랜회관에 종교를 만들게 된 것이다.
물론, 은하는 이리야를 불러서는 승낙에 앞서 족쇄부터 채웠다.
‘종교를 세워놓고 홀라당 도망치면 곤란하기도 하고, 너 하나만 믿고 종교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도 일단 생각해야 해서.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물론이죠. 저는 무보수로 일해도 좋아요. 주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무보수로 일하게 할 생각은 없어. 그러다 마나관리기구로부터 한소리 들을 일이 있게…. 자, 계약서야.’
‘어디다가 싸인 하면 되나요?’
‘읽고 나서 싸인 해.’
‘어디다가 싸인 하면 되나요?’
‘적어도 읽는 시늉은 하지 그래.’
‘어디다가 싸인 하면 되나요?’
‘하, 그냥 내가 대충 설명해줄게. 얘도 이제 보니 정상이 아니었어…. 정상이었으면 마나교에 입교하지도 않았겠지, 젠장.’
그녀에게 채워진 족쇄는 3개였다.
하나, 이리야가 아카데미에 편입해 정식 플레이어가 될 때까지 걸리는 비용은 판도라클랜이 부담한다.
이에 이리야는 반드시 판도라클랜에 입단해야 한다. 입단 후, 그녀는 투자 비용을 회수할 때까지 4:6의 정산비를 유지한다.
하나, 투자 비용을 회수한 이후로 그녀의 정산비는 6:4로 고정된다. 정산비는 추후 실적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이때, 성과급은 별개로 지급된다.
하나, 이리야는 판도라클랜과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다.
따라서 계약을 맺은 시점으로부터 10년 동안 클랜을 탈퇴할 수 없다.
또한 계약 기간이 만료되고 그녀가 사전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계약은 그녀의 의지와 관계가 없이 자동으로 3년씩 연장된다. 그리고 판도라클랜은 그녀에게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고 통보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
‘네! 알겠어요! 싸인 할게요!’
‘…정말 듣기는 한 거야?’
‘결국 절 평생 보살펴주신다는 것 아닌가요? 저는 그냥 주님만 있으면 그것만으로 좋아요.’
‘마음대로 생각해라.’
그야말로 불평등한 조약이었다.
그럼에도 이리야는 냅다 서명해서 판도라클랜에 가입단했다.
‘마나신 개X끼 해봐.’
‘마나신 개X끼!’
이리야는 개였다.
은하가 처음 보았을 때만 하더라도 현명한 듯한 기품을 보이던 그녀는 어느새 개가 되어 있었다.
은하가 뭐라 하면 아무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순종적으로 따를 정도였다.
여하튼 그리하여 지하 2층에서는 성당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머, 자기. 여기는 어쩐 일이야?”
“어? 은하은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클랜원들도 일을 돕고 있는 중이었다.
긴 의자 하나를 혼자 거뜬히 들고 지나가던 봉구래.
뒤이어 박스 세 상자를 낑낑대면서 들고 따라가던 아리엘.
두 사람이 은하에게 다가왔다.
키가 작은 아리엘은 박스에 가려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와…. 님이랑 님이다.”
“여기에서 작업하고 있던 거였어? 아리엘 넌 기록보관실에서 도망쳐서 여기로 온 거고?”
“헤헤! 나는 어려운 일은 잘 몰라! 이렇게 몸 쓰는 게 좋아!”
김유하가 뭐라 중얼거리든 말든.
은하는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아리엘이 박스 세 상자를 든 채로 룰루랄라 걸음을 선보였다.
은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던 때였다.
이리야도 은하를 발견하고 재빨리 뛰어온 것이다.
“주님!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
“초등학교 후배한테 클랜회관을 좀 구경시켜주려고. 작업은 잘 돼가고 있어?”
“네! 제가 새로 종교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분들도 찾아와서 일을 도와주고 있는 중이에요! 조만간에 완성될 거예요.”
“그러면 다행이고.”
은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은 인부들이 일하고 있었다.
은하의 시선을 받은 그들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이리야 때문에 그런가?
아니면 내가 클랜로드라 그런가.
다들 날 깍듯하게 대하네.
은하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클랜로드라고 부르라니까 왜 자꾸 주님이라 부르는 거야?”
“그야 주님이니까요!”
영문을 모르겠는 소리.
그럼에도 이리야는 뭐가 좋다는지 화사하게 웃기만 했다.
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종교 이름은 정했어? 뭐라 지을 건지 정해지면 은아 누나나, 서현이한테 알려줘.” “네, 그럼요. 주님께서도 듣게 되면 분명 깜짝 놀랄 거예요.”
“마나신 같은 거나 하지 말고.” “다시 개X끼라고 욕해볼까요?”
“그래, 마나신처럼 이상한 신이나 광신하는 집단만 아니면 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은하는 종교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와 서브로드, 행정관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안녕하세요! 님! 실례지만 인터뷰 가능할까요?”
나중에 신문을 보게 되고.
은하는 크게 후회하게 된다.
새나라일보
선력 15년 6월 14일
[김공정 주필 칼럼]“영웅은 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재앙을 이겨낸 우리들 모두가 영웅인 거죠.”
노은하(19)
플레이어 아카데미 031기 졸업생 노은하 플레이어의 업적은 굉장히 놀랍기만 하다.
그가 졸업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몬스터 군세의 서울 침공을 막아낸 일등공신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제3위계 오버랭크 몬스터 예경.
제3위계 몬스터 시져 호퍼.
제3위계 몬스터 프리크 스핑크스.
노은하 플레이어는 이번 재앙에서 제3위계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는데 공헌했다.
그중에 예경과 프리크 스핑크스를 직접 토벌하기까지 했다.
선녀정부가 정부가 수립된 이후로 한 번도 개방하지 않았던 을지 등급 보물고를 개방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은하 플레이어의 공적은 단순히 그것뿐만이 아니다.
노은하 플레이어는 강북의 코쿤을 대체하기 위해서 의정부에 잠입해, 의정부 탈환전 시기 방치된 코쿤을 회수해오기도 했다.
…(중략)…
그러한 이유로 세간에서는 노은하 플레이어를 가리켜 이라 부르고 있는 중이다.
그날, 노은하 플레이어가 예경과 전투를 벌일 때 보인 광경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할 정도다.
우리는 어쩌면 살아있는 신화라고 불리고 있는 과 같은 새로운 신화의 탄생을 볼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 노은하 플레이어는….
…(중략)…
서울 침공에서 활약한 사람은 비단 노은하 플레이어만이 아니다.
판도라클랜은 다른 클랜들과 달리 전투에 참가한 모든 플레이어들이 충무 등급의 공적을 인정받았다.
심지어 류연화는 노은하 플레이어와 같이 을지 등급의 공을 인정받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들은 재건 작업에 나서며 우리 일상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중략)…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에요. 그때는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어요.”
김민지
김민지 플레이어의 일과 중 하나는 용산구의 재건작업을 돕는 일이다. 쥐를 부릴 수 있는 그녀는 지반이 무너질 수 있는 공간으로 쥐를 보내 주변을 탐색한다고 한다.
시져 호퍼로 인해 한때 강북에는 일시적인 식량난이 발생했을 때는 물자를 보급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
그때, 그녀는 남아 있는 식량으로 조리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창작해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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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최은혁
한편 제3위계 프리크 스핑크스를 쓰러뜨리는 작전에 일조한 최은혁 플레이어도 빼놓을 수 없다.
고등아카데미에서 살아있는 신화 에게 가르침을 받은 최은혁 플레이어는 자신 역시 스승의 뜻을 잇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는 새로운 별이 출현했다면서 그를 이라 부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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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판도라 클랜회관 지하에서는 종교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마나교에서 라 불린 이리야 성녀가 마나교를 탈퇴하고 판도라클랜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제시해주기 위해서 종교를 만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마나교와는 궤를 달리한다. 마나교가 마나신을 숭상하는 거라면 새로이 만들어질 종교는 신이 아닌 인간을 존중한다.
“주님께서는 저에게 신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헤아리면, 우리 모두는 깨달음을 통해 언제든 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마나를 간직하고 있다.
즉, 신이란 존재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신이 될 수 있게 된다.
이리야 성녀는 그렇게 말했다.
“인간은 위대합니다. 주님께서는 자신의 강함이 신의 안배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믿으면, 강해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만큼 인간이란 광대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신이 아니라, 오직 주님과 인간의 가능성을 믿을 따름입니다.”
이리야 성녀가 본지에서 밝히기를, 은하신교는 내달 7월에 첫 미사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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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판도라 클랜원들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하는 바이다.
시련은 우리를 더욱 굳건하게 하고 새로운 영웅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선력 15년
노은하
노은아
목민호
정하양
강시형
김민지
류연화
배수빈
봉구래
조아라
진서나
진파랑
차은우
최은혁
한창진
호시미야 카에데
아리엘
여우비
유남훈
이리야
이천서
새나라일보가 이번 서울 침공에서 전투에 참여한 클랜원들을 정리한 명단이다.
명단은 클랜로드, 서브로드, 간부, 클랜원 순으로, 다음으로 사전 정렬 순서로 정리했다.
이리야의 경우에는 플레이어가 아니라고 하나 그녀의 공을 무시할 수 없기에 게재한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