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698
판도라 클랜로드의 뜻은 명확했다.
클랜로드들 및 그들이 이끌고 온 플레이어들은 회의장에 늦게 들어온 노은하를 보고 확신했다.
까불지 말라는 거로군.
쉽게 말하자면 그런 것이었다.
위아래를 명확히 각인시키는 걸로, 행여나 자신과 어깨를 두를 생각을 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그동안 몇몇 클랜들이 노은하에게 은연중 말을 놓으려 하고는 했는데, 아무래도 노은하는 그러기를 바라지 않는 듯했다.
그래, 나이가 적다고 해도 그래도 명색이 지역 대표를 맡는 사람이지.
격식을 차려서 대우해달라는 거야. 아니, 격식을 차리지 않으면 자신이 가만 두지 않겠다는 건가.
클랜로드들은 조용히 장내에 있는, 판도라 클랜원들의 기세를 살폈다.
“”””…….””””
그들은 체내 마나를 발하며 직접 위협을 가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회의장을 경호하는 이들의 유명세를 간과할 수는 없었다.
류연화.
한창진.
목민호.
유남훈.
배수빈.
다섯 사람은 이번 재앙에서 제각기 공훈을 세운 이들이었다.
저들이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살짝 기세를 드러내 압박을 가하려는 생각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한편─.
“─다음으로 클랜 관할세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회의는 차곡차곡 진행되었고.
중요치 않은 회의들이 지나가고, 마침내 클랜로드들이 기다리고 있던 회의 주제가 찾아왔다.
그들은 행정관 한서현이 꺼낸 말에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세율을 내려야 하네.
이번 재앙 때문에 받은 타격이 커, 판도라 클랜로드에게 세율을 낮춰 달라고 권고해야 한다고.
클랜 관할세의 하향 조정.
클랜로드들이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회의에 참석한 목적 중 하나였다.
그들은 관할세 비율을 내리는 것에 의견을 일치하고 있었다.
“이번 재앙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재산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로 인해 판도라클랜은 지역민들에게 거두는 관할세를 향후 3년간 기존 10%에서 5%로 하향하기로 했습니다.”
“동의합니다. 시국이 시국이니까 지역민들에게 기존 세율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지역민들이 환영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제가 이태원 주민들을 대표해서 말하려고 했습니다.”
한성 클랜로드, DM 클랜로드.
그리고 데이비드 김.
세 사람을 비롯하여 클랜로드들이 동의를 표했다.
한편으로 DM, 한성 클랜로드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판도라클랜이 주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율을 낮췄다.
그렇다는 건 클랜들에게도 당연히 세율을 낮추겠다는 것 아닌가?
그들은 내심 기대했다.
이번 재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클랜들은 힘을 되찾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터였다.
그만큼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며, 그때까지 허리띠를 바짝 조여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니 그들은 판도라클랜이 부디 클랜 관할세를 낮춰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 달리─.
“─따라서 판도라클랜은 주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지역 발전을 위해 힘써주신 분들께 많은 도움을 바라고 있습니다.” “”””……?””””
“여러분이 판도라클랜에 납부하는 관할세 중 5%는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기존 클랜 관할세에서 5%를 인상한 10%의 관할세를 납부하면 됩니다.”
한서현이 웃으며 말한다.
클랜로드들은 할 말을 잃었다.
10%라니.
일반적으로 지역 대표 클랜이 해당 지역 내 위치한 클랜에게 요구하는 관할세는 마나관리기구에 납부하는 세금의 10%였다.
그러니 판도라클랜이 요구한 바는 너무 많은 것도, 너무 적은 것 또한 아니었다.
다만 클랜 대표가 비일비재 바뀌는 용산구와 중구에서는 행여나 추후에 보복을 당할 걸 우려해 주민들에게 10%를 가져가는 한편, 클랜들에게 5%를 가져가고는 했다.
그런데 판도라클랜이 그것의 2배, 심지어 클랜들이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10%를 내놓으라고 말한 것이다.
“그건 좀…. 조금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판도라 클랜로드. 저희들 사정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눈 뜨고 코 베일 수는 없다.
정신을 차린 DM, 한성 클랜로드가 소극적으로 부정했다.
그들이 굽실거리면서 노은하에게 선처를 요구했다.
다른 클랜로드들도 그들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지역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서요. 판도라클랜은 용산구와 중구가 3년 이내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희가 3년 동안 긴축 재정에 들어가면서 다 같이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한서현이 대뜸 답했다.
그녀가 지역 발전을 호소했다.
아주 훌륭한 명분이었다.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었지만, 다섯 개 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 판도라클랜에게 긴축 재정이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재정에 허덕이게 되는 클랜들은 판도라클랜이 아닌 바로 자신들이 될 터였다.
더군다나 판도라클랜은 관할세를 받는 입장이었다.
‘다 같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었다.
판도라클랜은 그저 그들의 기금을 투명하게 운영한 결과를 내놓으면서 지역 발전을 지휘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돈은 우리가 내고, 그 돈을 써서 지역 발전을 꾀하는 판도라클랜은 주민들의 지지를 받게 되겠군.
우리가 얻어가는 게 하나도 없어.
클랜로드들은 입을 다물었다.
좋을 게 하나도 없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명분을 받아치는, 적절한 명분을 찾아내려고 했다.
그렇게 그들이 머리를 굴리는데─.
“─세율이 굉장히 낮군요. 그 정도 관할세라면 납부할 수 있습니다.”
“”””……!!””””
별안간 입을 연 .
팔짱을 끼고서 의자에 몸을 맡긴 그가 훗 하고 웃었다.
그러고는 눈을 가느다랗게 떠서는 용산구의 클랜로드들을 주시했다.
“그 전까지, 이태원은 불평등하게 20%의 관할세를 내야 했으니까요. 물론, 저희가 합법적인 세력으로는 인정을 받지 않기는 했지만.”
이에 용산구 클랜로드들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그동안 그들은 이태원이 독자적인 세력을 갖추도록 인정하는 대가로 높은 수준의 관할세를 요구해왔다.
은 그때마다 별 수 없이 관할세를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여러분들도 이번 재앙에서 피해를 입어, 혹시나 너무 높게 책정한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했는데 말이죠.”
“10%는 일반적인 수치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용산구에서 걷은 관할세는 높은 축에 속했던 거고요. 거기에 비교하면 아주 싸게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감사합니다.”
이 여론을 주도한다.
클랜로드들이 거절할 명분은 더욱 힘을 잃게 되었다.
동시에 지역 갈등이 일었다.
하여간…. 용산구 놈들이 문제야. 폭리를 취해도 적당히 취할 것이지, 이태원에 20%를 매긴답니까?
중구 클랜들이 용산구 클랜들에게 심기가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용산구 클랜들은 불쾌해하면서도 그들에게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10%.”
“”””…….””””
“여러분이 좀 고생하세요. 클랜이 지역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었던가요?”
지금까지 모든 회의를 한서현에게 맡기고 있던 노은하.
그가 대뜸 입을 연 것이다.
노은하의 말은 쐐기가 되었고.
명분을 찾던 클랜로드들은 끝내는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
현재 시점에서 10%의 관할세는 클랜들에게 부담이 될 터였다.
그럼에도 은하와 한서현은 10%를 감행했다.
우리는 아직 규모가 작아. 그러니 저들이 재정에 허덕이고 있는 사이 덩치를 부풀려야 해.
애초 10%를 감행한 목적 자체가 클랜들에게 부담을 지우기 위함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10% 중 5%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말한 것이다.
사실상 판도라클랜이 얻는 이익은 다른 지역 대표 클랜들이 그렇듯이 5%밖에 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선생님을 이 자리에 초대하기를 잘했네.
한편 은하는 가까이에 앉아 있는 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는 회의에 참석하고서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덕분에 클랜로드들은 명분을 잃고, 에게 끌려다녀야 했다.
도미니크 넌 고개나 돌려라.
시선이 부담스럽다.
한편 은하가 에게 시선을 주게 된 것으로 인해.
은하는 뒤편에 서 있는 도미니크와도 눈이 마주쳤다.
그가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은하는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고개를 돌렸다.
“─이것으로 지역총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그사이, 지역총회가 끝이 났다.
클랜로드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고 있었던 바를 하나도 쟁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3년 뒤에는 지역이 안정될 테고, 그렇게 되면 판도라클랜이 완전하게 용산구와 중구를 통치하게 될 것을.
그러고는 관할세 10%를 유지하며 주민들에게 사용되던 5%도 홀라당 가져갈 것을 말이다.
이걸로 용산구와 중구의 클랜들이 우리 클랜을 거스르지 못할 거야.
적어도 3년은 우리가 짖으라 하면 깨갱 하고 짖어야 할 테고, 나머지 7년은 본격적으로 힘을 비축하면서 인내의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
저들은 잠재적인 경쟁자였다.
은하는 그들이 가진 힘을 빼앗아, 향후 10년 동안 자신들에게 제대로 거스르지 못하게 될 상황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렇다고 하나 저들을 이리 모질게 대할 수도 없는 법이었다.
저들은 경쟁자이면서 아군이었다.
“클랜원들이 밑에서 회식 자리를 준비했다니까 아래로 내려가시죠. 선배님들,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저들의 기분을 풀어주어야 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은하는 그들에게 살갑게 말을 건넸다.
클랜로드들은 불편한 기색을 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들도 여기에서 사이가 더 험악해져봤자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럽시다. 판도라 클랜로드, 술은 좀 합니까?”
한성 클랜로드를 시작으로.
몇몇 클랜로드들이 은하의 제안에 호응했다.
그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니, 불만을 품은 클랜로드들도 마지못해 응할 수밖에 없었다.
“편히 앉으세요. 맛있게 드시고요. 선배님들, 조금 전에는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흠, 사람이 늦을 수도 있는 거지. 그래도 다음부터는 그러지 맙시다. 판도라 클랜로드, 한 잔 받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판도라 클랜회관 3층 카페테리아.
일렬로 붙여져 있는 테이블 위로 술과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그들은 회식을 즐겼다.
은하의 근처에 앉은 과 한성 클랜로드가 술을 권했다.
은하는 사양하지 않았다.
확실히, 초대장을 보내 제일 먼저 답신을 준 사람들은 꽤나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네.
회식 자리가 화기애애했다.
특히 은하의 주변에 앉은 사람들은 언제 싸웠냐는 것처럼 서로 웃으며 떠들어댔다.
전부 한서현의 안배였다.
그녀가 판도라클랜의 초대에 응한 사람들 순서로 은하의 근처에 앉게 배치한 것이다.
회의장에서 이어지던 좌석 배치가 회식 자리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그러는 한편─.
“─이렇게 기분이 좋으니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
판도라 클랜원들과 서브로드들이 회식 자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사이.
한서현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린 은하가 입을 열었다.
그들의 시선이 은하에게 향했다.
“뭡니까, 판도라 클랜로드?”
“그래요. 좀 알려주시죠.”
한성 클랜로드의 눈이 반짝였다.
이외 은하의 곁에 있던 사람들이 테이블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조만간에 내려올 지침이라던데, 이번에 새로 출몰한 던전 중 일부는 해당 지역구를 관할하는 클랜에게 공략 편성권을 주겠다더라고요.” “”””……!!”””” “그런데 아시다시피 판도라클랜이 지금 인원이 부족한 상태라서요…. 그래서 정식 공문이 내려오는 대로 몇몇 클랜들에게 도움을….”
“”””저희가 하게 해주십시오!!””””
클랜로드들이 즉각 반응했다.
은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동해 건설에서 이번에 용산구와 중구에서 대규모 건설을 수주하게 됐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건설 기간에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대비해, 저희 클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아시다시피 저희가 인원이 많지 않아 선배님들 도움을….”
“”””저희가 하게 해주십시오!!””””
아주 제대로 걸려들었다.
은하는 욕망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클랜로드들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회의에서 있던 일도 잊고 은하에게 굽실거리고 있었다.
이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야지.
나한테 거슬러봤자 좋을 건 없고, 내 말만 잘 따르면 이런 식으로라도 적당히 챙겨줄 거라고.
판도라클랜에게 호의적인 클랜들을 위주로 키운다.
그리하여 그들이 우방이 되도록 만든다.
은하는 몇 가지 이득을 떨어뜨리자 이리도 좋아하는 클랜로드들을 보고 흡족해했다.
그러던 그때─
─탕!
누군가 술잔을 세게 테이블 위로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향했다.
“”””…….””””
테이블 제일 끝자락.
한때는 용산구의 수장이었으나.
은하의 초대에 가장 늦게 응하면서 말석으로 밀려난 DM 클랜로드가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판도라 클랜로드. 이거, 이제 보니 뛰어난 것은 저한테 검을 들이밀고 협박한 실력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이리 구슬리기도 할 줄 알고….”
꺼이꺼이 웃는 DM 클랜로드.
그가 술잔에 술을 따랐다.
도수 높은 술을 단숨에 삼킨 그가 또 다시 잔을 탕 하고 내려놓았다.
“그래요, 나도 한낱 개인가 봅니다. 판도라 클랜로드가 지금 내놓은 게 참 탐이 나네요.”
“”””…….””””
“하지만 이 자리에 앉아 있으니, DM클랜에게 돌아갈 떡은 아닐 것 같고….”
DM 클랜로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은하에게 걸어갔다.
그가 대뜸 은하의 잔에 담긴 술을 바닥에 흩뿌렸다.
그러고는 자신이 조금 전에 따른 고량주를 콸콸 따랐다.
그가 술잔을 내밀었다.
“드세요, 일단. 용산구 대표가 되신 판도라 클랜로드께 술 한 잔 따라드리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요.”
“”””…….””””
DM 클랜로드가 실실거린다.
은하는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고량주를 쭉 들이켰다.
그러자 그가 도수 높은 술을 잘도 마신다면서 박수를 쳐댔다.
하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때─.
“─체내 마나도 발현하지 않고서 이리도 술을 꿀떡꿀떡 넘기시는데, 저랑 게임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게임이요?” “네, 게임이지요. 용산구 클랜들이 한때 이걸 가지고 의사결정을 많이 논하고는 했습니다. 야, 서브로드! 얼른 가서 그걸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DM 클랜로드가 DM 서브로드를 딱 짚어서는 소리쳤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남성이 이내 어딘가로 사라졌다.
“자네, 설마….”
“그래, 그 설마네. 자네도 예전에 나랑 같이 한 적이 있지?” “창해 클랜로드였던 길성준이 꽤나 즐긴 게임이 아닌가. 자네는 그걸 아직도 하고 있었던 건가?”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한성 클랜로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DM 클랜로드는 어깨를 으스대며 낄낄 웃었다.
이윽고 DM 서브로드가 큼지막한 상자를 가져왔다.
DM 클랜로드가 은하 앞에 상자를 탁 하고 내려놓았다.
“클랜 관할세는 그렇다고 칩시다. 대신 저희 모두가 이 게임을 해서, 이긴 사람들이 판도라 클랜로드가 수주하는 일들을 가져가는 것으로 합시다. 어때요?”
“”””……!!””””
DM 클랜로드가 히죽 웃고.
클랜로드들이 눈을 크게 떴다.
이 이야기를 좋아라 하는 사람들은 DM 클랜로드처럼 말석에 앉아서 손가락이나 빨아야 한 이들이었다.
그들이 목소리를 높여 찬동했다.
그리고 노은하는─
“─일단 무슨 게임인지 듣고 나서 결정해보죠.”
“좋아요. 설명하겠습니다.”
노은하가 먹이를 물었다.
DM 클랜로드는 노은하가 게임에 반드시 참여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
이래서는 안 된다.
잘못하면 DM 클랜로드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영향력을 모조리 뺏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판도라클랜이 자신의 자리를 가장 말석에 배치한 것을 통하여, 그는 잘못하면 다른 클랜들에게도 밀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DM클랜이 판도라클랜에게 고개를 숙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어중이떠중이들하고 같은 선상에서 경쟁할 수는 없단 말이다.
DM 클랜로드는 조급해했고.
한때 판도라클랜이 보낸 초대장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놓고 있던 것을 몹시 후회했다.
전관예우라고.
적어도 판도라클랜이 한때 용산구 대표였던 자신을 대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어떻게든 실책을 만회해야 했다.
“─체내 마나도 발현하지 않고서 이리도 술을 꿀떡꿀떡 넘기시는데, 마침 잘 어울리는 게임이 있네요.”
그래서 모험을 선택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용산구 클랜들이 모조리 노은하에게 붙어버리겠다.
그러기 전에 어느 정도는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해야 했다.
다행히 그들 대다수가 아직까지는 자신을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노은하에게 자신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 했다.
DM 클랜로드가 반항적인 태도로 회식 분위기를 뒤엎어서는 은하에게 게임을 제안한 이유였다.
아니, 내기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상자 안에는 DM클랜에서 그동안 수집한 독이 들어 있습니다. 꽤나 희귀한 독도 들어 있지요.”
DM 클랜로드는 상자를 열었다.
안에 작은 병들이 즐비해 있었다.
병 안에 들어 있는 액체는 모조리 독이었다.
대단한 사람이기는 하군.
독을 보고도 꿈쩍도 안 하다니.
DM 클랜로드는 노은하의 눈앞에 독이 든 병을 흔들어보았다.
그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 내용에 관심을 보이던 클랜로드들이 독이라는 소리를 듣고 경악하기나 했다.
제법 담력이 센 사람이다.
DM 클랜로드는 손에 들고 있던 독을 제자리에 두고, 제9위계라는 라벨이 붙은 병으로 손을 옮겼다.
“이 독은 제9위계 먼지 달팽이의 독을 채취한 겁니다. 먼지 달팽이의 독이 어떤 효과인지는 알 겁니다. 이놈의 독은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호흡 곤란을 일으키게 만들죠. 뭐, 죽지는 않아요. 기침을 많이 하다가 잘못하면 목소리를 잃거나, 폐렴에 걸리게 될 뿐이니까요.”
“”””…….””””
찬찬히 독에 대해 설명하며.
DM 클랜로드가 게임에 참가하는 클랜로드들의 수만큼 잔을 준비하라 시켰다.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클랜로드는 한 명도 없었다.
참여하지 않았다가는 판도라클랜이 떨어뜨리는 콩고물을 먹지 못할 걸 아는 것이다.
DM 클랜로드는 낄낄거리며 잔에 독을 한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술을 부었다.
그가 은하에게 잔을 내밀었다.
“창해클랜이 대표로 있었을 때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온 게임이랍니다. 도저히 결론이 나지 않는 의제는, 이것으로 결판을 봤지요.”
“어떻게 보는데요?” “간단합니다. 마나를 쓰지 않고서, 독이 든 술을 마시는 것일 뿐이죠.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위계를 하나 더 올린 몬스터의 독을 넣고, 다시 술을 마시는 거고요. 승자가 나올 때까지 독이 든 술을 마시는 게임입니다. 참 쉽죠?”
“”””…….””””
용산구의 클랜로드들이 질색했다.
중구의 클랜로드들 몇몇도 게임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지 치를 떨었다.
그럼에도 DM 클랜로드는 그에게 독이 든 잔을 권했다.
“명색이 두 지역을 가진 패자라면 이런 게임을 피해서는 아니 되죠. 위엄이 없는 패자를 대체 어느 누가 따르겠어요. 안 그렇겠습니까?”
DM 클랜로드가 도발했다.
실상 게임을 설명하게 됐을 때부터 노은하가 도망칠 수 있는 구석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피하면 겁쟁이로 소문이 날 테고, 승부에 임하면 독에 중독이 되어서 클랜로드들이 보는 앞에서 추태를 보여주게 되리라.
멍청한 것.
산전수전도 겪어보지 못한 네놈이 이 독들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냐?
DM 클랜로드는 낄낄거렸다.
승자는 자신일 것이 뻔했다.
그는 한때 창해 클랜로드 길성준과 독이 든 술잔으로 대작을 했을 만큼 나름 적응하고 있었다.
사전에 해독제도 먹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그는 승리를 확신했고─.
“─좋아요. 몇 위계 독까지 무사히 버틸 수 있나 해보죠.”
“”””…….””””
노은하가 도발에 걸려들었을 때.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독에 중독되어 추태를 보이게 될 노은하가 불쌍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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