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00
용산구와 중구의 지역총회 이후.
해당 지역 내 클랜의 세력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판도라클랜이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었고, 판도라클랜의 역할을 대신할, 소위 위성 클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판도라클랜이 두 지역을 관할할 인력이 되지 않으니 지역 클랜에게 역할을 분담할 것도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지.”
“문제는 그 역할을 맡게 된 클랜이 우리 중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걸세. 이러다 그냥 용산구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게 생겼어.”
그리하여 중구는 한성클랜이.
용산구는 남산클랜이.
용산구와 별개로 이태원 일대는 의 세력이.
이상 세 개의 세력이 판도라클랜의 위성 클랜을 자처했다.
그런데 중구를 대표한 클랜이 원래 한성클랜이었기 때문에, 중구에서 일어난 변화는 크지 않았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것은 바로 용산구라고 할 수 있었다.
“판도라 클랜로드가 참 영악해…. 재계그룹에게 하청을 받은 일감을 마치 자기 것처럼 이용해서 그걸로 클랜들에게 미끼를 던지다니.”
“돈이 필요한 상황인데 미끼인 걸 가리고 말 때가 어디 있어. 우리도 물고 싶어 하지 않았나.”
“그래, 우리도 물고 싶었지. 그런데 판도라클랜이 한강 라인이 아니라 남산 라인에다 던져준 게 문제지.”
창해클랜이 해체된 이후로.
용산구는 복마전이나 다름없었다.
클랜전을 치를 때마다 대표 클랜이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럼에도 대표 클랜으로 정해지는 클랜이 몇몇 제한돼 있기는 했다.
DM클랜처럼 한강 줄기를 접하는 클랜들이었다.
그들은 어느 순간 파벌을 만들어, 돌아가면서 대표 클랜을 맡으면서 이권을 챙기고는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남산 부근에 있는 소위 남산파들에게 부당한 착취를 행하기도 했다.
“이러다가 우리 한강파는 정말로 클랜을 해체하게 되는 수도 있어.”
“”””끙….””””
쉽게 말하자면 한강파와 남산파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판도라클랜이 대표가 되며, 그동안 소외받고 있던 남산파들이 득세를 벌이게 되었다.
“판도라 클랜로드 눈에 우리들이 곱게 보일 리가 없지. 따지고 보면 우리가 판도라클랜의 입성을 가장 크게 반대하지 않았던가.”
“그것도 그렇지만, 그놈들 입장 상, 지역 유지로 자리 잡아가던 우리가 위험하게 느껴질 만도 했겠지.”
“지금 그런 이야기나 할 때인가? 상황 파악을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의논을 나누려고 모인 거 아니었냐고.”
한강파의 입장에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입지를 보전하고자 판도라 클랜로드의 마음에 들게끔 행동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하필─.
“─그러게 왜 이기지도 못할 게임이나 하자고 해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놔?” “쯧, 회식 자리에서 토하고, 똥 싸고, 오줌이나 누고…. 아주 꼴값을 떨으셨수!”
“…….”
노은하 밑으로 기어가야 할 판에.
DM 클랜로드가 자존심을 못 이겨 노은하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그리고 된통 당했다.
그때 DM 클랜로드가 갖은 추태를 보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한강파 클랜로드들은 혀를 끌끌 찼다.
DM 클랜로드는 수치스러워 뭐라 말하지 못했다.
애초 DM 클랜 내에서도 간부들이 클랜로드를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내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나. 이번에는 내가 잘해보겠네.”
“”””…….””””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이대로 상황이 흘러가게 된다면, 자신은 머지않아 클랜로드의 자리를 내놓아야 하리라.
그러니 성과를 마련해야 했다.
한때는 저들에게 떠받들어지던 DM 클랜로드는 그들이 보는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굽실거리며 말했다.
클랜로드들이 어디 말해보란 듯이 턱짓했다.
“판도라 클랜로드도 우리를 정말 말려 죽이려고 하지는 않을 걸세. 그랬다가는 남산파들의 힘이 커져서 판도라클랜도 다루기 꺼려질 텐데 그럴 일이 있겠나.” “”””…….””””
“아마 조만간 우리들한테도 무언가 미끼를 내놓으겠지. 남산파 놈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늦던 빠르던 우리한테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게 분명하다는 말이야.”
“그래서?”
“그러니 그때를 노리는 거지, 뭘. 판도라 클랜로드에게 넙죽 엎드려서 우리가 판도라클랜에게 부린 패악을 부디 용서해달라고 하고, 극진하게 접대하는 거지.” “”””…….””””
“아주, 극진하게.”
DM 클랜로드가 히죽거렸다.
하회탈처럼 주름살을 구긴 그가 말을 이었다.
“판도라 클랜로드도 남자지 않나. 아마 우리가 노는 곳으로 데려가면 판도라 클랜로드 입이 귀까지 크게 벌어질 걸세. 안 그런가?”
“유흥을 가르치겠다는 거군. 하긴, 아카데미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니 그런 쪽으로 문외한일지도 모르겠군.”
“노는 것 하나는 우리가 잘하지. 남들 치켜세워주는 것쯤이야….”
판도라 클랜로드 노은하의 마음을 아주 쏙 빼놓는다.
DM 클랜로드의 설명을 듣고.
클랜로드들이 주억거렸다.
몇몇 클랜로들은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러운 말까지 하기도 했다.
그들은 그것도 좋다며 저희들끼리 낄낄거렸다.
“내가 자주 가는 곳으로 가게나. 거기가 아주 기가 막히잖냐.”
“좀 비싸기는 하지만 접대하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지. 가만있어 보자, 거기 마담한테 연락해놔야겠군.”
“아, 내가 거기 마담에게 들었는데 조만간 그 애들이 나온다더라고.”
“그 애들? 그 애들이 누군데?”
“왜, 비파랑 거문고를 잘 다루던 그 아이들 있지 않나. 말빨도 기가 막히게 좋은 애들. 그 애들이 이제 곧 성인이 된다고 하더라.” “아, 그 쌍둥이들? 걔네들이 말은 참 재미있게 잘하지. 그런데 올해로 그 애들이 성인이 되는 건가?”
“흠, 좋구만. 그 애들이라면 아마도 판도라 클랜로드의 정신을 아주 쏙 빼놓을 수 있겠군.” “어디 정신만 쏙 빼놓겠나? 이제 성인도 됐으니까 영혼까지 아주 쏙 빼놔버리겠지!”
클랜로드들이 낄낄 웃었다.
상스럽고, 추잡한 말을 지껄이는 그들의 회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노은하가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왔다.
“─그날, 쌍둥이 준비시켜라. 절대, 다른 놈들에게 접대하지 못하도록 당부하고.”
“내 마담한테 웃돈을 줘서라도 꼭 그 애들 붙잡아놓도록 하겠네.”
☆
한서현, 서브로드들과 논의한 끝에.
은하는 현재 판도라클랜의 힘으로 중구와 용산구를 모두 관리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어쩔 수 없지. 내 계획보다 중구를 이렇게 빨리 손에 넣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그는 당분간 한성클랜에게 중구를 맡기기로 했다.
그런 한편으로 과 일전에 약속한 것처럼 그들이 독자적으로 세력을 가질 수 있게 허락했다.
또한 그들이 용산구와 중구 내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비호했다.
중구와 용산구 일대는 외국인들을 옹호하는 여론이 늘고 있기도 하니 다행인 일이지.
그리고 이태원의 세력은 용산구의 클랜들을 견제하는데 필요해.
이태원의 세력은 판도라클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니 배신을 걱정할 일도 없다.
그렇기에 그는 그들을 용산구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것이다.
만약에 지역 클랜들이 반란이라도 일으키게 된다면 이태원의 세력들을 이용할 수 있을 테니까.
용산구의 클랜들이 견제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면.
이태원의 세력은 그들을 견제하고, 그들을 억누르기 위한 칼이었다.
판도라클랜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하는 칼.
그렇다고 하나─.
“─서현아, 한강파 클랜들한테도 연락을 넣어줘. 조만간에 얼굴 보고 대화나 하자고.”
“알았어, 그렇게 할게. 이제 슬슬 풀어줄 때도 되기는 했지.”
지역 클랜들을 모두 쳐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은 든든한 우방이기도 했다.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구슬려야 했다.
이에 은하는 그동안 아무 일거리도 받지 못하고 있던 한강파 클랜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로 했다.
남산파 클랜들에게 힘을 너무 줘도 좋을 것은 없어.
한강파와 남산파가 견제하게 하며 지속적으로 그들이 힘을 빼게 하고, 판도라클랜에 복종하게 만들어야지.
힘의 균형을 잘 살펴봐야 해.
당근 몇 개를 챙겨주기로 하며.
은하는 한강파 클랜들과 만날 날을 선정했다.
나머지는 한서현과 행정원들이 다 알아서 하리라.
그렇기에 은하는 오랜만에 훈련을 해보기로 했다.
“아, 은하야.”
“은하야!”
“누나도 훈련 중이었어?”
“연화 훈련 도와주고 있었지. 너도 훈련하려고 온 거야?”
“요새 통 몸을 움직이지 못해서. 잠깐 몸이나 풀려고.”
판도라 클랜회관 지하 3층.
훈련장으로 내려온 은하는 때마침 훈련 중이었다는 노은아와 류연화를 찾을 수 있었다.
한창 창을 휘두르고 있던 류연화도 이내 은하를 반겼다.
마침 잘 됐네.
연습 상대가 필요했던 참인데.
긴 머리를 들어올려, 목 뒤에 맺힌 땀을 닦는 류연화.
은하는 그녀를 보고 눈을 빛냈다.
“누나, 훈련 더 할 거야?”
“…혹시 연습 상대 필요해?”
류연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대뜸 그의 의도를 읽고 물었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마법을 시험해보고 싶은데 연습상대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누나 시간 괜찮아? 나랑 할래?” “응, 시간 돼. 나랑 하자.”
류연화가 흔쾌히 응했다.
어딘가 들뜬 눈치였다.
저리도 훈련하는 게 좋을까.
역시나 미래에 으로 거듭날 사람이다.
은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그는 조금 전 그녀가 사용한 대련장으로 올라갔다.
류연화가 뒤를 따랐다.
“나도 이번에 처음 사용하는 거라 어떤 식으로 나갈지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각별히 주의해줘.” “응, 알았어.” “혹시 모르니까 내가 보호마법도 쳐놓고 있을게!”
백면상의 스킬석에서 얻어낸 마법.
섭리를 체화하기만 했지, 은하도 처음 사용해보는 마법이었다.
현실로 구현해보기 전까지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은하가 류연화에게 주의를 요구한 것이다.
은아 누나가 보호마법도 쳐준다니 마음껏 전개할 수 있겠네.
상대가 류연화이기도 하고.
노은아가 보호마법을 사용해준다니 위험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은하는 시리게 피는 겨울을 뽑아 류연화에게 겨누었다.
그녀 역시 창을 쥐었다.
“그럼 갈게.”
“응.”
은하는 눈을 감았다.
체화한 섭리를 머릿속에 끄집어내, 가장 적합한 형태를 구축했다.
꽤나 복잡한 섭리였다.
술식을 구축하는 것을 헤맨 끝에, 은하는 백면상의 섭리가 어떤 건지 대강 이해할 수 있었다.
분신체를 만드는 마법이구나.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백면상의 섭리로부터 나온 마법은 환상이 아닌 실체로 자신의 분신체를 구현화하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분신체를 어떻게 움직이고,분신체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구현해봐야 알 것 같았다.
그리하여─.
─스킬 No. 001
도플갱어(Doppelganger)
조악하기는 하나.
은하는 섭리를 짜깁기하여 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건 마나 소모가 심하네.
분신체 하나를 만들었을 뿐이건만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불완전한 마법이라고 해도 마나를 꽤나 소비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효율이 좋으면 좋을 텐데. 분신을 만들 수 있으면 다방면에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마법을 발동하고서 알 수 있었다.
분신체는 자신이 조종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인다.
애초 아직 마법이 서툴러서 어떻게 분신체를 조종해야 하는지 몰랐다.
여하튼 그는 자신이 만든 분신체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떴다.
“””…….”””
어디에 있지? 하고.
은하는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류연화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신체는 주변에 있는 것이다.
어딘가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류연화에게서 고개를 돌린 은하는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넌 뭐냐.” “보면 몰라요? 은하잖아요.”
“”…….””
웬 쪼그마한 어린아이 한 명.
마치 초등학생의 자신을 떠올리는 외모를 가진 아이가 은하의 바지를 붙잡고 있었다.
은하가 황당해하며 묻자, 아이도 황당해하며 대꾸했다.
“내가 만든 분신체가 너라고?” “왜 못 믿고 그래요?”
“허, 참….”
참으로 싸가지가 없는 아이다.
은하는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그러자 꼬마 노은하도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바로 그때─.
“─꺄아아아악!! 너무 귀여워!!”
“”……!!””
“누, 누나! 갑자기 뭐하는 거…!” “귀엽다! 애기 목소리 너무 좋아! 너 누구 동생인데 이렇게 귀엽니? 아, 내 동생이구나. 아, 귀여워!”
노은아가 크게 감탄했다.
꼬마 노은하를 보고 이성을 잃은 노은아가 보호마법을 해제하더니, 꼬마 노은하에게 달려들었다.
별안간 그녀에게 붙잡힌 꼬마 노은하는 숨이 막혀 했다.
한편 류연화는─.
“─쪼그매. 귀여워….”
“볼 잡아당기지 좀 마요!!” “이게 뭔 일이래….”
훈련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로.
창을 내팽개치고 다가온 류연화가 꼬마 노은하의 볼을 잡아당겨댔다.
그리고 본체는 한숨을 쉬었다.
☆
훈련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
120에서 130 정도 되는 키를 가진 꼬마를 가지고 무슨 훈련을 한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류연화가 말하기를─.
“─내가 졌어. 못 이기겠어.”
그렇게 말했더랬다.
미래에 으로 거듭날 사람이 꼬마 은하에게 항복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꼬마 은하는 방금 그녀에게 늘어난 볼을 문지르느라 바빴다고 한다.
그리하여─.
“”””─귀여워!!””””
꼬마 은하는 은아와 연화에게 잡혀 클랜원들을 만나러 가야 했다.
꼬마 은하를 본 클랜원들의 반응은 모두 한결 같았다.
특히 여성 클랜원들은 눈을 빛내며 너도 나도 안아보겠다면서 다툼을 벌였을 정도였다.
“아악! 만지지 말라니까요!?”
“누구랑 다르게 되게 예의 바르네. 존댓말도 쓰고 말이야.”
“아, 귀여워! 얘가 노은하라니 정말 믿기지 않아! 어떻게 이런 꼬마애가 은하일 수 있는 거지!?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하잖아! 역변이야!”
그야말로 난리가 벌어졌다.
김민지는 꼬마 은하를 관찰하면서 본체를 욕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소식을 듣고 늦게 찾아온 차은우는 클랜원들에게 붙잡힌 꼬마 은하를 보기 위해 폴짝폴짝 뛰었다.
그러고는 옆에 본체가 있는 데에도 대놓고 역변이라느니, 어렸을 때가 훨씬 나았다느니 하는 말을 했다.
“원래 어린애들은 저렇게 생겼어. 차은우 너도 역변….”
“네가 은우 어렸을 때 모습도 보지 않았으면서 뭘 안다고 그래. 그런데 확실히 어렸을 때가 낫긴 하네.”
“너도 역변한 거야. 사진 있으면 한 번 보여줘봐. 내가 역변했다고 말해줄 테니까.”
은하가 홧김에 차은우에게 말하려 입을 열었다.
그러자 목민호가 이죽거렸다.
은하는 이를 갈아야 했다.
그러는 한편으로─.
“─우리 은하는 몇 쨜이에요? 네? 얼른 말해보세요.” “스, 스무…아, 그만 좀 만져요!” “네? 여덟쨜이라고요?”
“진서나 저거….”
은하는 긴 한숨을 쉬었다.
아주 꼬마 은하를 어린애 취급하며 원 없이 만지고 있다.
꼭 자신을 놀리는 것 같다.
은하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싫으면 얼른 없애지 그래. 아무리 분신이라고 하지만, 은우가 네 볼에 뽀뽀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검 쥐지 마라. 나도 없애고 싶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니까.”
목민호가 살기를 드러냈다.
은하는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어째서 살기를 드러내야 할 대상이 자신이란 말인가.
살기를 드러낼 것이라면 차은우나 하다못해 꼬마 은하에게 해야지.
그러자 뒤늦게 이 광경을 보게 된 최은혁이 말하기를─.
“─어린애한테 살기를 드러낼 수는 없잖아, 은하야.”
“너도 검 집어넣어라.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 거야?”
“지금 보면 몰라서 그래? 서나가 지금….”
“성희롱을 당하고 있는 건 은우랑 서나가 아니라 나거든? 너희들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은하는 이번에는 은혁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억울하기만 했다.
자신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어째서 클랜원들에게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오히려 잘못은 꼬마 은하를 지금 서슴없이 괴롭히고 있는 클랜원들이 아니란 말인가.
이걸 어떻게 없애는 거지?
없애는 방법을 모르겠네….
정신이 없고, 시끄럽기만 하다.
클랜원들도 미쳐가고 있고.
그래서 은하는 꼬마 은하를 얼른 마나로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마법을 해제하려도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마법을 이루는 섭리가 워낙 복잡해 다루는 법을 완전히 터득하지 못한 까닭이다.
바로 그때─.
“─왜 우리 애 괴롭히고 그래?”
“”””……!!””””
요정들의 장난
딱 하고.
9층에서 일을 하다 내려온 하양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간 바람이 클랜원들의 몸을 옭아맸다.
바람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진서나와 차은우의 품에 안겨 있던 꼬마 은하가 바람에 휘말렸다.
그러지 않아도 다른 클랜원들처럼 마법에 속박돼 있던 꼬마 노은하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정하양에게로 날아가야 했다.
이내 그녀에게 안긴 꼬마 은하가 눈을 말똥말똥 떴다.
“누나들이 많이 괴롭혀서 그동안 힘들었지? 이제 괜찮아. 내가 지금 때찌 해줬으니까.” “하, 하양아?”
“누나라고 불러야지. 그치?”
“”””…….””””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정신 사납겠다. 누나하고 같이 위로 올라가자. 위에서 누나하고 재밌게 노는 거야.”
“어? 어어…?”
“누나가 잘해줄게. 재미있게 놀자. 위에 맛있는 것들도 많이 있어.”
아주, 참, 정말로, 난장판이다.
속박마법에서 풀려난 클랜원들이 선수를 취하기 전에.
하양이 마법으로 꼬마 은하를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본체 은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탄식하기만 했다.
“클랜에 제대로 된 사람이 없어….” “야, 야, 야! 은하야! 네 분신한테 네 여친을 빼앗긴 기분은…커헉…!” “바보 형은 가만히 있어라. 형까지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은하는 진파랑을 퍽 때렸다.
그사이, 클랜원들은 극적인 타결을 맺은 듯했다.
어느새 그들까지 정하양하고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은하는 꼬마 은하의 주위에 몰려 싱글벙글한 클랜원들을 보고 한숨을 푹푹 쉬기 바빴다.
한편, 그들에게 붙잡혀 있던 꼬마 은하가 은하에게 손을 뻗었다.
“─제발 날 좀 살려줘!!”
분신체가 눈물을 흘리며 외친다.
그것으로 엘리베이터가 닫힌다.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간다.
은하는 바뀌는 층수를 올려다보며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나도 모르겠다, 이제.
진짜 골 때려 죽겠다.
은하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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