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01
그날부로 클랜원들은 꼬마 은하를 마스코트처럼 취급했다.
은하가 도플갱어 마법을 이상하게 해제하지 못하게 되며 꼬마 은하는 그들의 일상에 녹아들어야 했다.
“다들 꼬마 은하를 데리고 있겠다 그런 말을 하는데, 놀 때는 놀아도 일할 때는 일해야지. 그런 이유로, 꼬마 은하는 근무시간에는 내가 잘 데리고 있을게.”
“”””…….””””
클랜 분위기를 흐리지 않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한서현은 그렇게 말했더랬다.
클랜원들은 반대할 수 없었다.
그들이 꼬마 은하를 보고 꺄아아 오두방정을 뛰었던 반면, 마지막에 나타난 한서현이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나─.
“─왜 소파에 앉니?” “네? 그럼 소파에 앉지, 어디에….”
“내 무릎에 앉아야지.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 구경이나 하렴. 이래봬도 너도 클랜로드잖니.”
“…….”
클랜원들이 모두 떠나고 난 이후에 한서현도 별 수 없었다고 한다.
꼬마 은하는 이따금 그녀의 무릎에 앉아야 했다.
나중에 본체 은하가 샤키라로부터 이야기를 듣기로는, 정말 놀랍게도 한서현의 업무 처리 속도가 퍽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본체 은하는 끙끙 앓았다고.
어찌됐든 꼬마 은하는 클랜원들의 업무 피로도를 낮추고, 정신적으로 휴식시키는데 한몫했다고 한다.
“작은 은하! 그럼 아리엘 누나는 일하러 갈게!”
“일하러 가는 게 아니라 농땡이나 피우러 가는 거겠지.” “어허! 큰 노은하! 작은 은하 듣게 그게 무슨 소리야? 이러면 재미없어 알아, 몰라?” “얼른 일이나 하러 가라.”
그렇게 클랜원들이 출퇴근 때마다 한서현의 집무실에 불쑥 찾아와서 꼬마 은하에게 인사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정작 본체 노은하의 집무실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뭐 이런 마법이 다 있냐….”
“삐삐삐 빠빠빠 뿌뿌뿌!” “그래, 너도 나하고 놀고 싶으면 서현이한테 가버려라. 어휴….”
판도라 클랜회관 10층.
은하는 집무실에서 한숨을 쉬었다.
그는 꼬마 은하에게 놀러가겠다는 불닭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불닭이는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한서현의 집무실로 날아간 듯했다.
“마법을 해제하는 방법을 모르니, 잠자코 기다릴 수밖에 없나. 나 원, 이렇게 어려운 마법은 처음이야.”
분신체를 만들고 사흘이 흘렀다.
그사이 은하가 마법에 대해 알아낸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로, 분신체는 자신을 확실하게 본체로서 인식하고 있으며, 본체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분신체의 사고방식과 성격은 은하가 마법을 다루는 것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듯했다.
‘아마도 저는, 제가 아무 생각 없이 마법을 사용하게 된 결과로 나타난 분신이 아닐까 생각해요. 솔직히…, 이 나이 때에는 별 생각도 없었고 하루하루가 편하기만 했잖아요?’
은하와 꼬마 은하는 의견을 정리해 그러한 결론에 도달했다.
둘째로, 분신체가 가지는 마나는 마법을 사용하는데 소모한 마나로 정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분신체는 포션을 마시거나, 치유마법을 받아도 마나를 회복하지 못했다.
‘저한테는 심장이 없으니까요. 아마 그래서 마나를 회복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뭐, 그렇다는 건 본체가 마법을 해제하는 방법을 모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마나가 바닥이 나서 저절로 사라지겠다는 거겠죠.’
꼬마 은하는 은하에게 받은 마나를 소모하면서 살고 있었다.
은하가 마법을 해제할 줄 몰라도,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 있으면 사나흘은 버틸 수 있다는 듯했다.
덧붙여 꼬마 은하는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물론 꼬마 은하가 말하기를─.
‘─그렇다고 안 먹을 순 없잖아요. 이왕 먹는 것에 한계가 없다면 실컷 맛을 봐야겠네요.’
자신은 사라질 때까지 배가 터지게 음식을 먹고 말 거라고.
여성 클랜원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당차게 이야기했다.
그 이후 클랜원들은 꼬마 은하에게 먹을 것을 물려주고는 했다.
셋째로─.
“─분신체가 내 말을 듣는다는 건, 분신을 몇이나 만들어내도 괜찮다는 말이고…. 이론상으로 어느 정도로 마나가 받쳐주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거지.”
마법이 워낙에 난해하기는 하지만 마나를 소모하는 것으로 분신체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다만 분신체를 만들고 나서 다시 마법을 사용하지는 못하는 듯했다.
마법을 해제해 분신체를 되돌리고, 다시 마법을 발동해야 하는 듯했다.
당연히도 마법을 해제하지 못하는 은하는 꼬마 은하와 머리를 맞대며 이론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분신체와 감각을 공유할 수가 있다는 건데…. 분신체가 돌아오면, 분신체가 만들어진 이후의 기억까지 나한테 들어오게 되는 거려나?”
은하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는 팔짱을 끼고 분신체와 감각을 연결하려고 했다.
연결하는 방법은 제법 간단했다.
불닭이와 패스를 연결하는 것처럼 분신체와 패스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내 은하는 눈을 감고 분신체가 지금 무엇을 보고, 듣고 있는 건지 확인하기로 했다.
‘너 그냥 누나 집에서 살래? 결국 결혼할 텐데 무슨 상관이니.’
이내 머리 위에서 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그녀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모양이었다.
시야 끝에 보이는 발이 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와락 안겨 있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듯했다.
그때 꼬마 은하가 고개를 들었고, 바닥을 향하던 시야가 올라갔다.
류연화가 눈에 들어왔다.
‘서현이도 다리가 불편할 텐데…. 내 무릎 위에 와서 앉아도 돼.’
자신의 무릎을 탁탁 치는 류연화.
멀리서 보아도 류연화의 숨소리가 거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꼬마 은하의 시야 끝에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호시미야 카에데였다.
웬일로 한서현의 집무실에 찾아온 듯했다.
‘─주머니에 넣어서 가져갈까.’
카에데의 중얼거림을 듣고.
은하는 그 즉시 패스를 끊었다.
“못 본 걸로 하자. 너무 예상 못한 모습만 눈에 들어오니 따라가지를 못하겠네….”
분신체가 세뇌마법이라도 사용해서 클랜원들을 매료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클랜원들 중에는 정상인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인가.
은하는 장탄식을 했다.
그냥 일이나 하기로 했다.
☆
꼬마 은하의 파급력은 클랜에서만 미친 것이 아니었다.
은하나 은아는 집으로 돌아갈 때는 꼬마 은하도 같이 데리고 갔다.
그렇게 해서 꼬마 은하를 처음 본 어머니의 소감은─.
‘─와, 그리워라. 이때 은하가 정말 귀여웠었는데…. 정말 쏙 빼닮았네. 사진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아.’
‘엄마, 그만 좀 만져요.’
‘어머, 엄마래. 진짜…. 널 보니까 알 것 같다. 나도 이제는 늙었구나. 네가 이 나이 무렵이었을 때는 아직 아가씨 소리까지 들었었는데….’
‘엄마는 지금도 예쁜걸요?’
‘…정말 은하 맞니? 우리 아들이 이런 소리를 할 애가 아닌데….’
그날, 어머니는 은아가 한 것처럼 한시도 꼬마 은하를 놓지 않았다.
그날은 웬일인지 아버지도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머니와 같은 반응을 보였더랬다.
‘우리 은하, 엄마랑 오랜만에 같이 코 잘까?’
‘그립네. 예전에 은아랑 은하하고 같이 자기도 했었는데…. 그랬는데 애들이 이제는 이렇게 커버렸네.’
부모님은 추억에 젖어들었고.
결국 그날 꼬마 은하는 부모님과 같이 잠을 잤었다.
그날부로 어머니는 퇴근 시간이면 은하에게 클랜회관에 머무르지 말고 꼬마 은하를 데리고 오라는 문자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가서 일을 해도 좋으니까, 너는 집에 놔두고 가라니….”
“엄마랑 아빠가 옛날이 그리워서 그러시는 거야. 근데 나도 어릴 때 사진 보니까 알았는데, 엄마 아빠도 많이 늙으셨더라.”
“그러니 저희가 잘해줘야죠. 제가 사라지고 나서도 엄마랑 아빠한테 효도 잘하세요.”
클랜을 퇴근하고부터 꼬마 은하는 노은아의 독차지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꼬마 은하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 손에는 본체 은하의 손을 잡고 있기까지 했다.
“양 손에 남동생이 두 명 있으니 기분이 묘하네. 커다란 은하랑 작은 은하의 손을 같이 잡고 있는 게.”
노은아가 즐겁게 콧노래를 불렀다.
은하와 꼬마 은하는 그녀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그들은 집에 도착했다.
은하가 문을 열었다.
“엄마, 우리 왔어.” “저 왔어요.”
“어서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노은애가 현관문 앞에 서서 반갑게 맞이했다.
올해로 중학생이 된 은애의 키는 이제 160에 근접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꼬마 은하에게 향하니 키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내 노은애가 말하기를─.
“─엄마한테 가위바위보로 이겨서 오늘 밤에는 누나하고 같이 자기로 했어! 은하도 기쁘지?” “누나…요?”
꼬마 노은하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밝게 미소 짓는 노은애.
꼬마 노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는 오빠….”
“누나, 라고 해야지.”
“”…….””
떼끼 하며.
노은애가 다그친다.
꼬마 은하는 할 말을 잃었다.
본체도 마찬가지였다.
“이따가 누나랑 같이 자는 거야! 오빠도, 언니도 얼른 저녁 먹으러 들어와!”
노은애가 재차 말하고.
그녀가 조금 전에 은아가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른 것처럼 따라했다.
그렇게 여동생이 부엌으로 휙 하고 사라졌다.
현관에 남겨진 은하와 꼬마 은하는 동시에 중얼거렸다.
“”다들 누나 타령이냐….””
누나 소리에 귀에 딱지가 앉겠다.
두 사람은 푸념했다.
☆
한강파 클랜들하고 회합하는 날이 다가왔다.
은하가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그들에게 일거리를 하나씩 주었듯, 그들 역시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은하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저들끼리 알아서 기거나, 분위기를 띄우는데 애를 썼다.
“아이고, 판도라 클랜로드. 오는데 뭐 불편한 건 없었죠? 오늘 저희가 아주 화끈하게 준비해놓았으니까,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아, 그리고 일전에 제가 판도라 클랜로드한테 저지른 추태는 정말 미안합니다.”
“아, 네….”
DM 클랜로드 같은 경우에는 곧장 은하를 보자마자 고개를 굽실대면서 악수를 청해왔다.
태세 변환이 너무 급격한 나머지.
은하는 떨떠름해하면서 악수했다.
하긴, 저치들 입장에서도 나하고 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봤자 좋을 게 없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남산파 클랜들이 힘을 회복하는데, 한강파 클랜들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은하는 그들의 처지를 떠올렸다.
그 시점에서 펼쳐진 광경이란 과히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었다.
“아, 정말 술 마시는 건 죽여줍니다, 죽여줘요! 잘 마시네! 자, 이것도 한 번 마셔보세요. 이건 중국에서 어렵게 들여온 건데….”
“…감사합니다.”
“저 역시 의 활약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어디 익히 들었다고 할 뿐일까요? 그 당시 삼각지에서 클랜원들을 지휘하면서 제가 눈으로 직접 보았는걸요!”
“에이, 너무 그러지 마세요. 그때 저만 고생한 게 아닌데 왜 이렇게 저를 띄워주고 그러세요?”
“”””…….””””
작정하고 상대를 치켜세워주려는, 한강파 클랜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
사람들은 그것을 모두 알면서도, 두 세력의 관계 증진을 위해 속이 뻔한 연기를 모른 척했다.
연기 하는 사람들이나, 당해주는 사람들이나 골치가 아프겠네….
은하는 피식 웃었다.
한강파 클랜로드들, 서브로드들은 이 바닥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잔꾀가 굵은 구렁이들이었다.
그에 비해 판도라클랜의 서브로드 목민호, 클랜원의 수를 맞추기 위해 참가한 남성 간부들은 아직 바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새끼 뱀들이었다.
그들은 입에 발린 소리를 듣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강파 클랜들이 하는 말에 하나둘 고개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그리 만들고, 술이 들어가니 격이 없어졌다.
“판도라 클랜로드는 대단하네요. 술이 안 받는 체질인가? 취하지를 않는군요.” “저도 많이 마시면 취해요.”
“하하, 그렇군요. 그런데 말이에요, 판도라 클랜로드. 이야기를 들으니, 아직 용산구 남부에 발생한 던전을 어느 클랜에게 할당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네, 그래서 이 자리를 만든 거죠. 남산 윗부분에 생겨난 던전 일부는 그쪽 클랜들에게 맡겼으니까, 이제 아래쪽에 나타난 던전은 이쪽에다가 맡기려고요.” “하하! 여윽시 판도라 클랜로드야! 통이 정말 크다니까!? 좋습니다!! 여기는 제가 쏘겠습니다! 아, 자네 얼른 4차 준비하지 않고 뭐하나!?”
“아니요. 여기는 제가 쏠게요. 제가 초대했는데 여러분이 쏘시면 그림이이상하잖아요.” “여윽시 판도라 클랜로드! 그래요! 그럼 4차는 제가 거하게 쏠게요!”
1차. 2차 그리고 3차.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마시느라.
시간이 지날수록 클랜원들이 점점 취하기 시작했다.
은하는 클랜로드들을 상대하면서도 클랜원들의 상태를 살피는 걸 잊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3차도 끝나고, 사람들이 가게 밖으로 나왔다.
“지금 취한 사람.” “나, 속이 메슥거려. 토할 것 같아. 나는 4차는 못 갈 것 같아.”
“그럼 자기는 내가 클랜회관까지 데려다줄게. 여기에서 클랜회관이 제일 가까우니 거기서 자고 가자.”
“웁…. 그래야겠다.”
은하는 클랜원들을 집합시켰다.
은하는 봉구래를 시켜서 술에 취한 강시형을 보내기로 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진파랑, 최은혁, 목민호, 유남훈, 한창진, 이천서였다.
천서 저건 저 사람들이랑 분위기가 아주 잘 맞네.
회식에 특화돼 있는 건가.
이내 은하는 이천서를 일별했다.
천서는 한강파 클랜 서브로드들과 어깨를 두른 채 깔깔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죽이 잘 맞는 듯싶었다.
이천서도 꽤나 술에 취한 상태라서 위태로워 보였지만, 4차까지 그를 데려가기로 했다.
“은아가 3차까지만 하고 오랬는데 이러다가 혼나는 거 아니야?”
“나도 여기에서 끝내고 싶긴 한데 저쪽에서 자꾸 대접한다고 하니까 어울려줘야지 어쩌겠어.”
한창진은 걱정하는 듯했다.
은하도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는 회식 자리를 파해도 되기는 하리라.
하지만 아무리 짜고 치는 연기라도 마지막까지 손뼉이 맞아야만 하는 법이었다.
저들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은하는 저들의 뒤를 따라 4차 장소로 향했다.
꽤나 골목 깊숙이까지 들어오네.
번화가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길.
골목길을 지나자 비좁은 길목에서 술집이 여러 개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술집을 지나치면서 그보다 더 안으로 들어갔다.
“…….”
이태원 골목 어딘가.
곳곳에 빨간 조명을 매단 가게를 여럿 볼 수 있었다.
은하는 단번에 자신들이 걷는 길이 홍등가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대접이라는 게 이런 거였나.
클랜원들은 술에 취해 지금 자신이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인지 확실하게 알아차리지 못한 듯싶었다.
조명만 붉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판도라 클랜로드! 여기에요! 여기! 얼른 이쪽으로 오세요!”
“은하야, 얼른 와!”
그때 저 앞에 가던 클랜로드들이 손을 흔들어댔다.
이천서가 그를 불렀다.
은하는 그들이 들어가는 술집으로 시선을 옮겼다.
홍등가에서 떨어진 곳에 접해 있는 술집이었다.
거리 분위기와 동떨어진, 퍽이나 고급스러운 가게였다.
“혹시 판도라 클랜로드가 오해할까 말해두는데, 이 가게는 그런 가게가 아니에요. 뭐, 그런 가게가 쬐에끔 될 수도 있기는 한데, 그건 본인이 어떻게 하기 나름인 셈이죠.”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기에.
일단 은하는 안내를 받았다.
그때쯤 몇몇 클랜원들 또한 상황을 파악한 기색이었다.
그들이 가시방석에 앉는 기분으로 자리에 앉았다.
“우리끼리만 계속 술 마시느라고 분위기가 살지 않는데, 우리 사람 좀 부릅시다!”
“여기 사람들이 참 재미있답니다. 제가 보장하죠.”
좌식으로 되어 있는 방.
자리는 사람들 사이의 간격이 제법 떨어져 있게 되어 있었다.
DM 클랜로드가 사람들에게 술을 한 잔씩 돌리며 건배를 제의했다.
그러고는 그가 박수를 치며, 필시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이들을 불렀다.
“”””안녕하세요!!””””
“”””…….””””
드륵 하고, 문이 열리고.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화사하게 인사하며 들어왔다.
그제야 판도라 클랜원들은 상황을 파악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늦었다.
여성들은 그들이 뭐라 하기도 전에 분위기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제각기 그들 사이에 앉은 것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였다.
그런 한편 DM 클랜로드가 크게 떠들어댔다.
“하하! 쌍둥이들이 누구한테 갈지 궁금했는데, 쌍둥이들 역시 영웅을 몰라 뵐 수 없었나 봅니다! 어떻게 둘이 딱 판도라 클랜로드의 양 옆을 차지하고 앉았을까!” “”””…….””””
“판도라 클랜로드, 혹시 반하신 거 아닙니까? 시선이 쌍둥이들한테서 못박혀 있는데요!?”
한강파 클랜로드들이 그를 따라서 껄껄 웃음을 터뜨린다.
은하는 그들에게 반응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언니 링입니다.” “안녕하세요. 동생 린입니다.”
“…….”
다만 은하의 시선은 살포시 자신의 팔을 껴안고 있는 쌍둥이들에게로 향해 있었다.
얼굴이 비슷한 쌍둥이.
그녀들을 구분할 수 있는 차이점은 머리에 얹은 만두 모양의 머리칼이 하나냐, 둘이냐는 것일 뿐.
그녀들이 팔에 머리를 기댄 상태로 은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작업을 걸 듯이 부드러이 눈웃음을 그렸다.
틀림없어.
걔네가 맞아.
다른 여성들과 다르게 중국식 옷인 치파오를 입고 있는 만두 머리들.
기억이 어렴풋하긴 했으나, 은하는 자신에게 눈웃음을 치는 쌍둥이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많이 어려 보이기는 했으나, 분명 틀림없었다.
설마 이런 데서 만나게 될 줄은….
잠시나마 안개꽃파티에 적을 두고, 의정부 탈환전 이후로 몬스터들에게 죽음을 당했던 쌍둥이 자매.
은하는 확신했다.
그래서 그녀들을 빤히 쳐다보면서 옛 생각에 잠기려는데─.
“─왜 우리를 그렇게 빤히 보세요? 왜요? 제 입술이 그렇게 탐나요? 판도라 클랜로드라면 그냥 훔쳐가도 되는데….”
“언니, 혼자서 선수 치면 어떡해? 원래 좋은 건 나눠먹어야 한다고, 언니가 위를 먹겠다고 그러면 나는 여기, 아래를 먹어버릴까?” “”””…….””””
“멋대로 만지지 마라.”
응, 틀림없었다.
회귀 전, 은하도 어찌하지 못했던 쌍둥이 자매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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