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13
송윤서.
확정된 미래를 보는 기프트를 지닌 송윤서는 시간을 되돌아온 은하가 뜻대로 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어쩐 일인지 그녀가 은하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를 지니고 있어서 무언가 다른 미래라도 본 건가.
원래라면 십이좌가 되었어야 하는 사람이 십이좌 후보를 사퇴하고서는 자취를 감춰버리다니 말이야….
제2기 십이좌 선발전.
당시에 송윤서는 제1기 십이좌 오건후를 대신할 사람으로 천거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이전 삶과 다르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뜬금없이 선녀 임가을에게 십이좌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편지를 보낸 것이다.
그로 인해 모라율이 대신 뽑히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자신한테 불리한 자리를 기민하게 알아채고 도망친 건가.
그러나 정작 송윤서 입장으로서는.
그녀에게 십이좌 자리는 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전 삶에서 서울 침공을 시작으로 연이어 발생한 재앙 때문에 그녀의 평판이 몹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를 보면 뭐해? 단편적이라서 제대로 도움도 되지 않고, 그것을 막을 수도 없는데 말이야.’
오죽하면 사람들이 그녀의 능력을 평가 절하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시간이 흐르며 십이좌로서 위엄을 잃어갔다.
재난경보기로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을 하지 못했으니 자연히 그녀를 십이좌로 추켜세운 선녀나 선녀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그녀가 위엄을 잃으며, 공익과 사익을 추구하는 십이좌들이 균형을 잃게 됐다고 할 수 있었다.
십이좌들이 선녀를 지키는 것으로 국가를 수호한다는 공익에서 등을 돌린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사람이 십이좌가 되지 않아서 좋기는 했네.
덕분에 선녀정부가 먹어야 할 욕을 가 얻어먹게 할 수가 있었으니까.
결국 십이좌 부문의 네비게이터는 필연적으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그런데 송윤서는 이번 삶에는 마치 귀신같이 알고 그 자리를 피해갔다.
덕분에 욕은 가 먹고, 그녀의 권위가 크게 떨어졌으며.
더군다나 선녀 임가을이 그녀에게 책임을 일부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미래가 은하가 바라고 있던 대로 흘러간 것이다.
운이 좋은 건가? 아니면 사전에 이것을 알고 사라진 건가?
그녀의 행동은 신기하기만 했다.
아마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하백련에게 은폐마법을 걸어놓고,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체내 마나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니 그녀는 변수였다.
일단 좋은 의미의 변수.
그 사람을 만나보기 전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그래도 이전 삶에서는 백련이에게 호의적이었으니까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지.
근데 이 사람은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네….
은하는 내심 혀를 찼다.
송윤서의 행방이 묘연했다.
선녀 임가을이 그녀를 찾고 있다는 소리는 매우 유명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송윤서의 자취를 찾아내지 못하는 듯했다.
의 소문을 찾더라도 그때는 이미 그 자리를 떠나 있는 뒤라고.
은하가 알기로는 그랬다.
“혹시 라고 알아?”
“그게 누구예요?”
“네일 아트가 굉장히 화려한 사람.” “?” “선글라스도 꼈을 텐데…. 패션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야.”
“?”
그래서 혹시나 해서.
은하는 송윤서의 행방을 찾기 위해 하백련에게 물었다.
하백련은 모르는 눈치였다.
본인에게 어떤 마법이 걸려 있는지 모르고 있는 듯했으니, 그녀에 대해 모를 만도 했다.
이래선 를 찾아봤자 소용이 없겠네.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몰라도 일단 내버려두는 게 좋겠네. 아마도 때가 되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겠지.
송윤서의 행방을 찾지 못하겠다.
은하는 체념하기로 했다.
그러던 그때─.
“─언제까지 머리 만질 거예요?”
“아, 미안.”
부루퉁하고.
하백련이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마카롱 때문에 참아주고 있었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듯했다.
은하는 그제야 하백련의 머리에서 제 손을 뗐다.
☆
응달산, 태봉산, 진재산.
놈들은 산 속에 고루고루 퍼져서 무리 생활을 하고 있었다.
호시미야 카에데의 보고에 의하면 부락마다 제5위계 그랜드 에이프가 3~4마리 정도 확인됐다고 한다.
또한 그랜드 에이프 하나가 이끄는 몬스터는 10~20마리 정도라고.
산마다 부락이 2개 이상은 있다니 규모가 어마어마하네.
브리핑을 들었을 때.
은하는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아무리 코쿤의 보호를 받지 않는 지역이라고 하지만 도심 바로 옆에 그만한 몬스터들이 숨어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당연히 같이 브리핑을 듣고 있던 성남시의 클랜로드들도 부끄러운 걸 아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고분고분 은하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리하여─.
[─지금부터 작전을 개시합니다. 이상으로 판도라클랜 서담비 텔레파시스트였습니다.] [산운클랜에서 판도라클랜 서담비 텔레파시스트의 전언을 전파합니다. 지금부터 작전을….] [청계클랜입니다. 지금부터 작….]토벌전이 시작되었다.
은하와 판도라 클랜원들. 그리고 성남시의 플레이어들은 날이 밝자, 세 개의 산으로 떠났다.
작전은 쉽게 말하면 인원을 나눠, 세 개의 산에 퍼져 있는 부락들을 각개격파하는 것이었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했다.
놈들이 대비할 시간을 주면 안 돼.
성남시 플레이어들이 무능하더라도 놈들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
그만큼 몸을 숨기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는 뜻이리라.
그러니 속전속결로 몰아쳐 놈들을 모조리 섬멸해야 했다.
“─한 놈이라도 놓치지 마. 만약 너희들 중에 놓치는 사람이 있다간 각오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섬멸전을 지시하며.
은하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자칫 한 놈이라도 놓쳐버렸다가는 그놈으로 인하여 다른 부락에 있는 몬스터들이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 알아차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놈들 입장에서는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셈이었고, 한편으로 도망치는 시간이 생기는 셈이었다.
은하는 제5위계 몬스터들이 이끄는 무리가 이대로 도망치게 할 시간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전력을 나누어 각개격파를 명령한 것이다.
마나 크래셔
응달산 숲속 어딘가.
은하는 부락 입구를 지키고 있던 에이프 계열의 몬스터를 죽였다.
그때 문지기가 하나 더 있었는데, 은하의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었던 유남훈의 검에 목이 날아갔다.
“레인저와 스나이퍼들은 산개해서 부락을 포위한다. 한 놈도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어.”
몬스터는 죽으면 마석을 남기고는 신체가 마나가 되어 사라진다.
사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부락에서 지내고 있는 몬스터들이 이변을 감지하기 힘든 것이다.
은하는 그 점을 이용해 제일 먼저 문지기를 처리했고, 뒤이어 자신이 지휘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지시했다.
그들이 작전대로 움직였다.
태봉산 쪽도 지금 잘하고 있겠지.
류연화, 노은아가 이끄는 파티는 태봉산에 가 있었다.
호시미야 카에데도 그곳에 있었다.
은하는 그들에게 무운을 빌면서, 부락의 상황을 확인했다.
“캐스터 준비.”
“”””…….””””
인간처럼 사는 놈들이다.
곳곳에 모닥불이 눈에 들어왔다.
몇몇 놈들이 불 근처에 모여 앉아 열매나 동물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놈은 나뭇잎으로 두른 옷을 입고 입기까지 했다.
은하는 인간인 것처럼 행사하는, 야만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놈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들어올린 손을 쥐었다.
“─캐스터, 3초 후에 공격을 개시. 부락 중심부를 노려서 최대한 많은 놈들을 공격하도록 해.”
놈들을 단숨에 소탕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이 우왕좌왕하도록.
은하는 캐스터들에게 명령했고.
곧이어 마법이 전개되었다.
폭발이 터졌다.
콰콰콰쾅!!
아니나 다를까.
폭발을 듣고 알아차린 몬스터들이 비명을 질러대며 패닉을 일으켰다.
은하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딜러와 헌터는 이제 나와 함께 적진으로 들어간다. 네비게이터는 도망치는 놈들이 없도록 파악하고. 서포터는 상황을 보면서 지원한다.”
은하의 신호가 떨어졌다.
그가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유남훈이 주저하지 않고서 지면으로 떨어졌다.
높은 위치에서 발생하는 충격에도 끄떡하지 않은 그가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뒤를 플레이어들이 따랐다.
“─같은 제5위계라 해도 서로 간의 계급이 존재할 거야. 그놈은 나랑 이 상대한다. 나머지는 다른 녀석들을 상대하고, 신입들은 되도록 그랜드 에이프에게 다가가지 않도록 해.”
신입들에게 제6위계와 제7위계의 에이프 계열 몬스터들을 맡기고.
은하는 유남훈, 다른 플레이어들과 제5위계 그랜드 에이프를 상대하기로 했다.
한편 그들 중에서 대장격 몬스터는 쉽게 눈에 들어왔다.
유난히 덩치가 컸고, 뼈 목걸이와 나뭇잎으로 이루어진 의상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오오오오오!!
놈이 제 주먹으로 가슴을 때리며 위협을 가했다.
그럼에도 은하나 유남훈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제5위계.
높게 쳐봐야 오버랭크였다.
작년에 몸소 재앙을 겪은 그들이 무서워할 리 없었다.
“어그로는 내가 끌게.”
“부탁해.”
방어력이 꽤 높았다.
녀석이 은하의 마나 크래셔를 막자 두 사람은 전법을 바꾸기로 했다.
은하는 뒤로 물러나 거리를 쟀고, 유남훈이 놈에게 달려들었다.
반면 한 번 공격을 막아낸 녀석은 의기양양해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타이런트 패덕(Tyrant Paddock)
제4위계 삼각지 대장두터비의 독.
유남훈의 검신이 검게 변했다.
그가 날아드는 주먹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푸슈슉!!
부식시키는 독.
칼날에 맺힌 독이 녀석의 주먹에 상처를 냈다.
살갗이 녹아내리는 동시에 칼날에 맺혀 있던 독이 후두둑 떨어졌다.
아무리 방어력이 높다고 해도─.
“고릴라 같이 생긴 것이….”
유남훈의 마법은 상대의 방어력을 무너뜨리고, 그 속에 독을 투여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그대로 몸을 굴려 녀석에게 연이어 추가타를 가했다.
그렇게 놈이 유남훈에게 화를 내며 주변 경계를 흐트러뜨렸을 때─.
─호리잔틀 프리크
은하가 놈의 배후를 공격했다.
☆
판도라클랜 신입 딜러 오성환.
그 역시 은하의 지휘를 받으면서 에이프 계열과 싸우고 있었다.
대단해! 역시 클랜로드야!
노은하.
아니, 이제는 노은하.
아카데미에서부터 은하의 실력에 매료되어 있던 오성환은 가까이에서 그의 전투를 볼 수 있어서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자신도 저렇게 되고 싶다.
플레이어들을 차분하게 지휘하며 전황을 조율하고, 그러면서 고위계 몬스터를 거뜬히 상대하는 은하가 멋지게 보이기만 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강해지는 거지?
그랜드 에이프들을 상대로 어떻게 저렇게 물러섬이 없는 거지?
제5위계 그랜드 에이프 두 마리를 혼자서 상대하고 있다.
오성환은 절로 감탄이 나왔다.
자신처럼 은하의 무위를 동경하며 판도라클랜에 들어온 클랜원들 또한 그런 모양이었다.
오죽하면 오성환은 호승심이 솟아 멋도 모르고서 그랜드 에이프에게 돌격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놈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고, 그제야 그는 파티를 맺은 사람들과 녀석을 상대하려고 했다.
“큭…!!”
하지만 그마저 성치 않았다.
고위계 몬스터를 마주하게 되니까 놈들이 내뿜는 존재감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클랜원들과 호흡이 잘 맞을 리 없었다.
애초 그들 사이에는 호흡이랄 것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한 명씩 차례대로 공격을 가하는 방식이 고작이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던 것이다.
나 혼자서는 안 돼.
다른 사람들도 어그로를 끌어주며 놈의 시선을 분산시켜야 해.
생각해보니 은하도 바로 조금 전에 제5위계 오버랭크 몬스터를 죽이려 유남훈과 합을 맞추지 않았던가.
십이좌에 버금간다는 실력을 지닌 그조차 단신으로 싸우는 걸 가능한 꺼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무슨 배짱으로 놈을 상대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어설프게 동기들과 합이나 맞추며 뒤로 물러나기만 하고 말이다.
“”””…….””””
곧 오성환과 함께 그랜드 에이프를 상대하던 클랜원들도 자신들이 아직 미숙하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그들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기존의 판도라 클랜원들과 다르게 그들은 그렇게 친밀한 사이라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어설프게나마 시선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마나 크래셔
파티 플레이의 기본은 스위치였다.
한 명이 몬스터를 상대하는 사이에 다른 한 명이 공격을 대기한다.
그리고 몬스터를 상대하던 사람이 무방비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경우에 즉시 치고 나간다.
제대로 합을 맞춘 적은 없었기에 그들은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 순간, 서로의 실력을 과신하던 그들은 자신을 낮추게 되었다.
자신을 낮추며 상대를 받아들이고, 힘을 조율할 수 있게 되었다.
클랜로드처럼 빠르게 죽이는 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
우리는 우리대로, 시간을 끌면서 녀석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전법을 사용하면 되는 거야.
전선이 혼선을 겪고 있느라.
그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 거라고 파악했다.
그리하여 전력을 사용해서 녀석과 싸우다 방심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녀석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전법을 사용했다.
유망주로 불리고 있던 이들이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마주하면서 겸허해진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놈에게 익숙해져 갔다.
그때였다.
놈이 돌발적으로 움직였다.
─쿠오오오오!!
거리를 벌리며 싸우던 클랜원들.
놈이 상황이 좋지 않은 걸 깨닫고 정면 돌파를 감행한 것이다.
놈이 돌연 공격을 그대로 맞아가며 오성환에게 달려들었다.
오성환은 놈이 육탄돌격을 가하자어찌하지 못해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막기 위해─.
─내가, 버텨야 해!
이대로 뚫려버렸다가는 뒤에 있는 사람들이 다치고 말 거야.
그가 체내 마나를 발했다.
놈의 힘에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게 했다.
그러고는 이를 악물며 놈의 공격에 대항하고자 했다.
바로 그때─.
─우보
정말 순식간에.
눈앞에 은하가 나타난 것이다.
오성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내가 너희는 제5위계는 먼 거리서 견제만 하라고 했을 텐데?”
짜증이 섞인 어조로.
은하가 검을 휘둘렀다.
마나 크래셔
오성환도 사용할 수 있는 마법.
하지만 파괴력은 차원이 달랐다.
은하가 맹고슈로 만들어낸 검격이 채찍처럼 휘어진 것이다.
그리고 놈의 목을 옭아맸다.
그가 다시금 검을 휘두르자, 놈의 목을 휘감고 있던 마법에 힘이 세게 들어갔다.
휘리릭!
검격이 풀어헤쳐지고.
그랜드 에이프의 목이 떨어졌다.
오성환은 그 모습을 보고서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해….”
“감탄은 나중에 하도록 해. 그렇게 넋 놓고 있지 말고.” “아, 네! 죄송합니다!”
“너희는 이따 죽었어.”
오성환은 작게 감탄했고.
은하는 그를 꾸중했다.
이내 은하가 자리를 옮겼다.
오성환은 그가 쏜살같이 사라지며 읊조리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오성환은 클랜원들과 전투를 속행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은 너머에 있는 노은하에게 향하고 있었다.
진짜 대단해.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되는 거지?
불닭이의 힘도 쓰지 않았는데.
은하가 유남훈과 전선을 쏘다니며 몬스터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도중에 편재가 일어나며 제5위계 그랜드 에이프들이 튀어나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당황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러다가 오성환은 이후에 일어난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우비 누나, 주변에 결계를 쳐줘. 독을 쓸 거니까.” “알았어!”
노은하가 여우비에게 말하고.
그가 편재를 향해 뛰어갔다.
편재 속에서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바일런트 베놈
그가 독을 흩뿌렸다.
몬스터들의 피가 독이 되어 인근의 몬스터들까지 헤치기 시작했다.
타이런트 패덕
은하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독은 극독이었다.
그래서 전선을 누비는 그의 곁에는 누구도 따르지 못하고 있었다.
을 지닌 유남훈이 그를 따르며 몬스터들의 숨통을 마저 끊고 있었다.
독과 피를 뒤집어쓰고도 유남훈은 흐트러짐 없는 기색을 보였다.
“”””…….””””
편재가 연이어 일어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을 상황.
그 상황이 단숨에 해결되었다.
오성환을 비롯하여 플레이어들은 몬스터들이 독에 절여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걸어나오는 그들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저 사람이….
우리 클랜로드야.
이내 오성환의 마음속에는 감동이 벅차올랐다.
당장에라도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동시에 오성환은 은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다.
자신의 실력을 인지하게 되었어도, 동경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아까 그랜드 에이프 상대하던 머저리들.”
“”””…….””””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은하가 오성환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그가 대뜸 냉소를 지으며 말한 것이다.
“너희가 그렇게 상대하고 싶으면, 원 없이 상대하게 해줄게. 이제부터 네들은 죽은 줄 알아.”
“”””…….””””
“말로 해도 알아듣지 못하면, 그럼 몸으로 알아들어야지.”
무언가가 잘못된 것 같다.
오성환은 꺼림칙하게 웃는 그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과연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정녕 자신이 동경하던 사람이었나 하고.
뒤늦게 그런 후회가 들었다.
☆
어리석은 것에도 정도가 있다.
신입들이 그랜드 에이프와 싸우며 자신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해도.
클랜로드로서 은하는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아니, 애초 그들이 어떤 일을 했든 은하는 어떤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결국 감행했을 것이다.
이것들이 우리 누나를 힘들게 해?
절대 사적인 감정은 없었고.
순수하게 신입들을 고치기 위해서.
그리고 신입들을 단련시키기 위해.
은하는 처음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말을 꺼냈다.
“우비 누나. 저거 치료해줘.”
“저거? 어떤 거? 저 사람?” “아니, 저 몬스터. 그랜드 에이프.”
“”””…….””””
다른 부락도 토벌이 진행될 테니, 대충 해야 할 일은 끝낸 셈이다.
자신이 바일런트 베놈을 사용해서 작전 시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그래서 은하는 남은 시간 동안에 신입들을 굴리기로 작정했고.
그가 여우비에게 시켜 손가락으로 쓰러진 그랜드 에이프를 가리켰다.
일부러 죽이지 않은 놈이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거지?”
“몬스터 회복시켜.”
사람들이 어이없어해하든 말든.
은하는 여우비가 헷갈리지 않도록 정확히 그랜드 에이프를 가리켰다.
“남훈이 형, 쟤 팔이 잘렸으니까 저기 떨어진 팔 좀 가져다줘. 아마 우비 누나의 마법이라면 저놈 팔도 말끔히 붙일 수 있을 거야.”
“어어…, 그럴게.”
유남훈도 넋이 나가 있었으나.
은하가 명령하자 퍼뜩 정신을 차린 그가 순순히 따랐다.
유남훈이 팔을 가져와 쓰러져 있는 그랜드 에이프의 잘려나간 부위에 버렸다.
여우비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 클랜로드지만 대단해….”
감탄 아닌 탄식.
여우비가 치유마법을 전개했다.
그녀가 그랜드 에이프의 팔을 붙여 말끔한 상태로 되돌려놓았다.
“쟤 버프도 걸어줘.”
“그래, 그래, 그렇게 할게.” “”””…….””””
여우비는 이제 반대하지 않았다.
그녀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그랜드 에이프에게 버프를 걸었다.
그리고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차린 신입 클랜원들의 얼굴이 점점 파리해졌다.
은하는 씩 웃었다.
“이런 실전은 흔치 않아.” “”””…….””””
죽지 않고 제5위계하고 안전하게 싸울 기회는 흔치 않다.
신입들은 은하가 하는 말에 뭐라고 답하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하는─.
“─아까 본 것처럼 팔이 떨어져도 우리 서포터가 말끔히 고쳐줄 거야. 그러니 너희가 원했던 대로 제 몸을 무릅쓰고 싸워보던지.”
“”””크, 클랜로드…!!””””
“변명은 받지 않을 거고, 너희들 선배들도 이런 식으로 강해진 거야. 은혁이나 애들이 어떻게 강해졌는지 궁금하다고 했었지? 잘됐네. 어디 한번 겪어봐.” “”””…….””””
“네들도 브루노 아저씨의 훈련이 얼마나 인간적이었는지 깨닫겠지. 아, 팔이 잘려나갈 때 주의할 것은 깨끗이 잘려나가야 한다. 안 그러면 붙이는데 애를 먹을 테니까. 그치, 우비 누나?”
“그렇기는 한데…. 잘못하다 영영 붙지 않는 수도 있으니 일부러라도 잘리지 않게 해줄래? 마법이라고 다 만능은 아니니까….”
은하는 희희덕거렸고.
여우비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신입들은 현실을 믿지 못해 벙쪄 있기만 할 뿐이었다.
이에 은하는─.
“─너도 살고 싶으면 쟤네를 아주 죽일 듯이 싸우도록 해. 그렇다고 진짜 죽이지는 말고.” “정말…. 살려…, 주는, 거냐?”
“그래, 살려줄게.”
은하에게 굴복해버린 몬스터.
은하는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는 그랜드 에이프의 엉덩이를 찼다.
몬스터가 당황해 앞으로 나아가며 은하에게 확인을 구했고─.
─쿠오오오오!!
선택의 수단이 없었던 놈이 이내 신입들에게 죽자 살자 달려들었다.
“”””……!!””””
“”””…….””””
신입들이 곧바로 반응했다.
그때부터 그들은 사선을 넘나드는 전투를 펼쳐야 했다.
성남시의 플레이어들은 그 모습을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지켜보았다.
한편 은하는─.
─살려주기는 뭘 살려줘?
몬스터는 다 죽여야지.
말은 그렇다고 하지만.
여차하면 자신이 직접 나서, 놈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그들은 어찌어찌 잘 피하고 있었다.
물론, 죽이기는 힘들 것이다.
기본적으로 A, B급 플레이어들이 상대할 만한 몬스터였다.
또한 2개 이상 파티가 싸우는 게 권장되는 제5위계였다.
이제 아카데미를 졸업해 C+급인 플레이어 다섯 명으로는 요원했다.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남훈도 여차하면 뛰어들어 저들에게 가세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어쨌든 호되게 당하면 지들도 이제 제 목숨이 소중해지겠지.
신입들이 죄송하다고 소리치면서 그랜드 에이프와 싸우고 있다.
처음에는 합이 맞지 않던 그들이 이제는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호흡이 맞아가고 있었다.
은하는 그들을 보며 웃었다.
역시 굴리는 게 답이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