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22
갑작스러운 정전.
직후 소동이 일어났다.
정하양은 일련의 과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가 있었다.
클랜원들이 그런 거야.
파랑 오빠가 취할 사람도 아닌데, 뭐 때문에 이러는 거지?
사람들이 당황해 비명을 지른다.
정하양은 그들을 진정시키는 한편 어둠 속을 꿰뚫어 보려고 했다.
동시에 어둠을 밝히려고 했다.
바로 그때─.
─솔로는 위대하다!!
마나신이 함께하신다!!
그런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는 그녀가 주문하던 마법이 돌연 파훼당한 것이다.
배수빈의 짓이었다.
아니야, 수빈이만 있는 게 아니야.
대체 몇 명이 소란을 피우고 있는 거지!?
이내 정하양은 생각을 고쳤다.
배수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야음을 틈타 몇몇 사람들이 그녀의 행동에 동참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솔! 로! 천! 국! 커! 플! 지! 옥!
마나신이여, 영원하라!!
그러다 보니 소란이 거세졌다.
플레이어들도 사람들이 있다 보니 선뜻 마법을 전개해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만을 사로잡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배수빈과 같이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일어나는 소동 또한 교류회 프로그램의 일환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진심이라거나.
어떻게든 소동을 막아야 해.
유정이한테 좋은 날이 왜….
그럼에도 정하양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자신의 친구가 첫 데뷔한 날이고, 약혼식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이렇게 망칠 수 없었다.
그러던 그때였으니─.
─은하야!?
마법을 전개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그녀의 주위에 불빛이 생겨났고.
그녀는 때마침 자신을 스쳐지나간 사람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은하였다.
그가 이유정을 안고 있었다.
그러고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는 아무 설명도 없이 휙 도망쳤다.
“…….”
정하양은 할 말을 잃었다.
퍼즐이 맞춰졌다.
이 상황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왜, 어째서….”
의문이 샘솟았다.
은하를 질타하고 싶었다.
정하양은 캐스팅을 중단했다.
은하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부릅
노은하를 믿으니까.
한서현과 약속했으니까.
자신에게 다짐했으니까.
그렇다고 하나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정하양은 주먹을 쥐었다.
나랑 서현 언니만으로는 안 돼?
우리만으로는 부족한 거니? 난, 그냥 네가 나만 바라봐줬으면 좋겠어.
하고 싶은 말은 무척이나 많았다.
하지만 정하양은 어둠 속에서 그저 침묵을 유지했다.
이윽고 불이 켜지고, 소란이 차츰 가라앉았을 때─.
“─유, 유정이! 유정이가 없어졌다! 얼른 유정이를 찾아!”
이정인이 화들짝 놀라서는 주변이 떠나가랴 소리치든 말든.
정하양은 입을 꾹 다물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 만큼이나 세게 주먹을 쥐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내가…, 마녀의 모형정원으로 은하를 찾으면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날 거야.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내 정하양은 자신에 대해 너무나 경멸감이 들었다.
이유정이 최예장과의 약혼을 그리 반기지 않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두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 훼방을 놓으려는 자신에게 경멸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돌연 끌어올렸을 때.
이유정은 순간적으로 놀라면서도 안심이 들었다.
─은하야.
체격, 체취, 숨소리, 심장 소리 등.
자신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것들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줬으니까.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애초 어둠 속에 있는 것이 워낙에 몸에 배어 있던 그녀가 이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많았다.
마음만 먹으면 그녀는 저항을 해서 은하의 품에서 벗어나,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다.
또는 소리를 크게 질러 아버지에게 자신이 납치되고 있는 것을 알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유정은 그러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있고 싶어.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냥 너랑 이러고 있고 싶어.
머리로는 안 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감정에 몸을 맡겼다.
은근히 스릴이 느껴지기도 했고.
묘하게 떨리기도 했으며.
무척 즐겁기도 했다.
그건 은하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지금쯤 다들 깜짝 놀랐겠지? 네가 없어졌다고 해서.”
“모두들 많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미안한데, 그럴 리는 없겠지.”
“응, 그럴 거야.”
“삐삐삐 빠빠빠 뿌뿌뿌!!”
노은하가 키득거리며 말했고.
이유정도 쿡쿡 웃었다.
그녀의 품속에 안겨 있던 불닭이도 이 상황이 유쾌한 듯싶었다.
‘─아가씨 운명은 아가씨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거예요.’
그러다 이유정은 문득 얼마 전에 점쟁이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러니 마음이 동하는 대로 하라.
결코 세상이 정한 기준과 시선에 얽매이려고 하지 마라.
행복이란 바로 그런 것이니까.
“재밌다….”
“재밌어?”
“응. 이런 일은 처음이니까. 누가 날 납치할 줄은 몰랐어.” “납치 아니야. 납치는 돈만 받으면 순순히 돌려주는 거잖아.”
“그럼?”
“…탈환인가?”
“탈환? 내가 언제부터 네꺼였어?”
“넌 전생도 현생도 내꺼였어. 절대 못 벗어나.”
“킥,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
“몰라도 돼. 이제는 나만 기억하면 되는 일이니까.”
알 수 없는 소리투성이.
그런데도 이유정은 은하가 무엇을 말하더라도 웃음만 나왔다.
이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역시, 자신의 마음에 거짓말 따위 하고 싶지 않다.
그 순간, 이유정은 자신의 마음이 동하는 대로 행동하기로 했다.
바로 그때─.
─휘이이잉!!
거센 바람이 불었다.
무언가가 등 뒤에서 스쳐지나가며 두 사람의 앞길을 막아섰다.
발걸음을 멈춘 은하가 몸을 돌려, 마법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거기까지야. 이제 그만해.”
“오빠….”
이유정 역시 시선을 향했다.
그녀의 기프트가 모퉁이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그려냈다.
익숙한 목소리.
자신의 오빠 이유천과 플레이어들 4명이 쫓아온 것이다.
“은하 네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모양인지 모르겠지만, 아니, 그런 건 알고 싶지도 않아. 제발 부탁인데, 일을 꼬이게 만들지 말아줘.”
이유정은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은하가 자신을 납치한 것을 깨닫고 이유천이 신라클랜의 플레이어들과 추격에 나선 것이다.
“─지금이라도 유정이를 돌려줘. 그럼 이번 일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을 테니까.”
“”…….””
“우리가 은하 너한테 지울 수 없는 빚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아무리 은하 너라도, 이건 장난이 지나쳤어.”
루미너스는 앞으로도 은하 너에게 아군이 되어줄 것이다.
관계를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이유정을 돌려달라.
이유정은 이유천의 제안을 들으며 은하의 옷깃을 꾹 쥐었다.
그것이 그녀의 대답이었고.
은하는 강단 있게 말했다.
“미안한데, 그건 못 해주겠어.”
“은하 너…. 정말 이럴 거야? 네가 정말 유정이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이럴 순…!” “행복은 개뿔. 그놈한테 보낼 바엔 차라리 내가 그렇게 해주겠어.” “……!”
“얘는 형한테도 못 넘겨. 그런 줄 알고 있으라고.” “그래…. 말로는 통하지 않을 거란 뜻이구나. 네 대답, 잘 들었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이유천이 으르렁거렸다.
그가 플레이어들에게 지시를 내려 은하를 붙잡게 했다.
“─꽉 붙잡아.”
“”””……!!””””
은하는 곧장 내달렸다.
그가 손가락을 딱 하고 울리자.
길을 막고 있던 장애물이 불길에 휩싸였다.
은하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고, 이유정은 은하의 가슴팍에 얼굴을 바짝 갖다붙였다.
하지만 은하가 길을 뚫었다 한들, 신라클랜의 플레이어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판도라 클랜로드. 미안하지만 거기까지야.”
“신라 클랜로드….”
게다가 은하가 향하는 길목에서는 신라 클랜로드 김유진이 나타났다.
캐스터인 그녀가 마법을 발동하며 길 자체를 봉쇄해버렸다.
환수변환
피닉스의 날개
이에 은하는 불꽃의 날개를 펼쳐 측면으로 뛰었다.
이유정을 보호하듯 감싸안은 그가 유리창을 부숴 하늘로 날아올랐다.
“노은하!!”
이유천의 외침.
갑작스럽게 하늘을 날자 놀라 하던 이유정은 그 소리를 듣고는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은하의 뒤로 시선을 향해, 이유천과 신라클랜의 플레이어들을 주시했다.
그들이 자신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었다.
그녀가 곧장 외쳤다.
“─오빠, 제발 막지 말아줘!!”
“”””……!!””””
이유정은 이렇게 크게 외친 적이 있던가 싶었다.
그녀가 호소하듯 외쳤고.
직후 공중에서 그려지던 마법진이 힘을 잃고 사라졌다.
마법은 더 이상 전개되지 않았고.
두 사람은 그들의 추격을 무사히 따돌릴 수 있었다.
☆
“추격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
신라 클랜로드 김유진.
그녀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이유천에게 물었다.
이유천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유정이 마음이 그렇다는데 제가 더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분통하다는 듯이.
그리고 어딘가 대견하다는 듯이.
이유천이 읊조렸다.
“지금까지 가족들이 하던 말에는 한 번도 반항하지 않던 여동생인데, 이렇게 반항할 줄은 몰랐네요.”
마치 자신에게 말하듯.
이유천은 중얼거렸다.
보호가 필요한 여동생이었다.
그렇기에 자신과 가족들은 그녀를 평생 지키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심고 끝에 YH그룹의 직계 최예장과 약혼을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여동생은 그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
그녀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서는, 가족들의 보호에서 벗어나 노은하와 같이 살아가겠다고 표명한 것이다.
“분하네….”
여동생을 빼앗긴 듯한 감정.
이유천은 자조했다.
최예장에게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잘 느껴지고 있었다.
여동생의 마음이 이제는 확실하게 자신과 가족들이 아닌 노은하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기쁘면서, 슬펐다.
“저희는 아무것도 못 본 거예요. 그렇게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윽고 이유천이 고하고.
김유진과 플레이어들은 별말 없이 순순히 수긍했다.
☆
그저 정처 없이 날아간다.
그럼에도 은하는 이유정을 안고서 날아가는 시간이 마음에 들었다.
두 사람은 야경을 발아래에 두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속삭였다.
“저기에 가서 앉을까?”
“응.”
이내 그는 어딘가에 있는 시계탑에 착지했다.
불꽃의 날개를 접고.
은하는 이유정을 창틀에 앉혔다.
화륵!
높은 곳이라 사뭇 쌀쌀했다.
은하는 손가락을 튕겨서는 주변을 후끈하게 데웠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에 손을 포개 옆에 앉았다.
“춥지는 않지?”
“응, 따뜻해. 그리고 좋다. 어디서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그래? 아, 나도 들리는 것 같아.”
발아래로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고.
거리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유정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가 무척이나 좋은 듯했다.
웃음소리를 낸 그녀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은하는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이윽고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네가 다시 끼워줄래?”
“…그래.”
왼손 약지.
다이아몬드가 반짝이고 있다.
그녀가 내민 반대편 손바닥 위에는 루비가 새겨진 반지가 있었다.
하나는 최예장이 준 반지였고.
다른 하나는 은하가 준 것이었다.
손바닥 위에 있는 반지를 건네받은 그가 그녀의 왼손을 쥐었다.
“”…….””
손길은 부드럽고, 또 정중했다.
소중한 것을 다루는 듯한 손길.
은하는 최예장이 그녀에게 끼워준 반지를 살며시 빼냈다.
휙
그러고는 주저하지 않고.
은하는 반지를 던졌다.
다이아몬드가 호를 그리며 밤하늘 어딘가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개의치 않고 서로에게 집중했다.
오히려 이유정은 킥킥 웃었다.
“심장이 쿵쿵거려. 지금껏 한 번도 이렇게 비행을 저지른 적이 없어서 그렇기 때문인 걸까?”
“그래서 후회돼?”
“아니, 너무 좋아. 앞으로도 계속 후회하고 싶지 않아. 네가 그렇게 해줄 거지?”
“믿어줘.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
“응.”
이마를 맞댄다.
은하는 그녀의 손을 매만졌다.
왼손 약지가 비어 있었고.
은하는 새로 반지를 끼워주었다.
루비가 붉은빛을 발하고.
그녀는 반지를 조심스레 더듬었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
은하는 그녀의 뺨에 손을 얹었다.
순간 그녀가 흠칫 몸을 떨었다.
이내 그녀는 그가 머리칼을 넘기는 손길에 몸을 맡겼다.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자.
그녀의 얼굴이 훤희 드러나고.
그는 그녀와 입을 맞췄다.
화르륵!
불씨가 일렁인다.
그 모습이 꼭 춤을 추는 것 같다.
불씨에 둘러싸인 두 사람은 조용히 긴 시간을 나눴다.
한 차례 탐색의 시간이 끝나고.
이유정은 손등으로 살며시 입술을 훑었다.
불씨가 비추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녀의 얼굴이 발그스름했다.
그녀가 그것을 감추듯 은하를 향해 배시시 웃었다.
“은하야.”
“응.”
“아….”
그녀가 무엇을 말할지 알겠다.
은하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고.
재빨리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그녀가 멍하니 있게 되고.
은하는 그 틈을 타 먼저 말했다.
“─사랑해.”
“…….”
이전 삶에서는 답하지 못한 말.
시간을 회귀하여.
은하는 비로소 그녀에게 그때 못한 말을 건넬 수 있었다.
비록 기억이 없다고 해도─.
“─나도.”
그녀는 이유정이고.
이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속삭였다.
☆
한편, 교류회는 난리가 났다.
불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이유정이 납치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유, 유정아! 이유정!!”
루미너스그룹 회장 이정인은 연신 그녀의 이름을 외쳐댔다.
그러고는 플레이어들을 시켜 어서 그녀를 찾아오라고 명령했다.
플레이어들은 흩어져서는 샅샅이 주위를 탐색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흔적은 조금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유, 유정아…. 대체 어떤 새끼가 유정이를 데려간 거야!!”
“아빠, 진정하세요. 아마 유정이는 괜찮을 거예요. 보는 눈도 있으니까 진정을….”
“예장이 넌 뭘 하고 있었던 거냐! 누가 유정이를 데려갔는지 알지도 못하는 거냐!?”
이유천이 말리든 말든.
이정인은 버럭 화를 냈다.
당연히 이정인의 분노는 마지막에 그녀와 같이 있던 그녀의 약혼자, 최예장에게 향하고는 했다.
“아, 아버님, 그게….”
하지만 최예장은 답하지 못했다.
입이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이유정을 납치한 사람이 누구냐.
그것만 말하면 되는 것이거늘.
최예장은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수색이 지연되었다.
“흠….”
그런 한편, 한서현은 팔짱을 끼고 주위를 관망하고 있었다.
“마음이 동하는 대로 하라 했더니 이런 식으로 사고를 치는구나….”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녀가 실소를 머금었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체념 어린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네가 좋다는데 어쩌겠니.”
남편이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게다가 한서현은 은하에게 하렘을 차리든 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꺼낸 말이 얼마나 무거운 것이었는지 체감하게 되었다.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나라도 은하가 나만 바라봐준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때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은하를 차지하지 못했을 텐데.
게다가 은하와 약속하기도 했고.
은하를 위한다면 찬성해야 했다.
“─시리우스, 앨리스, 루미너스…. 유도준까지 더한다면 영원그룹까지 10위 이내에 드는 그룹 중 4개가 은하의 아군이 되는 거구나.”
은하가 진정 군주를 목표한다면.
그만한 지지기반이 필요했다.
은하의 본의였든 아니었든.
결과적으로 루미너스그룹은 확실한 아군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나─.
“─YH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텐데….”
YH그룹이 적이 될 것이다.
자신을 포함해 이유정까지 빼앗은 은하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러니 그녀로서는 그것에 대해서 방책을 마련해놔야 했다.
최예장은 이제 끝이 났어.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약혼녀를 빼앗기게 됐으니, 최예장의 입지는 회복하기도 힘들 거야.
한서현은 최예장에게서 눈을 돌려 어떤 사람을 찾았다.
YH그룹의 직계 최예진.
곧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하여간 남편 때문에 내가 이렇게 고생한다니까.”
피식 웃으며.
한서현은 최예진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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