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25
선력 16년 2학기가 시작되었다.
여름방학이 끝난 학생들은 싫어도 학교에 갈 수밖에 없었다.
“으….”
하백련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클랜회관에서 즐거이 놀며 간간이 방학 숙제를 하는 삶을 보낸 하백련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학교 같은 것은 가기 싫었다.
차라리 클랜 언니들하고 노는 것이 백 배, 천 배 나을 듯싶었다.
아저씨만 빼면 클랜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인걸.
…과자도 맛있고.
사실 클랜생활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이 컸다.
성남시에서 살았을 때는 밤이 되면 특별히 할 것도 없었던 데다, 대개 학교가 끝나면 어머니를 도와드리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같이 어울리는 친구가 많지 않았다.
또한 하백련이 9살이 되었을 때는 성남시의 분위기가 흉흉하기도 해서 더더욱 밖에 나가 놀지 못했다.
그에 비해 판도라클랜에서 보내는 생활은 얼마나 달랐던가.
‘─백련아, 밖에 나갈 때는 선크림 꼭 바르고 나가도록 해. 오늘 엄청 덥다고 하더라.’
노은아나 류연화는 하백련이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람의 경계심을 허물면서 다가온 그들은 그녀를 친절히 대해주면서, 요즘 들어서 그녀의 흰 피부가 탈까 걱정해주었다.
특히 노은아와 있으면 시간이 참 잘 가는 기분이었다.
그런 언니가 그 아저씨랑 남매라니 믿기지 않아.
물론 하백련은 노은아와 노은하가 남매란 사실을 여전히 믿지 못하고 있었다.
일전에 노은애가 온 적 있었는데, 그녀도 노은아를 닮았지, 노은하를 닮은 것 같지는 않았다.
한편 책을 좋아하기도 하는 그녀는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정하양과 말이 잘 통하기도 했다.
‘아, 백련이 왔구나. 또 책 빌리러 온 거니? 전에 빌려 간 책은 벌써 다 읽은 거구나. 대단하네.’
정하양은 독서광이었다.
그녀는 많은 책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가 근무하는 층에는 도서관이 위치해 있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하백련은 곧잘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때마다 정하양은 살갑게 다가와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주고는 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달랐다.
‘조금 더 어려운 책을 보고 싶다면 허생전은 어때? 경제도 공부하고, 당시 사회를 해학적으로 그리는 게 꽤 재…서현 언니?’
‘아니면 이걸 읽어보는 건 어떠니. 구운몽이라고 하는 건데, 결말부가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해도 이야기는 꽤 재밌단다. 만화도 있을 거야.’
‘음…. 구운몽도 좋기는 좋지. 이게 시대를 앞서간 소설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거니까….’
그날 책을 빌리러 갔던 하백련은 웬일로 한서현도 만났다.
정하양과 이야기를 나누던 그녀는 하백련에게 책을 추천해주었다.
‘재미있게 읽으렴.’
‘…고맙습니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처음에는 노은하의 아내란 소리에 그녀에게 거부감을 드러낸 하백련은 그녀 역시 나쁜 사람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한서현을 어려워하는 한편 적잖은 호감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여하튼─.
“─학교 가기 싫다. 얼른 방학이나 해버렸으면 좋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
노은하는 당연히 나쁜 사람이고.
진파랑이 좀 바보 같기는 했지만.
하백련은 클랜생활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상황이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행히 오늘은 개학식이라 학교도 일찍 끝날 것이다.
하백련은 그나마 위안을 삼으면서 초등학교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어? 백련아!”
“응? 아…. 장발장?”
학교로 향하던 중.
하백련은 뜻밖에 깜짝 놀랄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한 장발장을 만났다.
하백련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지 않은지, 도무지 믿기지 않아 연신 깜빡거렸다.
“발장아! 네가 여기는 웬일이야!? 혹시 너도 여기로 이사 온 거야?”
“뭐…. 그렇게 됐지?”
“그러면 나랑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는 거야?”
“어, 그건 아니고…. 이사를 온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우리 아빠 말로는 다른 데로 갈 것 같다나 봐.”
“그래? 아쉽다….”
장발장의 손을 격하게 흔들며.
하백련은 반가움을 표현했다.
장발장은 그녀의 기억과 다름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응? 어디서 많이 본 웃음인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으나.
하백련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장발장과 회포를 풀었다.
듣자하니 이 근처로 이사를 오면서 이제 종종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모양이었다.
“아! 그러면 너희 집 번호 알려줘. 나 이제 스마트폰도 생겨서 너하고 언제든 연락할 수 있거든!” “어? 아…. 우리 집이 이사 중이라 아직 번호도 없어서….”
“부모님 번호도 없어?”
“우리 아빠가 스마트폰이 없어….” “응?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하백련은 장발장의 얼굴이 곤란해지는 것을 보고 그냥 모른 척 넘어가기로 했다.
성남에서 부랴부랴 이사 왔다니, 장발장의 가정에 쉬이 말하지 못할 이야기가 있는 것이리라.
그러니 하백련은 다시금 장발장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해하기로 다짐했다.
“그럼 내 번호를 줄게! 꼭 나한테 연락해줘!” “응, 그럴게. 나도 아빠한테 말해서 스마트폰 좀 달라고 할게. 번호야 어찌어찌 만들 수 있을 거야.”
“아니야, 그러지 않아도 돼. 괜히 나 때문에 그럴 필요는….”
“나도 너랑 연락하고 싶기도 하고, 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하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그래도…. 그러다 너희 아빠한테 혼나면 어떡해.”
“그럴 리 없어. 걱정 마.”
그래도 아직 순수한 나이였기에.
하백련은 별다른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
하백련이 클랜회관에서 살게 되면 친해질 계기가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은하의 예상은 어긋났다.
다른 애들하고는 친하게 지내면서 왜 나한테는 톡톡거리는 거지?
하백련은 클랜원들과 친해졌을 뿐, 여전히 은하에게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꼭 앙칼진 고양이 같다.
그녀는 은하를 볼 때면 흥 하며 최대한 모른 척하고는 했다.
은하로서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껴야 했다.
장발장 짓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백련이가 장발장한테는 꽤 마음을 열어준 것 같으니까. 당분간 장발장으로 백련이의 정보를 모으고 호위도 해야지.
결국 은하는 도플갱어 마법을 써서 장발장을 만들어냈다.
아무래도 이십오에게 부탁을 해서 장발장의 신분을 위조해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런 한편 은하는 2학기가 되면서 아카데미 객원교관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당분간 객원교관 일에 신경 쓰느라 클랜 일에는 신경 쓰기 힘들 거야. 클랜회관에 가는 날도 줄어들 테니, 그만큼 백련이하고 친해질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그래서 은하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장발장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여하튼 하백련이 오늘 개학했듯, 은하도 짐을 챙기고는 아카데미로 출근해야 했다.
“─재작년만 해도 내 속을 썩이는 학생이었던 네가 설마 이런 식으로 교관이 돼서 올 줄은 몰랐다.”
“누나는 그동안 잘 지냈어요?”
“잘 지냈겠니? 네가 악동들을 전부 나한테 몰아줬는데 내가 잘 지낼 수 있었을 것 같니?”
“그래도 가르치는 보람은 있었죠?”
“내가 말을 말지….
은하, 류연화, 진서나.
판도라클랜에서 객원교관으로 뽑힌 세 사람은 신서영의 교관연구실을 찾았다.
신서영은 세 사람을 반가워하면서 한숨을 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 아무튼 오랜만에 너희 얼굴 보게 돼서 좋기는 하다. 연화 너도 정말 오랜만이고.”
“네, 교관님. 그동안 안녕….”
“그렇게 격식 차리지 않아도 돼. 너도 그냥 편하게 부르렴. 언니라고 불러도 되고.”
“누나, 근데 누나 나ㅇ….”
“너는 어떻게 결혼을 했어도 애가 변한 게 없는 것 같니? 네가 이젠 어엿한 클랜로드가 되어서 조금은 다르게 대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눈치가 없어선….”
“에이, 언니. 은하가 언니를 만나서 반가워서 이러는 거예요. 알잖아요. 은하가 하는 말은 다 반대로 들어야 정신에 이롭다는 걸.”
“서나는 그래도 눈치가 있네.”
신서영이 피식 웃었다.
네 사람은 이후로 다과를 즐기며 서로 근황을 나누었다.
물론, 은하가 신서영을 찾아온 건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나, 어때요? 누나 눈에 괜찮은 애들은 있어요?”
“미안한데, 나는 교관이고 이제 넌 내가 가르친 애들을 영입하게 되는 클랜로드야.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넘겨줄 수는 없거든?”
“그래서 누나 생각을 물었잖아요. 누가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데요?”
“그래, 내가 졌다.”
신서영이 교관으로서 일을 한 지 몇 년이나 지났다.
그만큼 그녀는 학생들을 판별하는 안목을 기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은하는 플레이어 업계의 정보보다 그녀의 눈을 더 신뢰했다.
그는 진서나와 그녀를 구슬린 끝에 유망주들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캐스터, 서포터로 잠재성이 있는 학생들은 이 애들이려나.”
“딜러, 헌터, 가디언은요?”
“근접 무기를 다루는 애들이 나랑 엮일 일은 별로 없지. 알려주더라도 네가 접한 정보와 다르지 않을걸? 아니면 님께 물어보든가.” “황진희 교관님이요?”
“그래, 안목은 나보다 더 있으니까 나중에 찾아가서 물어봐.”
살아있는 신화, 황진희.
은하는 오랜만에 그녀에 대해 듣고 생각에 잠겼다.
날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래도 가서 물어봐야 하나.
사실 은하에게 황진희라는 사람은 껄끄러운 존재이기만 했다.
자신과 그녀는 서로 추구하는 검이 다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은하는 일단 참고해두고 고민해보기로 했다.
자신의 클랜에는 그녀의 제자인 최은혁도 있으니 어느 정도 협조해주기는 할 터였다.
“─그럼 이만 일어나볼게요.”
“그래, 좋은 애들 많이 데려가렴. 그리고 널 광신도처럼 따라다니는 애들도 제발 데려가주고.” “네? 웬 광신도?”
“네가 나한테 맡긴 애들 말이야. 나는 얼른 그 애들한테서 졸업해서 좀 편하게 쉬고 싶다, 얘.”
이윽고 이야기를 마치고.
은하는 힘들다는 척 꾀병을 부리는 신서영을 뒤로했다.
교관연구실을 나온 은하는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누구를 영입할지는 정했어?”
“이리야랑 쌍둥이 자매는 확정이고 나머지는 밸런스를 생각해서 적당히 영입해야지. 이리야를 더하게 되면 서포터는 이제 충분하니, 서포터는 눈에 띄는 사람들이 없으면 열심히 영입하려고 하지 말자.”
“그럼 서포터는 빼고서 찾아볼게. 그리고 텔레파시스트도 한두 명쯤 추려볼게.”
“텔레파시스트는 부탁해.”
“알았어.”
이미 졸업했다고 한들.
진서나가 아카데미에 재학했을 때 아인 학생들하고 만들어놓은 인맥은 아직도 기능하고 있었다.
이에 은하는 텔레파시스트 인재는 전적으로 그녀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연화 누나는….”
“응.”
이내 은하는 오늘따라 말수가 없던 류연화에게 말을 걸었다.
“연화 누나는 님을 만나서 유망주들 정보 좀 모을 수 있을까? 누나는 님과 면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 님을 만나본 적은 없어. 할아버지와 친분이 있다는 걸로만 알고 있을 뿐인걸.”
“그래도 님이 나랑 다르게 누나는 좋아하시겠지.” “응, 그럼 그렇게 해볼게.”
은하는 황진희에게 류연화를 보내 학생들의 정보를 알아오기로 했다.
류연화는 군말 없이 그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강의 준비할 게 있어서 이대로 먼저 가볼게.”
“응, 이따 봐.”
“이따 봐, 언니.”
이윽고 류연화가 자리를 떠났다.
은하와 서나는 멀어지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요즘 생각하는 건데 말이야.” “응.”
류연화가 멀어진다.
손길을 거둔 은하는 입을 열었다.
“요새 연화 누나가 날 피하고 있는 기분이 든단 말이야.”
“아, 그래?”
은하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기분 탓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그녀와 엮일 기회가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건만.
이번에 아카데미 객원교관이 되어 그녀와 어울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뭘 잘못하기라도 했나….”
“빠빠?”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거리를 두려는 것 같다.
은하는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끙끙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진서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있어.”
“어? 너는 왜 그러는지 알아?”
“연화 언니한테 듣지는 않았지만, 대충 짐작은 가지.”
“뭔데?”
“네 반지.”
진서나가 은하의 손을 가리켰다.
왼손에 둘, 오른손에 하나.
한서현, 정하양, 이유정.
그는 세 사람과 각기 맞춘 반지를 끼고 있었다.
왼손 약지, 한서현의 결혼반지.
왼손 중지, 정하양의 약혼반지.
오른손 약지, 이유정의 약혼반지.
반지를 세 개나 끼우고 있다 보니 자연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진서나는 은하의 손을 가리키면서 게슴츠레한 눈을 떴다.
“그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들겠니? 나라도 너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데, 연화 언니는 어떤 마음이겠어.”
“…….”
“이게 당연한 거야. 그러니 너는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있어. 행여나 연화 언니를 쫓아가서 왜 피하냐고 그런 바보 같은 말은 하지 말고.”
흥 소리를 내며.
진서나가 꼬리를 흔들며 나아갔다.
여우가 꼬리로 그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나도 강의 준비해야 해서 먼저 가볼게.”
“삐삐삐 빠빠빠 뿌뿌뿌!”
불닭이가 진서나를 배웅해주며.
은하는 자리에 못박혀 서 있었다.
이내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다들 이젠 날 마냥 편하게 대하지는 못하겠구나.”
은하는 자신이 새삼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
노은하.
서울 침공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플레이어가 객원교관이 되어 강의를 진행한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은하 형이 객원교관으로 왔다고? 그럼 가서 인사드려야지!” “어느 수업이야? 지금 그 수업으로 잡으려고 하는데 강의계획서에 나와 있지 않잖아.”
“객원교관이 강의하는 수업은 최종 확정이 될 때까지 강의계획서에는 기재돼 있지 않는다고 하더라. 거기, 카테고리를 마나응용 실전 부분으로 선택해봐. 거기에 교관 이름이 없는 강의가 몇 개 나올 거야.”
“듣자하니 님 혼자서 진행하는 수업은 아니라고 하던데? 다른 클랜에서 오는 사람들과 같이 진행하는 수업이래.”
“그러면 뭐 어때! 님이 진행할 수업이 어떨지 궁금하다!”
아카데미 학생들은 잔뜩 들떴다.
우선, 중고등아카데미를 보내면서 노은하하고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학생들은 크게 호응했다.
그 수가 상당했다.
노은하가 졸업을 한 지 1년이나 지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 사이에서 은하의 인지도는 굉장히 높았다.
아직도 노은하 사단이라는 명칭은 그들의 동경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이제 노은하는 아카데미의 전설로 취급되고 있었다.
“너희들은 노은하 선배의 실력을 서울 침공에서 확인했겠지만 우리는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어.”
“내가 중등아카데미 1학년 때였나. 너희는 그때 은하 선배가 지장보살의 목을 베어 란 이명을 얻게 된 업적을 못 봤지?”
“저는 중등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때 노은하 선배가 아카데미 던전에서 제4위계 몬스터 각군봉을 죽였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오만의 반격을 얻게 된 일화.
일본에서 있었던 일화.
각군봉을 쓰러뜨린 일화 등등.
은하가 아카데미에서 만든 일화는 그의 뒤를 잇는 학생들 어느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업적들이었다.
나아가 그가 서울 침공에서 세운 업적은 역사에까지 기록되어 후세에 전해지기까지 할 일이었다.
더불어─.
“─주님의 말씀을 들으러 갑시다.”
“”””아멘.””””
아카데미에는 은하신교에 입단한 학생들도 상당히 많았다.
이리야가 틈틈이 교단을 홍보하여 신도로 끌어들인 탓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너도 나도 은하의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을 찾았다.
“”””…….””””
결국 강의실은 학생들을 모두 받지 못할 정도로 만석을 이뤘다.
오죽하면 신서영과 교관들이 와서 강의를 수강하지 않는 이들을 모두 내쫓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런 게 어디 있습니까!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셔야죠!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싶다는데 이러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제가 비싼 돈을 내고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는 이유가 뭔데요! 당연히 원하는 수업을 들으며….” “”””……!!””””
일시적인 소동까지 발생했다.
신서영과 교관들은 기진맥진하며 성난 학생들을 달래야 했다.
그 결과, 은하가 진행하는 강의는 온라인으로도 청강할 수 있게 했다.
그제야 교관들은 학생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었다.
“내가 얘 때문에 못 살아….”
아카데미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로써 은하는 학생일 때도 그랬듯 객원교관일 때도 전례가 없는 일을 달성해냈다.
교관들은 새삼 노은하의 학생 시절 일화를 떠올리고 진저리를 쳤다.
여하튼 잠시 소란이 있긴 했지만, 은하의 강의는 무사히 진행됐다.
“─안녕하세요. 판도라 클랜로드 노은하입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이라는 과분한 이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마나응용 실전편.
사실 은하는 객원교관들이 계획한 강의에 그다지 개입하지 않았다.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듯, 이름만 날름 올렸을 뿐이다.
“오늘 제가 가르쳐드릴 것은 바로 마나 효율이라는 겁니다. 이건 저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준….”
“”””…….””””
그런데 그들과 은하의 위치가 아예 역전되어버렸다.
객원교관들이 학생들 여론에 밀려 강의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역할을 은하에게 넘겨버리고 만 것이다.
그야말로 주객전도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침통해하면서도 별수 없이 은하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억울하기는 했어도 그들 입장에서 나쁜 것도 아니었다.
어찌 됐든 많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수업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은하가 가르칠 수 있는 인원에는 한계가 있을 테니, 그들로서는 그저 남는 사람들을 가르치면 될 뿐이다.
그리고 사실─.
“─제가 아카데미 학생이었을 때, 클랜원들에게도 가르쳐준 내용인데 의외로 어려워하더라고요.”
“”””…….””””
아이러니하게도 노은하의 강의에 주목하고 있던 사람들은 학생들만 아니었다.
내심 객원교관으로 온 사람들 또한 그의 강의에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도 그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에 은하는 개의치 않고, 자신을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이유라며 마나 효율에 대해 강의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쉽게 눈으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모든 존재는 마나를 가지고 있다.
존재가 가진 마나는 심장에 담는 체내 마나량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사람의 심장은 제각기 마나를 담아두는 허용량이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노력과 연습으로는 쉽사리 바꾸지 못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체내 마나량이 적은 사람은 용량이 아니라 질을 높이는 방법을 궁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은 심장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마나를 꾹꾹 눌러 담거나, 어떻게든 효율만 뽑아 담아내야 해요.” “”””…….””””
“그리고 사람마다 그걸 담는 법은 천차만별이고요. 그러니 제 방법이 무조건 맞다고 할 수 없어요. 만약 제 방법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때는 포기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법을 찾는 게 낫습니다.”
은하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이에 대기 중에 녹아 있던 마나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활성화됐다.
그가 자신의 마나를 흘려서 대기에 녹아 있던 마나를 자극한 것이다.
“─체내 마나를 정제하는 방법을 보여드릴 수는 없는 거니, 대기에 녹아 있는 마법을 체내에 흡수하는 과정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아마도 대부분 긴박한 전투를 치르다 보니 대기 중에 녹아 있는 마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겁니다. 필터링을 잘 하지 않는 거죠.”
“”””…….””””
효율을 높이는 방법 중 잘 알려진 방식은 두 가지였다.
마나의 입자 중, 가장 강한 성질을 품고 있는 마나만 흡수한다.
또는 마나가 편재하는 특성을 살려 약한 성질을 지닌 마나들을 압축해 강한 성질을 지닌 마나로 만든다.
“하지만 저는 두 가지 방식은 물론 다른 방법까지 사용합니다.”
이내 은하가 시범을 보여주었다.
은하의 주변에 넘실거리던 마나가 크게 일렁거렸다.
이내 마나의 색이 짙어졌다.
마나를 이루는 요소 중 불순물을 제거해서 질을 높인 것이다.
비유하자면 소금물을 증발시켜서 소금만 남긴 셈이었다.
“뭐야, 별거 아….”
“그리고 한 번 더 합니다.”
“”””…….””””
다른 플레이어들이 쓰는 방식하고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방식이었다.
정교하고 복잡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자 객원교관들이나 학생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그때, 은하가 다시금 주위를 떠돌고 있는 마나를 자극해버렸다.
짙은 색의 마나가 일순 일렁거리고 세를 줄여나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주변을 크게 넘실거리던 마나가 줄어들고, 대신 색은 더욱 더 짙어졌다.
“한 번 더 합니다.”
“”””…….””””
“이 과정을 저는 열 번은 넘겨요. 마나는 정제해도, 정제해도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힘이거든요. 이걸 전투에서도 가능하게 연습해두는 게 제일 좋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은하는 그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10번이 넘어가도록 마나를 정제해 체내에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빛나는 데에도 이상하게 주변을 어둡게 만드는 마나를 보고 넋이 나갔다.
“─눈으로 직접 보니까 참 쉽죠? 흠, 만약에 저희 클랜에 들어온다면 그때는 더 자세하게 알려드릴게요. 아, 홍보하는 거 아닙니다. 그러니 혹시나 오해들 하지 마시고요.”
“그게 어떻게 되냐….”
“”””…….””””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객원교관들은 은하가 거의 대놓고 클랜을 홍보하더라도 뭐라 항의할 기운을 잃고 말았다.
학생들은 너무 뻔한 수작에 혹하고 말았다고 한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