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27
류연화.
그녀는 실력은 이미 S급이라 해도 무방하다는 평가를 받는 플레이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판도라클랜의 등급이 낮고, 클랜에 난이도 있는 의뢰가 적어서 A+급에 머물러 있었으나.
그녀가 서울 침공에서 보인 모습은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일각에서는 차기 십이좌 딜러로서 취급되고 있기까지 했다.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 가볍게 견제를 하는데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는 없어.”
“네! 감사합니다! 교관님!”
그만큼 그녀 역시 학생들에게 많은 선망을 받고 있었다.
실전 전투술 상급자용 강의.
류연화는 학생들과 전투를 펼치며 그들에게 부족한 점을 알려주었다.
학생들은 그녀의 피드백을 받으러 거의 줄을 서고 있는 지경이었다.
“지금 발 간격이 좁아졌어. 그러다 다음 행동에서 스텝이 꼬이지 않게 조심하도록 해.”
의 제자란 이름도 더해져.
류연화의 강의는 학생들을 비롯해 객원교관들의 호기심까지 자아냈다.
오죽하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객원교관이 입맛을 다시면서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류연화 플레이어. 이따가 저랑도 대련할 수 있을까요?”
“…네, 줄을 서서 기다려주세요.”
자신의 역할을 잊은 객원교관들은 정말 줄을 서서 기다리기까지 했다.
심지어 아카데미의 검술 교관들도 소문을 듣고 류연화의 강의를 슬쩍 참관하러 왔다.
“…이국종 교관님?”
“연화야. 아니, 류연화 플레이어. 나도 한 수 배워볼 수 있을까?”
“”””…….””””
그러다가 교관들도 머쓱한 얼굴로 그녀에게 한 수를 청하고는 했다.
그로 인해 류연화의 강의는 매번 새로운 난입자가 발생하며 대련을 청하는 것이 진풍경이 되었다.
이러다가는 학생들을 영입하는 게 힘들어질 것 같은데….
교관들과 대련을 펼치면서.
류연화는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 또한 한 수 배울 수가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다.
다만 그녀가 아카데미에 온 목적도 생각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류연화는 대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인연을 만들었지만,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접근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근데 어떻게 다가가면 되는 거지?
은아는 나랑 어떻게 친해졌지?
애초 그녀 자체가 사람을 대하기 서툴러하는 유형이었다.
그로 인해 노은하와 진서나와 달리 그녀는 주야장천 대련만 하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우려와 달리─.
“─우와, 지금까지 한 번도 지지 않았어. 진짜 대단하다.”
“마법도 잘 쓰지 않는 것 같은데, 를 제대로 발휘하면 저기서 얼마나 더 강해지는 거야?”
“판도라클랜에 알짜배기만 모였네. 에, 에, 에. 어떻게 027기 유망주들을 전부 다 데려갈 수가 있냐.”
비록 류연화는 학생들하고 제대로 대화를 나눠보지도 못했으나.
그녀의 대련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의 실력에 감탄하는 동시에 판도라클랜을 우러러보았다.
사람들의 인식을 상승시키는 것에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물론, 류연화는 모르고 있었다.
“후…. 이제 10분 남은 것 같은데 더 하실 분들은 없는 건가요?”
이윽고 시간이 흘러.
그날 대련은 그나마 일찍 끝났다.
평소에는 강의가 시작되면 그녀는 쉴 틈도 없이 창을 휘둘러야 했다.
그런데 오늘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10분이란 시간이 남은 것이다.
“”””…….””””
류연화는 긴 머리칼을 들어올려, 수건으로 목덜미를 닦아냈다.
땀방울이 기프트 의 영향에 작은 얼음 알갱이가 되어 흩날리며 사라졌다.
그것이 마치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땀을 닦는 그녀를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더 없나요?”
“”””…….””””
그녀가 다시 물었고.
그동안 그녀에게 신명 나게 맞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이제 그녀에게 맞은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듯했다.
그들이 류연화가 풍기는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그러던 그때─.
“─나도 한 수 청해볼 수 있을까? 어디 성운이가 얼마나 잘 가르쳤나 확인해보고 싶은데.”
터벅터벅 하고.
대련장 위로 올라와 대련을 청하는 난입자가 한 명 더 있었다.
그런데 난입자는 지금까지 난입한 사람들보다도 더 높은 명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
살아있는 신화, 황진희.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확인하고서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류연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내 류연화가 수건을 가방 위에 아무렇게나 두며 말했다.
“─아니요. 가르침을 청하는 것은 오히려 저인걸요. 류연화, 님께 가르침을 청합니다.”
☆
객원교관 업무는 부담이 덜했다.
최소한 주 4회 이상 강의만 하면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대한 많은 학생들을 만나 그들과 인연을 트려는 객원교관들이 여유를 부릴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태반이 여러 개의 강의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진짜 약았어. 너는 편하게 쉬고, 나는 일만 하고 이게 뭐니?”
“나도 나름 일은 하고 있어. 서나 네가 열심히 일하고 있을 뿐이지.”
은하는 태반에 속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예외에 속했다.
객원교관에게 의무적으로 주어진 강의 할당량을 최소한으로 수행하며 쉬고 있는 것이다.
유망주들을 많이 알아놔서 뭐해. 어차피 클랜에 들어오는 유망주는 기껏해야 10명 정도일 텐데.
미래에 누가 이름을 알리는지 대략 알고 있기도 했고.
눈여겨보고 있는 유망주는 지금도 충분하기도 해서.
은하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물론, 아인들과 인연을 쌓고 있는 진서나 입장에서는 은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리라.
강의를 마치고 은하를 만난 그녀가 톡 쏘아붙인 이유라 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소득은 있어? 어때? 네가 눈여겨봤다는 학생들의 실력은 괜찮아?”
“다들 실력도 좋고, 성격도 괜찮아. 한 명이 자기 실력을 과신하는 게 흠이기는 해도, 실전을 겪다 보면 차츰 나아지겠지.”
“걔가 월등하게 뛰어난 게 아니면 영입 후보에서 빼버려. 그런 애들은 교육시키는 것도 시간이 걸릴 테고, 심력 낭비만 할 테니까.”
판도라클랜은 업무량과 비교해서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올해 들어온 신입들이 어느 정도 한 사람 몫을 하게 됐으나 그럼에도 일에 치여 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은하는 즉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진서나도 이에 동의했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다섯 명 중 한두 명만 클랜에 영입하게 될 텐데 한 사람은 그냥 빼버리지. 그런데 내가 딱 집은 사람이 우리 클랜에 들어오지 않고 다른 데로 가면 큰일이겠지만….”
“네가 어련히 잘하겠지. 그래서? 지금 저기에 있는 애들 중에 네가 점찍어놓은 애들은 있어?”
“저기에 다 있어.”
은하는 대강당을 내다볼 수 있는 창가를 가리켰다.
아인 학생들이 대강당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진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녀가 유리창에 이마를 대며 손가락으로 한 명씩 가리켰다.
“저기 A그룹 푯말이 있는 곳에서, 앞에서 세 번째 줄에 앉아 있는 애 보이지? 산양 뿔을 한 여학생. 쟤가 김메리라는 애야.”
“어, 보여. 너하고 애들이 무조건 영입하고 싶다는 텔레파시스트지?”
“응, 메리가 성격이 소심하긴 해도 예의 바르고 착해. 실력도 짱이구.”
은하는 머리에 양 뿔이 돋은, 옅은 회색 머리 여학생을 찾았다.
은하도 기억이 있는 아인이었다.
아카데미에 재학하고 있었을 때, 종종 어울린 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란 이명으로 불렸던가.
이전 삶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텔레파시스트였다.
그녀는 마나관리기구에 취직해서, 부드러운 음색으로 플레이어들에게 텔레파시를 전파하고는 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외견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어도, 음색 하나는 잘 알려져 있었다.
면 좋지. 근데 저 애가 우리 클랜에 입단하기는 하려나?
한편으로 은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녀가 판도라클랜에 입단하는 건 순순히 판도라클랜의 영입 능력에 달려 있었다.
그러니 진서나의 노력은 차치하고.
은하는 그녀의 성격에 주목했다.
의 성격은 목소리처럼 나긋나긋하기만 했다.
전투를 좋아하는 성미가 아니었다.
그런 데에도 과연 가 마나관리기구가 아닌 클랜에 흥미를 보일까 싶었다.
이에 진서나가 말하기를─.
“─파랑 오빠만 모르고 있는 건데, 메리가 파랑 오빠를 좋아하는 것은 우리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야.”
“어이구….”
“메리 얘가 파랑 오빠 때문에라도 우리 클랜에 꼭 들어오고 싶어 하는 모양이더라고.”
은하는 혀를 내둘렀다.
설마 가 이번 삶에는 파랑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품을 줄 생각도 못했다.
이내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늑대와 양이라….
참 기묘한 조합이네.
묘하게 어울리는 것도 같다.
여하튼 김메리의 마음이 그렇다면 두 팔을 벌려서 환영하기로 했다.
를 영입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럼 김메리는 무조건 끌어들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서나 네가 알아서 영입해줘. 너랑 같이 일할 거니까 너랑 손발이 맞는 사람이 좋을 거 아니야.”
“음…. 나랑 성격이 맞고, 클랜에 잘 융화할 것 같은 애들로 고려하면 두 사람 정도?”
“그럼 걔네 둘 중 하나로 골라.”
“넌 강아지 귀랑 고양이 귀 중에 어떤 애가 나을 것 같아?”
강아지 파냐, 고양이 파냐.
진서나가 짚어두었다는 학생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강아지 귀를 한 남자.
고양이 귀를 한 여자.
은하는 이번에도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굳이 따지자면 댕댕이파겠네.”
“……!!”
은하는 여우 꼬리를 만졌다.
털이 복슬복슬해서 만지는 보람이 있었다.
순간 꼬리를 잡히면서 움찔 놀란 진서나가 사납게 돌아보았다.
삼각 귀가 바짝 솟아 있었다.
“내가, 댕댕이 소리 하지 말랬지…. 그리고 허락도 없이 남의 꼬리 막 만지지 말라니까?”
으르렁거리는 여우 한 마리.
그럼에도 은하는 실실거렸다.
“친구끼리 섭섭하게 그러지 말자. 나라도 엉덩이에 꼬리가 있었다면 너한테 만지게 해줬을 거야.”
“그으래? 엉덩이 딱 대. 내가 어디 네 엉덩이 좀 주물럭거릴 테니까.” “꼬리랑 엉덩이랑 다르지.”
“!#@$#ㄸ$@#$!!”
조몰락조몰락.
진서나가 실력행사를 하기 전까지 계속 꼬리를 주무르고는.
그는 그녀가 손톱으로 할퀴려 하자 냅다 줄행랑을 쳤다.
“너 거기 안 서!?”
“빠빠! 뿌뿌! 삐삐!”
진서나가 쌍욕을 퍼붓는다.
불닭이가 어처구니가 없어한다.
원래 학교에 가면 정신연령이 한창 어려지는 법이었다.
☆
류연화와 황진희의 대련.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으로는 승패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지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서로 몇 합을 주고받고.
그것으로 대련이 끝이 났다.
별안간 거리를 벌린 황진희가 검을 칼집에 집어넣은 것이다.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가운데.
류연화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성운이가 잘 가르치긴 했나 보네. 내가 너한테 가르칠 부분은 하나도 없을 것 같구나. 넌 이미 성운이의 창술을 완성하고, 너만의 방식으로 갈고닦고 있는 듯하니까.”
“앞으로도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님.”
“”””…….””””
는 칭찬에 인색했다.
그녀에게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은 그녀가 류연화를 칭찬하는 모습에 깜짝 놀라했다.
그럼에도 류연화는 그녀의 칭찬에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감사하다고 답했을 뿐이다.
그런 그때─.
“─다만 망설임이 좀 있구나.” “…….”
황진희가 아쉬움을 표했다.
류연화는 눈을 크게 떴다.
이내 그녀도 깨닫고 있다는 듯이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망설임인지 아닌지 모르는 감정이 네 창을 둔하게 만들고 있어.”
“…네.”
“무엇에 대한 망설임인지는 몰라도 그런 감정이 창에 깃들 정도라면, 얼른 풀어버리는 게 좋다.”
“…네.”
“아니면 네가 안고 있는 망설임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든가.”
“…….”
“가히 신창합일의 경지에 들더라도 이상하지 않는데, 그 마음 때문에 완전히 들지 못하고 있는 걸 테지.”
신창합일.
류연화는 황진희의 평가를 통하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황진희가 말하고 있는 듯이 그녀는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자고로 신창합일이란 문자 그대로 몸과 마음이 창과 하나가 되는 건데 지금 마음이 따로 놀고 있어.”
“…….”
“그러니 다음에는 네가 진정으로 망설임을 어떻게 할지 결정했을 때 다시 겨뤄보고 싶구나.”
그 말을 남기고.
황진희는 몸을 돌렸다.
류연화는 창대를 꽉 쥐며 떠나가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
풀어헤쳐라 혹은 받아들여라.
류연화는 몇 번이고 그녀의 조언을 되뇌었다.
한편 자리를 떠난 황진희는─.
“─은혁이도 그렇고, 성운이 놈의 제자도 그렇고…. 노은하 그 녀석의 밑으로 들어갔다니 신기하군.”
류연화의 성품과 실력을 확인하고.
황진희는 교정을 거닐면서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놈은 도통 모르겠군. 대체 놈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노은하.
서울을 구원한 영웅.
하지만 그녀는 노은하의 다른 점에 더 주목했다.
“그놈을 어떻게 해야 하나….”
노은하는 거의 신화를 체득했다.
그러니 그것도 시간문제이리라.
은하신교의 명성이 널리 퍼진다면.
그리고 또 그가 자신이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의 신화는 진정으로 완성되리라.
그때는 신화를 체화하고, 세상에 현현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사람들이 함부로 신화를 체화하지 못하도록 입을 다물어왔던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가 영원히 깨닫지 못하도록 계속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인가.
혹은 깨닫게 해줄 것인가.
혹은─.
“─이 나라에 군주는 필요 없다. 구심점은 선녀 하나만으로 족해.”
군주가 될 소지까지 다분한 그를, 이참에 없애버릴 것인가.
황진희의 생각은 깊어져만 갔다.
☆
아카데미에는 은하가 편입을 시킨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올해 고등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온태희도 있었고.
노은애의 친구이자, 선기준의 딸인 선미예도 있었다.
모처럼 아카데미에 왔는데 걔네랑 같이 밥도 먹고 그래야지.
선미예와 온태희는 사이가 좋았다.
은하가 사전에 선미예에게 부탁해, 온태희가 아카데미 생활에 적응하게 도와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은 친해졌고, 간간이 둘이서 점심을 먹고 있기도 하다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은하는 두 사람을 불러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얘네가 어디에 있지?
벌써 도착했다는데….
아카데미 문화관 카페테리아.
은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학생들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며.
은하는 두 사람을 찾아 헤맸다.
사실 세 사람이었다.
온태희에게 듣자하니 같은 학년의 친구가 혼자 밥을 먹어야 해서 같이 먹을 수 있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태희랑 미예하고 친하다는데 같이 먹으면 되는 거지.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은하는 흔쾌히 동의했다.
그래서 세 사람을 찾고 있었다.
다만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어서 세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
“아, 저기 있다! 은하 오빠!” “은하 오빠! 여기에요!”
반대로 은하는 워낙 눈에 띄었다.
머리에 불닭이가 앉아 있기도 했고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결국 세 사람이 먼저 은하를 찾아 손을 흔들었다.
미예가 많이 컸네.
태희도 키가 좀 큰 것 같고.
은하도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그러고는 두 사람 사이에 있는, 후드를 쓰고 있는 여성을 확인했다.
온태희의 친구이리라.
은하는 그들에게 다가가, 그녀하고 인사를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어라?
묘하게 낯이 익었다.
기시감이 아니었다.
은하는 인파를 헤치고 세 사람에게 다가가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은하 오빠? 왜 그러세요?”
“괜찮으세요?”
“…….”
온태희와 선미예.
두 사람이 멍하니 있는 은하에게 걱정 어린 얼굴을 하는 한편.
은하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성을 빤히 쳐다보았다.
후드 아래로, 마나로 변질된 듯한 머리칼이 엿보였다.
주섬주섬
초록색 머리칼.
그리고 마스크를 쓴 여학생.
이내 여학생이 두 손에 들고 있던 스케치북에 무언가 적었다.
「안녕하세요. 고등부 35기 1학년, 스나이퍼를 지망하는 손가연이라고 합니다.」
이전 삶에서.
안개꽃파티의 스나이퍼를 담당한, 손가연.
은하와 그녀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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