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31
온태희는 제일 친한 친구다.
말을 하지 못하는 손가연으로서는 자신에게 선뜻 다가와준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 아쉽다. 조금만 더 맞혔으면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그녀가 아쉬워했다.
손가연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최근 에게 끌려다니며 자면서도 방아쇠를 당길 만큼이나 총을 쏘는데 이골이 나 있었으나─.
─태희가 갖고 싶어 해.
그녀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위해 게임에 참가하기로 했다.
주어진 탄환은 총 30발.
목표로 하는 인형을 따는 데 필요한 점수는 1000점.
표적을 모두 맞힌다고 하더라도, 게임을 2번이나 하지 않는 이상에야 획득할 수 없는 점수였다.
그래서 그녀는 온 집중력을 발휘해 한 발로 표적 두 개 이상을 맞추는 신기를 선보였다.
그런데─.
─Tang!
한창 점수를 쌓고 있는데.
누군가 옆자리를 차지했다.
손가연은 힐끗 곁눈질했다.
자리야 주변이 많이 있는 데에도 구태여 옆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대 역시 손가연에게 힐끗 눈길을 주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
“방해하지 않을 테니 계속해.”
무표정으로 말한 여성.
그럼에도 여성의 목소리는 어딘가 묘하게 들떠 있었다.
이내 청력보호구를 쓴 여성이 대뜸 방아쇠를 당겼다.
자세가 깨끗해.
이 사람도 스나이퍼인가?
여성의 실력에도 놀랐으나.
손가연은 기계처럼 정확하게 맞힌 자세를 보고 놀라워했다.
안 쏠 거야?
그때 여성이 곁눈질했다.
시선이 꼭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에 손가연은 다시 자신의 표적에 집중하기로 했다.
Tang!
그녀는 처음에는 점수를 쌓기 위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손가연은 옆자리에 있는 여성에게 계속 신경이 쏠렸다.
그녀는 한 발로 자신보다 더 많은 표적을 맞히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있었다.
「아….」
다시 시간이 흘러.
게임을 먼저 시작한 그녀는 이제 탄환이 떨어지고 말았다.
목표한 점수에는 이미 도달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았다.
옆자리에 있는 여성하고 조금 더 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동질감이었고.
어찌 보면 경쟁의식이었다.
바로 그때─.
“─탄환은 많아. 계속 쏴.”
「…감사합니다.]
여성이 대뜸 사격을 멈추고는.
뒷주머니를 뒤져 부스 스태프에게 지갑을 휙 던져준 것이다.
그러고 자신의 카드로 결제하라며 탄환을 더 가져오라고 했다.
이내 그녀도 사용하던 라이플 대신 부스 전용 라이플을 집어들었다.
Tang!
다시금 두 사람이 자세를 잡았다.
그들이 거의 동시에 방아쇠를 당겨 같은 점수, 같은 위치에 해당하는 표적을 맞혔다.
그 순간, 두 사람은 불이 붙었고.
곧 끝이 없는 경쟁을 시작했다.
☆
이왕 문화제를 순찰하는 김에.
은하는 진서나가 말한 대로 이대로 순수하게 문화제를 즐기기로 했다.
“저거 맛있어 보이지 않아?”
“하나 사서 반씩 나눌까?”
“그거 좋지! 아, 근데 뭐로 할지 고민이 되네. 음…. 펩, 시, 콜, 라,맛, 있, 다. 맛, 있, 으, 면….”
“언제적 노래야. 그냥 네가 제일 먹고 싶은 맛으로 고르면 되지, 뭘. 아니면 클래식으로 고르든가.”
“기다려, 내가 지금 삘이 왔으니까. 내가 가장 맛있는 맛으로 고를 테니 옆에서 잘 보고나 있으라구.”
이게 은근히 과학적이라면서.
여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우쭐댔다.
은하는 그녀의 말투와 행동이 웃겨 웃음을 터뜨렸다.
다행히 진서나의 은근히 과학적인 선택은 잘 맞아떨어졌다.
“거봐, 내가 뭐랬어?”
“그래, 너 잘났다.”
음식 선택에 실패는 없었다.
그들은 음식을 사서 나눠 먹으며 아카데미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은하의 눈에 웬 사격장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는 왜 저렇게 사람이 많지?”
“응? 그러게? 다들 몰려 있네?”
총으로 표적을 맞힌 점수에 따라서 상품을 받아가는 가게.
그곳에 인파가 몰려 있었다.
두 사람은 호기심을 보이며 가게로 걸어갔다.
─Tang!
“”””…….””””
이후 두 사람의 반응은 먼저 있던 사람들의 반응과 비슷했다.
그들은 옆에 탄창을 쌓아놓고서는 표적을 맞히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이건, 대체….”
한 명은 아는 사람이었다.
손가연이었다.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 그녀가 웬일로 이목을 끌면서 총을 쏘고 있었다.
이내 은하는 그녀가 옆자리에 있는 사람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지?
어쩐지 낯이 익는데….
어디에서 본 것 같은 얼굴.
은하는 선뜻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고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인파를 헤치고 사격장에 들어갔다.
“아, 오빠!”
“어, 태희야, 미예야.”
그의 예상이 맞았다.
사격장에는 손가연만 있지 않았다.
온태희와 선미예도 있었다.
은하는 두 사람에게 물어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두 사람이 말하기를─.
“─처음에는 인형 때문에 참가한 가연이가 지금은 신경도 쓰지 않고 옆에 있는 사람이랑 경쟁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네….””
“흠…. 가연이도 겉보기와 다르게 경쟁심이 있었나 보구나.”
손가연이 경쟁심에 불이 붙으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은하는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도대체 경쟁심이 어떻게 붙었으면 탄환을 산처럼 쌓아놓고 총을 쏘고 있다는 말인가.
손가연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
플레이어 같은데 애들처럼 이렇게 경쟁하는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야?
이내 은하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가 청력보호구를 목에 걸고 있는 여성을 쳐다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다.
“아.”
여성의 정체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머리색이 제법 다르기는 했으나.
청력보호구를 목에 걸고 있는 데다 무심하게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이 한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
가 왜 여기에….
아니지, 오늘 강연을 하러 왔으니 여기에 있는 게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구나.
십이좌 유수진.
그녀가 아티펙트로 변장을 하고서 문화제를 보러온 것이다.
은하는 상황을 이해했다.
거기까지 이해하니 이제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잘 됐네.”
“빠빠?”
이런 우연이 따로 없다.
아니, 인연인지도 모르겠다.
보아하니 유수진도 지금 손가연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까 나쁘지 않겠다.
은하는 이 상황을 크게 반겼다.
☆
경쟁은 끊이지 않았다.
어느 한쪽도 실수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사격 경쟁에 손에 땀을 쥐며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거기까지.”
두 사람이 물을 마시려 할 때.
적당한 기회를 보고 있던 은하가 두 사람의 경쟁에 끼어들었다.
이에 손가연은 은하를 보고 눈을 깜빡거리며 아는 척을 했다.
반대로 유수진은 집중력이 깨지자 와락 눈살을 찌푸렸다.
“…초코파이 로드.”
“판도라 클랜로드입니다.”
“판도라 초코파이.”
“…마음대로 부르세요.”
방해하지 말라는 듯이.
유수진이 짜증이 배어나는 어조로 은하를 불렀다.
은하는 무시했다.
그러고는 두 사람에게 대뜸 주위를 환기해주었다.
“학생들 영업장에서 둘이서 이렇게 사격장을 차지하고 있으면 어떡하란 거예요?” “돈은 충분히 냈어.”
“학생들 매출 올려주는 건 좋은데, 다른 사람들도 즐기도록 해줘야죠.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닌 학생들이 사회생활을 경험하게 하고, 실력을 선보이게 하고, 플레이어가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오게 하는 이벤트가 문화제니까요.”
“말이 너무 길어.”
“어쨌든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데 이쯤에서 그만하세요. 보아하니까 승부가 나려면 아직도 한참 남은 것 같은데….”
“싫은데….”
“가연이 실력은 이미 확인했을 거 아니에요. 이 이상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
“사람들 보는 시선이 있으니 일단 자리를 바꿔서 하시죠. 저하고 같이 카페테리아로 가요. 너희도 같이.”
“…기력 떨어졌어. 클랜에 돌아가 잠이나 잘래.”
“제가 대접할게요. 배도 고프죠? 바닥에 떨어진 탄환을 보니 꽤 많이 쏜 것 같은데…. 달달한 음식이 당기지 않아요?”
“…….”
“원하는 만큼 먹게 해드릴게요.”
“갈게.”
유수진을 설득하는 건 간단했다.
은하는 이전 삶과 달리 유수진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파악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래서 먹을 걸로 구슬렸다.
아니나 다를까 유수진은 은하에게 홀라당 넘어가고 말았다.
“서나야, 이거 가져가.”
“네 카드를 왜 나한테 주는데?”
“아카데미 부스 좀 돌아다니면서 맛있어 보이는 것 좀 사와 봐. 네가 맛있는 건 잘 고르잖아.”
“와, 얘가 나를 심부름 시키네…. 노은하, 많이 컸어.”
“투덜거리지 말고 다녀와줘.”
“에휴, 알았어. 카페테리아로 가면 되는 거지?”
“그래, 부탁해.”
은하는 진서나에게 카드를 건넸다.
진서나를 보낸 은하는 남아 있는 사람들을 카페테리아로 데려갔다.
사람들 중 도중에 승부가 끝나면서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곧 그들은 은하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입을 싹 닫았다.
오히려 은하에게 응원하고 있다며 호의를 보일 정도였다.
“판도라클랜 파이팅입니다! 제가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노은하! 얼른 십이좌까지 가라!”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판도라클랜을 잘 지켜봐주세요.”
판도라클랜의 인지도가 상당했다.
은하는 새삼 판도라클랜의 위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는 한편 카페테리아에 들어온 은하는 유수진에게 자리를 권했다.
“─얘는 손가연이에요. 보시다시피 어떤 사고로 인해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실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죠.”
“응, 손가연. 기억했어. 스나이퍼는 라이플로 말하는 사람이니 장애는 아무 관계도 없어.”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말이 많은 스나이퍼보다는 과묵한 스나이퍼가 더 낫잖아요?”
턱 하고.
은하는 옆에 앉은 손가연의 어깨에 제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그녀와 친분을 과시하며.
은하는 유수진에게 그녀의 실력을 어필했다.
“너, 잘 쏘더라.”
「…감사합니다. 님의 칭찬을 들으니 기뻐요.」
유수진의 정체를 파악하고.
손가연은 그녀의 평가를 듣고 크게 쑥스러워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마스크를 쓴 채로 배시시 웃었다.
스나이퍼 부문에서 스페셜리스트로 통하고 있는 그녀의 인정을 받으니 기쁜 것이다.
가연이 실력이 좋기는 하지.
은하도 제 일처럼 흡족해했다.
그 시점에서 이미 손가연은 자신의 클랜에 입단하는 게 정해진 셈이다.
은하는 결코 다른 클랜에 그녀를 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러는 한편으로─.
“─그러니 님이 얘를 로 받는 건 어때요?”
“”……!!””
「……!」
“흠….”
은하는 대뜸 본론을 꺼냈다.
온태희, 선미예 그리고 손가연.
세 사람이 놀라는 반면에 은하는 태연히 유수진의 대답을 기다렸다.
유수진은 고민하는 눈치였다.
이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래, 좋아.”
“”……!!””
「……!」
“잘 생각하셨어요.”
유수진이 결정했다.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은 다시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은하는 그녀의 대답을 거의 예상하고 있었다.
이전 삶에서도 가연이를 눈여겨본 사람이었어.
비록 그때는 시기가 맞지 않아서 로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때랑 다르지.
손가연은 고등부 1학년이었다.
스타일이 완전히 굳지 않은 만큼, 남은 2년 동안 개선의 여지가 꽤나 있었다.
게다가 유수진은 조금 전 그녀의 실력을 직접 확인해본 차였다.
아무리 그녀가 주위에 무심해도, 스나이퍼로서 재능이 충분한 손가연에게도 무심하겠는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은 재능이 있는 사람을 보면 키워보고 싶어지는 법이었다.
「정말…, 괜찮나요?」
“응. 잘됐네. 널 가르치는 핑계로 일거리를 줄일 수 있겠어.”
“일을 줄일 핑계로 생각하지 말고 잘 가르쳐주세요.”
“잘 가르칠 거야. 초코파이 로드.”
“그리고 졸업하면 템페스트가 아닌 판도라클랜에 데려갈 거예요.”
“우리 클랜로드가 반대할 텐데….”
“얘는 이미 시리우스그룹의 후원을 받기로 했어요. 가연이 친구들도 판도라클랜으로 데려갈 거고요. 이왕 클랜에 입단하는 거, 친한 애들끼리 같이 입단하는 게 좋잖아요?”
“흠…. 그래, 알아서 해. 어차피 난 그런 건 아무렴 좋아.”
손가연을 유수진의 로 만들기로 하며.
은하는 혹시나 해서는 유수진에게 손가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자신의 의견을 확고히 하기 위해 온태희와 선미예 또한 판도라클랜에 입단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희야 원래 그럴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미예까지 우리 클랜에 들이겠다고 했네.
뭐, 블러핑인데 아무렴 어때.
미예는 가연이랑 태희보다 어려서 같이 입단하지도 않을 거고, 얘는 마나관리기구에 들어갈 거라 했으니 크게 고민하지 말아야지.
은하는 선미예의 입단은 전적으로 그녀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녀도 유망주로 통하고 있었지만, 반드시 클랜에 입단시킬 필요까지는 없었다.
“은하 오빠.”
“어, 왜?”
그런데 선미예는 은하의 블러핑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녀가 은하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그의 귀에 속닥거렸다.
“─오빠 클랜에 들어가면 카에데 언니하고 같은 파티에 들어갈 수도 있는 건가요?”
“어…. 너 하는 거 봐서?”
“그럼 들어갈게요.”
“어?”
“역시 관료적인 마나관리기구보다 성장의 여지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오빠 클랜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호우 언니도 보고.”
“아…, 그러냐.”
은하는 뒤늦게 떠올렸다.
선미예는 카에데의 팬이었다.
기준 아저씨를 생각해서도 험하게 굴리지는 못하겠네….
아니, 기준 아저씨를 위해서라도 험하게 굴려야 하나….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여하튼 그는 손해 볼 게 없었으니 만족해했다.
☆
문화제 두 번째 날.
은하는 다른 객원교관들의 일까지 대신 도맡아서 했다.
세 번째 날에는 일을 하지 않고 편하게 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야─.
“─아, 백련아, 누나. 여기에요.”
“와, 사람 정말 많네요. 듣던 대로 문화제가 정말 대단하구나.”
하백련을 초대했기 때문이다.
은하는 약속 시간에 맞춰 정문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이윽고 정해진 시간이 될 때쯤, 하지은이 하백련을 데려왔다.
예쁘게 잘 입고 왔네.
하지은의 손을 잡고 있는 하백련.
은하는 자신의 시선을 흥 피하는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성남에 있었을 때만 해도 그녀는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판도라클랜에 오게 되면서 하지은의 수입이 증가하기도 했고.
또한 하백련이 판도라 클랜원들의 귀여움을 받게 되기도 하면서.
“옷 예쁘다. 이번에 산 거야?”
“…유정이 언니가 사줬어요.”
하백련의 패션이 다양해졌다.
은하는 어깨에 멘 손가방 줄을 꼭 쥐고 있는 그녀를 보고 흡족해했다.
물론, 하백련의 태도는 여전했다.
그때 하지은이 불쑥 말을 꺼냈다.
“백련이가 오늘 오랜만에 판도라 클랜로드를 보러 간다면서 치장에 공을 들이더라고요.”
“그런 거 아니야!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이라고 들어서 뭘 입을 건지 고민한 거야!”
하지은이 입을 가리며 웃고.
하백련이 즉각 반박했다.
“윽….”
그러다 은하하고 눈이 마주치고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과연 진짜인지 아닌지 몰랐으나.
은하는 그녀의 모습이 워낙 귀여워 키득거렸다.
“문화제나 구경하러 가요. 이만큼 볼 게 많은 축제도 없을 거예요. 아, 백련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달달한 거요.”
“달달한 거? 음…. 네가 좋아하는 달달한 게 뭐가 있으려나? 그러면 일단 돌아다니면서 찾아볼까?”
은하는 그야말로 신이 났다.
이전 삶에서도 하백련과 문화제를 구경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전 삶과 다르게 은하는 아카데미 문화제에 대해 모르는 게 하나도 없었다.
백련이가 좋아할 만한 데로 데리고 다니면 되겠네.
코스는 완벽히 짜두었다.
만약 한서현이나 정하양이 본다면 어처구니가 없어 하리라.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짰다.
“아, 근데 사람이 많으니까 손을 꼭 잡고 있어야겠네요. 백련아, 얼른 판도라 클랜로드 손을 잡으렴.”
“어? 엄마 손만 잡으면 안 돼?”
“엄마도 여기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너랑 같이 미아가 되는 거야. 오늘 우리는 판도라 클랜로드 손을 잡고 다녀야 해. 알았지?”
나아가 하지은이 거들어주었다.
은하는 그녀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화제 때 미아가 되는 일이 곧잘 있기는 해. 자, 손.”
“으….”
은하는 손을 내밀었고.
결국 하백련은 마지못해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은하는 더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그는 두 사람을 안내하면서 문화제를 구경시켜주었다.
“─저 학생들이 18살이라는 거죠? 정말 잘 싸우네요. 내가 저 나이엔 뭘 하고 있었더라….”
“와…. 멋지다.”
은하는 이날을 위해 종합부문대회 VIP 관람석도 예매해뒀었다.
잠깐 문화제를 둘러보고 난 다음.
은하는 시간이 되자 두 사람에게 종합부문대회를 보여주었다.
셋째 날이라 그런지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모녀는 보여주기식 검술과 마법에 연신 감탄했다.
은하는 괜히 입이 근질거렸다.
“백련아, 그거 알아?” “뭘요?”
“내가 고등부 3학년이었을 때에는 저기에 나가서 우승도 했어. 어때? 쟤네들보다 굉장하지?”
“역시 판도라 클랜로드에요. 하긴, 판도라 클랜로드가 대회에 나갔는데 우승을 하지 않는 것도 잘 상상이 되지 않네요.”
은하는 괜히 으스대고 싶어졌다.
그래서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하지은이 호응해주었다.
반면 하백련은─.
“─아저씨.” “어?”
하백련은 하지은과 사뭇 달랐다.
그녀가 손을 휘저었다.
은하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녀가 그에게 몸을 기울여 귀에 대고 속닥거렸다.
“─우리 엄마 앞에서 잘 보이려고 하는 거, 눈에 다 보이거든요?”
“…….”
“저는 오늘 아저씨가 우리 엄마를 꼬시지 않나 감시하려고 온 거예요. 우리 엄마 꼬시지 마세요.”
아니, 너야, 너라고.
너한테 잘 보이려 이러는 거라고.
은하는 그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다.
그렇게 세 번째 날이 지나갔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