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38
노은애가 노은아에게 꼭 안긴 채 울다 지쳐 잠든 그날.
그녀의 어머니, 아버지는 안방에서 대화를 나눴다.
“─정말 몰랐어요. 은애가 요즘에 기운이 없는 것 같기는 해도, 설마 우리 애가 그런 일을 당하고 있을지 모르고 있었어요.” “애가 속이 깊잖아. 당신이 모를 수밖에 없는 거지.”
“그래도 저는 애 엄마라고요. 근데 집에 하루 종일 있는 제가 은애가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을 줄 모르고 있었다니,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은애가 울고 있었기에.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아버지와 단둘이 돼서야 감정의 둑을 무너뜨렸다.
그녀는 스스로를 다그쳤다.
자신은 엄마 실격이라며.
그녀가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다만 그녀를 위로해주며 감정을 꾹 눌러 담을 뿐이었다.
“애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한테 말하지 못하고 저 혼자서 참으려고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생각할수록 가슴이 너무 아파요.”
“그래, 내 마음도 같아. 은애라면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우리가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요…. 저는 진짜 글러 먹은 사람인 것 같아요.”
“당신이 왜 글러 먹어? 내 눈에는 당신 같은 사람도 없는데.”
“은애가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애를 구하려 했다고 그랬잖아요.” “그래, 그랬지.”
“그때 은애한테는 정말 잘했다고, 내 딸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억지로 칭찬했는데….”
“…….”
“사실은 다른 말을 하고 싶었어요. 네가 왜 그 애를 돕느냐고, 네 몸만 잘 챙기면 되지 왜 그 애를 구해서 네가 그런 수모를 당해야 했냐고…. 은애가 한 행동이 맞는 걸 알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정말로 글러 먹은 사람이죠?”
“…나도 같은 마음이야. 그러니까 당신이 너무 자책하지 마. 자식이 그런 일을 당하고 오는데 어느 누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어. 그리고 당신이 이렇게 울고 있으면, 은애는 더 미안해할 거야. 자, 눈물 뚝.”
행여나 은아의 방까지 들릴세라.
어머니는 소리를 죽여 울었다.
아버지는 그녀를 위로해주는 한편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동시에─.
“─내일 애들 얼굴이나 보러 가자. 어디 우리 애를 괴롭힌 놈들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러 가는 거야. 그놈들이 잘못했다면서 싹싹 빌게 해줄 거니까 기대해.”
속에서 천불이 들끓었다.
아버지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렇게 날이 밝아왔다.
☆
은애가 학생들을 상처 입혔다.
그러자 ‘피해를 봤다’라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줄여서 학폭위를 요청했다.
노은애의 아버지, 어머니가 참석한 자리도 바로 그곳이었다.
“─은애 아빠입니다. 저희 아이가 애들을 ‘가볍게’ 때렸다고 들어서요.”
“허, 가볍게 때렸다고요? 이보세요! 저희 애들 상태를 보고 그딴 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별거 아닌 상처를 가지고 그렇게 붕대를 매고 그런답니까? 봐봐요, 붕대 한 번 풀어서 제가 확인하죠. 정 심하다 싶으면 제가 실력 좋은 서포터들을 알선해드리겠습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애가 학교에서 다쳐서 돌아왔다는데 죄송하다는 소리는 못 할망정 지금 그딴 소리가 나오냐고요!”
“”””…….””””
상대는 다수였다.
한쪽에서는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학생들이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들의 학부모들은 그들을 가리듯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반대로 어머니와 아버지의 뒤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애 교육을 어떻게 했으면 도대체 마법을 막 발현해서 애들을 해치고 그러는 거예요!?”
“그런 애는 아카데미로 보냈어야지 왜 일반 중학교로 보내서 이 사달을 만드느냐는 말이에요!”
“이거 살인까지 갈 수도 있어요! 지금 그따위 소리가 나옵니까!?”
서로의 아이를 지키기 위한 전쟁.
교사들의 중재는 무용지물이었고.
수가 많은 학부모들은 언성을 높여 두 사람을 압박했다.
이윽고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살인이요? 그러면 당신네 애들이 우리 애한테 집단 폭행을 가한 건 살인 행위가 아닌 것 같아요?”
“뭐라고요!? 우리 애가 그쪽 애를 괴롭혔다고요? 어이가 없어서….”
아버지가 안경을 벗었다.
가슴이 답답한 모양인지 넥타이를 아무짝에나 풀어헤치고,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아버지의 안광이 매섭게 빛났다.
“당신네들이야말로 애 교육 똑바로 시키세요. 그건 그쪽에 앉아 있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애가 힘들다고 교무실에 찾아갔는데 서로 친하게 지내란 말만 하고서는 그대로 돌려보낸다고요? 그러고서 지금 학폭위를 개최했다고요!? 대체 왜 우리 애가 가해자가 되어 있고, 저 개자식들이 피해자가 되어 있는 겁니까! 왜!?”
“지금 개자식들이라고 했어요!? 야! 네가 뭐하는 놈인지 모르겠는데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그냥 확 감방에 처넣을 줄 알아! 우리 애 아빠가 뭐하는 사람인지 알아!?”
서로의 자식들을 두둔하고.
혈연, 지연, 학연 등 자신이 아는 인맥은 모두 동원하는 사람들.
논리를 설파하는 전쟁이 아니었다.
이성보다 감정이 더 중시됐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승세를 가지는 시장판이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아버지 또한 더욱 괴팍해지고, 더욱 무모해지며,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맞섰다.
“─누군데요, 그 양반. 어떤 검사가 내 앞에서 당당하게 뻗댈 수 있는지 상판이 참 궁금하군요.”
“뭐, 뭐요!?”
“그리고 그쪽은 뭐 친척이 높으신 관직에 앉아 있다고요? 그쪽 분은 이름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그렇게 높은 자리에 있으면 아마도 저하고 친분이 있을 것 같은데….”
“”””…….””””
“그럼 그 사람한테 전화해서 어디 누구 편을 들어주는지 볼까요?”
“이보세요! 지금 협박하는 거예요? 그쪽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이런 식으로 하는 겁니까!?”
“협박은 그쪽에서 먼저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말 돌리지 말고 얼른 이름이나 말해요. 당신 남편 이름이 뭔데요?”
“나청명이다! 나청명 검사! 당신이 알면 뭐 어쩌려고!?”
“나청명, 나청명이라. 들어봄 직한 이름은 아니네요. 말단인가? 일단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아보죠.”
“””…….””””
저들이 그리 나가겠다면.
자신 역시 유치해지겠다.
아버지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대뜸 전화를 걸었다.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어디로 전화를 거는 거예요!?”
“…아, 연결됐네. 아, 검찰총장님. 잘 지내십니까? 지난번에 보내드린 헤드폰은 어떠셨어요? 아, 착용감이 마음에 드셨다고요? 네, 네, 그러면 다음에 선물용으로 쓰시라고 몇 개 보내드리겠습니다.” “”””…….””””
“아, 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전화를 드린 이유가 물어볼 게 좀 있어서요. 총장님, 혹시 나청명이란 검사라고 아십니까? 네? 검사 수가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기억할 수 있냐고요? 네, 네…. 그러면 한 번 소속처를 물어보겠습니다.”
“지, 지금 누구한테….”
“아줌마. 나청명 검사가 지금 어디 소속돼 있답니까? 말해 봐요.” “”””…….””””
뻔하고, 유치하게 흐르던 상황은 순식간에 해결이 됐다.
아버지는 그저 전화 한 통화만으로 자신을 섣불리 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것을 드러낸 것이다.
학부모들이 입을 다물었고.
교사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디 소속인지 말해보라니까요? 내가 지금 그 양반 이리로 불러서 잘잘못을 따져볼 테니까.”
“”””…….””””
시리우스그룹 회장의 비서실장.
회장의 오른팔.
사실상 2인자.
권력과 아주 깊이 연결된 그에게 적수는 많지 않았다.
심지어 선녀까지도 그에게 호의를 보이고 있었다.
“─이렇게 유치하고 구질구질하게 가고 싶지 않습니다. 저놈들 치료비, 제가 전부 내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실력 좋은 서포터들을 불러서 지금 이 자리에서 낫게 해드리죠.”
“”””…….””””
“대신 제가 당신들한테 원하는 건 두 개입니다. 우리 애를 털끝이라도 괴롭힌 놈들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진정성 있는 사과. 아, 하나가 더 있었네요. 괴롭힘을 방관한 선생들 처벌과 사과도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압도되어서 말을 하지 못했다.
꼭 자신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에.
그들은 일제히 움츠러들었다.
대체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들이 공통적인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의문은 머지않아서 풀리게 되었다.
뒤늦게 학폭위에 발을 들인 남자가 깜짝 놀라 말한 것이다.
“─세종 클랜로드 박광식입니다. 오늘 저희 애 때문에 오게 됐는데, 어…? 노 실장님? 아니, 이런 곳에 어쩐 일입니까? 시리우스 회장님의 옆에 있어야 할 분이 여기는 왜…. 아, 혹시 이번에 공격을 받았다던 자녀들 중에….”
“안타깝지만 저는 공격했다는 아이 아버지입니다. 과연 정말 공격한 건 누구일지 싶지만요. 오랜만입니다. 세종 클랜로드.”
“”””……!!””””
세종 클랜로드 박광식.
내심 아버지를 위협할 수도 있는 그를 기다리던 학부모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박광식 또한 매한가지였다.
그가 곧장 고개를 숙였다.
☆
“─이번에 저희 아들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아이를 대신해 사과드리겠습니다. 비서실장님께서 관대한 마음으로 용서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후….”
상황은 쉽게 일단락되었다.
아버지의 권위가 밝혀졌다.
그러자 사람들은 교사고 학부모고 할 것 없이 고개를 조아렸다.
아버지는 그들의 정수리를 보면서 씁쓸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게 사과드리면 되겠습니까? 아이들 치료비는 굳이 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희가 치료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
“만약 비서실장님께서 원하신다면 저희 애들을 다른 학교로 보내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직접 때리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제 저희들 관계는 그걸로 끝난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죠?”
권력으로 토하게 한 사과였다.
만약 자신에게 권력이 없었다면, 이마저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형식적인 사과를 받는다고, 이미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은애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물며 진정성마저도 없었다.
저들은 다만 자신의 권위 때문에 눈치껏 고개를 조아렸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이상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세종 클랜로드 박광식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비서실장님 능력이라면 지금까지 방관하고 있던 선생들의 모가지를 날려버리는 것은 일도 아닐 테고, 가해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겠죠.”
입가는 웃고 있지만.
눈은 흉흉하게 번뜩이고 있다.
아버지는 박광식 같은 사람에 대해 넌더리가 날 만큼 이해하고 있었다.
권력의 향방에 민감하면서 동시에 계산적으로 자신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잴 수 있는 사람.
그는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칼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저놈들을 싸잡아서 소년원으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아, 그러겠죠. 비서실장님 힘으로 그렇게 하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비서실장님께서 우리 애들을 불쌍히 여길 줄 안다면, 이 애들의 인생을 파탄 낼 수 있는 짓까지는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물론, 저희 가정도 말입니다. 설마 유능하고 현명하신 비서실장님께서 자식 싸움에서 번진 일을 아이들의 부모에게까지도 책임을 묻게 할 리 없을 겁니다. 다들, 자식들을 위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그들의 인생을 망칠 수가 있을까요.”
박광식의 말대로였다.
아버지는,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학생들의 인생은 물론이고 그들의 가정까지 풍비박산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성이 그것을 제지했다.
아무리 은애가 괴롭힘을 당하고, 속에서 천불이 들끓고 있다고 해도.
저들은 딸과 나이가 같았다.
그러자니 학생들을 정말 잔인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저들의 부모도 자신과 같은 심정을 겪게 될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서 저들에게 무작정 화풀이를 해서는 안 돼.
그래서는 그저 내 권위를 앞세워서 저놈들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든 것밖에 되지 못해.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저들과 자신의 차이는 그저 자신의 권위가 더 높았을 뿐이다.
저들도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자신에게 거역하지 않고 있는 것은 권위 때문이었다.
만약 자신의 권위가 낮았더라면, 지금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사람은 저들이 아니라 자신이었으리라.
자신과 저들의 정의.
딸을 지키겠다는 자신의 정의와,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저들의 정의는 어느 쪽도 틀린 게 아니었다.
“후….”
권력이란 참 달콤한 법이다.
하지만 권력이 주는 달콤함에 취해 당연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과 저들의 마음은 서로 같고, 또한 평등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도 모르고 감정을 앞세워가며 권력의 칼을 휘둘렀다가는 언젠가 그 칼에 베이고 말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사과문, 작성하면 되죠?”
“”””…….””””
그동안 돌아가는 정세를 깨닫고는 새하얗게 질렸던 학생들.
그들 중 유달리 겁이 없어 보이는 남학생이 불쑥 입을 연 것이다.
박광식의 자식이었다.
박성호.
그놈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전학, 갈게요. 그런 건 가면 되죠. 근데 은애도 이 학교에 남아 있기는 곤란할 텐데…. 그럼 저희랑 똑같은 처벌을 받는 거나 마찬가지네요?” “”””…….””””
“뭐, 은애 사정이야 제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죠. 저는 그냥 은애한테 그동안 미안했다 사과하고, 원하면 무릎도 꿇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은애가 절 보기 싫어한다면 편지로 건네주면 되겠고….” “”””…….””””
“아, 사과문은 몇 장이나 쓸까요? 한 10장을 쓰면 넘어가주려나?”
박광식의 얼굴과.
자식의 얼굴이 아주 판박이였다.
자신이 적절하게 대처하면 이 이상 피해가 미치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빠득
아버지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장에라도 저놈의 면상에 주먹을 갈기고 싶었다.
하지만 저놈도 누군가의 자식이란 생각에 주먹을 휘두를 수 없었다.
다만 힘겹게 말했을 뿐이다.
“너만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무거운 처벌을 때려주마.”
“와, 무서워라. 그럼 저는 소년원에 들어가게 되는 건가요? 그래도 저는 괜찮아요. 거기서 몇 년이 지나서 아카데미에 편입하면 되죠. 아니면 그대로 슬레이어가 되거나.”
“…….”
“어차피 아저씨는 이 일을 가지고 저희 아버지한테 뭐라고 하지 못할 거잖아요?”
사람을 시험하게 만드는 놈이다.
진짜, 죽여버리고 싶다.
아버지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풀지 못하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또, 자괴감이 들었다.
☆
학폭위의 결과가 정해졌다.
노은애에게는 아무 처벌이 없음.
담임교사를 포함해 사건을 방과한 교사들은 전원 사임하기로 했다.
자숙이나 감봉으로 끝나지 않은, 대단히 강도 높은 처벌이었다.
한편으로 가해 학생들의 경우에는 수백 시간에 달하는 봉사활동하고 정학 혹은 퇴학 처분을 받았다.
또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반성문을 수십 장을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은 소년원까지 고려할 거라는 듯했다.
“─그래도 부족해.”
그럼에도 은하는 혀를 찼다.
학폭위에서 일어난 경위를 들으면 더더욱 그러했다.
부족했다.
너무 부족했다.
법과 도덕의 한계에 놓인 처벌은 턱없이 모자라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잡아왔습니다, 주인님.”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잡느라고 고생 좀 했습니다. 두목.”
“수고했어.”
은하는 한계를 넘기로 했다.
그래서 그는 이십오와 이강혁에게 사람들을 잡아오라고 명했다.
노은애를 괴롭힌 사람들 중에서도 정도가 지나치다 싶은 학생들하고 혈연관계에 놓인 이들이었다.
“이, 이게 뭐하는 짓인가!? 당신들 대체 누구야!?”
“판도라 클랜로드!? 설마 당신이 저 깡패들을 부린 겁니까!? 어떻게 이런 짓을…. 미쳤습니까!? 이 일이 알려지게 되면 당신은….”
“알려지게 되면 뭐요.”
“”””…….””””
그들 중에 세종 클랜로드 박광식도 포함되어 있었다.
보문동 어딘가의 골목길로 잡혀 온 사람들이 두려움에 떠는 가운데.
은하의 얼굴을 알아차린 박광식이 대뜸 그렇게 소리쳤다.
그러자 은하는 키득거렸다.
“─제 걱정이나 하기 전에, 먼저 그쪽 걱정부터나 하세요.”
이십오의 속박마법에 걸려.
그만 기습을 당해 붙잡힌 박광식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은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놈’을 내려다보았다.
“저는 사정 안 봐줍니다.”
“”””…….””””
“누구든, 내 사람들을 건드린다면 다 죽여버릴 거라고요. 그중에서도 당신들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고요.” “”””…….””””
힘이란 곧 정의다.
다른 사람의 정의를 악으로 규정해 그것을 완전히 짓이겨버리는 것이 바로 힘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저들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은 저들이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은 저놈들을 응징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들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지, 지금 뭘 하려는….”
“마나 회로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장소가 이쯤인가?”
자신과 저들의 정의.
그러나 세상에는 오직 단 하나의 정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자신의 정의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정의가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포용한 정의이거나 아직 짓뭉개지 못한 ‘악’이다.
햄퍼 웨이브
원령
은하는 박광식의 몸을 훑었다.
그리고 마나 회로가 집중돼 있는 몸속에 재밍을 가했다.
또한 고등제어기술을 사용해서는 고통을 극대화시켰다.
“끄아아아아아아악!!”
“”””……!!””””
영혼을 물어뜯기는 듯한 고통.
그리고 마나 회로가 꼬이는 고통.
남자가 비명을 질러댔다.
그럼에도 은하는 무자비했다.
치료가 아예 불가능할 수준으로, 마나 회로를 꼬아버렸다.
“그러게 왜 주인님을 건드린대요.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을 건드리니까 이런 짓을 당하는 거죠.”
“이십오, 잔말 말고 붙잡아.”
박광식이 몸부림을 친다.
이십오가 발로 그를 짓누른다.
이강혁이 억지로 그의 눈을 열어, 은하의 눈을 바라보게 한다.
스티지안 아이
은하는 공포를 각인시켰다.
평생 떨쳐내지 못할 공포를 계속 주입했다.
“─당신들만으로 끝날 생각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당신들부터 이렇게 만들고, 당신들 자식들까지 불러올 거니까.”
사람들이 공포에 질리는 가운데.
은하는 흉흉한 눈빛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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