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39
한서현, 정하양, 이유정.
세 사람에게 노은애의 존재 의의는 굉장히 컸다.
그녀는 그들이 은하의 가족들하고 쉽게 융화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
은아가 그들을 적절히 조율했다면, 은애는 그들이 서로 반목하지 않을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그런 시누이가 괴롭힘을 당해서는 눈물을 흘리며 귀가했다.
“””…….”””
세 사람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이에 그들은 각자 정보통을 통해 자세한 내막을 전해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상황에 개입했다.
“─시리우스의 손이 닿는 범위에서 모든 장학 재단에 그 애들의 이름이 오르지 않게 하세요.”
가령 한서현은 과감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지 시누이를 괴롭힌 학생들에게 최대한 불이익을 주고자 했다.
그녀에게 노은애는 진짜 여동생과 다름없었다.
그녀가 사람을 멀리하던 시절에도 마음을 놓게 해주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한서현의 분노는 상당했고, 다소 감정이 들어간 제재를 가했다.
“─아, 할아버지. 혹시 교육부 쪽에 친하게 지내시는 분 있나요? 그게 다름이 아니라….”
한편 정하양은 가해자들이 아니라 방관자들에게 철퇴를 내리는 것에 주력했다.
앨리스그룹은 전부터 교육 부문에 여러 후원을 하고는 했다.
그녀는 그 점을 이용해서 이번에 노은애의 괴롭힘을 방조하고 있던 교사들의 처벌을 강화했다.
“한 명도 빼놓지 마시고. 어떻게든 그룹 차원에서 그놈들한테 불이익을 줘버리도록 하세요.” “그래서 저는 교사로서 잘못됐다고 생각하거든요. 네, 그럼 부탁할게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한서현과 정하양의 차이가 있다면, 한서현은 지극히 사심이 들어간 채 처벌을 했다는 것이고.
정하양은 최대한 사심을 배제하고 잘잘못을 따졌다는 것이다.
이는 서로의 성품에서 기인했다.
한서현은 자신의 편에 선 사람이 ‘불합리’한 짓을 당하는 모습을 절대 좌시하지 않았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그녀에게 그건 유일하게 비합리적인 행동이었고,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행동이기도 했다.
불합리한 짓에는 불합리한 짓으로 되갚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그에 비해 정하양은 자신의 사람이 공격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적절한 선에서 대응하려고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도 가엾어하는 측은지심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빠, 은애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편이 좋을까? 은애가 식물을 좋아해서, 같이 식물원에 가자고 할까 하는데 그래도 될까?”
마지막으로 이유정은 두 사람하고 궤를 달리했다.
그룹의 힘을 휘둘러본 적이 없는 그녀의 품성은 매우 유했다.
애초 그녀는 가해자들에게 처벌을 줘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순전히 노은애에게 집중했다.
그래서 그녀는 은애를 위로하고자 여러 방법을 모색했다.
결국 세 사람의 조치는 다 달랐다.
그로 인해 신기하게도 세 사람은 서로를 보완하면서 적절한 균형점을 만들 수 있었다.
‘─어디 가니?’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
‘…그래, 늦지 않게 돌아와.’
한편 은하가 클랜을 나서기 전.
한서현은 무언가를 눈치채고서는 그를 붙잡았다.
은하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등으로 답했을 뿐이다.
한서현은 뭐라 타박하지 않았다.
대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어조로 조언했다.
‘지금 네 마음이 어떤지 잘 알아. 내 눈에는 지금 보이니까. 솔직히, 많이 무서워.’
‘미안해. 어떻게든 추슬러볼게.’
‘나는 사과를 받으려는 게 아니야. 그대로 감정에 잡아먹히려는 너한테 하나 알려주고 싶은 거야.’
그때 그녀는 그에게 다가갔다.
험상궂은 얼굴을 한 그의 앞에 서, 조심스럽게 그를 껴안았다.
‘나는 너의 어두운 면까지 사랑해. 하지만 그보다 훨씬 네 밝은 면을 사랑해.’
그녀는 무언가 짐작한 눈치였고.
그는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에게 안긴 채로, 그녀가 보듬어주며 하는 말을 듣기만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거야. 하양이, 유정이, 어머님, 아버님, 은아 언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야. 은애도 그렇게 생각할 거고.’
‘…….’
‘그러니 있지, 은하야. 네가 만약에 네 감정을 어찌하지 못하게 될 때, 어쩌다가 선을 넘게 되면 그때는 꼭 너 자신을 돌아봤으면 좋겠어.’
‘…….’
‘돌아볼 수 없다면…, 그때는 부디 우리를 생각해줘.’
‘…응.’
간곡한 어조.
은하는 그저 그녀의 온기를 느끼며 짧게 대답했다.
☆
이것은 보복이었다.
다분히 감정이 들어간 보복.
이성도, 합리성조차 없는 보복은 지극히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데에 효율을 추구했다.
“제, 제발 용서해주세요…. 저희 애 집에 가서 잘 가르칠 테니까 제발 용…커헉…!”
햄퍼 웨이브의 섭리를 얻게 되며.
은하는 사람을 고문하는데 더더욱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상대의 마나 회로를 꼬아버린다.
그것만으로도 상대는 고통스럽게 숨을 쉬었다.
“마나 회로가 망가진 건 아니야. 잠깐 꼬았다가 놨을 뿐이니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
“그럼 그때 다시 꼬아줄게.”
손가락 끝에 이는 파문.
그것을 상대의 몸에 가져다 대자, 마나 회로가 꿈틀거린다.
은하는 그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아, 아아….”
“엄살은. 세종 클랜로드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인데.”
전부 가만두지 않겠다.
처음에야 그렇게 위협했던 은하는 세종 클랜로드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그만두었다.
한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애들이 슬퍼하지 않게.
최대한 자중하자.
직전에 한서현이 건넨 조언이 내내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 방법을 바꾼 것이다.
그들에게 평생 남을 물리적 고통을 육신에 새기는 게 아니라.
드문드문 오늘 이날이 생각나도록 정신적 고통을 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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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는 세종 클랜로드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았다.
은애를 괴롭히는데 앞장선 학생의 아버지이기도 했고.
따지고 보면 그 학생이 학교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던 배경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 아….”
“두목, 이래도 정말 괜찮겠습니까. 한 클랜의 로드가 마법도 못 쓰고 이런 몸이 되어버렸는데….”
“어려울 게 뭐가 있어? 던전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 하면 될 일인데. 아니면 몬스터에게 당하던 걸 보고 우연히 구해줬다고 하지, 뭐.”
“”””…….””””
“몬스터가 있는 세상이라서 좋아. 뭐만 하면 다 놈들 탓으로 돌리면 되는 일이잖아.”
이전 삶에서도 많이 당해봤다.
또 겪어봤다.
은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세상이 원래 그랬다.
양하고 음이 조화를 이루지 않고, 음이 굉장히 강한 세상이다.
무법과 범죄 위에 세워진 세상.
아마 평화에 찌든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리라.
그러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세계관을 가져야 했다.
세종 클랜로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기존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냥을 당한 쪽은 자신이었다는 것.
그저 그뿐일 이야기였다.
“그래도 어둠 쪽에서는 알 겁니다. 은폐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요.” “내버려둬.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둠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은애가 울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은하는 이강혁의 말을 무시했다.
이 바닥에는 그런 말도 있었다.
심연을 주시하는 순간, 심연 또한 너를 주시하게 되리라.
바꿔 말하면 심연이 주시하는 순간 자신도 알게 될 거라는 것이다.
어둠이란 그런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가지고 있어 섣불리 사용할 수가 없다.
만약 사용하게 될 때에는 둘 중 하나가 반드시 몰락하게 된다는 걸 뜻했다.
그리고 어둠이 고작 이런 짓거리로 나한테 뭐라 하지는 못하겠지.
적절한.
그나마 상식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행위였다.
자신이 무고한 시민을 죽였던가.
다만 ‘약간’ 겁을 줬을 뿐이지.
또한 세종 클랜로드는 플레이어이지 않은가.
은하가 거리낌이 없는 이유였다.
그런 그때─.
“─꼬맹이들 데려왔습니다.” “”””…….””””
철컥 하고.
철문이 열렸다.
이십오가 패거리들을 이끌고서는 학생들을 데려왔다.
모두 겁에 움츠려 있었다.
은하는 그들을 반겼다.
“밤중에 갑자기 잡혀 오느라 깜짝 놀랐지? 근데 너희도 은애를 붙잡아 체육 창고에 가뒀다면서.” “”””…….””””
“그걸로 퉁치자.”
겁에 질려 있는 학생들.
그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몇몇이 눈알을 굴려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확인했을 뿐이다.
“아, 아빠….”
그때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그제야 학생들은 바닥에 널부러진 사람들의 정체를 파악했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 시선을 통해 확인하는 한편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인지했다.
안타깝게도 감동의 상봉은 없었다.
서로를 부르기엔 도처에 깔려 있는 분위기가 음산했던 탓이다.
“박성호인가? 걔도 와 있나?”
“걔는 아직 안 왔어요. 학교에서 따로 상담을 받는 모양이더라고요. 교문을 나오는 대로 저희 사람들이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그 외, 톡방에 들어와 있던 사람들은 모두 붙잡아 왔습니다.” “그래, 잘했어.”
은하는 걸음을 옮겼다.
진로를 방해하는 사람들은 무작정 발로 짓밟았다.
그리고 그들을 지나쳐.
은하는 자신보다 한 없이나 작은, ‘몬스터’들을 내려다보았다.
“이중에 서희인가 민희인가 손.”
“”””…….””””
“여자애들 패거리 대장의 이름이 서희인가 민희라며. 여기 없어?”
“주인님, 수희입니다.” “걔 손.”
“”””…….””””
은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고.
학생들은 옹기종기 몸을 붙였다.
그러면서 입을 다문 채로 시선으로 무리에 있던 한 사람을 가리켰다.
갈색 곱슬머리의 여성.
네일아트까지 했다.
“네가 수희야?”
“…네….”
눈꼬리가 위로 올라가 있다.
날카로운 이미지의 소유자.
하지만 그녀도 은하가 앞에 서자, 복종하는 개처럼 꼬리를 내렸다.
은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네가 밤중에 은애를 꼬드겨서 불러내 가지고…, 아는 사람들한테 넘기자고 말을 꺼냈다며?”
“그, 그건…! 장난이었어요. 그냥 애들이랑 우스갯소리로….”
“우스갯소리.”
“”””…….””””
“난 하나도 안 웃기는데.”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곳에 들어오면서.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보고.
그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이 통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렇기에 여학생은 반박이 아니라 굴종하는 것을 택했다.
현명했다.
하지만 은하의 판단을 바꾸기에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래, 나도 잘못했어.”
“…네?”
“나도 이제 똑같이 할 거니까.”
“그게 무슨….”
“이십오.” “네, 주인님.”
“여기 있는 놈들 중에 조금이라도 그 대화에 동참한 애들은 전부 다 마담 지나한테 보내버려.”
“남자도요?”
“남자는 안 받나?”
“마담 지나는 남자는 취급….”
“입.”
“그러면 취급하는 데를 알아보죠. 근데 보내버려서 어떻게 하게요?”
“어떻게 하기는…. 지들 말한 대로 당하게 해주는 거지.”
“”””……!!””””
돌아가는 대화를 통해.
학생들은 은하와 이십오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변했다.
‘절박함’이 실렸다.
“─잠깐만요! 진짜 이렇게 빌게요! 네? 정말 잘못했어요.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오빠는 님이시잖아요! 영웅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영웅? 내가 영웅이 맞기는 하지.”
“”””…….””””
“근데 영웅의 역할이 악당 놈들을 때려잡는 것이 아닌가? 플레이어는 몬스터를 죽이는 거고.” “”””…….””””
“그럼 내 눈앞에 있는 몬스터들을 해치우는 게 내 일 아니겠어?”
은하는 낄낄거렸다.
여학생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은하는 그녀를 뿌리쳤다.
이에 바닥에 나가떨어진 여학생은 어떻게든 살겠다고 바닥을 기면서도 다가왔다.
그때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이들도 힘겹게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었다.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떻게 돼도 좋으니…. 제발 저희 애는….”
은하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강혁 패거리들에게 턱짓을 했다.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패거리들이 그들에게 발길질을 가했다.
그런 한편 이십오가 대화에 참여한 학생들을 물색했다.
다른 패거리들이 그들을 붙잡아서 어딘가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은하는 그들에게 마법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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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저들의 의식 속에는 ‘공포’가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이 환상으로 보이게 되리라.
그리고 환상은 다시 공포를 강화해 그들의 정신을 공격하게 될 것이다.
필시 평생 동안 공포에 시달리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은하는 키득거렸다.
그때, 이십오가 나직이 말했다.
“─주인님, 진짜 팔아치워요?”
“시늉만 해. 하루 이틀 가둬 놓고, 적당히 공포만 줘. 그러면 나머지는 지들이 알아서 상상할 테니까.”
“네, 그럼 마담 지나에게는 절대로 건드리지 마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들에게 굴욕이란 굴욕은 전부 주고 싶었다.
하지만 한서현이 그에게 건넨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은애가 떠올랐다.
놈들은 은애와 같은 나이였다.
그래서인지 그들에게 잔인해질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을 어찌하고 싶은 건 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건 다른 놈한테 풀어야지.
내가 지금 가장 보고 싶은 녀석은 바로 그놈이니까.
세종 클랜로드를 대충 지혈해주며, 그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을 기다렸다.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은애를 괴롭힌 주동자.
그리고 머지않아─.
“─주인님 데려왔습니다.”
“네가 박성호냐?”
철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고.
그는 지금껏 들어온 사람들과 달리 팔다리가 봉인되지 않고 들어오는 남학생에게 시선을 주었다.
☆
‘─사과문, 작성하면 되죠?’
당시 그 말을 들었을 때.
은하의 아버지는 단순한 처벌로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학교에 상주한 상담원에게 박성호의 상담을 요청했다.
그 이후, 박성호는 학교에 나오면 상담실로 등교해야 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게 왜 상처받을 일인가요?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어떻게 해도 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이날도 그랬다.
박성호는 상담원이 건넨 설문지를 착실히 작성했다.
때로는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상담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논했다.
“네, 제가 한 게 나쁜 짓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처벌을 받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고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왜 이렇게 상담을 받으라고 하는 건가요?”
세종 클랜로드를 아버지로 두고.
어렸을 적부터 힘이 세상의 전부란 소리를 듣고 자라온 박성호는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그럼 성호야, 나쁜 짓인 걸 알면 왜 그렇게 한 거니? 선생님은 성호 마음이 어떤지 알고 싶어.”
그럼에도 상담원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고 했다.
그녀가 최대한 부드럽게 타일러, 박성호가 이야기를 하게 만들었다.
이에 박성호가 말하기를─.
“─그래야 살아있다는 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으니까요.”
“…뭐?”
“애들 괴롭히는 거요. 그때 저는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껴요. 제 힘이 그 애들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는 게 너무 좋아요.” “…….”
“저는 학교생활이 지루해요. 대체 쓸모도 없는 공부는 왜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에 비해 마나를 사용하는 것은 재미있고요. 그래서 애들을 괴롭혔어요. 근데 몬스터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약자는 강자에게 맞고 사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성호야, 네 생각은 조금 위험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냐면….”
“근데 은애는 달랐어요.” “…….”
“제가 때려도 울려고 하지 않아요. 다른 애들은 저를 무서워하는데…, 그 애는 저한테 그렇게 당하더라도 꾹 참으려고 해요. 내색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까 꼭 보고 싶더라고요. 그 애가 어떻게 하면 울고, 저한테 굴복할지요.”
최대한 덤덤하게.
그리고 태연하게.
박성호는 이야기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은애는 정말로 신기하다고 느꼈어요. 다른 애들은 내색도 하고, 학교를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데…. 그 애는 항상 웃으며 학교 다니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
“그러면서 정의감도 투철했고요. 절 보고 눈을 깔려 하지도 않았고, 당당하게 대들려고 했어요. 그래서 그 애한테 흥미가 생긴 거예요.” “…….”
“걔는 저보다 강했어요. 그래서 전 그 애랑 싸워보고 싶었던 거예요. 걔를 때리면서, 그렇게 살아있다고 느끼고 싶었던 거예요.”
“성호야, 그렇게 말하면 너한테는 정말 도움이 안 돼. 선생님은 정말 너를 돕고 싶어. 근데 네가 이렇게 말하면 처벌은 더 심해질 거야.”
이런 아이는 처음이다.
상담원은 한숨을 흘렀다.
한편 삐딱한 자세로 기대어 앉은 박성호는 개의치 않아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몇 번이고 말했잖아요.”
“…….”
“잘못했으니까 소년원에 가야죠. 저보다 강한 사람이 나타났으니까, 그 사람한테 굴복해야죠.”
“…….”
“아, 소년원에 들어가게 되면 삶이 좀만 재미있게 변했으면 좋겠네요. 제가 아카데미에 들어가려던 이유도 거기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거든요. 뭐, 거기에 들어갔다가는 저는 강자로 있지 못했겠지만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시간을 확인한 박성호는 상담원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일어섰다.
“그럼 저는 그만 가볼게요. 내일도 여기로 오면 되는 거죠?”
말로는 잘못했다고 했으나.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았다.
애초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걸 못하는 것이다.
“──!!”
그러던 박성호는 그날 귀가 도중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붙잡혀 어딘가로 끌려가고 말았다.
“…….”
박성호는 침착했다.
어느 건물로 끌려온 그는 덤덤히 주위를 살폈을 뿐이다.
☆
박성호의 눈을 보는 순간.
은하는 그가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까딱하다가는 사람을 죽이고서도 아무렇지 않아 할 눈이네.
비슷한 눈을 여럿 본 적이 있었다.
상당히 위험한 눈이었다.
저놈은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은하 역시 비슷했다.
다만 그와 박성호의 차이가 있다면 자신은 후천적으로 기인한 거였고, 박성호는 선천적으로 기인한 거란 점이리라.
보통 수단으로는 안 되겠네.
저놈을 어떻게 할까….
여하튼 은하는 판단을 마쳤다.
아마 때리고, 겁을 주는 것으로는 효과를 주지 못하리라.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런 놈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
은하는 자리에 모여 있는 학생들을 차례차례 살폈다.
그들 대다수가 상태가 멀쩡했다.
박성호가 올 때까지 방치만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윽고 은하가 입을 열었다.
“─딱 한 놈.”
“”””…….””””
낮게 울리는 목소리.
학생들이 그 말을 들었고.
은하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너희끼리 싸워서 이긴 한 놈만 곱게 집에 보내준다.”
“”””……!!””””
‘겉보기에는’, 곱게.
속에 담긴 말을 모르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주먹을 부르쥐었다.
그렇게 싸움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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