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45
선력 17년의 6월.
마나교에서 반혼제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왔다.
울지 말고 웃어요.
우리는 어디에든 있으니까요.
당신이 기억하는 우리.
우리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당신의 곁에 있을 거예요.
마나교의 찬송가를 부르며.
우울한 얼굴을 한 사람들은 모두 구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한편 그들 대다수는 소중하다는 듯 무언가를 품에 안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좋아했던 사과에요. 저한테 툭하면 사과를 깍아 달라고 했었거든요. 우리 아이 보러 가는데 아이가 좋아했던 걸 가져가야죠.”
“이건…. 제 아내가 마지막에 입은 옷입니다. 고인의 기억이 묻어나는 것들을 가져오라고 해서요. 그런데 제일 먼저 이 옷이 떠오르더라고요. 하하….”
고인의 유품.
혹은 고인이 생전에 즐겨 먹던 것.
그들은 고인과 추억이 있는 것들을 품에 안고 있었다.
마나교에서 반혼제에 참가하는데 필요하다고 공지한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저희 아버지입니다. 아버지의 영혼을 불러내기 위해서는 아버지와 가장 연관이 깊은 매개를 가져오란 소리를 들어서요.”
고인의 골분(骨粉)을 가져오기도 했다.
마나교가 적극 장려한 것이다.
심지어 마나교 내부에는 납골당이 운영되고 있기까지 했다.
신도들은 이날을 위해 납골당에서 고인의 골분이 담긴 항아리를 꺼내 반혼제에 참여하기도 했다.
“─미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마법으로 죽은 사람을 불러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도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제가 아마 사이비 종교에 미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겁니다. 저도 알아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낸다는 게 허무맹랑한 소리인지 잘 압니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괜찮아요.” “”””맞아요.””””
“이렇게 해서 제 마음이 편해지고, 다 같이 슬픔을 공유할 수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으니까요.”
마나교에 가입한 신도들.
그들 모두가 광신도들은 아니었다.
반혼제에서 정말로 죽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 행위에 의미를 둔다.
또한 그들의 죽음을 기리는 것으로 자신은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 마음을 다잡는다.
그것이 반혼제의 순기능이었다.
☆
반혼제가 시작되었다.
이날 구 국회의사당은 전국에서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마나교 관계자들로도 힘이 부쳐,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동원해 인력을 배치했을 정도다.
반혼제를 찾은 사람들의 숫자만큼 슬픔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지.
당산클랜의 이름으로.
은하도 자신의 클랜원들과 경비를 서고 있었다.
처음에는 마나교 신도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은하를 알아본 신도들이 득달같이 화를 내며 내쫓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를 막을 명분도 없었고, 반혼제에서 문제를 만들 수 없었던 신도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은하는 막무가내를 부려선, 반혼제가 열리는 현장을 경비하게끔 일을 맡은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관람석에서가 아닌, 반혼제가 진행되는 회장에서 가까이 지켜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물론 신도들에게는 아니겠지만.
은하 딴에는 적당히 타협한 거라고 할 수 있었다.
은하는 반원으로 이루어진 회장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야외에서 모니터 중계로 반혼제를 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은하는 자신처럼 경호를 서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떨떠름해했다.
회귀 전보다 규모가 줄어들었어도 그래도 여전히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애들은 어디 있는 거야? 사람들이 워낙에 많아서 찾는 것도 힘드네….” “삐삐삐 빠빠빠 뿌뿌뿌!”
한편 은하는 클랜원들을 찾았다.
안타깝게도 클랜원 전원을 데려올 수 없었다.
판도라클랜에 일이 쏟아지고 있고, 전원을 차출하기 위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하는 한서현과 의논해, 클랜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인원을 선별했다.
“아, 저기 있네.”
호시미야 카에데, 진파랑, 김민지, 이리야.
은하는 머지않아 자신과 함께 온 클랜원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 역시 위층에서 회장을 돌며 경비 임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긴장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겉보기에는 종교행사일 뿐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리라.
─부디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은하 또한 그러기를 빌고 싶었다.
기우에 지나지 않았으면 싶었다.
부디 자신의 직감이 틀렸기를.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판도라 클랜로드를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요.”
“아…, 삼라 클랜로드. 안녕하세요.”
삼라 클랜로드 총은주.
그녀가 은하를 알아보고는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은하는 이런 곳에서 그녀를 보고는 눈을 깜빡거렸다.
광진구에 관할을 두고 있는 사람이 이런 곳에는 웬일이지?
대부분 영등포구와 인접하고 있는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이 경비 임무를 맡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는 삼라 클랜로드를 마주치고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녀가 대뜸 물었다.
그런데 어조가 어딘가 까칠했다.
“굳이 여기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일거리가 치이고도 남았을 텐데…. 어쩐 일로 여기에 있는 거죠?”
“반혼제 행사에 흥미가 있어서요. 괜찮으면…, 저희 클랜 지하에 있는 성당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열어볼까 생각하고 있었죠.”
“아, 판도라 클랜로드를 찬양하는 그 사이비 종교를 말하는 거군요.”
“…그러는 삼라 클랜로드는 여기엔 어쩐 일로 온 건대요?”
“영등포구를 관할하는 나루클랜의 클랜로드의 부탁을 받아서 말이죠. 개인적인 친분으로 일을 도와주기로 한 거예요.”
“아, 그렇군요.”
“”…….””
삼라 클랜로드 총은주.
그녀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은하는 그녀와 대화를 통해 자신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짐작했다.
내가 서영 누나랑 친해서 그런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내 은하는 생각을 부정했다.
명색이 A+급 클랜의 클랜로드가 겨우 그런 이유로 불친절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으리라.
결국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럼 수고하세요. 저는 다른 데나 둘러보러 가야겠네요.”
“판도라 클랜로드.”
하지만 그녀가 호의적이지 않은데 계속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
할 이야기가 없기도 했다.
은하는 몸을 돌렸다.
그때, 그녀가 재빨리 불렀다.
“─저한테 할 말 없나요?”
“네?”
뜬금없는 소리.
은하는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되물었다.
그러자 총은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한테 할 말이 있을 텐데요?”
“…저는 할 말이 없는데요?”
“…….”
“말씀하세요. 왜 그러세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가.
기억이 나는 것이 없었다.
애초 은하는 총은주와 직접적으로 엮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 총은주가 홱 고개를 돌렸다.
“…아니에요. 사람 잘못 봤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 드리겠지만 다음부터는 조심하시죠.”
“…….”
더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은하가 떠나기 전에 총은주가 먼저 선수를 쳤다.
남겨진 은하는 멀어지는 총은주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왜 저러는 거야?”
“빠빠.”
“밟지도 않았는데 꿈틀거리네.”
뭐 저런 지렁이가 다 있나 싶었다.
은하는 전에 신서영이 말했던 대로 되도록 과 엇갈리지 않기로 다짐했다.
☆
반혼제가 시작되었다.
연단 위로 올라온 교주가 지난 날, 서울 침공으로 소중한 이들을 잃은 신도들을 위로했다.
몇몇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아직까지는 별다를 게 없네.
은하는 반혼제를 지켜보았다.
신도들은 교주와 신관들의 지시를 착실히 따랐다.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상한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교주가 내려오고 신연수가 연단에 올랐다.
[우리는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이자 하나로서 세계 자체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의 인지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입니다. 세상을 창조한 것은 신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들의 마나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마나가 모인 총체, 그분이 바로 마나신입니다.]너희가 바로 세상이다.
바라면 이루어질 것이다.
신연수의 말은 신도들의 가슴 속에 불을 지폈다.
[그러니 여러분을 떠난 사람들은 마나가 되어 세상에 녹아 있으며, 마나신의 품에서 평화로운 안식을 맞이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부디 슬퍼하지 말아주세요.]차분한 어조로 말하는 신연수.
그녀가 석장으로 바닥을 탕 쳤다.
그녀가 마나를 발현했다.
위이잉
푸르른 마나가 공간에 퍼져나간다.
그 순간, 은하는 긴장했다.
…이상한 마법은 아니야.
감지마법에 가까운 마법이야.
여차하면 햄퍼 웨이브를 사용해서 마법을 파훼하겠다.
은하는 마법을 준비하는 한편으로 공간 전체에 퍼진 파장을 살폈다.
다행히 그가 걱정하고 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빛무리는 공간을 환하게 밝힌 다음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곧─.
“─시, 신의 기적이다!!”
“”””오, 마나신이시여!!””””
대기 중에 녹은 마나가 활성화돼,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신도들은 그것만으로도 깜짝 놀라 감탄해했다.
은하는 그제야 신연수가 육안으로 마나를 볼 수 있게 하는 감지마법을 전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후에 일어난 일에는 은하 역시 눈을 크게 떴다.
엄마가 깎아준 사과 먹고 싶다.
우리 여보, 속으로 눈물이 많은 사람인데 혼자 괜찮을까….
눈을 감더라도 자식 걱정 때문에 편히 있을 수가 없어. 이 녀석들은 내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을까.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궁금하네.
왈왈!
주변을 떠다니는 건 단순히 마나의 입자가 아니었다.
물결처럼 지나가는 마나에는 어떤 사념이 담겨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추억하는 사람들의 사념이었다.
“아이구, 이것아! 네가 왜 나보다 먼저 거기에 가 있어! 이놈아!”
“당신! 당신이지!? 어디 있어!?”
“네, 아버지! 저희 잘 살고 있어요! 아버지가 가시고 나서 안 보고 살던 저희도 모두 화해했어요!”
“엄마는 죽어서도 밥 타령이야….”
“또순아! 잘 있니?”
사람들이 감동한다.
그들이 펑펑 눈물을 흘린다.
그들이 자신들의 근처를 지나가는 마나의 물결을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물결이 잡힐 리 없었고.
결국 그들은 주변을 떠도는 소리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그들은 만족해했다.
신연수가 뭐라고 말하든, 무엇이든 믿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
저 사람들이 가져온 물건을 매개로 세상에 잔류해 있던 사념을 불러낸 건가?
한편 은하는 회장에 일어난 현상을 확인하는 것에 주력했다.
이론으로는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을 구현화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기억이란 대단히 애매한 것이었다.
또한 대기에 녹아 있는 마나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념이 깃들어 있었다.
거기에서 특정인의 사념을 골라내 활성화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물건을 매개로 한 거겠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야.
그런데도 사념이 이렇게 깨끗하게 구현화되다니….
플레이어도 아니면서.
신연수의 솜씨는 과히 대단했다.
십이좌 와 같은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여러분들께서 소중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를 바랍니다.]“”””아….””””
프리시스 메모리는 물건을 매개로 목소리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까지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으리라.
그러나 신연수는 목소리를 구현한 것에서 그쳤다.
한 10분 정도.
그녀는 이내 마법을 캔슬했다.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을 위해서 마법을 구현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펼칠 수 없는 것이리라.
그녀는 신도들의 감사를 받으면서 연단을 내려갔다.
그녀가 그대로 퇴장했다.
반혼제의 핵심이랄 수 있는 것은 이걸로 끝난 건가.
신연수의 능력이 대단하긴 했지만, 사람을 부활시키는 능력은 다행히 없었던 모양이네.
은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회장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제 곧 반혼제도 끝이 난다.
교주가 다시금 연설을 시작했지만, 이제 신도들은 저희들끼리 대화하며 신연수를 찬양하기 바빴다.
결국 이번 삶에서 반혼제는 조금 신비한 종교행사로 끝이 나게 되는 것이리라.
[─여러분이 그들을 강하게 부르는 마음이 세상에 녹아 있는 영혼들의 잠을 일깨운 겁니다. 그러면 여러분, 이보다 더욱 강하게 부르는 마음은 세상에 어떻게 구현되겠습니까.]은하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돌연 교주가 그런 화두를 던졌다.
신도들의 웅성거림이 멈췄다.
교주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두 손을 펼쳤다.
[강한 마음은 마법의 발현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가 마음을 합쳐 소중한 사람들을 보기를 바란다면, 마나신은 여러분의 뜻에 감복하여 그 뜻을 이루어줄 겁니다.]“”””…….””””
[자, 여러분!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소중한 사람들을 추억하는 물건들을 머리 위로 들어올립시다! 우리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을 보고 싶다 비는 겁니다.]“”””…….””””
[여러분의 간절한 바람이 그분들의 영혼을 다시 이 자리로 불러낼 것입니다. 그리고 마나신은 여러분이 그들을 만날 수 있도록 기적을 선보일 것입니다.]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신도들이 교주의 말을 따랐다.
그들이 유품을 들어올렸다.
잠잠해지던 분위기가 들끓었다.
뭘 하려는 거지?
마무리치고는 너무 과한데….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교주는 마나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신도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은하는 의심이 들면서도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언제든 햄퍼 웨이브를 발동할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
[자, 여러분! 우리 모두 마나신께 기도합시다! 오, 마나신이시여!]“”””오, 마나신이시여!!””””
[부디 저희를 굽어살피시어 세상에 기적을 선보여주소서. 우리의 부모, 아내, 형제, 자식, 친구들의 영혼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부디 바라건대, 그들을 다시 보게 해주십시오.]“”””다시 만나게 해주십시오!!””””
[아멘.]“”””아멘.””””
바로 그 순간.
다시금 마나가 활성화되었다.
교주가 마법을 일으킨 게 아니다.
사람들의 ‘강한 믿음’이 조금 전에 신연수가 일깨워낸 사념을 자극해 마나를 활성화시킨 것이다.
…위험해!
이놈들이 뭔가 꾸미고 있어.
이에 은하는 직감적으로 행동했다.
낌새가 수상치 않았다.
그가 마법을 풀어헤쳤다.
햄퍼 웨이브
자신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파장.
마나의 파장이 육안으로도 보이는 마나를 흐트러뜨렸다.
하지만 사람들의 믿음이 강했다.
한 사람의 의지가 만들어낸 마법은 여러 사람들의 의지로 만들어내는 현상을 파훼하지 못했다.
나아가 현상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점점 세기를 높여나갔다.
직후─.
──!!
제단에서 새하얀 기둥이 솟구쳤다.
교주의 뒤에서 솟구쳐 오른 기둥이 영역을 넓혀나가며 세상을 백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햄퍼 웨이브
은하의 마법은 공간을 잠식해가는 현상 앞에서 무의미했다.
어딘가 거룩하고, 거대한 기운이 은하와 다른 사람들의 마법 자체를 부정해버렸다.
“마나신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마나신의 기적이 있으라─!!”
“”””만세! 만세! 만만세! 마나신의 기적이 있으라!!””””
끝내.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
시간을 되돌려, 바로 조금 전.
연단에서 일종의 ‘신위’를 보여준 신연수는 부교주와 함께 국회의사당 지하로 향했다.
지하 3층.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층.
그녀는 비상시에 피신할 수 있는 방공호에 들어섰다.
그러고는 은폐마법을 해제하고서는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인가요?” “그래, 여기란다. 끌끌.”
그곳에 제단이 있었다.
부교주의 말에 의하면 1층에 있는 제단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 제단에서 펼쳐지는 마법은 1층에서도 이루어진다.
어디 그뿐인가.
야외에 설치된 제단과도 연계해서 마법이 펼쳐질 예정이라고 한다.
신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교주님.”
“왜 그러느냐.”
“정말…, 할 수 있을까요?”
“너라면 할 수 있고말고.”
제단 위에는 관이 놓여 있었다.
그 안에 신도림의 시체가 있다.
신연수는 관 앞으로 다가갔다.
창백한 얼굴의 오빠를 내려다보며.
그녀는 불안해했다.
“…….”
“연수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분명, 네 오빠도 기다리고 있겠지.”
이것이 정말 맞는 일인지.
신연수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었다.
오늘을 위해 반혼제를 준비한 것이 아니었던가.
“─기회는 지금밖에 없단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대다수가 ‘서울 침공’에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가엾은 이들이란다.”
대규모 마법을 거행하는 거니만큼 여러 사람의 의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사람의 의지는 뒤죽박죽.
따라서 ‘반혼제’를 통해 사람들이 서울 침공에 대한 생각만 하도록, 의지를 통일시킨다.
동시에 그들은 서울 침공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곧 ‘강한 의지’의 통일이 이뤄진다.
“나아가 그들이 가져온 물건들이 혼돈처럼 얽히고설켜 있는 영혼을 분류해낼 테겠지.”
마법을 구현할 수가 있는 상황이 완벽하게 갖추어졌으며.
사람들의 영혼을 불러낼 매개체도 모두 준비되었다.
기억, 감정, 사념이 잔재하고 있을 고인들의 유품.
또한─.
“─그들이 가진 고인들의 기억도 매개체가 될 것이다.”
그들의 기억이 불러내는 영혼들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 것이다.
그중에서도 신연수는 가장 확실한 매개체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고인의 유해.
영혼이 가장 끌리는 자신의 그릇.
신연수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론적으로 틀린 건 없다. 영혼을 불러내게 된다면 그 영혼은 물질적인 매개체를 그릇으로 삼아서 부활할 것이야. 끌끌.”
“…네.”
신연수 자신의 기억.
신도림의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
그리고 신도림의 유해.
그녀는 그것들을 대가로 바치면서 신도림을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석장을 탁 바닥에 찍었다.
그녀가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
“아이야, 간절하게 바라거라.”
“…….”
“간절한 바람이 너를 마나신에게 도달하게 할 것이다.”
그녀는 의식을 집중했다.
간절히 바랐다.
호소했다.
제발, 부디, 바라건대─.
─우리 오빠를 살려주세요.
신연수는 모든 마나를 해방했다.
폭발적으로 빠져나간 마나는 끝내 그녀의 바람을 이루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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