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46
백색의 세상.
신연수는 그곳에 서 있었다.
힘을 원하는가.
네, 힘을 원합니다.
기묘한 목소리였다.
꼭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합친 듯 울려 퍼지는 목소리.
신연수는 당황하지 않고 답했다.
무엇을 바라는가.
우리 오빠를 되살려주세요.
정말 그것을 바라는가.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이루고자 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가치를 내걸어야 한다.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고.
목소리가 경고했다.
신연수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괜찮으니 부디 오빠를 살려주세요.
대가 따위, 각오한 바이다.
그녀가 그것을 모르고서 기프트를 발동한 것이 아니었다.
─좋다, 그대의 바람을 이루어주마.
삼라만상 혹은 세계의지.
목소리가 화답했다.
☆
온몸에서 마나가 빠져나갔다.
무지막지한 탈력감이 찾아왔다.
신연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헉, 헉…. 부, 부교주님…. 오빠는, 오빠는 어떻게 됐나요?”
몸을 움직일 힘도 없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신연수는 곁에 서 있던 부교주를 불렀다.
“호오. 이게 세계 의지란 거구나. 수많은 자아가 하나로 이루어지면서 희로애락 없이 완전무결한 자아를 이루고 있다라…. 꼭 기계 같군.”
“부, 부교주님….”
“하긴, 세계 의지가 마음만 먹으면 세계를 개변할 수 있을 텐데 지금껏 무반응 상태로 있는 이유가 있었군. 수많은 자아의 총체를 이루다 보니 역설적으로 특정한 의지를 가질 수 없게 된 거야. 그래서….”
“헉, 크윽…!”
“의 기프트 소유자가 마치 혼돈과 같은 의지에 방향성을 정해 세계를 개변시키게 하는 거로구나. 어떻게 본다면 의 소유자는 세계 의지를 대변하는 메신저 혹은 세계 의지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군.”
“헉, 헉….”
“그건 그렇고 아쉽구나. 는 을 발동하고 나서 자연계의 섭리를 체화하게 되었다고 들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나는 섭리를 엿보는 것은 가능해도, 체화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건가.”
아깝다, 아까워.
조금만 더 그곳에 있었다면 무언가 알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노인은 혀를 끌끌 찼다.
“그나마 얻은 거라면…. 이전보다 대기에 녹아 있는 마나를 감지하는 능력이 소폭 상승했다는 건가.”
세계 의지의 속에 있었기에.
그것의 잔재를 이루는 마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리라.
안타깝게도 노인에게는 이제 와서 별로 좋을 것도 없는 능력이었다.
“내가 젊을 때 겪었다면 지금보다 더 빠른 성장을 이뤘겠지만…. 이제 나한테 이런 것은 필요가 없지, 암.”
부교주가 지팡이를 짚었다.
그제야 그는 신연수가 부탁한 대로 관 안을 확인하고자 했다.
관 안을 들여다보고.
부교주는 입가를 찢었다.
“연수야.”
“…….”
“아무래도 성공한 것 같구나.”
실험은 성공했다.
신도림의 몸에 온기가 돌고 있고, 혈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부교주는 신연수에게 알렸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저, 정말요…?”
“그래, 정말이고말고.”
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해 아쉽기는 했으나.
신연수가 살아있다.
앞으로 얼마든지 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부교주, 아마겟돈은 끌끌 웃어서는 그녀를 관에 다가가게 도와줬다.
“오빠, 오빠…!”
신도림에게 손을 뻗는 신연수.
오빠의 온기를 느낀 그녀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직후─.
─꿈틀
신도림의 몸이 순간 움직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그의 몸이 계속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각성하려는 것이다.
신연수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오, 오빠! 아,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야. 진짜 살아났구나….”
“”…….””
신도림이 눈을 떴다.
신연수는 거의 관 속으로 들어가서 신도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신도림의 얼굴에 손을 댔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삐걱삐걱
오랫동안 관절이 굳어 있었기에.
신도림이 몸을 움직이기 위해 내는 소리가 들렸다.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리.
신연수는 그마저도 좋았다.
그녀는 신도림이 자력으로 신체를 움직이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이내 신도림이 입을 열었다.
“여, 연수야….”
“오빠! 무슨 일인지 놀랐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고.
신도림이 띄엄띄엄 말을 뱉는다.
당황한 듯한 얼굴이었다.
그야 그럴 만도 했다.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을 만했다.
신연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어긋났다.
신도림이 대뜸─.
─꽈악!
“오, 오빠…. 힘이 왜 이리 세…. 부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뇌에 리미트가 걸리지 않은 듯한데, 힘 좀 빼줘…. 너무 아파.”
“연수야….”
신도림이 신연수의 어깨를 잡았다.
그가 어찌나 세게 잡았던지 그녀는 그만 비명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신도림은 그녀의 비명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말한 것이다.
“아직 부족해.”
“…뭐?”
“아직, 부, 족하다고….”
“…….”
뭐가 부족한데?
신연수는 말하지 못했다.
신도림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다시 죽고 있다.
그녀는 그것을 깨닫고 멈칫했다.
어, 어째서?
마법은 완벽했는데….
영혼과 그릇이 모두 갖추어졌다.
그런데 무언가가 부족해서 영혼이 육신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신연수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고민의 답은 신도림에게서 나왔다.
그가 토한 것이다.
“─네 영혼이 부족하다고.”
“…뭐?”
“네, 영혼…이…, 부족해….”
영혼, 무슨 소리지?
신연수는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신도림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그가 몸을 들이밀었다.
“…컥…커헉…! 오, 오빠…!!”
“부족해부족해부족해부족해난지금내가누구인건지도잘모르겠단말이야.나란게누구인지확인하려면네기억을받아가야겠어.” “……!!”
신도림이 목을 조른다.
갑작스럽게 그에게 목이 졸리고 만 신연수는 어떤 대응도 하지 못했다.
을 발동한 후유증으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기도 했으며.
설마 자신의 오빠가 목을 조르리란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아, 내 영혼이 부족했구나.
세계 의지에 녹아 있는 사념 중에 신도림의 사념을 찾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잔류사념.
‘전체’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핵심으로 하는 한편 그것에 덧붙일 ‘일부’가 필요했다.
신연수는 그것을 그 영혼과 밀접한 기억으로 보충하려고 했다.
그래서 신도림의 몸을 준비했으며, 그의 유품들을 준비했다.
“부족해부족해부족하다고…!!”
“커헉…!”
“네영혼을내놔날기억하는네영혼을내놓으란말이야!!!”
그럼에도 그것으로는 ‘신도림’이란 정체성을 만드는데 부족했던 거다.
그래서 신도림은 지금 본능적으로 부족한 ‘기억’을 충당하기 위해서, 신연수의 영혼을 노리고 있다.
그녀의 영혼에 새겨져 있을 기억은 현존하는 것들 중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일부’일 테니까.
아…, 그런 거구나.
눈을 빨갛게 물들인 오빠를 보며.
신연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녀는 힘겹게 손을 뻗었다.
신도림을 끌어안았다.
그래, 줄게.
오빠가 날 위해 희생했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오빠를 위해서 희생할 차례야.
자신의 영혼을 대가로.
신도림을 살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내주겠다.
이것이 의 대가인 것이다.
모든 것을 이해한 그녀는 그에게 얌전히 자신의 영혼을 내주었다.
자신은, 죽기 전에 살아 있는 그를 한 번이라도 본 것으로 족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콰드득!
콰직!
그녀의 몸에서 그녀를 빼다 닮은, 투명한 형체가 떠올랐다.
신도림은 그것을 재빨리 낚아채, 마치 걸신이 들린 것처럼 허겁지겁 입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음식을 먹듯 씹었다.
여동생의 영혼이 비명을 토해내는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는 듯했다.
다만 그는 제 영혼을 보완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을 뿐이다.
“─호오, 그랬던 거로구나. 제물로 바치는 것은 단순 매개체뿐 아니라 생전에 사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생자의 영혼도 재료였던 거였어.”
신기하다, 신기해.
부교주는 여기에서 의문을 품었다.
그렇다면 사자는 생자의 기억으로 영혼을 보충한다는 것일진대.
결국 사자의 정체성은 생자가 지닌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즉─.
“─저것은 과연 무엇일꼬….”
사자가 생전에 지니고 있던 영혼을 온전히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저것은 신도림이 아니라.
‘신연수의 기억’에 정의되는 존재, 그저 신도림이란 영혼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존재가 아닌가.
“이란 게 완벽하지는 않군. 하긴 세계 의지를 구성하는 자아 중 부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아와 그렇지 않은 자아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한가.”
영혼이란 참 심오한 것이로구나.
노인은 남의 일인 양 생각했다.
☆
이 발동했다.
사람들은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며 당황한 듯싶었으나.
몇 번의 을 경험한 은하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누군가 을 발동한 거야.
은하는 혀를 찼다.
만약에 회장에 의 기프트 보유자가 있었다면 우보를 사용해, 그자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의 기프트 보유자는 회장에 있지 않았다.
그자가 누구인지는 짐작이 갔다.
─신연수야.
신연수도 신도림처럼 을 보유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면 내가 잘못 알고 있었거나.
마나교의 성녀 신연수.
그녀는 조금 전 마법을 선보이고는 회장을 떠났었다.
은하의 직감은 분명 그녀일 거라고 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나 신도림과 신연수, 두 사람이 을 보유했다는 게 영 믿기지 않았다.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빠빠! 삐삐!”
“젠장….”
죽은 자들이 부활하고 있다.
은하는 그 징후를 목격했다.
눈부신 빛이 터져나온 곳에서부터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휘이이이익!!
회장 안에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육안으로 보일 만큼이나 활성화된 마나가 거칠게 일렁거렸다.
그러더니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유품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어어억….
끅…끄어어으….
조금 전, 신연수가 사용한 마법은 죽은 자들의 사념을 불러모았다.
에 의해 강제로 활성화된 그것들이 매개체에 달려들었다.
이윽고 마나에 휩싸인 매개체.
비현실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마나로 이루어진 물체가 스스로를 이루고 있는 물질을 변화시켰다.
“”””…….””””
꿈틀거리고, 부풀고, 흘러내리고.
그것들이 제각기 형태를 변화하며 마치 인간 같은 형체로 거듭났다.
인간이 불에 탄 듯한 형체.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은 것들이 유품을 안고 있던 사람들을 향해, 입을 만들어 보였다.
“엄…, 마….” “…차, 창식이니?” “나 배고파….”
“차, 창식아!” “사…과…먹고 싶….”
“”””……!!””””
그것들이 고인을 흉내냈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리고 그들이 다음으로 보인 것은 ‘수용’이었다.
그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내 아들…! 내 새끼, 내 새끼가 살아났어!!”
“아아…. 여…보….”
“끄으으윽….”
“저, 정말 당신이야? 맙소사….”
점점 인간에 가깝게 변모한다.
그들은 이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고인들이 살아 돌아왔다.
그들은 고인들의 형태가 어떠하든, 기쁜 마음에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콰직!
콰드드득!
그것들이 사람들을 물어뜯었다.
아이의 시체를 안으려고 달려가던 어머니는 제 아이에게서 목덜미를 물어뜯기고 말았다.
피가 솟구쳤다.
그럼에도 아이의 어머니는 기어코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가 속삭였다.
“─괜찮아, 울지 마. 창식아….”
“꺼…으으….”
“엄마는 창식이가 살 수만 있다면 다 괜찮아.”
“”””…….””””
죽은 자들에게 공격당한 사람들.
그들은 자신들이 공격당한 이유를 무의식적으로 납득했다.
그래서 제 몸을 내주었다.
오히려 그들이 완전히 부활하여, 자신들을 죽인 것을 알고 슬퍼할까 그들을 위로했다.
“아니야, 아니라고…. 나는 이런 건 바라지 않았단 말이…아아악!!”
물론, 사람들 모두가 납득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과 다른 걸 눈치챈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찌하지 못했다.
죽은 자들의 힘이 강력했다.
일반인이 떼어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들은 그대로 잡아먹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상황이 현재 회장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야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어떻게 하면 좋은 거야!?]플레이어들이 뒤늦게 움직인다.
은하는 진파랑으로부터 텔레파시를 받았다.
텔레파시가 들려온 방향을 향하니, 진파랑과 김민지가 어떤 사람에게 달라붙는 죽은 자를 떼어놓으려고 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들은 죽은 자가 달라붙은 사람과 다투고 있는 듯했다.
“이놈들아! 썩 떨어져! 이것들이 어디서 우리 애한테 검을 들이대!? 어!?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안 돼! 건드리지 마세요! 가만히 내버려달란 말이에요!”
그럴 만도 했다.
신도들에게 저들은 괴물이 아니라 그들의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대다수가 그들을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러니 두 사람이나 플레이어들이 신도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을 지체하다간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대응해.
그냥 죽여 버려.
난간 위로 오른 은하는 그들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고는 몸소 시범을 보여주려, 회장 아래로 떨어졌다.
환수변환
피닉스의 망토
불꽃의 망토를 두르고 착지하고.
은하는 가장 가까이 있던 죽은 자, 구울들을 떼어냈다.
그러고는 곧장 불길을 일으켰다.
끄아아아아아악!!
“이보세요! 지금 뭐하는 거예요! 얼른 불 꺼요! 불 끄란 말이에요! 저러다가 또 죽으면 어쩔 건데!!!”
한 신도가 매달렸다.
그래봤자 일반인.
은하는 가벼이 밀쳐냈다.
불에 타는 시간이 뭐 이리 길어?
그러고는 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불에 타고 있는 구울을 짓밟았다.
이윽고 구울이 잿더미가 되어서는 사라져버렸다.
신도가 잿더미가 된 구울을 보고 울부짖든 말든 개의치 않았다.
딱! 딱!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은하는 손가락을 튕겼다.
주변에 있는 구울만을 조준해서는 정확하게 불에 태워버렸다.
“안 돼! 안 돼! 죽이지 마아아아!!”
“이 사람들이 진짜….”
기껏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정확히 구울만을 노렸더니.
이성을 상실한 사람들이 구울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이 화상을 입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고는─.
─콰득!
그대로 잡아먹혔다.
은하는 나직이 욕지기를 내뱉고는 불길을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을 구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구울들을 발로 걷어찼다.
다행히 대다수는 변변찮았다.
하지만 놈들이 나타난 짧은 사이에 많은 사람들을 잡아먹은 구울들도 있었다.
놈들은 만만치 않았다.
─우보
등 뒤에서 느껴진 기척.
은하는 즉각 지면을 박찼다.
그가 있던 자리에 덩치가 커다란 구울이 떨어졌다.
“밥.”
“…….”
“밥 줘. 밥 달라고, 바아아아압!!”
놈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곧장 놈의 신형이 사라졌다.
골치 아픈 놈이네.
이야기로만 들었지, 직접 겪으니까 장난이 아니네.
뇌에 리미트가 풀려 있는 구울들.
놈들은 생자를 먹을수록 강해지며 육체능력을 십분 발휘하고는 했다.
은하는 눈앞에서 사라진 놈을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감지망에 걸려든 즉시─.
─우보
쿵!!
은하는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리고 바닥에 주먹질을 가한 놈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어깨 뒤로 뻗은 검을 휘둘렀다.
블레이즈 크래셔
구울의 머리를 베어낸다.
곧장 놈의 머리를 발로 짓밟았다.
이놈들을 움직이는 기관은 머리야.
머리를 파괴하지 않으면 죽지 않고 계속 덤벼들 거야.
몬스터도 아닌 존재.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괴물.
그런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마나를 만들어내는 심장이 아니라, 마나학에서 영혼이 있으리라 여겨지는 머리였다.
“─머리를 공격하세요!! 이놈들의 약점은 머리입니다!!”
상황이 어수선했다.
자신이 뭐라고 소리치든 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줄지 미지수였다.
그럼에도 은하는 외쳤다.
바로 그때─.
“─왈왈왈롸라라!!”
“인간이다.”
“배고파배고파배고파배고파….”
차츰 시간이 지나기 시작하면서.
구울들도 상황을 파악하는 지능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들이 집중적으로 은하를 노렸다.
특히 발이 빠른 놈들이 떼거리로 은하에게 달려들었다.
은하는 개 같이 생긴 구울을 차며 놈들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
때마침 지원도 있었다.
─지룡의 비늘
지면에서 암석이 솟구쳤다.
사방에서 솟구친 암석이 곧 은하를 보호하는 형세로 휘어졌다.
달려들던 구울들이 암석의 결계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덕분에 은하는 마음 편히 마법을 발동할 수 있었다.
플레임 쏜
줄기처럼 솟구친 암석들 사이로.
은하는 시리게 피는 겨울의 주위를 맴도는 탄환을 쏘아냈다.
불꽃의 탄환이 놈들을 꿰뚫었다.
머리부터 불탄 놈들이 소멸했다.
그는 자신에게 보호마법을 걸어준 사람을 돌아보았다.
“삼라 클랜로드, 감사합니다.”
“어차피 제가 도와줄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이던걸요.”
“그래도 고마워요.”
삼라 클랜로드 총은주.
거의 같은 시기에 은하를 따라서 회장에 뛰어내린 그녀가 지원해준 것이다.
은하를 달가워하지 않던 총은주도 이 상황에서는 협력하려는 듯했다.
“조금 전에 보니 이놈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거죠?”
“보시는 대로 누군가 구울 테러를 일으킨 거죠.”
“그게 누군지는…. 묻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죠?”
이내 그들의 시선이 같은 곳으로 향했다.
제단 근처.
그곳에 마나교의 교주가 있었다.
“이게 바로 마나신의 기적입니다! 마나신이 여러분들의 바람을 이루어 죽은 사람들을 부활시킨 겁니다!”
이 사달이 나고도 흡족해하며.
교주가 뭐라고 떠들고 있었다.
구울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 듯했다.
“그렇다면 먼저 저 사람을 붙잡아 자세한 사정을 물어야겠군요.”
“저 사람이 교주이니만큼 신도들을 통제할 수도 있을 테고요.”
국회의사당만 해도 구울들에 의해 회장이 소란에 휩싸여 있을진대.
외부는 이보다 더할 것이다.
특히 구울들이 지역구를 벗어나면 소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지금이야 사람들을 먹기만 하면서 에너지를 회복하고 있을 뿐이지.
놈들이 에너지를 회복한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을 구울로 감염시키는 능력까지 발휘하게 될 거야.
속히 사태를 진정시켜야 했다.
그러니 마나교 신도들을 통제하는 권한을 지닌 교주를 사로잡는다.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했다.
그들이 제단 위에 있는 교주에게 접근하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마나교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마나신은 위대합니다!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죽음이란 곧 마나신의 품에서 안식을 찾는 것과 다름없…커허억…어…이…괴…괴…괴…무…울…………….”
“”…….””
메뚜기처럼 뛰어오른 구울 하나가 교주의 옆구리를 뜯었다.
설마 자신이 당할 줄은 몰랐는지.
교주의 얼굴에 당황함이 서렸다.
“시, 싫어…오지…커헉억……….”
교주가 사망했다.
구울들이 몰려들어 교주의 사체를 뜯어헤쳤다.
혼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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