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47
긴 잠을 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꿈속에서 그는 여러 존재가 되어, 그들의 삶을 경험했었다.
그러다 그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망각하게 되었다.
나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인가.
처음에 들었던 의문은 곧 밀려드는 의지의 총체에 퇴색되고 말았다.
─우리 오빠를 살려주세요.
하지만 잠에서 깨어날 때쯤.
그는 자신이란 존재를 자각했다.
나의 이름은─.
─우리 오빠를 되살려주세요.
신도림이다.
신연수의 오빠.
그녀의 하나뿐인 가족.
그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로부터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목소리를 따라 눈을 떴고.
그때까지도 의식은 불완전했다.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던 의식은 각성하고도 몽롱한 채로 있었다.
무언가가 부족하다.
그러던 그는 갈증을 느꼈다.
그리고 본능이 시키는 대로 그는 여동생의 영혼을 먹어치웠다.
─나는 신도림이다.
여동생이 기억하는 자신.
신도림은 여동생의 영혼을 먹으며 자신이란 존재를 정의해나갔다.
“…….”
그리고 영혼을 모두 소화했을 때.
완전히 각성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우웁…!”
자신이 여동생을 죽였다.
여동생을 목을 졸라 죽였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그는 헛구역질을 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기능을 찾고 있던 몸은 아무것도 쏟아내지 않았다.
“내가, 내가….”
내가 내 여동생을 죽였다니.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그는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다행히 그 자리에는 그의 의문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기는 했다.
“─네 여동생은 제 목숨을 바쳐서 너를 되살려냈다.”
“…….”
“보아하니 너는 네가 죽었던 것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듯하구나. 그래, 네 입장에서는 긴 잠을 자다 자연스럽게 깨어난 기분이겠지.” “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내가 누구인지는 차치하고. 한 번 죽었다가 깨어난 기분은 어떠냐.”
신관 옷을 입은 노인이 있었다.
노인이 끌끌 웃었다.
☆
“저는…. 정말 죽었던 겁니까.”
“그래, 네 기억을 잘 뒤져 보거라. 지금이야 기억이 뒤죽박죽이겠지만 떠오르는 게 있겠지.”
신도림은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자신을 부교주라 소개한 노인의 말대로 따랐다.
기억이 흐릿하기는 했으나.
그는 강북을 침공한 몬스터들에게 여동생을 구하다가 죽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기억이 왜….
내가 보는 관점이 아니라 이상하게 다른 사람이 보는 관점으로 돼 있는 거지?
문득 그런 의문도 들었으나.
신도림은 생각지 않기로 했다.
말로 할 수 없는 ‘본능’이 그것을 생각하지 않게끔 강제한 것이다.
이내 그는─.
“─연수가 반혼제란 환경을 이용해 저를 살려낸 거군요.”
“호오. 그걸 알고 있다니…. 역시나 부활하면서 여동생이 지니고 있던 지식도 이전되었나 보구나.”
신도림은 자연스레 마나학에 대한 모든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생전에 여동생이 지녔던 지식.
신도림은 그녀의 영혼을 흡수하며 그녀의 지식까지 흡수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부교주는 그것을 반기는 듯했으나.
신도림의 얼굴은 우울하기만 했다.
바보 같은 것.
내가 살렸으면 행복하게 살아야지 왜 나를 살리는 일에 매달린 거냐.
나는 이러려고 너를 구했던 것이 아니었단 말이야.
따지고 보면 자신은 여동생을 죽여 삶을 되찾은 것이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에 깊이 사무쳤다.
자신 같은 것이 살아서 무엇하나.
이대로 그냥 죽고 싶었다.
앞으로 여동생의 목숨을 희생하여 살아간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제 목숨을 끊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후회가 되느냐. 자신을 죽이고서 널 살린 여동생이 잊히지 않느냐.”
부교주가 그의 마음을 간파했다.
그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네. 저 같은 것이 살아서 대체 뭘 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살아 있을 가치가 있는 걸까요.”
“살고자 하는 가치는 너 스스로가 찾아보고 만들어가는 것이지. 지금 그것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가 과연 있을꼬.”
“그래도…. 저는 연수를 대신해서 살지 못할 것 같아요. 차라리 다시 저를 희생해 연수를 살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그 방법이 있다면?”
“……!!” “그걸로 살아 있을 가치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방법이 있습니까?”
여동생을 살릴 수 있다.
신도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부교주가 씩 하고 웃었다.
“암, 있고말고. 네가 아이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라 할 수 있지.”
“…….”
“사람을 살려내기 위해 필요한 건 그 사람의 영혼하고 그것을 담아낼 그릇이다. 그런데 그 아이의 영혼은 지금 네 몸 안에 섞여 들어 있고, 그릇은 온전한 상태로 이렇게 남아 있구나.”
부교주의 말을 듣고.
신도림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말이 맞았다.
재료는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문제는─.
“─그럴 만한 의지가 구현돼야지. 너는 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바로 발동할 수는 없겠구나.”
“…그럼에도 방법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암, 그렇고말고.”
“제발 알려주십시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가설이다만 은 세계 의지의 총체에 접해 자신의 의지를 세계 전체의 의지로 탈바꿈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
“그 이론을 알고 있다면 을 재현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어떻게….”
자신도 방금 막 떠올린 것이라며.
노인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그야 세계 의지의 범위를 축소해, 작은 의미의 세계 의지를 구현하면 되는 일인 거지. 대우주도 소우주도 결국 ‘우주’지 않나.”
“…….”
“자네의 의지로 이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의지를 통일시키는 거야. 그렇다면 자네와 그들이 인식하는 작은 의미의 세계가 만들어지겠지. 그때, 자네가 주체가 되어 강하게 바라는 걸세.”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군요. 하지만 제가 어떻게 그들의 의지를 통일시킬 수 있다는 말이죠?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그게 왜 불가능한가? 이미 환경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는데.”
“…….”
“이 자리에는 자네와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지. 자네가 마나교의 성자가 되는 걸로 그들을 하나의 기치 아래로 모이게 만드는 걸세.”
“그래도 힘들 텐데요. 제가 아무리 그들의 정신적 존재가 된다고 해도,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기 다를 텐데 의지의 통일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러니 자네가 그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그들의 영혼까지 옭아매는 것이지.” “……!”
“자네가 그들을 부려, 많은 이들의 영혼을 먹어치우는 거야. 그런다면 자네의 몸은 수많은 영혼으로 가득 차게 되겠지.”
마치 악마가 속삭이는 듯이.
노인이 신도림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직이 말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자네의 몸속에서는 정말 그야말로 대우주가 펼쳐지게 될 걸세.”
“…….”
“몸속에 세계가 만들어지겠구만. 세계 의지의 총체도 자네 몸속에서 존재하고 있을 테고 말이야.”
“…….”
“그러면 그때 가서 간절히 빌어서 여동생을 되살리는 거야. 어떤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 같군요.”
“어디 한 번 해보겠는가?”
“해보겠습니다.”
여동생을 되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신도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교주의 제안에 넘어갔다.
“그럼 내 자네를 도와주기 위해서 그동안 만든 아티펙트를 내주겠네. 이거야 원,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카데미 도서관에 숨겨놓지 말 걸 그랬구만. 그것들보다는 약하겠지만, 여동생의 지식까지 더해지면 그래도 해볼 만하겠지.”
아주 재미있는 실험이겠구나.
노인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
마나교의 교주가 사망했다.
성녀, 부교주도 없는 상황에서.
이제 이 상황을 통제할 수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은하는 혀를 찼다.
일단 밖으로 나가야겠어.
일반인들까지 섞여 있으니 제대로 공격도 할 수 없으니….
감지망에 걸려드는 반응이 워낙에 심상치 않았다.
국회의사당 밖에서 마나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 틈을 타 편재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파랑 형! 지금 당장 회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알려!”
“알았다! 네 말대로 할게!”
“저놈은 내가 상대할 테니 오빠는 텔레파시에 집중해.”
은하는 진파랑에게 소리쳤다.
책상을 뛰어오른 구울을 상대하던 진파랑이 화답했다.
그가 구울로부터 거리를 벌리고.
벌어진 간격 사이로 냉큼 호시미야 카에데가 뛰어들었다.
바람 난타
화살을 겨눌 수 없는 거리.
그녀가 두 손으로 쥔 톤파로 곧장 구울을 향해 내질렀다.
톤파에 거센 바람이 깃들고.
카에데는 복부가 커다랗게 팽창한 구울을 마구잡이로 타격했다.
끄어억….
하나하나가 묵직한 타격을 가했고.
톤파에 깃든 바람이 구울의 피부를 차례차례 벗겨냈다.
급기야 놈의 복부를 꿰뚫었다.
그럼에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 놈이 기어코 그녀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되,
어느 누구도 내 사람을 건드릴 수 없노라고 하셨다.
직후 그녀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푸르른 보호막이 공격을 방어했다.
이리야의 보호마법.
효과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카에데는 보호막에 보호받는 채로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그녀가 톤파를 휘두르자 보호막도 거기에 맞춰서 변형되었고.
바람에 보호막까지 둘러낸 톤파가 구울의 관자놀이를 쳐냈다.
바람 난타
놈의 덩치는 2m를 넘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상체를 낮출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그녀는 수월히 놈의 머리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이리야, 회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호마법을 걸어줄 수 있지? 놈들이 더는 사람들을 잡아먹지 못하도록 막는 거야.” “네, 주님! 할 수 있어요.”
그사이 진파랑이 텔레파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했다.
그러나 그의 텔레파시를 듣지 않고 여전히 구울들에게 잡아먹히려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은하는 그런 사람들을 떼어내고서 이리야에게 지시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되,
내가 죽음을 죽이겠노라고 하셨다.
이리야는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나아가 그녀는 사람들을 보호하며 구울들에게 치명적인 마법을 주변에 흩뿌렸다.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새하얀 파문이 놈들의 신체를 무너뜨렸다. 혹은 기능이 저하되고 말았다.
이리야를 데려와서 다행이야.
구울들에게 효과적이야.
아군에게는 피해가 없고.
구울들에게 피해를 주는 마법.
사람과 구울이 뒤섞여 있는 곳에서 사용하기 편한 마법이었다.
이리야를 칭찬한 은하는 사람들이 플레이어들의 안내를 받으며 회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카에데.” “어.”
“네가 파랑 형과 이리야를 데리고 회장에서 나가는 사람들을 인솔해. 아마 밖에서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을 거야. 조심하고.”
“그래, 그렇게 할게. 너는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
국회의사당에 있는 파티원들 중에 자신 대신 파티를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은하는 그녀에게 지휘를 맡겼다.
그러고는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당연히 이 사달을 일으킨 원인을 찾아내야지.”
신도림은 아닐지 몰라도.
필시 죽은 자들을 조종할 수 있는 이 탄생했을 확률이 높았다.
지금이야 구울들이 멋대로 날뛰며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으나.
머지않아 이 등장하게 되면 그들은 군세하고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을 찾아내 쓰러뜨려야 했다.
“그래, 알았어. 조심하고.” “부탁할게.”
그렇다면 그 이 지금 어디 있다는 말인가.
카에데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녀도 눈치 챈 것이다.
그녀의 시선이 순간 제단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이 일어난 장소.
원인은 필시 그곳에 있으리라.
은하에게 답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한 것이다.
은 제단이 있는 아래층에서 일어났어.
아마도 은 거기 있을 거야.
이윽고 카에데가 자리를 떠나고.
은하는 일반인들의 대피는 그들과 플레이어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남아 있는 사람들과 제단이 있는 위치에서 바로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소닉 웨이브(Sonic Waves)
은하는 예경의 섭리를 사용했다.
제단에 손을 댄 그가 지면 아래로 초음파를 흘려보냈다.
지면 아래의 구조를 파악했다.
그가 생각에 잠겼다.
…지하 3층까지 나 있어.
외벽이 다른 층들에 비해 두꺼운데 방공호 같은 건가?
초음파는 지하 3층의 외벽에 막혀 공간의 크기를 파악하는데 그쳤다.
보아하니 외벽은 두꺼운 한편으로 마법에 내성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그만큼 지하 3층이 의심스러웠다.
“삼라 클랜로드.”
“네, 어떻게 하면 되죠?” “지하 3층까지 구멍을 뚫어주세요.”
“사람을 굴착기처럼 이용하는군요.”
땅을 파헤칠 필요는 없었다.
때마침 자리에는 지면에 관련해서 스페셜리스트라 할 수 있는 총은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마법을 발동했다.
쿠구구구구!!
순식간에 지면에 구멍이 뚫렸다.
그는 사람 셋이 통과해도 될 만큼 커다란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하 3층 외벽이 좀 두껍더군요. 어쨌든 거기까지 말끔히 뚫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들어가죠.”
은하는 먼저 헌터를 내려보냈다.
다음으로 그가 뛰어들었다.
그가 손가락을 튕겨 구멍의 어둠에 불을 밝혔다.
─여기인가.
마법을 발동해 충격을 완화하고.
은하는 곧장 시선을 향했다.
흉흉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신도림이야.
신도림.
은하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그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전 삶에서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얼굴 그대로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
신도림이 어째서 살아 있는 건지.
이제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이 사달의 원인이 신도림이었고, 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게 중요했다.
곧, 쓰러뜨려야 한다.
신도림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
시선을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가 ‘적’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직후─.
─디스트럭션(Destruction)
버스트 카운터
두 사람의 마법이 격돌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