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51
목이 날아갔다.
시야가 이리저리 뒤집혔다.
아….
나는 또 죽는 건가.
신도림은 자신이 또다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의식이 멀어지고 있었다.
의지 또한 흩어지려 하고 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죽기 싫어.
그동안 신도림이 먹어치운 사념이 통일되지 않은 의견을 합치했다.
죽음이란 궁지 앞에 모인 사념들이 진실로, 간절히 바란 것이다.
멀어지던 의식이 돌아왔다.
정신이 확 뜨였다.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
이제 어두운 곳은 싫어!
사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살고 싶다.
하나로 합치된 의지는 곧 신도림의 의지마저도 잠식해나갔다.
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
그리하여 끝내.
신도림은 자신이 통제하던 의지에 잡아먹혔다.
처음부터 그의 정체성은 모호했다.
여동생의 기억으로 정의되던 그가 신도림이란 정체성을 잃고 사념들과 동화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애초 하나의 몸 안에 수백, 수천의 정체성이 잠들어 있었다.
그것들의 통제력을 잃은 순간 그는 더 이상 신도림이라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마나신의 의지를 받드는 이다.
그는, 아니, 그들은 새로운 자아를 세상에 제시했다.
진정한 의미로 이란 존재가 강림한 것이다.
하여, 신도림은 소중하게 보호하던 여동생의 시체를 사용하는 것 또한 마다하지 않았다.
☆
신화의 현현이란 곧 자신의 의지를 세계에 덧씌우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신도림은 훌륭히도 자신의 의지를 세계에 덧씌웠다.
“─호오,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 스스로 그 경지를 깨닫다니 정말로 대단하구나.”
온갖 것들이 뒤섞여, 살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혼돈 속에서.
노인, 아마겟돈은 태연자약하게도 그 싸움을 지켜보며 방관이나 하고 있었다.
특히, 그의 시선은 국회의사당이 무너진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 한 명의 인간과 스스로를 이라 칭한 존재가 있었다.
노은하.
그리고 리치(Lich)가 된 신도림.
두 존재의 전투를 보조하고 있는 다른 것들은 알 바가 아니었다.
“살고 싶다는 몸부림이 본능적으로 저 경지로 끌어올린 것인가.”
한편 노인은 크게 감탄했다.
그동안 살아있는 신화들은 철저히 신화를 현현하는 방법을 함구해오며 후세에 전하지 않고 있었다.
신화를 현현하는 것이 위험하고. 세상은 신화를 현현하지 않더라도 살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도림이 신화를 현현하며 신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하긴, 가르쳐주지는 않았다지만 신화를 현현하기 위한 조건은 진즉 충족하고 있었지.”
사실 조건이라면 갖추어져 있었다.
신도림은 사람들의 영혼을 갈취해, 스스로를 대우주로 만들었다.
나아가 그는 죽은 자를 되살려내는 신위를 사람들 앞에 똑똑히 선보여, 신화라 불릴 업적을 쌓았다.
당장에 마나교 신도들만 하더라도 신도림의 이름을 연호하는데 뜨겁게 심취해 있지 않은가.
그들의 신앙심, 즉, 강한 의지가 세상에 반영된 것이다.
그리하여 신도림은 이 혼돈 속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그럼에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는 세계가 그를 중심으로 편성될 만큼 확고한 신앙심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내 이름을 거론한 거겠지.”
불완전한 신앙심.
그것을 완전하게 탈바꿈하기 위해 신도림은 마나신을 들먹였다.
나는 마나신의 의지를 받든다.
마나신의 이름을 등에 업고 그는 자신이 내세운 이란 이명에 신화에 필적하는 힘을 더한 것이다.
이명이란 곧 또 하나의 자신이다.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듣는 순간, 그것에 얽힌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름.
또한 세상을 확실하게 개변시키는 ‘키워드’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하나─.
“─신화를 현현한 것은 놀랍지만, 신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잡아먹힌 모양이로구나. 저래서는 완전히 체화했다고 볼 수 없지.”
마나신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서는 신화를 현현할 수 없었다는 것부터 불완전하다는 증거였다.
아마겟돈은 먼 거리에서도 단숨에 신도림의 상태를 파악했다.
그가 아쉬움에 혀를 찼다.
결국 그의 시선은 신도림이 아닌 노은하에게로 향했다.
“─자, 그렇다면 너는 이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
수많은 난쟁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거인을 물리치는 것도 마냥 무리는 아니겠으나.
당연히 그만한 희생이 필요할 터.
더욱이 신도림의 신화는 특별했다.
죽은 자들의 군세를 이루는 신화.
그 신화를 정복하려면 필연적으로 막대한 희생을 필요로 하리라.
그게 아니라면─.
“─신화에 대항할 수가 있는 것은 신화밖에는 없지. 끌끌.”
너 역시 신화를 현현해 보이든가.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마겟돈은 모르지 않았다.
자고로 똑같은 우연이란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이전 삶에서도 그랬다.
신도림은 제 목이 날아가도 절대 죽지 않았다.
놈은 마치 죽음을 거스르는 듯이, 잘려나간 목이 도로 말끔히 붙고는 했다.
이야기로는 들어봤어도 직접 보니 장난이 아니기는 하네.
저러니 사람들이 플레이어도 아닌 녀석을 이라 불렀던 거겠지.
녀석이 사라지고 나서도 아주 깊이 인상에 남을 정도로….
그래서 은하는 당황하지 않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놀란 듯했지만, 은하는 녀석의 목을 베었을 때부터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
신도림이 망토를 휘두르자.
돌연 허공이 갈라지며, 그 속에서 웬 여성의 시신이 나오더라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마나교의 성녀 신연수.
신도림이 그녀의 시신을 보듬으며 마법을 발동했다.
─마운트 더 라이프 베슬
(Mount The Life Vessel)
소울 셰어링(Soul Sharing)
구울들을 방패막이로 삼아.
제 여동생을 언데드로 되살려내는 마법을 사용하는 신도림.
이제부터 의 위험성이 더욱 증가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 골치 아파지겠네.
가능하면 신도림만 죽이는 것으로 사태를 종결시키고 싶었는데,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다니….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녀석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신체 하나 남기지 않고 없애버려야 했다.
하지만 은하 혼자서는 구울들에게 보호를 받는 신도림을 완전히 없애버릴 수 없었다.
딜러가 부족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그와 합을 맞추는 플레이어들로는 딜량이 부족했다.
그나마 이 은하를 보조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턱도 없었다.
그녀는 근접전에는 취약한 데다가, 공격보다 방어에 더 특화되어 있는 캐스터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의아했었지만 이제 보니 저건 인간이 아니군요. 굳이 따지자면 제3위계 오버랭크인 리치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대체 저런 게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지금까지 마나교에서 비밀병기를 감춰놓고 있었다는 거겠죠.”
“미친 사이비 종교 자식들….”
총은주가 침음했다.
은하가 실없는 소리로 대답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기가 질려 했다.
농담할 기운도 없는 것이다.
그만큼 플레이어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지고 있었다.
겨우 힘을 합쳐 신도림을 죽였더니 이제부터 시작인 꼴이었으니까.
“판도라 클랜로드. 우리 힘으로는 저놈을 막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달아날 수도 없죠. 만약 저희가 저놈을 두고 도망쳐버린다면 저놈이 그 틈을 타서 군세의 규모를 확장할 테니까요.”
“”””…….””””
“저 녀석의 발을 붙잡아야 해요. 여기에서 놓치거나 보내주고 만다면 영등포구를 시작으로 구울들에 의한 감염사태가 벌어지고 말 거예요.”
은하가 냉정히 말했다.
플레이어들은 끙 소리를 냈다.
그들도 위험성을 아는 것이다.
애초에─.
“─내가 너희를 보내줄 것 같냐.” “”””…….””””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구울들로 둘러싸여 있는 한복판.
굳이 신도림의 말을 듣지 않더라도 플레이어들도 인지하고 있었다.
“결국 지원군이 도착하는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는 거네요.”
그리고 끝내.
플레이어들이 결단을 내렸다.
은하도 온몸에 불을 지폈다.
크르르르!!
우보
블레이즈 크래셔
진파랑이 전장을 헤집는다.
은하는 진파랑이 만든 빈틈을 타서 먼 거리를 이동했다.
신도림의 뒤편에서 나타난 은하가 검을 휘둘렀다.
바로 그때─.
─커프스 실드(Corpse Shield)
커프스 익스플로젼
신연수가 먼저 반응했다.
군세를 이끌고 총은주를 상대하던 그녀가 보호마법을 펼쳤다.
신도림의 주변에 위치한 구울들이 알 수 없는 인력에 이끌려 움직이며 그를 보호했다.
은하의 검은 단순히 구울 몇 구를 베어내는 것에 그쳤다.
─콰콰콰콰쾅!!
한편 마법을 캐스팅할 시간을 번 신도림은 남아 있던 구울들의 방패를 폭발시켰다.
은하는 불꽃을 두른 망토로 폭발의 여파를 막아냈다.
그 즉시─.
─타다다닥!!
폭발에 휘말리는 것도 개의치 않고 다른 구울들이 달려들었다.
놈들이 방어 자세를 취한 은하에게 손을 뻗어왔다.
커프스 익스플로젼
우보를 쓸 수 없을 정도로 시야를 가득 메우며 달려드는 구울들.
다시금 폭발이 일었다.
조금 전보다 거대한 폭발이 은하를 집어삼켰다.
☆
방어할 수 없다.
수십 구의 구울을 사용한 폭발이 그를 덮쳐드는 그때.
은하는 목걸이에 마나를 부여했다.
─환원의 목걸이
푸른 보석이 환한 빛을 뿜는다.
그를 덮쳐드는 폭발은 빛에 닿아선 마나의 입자가 되어 사라진다.
수십 구의 구울을 사용한 폭발은 그렇게 수포로 돌아갔다.
오히려 환원의 목걸이는 은하에게 상황을 뒤집을 기회를 주었다.
───!!!
마나의 입자가 흩날리고 있다.
은하는 두 검을 쥐고 내달렸다.
두 자루의 검신이 빛을 뿜는다.
흩날리는 마나를 몽땅 흡수해버린 검신이 굉음을 토해냈다.
더닝 블레이드
구울들이 달려든다.
그러나 놈들은 검에 닿자마자 곧장 소멸한다.
지휘관급 구울이 덤벼든다.
눈발을 기는 겨울로 검을 막아내고 시리게 피는 겨울을 휘두른다.
놈이 허무하게 사라지고.
은하는 은빛의 검격을 날렸다.
긴박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그는 정확하게 지휘관급 구울들을 노려 지휘계통을 무너뜨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쿠구구구구
구울들이 끝도 없이 일어난다.
말을 탄 기사 형태의 구울.
활을 사용하는 구울.
그리고 드래곤의 형태를 한 구울.
놈들이 아까보다 더 강해졌어.
신도림뿐만 아니라 신연수까지도 마법을 보조하고 있어서 그래.
은하는 이를 악물었다.
한 번 달리기 시작한 이상 이대로 발을 멈출 수는 없었다.
지면을 박차며 우보를 사용했다.
기프트
모드: 블레이드 울프
블레이드 클로우
블레이즈 크래셔
플레임 쏜
때마침 진파랑이 끼어들었다.
측면에서 나타난 그가 투레질하는 말의 목을 물어뜯는다.
말 위에 타고 있던 구울이 하늘로 떠오르게 되고.
은하는 눈발을 기는 겨울로 놈을 채찍질했다.
동시에 자신에게 화살을 겨눠대는 구울에게 불꽃의 가시를 날렸다.
쳇
말을 타고 있던 구울은 소멸했으나 활을 쓰는 구울은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되,
내가 죽음을 죽이겠노라 하셨다.
유성우
검은 하늘에 빛이 번쩍였다.
빛무리가 수백 갈래로 갈라져서는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활을 쓰는 구울은 화살비에 휘말려 스러지고 말았다.
쿠오오오오오오!!
한편 드래곤이 포효했다.
놈이 거대한 날개를 펼쳐서 한창 쏟아지는 화살비를 막아냈다.
동시에 포효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오한이 드는 디버프를 당해버렸다.
시리게 피는 겨울
환수변환
피닉스의 날개
블래스트 카운터
이리야가 대응하기도 했지만.
은하는 시리게 피는 겨울에 부여된 마법을 사용했다.
일대에 꽃바람이 불었다.
은하는 마법의 효과는 확인도 않고 날개를 펼쳤다.
주변에 마나가 혼재해 있었다.
구울들이 그의 비상을 막기 위해서 붙잡으려고 난리를 쳤다.
은하가 허공에 검을 긋자.
자신까지 휘말려들 정도로 폭발이 연쇄적으로 터져나갔다.
──!!
그마저도 추진력으로 삼으며.
은하는 하늘로 솟구쳤다.
검에 마나를 압축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시리게 피는 겨울이 찬란한 빛으로 물들었다.
쿠오오오오오!!
드래곤이 보인다.
뼈로만 이루어져 있는 드래곤.
그는 눈이 있어야 할 곳이 텅 빈 놈의 정면에 마법을 사용했다.
블래스트 크로스
허공에 십자로 퍼지는 불길.
불길을 정통으로 맞게 된 드래곤이 크게 포효하며 추락한다.
아래에 있던 구울들이 그대로 깔려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총은주가 그 틈을 노려선 지면을 매몰시키는 마법을 사용했다.
쿠오오오오오!!
그러나 드래곤은 달리 더 있었다.
은하의 뒤편으로 날아든 드래곤.
놈이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기프트 부여 아티펙트
─따라쟁이의 거울
그때 은하의 앞에 생겨난 마법진.
블래스트 카운터로 막아내려 하던 은하는 즉각 캐스팅을 취소했다.
차은우다.
은하는 그녀가 지원을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후 차은우의 마법이 거의 똑같이 드래곤의 브레스를 모사해냈다.
상쇄 간섭이 발생하고─.
─슈우욱!
순간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왔다.
검이다.
이제 은하는 다른 한 명의 존재도 파악할 수 있었다.
검령환위
검이 사라지고.
최은혁이 나타나며.
그가 드래곤의 두개골에 착지했다.
기프트 부여 아티펙트
기프트
섬광검(閃光劍)
충무등급 보물로 만든 디바이스.
그의 검이 거대한 빛에 휩싸였다.
이내 굵직한 빛줄기를 쥔 최은혁이 놈의 두개골을 내리찍었다.
놈이 비명을 질러댔다.
뼈들이 산산이 무너진다.
최은혁도 발판을 잃고 떨어진다.
이에 은하는 날갯짓을 했다.
“때마침 잘 왔네.”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와 있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래?”
“그러게 말이다. 아래 아무 곳에나 내려주면 알아서 할 수 있지?” “그냥 여기에서 떨어뜨려줘. 내가 상황을 보면서 엄호할게.”
은하에게 겨드랑이를 잡힌 최은혁.
이내 은하는 손을 놓았다.
최은혁이 아래로 떨어지며.
그가 빠르게 허공을 지나가던 검의 칼날에 착지했다.
이기어검
아직 많이 불완전하기는 하나.
최은혁이 보드를 타듯 검을 타면서 공중전에 대응하고 있었다.
은하는 그를 지나쳤다.
곳곳에서 판도라 클랜원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나 진서나야. 이제부터 하양이가 상황을 지휘하도록 할게.] [지휘는 맡길게. 그리고 지원으로 누가 왔는지 알려줘.] [나랑 하양이랑 은우랑 은혁이랑 은아 언니, 수빈이, 시형이, 구래, 그리고….]진서나의 텔레파시.
뒷말은 굳이 들을 필요도 없었다.
은하는 구울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한복판에 폭발이 터지는 걸 보면서 알 수 있었다.
메멘토 마기아
락 스테이크
로드 그러네이드
커버 헬파이어
액셀러레이트
─미티어
조아라.
그녀도 전장 어딘가에 있는 거다.
마침 그녀가 은하가 필요로 하던 마법을 발동했다.
허공에 거대한 거울이 나타났다.
잘했어.
은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디 그녀뿐이던가.
은아가 고도 높은 곳을 날고 있는 그에게 정확히 마법을 걸어주었다.
체내 마나를 회복시키는 마법.
온몸에서 활력이 솟아난 그는 즉각 거울로 시선을 주었다.
스티지안 아이
자신에게 세뇌를 건다.
기프트를 강제로 활성화시킨다.
쿵쿵쿵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며.
은하는 힘이 넘쳐나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기프트
기프트에 몸을 맡겼다.
체외로 흘러나온 마나가 그의 몸을 베일처럼 휘감았다.
은하는 곧장 급강하했다.
불꽃의 날개를 거세게 휘둘러서는 지상에 있던 구울들을 불태웠다.
환수변환
피닉스의 망토
그대로 착지.
날개를 접은 그가 망토를 둘렀다.
눈앞에 신도림이 있었다.
바로 근처에 신연수도 있었다.
클랜원들이 보조를 해준다면 이제 좀 붙어볼 만도 했다.
더군다나─.
─도플갱어
체내 마나도 충분하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은하는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냈다.
“─저도 기프트가 발동했네요.”
평소에 불러낸 장발장이 아닌.
은하와 키가 똑같은 분신체.
불길의 망토를 두른 분신체 역시 은하처럼 히죽 웃었다.
“이제야 수도 딱 맞네요.”
“이제야 붙어볼 만하겠네.”
“”…….””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말했다.
이윽고 그들이 손가락을 튕겼다.
─의지의 합치
이전보다 거센 불길이 타올랐다.
구울들이 접근하는 것만으로 바로 놈들의 몸을 녹여버리는 열기.
멋모르고 불길 속에 들어가고 만 지휘관급 구울이 형체도 남김없이 소각되어 버렸다.
피이이이이익!!
그렇게 진홍색의 불길이 드높이 피어올랐다.
☆
전황이 계속 변화한다.
한때는 신연수가 언데드가 되면서 전황이 밀리는가 싶더니만 때마침 지원군이 도착해주었다.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아티펙트가 파괴되었다면 그들을 일깨우는 것은 일도 아니지.”
십이좌 도완준.
그는 점점 정신을 차리는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말했다.
그는 명왕 클랜원들과 힘을 합쳐 세뇌를 파훼하는 마법을 전개했다.
그렇다고 하지만─.
“─왜 사람을 죽이고 그러는 거야! 네들 눈에는 저게 몬스터냐!?”
“”””…….””””
세뇌에서 헤어나온 사람의 수만큼, 자발적으로 자신을 세뇌하는 사람도 워낙에 많았다.
마나교의 광신도들.
하지만 무조건 광신도라 몰아갈 수 없는 일이었다.
신도림이 을 칭한 순간부터 구울들의 행동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어…어어어….
학교…. 학교 가야 해….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구울들을 두둔하는 사람들.
신기하게도 구울들은 그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려고 들었다.
그러니 몇몇 사람들이 앞으로 나서 플레이어들을 막아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구울들이 존재하고 있는 이유가 저 사람들이 믿어주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이리야는 현 상황을 파악했다.
마나의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
신도림의 목이 날아간 뒤부터.
일대를 감싸는 마나는 어째서인지 그녀의 컨트롤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신도림과 구울들에게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방향성을 띠고 있지 않던 마나가 신도림이란 사람과 신도들의 의지에 강하게 호응하고 있는 거야.
지원군이 도착했음에도.
상황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듯한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승기라고 할 수 있는 것.
혹은 분위기라고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편파적이란 생각이 들 만큼 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내야 해.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이리야는 머리를 굴렸다.
현상의 원인은 이해하고 있었다.
신도림의 의지가 워낙 강한 데다, 구울들의 기억과 사람들의 의지가 그에게 동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지를 강화시키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그게 정녕 가능한 것인가.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게 다른데, 생각을 통일시킨다는 건 불가능해.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 자체가 매우 희귀하다 할 수 있을 정도야.
사람들에게 걸린 세뇌를 파훼해도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자.
도완준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이리야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도완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고민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정화마법도 펼쳐야 했다.
그러던 그때─.
“─이다.”
“”””…….””””
이리야는 세뇌에서 방금 깨어나, 서포터들에게 치유받고 있던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 주변에 노은하의 이명을 중얼거리는 사람들이 더 있었다.
그들이 검은 하늘 아래에서 세 쌍, 진홍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은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은하신교의 사람인 듯했다.
마나교의 신도들 중에는 은하교와 마나교를 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도 왕왕 있었다.
아니, 믿고 있지 않다고 해도─.
─주님께서 서울 재앙 때 중구에서 보여준 신위는 모두 알고 있어.
극성 마나교 신도들도 있지만.
중립적인 마나교 신도들의 경우, 은하를 무작정 깎아내리지 않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리야는 세뇌에서 깨어난 이들이 바로 그런 부류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그때─.
“─제 아이가 고통 받고 있습니다. 다, 저 때문입니다. 제가 그만 죄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애가 저런 모습으로 살아나고 말았어요. 저런 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그이가 저한테 아프다고 말해요. 죽기 직전의 기억이 나는 모양인데, 고통에 겨워하는 것을 이대로 차마 두고볼 수 없습니다.”
“저희가 악마의 꾐에 빠졌습니다. 죽은 사람은, 되살리면 안 됐어.”
“”””그러니 기도합니다.””””
“제발, 제발 부탁입니다. 우리 애, 편안하게 해주세요. 그만 저편으로 보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은하신께 간절히 비나이다.””””
신앙심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
마나신에게 배신당한 이들이 이젠 은하를 추앙하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은 그 모습을 뒤로하며 혀를 찼다.
이리야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륵!
“…어?”
그들의 몸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이리야는 제 눈을 의심했다.
☆
그때 이리야가 순간 목격한 광경이 전장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었다.
레이징 인페르노
배수빈.
그녀는 판도라 클랜원들과 별도로 전장 외곽에서 구울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플레이어는 물론, 은하신교의 사람들이 있기도 했다.
은하신교 이단심문회였다.
“정신 차려, 이것들아!! 네 엄마는 이미 죽었다니까!? 그만 포기해!”
“놔! 저건 우리 엄마야! 놓으라고!” “몇 번이고 말해주마, 이 멍청아!! 네 엄마는 죽었어! 이제 없어!!”
비록 플레이어는 아니나.
호전적인 성격의 그들은 구울에게 제 몸을 바치려는 마나교 신도들을 상대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플레이어들을 도와 혼잡한 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단심문회 집합!”
“”””집합!!””””
“우리가 사악한 마나신에게 세뇌된어리석은 인간들을 구원한다!!”
“”””은하신의 불꽃이 함께한다!!””””
이단심문회를 비롯해 은하신교의 사람들은 격하게 흥분해 있었다.
전장이라는 상황이 그들의 감정이 고조되게 만든 것이다.
그리하여 혼돈과도 같은 상황에서 우연찮게 뒤섞인 감정이 이 세상에 섭리로서 구현되었다.
─화르륵!!
거센 불길이 일었다.
진홍의 불꽃이 그들의 어깨를 둘러 구울을 멸하는 힘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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