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60
“─옷! 옷! 일단 누가 입을 옷 좀 가져다줘! 이대로는 움직일 수 없단 말이야!”
클랜 제복에는 각종 마법이 부여돼 있었다.
하지만 진서나가 발동한 기프트가 부여돼 있는 마법에 혼란을 주면서 기능을 정지시킨 모양이었다.
그러다 보니 진서나의 몸이 커지자 클랜 제복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제복이 찢어지는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지.
은하는 그렇게 태연해했으나.
정작 진서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러댔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가 두 팔로 벌어진 제복을 가리면서 소리쳤고.
노은아, 한서현, 정하양이 뛰어들어 그녀에게 옷을 덮어주었다.
잠시 후, 직원들이 어디서 적당한 옷가지를 가져왔다.
그때쯤에야 은하와 최은혁도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왜 하필 한복인 거죠….”
“한복이 품이 크니까요. 더군다나 꼬리 3개를 소화할 수 있는 옷은 저희쪽에 구비되어 있지 않거든요.”
“으…. 이 상태면 옷을 입기가 더 힘들기는 하겠네. 평생 꼬리 3개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연분홍 한복을 두른 진서나.
그녀는 옷 밖으로 나오지 못해서 부풀어오른 엉덩이를 돌아보고는 울상을 지었다.
다행히 한복의 품이 워낙에 커서, 안이 들여다보이는 일은 없었다.
여하튼 사람들은 이제 가까이에서 진서나의 변모를 살펴보았다.
“으…. 적응이 안 돼. 이게 나라니 믿겨지지가 않아. 근데 옷이 이것도 조금 끼네.”
“”””…….””””
한 10cm는 자란 듯했다.
머리칼은 더욱 길어졌고.
무엇보다 진서나의 턱선이 조금 더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외 진서나의 신체는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성숙해져 있었다.
가만히 묻어나오는 분위기만 해도 고아하고 어른스러움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진서나의 미모를 보고는 절로 감탄사를 흘렸다.
특히나─.
“─예쁘다….”
“은혁이 너. 너무 빤히 바라보지 말란 말이야. 사람 창피하게….”
최은혁이 넋을 놓았다.
그의 시선은 시종일관 그녀로부터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은하 역시 인정할 정도였다.
“댕댕이가 대형견이 됐네.”
“응, 은하야. 닥쳐줄래?”
“대형견이 돼서 그런지 험한 말도 이제는 막하네.”
물론 은하는 금세 심드렁해졌다.
진서나가 어떤 알맹이를 쓴다 해도 진서나였다.
오히려 은하의 관심사는 다른 데에 있었다.
“이제 꼬리는 어떻게 만지면 되지? 양손으로 하나씩 잡는다고 하더라도 하나가 남게 될 텐데….”
“네가 왜 내 꼬리 걱정을 하냐구.” “맞아, 은하야. 네가 왜 서나 꼬리 걱정을 하고 그래?”
꼬리 때문에 부풀어오른 엉덩이.
은하는 옷 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실루엣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에 진서나와 최은혁이 은하에게 황당한 시선을 던졌다.
당연히 은하도 장난이었다.
진정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은하는 연구센터장을 돌아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혹시 의 영향 때문인 건가요? 외적으로 변한 것 말고, 저 모습이 얼마나 유용한지….”
심미적 가치가 아닌 실용적 가치.
은하는 거기에 주목했다.
그래서 기프트에 대해서 이중에서 가장 잘 알고 있을 연구센터장에게 물은 것이다.
연구센터장이 답하기를─.
“─저도 이런 현상은 처음 보느라 잘 모르겠군요. 다만 하고 전혀 다른 기프트라는 것은 확실히 말해드릴 수 있겠군요.”
아인은 대체로 베이스로 삼고 있는 몬스터의 섭리를 사용할 수가 있는 기프트 를 보유한다.
하지만 모든 아인이 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기프트를 가지고 있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진서나는 후자에 속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의 유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예 베이스로 삼은 몬스터로 변모하는 신체 강화형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가능한 유지하는 형태로 변모하는 섭리 특화형이죠.”
연구센터장이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른다면, 진파랑은 신체 강화형에 속했다.
또 아리엘의 경우, 섭리 특화형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인간적인 형태로 변모한 진서나도 섭리 특화형에 해당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허나─.
“─의 발동 조건은 모두 똑같습니다. 특정 환경에서 변하는 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본질적으로는 같죠. 마나를 발현해 특정 부위에 덮어쓴다는 겁니다.” “”””…….””””
“그에 비해서 진서나 플레이어가 기프트를 발동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다소 다르다고 할 수가 있겠네요. 체내 마나를 발현해 신체에 덮고, 그 상태로 다시 체내에다 흡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음….”
“저는 화장품을 바른다는 생각으로 마나를 체내로 환원했어요.” “네, 맞습니다. 바로 그거입니다. 그러니 와 전혀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거기, 자네.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에 접속해보고 해당 방식과 유사한 기프트가 있나 확인 좀 해주게.”
그래도 변모한 모습을 보면 아마도 베이스로 삼은 몬스터의 섭리하고도 관련이 있을 겁니다.
연구센터장은 말을 덧붙였다.
“일단 기프트는 확인했으니, 이걸 어떻게 사용하고 이용할 수 있을지 더 검사해봐야겠군요.”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에 의뢰해서 자료를 찾아보기로 하고.
연구센터장은 검사를 재개했다.
☆
“─확인 결과, 진서나 플레이어와 외형이 유사한 몬스터를 알아냈는데 주로 일본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라는 모양입니다.”
코모레비 키츠네(木漏れ日狐).
연구센터장은 일본에서 출몰한다는 제5위계 몬스터의 존재를 알렸다.
여우가 인간으로 둔갑이라도 한 듯 3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다는 모습이 진서나와 비슷하기는 했다.
해당 몬스터는 환상마법과 변신에 능하다고 했다.
“그럼 라고 볼 수 있는 게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기는 한데, 저 모습을 보면 정말 라고 생각할 수가 없어서요.” “”””…….””””
이에 한서현이 의문을 표했고.
연구센터장이 진서나를 찾았다.
사람들의 시선도 그녀에게 향했다.
시선은 조금 전보다도 더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이젠 옷이 너무 커…. 작아지라고 생각하면서 기프트를 발동해버리니 이렇게 돼버렸어.”
진서나가 작아져 있었다.
꼭 초등학생 때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한복으로 자신을 돌돌 만 그녀가 삼각 귀를 접으며 말했다.
“코모레비 키츠네가 변신을 해도, 그것은 환상으로 모습을 바꾼 거라 실체는 변함이 없다고 합니다. 근데 진서나 플레이어의 모습을 살펴보면 환상으로 그렇게 보이게 한 게 아닌 실체가 어려졌어요.”
진서나가 베이스의 영향을 받아서 환상마법과 변신에 적성을 가진 듯 보인다.
하지만 일 리는 없다.
연구센터장이 애매하게 단언했다.
“오히려 조금 전의 모습도 그렇고, 지금 모습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진서나 플레이어가 성장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
“성장과 관련된 기프트가 대체로 진서나 플레이어와 비슷한 방식으로 발동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이미 다 컸는걸요? 아까 그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럼 제가 아직 더 클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건가요?”
“기프트를 발동할 때만 일시적으로 성장 호르몬을 조절하는 것이겠죠. 그러고 보니까 비슷한 효과를 지닌 기프트가 하나 있었군요.”
.
연구센터장이 꺼낸 이름은 굉장히 생소했다.
성장과 관련된 기프트가 희소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애초 진서나가 기프트를 발동했듯, 발동 방식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데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거라고.
“흠…. 내 기프트가 그런 거구나. 그럼 특정 부위만 성장시키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기프트를 잘 다루게 된다면 아마 가능할 겁니다. 아까 그런 모습으로 변모한 이유는 어쩌면 체내에 있는 몬스터 인자를 강화시켰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죠.”
“그야말로 시형이가 부러워할 만한 기프트겠네.”
은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기프트를 어떻게 사용할지 아직까지 감이 잡히지 않긴 했지만 여러모로 유용할 것 같았다.
“응? 왜 그래?”
“흠….”
한편으로 그는 한복으로 몸을 싸맨 진서나에게 다가갔다.
은하는 무릎을 꿇었다.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초등학생 시절의 진서나.
그녀의 얼굴에 당황함이 서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하는 진서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정현 호위사가 있기는 해도, 다른 사람들의 경계심을 사지 않게 백련이를 호위할 수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서나 네가 당분간 그 모습을 유지해 백련이하고 같이 학교 다니는 것은 어때?”
“”””…….””””
“책가방을 메도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체내 마나의 문제로 장발장을 항시 꺼내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하백련은 장발장의 정체가 자신인 것을 모르고 있다.
만약 장발장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자신을 무척 싫어할 것이다.
그에 비해 진서나는 어떤가.
하백련에게 상황을 잘 설명한다면 문제가 될 일도 없었다.
은하가 그런 생각으로 말했더니─.
“─다른 생각이 있는 건 아니지?”
“어? 뭐가?”
“응, 싫어.”
진서나가 붉은 눈에 힘을 주며.
극혐이라는 듯이 말했다.
그녀가 고개를 홱 돌렸다.
☆
은하는 연구센터장과 협의해서는 진서나의 기프트를 은폐하는 것을 결정했다.
그녀의 기프트가 희소하기도 하고, 역용을 하기에 유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놓고 역용을 할 수 있는 기프트임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서나 기프트는 대외적으로는 그냥 라고 표기하게 되겠지.
이외에 정하양과 최은혁의 검사는 쉽게 끝이 났다.
정하양의 경우, 이미 의 가 된 시기에 기프트가 기록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기프트 .
또한 그녀의 기프트는 몇 년 전에 마나관리기구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잘 알려져 있었다.
한편 최은혁의 경우─.
“─은혁이는 신체 강화와 관련된 기프트로 설정하면 되겠네요.”
“…네, 그렇게 하죠.”
기프트 .
최은혁의 기프트는 굉장히 드물고, 어찌 보면 최은혁에게 히든 카드가 될 수 있는 무기였다.
그래서 은하는 최은혁의 기프트를 은폐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은하의 차례가 다가왔다.
[─그럼 노은하 플레이어의 기프트 검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직원의 도움은 필요없었다.
홀로 검사장에 들어간 그가 마나를 체외로 발현했다.
나도 체내 마나를 얼마나 소모해야 기프트가 발동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아니야.
이참에 검사장비를 이용해서 내가 어느 기준에서 기프트를 발동하는지 파악하는 거야.
이미 기프트를 자각하고 있었기에.
은하의 기프트 검사는 그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체내 마나를 끄집어낸 은하는 곧 자신 옆에 있는 모니터를 주시했다.
쿵쿵쿵
심장이 쿵쾅거렸다.
기프트가 발동되려고 한다.
은하는 모니터에 갱신되는 숫자를 확인했다.
기프트
마침내 기프트가 발동되었을 때.
모니터는 그의 체내 마나가 현재 17% 정도 남아 있다고 알려왔다.
오차 범위를 감안한다면 기프트는 체내 마나의 2할 정도가 남았을 때 발동하는 것이리라.
스티지안 아이로 꼼수를 부린다면 체내 마나가 얼마나 남든 마음대로 발동할 수 있지만.
은하는 시선을 전환했다.
이제 그의 시선은 유리창 너머에서 자신의 신체 능력을 확인하고 있는 정하양과 연구센터장에게 향했다.
현재 은하는 온몸에 장치를 붙여 기프트를 발동하고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를 측정하고 있었다.
주로 강화계 기프트를 검사하는데 사용하는 기계였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비싼 건데 갑자기 폭발을 하고 그래!?]한창 은하의 수치를 측정하던 중.
기계가 별안간 과부하를 일으키며 폭발해버렸다.
유리창 너머가 새까만 연기로 가득 휩싸이게 되었다.
☆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노은하 플레이어의 기프트는 저희 기술로는 제대로 측정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노은하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들으면 강화계 기프트의 일종으로 보였는데 일반적인 강화계 기프트하고 궤를 달리하는 것 같군요.”
장내에 소란이 일었다.
다행히 노은아와 정하양이 피해가 크게 번지는 것을 방지했다.
이윽고 머리가 불길에 그슬리고 만 연구센터장이 결론을 내렸다.
측정 불가였다.
이전 삶에서도 이랬었지.
그때는 내가 정신까지 잃어버려서 난리도 아니었었는데….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은하는 갑자기 기계가 폭발했어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결국 기프트 검사에서 알게 된 건 그동안 은하가 자력으로 탐구해온 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기프트를 어느 시점에 발동하게 되고, 구체적으로 능력이 얼마나 상승하는 것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강화계 기프트도 강해지는 한계가 명확히 정해져 있는데…. 아무래도 노은하 플레이어의 기프트는 기계가 측정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강해지는 모양입니다. 그게 끝없이 올라갈지, 올라간 다음 일정 구간에서 멈출지 저희 기술로는 파악할 수 없고요.”
“…저도 끝은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이만한 수준으로 상승하다니….”
사실은 끝없이 증가한다.
아직 은하도 한계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은하는 이미 충분히 경악한 연구센터장을 더 놀라게 만들지 않았다.
솔직하게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내 기프트가 강화계의 일종이란 건 마나교 반혼제 테러 사건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어.
그런데 거기에 굳이 내 기프트가 강화계가 아니라고 말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최은혁에게 이 그렇듯, 은하에게도 자신의 기프트는 비장의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는 자신의 기프트에 대해 최대한 감추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도 진서나처럼 완전히 기프트를 은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서나랑 달리 내 기프트는 이번에 강화계기는 해도 일반적인 강화계가 아닐 것 같다는 여론이 생겼으니….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겠지.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해야 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기프트를 들켜서 세상에 거짓말쟁이란 공분을 살 수 없었다.
거짓말도 적당히 쳐야 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강화계라 주장했다가는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차라리 라고 할까?
그래서 그런 생각도 해봤다.
이내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기프트와 는 현재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비슷한 유형의 기프트가 있다 들었습니다.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에는 분명…. 아, 라고 불렀을 겁니다. 대신 강해지는 만큼, 점점 사람이 미쳐버린다고 하죠.”
“…그렇죠. 그거하고 다르죠. 저는 이성은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광기에 빠진다는 것.
은하가 신도림과 싸우면서 보여준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생소한 라고 속인다 한들,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에 접속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은 쉽게 믿어주지 않으리라.
“흠…. 이건 전혀 사례가 없군요. 이성을 잃지 않고도 계속 강해지는 기프트라니…. 노은하 플레이어가 첫 보유자가 되겠군요.”
“역시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결국 은하는 온태양이 그러했듯, 첫 기프트 보유자로서 세상에 공개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될 경우, 기프트의 해석은 전적으로 보유자 은하가 하는 말에 달려 있는 셈이었다.
온태양과 달리 나는 상황이 나아.
마나관리기구 직원이 협조적이고, 내 기프트는 처럼 그리 눈에 띄는 효과를 가진 게 아니니.
기프트 .
회귀 전, 온태양의 기프트는 쉽게 속일 수 없었다.
동료들의 기프트를 사용하는 것을 어디 쉽게 감출 수 있었겠는가.
결국 그는 갤럭시그룹의 힘을 입어 자신의 기프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이름값을 올리는 길을 선택했다.
나는 그럴 필요는 없어.
회귀 전에 온태양이 가진 명성보다 더 많은 명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에 비해 자신은 어떤가.
기프트 은 겉으로 보기엔 강화형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은하는 기프트 이 어느 조건을 만족하게 되는 순간에 몇 초 뒤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래를 본다는 건 아주 큰 힘이야.
나만 볼 수 있는 미래인데 그걸 굳이 대중에게 공개할 필요는 없어.
그러니 자신의 기프트를 공개하며, 기프트의 능력을 저평가해야겠다.
자신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니 들킬 걱정은 없겠다.
은하는 생각을 마쳤다.
마침 연구센터장이 화두를 꺼냈다.
“노은하 플레이어는 신종 기프트로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에 등록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허, 역시 영웅은 다른 거군요. 그만한 힘이 있었으니 그렇게 강했던 거겠죠.”
“강화계 기프트보다 조금 좋을 뿐이에요. 너무 추켜세우지 마세요.”
“그런데 이름은 어떻게 정할까요? 신종 기프트의 발견자의 경우, 직접 이름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음…. 일단 저는 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요. 편하게 그걸로 등록하는 건 어떨까요?”
“”””…….””””
어차피 정확하게 등재되지도 않을 기프트였다.
이름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래서 이제는 입에 착 달라붙는 기프트의 이름을 꺼냈다.
그러자 장내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은하는 어리둥절해했다.
“그거 말고 다른 걸로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 뭐니….”
“이게 뭐가 어때서? 괜찮잖아.”
은아가 대표로 핀잔을 주었다.
그녀가 에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에 등재하는 기프트인데 미확인이라는 의미에서 이란 것은 조금 그렇군요. 그렇게 따지면 아직 등재되지 않은 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연구센터장이 말을 거들었다.
그의 말이 맞기는 했다.
은하는 끙 소리를 냈다.
” 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마법이나 이명이나 기프트나 전부 이름만 들어도 연상하기 쉽게 짓는 거잖아. 그러니 은하 네 기프트도 특징하고 연관돼서 짓는 편이 낫지 않을까?”
직관적으로 이름을 지어봐라.
은아가 조언했다.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은하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강해지는 기프트인데 뭐라고 지으면 되는 거야?
미래를 본다는 대목을 제외하고.
점점 강해진다는 대목을 이용하여 이름을 지어야 했다.
은하는 머리를 싸맸다.
결국 다른 사람들도 은하와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최은혁이 지나가는 듯 말했다.
“꼭 이야기 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주인공 같네.” “”””주인공?””””
“아니, 은하 기프트가 꼭 그렇잖아. 체내 마나가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만큼 비례해 강해진다니, 꼭 아무리 궁지에 몰려도 근성으로 어떻게든 승리하는 주인공 같잖아.”
“”””…….””””
“아무리 강한 적이 등장하더라도, 처음에는 궁지에 몰리더라도 결국엔 그 적보다 강해져서 승리하고 마는 주인공.”
최은혁이 쑥스러워한다.
그런데 은하는 그의 말을 들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꼭 절체절명의 순간에 개연성 없이 주인공 버프를 받고서 터무니없이 강해지는 주인공.
미래를 본다는 것만 제외하면 꽤나 비슷한 면이 많았다.
그렇다고 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
허나 자신은 두고두고 이 기프트의 대명사로 불리게 될 것이다.
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동시에 기프트의 이름도 거론될 터.
아무리 직관적이라고 해도 괴상한 기프트는 사양이었다.
바로 그때─.
“─이란 기프트는 어떨까?”
“”””…….””””
정하양이 화두를 던진 것이다.
기프트 .
사람들은 정하양이 제시한 이름을 찬찬히 읊조렸다.
이내 그녀가 설명을 더했다.
“주인공이란 게 영어로 Hero라고 쓰이기도 하고, Hero는 일반적으로 영웅으로 불리고는 하잖아. 그런데 마침 은하는 영웅으로 불리고 있고, 영웅들도 궁지에 몰리면 터무니없이 강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니까 은 어때?”
“이라….”
, 영웅적이라는 단어.
나쁘지 않았다.
은하도 나름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동감인 듯싶었다.
더군다나─.
“─이라…. 판도라클랜의 클랜로드를 홍보하는데 꽤 어울리는 기프트구나.”
직관적이기도 해서 홍보하기 좋다.
한서현이 입가를 끌어올렸다.
그녀가 좋다고 말한 순간, 이름이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이라고 하지, 뭐.”
이란 이름을 버리고.
완전하지는 못하더라도.
마침내 노은하는 자신의 기프트를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