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62
시간이 지나간다.
해가 바뀌고 선력 18년.
은하는 23세가 되었고.
그리고 은애는 17세가 되었다.
다행히 집에서 수업을 듣는 걸로 수업 일수를 보장받아서, 중학교는 무사히 졸업하게 됐네.
지난 사건 이후로 노은애는 더는 중학교에 가지 않았다.
대인관계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그녀는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체험해보고는 했다.
가드닝, 요리, 그림 그리기, 독서, 박물관·식물원 견학 등등.
어머니가 신경을 많이 썼다.
그녀가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 옆에서 신경을 써준 것이다.
덕분에 은애는 1년이라는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
노은애는 여러 체험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란 존재를 알아갈 수 있었다.
‘─나는 역시 식물이랑 동물하고 대화를 나누는 게 좋아.’
그리고 여러 일을 경험한 끝에.
노은애는 자신의 진로를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선력 17년 끝자락의 어느 날.
그녀는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
역시 고등학교에는 가지 않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평생 하면서 인생을 누리고 싶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식물과 동물을 기르는 것이다.
‘그래,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이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지. 돈 걱정 같은 건 하지 마라. 은애 너 하나 평생 뒷바라지 못해줄 만큼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아빠, 아마 은애가 우리들 중에서 돈이 더 많지….’
‘은하, 넌 가만히 있어.’
‘엄마는 네가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응원할 거야. 학교가 맞지 않는다면 안 다닐 수도 있는 거지. 세상에는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으니까.’
가족들은 은애의 결정을 존중했다.
내심 그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대로 은애가 어찌할 줄 모르고 인생을 방황하면서 청춘을 즐기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러나 기우였다.
가족들은 그녀의 결정을 응원하며, 앞으로 행복한 일만 있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이런 데도 다 있었구나.”
“없을 이유도 없지 않니.”
“하긴….”
중학교를 졸업하고.
은애는 곧장 서울 근교에 위치한 가드닝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입학식 날, 은하는 가족들과 함께 앞으로 그녀가 다닐 학교를 보고자 찾았다.
가드닝 아카데미라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가르치나 보네.
취미생활을 배우는 학원.
교육과정은 2년.
은하는 아카데미 건물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보면서 생각했다.
수강 과목은 다양한 반면, 수업은 소수인원으로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노은애에게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그때, 한서현이 운을 떼었다.
“─이번에 시리우스그룹에서 여기 후원하기로 했어.” “아, 앨리스그룹도.”
“우리도 하기로 했어.”
“…나 모르는 사이에 잘도 했네. 잘했어, 정말 고마워.”
정하양, 이유정도 끼어들었다.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이 아카데미에 후원한 만큼, 아카데미에서 은애를 각별히 신경을 써줄 것이다.
이윽고 그들은 화원으로 향했다.
은애가 수업을 받을 때에는 주로 화원에서 이루어진다는 모양이었다.
아, 저기 있네.
다행히….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고 있나 보네.
화원에 입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은하는 쉽게 은애를 찾았다.
여동생은 옆사람과 뭐가 즐거운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꽃 이야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서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다행이다. 사람들 연령대가 높아, 은애가 잘 적응할지 걱정했잖아.”
“응, 은애 나이에 입학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서 걱정하긴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겠다.”
“다들 상식을 탑재한 사람들이니, 몰상식한 짓은 하지 않겠지. 만약 학생 시절이었으면 모를까, 이제는 잃을 게 많은 나이란 것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나이 차이도 많이 나면 사람들이 은애를 귀여워하지 않을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먼저 와 있던 가족들도 발견했다.
은하는 은아와 눈인사를 나눴다.
그러는 한편 네 사람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윽고 입학식 설명이 끝이 났다.
“오빠! 어때? 여기 정말 예쁘지?”
“그러게. 우리도 와서 보고 놀랐어. 앞으로 여기서 수업을 듣는 거지? 정말 잘 됐다.”
“응! 여기 애들도 기뻐하고 있어. 그리고 같이 수업을 들을 언니들도 다들 좋은 사람들인 것 같아.”
“네가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면, 정말 좋은 사람들인 거겠지.”
은애가 다가왔다.
은하는 은애를 살며시 안았다.
그러고는 저 뒤에서, 그녀와 아까 대화를 나눈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
눈이 마주쳤다.
그들이 인자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은애를 잘 부탁하노라고.
은하도 그들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있지, 오빠. 여기 수업에 부케를 만드는 수업도 있다?”
“가드닝 수업에 그런 게 있어?”
“가드닝 수업만 배울 게 아니라, 다른 수업도 배우고 싶거든. 그래서 부케 만드는 수업도 들어보려고.” “그거 들어서 어디다 쓰게? 혹시 너,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 건 아니지?”
어느 자식이냐.
은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버지 역시 같은 얼굴을 했다.
이에 노은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툴툴거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오빠랑 아빠가 있는데 내가 누구를 좋아하겠어?”
“”그렇지?””
“”””에휴….””””
본심은 아닐 테지만.
은하와 아버지의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갔다.
두 사람을 제외한 노 씨 일가는 한숨을 쉬었다.
이에 은애가 말하기를─.
“─오빠랑 유정이 언니. 이제 곧 결혼하잖아. 가능하면 그때 사용할 부케는 내가 만들고 싶어.” “아.”
올해 5월.
은하는 이유정과 결혼한다.
정하양도, 한서현도 그토록 바랐던 5월의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은하는 다시금 상기해냈다.
“정말? 그럼 예쁜 부케, 기대하고 있을게. 너무 기뻐.”
“새언니 결혼인데 내가 챙겨야지. 언니, 기대해.”
이유정이 다가왔다.
그녀가 은애를 끌어안았다.
은애가 그녀의 품에 얼굴을 비비며 순진무구하게 좋아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네.
유정이랑 결혼하는 구나.
두 사람이 사이가 좋다.
보기가 좋았다.
은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고, 이제 남은 시간을 헤아렸다.
지금 시기는 3월.
앞으로 2개월 정도 남아 있었다.
☆
같은 날, 플레이어 아카데미.
아카데미 부지는 입학식을 맞이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필기시험 점수가 낮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합격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도 실력만은 브루를 닮았나 보구나.”
“흠, 얼굴은 당신을 닮았지.”
장하다, 내 아들.
줄리에타는 감개무량해하며 아들 어베니어의 입학을 축하했다.
옷이 터질 것 같은 정장을 입은 브루노도 대견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작 입학식을 치르고 있는 중인 어베니어는 부모님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있었다.
“전국에 있는 강한 사람들은 모두 모인 거겠지? 얼마나 강한 애들이 있을지 정말로 기대된다.”
강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저들과 싸워서 단련하리라.
그리고 노은하와 노은애를 지키는, 세계 최강의 가디언이 되겠노라.
어베니어, 14세.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소년의 꿈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부풀어 있었다.
그러니 제 꿈을 이루는데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황금 브로치 사단을 쓰러뜨린다.
어베니어는 입학식은 듣지도 않고, 콧김을 내뿜으며 목적을 되새겼다.
노은하가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 아카데미에 ‘황금 브로치 사단’이란 이름이 생겨났다.
당해 졸업하는 고등부 학생들이, 이듬해 졸업하는 유망주 학생들에게 황급 브로치를 건네는 풍습이었다.
그 브로치를 받은 학생은 졸업 후 플레이어로서 미래가 보장될 거라는 소문이 크게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에 깊이 들어가면, 반드시 ‘노은하’와 연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베니어가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을 턱이 없었다.
유망주가 강한 학생들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황금 브로치 사단은 여기 아카데미에서 제일 강한 학생들이란 소리 아니겠어?
단순무식하게도.
어베니어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부딪치고 볼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아카데미에는 매일같이 어베니어가 유망주 학생들과 싸우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된다.
고등부 학생들도 이름만 듣더라도 벌벌 떨게 될 정도로, 어베니어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럴 만한 실력의 소유자였고.
그럴 만한 체격의 소유자였으니까.
“우리 아들이 브루를 닮아서 워낙 덩치가 크기는 하지. 아들 하나는 정말 멋지게 낳았다니까. 안 그래, 브루?”
“줄리 당신 말이 맞아.”
노 어베니어.
아카데미 절망편의 시작이었다.
☆
같은 시각.
아카데미 고등부 교관을 맡고 있는 신서영은 중등부 입학식을 찾았다.
신서영이 자신이 가르치지도 않는 학생들의 입학식을 보러온 이유는 순전히 어베니어 때문이었다.
“저 애가 은하가 돌봐달라 부탁한 어베니어라고?”
노란 머리 남학생을 찾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신서영은 어베니어를 눈에 담으며 혀를 내둘렀다.
예전에 몇 번 보았을 때, 그때도 덩치가 산만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자세히 살펴보니, 덩치가 얼마나 큰지 모르겠다.
1학년들 중에서 제일 크네.
중등부 3학년이라고 해도 되겠다.
저 덩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아직 성장기라고 생각하니 절로 감탄사가 흘렀다.
가디언 지망생이라고 했던가.
저 아이는 무엇을 해도 되겠지만, 가디언이 가장 어울릴 것 같았다.
그만큼 가디언에게 이상적인 몸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교관들 눈 굴러가는 소리가 벌써 여기저기에서 들리네.
이내 신서영은 바람을 일으켰다.
총장의 뒤편, 무대 위에 앉아 있는 교관들의 수군거림을 엿들었다.
입학식도 끝나지 않았건만, 이미 어베니어는 눈도장을 제대로 찍힌 모양이었다.
나는 고등부 교관이니, 저 아이랑 얽힐 일은 그다지 없겠지.
부디 저 애가 노은하를 닮지 않고, 아카데미에서 조용하게 생활하다가 졸업하면 좋을 텐데….
그건 불가능하겠지.
신서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경험과 직감이 고하고 있었다.
올해도 자신의 속을 썩이게 만들 트러블 메이커가 등장했다고.
그럼에도 바랄 뿐이었다.
제발, 이제 내게 휴식을 다오.
그러던 그때였다.
“─저 애가 노은하와 친분이 있는 아이냐? 몸이 제법 좋구나.”
“아, 님.”
황진희.
마침 무료하던 차에 따라온 그녀가 어베니어를 가리켰다.
신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황진희의 눈이 반짝였다.
“저건 완전…. 재능덩어리구나.”
“어느 정도 견적은 나오긴 하는데, 님께서 그렇게 말하신다면 대단한 아이인가 보네요.”
신서영은 내심 의외였다.
황진희는 칭찬이 박했다.
그런 그녀가 어베니어를 칭찬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애가 그렇게 대단한가?
브루노의 아들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마나, 기프트, 재능은 유전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기대치라는 게 있었다.
게다가 몸은 유전된다.
어베니어라는 학생의 잠재능력이 대단하기는 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어베니어가 정말 가 칭찬할 정도로 대단한지 아직 확신할 수가 없었다.
다만 가 그렇다고 말하니, 소극적으로 동의했을 뿐이다.
의 눈은 정확했으니까.
“그건 그렇고…. 저 브로치는 정말 사라지지 않는구나.”
“아, 노은하 사단 브로치요?”
한편 어베니어를 유심히 바라보던 황진희가 시선을 돌렸다.
무대 위 교관들 사이에 섞여 있는, 고등부 학생들.
그녀의 시선은 그들이 찬 브로치에 향하고 있었다.
과거, 노은하 사단을 상징했었던 황금 브로치였다.
“은하랑 애들이 아카데미에 남기고 떠난 게 참 많죠.”
신서영도 찾아냈다.
그녀가 추억에 젖었다.
아카데미의 풍조는 처음 신서영이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았다.
은하가 아카데미에 일으킨 변화가 은연중 스며들어 있었다.
저 브로치도 그렇고…. 졸업식 때, 졸업하는 학생이 후배에게 자신의 디바이스를 물려준다는 전통도 계속 내려오고 있지.
이외에도 중등부 3학년 시기에는 팀을 나눠 공성전을 한다든지.
문화제에서 노동소를 연다든지 등.
많은 것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힘들긴 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었던 것 같기도 했다.
이내 그녀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감돌았다.
하지만 황진희는 신서영과 다르게 추억을 회상하려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었다.
“─지장보살의 목을 베었다는 것도 그렇고…. 알게 모르게 아카데미에 두고두고 회자될 업적들을 남기고 갔었구나.”
“네?”
“노은하를 신봉하는 사람은 그놈의 사이비 종교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 아카데미 학생들도 자신도 모르게 노은하에게 믿음을 바치고 있었다는 건가….”
멸망에서 일어난 세상에서 신화를 쌓는 것도 쉽지 않겠건만.
이번에 노은하가 신화를 작게나마 현현한 것도 그렇고.
참 대단하기만 하다.
황진희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그 학생들이 후에 사회로 나가면 플레이어가 될 테고…. 그러다가는 플레이어들의 지지를 받게 되겠어.”
플레이어의 신이라도 될 생각인가.
그러면 그냥 군주도 아닌 군주 중 제일이라 불리겠구나.
아니, 군신이라고 해야 하나.
늙어서 그런지.
황진희는 자신이 너무 터무니없는 망상을 한다고 생각했다.
☆
새로운 시작의 바람은 어디에서든 불고 있었다.
판도라클랜도 그 바람을 맞았다.
3월이 되자, 신입들이 들어왔다.
“어…. 나는 백현율이라고 해. 나는 은하 친구니까 말 편하게….” “현율이가 오늘이 너무 기대된다며 어제 통 잠을 자지를 못했다네요! 애가 잠이 많아서, 졸릴 때는 가끔 헛소리하기도 하거든요. 하하.”
“나 말하는데 왜 방해….”
“제 이름은 연성진이라고 합니다! 앨리스 제약의 견습 연구원으로서 판도라클랜으로 파견 나왔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 지하에서 그림 그려도 될까? 나는 크레스터로….”
“”””…….””””
백현율 그리고 연성진.
두 사람도 입단했다.
연성진의 경우, 사정이 복잡했다.
현재 그는 대학교 1년을 남긴 채 덜컥 앨리스 제약의 견습 연구원이 되었다.
이에 앨리스그룹에서는 연성진이 남은 1년 동안 대학을 다니게 했고, 이에 연성진은 대학 프로그램으로 판도라클랜에서 1년을 보내게 됐다.
덕분에 은하가 걱정하지 않더라도 백현율의 뒤치다꺼리를 담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클랜에서는 사적으로 대하지 마. 우리 클랜은 철저한 기수제란 것도 명심하고.”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래도 은하는 언질을 주었다.
게으름을 피우는 백현율의 성격상, 윗 기수 클랜원들의 말을 귓등으로 듣지 않을 수 있었다.
사적인 관계라면 모를까.
같이 일을 하게 된 이상, 백현율이 규율을 지키게 할 생각이었다.
뭐, 현율이가 다른 클랜원들하고 어울리는 일은 별로 없겠지.
얘는 해수 형 공방이 있는 곳에서 일하게 될 테니까.
백현율은 문장가, 크레스터였다.
웬만해서는 클랜원들과 마주치는 일이 없을 터였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판도라클랜은 정식으로 서울역으로 이주했다.
그에 반해 벽해수의 공방은 현재 사당역에 있었다.
물리적으로도 떨어져 있는 것이다.
“─어쨌든 모두 잘 왔다. 앞으로 한 번 잘 지내보자.”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각자 실력도 확인해볼 겸, 몸풀기로 던전이나 탐험해볼까?” “”””??””””
“클랜 밑에, 던전이 있거든.”
이내 은하는 신입들에게 말했다.
서울역 판도라 클랜회관.
클랜회관 지하에는 적색던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클랜회관을 옮겼는데 아직 던전은 사용해보지도 못했잖아? 이참에 저것들을 던전에 넣어두고 실력이랑 인성 좀 확인해야지.
인성을 거론해서는 안 될 은하가 속으로 키득거렸다.
신입들이 어리둥절해하든 말든.
은하는 사전에 이야기를 맞춰놓은 클랜원들에게 말했다.
“성환이 네가 신입들 잘 데려가서 한 명도 죽지 않게 데려와.”
“네! 클랜로드! 그런데 몇 층까지 다녀오면 될까요?”
“5층까지 있었으니까…. 첫 날이니 3층까지만 공략하자. 제6위계지만 제6위계답지 않은 몬스터가 나오는 상황이 적당하지 않겠어?”
“”””…….””””
“장난이고, 오늘은 2층까지만 해. 제7위계 몬스터들이랑 싸우고 와. 간간이 제6위계도 나올 테니 좋지. 아, 은우 너도 같이 가고.”
“날 이러려고 서브로드로 뽑은 게 분명해….”
신입들은 아연실색해다.
하지만 신입은 신입이었다.
패기로 똘똘 무장하고 있었다.
차은우를 비롯해 기존 클랜원들은 그 패기가 얼마 안 가 사라질 것을 예상했다.
“…판도라 클랜로드의 수련이 제법 대단하다던데. 그걸 하고 나면 나도 선배님처럼 강해지는 건가?”
“이 뭐야. 이제 식구니까 그냥 은혁 선배라고 불러야지. 나도 얼른 은혁 선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 얘들아, 모두 수고하고. 나는 이제 일이나 하러 가야겠다.”
“”””불쌍한 것들….””””
단언컨대, 저들은 후회하리라.
그러나 돌이키기에는 늦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렀다.
“─앞으로 한 달간 판도라클랜에서 실습으로 근무하게 될 온태희라고 합니다! 선배님들 잘 부탁드려요!”
「손가연입니다. 스나이퍼입니다. 선배님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판도라클랜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5월이 시작될 무렵.
아카데미 고등부 3학년으로 진급한 온태희, 손가연이 실습을 나왔다.
클랜원들은 그녀들을 반겼다.
물론, 그녀들의 운명 또한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너희 실습들을 담당하게 될 진파랑이라고 한다! 너희는 일주일은 판도라클랜 지하에 있는 던전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다. 이게 우리 클랜 전통이지.”
“빙구 오빠는 빨간 모자 좀 벗지? 진짜…. 서나가 바빠서 운이 좋게 신입들의 교육을 맡게 됐으면서…. 폼이라는 폼은 다 잡는구나. 일단 얘들아, 지금 당장 위층으로 올라가 마트에서 던전에서 생활하기 위한 물품을 구해오도록 해. 당연히 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이번에 너희 신입들의 뒤를 봐줄 레인저 호시미야 카에데다. 조금 전 민지가 말한 대로 행동한다. 실시.”
“”””…시, 실시!!””””
클랜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판도라클랜의 기강이 잡혀갔다.
당연히 규율도 엄해졌다.
실습들은 편안한 클랜 생활이 아닌 던전 생활을 겪게 되었다.
그리고 던전 생활이 끝나고 나면, 즉각 실전에 투입되어 클랜원들에게 굴려질 예정이었다.
“나 정말 잘할 수 있을까….”「저는 템페스트로 가고 싶어요. 제발 템페스트로 가게 해주세요. ㅠㅠ」
“응, 안 돼. 하면 다 돼.”
판도라 클랜원들이 강한 이유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실습들이나 판도라 클랜에 입단한 플레이어들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들로 인해, 판도라클랜의 악명이 자자해졌다.
그럼에도 판도라클랜을 지원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갈 터였다.
판도라클랜의 악명이 높다고 한들, 자신이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인정하지 못하는 법이었으니까.
☆
그리하여, 꽃이 활짝 피는 5월.
노은하와 이유정은 식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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