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63
결혼을 두 번이나 했건만.
은하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날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치장을 하는데 한껏 공을 들이고, 가족들과 같이 식장으로 떠난다.
그리고 이유정을 만나 오늘을 위해 예쁘게 차려입은 모습을 감상한다.
결혼식에서 보면 이상하게 느낌이 다르다니까.
마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건만.
신기하게도 식장에서 보는 연인은 유독 예쁘게만 보였다.
조명 아래 반짝이는 웨딩드레스가 그녀의 미모에 힘을 실어주는 데다, 기분이 싱숭생숭해지는 듯한 감상을 선사한다.
“…어때? 괜찮아?” “응, 엄청 예뻐.”
순간 홀렸다.
은하는 이유정의 목소리를 듣고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웨딩드레스를 가지런히 하고 앉은 그녀가 불안한 듯 물었다.
“오늘 정말 예쁘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
“그럼.”
“삐삐삐 빠빠빠 뿌뿌뿌!”
이유정은 앞을 보지 못한다.
그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다.
특히나 은하가 있을 때는, 내심 자신이 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는 했다.
예전에야 몰랐으나, 이제는 은하도 그녀의 걱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걱정을 없애주고자 단언했다.
“그럼 나는 이만 사람들 맞이하러 가볼게. 이따 봐. 가자, 유천이 형.”
“응, 이따 봐.”
발그레한 얼굴로 소심하게.
이유정이 손을 흔든다.
그녀의 배웅을 받은 은하는 이제 하객들을 맞이하러 로비로 나왔다.
이유천도 따라 나왔다.
임가을이 보낸 화환도 있네.
이내 은하는 로비에 있는 화환들을 발견했다.
그중 선녀의 이름이 적힌 화환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 쉽게끔 앞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두 번의 결혼식에서 그러했듯.
임가을이 은하의 결혼을 축하하러 화환을 보낸 것이다.
저렇게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니, 식장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딴소리하지는 못하겠지.
성대하게 치러질 결혼식이니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될 터였다.
그러니 특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특히 이유정은 세 번째 아내라는, 비아냥거리기 딱 좋은 관계 외에도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결함까지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은하야.”
“어, 형. 왜?”
“이제 결혼도 하는데 형이 뭐야. 앞으로는 형님이라고 불러.”
“어…, 형님.”
“그래, 은하야. 아니, 매부.”
그때 이유천이 불렀다.
먼저 와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던 진파랑에게 향하려던 은하는 걸음을 멈췄다.
유천이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은하도 자연히 진지해졌다.
“”…….””
이유천이 말을 고르려고 한다.
은하는 기다려주었다.
이윽고 그가 한 마디를 꺼냈다.
“─유정이 잘 부탁한다.”
“…….”
하고 싶은 말은 많았겠지만.
이유천은 많고 많은 말 중에서도 겨우 한 마디만을 꺼냈다.
하지만 은하는 그의 말 한 마디에 많은 감정이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응, 지금까지 고마웠어. 이제부터 유정이는 내가 책임 질게.”
“뭐래. 내가 완전히 손을 놓겠다고 말하는 거 아니야. 앞으로도 유정이 잘사나, 못사나 감시할 거라고.”
결혼식이 정해지기 마지막까지.
어쩌면 오늘까지도.
이유천은 계속해서 은하의 결혼을 반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은하는 피식 웃었고, 이유천 역시 얼굴을 풀었다.
“나중에 밥이나 먹자. 가볼게.”
이유천이 신부 측으로 향한다.
은하는 그를 보내주었다.
그가 하객들을 맞이하는 걸 보며, 은하도 진파랑에게 다가갔다.
그때부터 정신도 없이 바쁠 정도로 하객들을 맞이해야 했다.
하양이랑 서현이가 도와준다지만 힘든 건 힘든 거구나.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어언 3년.
은하의 인간관계도 제법 늘어났다.
용산구, 중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다른 클랜에서도 사람이 오거나, 화환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세 번째 결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잘 지내셨죠?”
동해클랜에서는 클랜로드가 몸소 찾아왔다.
또한 특별고문으로 있는 정금전도 은하를 만나러 왔다.
“내 피 같은 돈…. 이놈은 결혼만 세 번이나 하면서 내 피 같은 돈을 축의금으로 타가네…. 젠장.”
“도련님. 좋은 날인데 부정 타는 말을 하면 안 되죠.”
“둘 다 잘 왔어요. 근데 형은 대체 언제 결혼하는 거예요?” “야, 돈이 많은데 왜 결혼을 하냐. 돈이 많으면 그냥 나 혼자 잘 먹고, 잘살고….” “도련님.”
“…언젠가 하지 않을까.”
“형도 잡혀 사나 보네요.”
“너랑 비교하지 마라.”
말은 그래도 실상은 다르다.
은하는 정금전이 이세희를 챙기며 식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배웅했다.
“─은하야, 애도를 표한다. 이거는 축의금이 아니라 부의금이다.”
“무슨 애도? 그리고 부정 타게….”
“부정 타봤자 네가 불길로 싹 다 태워버릴 거 아니야?”
이번에는 유도준이 찾아왔다.
마나교 반혼제 테러가 있고 나서, 영원그룹은 올해부터 하나그룹으로 이름을 개명했다.
하나그룹의 초대 회장이 된 그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낄낄거렸다.
“네가 모르는가 본데, 하렘이라고 너랑 아내들을 뭉뚱그려서 하나의 인생이 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건 내가 주변을 보면서 알게 된 거야.” “그럼?”
“네 인생, 아내들 인생이 제각기 따로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 각자의 인생을 존중할 줄 알라고. 안 그러면 나중에 크게 후회한다?”
인생이라는 선로가 있다.
각 선로는 때때로 엇갈리는 일이 있을지언정, 결코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다.
결혼이란 어디까지나 그 선로들이 엇갈리지 않고 평행하게 달려나가다 때로는 엇갈리면서, 그럼에도 결국 같은 목적지로 나가는 것과 같다.
유도준이 충고했다.
이에 은하는 피식 웃었다.
“이게 결혼도 해보지 않았으면서 충고하려고 하네.”
“아야! 야…, 진짜 너는 헤드록은 걸지 말자. 그러다가 머리 깨질라. 그리고 결혼하지 않고 말하면 어때. 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거야.”
“그래, 충고 고맙다.”
“그러니 너는 이제 죽었다는 거야. 앞으로 하나도 둘도 아닌 셋씩이나 인생을 존중해줘야 할 거다. 그게 바로 노은하 인생인 셈이겠네.”
“나도 알아.”
낄낄거리는 유도준.
은하는 그를 가볍게 때렸다.
유도준이 아프다고 호소했음에도 봐주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돈은 두둑이 챙겨왔으니까 그냥 보내준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보는 상황에서 더 장난을 칠 수도 없었다.
은하도 이제는 명성을 신경 쓰는 위치에 올라 있었다.
게다가 유도준은 이제 하나그룹의 회장이었다.
여하튼 은하는 유도준을 보내고서 다시 사람들을 받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찾아왔고.
그들 중에는─.
“─결혼 축하한다.”
“어머, 은하야. 오늘 정말 멋지다. 이따가 유정이랑 너 키스하는 모습, 기대하고 있을게?”
“…어서 와.”
갤럭시그룹의 직계 최정훈.
삼라그룹의 직계 오해인.
두 사람도 섞여 있었다.
은하는 두 사람을 맞이하는 한편 의문을 품었다.
둘이 왜 같이 온 거지?
우연인가?
☆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주례는 평소에 루미너스그룹 회장 이정인과 친분이 있었다는 사람이 맡았다.
사전에 이정인에게 말을 듣자하니, 고등학교 교장으로 있다가 퇴임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키스하세요.]“”…….””
[본 주례사는 자질구레한 절차는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사랑한다면 지금 당장,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맹세의 키스로 증명하세요.]지루한 연설을 듣는 것을 싫어하는 학생들을 배려라도 하는 듯이.
주례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은하와 이유정은 벙쪘다.
반면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그래! 결혼이 뭐 별거야!? 그냥 키스하고 맹세하면 결혼인 거지!”
“키스해! 키스해! 얼른 키스해!”
“어우야, 화끈하다. 좋다, 좋아.”
세 번째 결혼식.
세 번이나 은하의 결혼을 보게 된 사람들은 박장대소하며 외쳐댔다.
졸지에 결혼식이 유쾌해졌다.
“킥….”
“웃지만 말고 여기 봐.”
“응.”
이유정도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진파랑, 김민지, 메이링, 메이린.
유독 장난이 심한 사람들을 확인한 은하는 이유정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들고, 은하는 입술을 포갰다.
그 순간,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
누군가가 휘파람까지 분다.
은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오랜 시간 키스를 나눴다.
오죽하면 휘파람을 불던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내려 우 하는 소리를 낼 정도였다.
[신랑, 신부. 밤은 아직 남았는데 벌써부터 추태를 보여주지 마세요. 안 그러면 벌점을 주겠습니다.]결국 주례사가 못 봐주겠다는 듯 혀를 쯧쯧 찼다.
그제야 은하는 입술을 뗐다.
그때쯤 이유정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은하는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자, 그럼 얼른 식을 진행합시다. 여러분도 이후에 일정이 있을 테고, 신랑 신부도 보아하니까 얼른 가서 밤을 지내고 싶은 모양이잖아요?]깔깔깔 하고.
은하와 이유정의 가족들은 한숨을 쉬는 가운데.
사람들은 좋아라 웃어댔다.
이후 결혼식에서 일어난 해프닝이 몇 가지 더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리엘 플레이어가 축가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이슬 같은 존재 아리엘이라고 합니다!]매번 결혼식에서 그랬듯이.
아리엘이 은하의 결혼을 축하하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전 삶에서도 노래를 잘 부르기로 정평이 나 있던 그녀였다.
아리엘의 노래는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그녀가 노래하는 모습을 담았다.
“노래 잘 부르네. 마스크도 괜찮고, 연예인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월요일에 팀장님한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루미너스그룹은 문화 산업 전반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방송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아리엘의 가치를 알아보고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는 한편 또 하나의 해프닝은 이유정이 부케를 던질 때 일어났다.
“─다들! 유정이가 부케 던진대요! 조금만 뒤로 물러나주세요!”
그녀가 던질 부케를 받을 사람은 루미너스그룹의 관계자였다.
다음 달에 결혼한다는 여직원.
그녀가 부케를 받으러 나왔다.
정하양과 사람들은 주변을 통제해, 그녀가 부케를 편히 받을 수 있게 도왔다.
“던질게요!”
“어, 어, 어어어….”
이윽고 이유정이 부케를 던졌다.
여직원은 포를 그리면서 떨어지는 부케를 받기 위해 뒷걸음질쳤다.
바로 그때─.
“─앗…!!”
“”””……!!””””
떨어지는 위치를 가늠하던 중.
여직원이 그만 발을 접질렀다.
그녀가 어처구니가 없게 넘어지며,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이제 부케는 받아줄 사람도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 사람이 부케를 받았다.
“”””…….””””
“…….”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들의 얼굴에 당황함이 서렸다.
얼떨결에 부케를 받게 된 사람도 당황해했다.
“…오잉?”
봉구래.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결혼식이 끝이 났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쯤, 사람들이 하나둘 식장을 빠져나갔다.
은하와 이유정은 마지막까지 남아 사진을 찍기로 했다.
“─노은하 일가 모두 모여주세요! 흠, 오늘은 이유정 양의 결혼식이니 이유정 양하고 노은하 씨가 앞으로 나오는 건 어떨까요? 음, 옆자리는 어떻게 해야 되지?”
“””…….”””
“…서현이랑 하양이는 윗 계단에 올라가서 찍는 게 어떨까?”
“응, 그럴게.”
“그러지, 뭐.”
사진사가 실수했다.
사진을 찍는데 열중한 나머지 그만 은하와 아내들 간의 미묘한 관계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은하는 십년감수했다.
재빠른 순발력으로 서로 어색해질 상황을 무마한 것이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 일어나게 될 거란 말이지….
조금 전에 유도준에게는 당당하게 세 사람을 책임지겠다고 말했건만.
은하는 속이 갑갑해졌다.
아무래도 도플갱어 마법이 답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는, 아내들이 분신을 좋아해도 본체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자신만 배려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들도 서로 다투지 않기 위해 배려하면서 살아가리라.
그리고 한서현이 적절히 조율하며 다툼이 발생하지 않게 하리라.
은하는 그녀들을 믿기로 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한편─.
“─은하야, 우리하고도 같이 사진 찍지 않을래?” “…오해인 누나?”
“”””…….””””
자신과 아내들의 사진을 찍고.
이제 은하도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때, 멀찍이서 구경하던 오해인이 최정훈을 데리고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둘 사이가 심상치 않았다.
왜 팔을 끼고 있는 거지?
최정훈의 팔을 안고 있는 오해인.
은하를 비롯해 사람들은 두 사람이 마치 연인처럼 있는 모습에 의아한 기색을 드러냈다.
반면에 오해인은 당당했다.
그녀가 왼손에 끼고 있던 반지를 당당히 보여주었다.
“아, 우리 사이가 조금 신기하지? 그동안 서로 숨기고 있었던 건데, 우리 연애하고 있었어. 은하 너랑 유정이가 맺어진 파티에서 서로가 한 눈에 반해버렸거든. 그치, 오빠?”
“그렇지. 다 너희 덕분이다.”
“”””……!!””””
오해인이 깔깔거리며 말하고.
최정훈이 나직이 대답한다.
그러나 그들이 가벼이 하는 말은 누구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눈이 맞아 연애를 하게 됐을 리가 없으니까.
나아가 비밀 연애를 한 걸 갑자기 이렇게 밝힌다는 의미는─.
“─며칠 후에 공표하게 될 거지만, 나랑 정훈 오빠랑 약혼하기로 했어. 그러니까 우리가 결혼하게 될 때는 너희도 꼭 와줘야 한다?”
“”””…….””””
“은하, 유정이, 하양이 그리고…. 서현이 너는 꼭 와야 해. 알았지?”
최정훈과 오해인의 약혼.
갤럭시그룹과 삼라그룹의 동맹.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사람들은 모두 술렁이는 기색을 보였다.
삼라그룹은 시리우스그룹이 목줄을 걸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한서현에게 들은 이야기가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시리우스그룹에서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디 시리우스그룹뿐이겠는가.
이 자리에 있는 정하양, 이유정, 유도준, 정금전 등등.
재계그룹과 연결되어 있는 그들도 금시초문이라는 얼굴을 보아하니, 굉장히 비밀리에 이루어진 듯했다.
삼라그룹이 재계 10위가 된 지가 벌써 몇 년이 지나기는 했어.
시리우스그룹이나 다른 그룹들이 채워놓은 목줄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충분한 시간이기는 해.
이내 은하는 납득했다.
물론, 그럼에도 삼라그룹이 완전히 족쇄를 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삼라그룹이 도움을 받은 그룹들을 적으로 돌릴 만한 힘은 없으리라.
하지만 갤럭시그룹이 끼어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게 된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걸 보면, 갤럭시그룹과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기로 했나 보네.
족쇄를 끊어도 문제되지 않는다.
갤럭시그룹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녀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약혼을 발표했다는 뜻은─.
“─그래, 그리 나오겠다는 거구나. 미안한데 두 사람 약혼은 축하하지 못할 것 같네.” “어머, 서현아. 그렇게 말하면 좀 서운하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나도 네 마음 이해해. 그동안 말 안 해서 정말 미안해. 서운하지?”
“아니, 괘씸하지.”
“이래서 사랑이 무서운 건가 봐.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어. 너희랑 천년만년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었는데 말이야.”
“”””…….””””
─오해인은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아니, 지금까지 다른 그룹들에게 쓸개를 내주듯 비위를 맞추고 있던 삶을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와 같은 선상에 서고 말 것이라고.
그녀가 미안해하는 연기를 하면서, 한서현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게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 결혼한다니 축하해야지. 일이 바빠서 결혼식은 못 보겠지만 약혼 축하하고, 얼른 결혼해. 그럼 내가 축의금이나 넉넉히 챙겨줄게.”
“”””…….””””
은하는 최정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치 간파하려는 듯이.
최정훈은 의외인 듯한 얼굴을 하고 은하를 바라보았다.
이내 그가 은하의 손을 잡았다.
“그래, 고맙다. 다시 말하는 거지만 결혼 축하한다.”
“와줘서 고마워.”
다른 사람들은 심란한 듯했지만.
은하는 지금 상황이 유쾌했다.
최정훈이 그냥 제 무덤을 파네?
최정훈이 알 리 없을 테지만.
또 오해인도 모르겠지만.
은하는 알고 있다.
앞으로 몇 년 뒤에는─.
─남해에 제3위계 오버랭크 몬스터가 나타나 해운업이 작살이 나버리고 마는데, 삼라그룹이 크게 휘청이겠지.
피해가 워낙에 상당해서 한중일이 연합 작전을 펼쳐야 했을 정도니….
그러니 잘 됐다.
갤럭시그룹이 삼라그룹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을수록, 그때 일어날 재앙의 영향을 받게 될 테니까.
지금 상황에서는 최정훈의 선택이 그룹들의 견제를 피해나가기 위한 묘수일 수 있다.
그러나 먼 미래에 최정훈의 선택은 악수로 다가오게 되리라.
그때가 정말 기대되네.
그러니 어디, 한 번 발버둥쳐봐라.
은하는 속으로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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