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67
하백련은 지금까지 총 3번에 걸쳐 전학을 다녀야 했다.
첫 번째 전학은 거주지가 서울로 옮겨지게 되면서 이루어졌다.
두 번째 전학은 그녀가 몇 년 전, 의 기프트를 각성하게 되며 이루어졌다.
‘백련이가 을 각성했다는 걸 목격한 아이들이 꽤 많다고 하던데, 그 학교에 계속 있기는 힘들겠네요. 아이들이 이라는 건 몰라도, 그만한 힘을 보여주었으니 두려움을 사게 될 테니까요.’
당시 임가을은 은하에게 하백련을 맡기기로 하면서 언질했었다.
은하도 동의한 바였다.
머리칼이 갑자기 하얗게 변했으니, 그녀를 아는 사람들이 당황해할 게 뻔했다.
그러다 보면 그녀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갈 위험이 있었다.
무엇보다 하백련이 만에 하나라도 또래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사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전학이 결정되었다.
‘미안한데…, 아무래도 전학을 가야 할 것 같아.’
‘네…. 저는 괜찮아요. 왜 그런지, 저도 이유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세 번째 전학은 언론사들이 하백련의 존재를 공개하게 되면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그녀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은하와 선녀정부는 그녀가 세간의 시선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전학을 준비했다.
이에 하백련도 납득했다.
‘학기가 바뀌는 대로 머리카락을 까맣게 물들이고 전학을 가자. 이전 학교에서는 머리를 도중에 까맣게 물들일 수가 없어서 눈에 띄었는데, 머리를 물들이면 관심이 덜할 거야.’
‘네….’
‘학교에서 친구들도 사귀었을 텐데, 또 전학을 가게 해서 미안해. 내가 기자 놈들이 다음에도 그러면 아주 그냥….’
‘왜 아저씨가 미안해하고 그래요? 됐어요. 안 그래도 같은 반 애들이 저랑 성향이 맞지 않았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잘됐죠.’
그때 은하는 미안해했었지만.
하백련은 꿋꿋이 턱을 들어올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었다.
은하는 어린 나이에 다른 사람을 더 배려하는 그녀에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 마음은 신경 쓰지 말고, 네 마음부터 신경 써.’
‘…생각해볼게요.’
‘생각만 하지 말고. 나한테 언제든 솔직하게 말해줘. 그래도 난 무조건 네 편이니까.’
‘…….’
‘어쨌든 지금 다니는 학교보다도 더 좋은 학교를 찾아줄게. 알았지?’
그래서 은하는 하백련의 머리에 턱 손을 얹었다.
하백련은 회귀 전에도 그랬었다.
하지만 그녀의 보호를 책임지게 된 은하는, 그녀가 자신에게는 반드시 솔직해지기를 바랐다.
그의 마음이 통했던 것인지.
그날 이후로 하백련은 그에게 종종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는 했다.
여하튼 하백련의 전학이 결정되고, 그녀는 아티펙트로 머리칼을 까맣게 물들이기로 했다.
이때쯤 그녀도 체내 마나를 조금씩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장시간은 힘들기는 해도, 아티펙트로 머리 색을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하백련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이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녀는 올해부터 새로운 학교에서 학창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다행히 하백련을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녀는 학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럼에도 은하는 안심하지 못했다.
‘─벌써 세 번째 전학이야. 이 이상 백련이가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어.’
하백련의 정체가 발각당할 때마다 그녀를 낯선 환경에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의 인격 형성에 좋지 않았다.
친구도 제대로 만들지 못할 테고 말이다.
또한 이해관계자들이 이걸 빌미로, 자신들이 하백련을 보호하겠노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세상에 하백련의 정체가 대대적으로 드러나게 되면서, 더욱 그녀의 안전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렇기에─.
‘─그러니까 네가 옆에서 백련이를 지켜줬으면 해. 너밖에 없다.’
‘하, 초등학교를 또 다니기 싫지만, 백련이 일이니까 어쩔 수 없죠.’
은하는 자신의 분신체인 장발장을 동원하기로 했다.
장발장의 신분을 위조해, 하백련과 같은 학교에 다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곁에서도 자연스럽게 하백련을 보호할 수 있었다.
나아가 그녀의 존재를 파헤치려는 파파라치들을 그 즉시 처치할 수가 있을 터였다.
“정말, 세상에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어. 발장이 너하고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다니 말이야.” “아직도 그 소리야? 그런 우연도 있을 수 있는 거지, 뭘.”
그렇게 장발장은 신분을 위조하여 하백련의 반으로 전학을 갔다.
하백련이 장발장을 반가워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때부터 하백련은 장발장과 함께 즐거운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초등학교도 이제 1년 남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으, 졸려….”
“어제 잠 못 잤어?”
“좀…, 많이 못 자기는 했지.” “뭐 했는데?”
“의정…. …밤에 딴 것 좀 하다가.”
“딴 거? 어떤 거?”
“그런 게 있어.”
초등학교 6학년 수학 시간.
수업을 듣던 장발장은 하품을 하며 책상에 푹 엎드렸다.
그러자 하백련은 그를 곁눈질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내 장발장이 눈을 감았다.
“안 되겠다. 나 좀 잘게.”
“그러다 또 선생님한테 혼나.”
“그러면 네가 깨워줘.”
“에휴….”
장발장은 금세 잠이 들었다.
하백련은 문제를 푸는 한편, 편히 잠이 든 장발장을 바라보았다.
참 신기한 애야. 내가 기운이 없을 때마다 귀신같이 알고 나타나고….
내 취향도 잘 알고 있고.
하백련도 살며시 엎드렸다.
장발장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다.
그녀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장발장은 참 이상한 남자아이였다.
숨기는 게 너무 많았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뭔가 비밀이 많은 것 같은 모습은 되레 어른스러운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반 여학생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정작 그는 자신 외의 다른 학생들 이름은 모르는 듯했지만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발장아, 이제 그만 일어나. 지금 선생님이 이쪽 봤어.” “…어?”
“그래, 거기 발장이. 앞으로 나와서 문제 좀 풀어봐라.”
맨날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데도.
장발장은 머리가 참 좋았다.
마침 담임이 불렀다.
잠에서 깬 장발장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장발장이 칠판으로 향했다.
칠판에 식이 긴 수학 문제가 적혀 있었다.
“정답….”
“”””와….””””
“그럼 이제 돌아가도 되죠?”
“그래, 자리로 돌아가렴. 그렇다고 또 자지 말고. 넌 머리도 좋으면서 왜 맨날 잠만 자는 거냐?”
“공부하기 싫어서요.”
“내년부터 너도 중학생인데 그러다 애들한테 따라잡히는 수가 있다?”
장발장은 문제를 한 차례 훑고는 빠르게 식을 정리해나갔다.
그리고 정답을 맞혔다.
또래 남학생들과 달리 어른스럽지, 머리도 좋지, 운동 신경까지도 좋지, 노래를 못 부르는 걸 빼고 못 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을 수밖에.
그런 아이가 자신과 제일 친하고, 마치 운명이란 듯이 짝꿍으로 계속 엮이고는 했다.
“나 마저 잘게. 이따 밥 먹을 때 깨워줘.”
“치, 알았어. 잘 자.”
“응.”
장발장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다.
하백련은 자리로 돌아와 다시 자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를 보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그러는 한편─.
─이상하다?
발장이가 누구랑 닮은 것 같은데, 누구랑 닮은 거지?
그녀는 문득 생각했다.
장발장을 알게 된 지 어언 4년.
가까이서 장발장의 성장을 지켜본 하백련은 최근 그에게서 누군가를 투영하게 되었다.
왜 아저씨가 떠오르는 거지?
아저씨는 발장이처럼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가끔 조금, 멋지기는 하지만.
노은하 아저씨.
불현듯 장발장을 보며 그를 떠올린 하백련은 고개를 저었다.
생각을 지우기로 했다.
장발장에게 실례였다.
☆
제2차 의정부 탈환전이 시작된다.
세상에 퍼진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에는 과연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나?”
“선녀님도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의정부를 탈환하다고 그런 거겠지. 설마 저번에 대차게 말아먹어 놓고 또 말아먹고 싶지는 않을 거 아냐.”
“나는 성공할 거라고 믿어. 그때랑 지금은 전혀 다르잖아. 플레이어들 실력이 훨씬 좋아졌다잖아.”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사람들도 듣는 귀가 있었다.
언론에서 연일 플레이어들의 힘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그들도 플레이어의 힘을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던가.
특히─.
“─판도라클랜도 참전한다지? 그럼 그냥 끝난 거지. 거기 소속돼 있는 플레이어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당연히 판도라 클랜로드는 두말할 여지도 없고, 에, , , , …. 다들 하나같이 쟁쟁한 사람들이구만 그래.”
사람들에게서 판도라클랜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높았다.
이제 5년이 지났다.
5년이라는 시간은 하나의 클랜이 대중의 인식에 확고히 자리잡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판도라 클랜원들은 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너 구주(九柱)라고 들어는 봤냐?”
“구주? 그게 뭔데?”
“판도라 클랜로드, 서브로드를 뺀 판도라클랜 대표 플레이어를 부르는 말이야. 최근에 은하신교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더라.”
“구주? 9명이라는 소리야? 뭐 이리 사람이 많아? 외우기도 힘들겠네. 다른 클랜은 5~7명 정도인데….”
“이것도 십이궁(十二宮)에서 많이 줄어든 거야. 그럼 양호한 거지.”
오죽하면 사람들은 판도라클랜의 대표 플레이어를 열거하면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기까지 했다.
그것이 구주.
판도라클랜을 떠받치는 아홉 개의 기둥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구주에는 누가 있는 건데? , , , , 는 없다는 뜻일 테고.”
“근데 이게 사람들마다 다르더라. 아직 확실하게 정착되지 않아 누가 구주인지 애매하다는 말도 있는데, 대체로 이 사람들이 들어가더라.”
“말해봐. 근데 너는 다 외운 거야? 진짜 판도라클랜 덕심이 징하다…. 공부는 하고 있지?”
“나중에 과 관련 깊은 여자들에 대해 논문으로 쓸 거야. 그걸로 졸업 논문을 대체하려고….”
“그래, 잘하는 짓이다. 됐고, 얼른 말이나 해봐.”
“그게 누구냐면….”
마나교 반혼제 테러 이후, 세상에 이렇다 할 만한 사건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판도라클랜의 구주는 아직 확고히 정착되지 않았다.
세간은 제2차 의정부 탈환전에서 구주가 확실히 정해질 것이라 했다.
여하튼 현재로서 가장 많이 구주로 거론되는 사람은 다음과 같았다.
” 류연화에, 진파랑, 한창진, 최은혁, 진서나에, 배수빈, 이리야하고 호시미야 카에데 그리고 강시형이야.”
“흠…. 나는 보다는 이 더 좋은데….”
“너 같은 사람도 많기는 하더라고. 근데 은 와 비교했을 때, 눈에 잘 안 띄잖냐.”
“은 좀 의외인데. 나는 이나 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딜러로 다 채워버리면 다채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잖아. 도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흠…. 그거 아직 안 정해진 거지?” “판도라클랜이 공표하지 않았으니 정해진 것은 없지.”
“그럼 내 의견을 밀어붙여야겠다. 내 의견이 대세가 되면 판도라클랜도 무시하지 못할 거 아냐?”
“너도 참 할 짓 없다…. 너 공부는 하고 있지?”
사람들마다 구주에 들어갈 인원이 다르기는 했다.
하지만 9명이라는 인원은 대체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제니스클랜, 오검.
레귤러스클랜, 칠사자.
신라클랜, 여섯별.
명왕클랜, 오령.
블레이즈클랜, 팔옥.
템페스트클랜, 오맹금.
KK클랜, 칠대호.
동해클랜, 육룡.
다른 클랜들의 대표 플레이어들을 가리키는 말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하기는 했다.
그럼에도 수가 줄어들지 않은 것은 그만큼 판도라클랜의 플레이어들이 사람들에게 아주 깊이 각인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은하신 만세! 만세! 만만세!””””
“”””진홍의 신에게 영광 있으라!””””
그런 한편, 마나교가 해체되면서 은하신교의 영향력이 강해졌다.
2년 전, 마나교 반혼제 테러 이후 노은하는 정말 신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니 판도라클랜이 제2차 의정부 탈환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은 여론에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물론, 사람들이 모두 희망적인 건 아니었다.
“세상 일이란 모르는 법이지.”
“제1차 의정부 탈환전에서도 이런 분위기였지 않았나? 그러다 나중에 의정부에 숨어 있던 몬스터들에게 된통 당했던 거고.”
“판도라클랜은 거품이 많이 꼈어. 이번 탈환전이 끝나면 이제 놈들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겠지.”
부정정인 여론도 존재했다.
그들은 판도라클랜의 가치가 크게 거품이 끼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조건 부정할 수 없기도 했다.
판도라클랜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과열돼 있기는 했다.
“”””…….””””
그것이 누군가의 의도인 것인지.
정말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인지.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이번 제2차 의정부 탈환전을 통해 판도라클랜의 가치가 정해질 거라는 사실이었다.
☆
제2차 의정부 탈환전이 시작된다는 소식으로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성공할 것이다, 실패할 것이다.
의정부 탈환전에 참가하지도 않는 사람들은 자신이 플레이어인 것처럼 왈가왈부해댔다.
정작 플레이어들은 말을 아끼면서, 의정부 탈환전을 위해서 강도 높은 훈련에 들어가고는 했다.
그리고 클랜들은 의정부 탈환전에 참가하는 인원을 편성하느라 시간을 할애했다.
“─의정부 탈환전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의 명단은 거기 서류에 적혀 있는 바야.”
“꽤 많네.”
“올해 들어온 신입들을 제외하고, 거의 전원이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기는 했지.”
판도라클랜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마나관리기구 회의에서 제2 보급소대를 담당하기로 하면서 책임이 막중해졌다.
그러다 보니 판도라클랜은 인원을 어떻게 편성하는 것이 좋을지 연일 회의하고는 했다.
그리고 이날, 한서현이 탈환전에 참가할 용의를 가진 사람들을 사전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은하와 서브로드들은 결과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우선 마나관리기구 평가 등급으로 B급 밑에 있는 사람들은 보류하고 결정하자.”
이내 은하는 입을 열었다.
마나관리기구에서는 작년에 C0급 이상을 받은 플레이어들의 참전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하가 생각했을 때, C급 플레이어들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터였다.
C급은 딱 죽기 십상이야.
이제야 클랜에 어느 정도 인원이 모이게 되었는데, 기껏 모은 애들을 죽게 할 수는 없어.
C급 플레이어도 천차만별이었다.
높은 성적으로 아카데미를 졸업한 플레이어는 C+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니 그들 중에는 과소평가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경험은 무시할 수 없었다.
A급 실력을 지닌 유망주라고 해도 경험이 C급이면 임기응변을 요하는 상황에 잘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어떤 상황이 닥칠지 알 수 없는 의정부에 그런 사람들을 데려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C급 애들을 데려가기는 그렇지. 몬스터들로 들끓는 도시이니만큼, 우리도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닐 테니 말이야. 나는 찬성이야.”
서브로드들도 동의했다.
목민호나 그들 역시 괜한 희생은 피하고 싶어 했다.
이에 의정부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마나관리기구 등급으로 B급 이상 플레이어들로 결정이 났다.
“그럼 이중에서 클랜에 남겨야 할 사람들을 선별하도록 하자. 일부는 클랜을 지켜야 할 거 아니야.”
30명이 조금 넘는 인원.
노은아가 그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들이 머리를 맞댔다.
“의정부 탈환전이 있는 동안에는 클랜전도 금지되니까 긴급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테고…. 어디 보자, 서현이랑 해수 형, 브루노 아저씨, 세 사람도 클랜에 남을 테니까…. 여기서 한 5명만 남기자.”
어차피 탈환전에는 참가하지 않는 클랜원들도 있었다.
그들의 수를 고려하면 B+급 이상 플레이어를 많이 남길 필요는 없을 듯했다.
여차하면 이 지원을 보내 도와주기도 할 테니까,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어디 이태원 세력뿐만 있던가.
이십오를 비롯한 골목길 세력도 도움이 될 터였다.
그리고 클랜에 사람이 없는 만큼, 이정현 같은 호위사들이 하백련을 호위해주기까지 했다.
클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이윽고 은하는 탈환전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을 30명으로 결정했다.
“인원은 이렇게 정하기로 하고…. 은아 누나랑 민호 너는 다섯 파티로 인원을 재편성해줘. 텔레파시스트는 파티에 적어도 1명씩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건 알지?”
“응, 그렇게 할게. 은하 네 파티는 서나나 리엘이를 붙여줄게.”
“그럼 진파랑은…. 화력이 부족한 파티에 편성하면 되겠네. 서포터도 파티마다 1명씩은 있어야겠고.”
“두 사람이 알아서 잘 편성해줘.”
자신하고 노은아, 목민호, 정하양, 차은우가 파티 리더를 맡는다.
마침 파티 수가 적절했다.
은하는 이제 손을 놓기로 했다.
제2 보급소대에 속한 클랜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판도라 클랜원들을 지원할 계획을 세우는 역할은 모두 행정관과 서브로드들의 몫이었다.
우리 클랜 보급물품은 뭐…. 워낙 후원받는 그룹이 많으니까 품질이나 맛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자신의 역할은 결재하는 것일 뿐.
하나 더 있다면 추후에 편성되는 파티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은하는 이제 편한 마음으로 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소리 들었어?”
“어? 그 소리? 어떤 소리?”
계속 회의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
잠시 휴식을 취하게 되었을 때.
정하양이 불쑥 화제를 꺼냈다.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정하양이 말하기를─.
“─최근에 우리 클랜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들을 구주라고 부르고 있단 이야기가 있더라고.” “구주?” “응, 아홉 기둥이라는 뜻이래.”
“우리가 거기 들어 있을 리 없고, 누구누구가 있는데?”
대표 플레이어들이란 이야기에.
은하는 호기심을 보였다.
판도라클랜도 이제 창단한 지 어언 5년이 되었다.
나름 인지도를 쌓았으니, 클랜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를 부르는 단어가 생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음…. 근데 그게 아직 정확하게 정해지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 몇몇 구성원은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데, 몇몇은 사람들마다 다르더라고.”
정하양이 구주라고 불리고 있다는 클랜원들의 이름을 읊었다.
대부분 원년 클랜원들이었다.
은하는 클랜원들의 이름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우리 클랜에 있지 않았다면 다른 클랜에서 한 가닥은 했을 텐데 아쉽네.
은하가 생각하기에도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결국 세상 사람들이 정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래서 다들 이번 탈환전에서 공을 세우려고 벼르고 있다더라고. 나 보고 꼭 사진으로 남겨 달라며 사정하는 파랑 오빠도 있었어.”
“하긴, 이번 탈환전이 기점이 되긴 하겠네.”
구주로 거론되는 클랜원들이 지금 지옥 훈련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그들도 단지 판도라클랜에 소속된 플레이어로만 불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명성을 쌓고 싶다.
공훈을 세우고 싶다.
어느 누가 그러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이번 탈환전이 본격적으로 3세대 플레이어들이 활약하는 무대가 되겠지.
판도라클랜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많은 영웅들이 나타나리라.
회귀 전, 은하가 그랬던 것처럼.
리라이프 플레이어 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