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68
이른 아침.
제2차 의정부 탈환전에 참전하는 플레이어들이 도봉역의 장벽 앞으로 모여들었다.
“”””…….””””
드높이 세워져 있는 장벽.
하늘마저도 가릴 것 같던 장벽이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저 장벽 너머에 의정부가 있다.
그리고 오늘, 저 장벽을 넘는다.
플레이어들은 굳은 얼굴을 한 채로 디바이스에 손을 얹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전장에서 믿을 것은 그들의 무기밖에 없었다.
[─마나관리기구에서 전파합니다. 모든 플레이어는 오전 9시까지 필히 자신이 배정받은 소대에 집합하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전파합니다. 모든 플레이어는….]보급, 공략, 통신.
탈환대는 세 개 부대로 나뉘었고, 각 부대 밑으로 다시 소대, 분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병력은 대략 4500여 명.
제1차 의정부 탈환전에 투입되었던 병력과 비슷한 숫자였다.
그들은 머릿속에서 시끄럽다시피 연이어 울려대는 텔레파시를 들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소대는 인원을 확인해 속히 부대장에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이윽고 정해진 시각이 되었다.
소대를 대표하는 텔레파시스트들이 자신의 소대에 모인 플레이어들에게 텔레파시를 전달했다.
[안녕하세요, 제2 보급소대 여러분. 지금부터 판도라 클랜로드의 전언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분대장들은 시급히 분대의 인원 현황을 파악해, 판도라클랜 정하양 네비게이터에게 대면으로 보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보고가 늦거나, 인원을 부정확하게 보고하는 분대에게는 그에 합당한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상 판도라클랜 진서나 텔레파시스트가 전달합니다.]제2 보급소대에 속한 플레이어들은 텔레파시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사람이 진서나인가?”
“듣던 대로 예쁘기는 하네. 인상이 제법 도도해 보이기는 하지만….”
“척 보기만 해도 기품이 느껴지네. 아인들은 차별을 받은 경험이 많아, 소심한 성향이 일반적인데 말이야. 그게 아니면 억세게 자란 나머지, 털털한 성향인데…. 그런데 저쪽은 꼭 양갓집 규슈처럼 자라기나 한 듯 분위기를 풍기고….”
“KK제약의 직계라잖냐.”
“음, 그래서 그런가? 어쨌든 간에 사람들이나 아인들에게 인기가 있을 만도 하군.”
“”””…….””””
판도라클랜 텔레파시스트 진서나.
아침 햇살에 환하게 빛나는, 금색 머리칼을 지닌 여우형 아인이었다.
섣불리 대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여러모로 화젯거리였다.
그녀의 미모가 첫 번째 이유요.
그녀의 배경이 두 번째 이유고.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거기. 잡담할 시간이나 있으면, 얼른 인원 파악이나 해주시죠. 부디, 좋은 말로 할 때 따라주세요. 저나 판도라 클랜로드나 괜히 이런 일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요.]“”””이, 인원 파악 실시!!””””
그녀가 판도라 클랜로드 노은하의 메신저로 잘 알려져 있다는 것.
판도라클랜에 텔레파시스트가 제법 많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판도라 클랜로드는 중요한 내용을 전파할 때에는 꼭 진서나를 메신저로 이용하고는 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판도라 클랜로드의 권위를 당연하다는 듯이 휘둘러, 그들에게 따끔하게 경고했다.
그제야 정신이 확 깬 플레이어들이 황급히 인원 파악을 실시했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백서진 마나관리기구 장관님의 선언이 있겠습니다.]인원 파악이 끝이 나고.
오와 열을 맞춰 선 플레이어들은 백서진의 선언을 듣게 되었다.
십이좌 필두.
제2차 의정부 탈환대를 지휘하는, 총괄 책임자.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백서진이 입을 열었다.
“”””…….””””
[그러나─.]백서진의 선언은 탈환전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신호였다.
플레이어들은 그의 연설을 들으며, 동조하듯 소리가 나게 땅을 밟았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일대에 퍼지며, 다시 그들의 심장을 쿵쿵 때렸다.
[─우리는 더는 잃지 않을 것이며, 빼앗긴 것들을 되찾을 겁니다.]단순하고 직설적인 말이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지금까지는 상실의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다르다.
백서진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우리는 장벽 너머 있는 의정부를 시작으로, 그 위에 있는 북부를 되찾아나갈 겁니다! 더 이상 우리는 상실하지 않고, 얻기만 하며, 탈환과 개척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대번영의 시대를 살게 될 겁니다!]“”””───!!!!””””
탈환과 개척의 시대.
그리고 대번영의 시대.
이제부터 그동안 겪지 못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저기 저 드높은 장벽 너머에 많은 번영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탈환대를 구경 온 사람들이 열광 어린 소리를 토해냈다.
플레이어들도 질 수 없다는 듯이 함성을 내질렀다.
그리하여─.
[─탈환대의 무운을 빕니다.]제2차 의정부 탈환전이 시작됐다.
☆
장벽을 지나는 문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까 탈환대는 자력으로 장벽을 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보급, 통신부대가 운반하는 물건들이었다.
더 큰 문제는─.
─전차들이 더 문제지.
전차에 실을 탄환도 문제고.
은하는 한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1, 제3 보급소대가 애를 쓰면서 전차를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M48패튼 계열 전차의 중량은 약 45톤이라고 한다.
캐스터들과 서포터들이 마법으로 전차를 들어올리기에도 부담이 되는 무게였다.
그럼에도 군인들이 올리는 것보다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저 군인들도 마법을 배웠다지만, 실전에서 구르고 구른 플레이어들에 비할 바는 못 되지.
군인들의 마법은 전형적이었으며, 효과도 변변치 않았다.
전형화된 마법의 약점이었다.
그에 비하여 플레이어들의 마법은 워낙에 다채로웠다.
그만큼 그들이 자신의 성미에 맞게 개량하거나 개발했다는 뜻이었고, 효과는 두말할 여지도 없었다.
그렇다고 하나 아직도 올려야 할 전차가 많은 상황이었다.
후, 어쩔 수 없지.
우리도 좀 도와주는 수밖에.
같은 보급부대의 일이었던 만큼, 은하는 못 본 척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전차를 옮기는 걸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저들을 돕기로 했다.
“아라야, 네가 1분대에서 5분대의 캐스터, 서포터들을 데리고 도와줘. 저러다 날 새겠다.”
“엑, 저거 엄청 무거워 보이는데…. 그래, 알았어. 도와주고 올게.”
은하는 조아라에게 부탁했다.
그녀가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녀는 정하양의 도움을 받아 다른 분대의 캐스터와 서포터들을 차출했다.
그들이 군인들에게 향했다.
메멘토 마기아
낡은 회중시계의 뚜껑을 열고.
조아라는 연산능력을 높였다.
그녀가 지휘봉처럼 생긴 지팡이를 휘둘렀다.
충무 등급 보물로 만든 디바이스, 하모니 스틱(Harmony Stick).
지팡이 끝이 반짝였다.
끝에서 술식이 악보처럼 흘러나와 그녀의 주변을 떠돌았다.
매그너타이즈(Magnetize)
매그네틱 필드(Magnetic Field)
라이튼 더 로드(Lighten The Load)
플라잉(Flying)
─제로 그래버티(Zero Gravity)
하나의 악보는 네 갈래로 나뉘고.
하늘거리는 악보들이 서로 합쳐져 조화를 이뤄나간다.
전차에 자성을 부여하고.
지면이 자성을 띄도록 설정하자, 전차가 지면에서 살며시 떠오른다.
그리고 전차의 무게를 경량화하고, 일정 높이까지 올라가도록 설정하는 부유마법을 부여한다.
“”””…….””””
그러자 전차들이 더 높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플레이어들은 일순 넋을 놓았다.
네 가지 마법을 적절하게 조합해, 일반적인 차원의 마법을 고차원적 마법으로 승화시킴으로써.
몇 사람이 들러붙어서 겨우 1대를 하늘 높이 띄울 수가 있는 작업을 혼자서 처리하고 있다.
사람들이 경악할 만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아라는 전차를 장벽 너머로 안전히 내리는 데에만 열중했다.
레비테이션(levitation)
그녀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녀가 지휘봉을 휘두르자, 전차가 휘두르는 방향대로 움직였다.
“나는 그럼 운반 작업을 도와주러 먼저 장벽 너머로 가 있을게.”
“그래, 수고해.”
조아라가 전차와 함께 사라진다.
은하는 장벽 너머로 모습을 감춘 조아라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럼 우리도 올라가자.”
그때쯤 제2 보급소대원들도 거의 작업을 끝마친 상태였다.
그들이 장벽을 오르고 있었다.
은하도 이제는 판도라 클랜원들과 장벽을 오르기로 했다.
☆
판도라클랜 네비게이터 온태희.
그녀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의정부로 넘어간다.
두렵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제 와서 동기 손가연을 따라서 제2차 의정부 탈환전에 참가하겠다 다짐한 게 후회가 되어 밀려왔다.
“벽이 크네….”
장벽 앞에 서며.
온태희는 그대로 압도되었다.
저 장벽은 공포였다.
몇십 년 전, 몬스터들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공포심에 드높이 쌓아올린 공포.
그녀는 장벽 앞에 서게 되니, 당시 사람들이 장벽을 쌓아올리며 겪었을 공포가 피부로 느껴지는 듯했다.
바로 그때─.
「─긴장돼?」
“아, 가연아….”
손가연이 불쑥 손을 잡았다.
등 뒤에서 다가온 손길에 흠칫한 온태희는 손가연의 얼굴을 보고서야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겁을 먹고 있으면 어떡해.
가연이가 걱정하고, 다른 사람들도 걱정할 텐데.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다.
그러니 괜히 다른 사람에게 걱정을 끼칠 수 없는 일이었다.
온태희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 몬스터들로 들끓는 의정부에 손가연을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아서 지원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괜찮아. 가연이 너는?”
「긴장은 되지만 괜찮아. 여기에는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응, 그렇지, 참.”
손가연의 마스크에 떠오른 문구.
온태희는 문구를 읽고 금세 표정이 풀어졌다.
이내 그녀의 시선은 한 곳에 있는, 판도라클랜 플레이어들에게 향했다.
자신들의 선배들.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안심이 들었다.
특히나─.
─은하 오빠가 있으니까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판도라 클랜로드 노은하.
그녀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신기하게도 다른 클랜원들도 모두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모두, 같은 생각인 것이리라.
바로 그때, 정하양과 이야기하던 은하가 클랜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럼 우리도 올라가자.”
“”””──!!””””
노은하가 지시했다.
클랜원들과 부대원들이 화답했다.
두려움을 잊기 위해서.
온태희나 클랜원들은 큰소리로 응답했다.
괜찮아, 다 잘될 거야.
노은하를 시작으로.
노은아, 목민호, 차은우, 정하양 등 클랜원들이 차례로 벽을 오른다.
온태희는 장벽에 손을 댔다.
한편에는 위에서 누군가가 내려준 밧줄이 매달려 있었다.
부릅
온태희는 힘껏 밧줄을 쥐었다.
그리고 발밑으로 마나를 발현해, 벽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그대로 벽을 탔다.
“후웁…!”
언제 오를지 알 수 없는 높이.
무거운 짐까지 이고 벽을 타려니, 그만 포기하고 말 것 같았다.
꼭 고독과 싸우는 것 같고.
또 공포와 싸우는 것 같다.
얼마나 올랐다고 벌써부터 몸에서 땀이 뻘뻘 흘러내렸다.
“─괜찮아? 힘들면 벽에 붙어서 좀 쉬어도 돼.”
그때 유남훈이 말을 걸어왔다.
유남훈.
유남훈은 판도라 클랜원 사이에서 최은혁과 함께 무척이나 인기가 많았다.
아랫사람들을 살뜰하게 챙겨주는 성격이 인기의 요인이었다.
지금도 그랬다.
유남훈이 걱정하는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아니에요, 오빠. 저는 괜찮아요. 먼저 올라가세요. 저도 얼른 따라갈 테니까요.”
“…그래, 알았어.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마.”
“네, 고마워요.”
온태희는 애써 밝게 웃었다.
그러자 유남훈은 걱정을 하면서도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지나쳐 벽을 올랐다.
온태희는 다시금 손을 움직였다.
네비게이터라고 힘들어하면 안 돼.
나도 판도라 클랜원이야.
온태희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직도 한참이나 남은 높이.
벽을 언제 다 오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온태희는 좌절하지 않았다.
저 위에서 판도라 클랜원들이 벽을 오르고 있었으니까.
“후웁!”
저들이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저들을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끝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자.
자신보다 앞서 나가는 클랜원들이 모든 공포를 베어줄 것이다.
그리하여─.
“─올라오느라 힘들었지? 자.” “아, 은하 오빠.”
“손 줘. 끌어올려 줄게.”
그녀는 마침내 벽을 올랐다.
정상으로 손을 내밀려는 그때.
노은하가 손을 내밀었다.
대견하다는 듯한 얼굴.
온태희는 그에게 인정받은 기분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노은하가 그녀를 힘껏 끌어당겼다.
“벽 너머는 처음 보지? 기분 어때? 우리나라 최전선에 선 기분이.”
“와….”
벽 위로 올라오자.
거센 바람이 나부꼈다.
머리칼이 눈앞을 가렸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 온태희는 곧 눈을 떴다.
내가 정말 최전선에 있는 거구나.
수풀로 우거져 있는 정글.
듬성듬성 보이는 회색 건물.
그리고 과거 문명의 흔적들.
자신이 전혀 모르는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온태희는 감상에 젖었다.
이 광경을 보는 순간, 자신이 정말 의정부 탈환전에 참가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마음속에서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잘…, 할 수 있을까.
몬스터들에게 빼앗긴 저 세상을, 과연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대자연에 압도된 온태희는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아….”
다시 바람이 불었다.
온태희는 손으로 머리칼을 잡으며 다른 클랜원들을 찾았다.
그리고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불안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
적갈색 망토.
의정부 탈환전을 위해 맞춘 망토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수십의 망토가 펄럭이는 모습은 꼭 거대한 날개가 펼쳐진 것만 같았다.
“”””…….””””
바람을 맞으며 지평선을 바라보는 판도라 클랜원들.
저 광경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길을 더듬고 있는 레인저, 호시미야 카에데.
행여나 바람에 밀려나지는 않을까 한쪽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추고 있는 캐스터, 배수빈.
이 상황에서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팔짱을 낀 채로 웃고 있는 헌터 겸 텔레파시스트, 진파랑.
검집에 손을 얹어두고 있는 딜러, 최은혁.
라이플을 재차 확인하는 스나이퍼, 봉구래.
바닥을 짚은 검에 두 손을 얹은 딜러, 목민호.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칼을 넘기며 꼬리를 흔들고 있는 텔레파시스트, 진서나.
푸르른 머리칼을 휘날리는 딜러, 류연화.
이외에도 많은 클랜원들의 모습이 거대한 존재처럼 다가왔다.
“─이만한 규모로 벽을 올랐으니, 몬스터들이 눈치를 챌 만도 하지. 많이도 오고 있네. 다들,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려.”
그리고 노은하까지.
온태희는 자신이 저들의 일원이란 생각이 드니 안심이 되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적갈색 망토를 펄럭이는 저들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다.
그리고 자신 역시 저들을 지키며, 거대한 날개를 이루는 한 축이 될 것이다.
☆
장벽 너머의 세상에 압도되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곧장 정신을 차려야 했다.
몬스터들이 그들의 기척을 느끼고 장벽 근처로 몰려오고 있었다.
[판도라 클랜로드의 전언을 전하니 제2 보급소대 여러분들은 따라주기 바랍니다! 딜러와 헌터는 제일 먼저 장벽을 내려가 녀석들을 섬멸한다! 이상 판도라클랜 진서나 텔레파시스트가 전달합니다.] [판도라클랜 텔레파시스트 아리엘! 추가로 안내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캐스터, 서포터, 스나이퍼는 그대로 장벽 위에서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그럼 무운을 빌어요!]각 소대장들이 대처를 시작했다.
제2 보급소대도 마찬가지였다.
용산구, 중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이 그 즉시 움직였다.
딜러, 헌터들이 재빠른 몸놀림으로 장벽 아래로 내려갔다.
뒤이어 헌터들이 설치한 줄을 타고 레인저, 가디언 등이 내려왔다.
그때쯤 딜러들은 선두에서 몰려든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엑!!
몬스터들이 재빠르다.
그리고 흉포하다.
공격이 묵직하기까지 하다.
플레이어들은 코쿤 밖에서 출몰한 몬스터들의 힘에 혀를 찼다.
하지만 구르고 구른 사람들이었다.
특히 서울 재앙을 겪은 사람들은 예상보다 강한 놈들을 두려워 않고 공격을 이어나갔다.
“뒤는 신경 쓰지 말고 닥치는 대로 죽여! 어차피 뒤는 다 아군이니까!”
제2 보급소대의 2분대를 담당하는 다산클랜의 플레이어들.
그들 중 한 명이 도끼로 몬스터의 머리를 깨부수며 소리쳤다.
클랜원들이 호응했다.
“당황하지 마라! 어차피 숫자로도 우리가 더 많다!”
“전방에 제6위계 몬스터 출몰…! 속히 지원을 바랍니다!”
“제3 파티! 너희가 저놈을 막고, 제2 파티가 엄호한다! 실시!”
“”””실시!!””””‘
몸풀기로 딱 맞다.
다산클랜의 플레이어들은 어느새 전투에 도취해 있었다.
아니, 누구든 그랬다.
대군을 이룬 플레이어의 힘은 가히 무시할 수 없었다.
몬스터 대군이 쓸려나가고 있다.
게다가 등 뒤에서는 그들을 든든히 받쳐주는 플레이어들까지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주변에 신경을 쓸 것도 없으니까 화력을 있는 대로 퍼부어!”
이곳은 도심이 아니었고.
주변에 민간인도 없었다.
피해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들은 아낌없이 힘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가시나무의 나라
스파크 블래스트
혜성
그들은 자신들이 지휘를 받고 있는 판도라클랜의 저력을 믿고 있었다.
중구에서 활동하는 그들이 모를 리 없었다.
콰콰콰쾅!
전투가 벌어진 것을 감지한 놈들이 다시금 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딜러들이 선두로 달려나가 놈들과 뒤섞여 싸울 필요는 없었다.
난데없이 지면에서 솟구친, 가시가 돋아 있는 나무줄기가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묶어버렸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불덩이는 물론 화살비까지 쏟아졌다.
가시에 박혀 괴로워하던 녀석들이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나아가─.
─한매류
장맛비
문득 냉기가 느껴지는가 했더니.
불길로 뜨겁게 달궈진 지면 위로 송곳처럼 날카로운 얼음 기둥들이 떨어져 내렸다.
숨이 붙어 있던 몬스터는 그대로 몸을 꿰뚫려 절명하고 말았다.
“선두가 무너졌다! 돌격하라!”
“”””돌겨어억─!!””””
몬스터들의 기세가 주춤했다.
다산클랜은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클랜로드의 신호를 받은 사람들이 가시나무가 사라지자마자 돌격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화르륵!
불길이 일었다.
진홍의 불길이 그들을 지나쳤다.
플레이어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용산구와 중구의 플레이어들이라면 모두 진홍의 불길을 다루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깜짝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불길과 함께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흡족해하기만 했다.
환수변환
피닉스의 망토
불길이 플레이어들을 보호하며.
여러 갈래로 나뉜 불길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덮쳤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