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70
간밤에 몬스터가 출몰했다.
플레이어들이 잠이 든 시간을 틈탄 놈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들어서는 건물 안으로 침투했다.
보초를 서고 있었던 플레이어들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재빠른 데다, 기척을 감추는데 능한 놈들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르르르!!
키에에엑!!
놈들이 그때를 기점으로 신한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던 소리를 듣고도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사람들도 모두 잠에서 깨야 했다.
편히 자지를 못하겠네.
오늘 잠을 자기는 글렀네.
은하도 잠에서 깼다.
욕지기를 내뱉은 그가 검을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클랜원들도 디바이스를 챙겨서는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양아,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할 수 있지?” “응, 잠시만.”
은하는 정하양을 불렀다.
그녀는 이미 마녀의 모형정원으로 주변 지리를 살피고 있었다.
붉은 점들이 무척 많았다.
놈들이 대학교 외곽에서 침투해, 이미 상당수가 부지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400…, 까지는 안 되는 것 같아. 무리의 평균 위계는 대략 제7위계 오버랭크 정도야. 이 정도 규모라면 곧 진압할 수 있을 거야. 지금 보니 외곽 지대에서 공략부대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 같고….”
“그럼 외곽에서 녀석들이 이 이상 몰려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겠네. 공략부대가 지금 외곽을 방어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거라면, 그럼 우리는 부지 내에 침투해 있는 몬스터들을 상대하는데 집중해야지.”
“건물 안에도 침투해 있을 거야. 창문 깨지는 소리가 들린 걸 보면 비행이 가능한 몬스터도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고.”
“부지 방어에 건물 방어…. 그리고 비행형 몬스터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건데….”
은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닉 웨이브를 사용해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의 기척을 더듬기도 했다.
공략부대가 부지에 있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는 듯했다.
건물 안에 들어온 몬스터의 경우, 통신부대와 보급부대가 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부지는 다른 사람들한테 맡기고, 우리는 건물 안에 있을 몬스터들을 토벌하면 되겠네. 그리고 하는 김에 지금도 공중에서 들이닥치고 있을 비행형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
“민호 네가 클랜원들을 지휘해줘. 최소 3인 규모 파티로 만든 다음에 건물 안을 샅샅이 수색해줘. 서나는 지금 내 지시를 분대장들에게 전파해주고.” “알았다. 그렇게 할게.”
“알았어. 지금 바로 연락할게.”
“서포터들은 부상자를 치료해주고. 잠을 자던 도중에 당한 기습이라서 다친 사람이 꽤 있을 거야.”
생각을 마치고.
은하는 빠르게 지시했다.
그러자 그와 워낙 오래 알고 지낸 클랜원들이 척척 따랐다.
“그리고 카에데하고 구래, 가연이. 세 사람 포함 스나이퍼들은 모두 날 따라오고. 서나야, 분대장들한테도 스나이퍼들은 옥상으로 올려보내라 텔레파시를 보내줘.”
“우리는 비행형 몬스터를 토벌하면 되는 거지?”
“자기랑 같이 싸우는 거야?”
「네, 얼른 준비할게요.」
얼른 마저 자고 싶다.
잠에서 깬 클랜원들의 생각은 모두 동일했다.
그들이 군말을 표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몬스터들이 어둠 속을 날아다닌다.
박쥐, 까마귀, 올빼미의 형태를 한 놈들은 밤하늘에 녹아들기 적합한 몸을 하고 있었다.
어둠을 밝혀야 했다.
화르륵!
건물 옥상으로 올라온 은하는 곧장 손가락을 튕겼다.
작은 불씨들이 옥상을 빙 두르며, 밤하늘을 은은하게 비추었다.
돌연 지상이 밝아지자 낄낄거리며 밤하늘을 선회하던 몬스터들이 깜짝 놀란 기색을 보였다.
은하는 놈들이 어둠을 밝힌 환경에 적응할 틈을 줄 생각이 없었다.
“─엄호는 내가 해줄 테니, 놈들을 한 마리도 남김없이 섬멸해버려.”
제2 보급소대장의 지시였다.
판도라 클랜원들은 물론, 소집령에 득달같이 모여든 스나이퍼들이 그의 지시에 응답했다.
실탄 일발 장전
록 온(Lock On)
언이스케이퍼블(Unescapable)
스나이퍼들이 마법을 발동한다.
어떤 이는 몸에 밴 습관에 따라서 탄환을 장전하고.
봉구래와 같은 스나이퍼들은 즉시 타깃을 지정하고.
또 다른 이는 몬스터들이 일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법을 건다.
이윽고 그들이 몬스터들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를 빠져나간 탄환이 어둠 속을 가로지르며 놈들을 꿰뚫는다.
끼이이이이익!!
놈들이 탄환을 맞고 떨어진다.
마나가 되어 사라지는 몬스터들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날개를 다쳐 지상에 떨어진 놈들은 대개 몸 어딘가가 부러졌다.
놈들은 다시 하늘로 오르기도 전에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몬스터들은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쉬이이이익!!
간혹 공격을 피한 놈들도 있었다.
몸이 날렵하고, 마법에 저항하는 능력을 지닌 놈들은 스나이퍼들의 탄환을 피해냈다.
그러고는 도망치는 게 아닌 과감히 들이박는 것을 선택했다.
스나이퍼들에게는 꽤나 골치 아픈 녀석들이었다.
─기프트
이에 손가연이 나섰다.
기프트를 발동한 그녀가 차분하게 스코프에 놈을 담아냈다.
놈도 그녀를 마주쳤다.
쉬이이익!!
마치 다음 목표는 너란 듯이.
고도를 낮춘 몬스터가 접근해왔다.
까마귀와 익룡을 섞은 듯한 외모.
손가연은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는 제6위계 몬스터를 눈으로 쫓았다.
놈이 스코프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록 온 마법이 스코프에서 벗어난 상대를 추적하고 있다.
마법이 라이플 총구를 움직였다.
다시 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쯤 거리가 가까워졌고─.
─히트 빔(Heat Beam)
놈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거리에 들어왔을 때.
손가연은 놈을 저격했다.
뜨겁게 달궈진 빛줄기가 번쩍였다.
아가리를 쳐벌리고 달려들던 놈은 그길로 빛줄기에 꿰뚫렸다.
단 한 발.
그녀가 녀석을 토벌하는데 사용한 탄환 수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솜씨를 그리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른 적들을 사격했다.
이후로도 그녀는 제6위계 몬스터를 단 한 발로 사살하는 힘을 보였다.
이제는 의 니 이 정도 솜씨는 보여줘야지.
전투가 시작되면 다른 곳에는 전혀 한눈팔지 않는 건 변하지 않았고.
은하는 손가연의 솜씨를 평가하며 흡족해했다.
현재 손가연은 이렇다 할 이명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의정부 탈환전이 끝날 때는 새로운 이명을 얻게 되리라.
그런 한편 은하는 봉구래의 실력을 파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봉구래도 잘하고 있었다.
가연이랑 구래는 결이 달라.
1번에 쓰러뜨리느냐, 그게 아니면 여러 번을 쏘더라도 안전하게 쓰러뜨리느냐 하는 차이지.
고위계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있어 특화되어 있는 손가연.
잠입, 저격 임무에 특화되어 있는 봉구래.
어느 쪽이든 좋은 인재들이었다.
은하는 서로 성향이 겹치지 않는 무기를 얻은 것에 만족했다.
슬슬 정리가 된 건가.
밤하늘을 날아다니던 몬스터들도 이제는 얼마 보이지 않았다.
“구래야, 나머지는 부탁할게.”
“알았어, 자기. 나만 믿어. 내가 다 정리해놓을 테니까.”
은하는 봉구래에게 상황을 맡기고 다른 곳을 확인하러 가기로 했다.
때마침 옥상 아래에서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한매류
은빛바람
때마침 류연화가 보였다.
은하는 곧장 옥상 난간을 밟고서는 아래로 떨어졌다.
환수변환
피닉스의 날개
날개를 펼쳐 도중에 추락을 막고.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날개를 접은 은하가 류연화를 향해 뛰어갔다.
그녀의 등 뒤에서 몬스터가 하나 달려들고 있었다.
우보
블레이즈 크래셔
한매류
폭포
류연화는 뒤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은하의 기척을 느낀 것이다.
그렇기에 류연화는 등을 내주며, 정면에 있는 몬스터를 상대했다.
그사이, 은하가 류연화의 등 뒤를 노리고 있던 몬스터를 베어냈다.
“고마워.”
“누나도 죽일 수 있었으면서, 뭘.”
“그래도.”
“여기 정리는 다 됐어?”
“거의 다 됐어. 지금 보이고 있는 몬스터들만 죽이면 돼.”
“그럼 얼른 끝내고 잠이나 자자. 이제는 나도 피곤하다.”
“응.”
불길이 일고.
얼음이 솟구친다.
두 사람이 서로 등 뒤를 내준 채 전투에 임했다.
☆
전투가 시작되고 1시간.
몬스터들을 모두 소탕했다.
피해는 경미했다.
“첫 기습을 당한 것 외에는 크게 상처를 입은 사람은 없는 건가.”
어찌 보면 공성전이었다.
플레이어들은 건물의 이점을 살려 놈들의 공격을 피하고 막아냈다.
게다가 비행형 몬스터들을 빠르게 격퇴함으로써 위험해질 수가 있는 여지를 줄이기까지 했다.
“피해가 크지 않다니까 다행이네. 서포터들도 일찍 잘 수 있겠네.” “그러게. 이대로 자지도 못한 채로 의정부로 향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그럼 나는 신입들 살펴보러 갈게. 겉으로는 아닌 것처럼 굴어도 아마 느닷없이 기습을 당해서 많이 놀라 있을 거야.”
“신입들 챙기는 게 열심히네. 그래, 천서처럼 믿음직하지 못하게 애들 챙기려고 하지 말고, 은혁이 네가 애들 좀 잘 챙겨줘.”
“…천서도 나름 잘 챙겨주고 있는 편일걸? 우리야 걔 성격을 알지만, 신입들은 잘 모르거든.”
“그럼 그냥 퍼뜨리지. 천서 걔가 흑심이 많으니까 조심하라고.”
“천서한테도 이미지란 게 있잖아. 후임들한테 잘 보이고 싶어 하는데, 괜히 천서 흑역사까지 까발리면서 애들 보고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도 그렇잖아.”
“하긴, 그렇기는 하지.”
“애들이 알아서 판단하게 해야지. 물론, 저번에 서나한테 들어보니까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지만.”
“블랙리스트?”
“민지랑 여자애들이 아카데미에서 만들어놓은 블랙리스트가 알음알음 공유 중이라고 하더라.”
플레이어들이 주변을 정리한다.
네비게이터들이 마치 이삭을 줍듯 마석을 챙기고 있었다.
은하는 그들에게 일을 맡긴 채로 최은혁과 대화를 나눴다.
“일단 나는 그만 가볼게.”
“그래, 잘 자.”
“은하 너도.”
이내 은하는 최은혁을 보냈다.
판도라클랜의 신입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었다.
성미에 맞지 않았다.
은하는 굴리는 게 더 좋았다.
그래서 그는 최은혁에게 신입들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은하에게는 따로 역할이 있었다.
분대장들한테 얼른 보고를 받고, 소대장들하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부대장들한테 얼른 보고하고 잠이나 자야지.
그는 소대장으로서 분대의 피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투가 끝난 뒤에도 여기저기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 클랜원들 중 제일 바쁘리라.
연화 누나가 따라와줘서 다행이야.
말동무도 해주고.
다행히 옆에 류연화가 있었다.
그녀의 역할은 진즉 끝났건만.
그녀가 돕겠다면서 따라온 것이다.
그러던 중─.
“─KK 클랜로드?”
“저기도 피해 현황을 파악하는 중인가 보네.”
분대장들의 보고를 듣던 중.
은하는 저만치에서 클랜원들에게 보고를 받고 있던 KK 클랜로드 황산군을 발견했다.
거대한 호랑이 두 마리가 있었으니 눈에 들어올 만도 했다.
“”…….””
그때 호랑이들도 은하를 발견했다.
호랑이들과 패스가 연결되어 있는 황산군의 고개가 홱 돌아가고.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이내 황산군이 등을 돌렸다.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보네.
못마땅하다는 듯한 황산군의 태도.
은하는 피식 웃기만 했다.
이제는 익숙해져 있었다.
몇 년 전, 은하가 가디언 부문의 십이좌로 선기준을 올리고.
이후로 몇 번의 사건을 겪으며.
두 사람은 마찰을 빚고는 했다.
그래도 마냥 나쁜 관계는 아니지.
클랜끼리 감정적인 경쟁 같은 건 하지 않았으니까.
두 사람의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클랜 간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마포구가 용산구 옆에 있다 보니 클랜원들끼리 교류가 있기도 했다.
굉장히 오묘한 관계였다.
“널 엄청 의식하는 것 같아.”
“누나 말이 맞아. 맨날 나 때문에 일을 말아먹기만 했으니 그렇겠지.”
은하는 현재 황산군의 심정이 조금 이해가 갔다.
이번 탈환전에서 큰 공을 세우고 싶은 것이리라.
최근에 동해그룹이 KK그룹보다도 앞서 나가는 형국이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요새 KK클랜이 많이 위축된 상황이기는 하지.
은평구의 동해클랜.
서대문구의 명왕클랜.
용산구의 판도라클랜.
세 클랜의 영향력이 커지는 한편, 마포구의 KK클랜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탈환전에서 재기의 발판을 노리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도 너무 욕심만 내지 않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욕심은 눈을 가리는 법이다.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피지 못하는 것은 물론.
때에 따라서는 오만해진다.
그리고 힘이 따르지 않는 오만은 많은 상실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마저 일이나 하러 가자. 누나도 졸립지?” “아니야. 나는 괜찮아.” “안 졸려? 안 피곤해?”
“아까까지는 피곤했는데…. 은하 널 보니까 싹 날아간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면 나 보고 어떻게 답하라는 거야?” “삐삐삐 빠빠빠 뿌뿌뿌!”
이전 삶에서 황산군이 의정부에서 제4위계 몬스터들을 얕잡아본 결과, 그로 인해 환수들을 잃고 말았듯.
그것을 시작으로 KK클랜이 거의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고 말았듯.
오만은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걸 한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물론─.
“─누나, 내가 그렇게 좋아?”
“응.”
힘이 따르는 오만은 예외였다.
은하는 류연화에게 대놓고 묻고는 혀를 내둘렀다.
은근히 기분이 좋으면서.
또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기면서.
한편으로는 요즘 들어 류연화에게 쩔쩔매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은하는 끙 소리를 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771(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