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75
그 시각, 제5, 6, 7, 8 공략소대는 북쪽으로 진군했다.
괴시니는 제2 보급소대, 제2 공략소대, 제5 통신소대가 토벌하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북쪽으로 진군하면, 위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를 막을 수 있기도 했다.
“─전군 정지. 가은아, 뒤따라오는 다른 소대들에게도 진군을 정지하란 텔레파시를 보내줘.”
“네, 클랜로드.”
그들은 빠르게 가능역을 벗어나서 북쪽으로 향했다.
동해클랜이 이끄는 제5 공략소대는 후미를 담당했다.
그들은 혹시나 괴시니가 위쪽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방어하는 동시에, 아래에서 필시 전투를 벌이고 있을 괴시니가 도망치지 못하게 압박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제6 소대를 이끄는 신라 클랜로드 김유진이 지시했다.
텔레파시스트에게 지시한 그녀는 곧 저 앞을 내다보았다.
“”””…….””””
녹향역을 벗어나자.
저 멀리서 내려오고 있는 군세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 있다.
네비게이터에게 명령해 굳이 수를 헤아릴 필요도 없었다.
많았다.
그 한 마디로 충분했다.
그리고 그들 위에 있는 하늘에서, 검은 구름을 헤쳐나온 형체는─.
─쿠오오오오오!!
제3위계 몬스터 이시미.
철갑을 두른 용이 포효한다.
아직 거리가 상당히 남아 있는데도 놈의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절로 소름이 돋게 하는 소리.
제6 공략소대의 플레이어들은 아직 별도의 지시가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체내 마나를 발현하기 시작했다.
“양희정. 현재 위치를 확인해.”
“현재 위치는 비석 사거리 인근. 자세한 좌표는 텔레파시스트를 통해 소대원들에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사거리에서 놈들을 상대하기에는 성가실 거야. 사거리를 지나쳐…, 저 앞에 있는 건물 단지에서 빠르게 전선을 구축한다. 또한 후미에 있는 소대들은 사거리 뒤, 양옆에 대기해, 놈들이 전선을 뚫고 들어올 경우에 대비하게 해줘.”
“네, 클랜로드. 그렇게 전할게요. 제5 공략소대는 어떻게 할까요?”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라고 전해. 위쪽은 우리가 어떻게든 막을 테니, 괴시니가 있는 아래쪽은 그쪽에서 잘 막아 달라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다 보니.
네비게이터, 텔레파시스트는 곧장 김유진의 지시를 이해했다.
이내 레인저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지시한 지점에 전선을 구축했다.
헌터, 캐스터들이 뒤를 따랐다.
크아아아악!!
발이 빠른 놈들이 있었다.
딜러들은 군세에서 벗어나 뛰어든 놈들을 상대했다.
그러는 사이 전선이 만들어지고.
이시미의 군세가 접근했다.
플레이어들이 체내 마나를 발했다.
그리고─.
“─신라클랜은 이시미 저 녀석에게 복수할, 오늘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14년 전, 의정부에서 우리를 구하러 목숨을 바친 선배님들과 동료들의 한을 풀어줄 차례다.”
“”””──!!””””
제1차 의정부 탈환전을 경험했던 신라 클랜원들.
손꼽아 기다려온 날이었다.
그들은 위압감을 내뿜고 접근하는 군세를 보고도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적들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들이 투지를 발했다.
쿠오오오오!!
이시미가 날아온다.
놈의 속셈이야 뻔했다.
14년 전에도 그랬듯.
군세에서 튀어나온 녀석은 단숨에 전선을 붕괴시킬 생각이다.
잘 됐다, 정말.
“─이도진.”
“네, 클랜로드.”
“선배님들께서 궁금해하실 거다. 네가 14년 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 한 번 보여줘라.”
“네.”
군단장이 군세를 버리고 적진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있을까.
김유진은 히죽 웃었다.
그녀가 조금 전부터 자신의 기운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던 이도진에게 지시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이도진이 응했다.
기프트
그가 앞으로 나선다.
체외로 흘러나오는 마나가 전류의 속성을 띈다.
파직, 파지직 하는 소리를 내며.
푸른 전류가 이도진의 몸을 휘감고 머리 위로 검은 구름이 몰려든다.
이시미의 구름이 아니다.
이도진이 만들어내는 구름이다.
파직!
전류가 사방에 튄다.
이시미가 다가온다.
이도진이 겨우살이를 뽑는다.
새하얀 도신이 번쩍인다.
쿠오오오!!
이시미가 포효한다.
그보다 더 큰 소리로 검은 하늘이 격노한 듯이 쿵쾅거리며 찢어진다.
콰쾅!!
마법이란 의지의 발현.
14년 전, 이도진의 의지는 녀석의 철갑을 꿰뚫지 못했다.
그럼에도 라 불리는 자신이 너무나 꼴사납게만 느껴졌었다.
그래서 단련하고, 또 단련해서─.
─신벌(神罰)
쳐라, 매우 쳐라.
마침내 이 경지까지 도달했다.
이도진이 허공에 검을 내리그었다.
─────!!!!!!!!
세상을 찢어발기듯.
눈부신 빛줄기가 떨어진다.
그 수는 가히 셀 수 없었으며.
그것들 전부가 가히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아다니던, 용도 아닌 이무기에게 내리꽂혔다.
“”””…….””””
일격.
이시미의 철갑이 후두둑 떨어진다.
놈이 정신이라도 잃은 건지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전군, 공격 개시!!”
“”””와아아아아아!!””””
이에 김유진이 즉각 명령했다.
정신을 차린 플레이어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신라클랜의 가 일격으로 이시미를 추락시켰다!”
“이시미를 먼저 죽여!!”
“우리에게는 가 있다! 그냥 닥치고 돌격해! 돌겨어어억!!”
제3위계 몬스터를 단신으로 토벌한 플레이어, 이도진.
아니, 이도진.
남궁성운 이래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강이라고 거론할 만한 플레이어의 탄생이었다.
☆
괴시니가 제3페이즈에 돌입했다.
플레이어들은 아연실색한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 데다가─.
“─아니, 저것들은 대체 어디에서 나타나고 있는 거야? 저것들 진짜 뭐하는 놈들이냐?”
강현철이 당황해할 정도로.
괴시니들이 가득 나타났다.
도로를 가득 메울 정도로 나타난 고양이들이 일제히 울어대는 소리는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아우씨! 고양이 소리 때문에 진짜 노이로제 걸리겠네!”
진파랑이 길길이 날뛰었다.
환상의 허물로 제복으로 갈아입은 그가 클로를 휘둘렀다.
블러드 클로우
냐아 나…
괴시니가 허무하게 갈라졌다.
놈의 육신이 세 갈래로 나뉘어서는 지면에 무너졌다.
즉각─.
“”””─……!!””””
냐아 냐아
세 갈래로 나뉜 육신이 세 마리의 괴시니로 변모했다.
그 광경을 눈에 담은 플레이어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야!? 죽여도 죽지 않고 왜 분열하냐고!”
그들도 가까이에 있던 괴시니들을 무심코 공격하다가 질겁했다.
심지어 놀라운 것은 플레이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도 괴시니가 늘어나고 있다는 거였다.
냐아 냐아
고양이들이 운다.
놈들이 한 걸음 다가온다.
플레이어들은 겁을 먹고 한 걸음 물러난다.
바로 그때, 괴시니의 앞발이 어느 플레이어의 몸에 접촉했다.
─콰직!
“”””…….””””
괴시니의 그림자가 입체로 변해, 돌연 입을 크게 찢었다.
수십 개의 톱니가 드러나고.
플레이어는 대응하지도 못한 채로 신체가 절단되었다.
“뭐, 뭐야!! 이것들을 대체 어떻게 죽이라는 소리야!”
“본체! 본체를 쓰러뜨리면 된다! 당황하지 말고 본체를 죽여!”
“본체가 어디에 있는데!?” “”””…….””””
마땅한 대처 방안이 없었다.
그때까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던 플레이어들의 기세가 흐트러졌다.
늘어나는 괴시니들에게 뒤로 밀려 진형이 의미를 잃어가고.
사기가 떨어져 나간다.
사기를 잃는 순간, 끝이다.
─시리게 피는 겨울
이에 은하는 시리게 피는 겨울을 크게 휘둘렀다.
붉은 꽃잎이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차츰 진정시켰다.
“파랑 형, 전선을 뒤로 물린다고 텔레파시를 전해. 아마 지금쯤이면 후방에서도 상황을 인지하고 전선을 물릴 준비를 하고 있을 거야.”
어쩔 수 없다.
진형이 무너지면 전선을 뒤로 물려 다시 진형을 구축해야 했다.
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냐아 냐아
무한히 늘어나는 괴시니를 처리할 방안을 찾아야 했다.
저놈들은 백면상이랑 달라.
괴시니의 마석은 하나야. 그러니까 분신체들은 마석이 없는, 구울 같은 놈들과 다르지 않다는 거고.
은하는 손가락을 튕겼다.
불길이 일었다.
불길이 괴시니를 집어삼킨다.
고열을 이기지 못한 괴시니 하나가 녹아내린다.
“아하! 육신이 남으면 증식하니까 육신을 남기지 않고서 없애버리면 되는 거구만!”
“그게 쉽지가 않으니까 문제에요. 그런 데다가 저놈들에게는 일반적인 정화마법도 통하지 않는다고요.”
강현철도 손가락을 튕겼다.
도로가 금세 불바다가 되었다.
괴시니들이 울어댄다.
일부는 불에 타서 소멸하고.
일부는 불길을 헤치고 나온다.
그리고 불길을 헤치고 나와 살아난 괴시니가 줄어든 수만큼 증식한다.
강현철은 눈살을 찌푸렸다.
“일반적인 정화마법? 뭔 소리야?”
“정화마법의 특성이 부여된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냥 구울들을 쓰러뜨렸을 때처럼 똑같이 하면 되는 거 아니냐?”
“형체도 없이 소멸시켜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 디바이스로 그런 일이 가능하겠어요?”
“아….”
강현철은 자신이 손에 쥔 대검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대검은 현재 박혜림이 전개한 정화마법이 깃들어 있었다.
그가 쥔 대검으로 괴시니를 쉽게 죽일 수 있겠지만, 괴시니는 그대로 분열하게 될 것이다.
정화마법으로 괴시니를 정화하고, 동시에 신체 전체를 소멸시킬 만한 데미지를 줘야 해.
이전 삶에서 이유정은 아주 때마침 필요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새하얀 파문은 괴시니를 정화하는 동시에 강한 공격성을 띠고 있었다.
다행히 판도라클랜에는 이전 삶의 이유정을 대신할 인물이 세 명이나 있기는 했다.
노은아, 차은우, 이리야.
그리고 레귤러스클랜의 박혜림과 강현철을 더하면 상대할 만하리라.
자신까지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비효율적이기는 해.
은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플레이어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저들을 이용하지도 못하고 소수 인원으로 저 많은 괴시니들을 상대해야 한다니 비효율적이었다.
의정부 탈환전은 이제 시작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벌써부터 힘을 뺄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네. 파랑 형.”
“어! 왜? 또 뭘 하면 되냐?”
이내 은하는 생각을 마쳤다.
은하는 진파랑을 불렀다.
“연화 누나한테 텔레파시를 보내. 그걸 준비할 거니까 괴시니들한테서 시간을 벌어달라고.”
류연화의 도 괴시니들에게 효과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녀의 는 녀석들의 증식을 봉쇄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적임자가 따로 없다.
은하는 사람들 속에서 류연화에게 시선을 향했다.
“”…….””
눈이 마주쳤다.
진파랑이 텔레파시를 전달했는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은하는 마법을 전개했다.
─도플갱어
남아 있는 체내 마나를 끄집어내, 가능한 많은 분신체를 만들어낸다.
정말 숨만 쉬는 것밖에 하지 못할 분신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은하의 주변에 분신체들이 생겨나, 명령을 받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불꽃의 망토를 두른 그들의 등장은 처음 보는 플레이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
판도라 클랜원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렸다.
진파랑이 은하의 명령이 없는데도 클랜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동시에 체내 마나가 바닥을 드러내 자동적으로 기프트가 활성화됐다.
기프트
심장이 크게 박동했다.
때마침 등 뒤에서 지원이 있었다.
요정의 샘물
마나 블레스(Mana Bless)
노은아, 차은우의 마나 회복 마법.
비록 심장이 없는 분신체들의 경우 마나를 회복할 수 없었지만.
본체인 은하의 체내 마나는 빠르게 차올랐다.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타다닥!
이윽고 판도라 클랜원들이 제각기 흩어진 분신체들 곁으로 이동했다.
후방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머메이드(Mermaid)의 보옥
후방에 있던 아리엘이 충무 등급 보물로 만든 아티펙트를 발동했다.
손목에 찬 팔찌가 빛을 뿜었다.
수정구슬처럼 생긴 보석이 빛나며 그녀를 중심으로 방벽을 만들었다.
이윽고 반투명한 방벽 안으로 물이 가득 차올랐다.
기프트
모드: 디바 세이렌
구체로 이루어진 방벽이 아리엘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
구체를 하늘로 띄운 아리엘은 이내 물속에서 기프트를 발현했다.
그녀의 맨다리가 일(一) 자로 모여 인어를 연상케 하는 다리가 됐다.
분홍색 머리 양옆으로 돋아 있던 비늘의 크기가 커지고.
아리엘의 뺨에 비늘이 돋아났다.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
디바 세이렌의 섭리를 사용하여.
재빨리 전선으로 이동한 아리엘이 감미로운 노래를 부른다.
괴시니들의 시선이 위로 향한다.
또한 그때─.
기프트
후방에서 뛰쳐나온 강시형이 전선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가 힘껏 함성을 내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악!!!!!!!”
공중에서는 아리엘이.
지상에서는 강시형이.
그들이 위아래로 녀석들의 시선을 이끌었다.
한편, 바로 그때─.
─메멘토 마기아
기프트
조아라도 앞으로 나섰다.
지휘봉을 휘두른 그녀가 네 가지 마법을 조합해 환상을 만들어냈다.
─환상 조율곡
시각, 청각, 후각, 통각.
네 가지 감각에 혼란을 야기하는 마법들.
강시형, 아리엘에게 이목이 집중된 모든 존재는 그만 조아라의 환상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들 자신도 모르게 마나 저항력이 낮아지고 만 것이다.
그때, 진서나도 움직였다.
기프트
발육이 급격히 진행된다.
키가 커지고, 특수 제작한 제복이 신체 크기에 맞게 변형된다.
꼬리가 세 개로 돋아나고, 털 색이 더욱 진해진다.
제5위계 코모레비 키츠네에 근접한 모습으로 변한 그녀가 곧장 마법을 전개했다.
미라지 플레임(Mirage Flame)
보랏빛 여우불이 나타나고.
흔들리는 불씨가 주위를 떠다니며 사람들의 정신을 잠시간 홀린다.
이로써 사람들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선에 걸치게 되었다.
어디 사람들뿐인가.
괴시니들을 포함한 몬스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모두 주님께 기도합시다.
오늘도 우리들에게 일용할 양식과 하루의 기쁨을 주셔서….
이리야가 기도문을 읊는다.
마나가 깃든 목소리가 널리 퍼져, 기도문의 대상이 되는 존재에 대해 떠오르게 만든다.
화르륵!
불씨가 일렁거린다.
처음에는 자그마했던 불씨는 이내 은하와 분신체들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나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환상이 만든 결과였다.
기프트
하지만 사람들이 환상에 빠졌어도, 그들의 의지는 일치하지 않는다.
이에 차은우가 기프트를 발동해, 사람들의 파장을 공명시켰다.
최대한 일치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개인 의지가 고유성을 주장하면서 동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의지가 연상하고 있는 기억, 감정이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도 상관없다.
─쿵쿵쿵
───♪
사람들의 의지는 덤일 뿐.
분신체들이 본체 노은하의 의지를 완벽하게 공유하고.
판도라 클랜원들이 불완전하게나마 분신체들을 보조한다.
그들이 아리엘의 노랫소리에 따라 심장 소리를, 호흡을 맞춰나갔다.
그리하여─.
─피이이익!!
거대한 불길이 세상을 잠식한다.
☆
죽음은 몇 번을 겪어도 끔찍하다.
설마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냐아 냐아
괴시니는 무한히 분열하는 한편, 인간들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승기는 자신에게 있었다.
인간들이 생각보다 강하다고 한들, 그래봤자 그뿐.
냐아 냐아
인간들은 지쳐가고 있었고.
반대로 자신은 아직도 건재했다.
더군다나 자신이 분열하게 되면서 인간들의 얼굴에 공포가 서렸다.
그래, 공포.
공포가 어린 마나가 충만했다.
‘어떻게 쓰러뜨리냐’고 하는 공포가 괴시니의 체내에 스며들면서 힘을 주고 있었다.
인간들의 공포를 먹으며 성장한다.
강해진다.
세상의 의지가 편을 들어주는 한편 공간 장악력이 올라간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주변 일대의 섭리가 바뀌는 것이다.
냐아 냐아
그러니 인간들이여.
더, 더, 더 두려워하며.
끝내 자신의 공포에 잡아먹혀라.
그것이 너희들의 운명이고.
또 나의 운명이다.
그만 이 세상의 굴레에 굴복하라.
괴시니가 꼬리를 흔들며 웃었다.
바로 그때─.
─화르륵!!
공간 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고기에 끌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세상은 돌연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진홍의 불길이 일대를 메운다.
전례가 없을 만큼 뜨거운 열기에 괴시니의 분신체들이 녹아내린다.
아니, 불에 타서 정화된다.
괴시니는 외날개를 펼쳐, 떨어지는 불덩어리를 막아냈다.
─피이이익!!
저 앞에서.
자신에게 두 번의 죽음을 선사한 남자가 서 있었다.
붉은 망토를 두른 남자.
아니, 남자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걸어나오는, 남자와 같은 제복을 입은 인간들.
피이이익!!
남자는 물론이고.
그들까지도 불길을 휘감고 있었다.
어깨에 두른 적갈색의 망토가 지금 진홍색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판도라클랜 의식마법
성역 선포: 성화(聖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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