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81
경기 북부 양주 일대.
도완준도 이변을 알아차렸다.
한밤중에 돌연 벼락이 떨어졌는데 고이 잠에 들었을 리 없었다.
게다가 편재가 감지되고 있었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편재는 규모가 예사롭지 않았다.
“─고은실! 텔레파시스트를 보내 제6 공략소대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오도록 해!”
“안 그래도 지금 텔레파시스트와 레인저로 파티를 편성해, 각 부대로 보내려던 참이에요!”
몬스터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기껏 숙영지 인근을 정리해놨더니 그것이 무색하게끔 몬스터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었다.
다행히 피해는 적었다.
따지고 보면 인류의 최전선.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던 사람들도 그들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초를 서던 플레이어들이 몬스터들의 1차 침입을 막아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하나─.
“─전 소대, 빛을 밝혀라! 레인저, 스나이퍼는 공중전의 가능성도 두고 높은 곳에 올라가 지원 사격하라!”
1차 침입이었을 뿐이다.
몬스터들이 생겨나는 추세를 보면, 2, 3, 4차는 거뜬히 벌어질 것이다.
또한 몬스터의 흉포함이 증가하는 밤이기도 했다.
그러니 더욱 주의해야 했다.
한편으로 도완준은 소대원들에게 불을 밝히도록 지시했다.
어차피 몬스터들의 표적이 되었다.
여기에서 불을 켜더라도 놈들 수가 극적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어둠 속에서 저만한 군세를 상대하는 것이 더 위험했다.
─쉬이이이익!!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형 몬스터들이 기지 상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들의 등장으로 플레이어들의 부담감은 더욱 가중되었다.
그나마 비행형 몬스터에 주의하란 도완준의 지시가 사전에 있었기에 망정이었다.
플레이어들은 크게 당황하지 않고, 끝도 없이 몰려드는 놈들을 죽였다.
느낌이 좋지 않아.
전날에 비해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너무 정교해.
한편 도완준은 레인저들의 옆에서 전장을 내다보고 있었다.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몬스터들.
서로 다른 종이 군집을 이룬 채로 몰려드는 모습으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은 하나밖에 없었다.
저만한 몬스터들을 통솔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몬스터가 필시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단장이다.
못해도 제3위계는 될 몬스터.
쏴아아
바람이 불었다.
도완준은 몬스터들의 뒤편에서부터 다가오는 바람을 느꼈다.
바람결에 흘러온 마나를 읽으며, 최대한 정보를 뽑아내려고 했다.
“─양주에 군단장이 이시미 놈만 있을 리가 없지.”
이윽고 도완준은 격이 다른 기운을 찾아냈다.
그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해 읊조렸다.
제7 공략소대가 위치해 있는 곳은 제6 공략소대가 있는 지역으로부터 서쪽 방향.
도심과 함께 듬성듬성 솟아 있는 산들에는 몬스터들이 살고 있었다.
군단장은 저 산 어딘가에 있었다.
굳이 어느 산에 있는 것인지 찾을 필요는 없었다.
─스으으으
놈이 알아서 찾아오고 있었으니까.
도완준은 바람 소리에 섞인 놈의 소리를 들었다.
꼭 뱀 소리를 연상케 했다.
아무렴 상관없었다.
놈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클랜로드, 백혜민입니다. 지금 신라클랜 심가은 텔레파시스트의 전언을 전합니다. 현재 시각으로….]명왕클랜의 텔레파시스트를 파견해 대략 2시간이 흐른 뒤에야.
신라클랜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상황은 도완준의 예상대로 밝지 않았다.
“던전을 만드는 몬스터가 의정부로 내려가고 있다라….”
신라클랜이 숙영하는 방향에서도 제3위계 몬스터가 출몰했다.
제7 공략소대의 잠을 깬 벼락은 아마도 이도진이 그 녀석을 토벌하기 위해서였으리라.
그럼에도 녀석은 살아 있었다.
지금 남하하는 중이라는 듯했다.
이에 이도진을 필두로 하는, 제6 공략소대가 녀석을 토벌하기 위해서 추격하고 있다고 했다.
라면 걱정 안 해도 돼.
우리까지 도우러 갈 필요는 없어.
지금 여기서 내려오는 몬스터들을 막는 것도 힘든 상황이니까.
도완준은 머릿속으로 현재 의정부 전역의 전황을 떠올렸다.
경기 북부 서쪽과 북쪽에서 발생한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
서쪽은 자신들이 막고 있다.
북쪽은 신라클랜이 막을 것이다. 녀석들에게 전선이 다소 뚫린 것이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러니 제7 공략소대는 이곳에서 전선을 지킨다.
그런 판단을 내릴 때였다.
다시금 텔레파시가 들려왔다.
[─제5 통신소대, 레귤러스클랜의 김지유 텔레파시스트의 중계 전언을 전합니다. 현재 시각으로 오전 2시 12분, 제3, 4 공략소대가 후퇴하며 군단장들이….]“…….”
텔레파시를 듣고.
도완준은 흠칫했다.
‘후퇴’라고 돌려 말하고 있었으나, 숨어 있는 뜻을 모를 리 없었다.
제3, 4 공략소대의 군단장 공략이 실패로 끝난 것도 모자라, 녀석들이 예술의 전당으로 접근해오고 있다.
나아가 십이좌 황산군이 사망했다.
이외 단군 클랜로드, 제니스클랜의 과 , KK클랜의 등 쟁쟁한 사람들이 사망했다고 한다.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침통함이 담긴 텔레파시는 분명 현실임을 일깨워주었다.
“잠깐.”
동시에 도완준은 눈을 부릅떴다.
의정부 예술의 전당 동쪽 방면에서 두 마리의 군단장들이 오고 있다.
물리공격과 마법공격을 무효화하는 능력을 지닌 군단장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그런 상황에서 만약 던전을 만드는 군단장까지 남하한다면─.
─그때는 탈환전은 실패한다.
이도진이 잘 막으리라.
그렇게 생각만 해서는 안 됐다.
예술의 전당의 상황이 좋지 않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했다.
세 마리의 군단장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말이다.
갑주를 입은 군단장들은 어떻게든 예술의 전당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해결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어.
대신 경기 북부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한 마리의 군단장이 남하하지 못하게 막아야 해.
그러니 당장 지원을 가야 했다.
이도진하고 함께 군단장의 토벌을 도와야 했다.
“고은실.”
“네, 클랜로드.”
“지금 당장 발이 빠른 레인저들과 텔레파시스트로 소규모 파티를 꾸려 제5, 6, 8 공략소대에 보내도록 해. 가서 각 소대에서 인원을 차출해, 남하하는 군단장을 막아야 한다고.”
제7 공략소대도 많은 인원을 빼기 힘든 상황이었다.
필시 비슷한 상황이 제5, 8 공략소대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각 소대가 인원을 차출해, 따로 병력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군단장과 대적할 힘을 지닌 사람들로 꾸려야 했다.
내가 소대를 꾸리고 가는 게 제일 안심이 되기는 하지만, 저기서 오는 군단장을 상대해야 해.
도완준은 고민했다.
자신은 이곳에 남아 플레이어들을 지휘해야 했다.
그러니 자신을 대신할 서브로드를 이도진에게로 보내야 했다.
누구를 보낼 것인가.
고은실은 안 됐다.
고은실의 마법은 전선을 지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니 다른 서브로드를, 아니면 실력도 준수하면서 지휘능력도 좋은 오령을 보내야 했다.
“─고은실, 채선우를 불러와.” “선우 말인가요?” “그래.”
그리고 군단장을 토벌하는데 있어 가장 도움이 되는 유형은 후자였다.
고민을 끝낸 도완준은 고은실에게 한 사람의 이름을 거론했다
채선우.
신서영이 아카데미 교관이 된 후로 바람마법을 다루는 데 있어 이름이 가장 잘 알려진 레인저.
채선우라면 발도 빠르니, 이도진과 합류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을 터였다.
“─가서 적당히 하려고 하지 말고 확실히 하라고 해. 잘못해서 녀석이 예술의 전당으로 내려가게 된다면, 그때는 답이 없어질 테니까.”
“…네, 그렇게 할게요.”
다만 결점이 하나 있다면.
채선우는 농땡이를 많이 피웠다.
바람 같은 사나이였다.
☆
그 시각, 제5 공략소대.
동해클랜이 이끄는 소대의 상황도 다른 소대들과 비슷했다.
야밤에 몬스터들이 들이닥쳤다.
곳곳에서 고위계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후퇴는 없다! 전선을 지켜라! 우리가 물러나면 의정부는 없다!”
동해 클랜로드 김성민은 칼을 뽑아 몰려오는 놈들을 향해 외쳤다.
동해클랜의 육룡들이 기세를 발해 가장 앞에서 뛰어가고, 그 뒤에서 다른 클랜의 플레이어들이 따랐다.
제5 공략소대가 지키고 있는 곳은 구 1호선에 해당하는 녹양역이었다.
양주 바로 아래에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녹양역 아래에는 의정부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제5 공략소대원들은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들었다.
제5 공략소대가 뚫리는 순간, 몬스터들이 의정부로 내려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큭, 다행히 위쪽에 있는 소대들이 몬스터들을 상대해주고 있어 상황이 이 정도인 건가.”
몬스터들의 공격이 거셌다.
밤의 영향을 받고 있는 듯했다.
김성민은 육룡 중 한 명과 함께 제4위계 몬스터를 토벌하고 세차게 혀를 찼다.
얼굴에 튄 피를 닦을 겨를도 없이, 다시금 몬스터들에게 뛰어들었다.
[─제9 통신소대에서 전파합니다. 현재 시각부로….]그때쯤 텔레파시가 전해졌다.
의정부와 경기 북부 일대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편재 사태.
상황을 파악한 김성민은 욕지기를 내뱉었다.
몬스터들이 작정한 듯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군단장들이 새로이 나타나기까지 했다.
그중 가장 위험한 존재로 여겨지는 세 마리가 의정부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도 남하해야 하나?
전선을 물려야 하나?
아니, 그래서는 안 되지! 제길….
의정부가 위험하다.
후방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선을 선뜻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제5 공략소대 바로 위에 세 개의 공략소대가 머물러 있었다.
서쪽, 제7 공략소대, 명왕클랜.
북쪽, 제6 공략소대, 신라클랜
동쪽, 제8 공략소대, 템페스트클랜.
제5 공략소대가 물러나게 된다면 세 개의 소대는 필시 몬스터들에게 포위당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제5 공략소대는 몬스터들이 의정부로 남하하지 못하게 만드는 굳건한 장벽이자, 위 세 개 부대의 후방을 안전히 지탱해주는 버팀목의 역할을 해야 했다.
그래도 육룡 한 명은 보내야겠지.
그래도 의정부의 상황을 고려하면 일부 병력을 떼어줘야 했다.
김성민은 머리를 굴려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병력을 따로 편성해 의정부로 보내기로 했다.
바로 그때─.
─Buubbbbbbbbbb
무언가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김성민은 소리가 들려온 상공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
거대한 가오리가 떠 있었다.
녀석이 긴 꼬리를 흐느적거리면서 소대 상공을 지나가고 있었다.
“…저게 던전을 만드는 놈인가?”
그제야 김성민은 알아차렸다.
자신이 밟고 있는 영역이 어느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적색던전이 되어 있었다.
어쩐지 몬스터들이 밤의 영향력을 고려해도 너무 강하다 싶었다.
그러는 한편 김성민은 침음했다.
“너무 높이 날고 있어서 공격이 잘 닿지 않을 것 같은데….”
꼭 예경을 떠올리게 했다.
다행히 예경과 다르게 저 몬스터는 공격적인 성향을 띄지 않는 듯했다.
현재로서는 그저 던전을 만들면서 유유자적 날아가고 있을 뿐이다.
물론, 방심할 수 없었다.
저놈이 어떻게 돌변할지는 알 수 없는 법이었다.
그러는 한편으로 놈을 상대하려면 공중전이 가능한 플레이어들 위주로 병력을 편성해야 할 것 같았다.
그때, 일순 밤하늘이 번쩍였다.
─신벌
별안간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
굵직한 빛줄기가 놈을 강타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상황에 불시에 벼락을 눈에 담은 김성민은 눈을 질끈 감았다.
시야가 새하얬다.
눈을 감고, 오로지 감각에 의지해 몬스터들의 공격을 피한다.
가까스로 시야를 되찾은 김성민은 에 대한 욕지기를 퍼부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성과는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놈은 끄떡도 없는 듯했다.
Bubububbbbbbbb
전격에 내성이라도 있는 듯했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파지직!!
놈이 전격을 흡수했다.
그리고 흡수한 전격을 방사형으로 퍼뜨렸다.
졸지에 벼락이 김성민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벼락의 위력은 무지막지했다.
서포터들의 보호마법이 아주 잠시 버티고 깨져나갔을 정도였다.
─프로퍼게이션
바오밥 가드
다행히 제5 공략소대에는 우수한 가디언이 한 명 있었다.
십이좌 선기준.
찰나의 시간이 만들어준 기회.
그가 곧장 자신을 중심으로 마법을 펼쳤다.
서포터들의 캐스팅 부스터를 받아 빠르게 완성된 마법이 지면에서부터 거대한 나무를 솟구치게 했다.
순식간에 일대에 있던 조형물보다 가장 큰 높이를 차지한 나무가 피뢰침이 되어주었다.
중간에 휘어진 벼락이 나무를 타고 지면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마터면 몬스터가 아닌 아군한테 전멸당할 뻔했네…. 저놈도 같은 사람이 되려는 건가? 그런 사람은 랑 판도라 클랜로드만으로 충분한데….”
선기준 덕에 살았다.
김성민은 십년감수했다.
평정심을 찾은 그는 어딘가에 있을 를 욕했다.
“그나저나 저놈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야 하는데….”
김성민은 생각에 잠겼다.
선기준을 보낼 수는 없었다.
제5 공략소대의 전선은 선기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선기준을 차출하는 순간, 전선에 구멍이 뚫리고 말 것이다.
한편으로 군단장이 향하는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이 이상으로 의정부에 가까워지게 내버려둬서는 안 됐다.
또한 군단장이 계속 소대 상공에 있게 할 수도 없었다.
그때였다.
다시금 밤하늘이 번쩍였다.
─투콰아아아아아아앙!!!!
“”””…….””””
십이좌 유수진.
그녀가 근처에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제8 공략소대에서 그녀를 파견한 듯싶었다.
템페스트클랜이 통이 컸다.
그런 데다가─.
─필름 디스포설
십이좌 프리시스 메모리.
제8 공략소대하고 함께 움직이는, 제12 통신소대에 소속된 그녀까지 움직인 것이다.
제8 공략소대의 전황이 상대적으로 다른 소대들보다 양호하다고 해도, 상당히 과감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템페스트클랜이 과감하게 나와준 덕분에─.
─이쪽으로서는 숨통이 트이는군.
김성민은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그는 육룡 중 한 명인 을 파견하기로 했다.
Buubbbbbb….
한편 군단장도 세 명의 십이좌들과 플레이어들을 대항하기 버거웠던지, 방향을 틀었다.
[─제6 공략소대에서 전파합니다. 현재 라이브러리가 작동하지 않아, 의정부로 남하하는 군단장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신라클랜 양희정 네비게이터는 군단장이 리노프리스티스목으로…. 쉽게 말해 톱가오리의 형상을 하고, 전기에 내성을 지니는 한편, 전격을 다룰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일정 영역을 적색던전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3위계 오버랭크 ‘귀면(鬼面) 가오리’라고 명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현재….]제3위계 오버랭크 귀면 가오리.
세 명의 십이좌들에게 공격을 받고 방향을 튼 녀석이 경기북부청사로 향했다.
☆
그 시각, 의정부 예술의 전당.
제3, 4 공략소대에서 보낸 소식에 플레이어들은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
자정이 넘는 시간에 잠을 깨버린 그들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았다.
제3, 4 공략소대에서 벌어진 일도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는데, 하필 경기 북부에서 몬스터들이 남하하고 있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미래와 달라.
이런 일은 없었어.
지휘관들은 침묵했다.
은하도 입을 꾹 다물었다.
회귀 전에는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생각이 많아졌다.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닌데….
그래도 쉽게 쉽게 가고 싶었는데, 막판에 이런 식으로 뒤집히네.
의정부는 서울을 기준으로 볼 때, 마나의 성질이 사나운 귀문지대에 속하고 있었다.
그러니 의정부의 몬스터들이 이리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의정부의 상황이 회귀 전과 상당히 달랐다.
첫째로, 신서영이 제1차 의정부 탈환전에서 을 사용해 회귀 전보다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만들었다.
둘째로, 5년 전에 은하가 제3위계 오버랭크 백면상을 토벌함과 함께, 코쿤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난장판을 저질렀다.
그로 인해 의정부의 마나 상태가 회귀 전과 다르게 변한 것이다.
이외에도 다른 이유들도 있으리라.
그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으리라.
그렇다고 하나─.
─물리공격과 마법공격이 소용없는 군단장이 둘에…. 그리고 또 일대를 던전으로 만들어버리는 군단장까지 있다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상황이 너무 야속한 게 아닌가 싶었다.
제2차 의정부 탈환전은 크게 나눠, 전기와 후기로 이루어졌다.
의정부를 탈환하고 몇 년 뒤에는 경기북부청사에서 터를 잡고 있는, 제2위계 몬스터 매구를 토벌해야만 했다.
그러니 백면상이란 위험도 사라진 전기 탈환전만큼은 수월하게 끝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운명이라도 있는지, 수월하게 진행되던 탈환전이 돌연 세 마리의 제3위계 몬스터들에 의해 비상이 걸리고 말았다.
아니, 제3위계가 아니라─.
“─방금 회룡역에서 특무국장님의 전언이 도착했습니다. 두 군단장의 능력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위계를 오버랭크로 격상한다고 합니다.”
“”””…….””””
제3위계 오버랭크 세 마리.
지휘관들은 정보국장이 하는 말에 끙 소리를 냈다.
예경만큼 공격력이 높은 건 아니나 세 군단장의 능력은 심히 위험했다.
그들도 동의하는 바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놈들의 위계를 다시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였다.
“그리고 제5 공략소대, 동해클랜의 전언도 받았습니다. 귀면 가오리를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뒤이어 들려온 소리는 그나마 숨이 트이는 소식이었다.
예술의 전당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병력이 많다고 하나, 군단장 셋을 상대할 힘은 없었다.
아니지.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는 소대들의 전력도 고려해야지.
이내 은하는 생각을 고쳤다.
제3, 4 공략소대도 오고 있었다.
후미에 군단장들을 데려오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제3 공략소대에는 십이좌 지용현이 있었다.
단군클랜에는 회귀 전에는 제2기 십이좌로 천거됐던 곽우혁도 있다고 했고.
KK클랜에는 마찬가지로 회귀 전에 제2기 십이좌로 천거됐던 추영훈도 있었다.
전황이 마냥 불리하지는 않았다.
해볼 만했다.
그래서 놈들을 어떻게 쓰러뜨리면 되느냐인데….
제3, 4 공략소대가 시간을 벌면서 예술의 전당으로 오고 있다.
예술의 전당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그들이 벌어준 시간으로 작전을 세워야 했다.
“일단 군단장들로부터 쫓기고 있을 제3, 4 공략소대원들을 최대한 많이 구하는 게 최우선 과제야. 아마도 몇 시간이고 도망쳐다니느라 다들 많이 지쳐 있겠지. 그들을 선두에 세우는 건 무리일 것 같고….”
“제3, 4 공략소대에서 보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다고 하죠?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여기로 불러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오자마자 둘 다 기절했어. 물도 마실 시간 없이 전력으로 여기까지 뛰어왔다 하더라. 몬스터들 추격을 따돌리는 과정에서 부상이 심각한 상태인 것 같고….”
구연수를 시작으로.
지휘관 자격으로 참석한 사람들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들은 정하양이 허공에 띄워놓은, 마녀의 모형정원을 보았다.
“그나저나 저 아티펙트 꽤 괜찮네. 우리도 하나 가지고 싶은데…. 야, 판도라 클랜로드. 저거 우리가….”
“입, 입, 입이요. 이 상황에서 지금 그런 소리나 할 때에요?”
입체모형으로 되어 있는 의정부.
그들이 있는 위치로부터 동쪽에서 거대한 점 2개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나는 빨간색.
다른 하나는 푸른색.
제3, 4 공략소대에서 보낸 전령이 군단장들의 좌표를 알려온 것이다.
그리고 정보를 교차 검증하기 위해 예술의 전당에서 따로 척후를 보내 확인하고 있기까지 했다.
지금 카에데, 아리엘, 신입 애들이 정찰을 나가서 중계하고 있으니…. 군단장들의 현재 위치는 정확하다고 봐야 해.
은하는 지도를 올려다보았다.
군단장들도 꽤 가까이 다가왔다.
척후로 보낸 텔레파시스트들로부터 군단장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전해지고 있었다.
이제 슬슬 결단을 내려야 했다.
“─지금 방법이 뭐 별거 있겠어요. 놈들을 동시에 상대할 일이나 없게 따로 떨어뜨려놔야죠.”
이에 은하는 말을 꺼냈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리공격과 마법공격을 투과시켜 무효로 해버리는 몬스터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판도라 클랜로드 말이 맞지. 특히 코발트 나이트, 이놈은 자칫했다가 우리가 아니라 회룡역으로 진로를 바꿀 여지도 있어. 이놈을 주의해서 군단장을 떨어뜨려야 해.”
“그래서 어디로 유인할 건데요?”
“블레이즈 클랜로드…. 자네도 좀 생각을 하고 말하지 그래. 우리한테 어떻게 할 건지 묻지 말고.”
“그럼 그냥 동시에 상대를….”
“군단장들을 떨어뜨릴 때, 우리가 텔레파시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해서 떨어뜨리자. 그럼 위치는 어디가 좋으려나….”
구연수는 강현철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이내 그가 코발트 나이트를 유인할 위치를 정했다.
의정부역에서 8시 방향으로 대략 800m 거리에 떨어진 공원이었다.
그리고 크림슨 나이트의 경우─.
“─의정부역 근처에 있는 크레이터는 어떨까요.”
“크레이터? 나쁘지 않지.”
목민호.
경력 많은 플레이어들 틈에 섞여서 눈치를 보고 있던 그가 나직이 말을 꺼냈다.
그동안 선배들이 말하고 있었으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자신의 의견을 꺼낸 것이다.
“그런데 . 군단장을 굳이 구덩이로 유인하려는 이유가 있어? 거기 뭐 트랩이라도 설치하려고?”
“놈이 만드는 영역은 움직이면서 변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놈이 움직이기 쉽지 않게, 아예 구덩이로 밀어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저희는 구덩이 밖에 있다가 놈에게 마법을 퍼부으면 될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판도라클랜이라서 그런지 악독한 작전을 짤 줄 아네. 나쁘지 않아. 그대로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리고 또….”
“”””……?””””
“제3, 4 공략소대원들이 아직까지 군단장에게 붙잡히지 않은 이유는 군단장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마도 놈들이 입고 있는 갑옷 때문에 그러지 않나 생각하는데….”
“”””…….””””
“제가 알기로 갑옷을 입은 상태로 바닥에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기가 힘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구덩이로 밀어넣어 쓰러뜨린 다음, 놈이 일어날 여지를 주지 못하도록 공격을 퍼부으면 어떨까 싶은데요.”
“…판도라클랜은 다 이러나? 그래, 이용할 건 서슴지 않는 판도라클랜다운 전략이야.”
“자꾸 저희 클랜 들먹이면서 그런 장난은 치지 말아주실래요?” “미안, 미안.”
목민호의 작전은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목민호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은하에게 그 표정을 들킨 그가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여하튼 플레이어들은 작전 회의를 계속했다.
“─크림슨 나이트의 경우, 캐스터, 서포터들이 위주로 이루어진 소대가 공략하는 수밖에 없지. 그 반대로 코발트 나이트의 경우, 딜러, 헌터, 가디언들 위주로 이루어진 소대가 공략하면 되는 거고.”
크림슨 나이트는 물리공격을 전부 통하지 않게 만들어버리니, 마법을 전문으로 하는 플레이어들이 주도로 공략하게 한다.
코발트 나이트는 마법공격을 전부 통하지 않게 만들어버리니, 검격을 주로 사용하는 플레이어들을 위주로 공략하게 한다.
작전의 골자는 빠르게 잡혔다.
“─그럼 작전은 여기까지만 하죠. 정보국장님은 어디 숨어 있으세요. 공격이 여기로 튈지도 모르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무운을 빌겠습니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서서히 군단장들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들이 소대로 돌아가려고 했다.
바로 그때─.
“─잠깐만요.”
“”””……?””””
“하양아?”
정하양이 그들을 붙잡았다.
정하양에게 손이 붙잡히기까지 한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그를 자리에 앉히며 좌중에 말했다.
“군단장들이 공격하며 했다는 말이 신경 쓰이지 않나요?”
정하양이 의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나는 이 땅을 지키는 자’라는데, 그렇다면 그 땅 위에 있는 하늘은 지키지 않는 건가 싶어서요. 그리고 저한테 군단장들을 물리치는데 하나 더 제안이 있는데요….”
“”””……!!””””
그녀가 던진 의문.
생각해볼 가치가 있겠다.
플레이어들이 다시 자리에 앉았고, 그들이 조금 전보다 빠르게 작전을 논의했다.
☆
또한 그 시각.
적색던전 경기북부청사.
Bubbbbbbbbb….
톱니같은 주둥이를 가진 가오리가 적색던전 인근 상공을 날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건지, 가오리는 필사적으로 근방을 헤매며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
적색으로 물든 대지 위에서.
여우는 가오리를 올려다보았다.
아홉 개의 꼬리를 흔드는 여우의 털은 무척이나 새하얬다.
마치 자신 이외에는 어떠한 존재도 허용치 않겠다는 듯한 색.
새하얀 여우는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콰아아아앙!!
휘이이이잉!!
그때 가오리가 휘청거렸다.
동시에 상공에서 분 거센 바람이 녀석을 밀쳐냈다.
몸이 뒤집힌 가오리가 거센 바람에 휘말렸다.
그리고 놈이─.
─…….
적색던전의 상공에 근접했다.
여우는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경계선이 늘어나 있었다.
자신의 영역이 확대되었다.
신기한 광경을 마주한 여우는 눈을 깜빡거렸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뎠다.
─되네?
여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내 여우는 확대된 붉은 영역으로 폴짝 뛰었다.
그때 붉은 영역이 이동했다.
여우는 화들짝 놀라면서 이동하는 영역을 따라 움직였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아주 오랫동안.
좁디 좁고, 붉디 붉은 땅에 갇혀 지루한 삶을 보내던 존재.
여우는 새롭게 발견한 유희거리에 꼬리를 살랑거렸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782(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