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82
몇 시간이고 달렸다.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 따위 없었다.
자신과 함께 퇴각한 플레이어들이 이제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단군클랜의 곽우혁.
몸에도 맞지 않는 뜀박질을 하던 곽우혁은 욕지기를 내뱉었다.
침이 사방팔방으로 튀고, 심지어 제 얼굴에 튀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그는 욕지기를 퍼부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욕했다.
씨…, 내 팔자가 어떻게 꼬였으면 10년이 넘게 피지도 못하냐.
창해클랜에서 유망주로 불리면서 차기 십이좌 후보로 통했을 때까지.
생각해보면 그때까지가 인생에서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창해클랜이 해체되고.
십이좌 자리는 날아가고.
다행히 단군클랜에 입단해 다시금 날아오르나 했더니.
이번에는 단군그룹이 몰락의 길을 걷고 말았다.
단군클랜의 입지는 줄어들었으며.
나아가 5년 전에는 가 중대한 실수를 저질러 단군클랜을 떠나게 되기까지 했다.
그러다 그는 어느새 단군클랜에서 에이스로 손꼽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 팔자가 진짜 왜 이러냐!
이제는 하다 하다 망해가는 클랜의 클랜로드를 대신하라니…!!
서브로드들 몇몇은 물론이고.
단군 클랜로드까지 죽으면서.
단군 클랜원들이 그에게 지휘권을 맡겨버렸다.
그가 현재 남아 있는 클랜원들 중 가장 믿을 만한 실력자란 이유에서 그렇게 된 것이다.
군단장에게서 도망치는 상황에서 거절할 시간도 없었던 그는 졸지에 임시 단군 클랜로드가 되고 말았다.
“크, 클랜로드…! 얼마나 더 가면 되는 겁니까? 이제는 힘이….”
“그럴 말할 시간에 더 뛰기나 해! 젖 먹던 힘까지 뛰란 말이야! 뛰어! 제기랄, 캐스터인 나도 이렇게까지 뛰고 있는 거 안 보이냐!? 너희는 나보다 체력도 더 좋으니까 죽도록 뛰란 말이야!” “…네! 죽도록 뛰겠습니다!”
“역시 우리 클랜로드야! 힘들 텐데 클랜원들을 저렇게 배려하다니…. 장봉전 놈이랑은 딴판이야.”
클랜원들이 뭐라고 씨불인다.
곽우혁은 상대도 하지 않았다.
뛰는 게 우선이었다.
일단 살고 봐야 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진짜, 이대로 못 죽어주겠다.
대체 얼마나 따돌려야 하는 거야!?
그런 한편 그는 뒤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뒤를 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지면의 진동을 감지하면 될 뿐.
발바닥을 타고 전해진 진동은 이내 머릿속에서 주변 지리를 입체적으로 연상하게 했다.
─쿵쿵쿵
저 뒤쪽에서.
제3 공략소대의 지휘관 지용현이 오검 세 명과 군단장에게 대적하고 있었다.
아니, 대적이라 하기에는 뭐했다.
그들의 공격은 좀처럼 먹히지 않아 가까스로 방어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저 소대원들이 퇴각할 수 있도록 후방을 지켜주고 있다고 말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 이제 지친 듯한데, 아직도 저놈을 유인해야 한다고?
그마저도 힘들어지고 있었다.
군단장을 상대하는 사람들은 물론, 퇴각하는 사람들도 지쳐가고 있는 상태였다.
몇 시간이고 놈의 추격을 피하려고 뛰어다녔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 있을 플레이어들이 대비할 시간을 주어야 했다.
다짜고짜 군단장을 데리고 갔다가 탈환대가 전멸하는 수가 있었다.
그래서 제3 공략소대는 아까부터 의정부역 인근에서 빙빙 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제5 통신소대에서 전파합니다. 제3 공략소대는 지금부터 의정부역 크레이터가 있는 곳으로 군단장을 유인해오기 바랍니다.]마침내 신호가 떨어졌다.
텔레파시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방어하고 있던 과 오검 세 명의 움직임이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저기 크레이터로 녀석을 유인한다!”
“”””오!!””””
곽우혁이 소리쳤다.
단군 클랜원들이 함성을 질렀다.
아무것도 모르는 크림슨 나이트와 몬스터들은 그들을 따라 크레이터로 유인당하게 되었다.
이윽고 호국로 교차로가 보이고.
크레이터가 눈앞에 나타났다.
플레이어들은 텔레파시를 따라서 젖먹던 힘을 다해 교차로를 지났다.
그리고 그 순간─.
─트랩을 가동한다!
밧줄 힘껏 잡아! 하나, 둘!!
교차로 양옆.
건물 외벽에 몸을 붙여 숨어 있던 플레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캐스터, 서포터, 레인저들이 마나로 이루어진 밧줄을 만들어냈다.
딜러, 헌터, 가디언들이 그 밧줄을 잡아당겼다.
──!!
무작정 달려오던 군단장.
놈이 별안간 나타난 밧줄에 그만 발이 걸리고 말았다.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다.
그때를 노려 건물 옥상에서 대기한 스나이퍼, 캐스터 외 다른 사람들이 배후를 공격했다.
콰콰콰콰쾅!!
마법 공격은 피하지 못한다.
등 뒤에서 날아든 공격을 맞고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진다.
어디 그뿐인가.
서포터들이 바닥에 마법을 걸어, 마찰계수를 0에 가깝게 만들었다.
바이저가 바닥을 향해 쓰러진 놈이 미끄러졌다.
플레이어들이 예상했던 대로 놈이 구덩이 속으로 빠진다.
“─지금이다! 블레이즈클랜, 군가 시작! 노래는 멋진 사나이! 놈에게 사나이의 뜨거운 불맛을 보여줘라!”
“용암 준비! 용암 투하!”
“이대로 구덩이 속에 파묻는다!! 암석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몽땅 달려나와!”
블레이즈클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화염마법을 전개했다.
구덩이 아래로 불길이 떨어지고, 지면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아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구덩이가 순식간에 용암으로 가득 메워졌다.
군단장은 구덩이 밖으로 나오려고 몸을 들썩였다.
캐스터들은 최우선으로 군단장에게 공격을 퍼부어라!!
플레이어들이 내버려둘 리 없었다.
구덩이 테두리에 모인 캐스터들이 군단장이 몸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계속 마법을 날려댔다.
군단장은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저 빌어먹을 자식…. 내가 진짜 이때를 얼마나 기다린 줄 아냐.”
전세가 뒤집혔다.
곽우혁은 서포터들의 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기운을 차렸다.
그가 구덩이로 다가갔다.
이대로 공을 놓칠 수 없었다.
군단장은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지면에 손을 댔다.
─쿠구구구구
지면이 흔들리고.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뱀이 곽우혁의 발밑에서 나타났다.
그것과 비슷한 뱀이 두 마리나 더 튀어나왔다.
세 마리의 뱀들.
한 마리 뱀의 머리 위에 서 있던 곽우혁이 명령했다.
“─가서 쓸어버려.”
자신이 왜 이라 불리는지.
오늘 그 이유를 알려주겠다.
곽우혁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대로 공을 세우게 되면 십이좌로 거론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가 사망했다니까 캐스터 자리가 하나 빌 테니까.
단군 클랜원들이 환호한다.
곽우혁은 그들의 환호를 뒤로하며 계산적인 생각을 했다.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활약을 해서 차기 십이좌로서 입지를 다진다.
그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한편 강현철은 손가락을 튕기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싸우지도 못하고 이게 뭐냐…. 나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만 하는 역할이냐. 이럴 거면 판도라클랜과 역할을 바꿀 걸 그랬네, 젠장.”
“저만한 불구덩이를 만들 클랜이 그쪽이랑 블레이즈 클랜원들밖에 없어서 그러는 거잖아요. 피해도 많이 발생하지 않고 좋─.”
──!!!!
강현철이 아쉬워한 것도 잠시.
용암 속에서 불기둥이 치솟더니, 크림슨 나이트가 나타났다.
그동안 플레이어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당한 나머지 갑옷이 상당히 파손되어 있었다.
일부는 용암의 열기를 이기지 못해 녹아내리고 있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녀석의 기세는 변함없이 사나웠다.
어디 그뿐인가.
─나는, 이 땅을 지키는 자.
침입자는 용서치 않는다.
놈이 제2페이즈에 돌입했다.
놈이 손에 쥔 검과 같은 검들이 공중을 맴돌고 있었다.
나아가 용암 속에서 기둥 네 개가 솟아올랐다.
그것이 붉은 영역을 확대시켰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안 그러면 내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지.”
곽우혁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고.
강현철은 그제야 흥미를 보였다.
☆
그 시각, 제2 보급소대도 작전을 시작하고 있었다.
제4 공략소대가 코발트 나이트를 정해진 지점까지 유인해온 즉시─.
─강태공 발 묶기
강시형을 비롯한 사람들이 제각기 디바이스를 매개로 하는 속박마법을 전개했다.
일부는 보급물품을 운반할 때 쓰는 밧줄이나 쇠사슬을 던졌다.
─휘릭!
여러 방향에서 날아든 구속구.
무작정 제4 공략소대를 쫓아가던 군단장은 도로 양옆에서 튀어나온 구속구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놈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놈은 가까스로 넘어지는 걸 피할 수 있었다.
지면에 검을 꽂고서 몸을 지탱한 놈이 구속구에 묶인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이 땅을 지키는 자.
놈에게는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
디바이스를 매개로 하는 구속구도 완벽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의 힘에 의지해 구속구를 잡고 있어야 했다.
반대로 군단장은 덩치를 이용해서 구속구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큭…!”
결국 강시형은 힘겨루기 끝에 그만 져버리고 말았다.
쇠사슬로 놈의 왼쪽 발목을 구속한 강시형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공중으로 떠올랐다.
군단장은 하늘로 떠오른 그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고, 그대로 다른 구속구를 힘으로 풀려고 했다.
그것이 놈의 실수였다.
─기간트 해머
설마 그 작은 인간이.
이라 불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리라.
하늘로 붕 떠오른 강시형은 때마침 눈앞을 지나간 궤적을 붙잡았다.
호시미야 카에데의 별따기.
활을 떠난 화살은 여전히 카에데의 제어를 받고 있었다.
그대로 놈의 뒤로 날아간 강시형은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쇠사슬이 연결된 방패를 버린 그가 깍지를 꼈다.
깍지를 낀 건틀렛이 점점 거대하게 자라났다.
─콰앙!
종국에는 놈의 머리통만큼 자라난 주먹이 뒤통수를 때렸다.
구속구를 풀기 위해 무작정 앞으로 걸어가던 녀석이 발을 헛디디었고, 다시금 몸이 기울어졌다.
그리고─.
─천보
유속
쓰러지는 놈을 향해.
서로 다른 색의 궤적이 날아갔다.
이내 지면을 내달린 궤적이 좌우로 갈라졌다.
궤적은 거기에서 더 빛을 뿜었다.
새로운 궤적이 생겨났다.
─기프트
다이아몬드 블래스트
기프트
섬광검
은빛의 궤적이 놈의 어깨 갑옷을 꿰뚫었다.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쳐도 별다른 타격을 주지도 못하던 갑옷에 쩌적 금이 갔다.
아주 미세한 공간이었다.
새하얀 궤적은 은빛의 궤적이 만든 공간을 정확하게 베어냈다.
“이렇게 공격이 통하는 것을 보면 어떻게 해볼 수는 있겠네.”
“그래도 마법이 아닌 디바이스에만 의존해서 싸우는 건 힘들겠어.”
목민호.
최은혁.
딜러들 중에서 두 사람이 선수를 취했다.
딜러들에게 배턴을 넘기고 물러난 두 사람은 감흥을 주고받았다.
듣던 대로 적이 단단하기는 했다.
게다가 마법도 통하지 않고 있으니 상당히 까다로울 듯싶었다.
“그나마 여기까지 오느라 군단장의 갑옷 상태도 많이 안 좋은 것 같아. 지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놈도 제법 지쳤겠지.”
사람들이 구속구를 힘껏 당기면서 군단장의 움직임을 제한한다.
그사이 , 처럼 디바이스를 매개로 마법을 발동한 사람들이 놈에게 덤벼든다.
전세는 천천히 제2 보급소대에게로 기울고 있었다.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병력은 많았다.
플레이어들이 로테이션으로 돌면서 녀석을 상대하면 될 뿐이었다.
게다가─.
─내 몸은 하나의 요새일지니.
제2 보급소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제5 통신소대가 병력을 일부 보내주기도 했으며.
울분을 삭이며, 놈을 피해 퇴각한 제4 공략소대도 있었다.
지휘관을 잃은 그들은 군단장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
추영훈.
그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다.
───!!
서포터들의 치료를 받고 앞에 나선 그가 마법을 전개했다.
손에 쥐고 있던 방패가 분해되며, 그의 신체에 달라붙었다.
철갑을 몸에 두른 가디언.
“크으아아악!!”
놈이 검을 내리쳤다.
추영훈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검을 두 손으로 잡아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몸이 땅속에 처박히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는 놈의 검을 붙잡아, 다른 플레이어들이 놈에게 공격할 기회를 만들었다.
플레이어들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구속구를 쥔 사람들은 그때를 틈타 놈의 사지를 단단히 조였다.
그리고─.
─한매류 극의
북풍한설
추영훈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후위로 물러났을 때.
류연화가 사람들이 물러난 대로를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그녀의 걸음걸이에 맞춰 눈 결정이 휘몰아쳤다.
─나는, 이 땅을 지….
군단장이 류연화를 인식했다.
놈이 쇠사슬에 묶인 팔을 힘겹게 움직이려 했다.
류연화는 검을 휘두르는 놈을 그저 차분히 지켜보았다.
이내 그녀가 허공에 창을 그었다.
그것이 끝이었다.
─쩌적
그런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놈의 왼쪽 가슴을 감싸는 갑주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갑주가 급속도로 떨어지는 냉기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놈의 가슴은 이미 뚫려 있었다.
─털썩
“””‘…….””””
누적된 데미지가 있었던 데다가,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했다지만.
류연화가 너무나 간단하게 제3위계 오버랭크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사람들은 넋이 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
놈이 제2페이즈에 돌입했다.
놈의 갑옷이 산산이 부서졌다.
나는, 이 땅을 지키는 자.
침입자는 섬멸한다.
깨져나간 갑옷에 둘러싸인 채로.
기존 군단장보다 조금 작은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은 석장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윽고 놈이 석장으로 바닥을 탁 찍었다.
─쏴아아아!!
놈의 몸을 맴돌던 갑옷 조각.
작은 파편들이 놈의 지시에 따라 몰아쳤다.
높은 방어력을 지니고 있던 갑옷은 이제는 높은 공격력을 지니는 날붙이가 되어 있었다.
그것들이 군단장의 앞을 가로막은 류연화에게 쇄도했다.
“윽….”
서포터들의 보호마법은 무용지물.
류연화는 스스로의 힘으로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
작은 조각으로 되어 있는 날붙이를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몸에 받아야 했다.
─겨울 안개
조각들이 쇄도해오던 그때.
그녀가 창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을지 등급으로 만든, 겨울 안개가 그녀의 마나에 응답했다.
그녀의 마나로 이루어진 모든 것이 눈꽃이 되어 세상에 흩날렸다.
휘이이잉
겨울 한파가 몰려온다.
거센 바람이 날카로운 조각을 아예 얼려버린다.
얼음 조각이 힘을 잃고 떨어진다.
눈꽃이 돼 사라진 그녀가 군단장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한매류 극의
설룡
군단장의 반응이 늦었다.
군단장이 석장을 휘둘러서 공격을 막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류연화는 군단장의 예측을 벗어나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과감하게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그 즉시─.
─블래스트 크로스
스파크 블래스트
유성우
…미티어
하늘에서 마법이 떨어져내렸다.
하나는 검격.
나머지 세 개는 마법.
그러니 검격만 막으면 된다.
그러다 놈은 알아차렸다.
세 개의 마법은─.
─나는, 이 땅을….
자신의 영역을 밟고 전개한 마법이 아니다.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 놈은 끝내 포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
정하양의 예상이 맞았다.
코발트 나이트의 마법은 영역 안에 발을 들인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다시 말해, 영역 위. 상공에 있는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카에데, 어떻게 됐어?” “공격은 성공했어. 데미지도 어느 정도 들어간 것 같고.”
“그래, 다행이네.”
노은하, 배수빈, 카에데, 조아라.
네 사람은 각기 다른 방법을 써서 하늘을 날고 있었다.
행여나 군단장에게 들키지 않을까 기척을 숨기고 있던 그들의 얼굴이 밝게 펴졌다.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군단장에게 유효한 전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법의 위력을 이 이상으로 높이지 못하니 아쉽기는 하네.
하지만 공중에서 요격하는 방법이 마냥 효과적인 것은 아니었다.
화력을 너무 들이부었다가 잘못해 아군에게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적당히 화력을 조절해 날려야 했다.
그리고 놈도 이제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되었을 테니, 어떻게든 대항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
지상에서 빛이 번쩍였다.
놈이 마법을 쏘아낸 것이다.
이에 배수빈이 방벽을 펼쳤다.
“쳇, 더럽게도 세네.”
그녀가 혀를 찼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한 손으로 빗자루를 잡은 상태로, 다른 한 손으로 공격을 방어하느라 부담이 가는 듯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고통을 숨기며, 저릿한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저쪽에서 먼저 공격을 해왔으니까 우리도 답례를 해줘야겠지?”
그녀의 입가가 찢어졌다.
당하고는 못 산다는 듯이.
그녀가 놈에게 마법을 쏘았다.
하지만 조금 전하고 같은 타격을 입힐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놈이 방어해낸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마법을 쓰고 있어…. 아무래도 치유마법이랑 버프마법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
놈이 석장으로 자신과 군세에게 마법을 걸었다.
네 사람 중에서 가장 눈이 좋은 카에데가 하는 소리에, 클랜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기껏 상처를 입혔다고 생각했더니 군단장이 상처를 회복한 것이다.
그런 데다가─.
─쉬이이이익!!
그들의 존재를 눈치챈 몬스터들이 날아왔다.
은하는 놈들에게 검을 휘두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이래서는 공중에서 요격하기에도 꽤 골치 아프겠네.
공중형 몬스터들이 집요했다.
그리고 수가 많았다.
그에 비해 제2 보급소대에 속한 플레이어들 중에서 공중전에 능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아니, 이 고도까지 올라올 수 있는 플레이어들은 10명이 될까 싶었다.
이에 플레이어들은 공격을 피해서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블래스트 크로스
은하는 공중에 포격을 가했다.
비행형 몬스터들이 포격을 당하고 후드득 떨어졌다.
그렇게 가까스로 쫓아냈다 싶더니, 놈들이 줄어든 수만큼 어딘가에서 새로이 나타났다.
게다가 조금 전의 전투로 인해서 공중에 편재가 발생하고 있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방금 신라클랜에서 연락 왔어.제3위계 오버랭크인 귀면 가오리가 다시 의정부로 접근 중. 어떻게든 귀면 가오리의 진로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모양이야. 귀면 가오리가 의정부로 가지 못하게 최대한으로 막겠다는데…. 미안한데 장담하지 못할 것 같대. 그럴 가능성도 일단 염두에 두고 있어 달라고….]진서나의 텔레파시를 듣고.
은하는 와락 인상을 찡그렸다.
귀면 가오리까지 접근하게 된다면 기껏 힘을 빼놓은 군단장들이 힘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힘만 회복하겠는가.
던전의 영향을 받아 강해지리라.
지금만 해도─.
───!!
그때, 푸른색의 영역이 확장됐다.
영역 밖에서 공격하던 캐스터들과 서포터들이 영역 안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그들의 마법이 무효로 돌아가며, 작전에 허점이 생겼다.
그러자 군단장과 군세가 집요하게 허점을 파고들려 했다.
제2페이즈에 돌입하면서 구속구를 벗어던진 군단장이 타깃을 바꾸어 그들을 공격했다.
─콰아아앙!!
영역에 들어온, 마법을 전문으로 사용하는 플레이어들은 어떤 대처도 취하지 못했다.
그들의 마법이 먹히지 않았다.
마법으로 방어하려던 그들이 그만 놈의 마법에 당하고 말았다.
느닷없이 후방이 공격을 당하고, 몬스터들이 제 몸을 희생해 기어코 전선을 뚫었다.
전선을 뛰어넘은 몬스터들이 냉큼 영역 밖으로 도망치려는 사람들을 쫓아갔다.
전세는 이제 아무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제2 공략소대에서 보낸 거야. 크림슨 나이트가 제2페이즈에 돌입, 붉은 영역이 확대되며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발생….]상황은 크림슨 나이트를 토벌하는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군단장들이 발악하고 있었다.
이에 은하는 진서나의 아티펙트, 두 사람의 밀어를 통해 텔레파시를 보냈다.
[서나야, 클랜원들에게 전해. 지금 영역 안에 들어가 있는 클랜원들은 을 사용하라고.] [그러면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사용하면 되는 거지?] [어, 맞아. 나머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고 해.] [알았어. 그렇게 전할게. 아, 지금 신라클랜에서 연락이 왔어.]진서나의 목소리가 심각해졌다.
은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현재 귀면 가오리가 의정부로 향하고 있는 중. 현재 상황으로 약 30분 뒤, 의정부역 상공을 지나게 될 것으로 판단. 크림슨 나이트를 상대하고 있는 소대는 주의를 요함. 이에 제5, 6, 7, 8 특별편성소대는 귀면 가오리의 몰이가 아닌 토벌에 중점을 두고 행동하겠음.]귀면 가오리가 접근해오고 있다.
놈이 오기 전에 기사형 군단장들을 쓰러뜨리느냐 마느냐.
이제부터 시간 싸움이었다.
전황은 촌각을 다퉜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783(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