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92
마나 폭주의 결과는 두 가지 중의 하나였다.
육신과 정신이 폭주를 이기지 못해 몬스터로 돌변하고 말든가.
아니면 폭주를 극복한 끝에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든가.
히히히히
방연지.
그녀의 경우, 둘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였다.
답보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방연지는 괴시니를 막는 과정에서 마나 폭주를 일으켰다.
그 상황에서 그녀가 폭주를 극복해 새로운 존재로서 거듭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애초 마나 폭주를 극복하는 경우가 손에 꼽히기도 했고, 동물 이외에는 인간 중에서 폭주를 극복한 사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따라서 그때 방연지는 본능적으로 폭주를 극복하는 것이 아닌 최대한 억누르는 방안을 선택했었다.
‘연지야, 연지야….’
괴시니를 막아야 했다.
또한 자신까지 몬스터로 변모해서 탈환대를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기프트를 사용하여 자신의 신체를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로 변하도록 폭주를 유도했다.
그 결과 그녀는 지금까지 몬스터도 인간도 마인도 아닌 나무가 되어서 폭주를 억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클랜…, 로드?
나무가 되어 잠들어 있던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연지, 방연지.
자아가 점점 희미해지던 방연지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순간 의식이 깨어났다.
애초 그녀의 의식은 플레이어들이 의정부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차츰 깨어나고 있던 차였다.
목 말라.
목이 너무 말라.
그것은 거의 본능이었다.
1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서서히 사라져가던 자아가 사라지기 싫다는 본능의 발로였다.
이에 그녀는 의정부에 만연해 있는 마나를 양분으로 삼아서 잠들었던 의식을 깨워나갔다.
그럼에도 부족했다.
자신에 대해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 존재의 마나가 부족했다.
잠들어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결핍을 알게 되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감정에 앞서 그만 도완준을 찌르고 말았다.
─푹, 푹, 푹, 푹….
자신을 기억하는 존재.
그 존재의 마나를 탐하기 위해서.
그녀는 미친 듯이 가지를 뻗어서 그를 찔러댔다.
“─클랜로드!!”
“”””……!!””””
그녀는 나무 기둥에서 떨어져나와 도완준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꽉 끌어안았다.
그때 명왕 클랜원들이 올라왔다.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서 돌아온 그들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방연지는 그들을 무시했다.
그녀는 자신이 껴안은 남자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흡수하기 위해 의식을 집중했다.
“아…. 여기는….”
이윽고 자아를 확립했을 때.
그녀는 그제야 갈증에서 벗어나서 주위를 차분히 둘러볼 수 있었다.
“여, 연지야….” “…은실이?”
이내 방연지는 자신에게 달려오던 한 클랜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 사람이 그녀를 알아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낯이 익은 여성이었다.
기억을 떠올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은실이었다.
“은실이 맞니? 내 기억보다 조금 나이가 든 것 같은데….”
“”””…….””””
“아, 그러고 보니 괴시니는 어떻게 된 거니? 내가 분명 괴시니를 막았던 것…윽….”
그런데 그녀가 알고 있던 고은실과 외모가 조금 달랐다.
꼭 나이를 먹은 듯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제1차 의정부 탈환전에서 기억이 멈춰 있던 방연지는 곧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기억에 눈살을 찌푸렸다.
전부, 모르는 기억이었다.
그녀가 나무로 변모해 있었을 때, 흡수한 마나에 내포돼 있던 기억.
그녀는 알 수 없는 기억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쫓아내려고 했다.
그때─.
─촤륵
명왕 클랜원들이 움직였다.
고은실을 필두로 클랜원들이 모두 디바이스를 쥐고 그녀를 겨눴다.
“…은실아? 이건 대체….”
방연지로서는 당황스러웠다.
방연지는 자신을 죽이려 다가오는 고은실에게 말을 걸었다.
이건 꿈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때, 고은실이 말했다.
“─네게 아직 자아가 남아 있다면, 저항하지 말고 이대로 죽어줘.”
“은실아,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는 거니? 혹시…, 내가 괴시니를 제대로 막지 못해서 클랜에 피해를 입힌 건….”
“지금 네 꼴을 보렴.”
“뭐?” “네가 지금 한 짓을 보라고.”
“…….”
알 수 없는 소리였다.
그때까지 위를 올려다본 방연지는 그제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무언가를 안고 있었다.
마치 수분이 쭉 빠진 것처럼.
웬 앙상한 고목이 있었다.
고목은 꼭 인간처럼 생겼고, 옷을 입고 입기까지 했다.
“이건 뭐….” “”””…….””””
이건 뭐야.
그렇게 물으려던 방연지는 고목이 왼손에 찬 반지를 보고 흠칫했다.
자신과 도완준이 맞춘 반지였다.
“설마, 설마….”
아닐 거야, 아닐 거다.
그녀의 몸이 덜덜 떨렸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몸이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등에 웬 날개가 돋아 있었고.
머리카락에 넝쿨이 감겨 있었고.
귀가 뾰족했다.
“아, 아, 아…. 클랜로드, 클랜로드! 와, 완준 오빠….”
모든 것이, 기억이 났다.
자신이 도완준을 죽였다.
방연지는 그를 부여잡고 울었다.
울고 운 끝에─.
“─거짓말 치지 마. 완준 오빠는 어디에 숨겼어?”
“”””……!!””””
그녀는 현실을 부정했다.
그대로 감정에 몸을 맡겼다.
마인의 상태로 기울어가던 신체는 그때를 기점으로 완전히 몬스터로 변모하고 말았다.
그녀와 함께 등나무가 폭주했다.
─쿠구구구!!!
☆
선녀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코쿤을 설치하기 위해서 의정부로 올라가겠다는 내용이었다.
민지아 특무국장에게 연락을 받고 즉시 의정부로 향하고 있다고.
거리를 따지자면 오늘 내일 중으로 의정부에 도착하게 될 터였다.
빠르면 오늘쯤에는 망월사역으로 올라오게 되겠네. 의정부로 오는 건 아마 내일이 되겠고….
이에 플레이어들은 선녀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서 의정부의 관리에 더욱 공을 들였다.
더군다나 경기 북부에 대한 관리는 코쿤을 발동하고 난 다음에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해서.
경기 북부에 위치한 플레이어들도 예술의 전당으로 집합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쿠구구구!!!
플레이어들이 휴식을 취하던 중.
돌연 지면이 흔들렸다.
처음에는 가벼운 지진이라 여기던 플레이어들은 진도가 점점 강해지자 이변을 알아차렸다.
쩌적
이내 땅이 갈라졌다.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라했다.
그리고 그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이게 뭐야!? 이 넝쿨들이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거야!?”
“클랜로드…! 바깥이 이상합니다! 주변 일대가 식물로 뒤덮이고 있어요!”
“젠장…!! 건물 안까지 식물들이 들어오고 있어! 이게 뭐지?”
갈라진 지면 아래에서.
별안간 식물 줄기가 솟구쳤다.
사람 한 명 정도 굵기를 자랑하는 식물 줄기가 꿈틀거리더니 의정부를 뒤덮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플레이어들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화륵!
예술의 전당도 순식간에 식물들로 뒤덮이고 말았다.
은하는 재빨리 문을 틀어막으려는 식물에 불을 붙였다.
이어서 시리게 피는 겨울을 챙겨 줄기를 잘라냈다.
“서나야, 모든 소대원들에게 알려. 이대로 예술의 전당 안에 있다가는 갇혀버릴 수도 있으니, 빠져나가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알았어! 그렇게 할게!”
은하는 혀를 찼다.
클랜원들에게 지시를 내린 은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짜증을 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의정부에는 이제 이만한 힘을 지닌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을 텐데?
군단장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해도 조짐이라도 느껴졌을 텐데….
은하는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그러나 환자들을 보호해서 밖으로 데려나오는 게 최우선 사항이었다.
은하는 불길로 식물 줄기를 태우며 플레이어들이 밖으로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주었다.
다행히 며칠 사이에 힘을 회복한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그들이 들것에 실어 옮기지 않아도 알아서 밖으로 나오고는 했다.
중환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은하는 끝도 없이 자라나는 줄기를 불에 태우며 환자들을 확인했다.
이윽고 그가 환자들을 모두 데리고 밖에 나왔을 때─.
“─저 나무가 왜 저래?”
“모르겠어…. 사람들 이야기로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부터 계속 저런 상태였다고 해.”
“”””…….””””
은하는 의정부역에 우뚝 서 있는 나무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나무가 마치 살아 있기라도 한 듯 가지를 마구잡이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 가지뿐인가.
지면 아래에 박혀 있었던 뿌리가 밖으로 나와서 활개를 치는 것 또한 보일 정도였다.
“저쪽에는…. 명왕클랜의 사람들이 가 있을 텐데, 거기서 보낸 정보는 없는 거야?”
“방금 텔레파시를 보냈는데 그쪽도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란 모양이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은하는 정하양에게 물었다.
정하양이 고개를 저었다.
“은하야, 일단 그보다 어디 건물이 많이 없는 곳으로 피신해야만 해. 잘못하다가는 식물들 때문에 건물이 붕괴할 수도 있어.”
때아닌 난장판이었다.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고.
주변이 온통 식물천지였다.
죽여도 죽여도 계속 자라났다.
이에 정하양은 다른 곳으로 피신해 대처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럼 예술의 전당을 버리고 가야 한다는 말인데….
은하는 예술의 전당을 돌아보았다.
보급기지로 쓰이고 있는 건물에는 많은 장비와 식량이 들어 있었다.
급하게 나온 터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건물 아래에는 탈환전에서 숨을 거둔 플레이어들의 시신이 안치돼 있기까지 했다.
건물이 붕괴하더라도 지하에 있는 관들은 무사할 거야. 보호마법으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기도 하니까 어느 정도는 괜찮아.
은하는 계산을 마쳤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원흉은 지금 가지를 채찍처럼 휘둘러서는 건물을 파괴하고 있는 나무의 짓이 틀림없었다.
은하는 자신을 향해 불쑥 떨어지는 줄기를 잘라내며 결론을 내렸다.
“일단 저 나무를 베어내기만 하면 사태가 진정될 것 같기는 한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아, 잠깐만. 지금 명왕클랜에서 전언이 도착했어.”
저 나무는 몬스터인가 아닌가.
은하는 이제는 이동하려는 것 같은 나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정하양이 나무의 근처에 있을 명왕클랜의 텔레파시를 받았다.
“은하야….” “왜. 왜 그래?”
정하양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얼굴이 굳어 있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난 듯했다.
은하는 그녀에게 물었다.
이에 그녀가 말하기를─.
“─명왕 클랜로드가 사망했다고, 그런 텔레파시가 도착했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명왕클랜 사람들도 지금 굉장히 당황해하고 있는 모양인데…. 방금 님이 클랜로드의 사망을 확인하셨대.” “누가 죽였는데?”
“그게….”
“”””…….””””
갑작스런 십이좌 의 죽음.
은하는 정하양이 전달하는 소식에 제 귀를 의심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며 사정을 파악하려 했다.
“─등나무로 변해 있던 전 십이좌, 방연지 플레이어가 정신을 차렸다는 모양이야.” “”””……!!””””
“그리고 명왕클랜로드를 죽이고,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마나 폭주로 몬스터로 변모했다고….”
이해할 수 없는 소리.
아니, 회귀 전에는 없었던 상황.
은하는 그 말을 듣고 대뜸 나무로 고개를 돌렸다.
저건 뭐지?
이내 그는 조금 전에는 보지 못한 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늘에 무언가 떠 있었다.
은하는 눈에 힘을 주었다.
날개가 돋아 있는 존재.
꼭 사람의 형체를 취하고 있었다.
그 존재가 허공에 마법진을 그려 주위에 난사하는 것이 보였다.
“현재 명왕클랜은 몬스터로 변한 방연지 플레이어를 제3위계 이상의 몬스터로 간주 중. 예술의 전당에서 지원을 와주기를 바란다고 해….”
“”””…….””””
정하양의 첨언에.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
회룡역 방면 상공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들고 있는 게 플레이어들 눈에 포착되었다.
그것이 곧 포물선을 그리며 근처로 떨어지고 있었다.
한 서포터가 황급히 마법을 펼쳐 떨어지는 무언가를 막으려 했다.
소용없었다.
─콰아아앙!!
아마도 전차가 쏘았을 법한 탄환.
마나합금이 섞여 있는 탄환은 아예 방벽을 깨부순 것도 모자라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다시금 지면이 흔들렸다.
공기까지 진동했다.
“포, 포탄이 왜 날아온 거야!?”
“이것들이 미친 거 아니야!?”
그 탄환을 시작으로.
의정부 곳곳에서 탄환이 떨어졌다.
플레이어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부르짖었다.
☆
그 시각, 망월사역.
그동안 이변이랄 것 없이 숙식하던 군대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오후 6시쯤에 선녀가 온다.
군인들은 선녀의 방문을 환영하러 온갖 무의미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한편 군대는 다음날 선녀를 호위해 의정부로 올라갈 예정이기도 했다.
그들은 전차에 이상이 없는 것인지 정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상황에서─.
“─억…어어어억….”
사령관은 괴한의 침입을 맞았다.
대응할 시간도 없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공간이 갈라져, 갈라진 공간 속에서 튀어나온 손이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피어싱을 한 남자.
수려한 외모가 인상적인 그가 아예 사령관의 입을 틀어막았다.
뒤이어 갈라진 공간에서 걸어 나온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낄낄거렸다.
“어떻게 하기는. 계획대로 그자를 세뇌시켜버리거라.”
“네, 알겠습니다.”
“우, 웁…!!”
남성, 마스테마는 망설이지 않고 사령관을 세뇌시켰다.
마스테마의 눈을 본 사령관은 곧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는 인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 아, 어….”
이내 쓰러진 사령관이 일어났다.
사령관이 괴상한 걸음걸이를 하며 책상으로 다가갔다.
무전기를 든다.
통신이 연결된다.
그러자 사령관이 번뜩 고개를 들어 주입된 대사를 말하기 시작했다.
“아, 나일세. 다름 아니라 조금 전 선녀님의 명령이 내려와서 말이야. 서울에서 의정부에 엄청나게 강한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더군.”
[…그게 정말입니까!? 몇 위계라고 합니까?]“그걸 우리가 알아야 하나? 우리는 단지 명령을 받은 대로 따르는 군인일 뿐인데.”
[…아닙니다. 죄송합니다.]“굉장히 강한 몬스터라더군. 해서, 선녀님께서는 놈을 쓰러뜨리기 위해 군대를 움직이기로 하셨다네.” [……!!]
“지금 당장 전군에게 명령을 내려, 모든 전차를 회룡역으로 보내도록. 그리고 회룡역에 배치하면 의정부를 포격하도록 지시하고.”
[……의정부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어쩌면 좋답니까?]“작전은 놈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속전속결로 진행하라더군. 아마도 그쪽에서도 미리 언질을 받았겠지. 플레이어들도 조치를 취했을 테니 알아서 피할 걸세.”
[네….]무전을 받은 군인은 믿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그럼에도 군인은 상관의 지시에는 거역할 수 없었다.
게다가 선녀의 명령이었다.
여차하면 책임은 선녀가 진다.
또 사령관이 진다.
무전을 받은 군인은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 될 뿐이었다.
[…전군에게 지시하겠습니다.]생각하는 것 또한 귀찮았다.
그저 시키는 대로 일을 할 뿐.
군인이 응답했다.
사령관은 군인의 답변을 듣고서야 무전을 끊었다.
그리고─.
“─아…. 아아….”
사령관은 다시 인형으로 돌아갔다.
침을 질질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은 사령관은 이내 헤헤 웃었다.
노인은 사령관을 내려다보고 끌끌 웃음 소리를 냈다.
이윽고 갈라진 공간 속에서 추가로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마엘 자네는 마스테마와 함께 군대가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없게 작업을 하게. 릴리스도 같이 하고.”
“혼란을 일으키면 되는 거 맞죠? 그거 정말 기대되네요. 의정부에서 대규모 편재를 일으키면 과연 어떤 몬스터들이 나올지….”
“아유, 군인들이 참 불쌍하겠네요. 정욕에 미쳐 날뛰게 될 텐데 정욕을 풀 수 있을 곳도 없을 테고, 아예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저하고는 아무렴 상관도 없는 일이지만.”
한 명은 머리칼이 삐죽 솟은 남자.
경박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는 곧 혀를 내밀며 입가를 핥았다.
반대로 뿔이 돋아 있고, 아예 옷을 걸치지 않았다고 해도 좋을 여성은 몸을 베베 꼬았다.
“─어디들 마음껏 날뛰어보게나. 이 일로 선녀의 입지가 어찌 될지, 심히 궁금하구나. 끌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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